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서재 10주년-10대 뉴스라는 거창한 이름 앞에 내가 쓸 말이 뭐가 있을까 싶어 망설이다가 글을 쓰게 되었다.
올해 6월부터 시작했으니 이제 거진 2달 밖에 되지 않았고 사실 다른 블로그는 거의 해본적이 없었기에 알라딘 서재가 내 블로그 인생의 첫발이었다. 그래서 의미가 있다.
책을 읽건 영화를 보건 언제나 감상평을 적는 것이 오랜 숙원 사업 같은 것(?)이기때문에 이미 많은 리뷰 데이터 베이스가 있었다. 그리고 이 내용들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서재를 시작한 것 같다. 내가 썼던 유치한 글들을 다시 읽어보면서 그 시절을 돌아보고 지금 현재를 비춰 보는 것에 의미를 두고 가볍게 시작했는데 벌써 리뷰가 200편에 가까워졌다.
알라딘 서재는 10년된 친구처럼 내 생각들을 빠짐없이 기억하고 나눌 수 있는 존재처럼 되버렸다. 그리고 단순한 감상평에서 벗어나 이제는 작품을 더 생각하고 더 고민하게 만들어 주었다. 단순한 리뷰를 넘어 페이퍼를 작성하기 시작하면서 하나의 책 하나의 영화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종합적인 생각들을 공들여 정리하는 시간도 갖을 수 있게 되었던 것 같다.
지금까지 정리했던 페이퍼 중 스스로 재미있었던 작업이라 생각이 드는 것은 3가지다. (사실 좀 창피하다.)
1.현실을 직시하는 영화! 네오리얼리즘!
http://blog.aladin.co.kr/776771199/6466524
네오리얼리즘의 출현으로 영화판도는 변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단지 그럴듯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도구나 상품이 아닌, 현실에 발을 딛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물음을 던질 수 있는 상호소통의 수단이라는 것이다. 영화를 사이에 두고 보길 원하는 것과 보여지길 원하는 것 사이의 갈등이 영화(cinema)에는 항시 존재한다. 그때부터 관객과 감독의 진정한 줄다리기가 시작되고 지금까지도 이어져 온 것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네오리얼리즘은 의미있다.
자전거도둑<1948>
자전거 도둑을 10년전에 보았다. 마지막 장면의 아버지의 비장한 표정을 보며 저 표정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면 나는 좋은 삶을 살고 있을 것만 같았다. 그 시기의 내 정서와는 사뭇 달랐지만 (대학생활의 자유로운 삶에서 오는 행복을 만끽하고 있었다.) 삶에서 오는 악순환적 고통에 공감했다. 단지, 살기 위한 것일 뿐인데 저렇게 처절할 수가 싶었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그 사실을 가슴속에 담고 살아간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달라지지 않는 현실, 더 깊숙히 빠져드는 절망. 이곳에 희망은 있는 것일까?
밀양 <2007>
이창동감독의 <밀양>을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영화 안에서 다루고자 하는 시간 속에 고통이 존재할 뿐이지 그 이후 신애의 삶은 영화만으로는 알 수 없다. 신애(전도연)라는 주인공이 어떻게 되었을까를 생각하며 든 생각이다. 영화에 모든 것을 담을 수는 없다. 그래서 감독은 질문을 던진다. 그에 대한 답은 관객 스스로가 찾아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각개인의 인생이 모두 다르듯 말이다. 그래서 현실을 보여준다는 것에는 의미가 있다.
