시 읽어보라해서 들여다보니,  자꾸만 땅으로 스며들려 한다.

가을이라서 그래?     바람이 서러워서 그래? 

 

당신께 위로가 되어줄 수 없어도 조용히 지켜주는 눈은 되어 볼까 한다.

 

 

그리고, 가을을 함께하는 시 한편.

류시화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 거리에서 ]

/

/

 

거리에서

한 남자가 울고 있다

사람들이 오가는 도시 한복판에서

모두가 타인인 곳에서

지하도 난간 옆에 새처럼 쭈그리고 앉아

한 남자가 울고 있다

아무도 그 남자가 우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그리고 아무도 그 눈물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

 

 

거리에서 한 남자가 울고 있다

한 세기가 저물고

한 세기가 시작되는 곳에서

모두가 타인일 수밖에 없는 곳에서

한 남자가 울고 있다

신이 눈을 만들고 인간이 눈물을 만들었다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 역시 그가 우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나는 다만 그에게

무언의 말을 전할 수밖에 없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은

눈물이라고

 

 

- 류시화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열림원. 본문 p 56  <거리에서> 중에서

 

 

 

 

 

이른 새벽부터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많은 사람들.

누군가 조용히 손을 잡아주고 누군가 등을 안고 있어도 그 속을 알 수 없고 모두가 그 안에선 홀로 주인공인 세상...  

당신은 고독을 무서워 하고 있을까?   

 

 

 

그 남자는...

이제 막 성인의 길목에 들어서 현실의 벽을 마주한 누구 였을까?

지난 추억에 잠겨 복받치는 감정에 겨운 그 누구 였을까?

다가올 겨울이 무서운 그 누구 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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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8-09-22 1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옛날 책도 참 좋은 글들이 많았네요.
역시 책은 재독의 맛인가봅니다.
추석 잘 보내십시오~

별이랑 2018-09-22 14:39   좋아요 1 | URL
북프리쿠키 님,
좋은 추석 명절 보내세요 ~
오래 묵은 글을 다시 보면 촌스러움과 정겨움이 왈칵! 이죠? ㅎㅎ
 

 

 

가을에는 파랗게 높은 하늘도 이유가 있고,

조심히 익어가는 과실이 애틋하며,

아침 이슬에 반가워 하다가 또 깊어가는 밤이 서글퍼지기도 한다.   

 

수시로 오르락내리락 하는 마음 깊은 곳을 시 한편으로 채워보라는 듯 때마침 시 읽는 이벤트를 하는 곳이 있어서,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속  길게 풀어놓은 사연중 <저녁의 소묘 5> 를 함께 한다.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저녁의 소묘 5

 

 

 

죽은 나무라고 의심했던

검은 나무가 무성해지는 걸 지켜보았다

 

 

지켜보는 동안 저녁이 오고

 

 

연둣빛 눈들에서 피가 흐르고

어둠에 혀가 잠기고

 

 

지워지던 빛이

투명한 칼집들을 그었다

 

 

(살아 있으므로)

그 밑동에 손을 뻗었다

 

 

 

- 한 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본문  p 137  중에서

 

 

 

작가의 저녁은 모르겠다.   그러나. 

나의 시간은 단단해져가는 나무들이 있고, 상처투성이 고목이 되어 온몸에 옹이구멍 투성이로 저녁을 맞이하는 애틋한 나무도 있고......

그래도.

가을에는 평온한 밤이 되어주길 바라며, 시인의 투명하고, 어둡고, 진한 저녁까지 엿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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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8-09-22 14: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무아래로 바다가 있는 느낌납니다.
시집도 읽으시고~별이랑님도 욕심쟁이십니다ㅎㅎ
추석 잘 쇠십시오^^

별이랑 2018-09-22 17:06   좋아요 1 | URL
대기시간이 길어서가방에 대충 던져놓은 글이 얇은 시집 이였을뿐이죠 ~
연휴에도 좋은 글 가슴 두드리는 문장 많이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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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니 윌리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아작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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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펀딩 도서 [블랙아웃] 잘 받았고, 현재 가족이 먼저 읽고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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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사랑을 요리하는 리츠.
첫만남으로 남은 기억, 저녁밥은 하겐다즈, 제멋대로 자라난 머리카락, 맞지않는 옷......리츠는 그럼에도 루카가 사랑스러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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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고화질] 은빛 숟가락 05 은빛 숟가락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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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구나~
순수함이 좋은 리츠, 아직은 뺨을 붉히는 시절의 유코... 글쎄, 지금이라면 카타기리도 꽤 멋있는 데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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