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분을 좋아하고, 그분도 나를 좋아하고, 내가 그분에게 잘 대해 줬으니까, 그분도 나를 잘 대해 주는 게 뭐 이상한가요? 당연한 일이잖아요." 진단랑이 어깨에 둘러멘 장궁을 으쓱하면서 대답했다. 그렇구나. 진아리가 잠시 생각하다가 이내 깨달았다. 그렇지. 그게 다지. 진아리가 힘없이 피식 웃었다. "나는 그분을 좋아하니까, 그분 같은 사람이 될래요." 이어지는 진단랑의 말에, 진아리는 웃음이 어색하게 굳으며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정 낭자 같은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은 비단 진단랑뿐만이 아니야. 저 산 아래 도관에 갇혀 있는 정신 나간 아이도 정 낭자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 했었어.
"어머니, 잘못 생각하셨어요. 저는 정 낭자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요." 진단랑이 ‘사람’이라는 두 글자에 힘을 실어 말했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 거지, 그런 명성이나 기술을 얻고 싶은 게 아니에요. 정 언니처럼 무서울 것도 없이 담담하고 자유로운 사람이 될래요. 남을 비웃고 조롱하는 사람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마음속에 세상을 품은 사람이 될래요."
어떤 진심은 굳이 말로 할 필요가 없어. 나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어줄 사람이 세상에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영원히 변치 않는 사랑이 뭐가 중요해? 그런 사람이 같은 세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생은 충분히 의미 있어.
"고독하고 쓸쓸한 것은 부인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마음이 끌리는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중년의 사내가 눈을 크게 뜨고 진호를 바라보았다. 마음이 끌리는 사람이 없다고?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게 바로, 마음이 끌리는 사람을 마주치는 것이지요. 어떤 이들은 삶이 다하는 날까지도 그런 사람과 마주치지 못합니다. 그런 사람을 마주칠 수 있다면, 그건 크나큰 행운이에요. 마음속에 그 사람이 있다면, 인연이 되지 못해도, 매일 아침을 같이 맞이할 수 없어도 상관없습니다. 마음속에 그 사람만 있다면, 이 세상 어딘가에 그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왜 고독하고 쓸쓸한 마음이 들겠습니까? 마음이 끌리는 사람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인연을 맺어 매일 아침을 함께한다고 해도, 결국 쓸쓸하고 외롭기 마련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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