자전거 도둑의 아버지의 모습
내가 <자전거 도둑>을 보면서 찾은 대답은 저 아버지가 현실의 고통에 파묻히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행복해 질 것이다. 였다. 난 인간의 힘을 믿는다. 아들을 굳게 잡은 손에서 그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자전거를 찾아가는 악순환적 에피소드들 속에서 감독은 현실의 절망적인 상황들을 나열하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 안에서 희망찬 미래를 바라보는 어떤이도 있다. 그래서 리얼리즘은 현실을 보여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에 대한 작용과 반작용은 관객 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실 속 나는 아직도 그 영화속을 배회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2. 인생을 바라보는 두 거장의 시선
http://blog.aladin.co.kr/776771199/6470756
트리 오브 라이프와 스틸 라이프
두 영화 모두 라이프-인생이라는 제목이 들어있다. 두 영화의 공통점은 감독이 제시하는 인생을 보여주기위해 영화적 형식을 탈피한다. 멜릭은 제대로된 영화적 내러티브 없이 자연 다큐멘터리를 방불케하는 진행을 시도하고 지아장커는 중간을 끊어 먹으며 또 다른 여자 주인공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가히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오가는 진행처럼 보인다. 하지만 두 영화다 그런 형식을 더욱 벗어나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멜릭의 영화는 우선 한국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정서라서인지 허세라는 평이 높다. 특히, 교향곡이나 오페라 같은 클래식에 기반을 두고 음악과 영상을 조화시키고 거기에 얽힌 인간들의 이야기, 전설, 성경의 이야기까지 합쳐 버린다. 생각해보면 정말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영화다. 하지만 그에 비해 영화가 주는 감흥은 명확하다.
내가 크리스천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이해할 수 있는 범위가 커서인지 하나님이 만들어 놓은 세상에서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그것은 때로는 아름답고 때로는 재앙처럼 우리들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그 안에서 죄악과 반목이 싹트고 다시 융합해 가는 과정이 적절한 설명없이 제시되어 난해하게 받아 들이지만 이것 역시 가치 있는 예술작품으로써의 역할은 다한다. 하지만 영화가 소통의 매체라면 특정 타켓뿐만 아닌 관객들에 대한 배려 또한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건 그의 스타일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에는 너무나 치명적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남는 것이 없다고 생각할 사람들이 눈에 선하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지아장커의 영화는 꾸밈이 없다. 카메라의 모습조차 진실되어 보인다. 건물을 부수고 새로운 약진을 향해 나가는 중국. 하지만 그들 스스로는 그곳에 적응되며 살아가지만 메몰되는 것은 그들의 인생이며 무너져 내리는 것은 그들의 관계다.
그렇기 때문에 보고 있자면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이런 외부와 내부가 조합되는 과정에서 인생을 너무 처절하게 그려낸다는 것이 사람들에게 얼마만큼 와닿을까 싶다. 그곳에 이혼이 있고 그곳에 빚이 남겨지면서 끝난다.
두 영화 모두 거장의 삶에 대한 고뇌와 그들의 꾸미지 않은 고도의 영상미가 돋보인다. 그러나 뭔가 부족하다. 뭔가 아쉽다...뭘까...
3. 지아이조2가 허접한 영화가 된 까닭!
http://blog.aladin.co.kr/776771199/6463303
지아이조2를 보고 크게 실망했다.
마치 예전 전대물이나 특촬물 같은 유치한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코브라사령관과 우뢰매의 악당의 차이가 뭔가?)
전반적으로 액션이나 볼거리들은 있는데 지아이조라는 원작 자체가 가진 이야기의 유치함 또는 타케팅으로 인해 어른인 내가 보기에는 심히 엉성한 스토리라고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왜! 다른 히어로물들은 볼만한데?
왜! 하필 지아이조는 별로인가?
그에 대한 나름의 답을 달아보겠다.
첫째. 배트맨이나 엑스맨이나 스파이더맨 등등의 히어로물들의 포커스는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의 이야기에 포커스를 맞췄다는 점이 확연히 다르다. 그 히어로물들은 나름대로 우리 시대의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들을 끄집어낸다. 브루스웨인이 겪고 있는 인간적인 모습(복수, 사랑, 경영)에 배트맨이라는 히어로가 겹쳐지면서 고담시의 현실적인 범죄들을 처단하기 위한 정의를 행사하는 방법을 다차원적으로 고찰한다. 1편에서는 복수의 테마로 영웅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다면 2편에서는 정의를 위해 자신은 악당처럼 여겨질 수 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의 고뇌와 아이러니, 3편에서는 그로 인한 은둔을 극복하는 영웅의 부활을 나름 진정성 있는 인간의 이야기에 녹여낸다. 엑스맨은 어떠한가 그 속에 인종과 차별과 우정과 정의와 기타 등등의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녹여내지 않는가? 스파이더맨은 영웅적인 삶과 청춘의 절정의 삶에서 고뇌하는 한 인간의 성장기가 펼쳐지지 않는가? 하지만 지아이조는 코브라사령관이라는 악당이 있을 뿐이며, 그것을 타도해야하는 지아이조가 있을 뿐이다. 권선징악의 동화도 아닌 이 어처구니 없는 유치함에 일말의 현실에 대한 반영이라도 있었으면 전대물 같은 요즘 아이들도 거들떠 보지 않는 그냥저냥한 영화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둘째. 캐릭터는 도구인가? 두번째로 많은 캐릭터들을 섬세하게 다루어야 함에도 그들의 매력과 백스토리의 설정으로 관객이 몰입할 수 있는 부분적인 요소들을 없애버린다. 유일하게 조금이나마 주인공과 같은 인물이 더락의 캐릭터인데 그마저 그냥 근육질 람보의 이미지만 갖을 뿐 어떤 복수심과 갈등도 없이 기계적이고 당연하다는 말만 지껄이고 있을 뿐이다. 나머지 캐릭터는 어떤가? 지아이조의 대장은 죽어버리고 1편에 등장했던 캐릭터들은 없고 유일하게 드라마를 타는 병헌이형은 유치한 설정으로 이들 편으로 돌아서 버린다. 코브라사령관은 어떤가? 피규어인형같다. 이런 매력없는 캐릭터들로 이야기를 끌어간다는 게 사뭇 대단하다고 여겨질 정도다.
셋째. 현실적으로 와닿을 수 있는 이미지와 구성이 없다. 트랜스포머를 보면 이야기는 판타지이지만 현실적인 조합을 이룬다. 로봇이 변신하고 이동하고 돌아다니는 것들이 붕떠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이야기로도 뒷받침된다. 하지만 코브라사령관이 걸어나올때 고속촬영으로 느리게 보여지는 장면들이나 스톰 쉐도우와 스네이크 아이 등등의 닌자 캐릭터들은 갑자기 미래적인 이미지와 과거의 이미지가 제대로 버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현재의 공간안에 따로 노는 느낌이다. 한 마디로 조화롭지 못하다. 영화가 다른 매체에 비해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은 현실감-현실적인 이야기 또는 현실적인 세계 또는 현실적인 이미지-을 영화 안에서 완성시켜 주는 것이다. 그럴 때 관객들이 몰입하고 공감을 느끼게 되는데 지아이조는 그런 지점을 처참하게 무시한다. (잘났다! 정말! 이 영화! 슬슬 열받는다.)
뭐 분석하려고 시작한 글은 아니었지만...(결국 허접하게라도 하게 되었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아이조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들이 들었고 여러모로 많이 아쉬웠다.
지아이조도 참 안 풀리는 시리즈 물 중에 하나인 것 같다. (우리 병헌이형이 나옴에도 불구하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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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넘어 여러가지 잡다한 생각들을 정리하는 시간이라서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고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영화에 대한 관심으로 인해 더 재미있는 페이퍼들을 작성해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래서 다음번에는 '설국열차를 원작과 영화의 차이를 중심으로 살펴보는 페이퍼'를 작성하려고 준비중이다.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하고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어서 너무 좋았던 알라딘서재.
10대뉴스라고 거창하게 할 것은 나에게는 없지만
서재에 정리해 가는 내 생각의 궤적이 나중에 10대뉴스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읽고 공유하고 나누는 글들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알라딘 서재 10주년 너무 너무 축하할뿐더러 앞으로 10년 20년 계속 함께 했으면... 좋겠다! 만세!
알라디너님들 많이들 놀러와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