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울을 쓰고 나귀를 몰면서 가던 한빙은 설한의 굳은 얼굴이 내내 불만이었다.

“오라버니.”

“왜 그러느냐.”

“왜 그러세요?”

“왜 그러냐니.”

“아까 전부터 나한테 화내고 있잖아요!”

한빙은 객잔에서 쫓겨난 게 아까 전부터 큰 불만이었다. 설한은 한빙이 맺은 혈도를 다 풀어준 후, 일일이 사죄하고 한빙은 데리고 쫓겨나듯이 남쪽으로 걷고 있었다. 한빙은 그나마 나귀를 탔지만 설한은 말마저 그들에게 준 후 그냥 걷고 있었다.

“아니, 뭐…차기 궁주한테 이야기해봤댔자 통할 것 같지도 않고…”

“,,,,,,”

“빙장을 날리거나 혈도를 찍으면 이 몸도 곤란하거든. 네 빙장은 과일조차 얼릴 정도로 차갑잖니.”

“…오라버니!”

“왜?”

“왜 그냥 두셨어요? 피냄새가 진동을 하던데요.”

“…그러게말이다. 내가 왜 비무초친에 끼어들었을까…”

설한은 한숨을 푹 쉬고는 한빙에게 다가가 신발을 톡톡 두들겼다.

“왜요?”

“내려와. 나도 타고 가게.”

한빙이 한숨을 쉬었다.


“그러게 왜 말은 거기 두고 와가지고…”

“방울을 달아놓을 필요가 있었거든. 두아가 머리가 좋으니 여차직하면 이리로 금방 달려올게다. 궁주님의. 천리마는 그깟 무림인들 따위는 쌈싸먹기지.”

“…그럼 당장에 처치를…”

한빙이 허리춤에 있는 채찍을 뽑으려 들자 설한이 말했다.

“내가 이리로 나오면서 뭐라고 했니? 눈 감고, 귀 닫고, 입 다물어야 된다고 하지 않았니?우린 지금 강호를 걷고 있는 게다.”

“비무초친에 아무 생각 없이 덤빈 건 오라버니죠.”

“객잔을 어지럽힌 건 너고.”

두 사람은 거기까지만 하고 한숨을 쉬었다. 둘 다 궁주에게 중요한 밀명을 받았는데, 서로가 서로의 일을 방해하는 꼴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그때 후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몸집 큰 갈까마귀 한 마리가 설한의 어깨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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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야 이래 붙였습니다만...보그에서 돌리 파튼의 옷입기를 그렇게 이야기하더군요.
보그 사무실을 돌리 파튼의 9to5의 뮤직비디오를 찍는 장소로 활용했다는데...좀 오버같아요,
돌리 파튼은 건강미에 절제된 느낌인데 뮤직비디오는 그냥 멀끔한 모델들 다리와 얼굴을 주로 보여주네요.
찍은 사람이 종아리 페티시가 있나봅니다.
시간나시면 검색창에 한번 쳐보시고 보그에 접속하셔도 될 듯.
노래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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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가 시작됐다. 시길은 두리번 두리번 거리면서 누군가를 계속 찾았다.

“그래…자네는...”

종조부가 이야기를 시작했을 때도 그의 눈동자는 불안하게 움직였다. 옆자리에 앉아 있던 경인은 자신도 모르고 시길의 손을 꽉 잡았다. 그리고 그의 손이 땀으로 가득한 것에 놀라 자신이 먼저 그 손을 놓아버렸다.
그제서야 경인이 자신의 손을 잡았다는 것을 깨달은 시길은 그녀쪽을 한번 보고 살짝 웃어보였다.

“네.”

그 웃음에 경인은 그제서야 마음을 놓고 그의 손을 다시 잡았다.

“현재 우리 경인이랑 결혼하려고 하는 거지? 그렇지 않나?”

“네. 물론입니다.”

아니야. 그가 속으로 대답했다.

“자넨 배우라서 아름다운 여배우들도 많이 따르고…특히 누구라더라? 모 여배우랑 각별한 사이라고 들었는데…”

새로운 황제가 충성맹세를 다 새로 하면서 귀족이 아닌 종조부를 불렀던 것이었다.
여배우에게 손을 대지 못했던 그는 약간의 불평을 하면서 경인의 종조부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슬쩍…그러니까 아주 슬쩍 그녀와 그의 파트너십에 대한 불평도 늘어놓으며…
그때 종조부는 시길을 처음 보았다.
충성맹세를 하던 시길은 화면에 나왔을 때보다 더 맥이 빠져보였다.

“아, 다희누나가 없으면 저도 없었습니다.”

시길의 대답에 경인이 잠시 잡았던 손을 놓았다. 뭔가 뭔가 조금 이상했다.

“그녀가 절 처음 발견했죠.”

“그럼 그녀를 사랑하나?”

종조부가 너무 나갔다고 생각한 종조모가 그의 팔을 살짝 건드렸다.

“아닙니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시길은 확신을 담아 대답했다.
“경인양입니다.”

그 말에 경인이 겨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만…”

“다만?”

민지린이 자신도 모르게 뒷말을 따라했다. 그녀로서는 딸이 엄청난 양의 재산을 상속받는 것이 중요했다.
물론 시길이 귀족이라는 이유도 있었다.

“제 스스로가 꾸린 재산이 얼마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자넨 상속받은 영지가 있지 않나.”

이번에는 여장군의 동생이 대꾸했다.

“그게…전부 다 빚이었는데다가 여장군님의 고모할머님이 빚을 변제해주시고 제 후원도 어느 정도 해주셨다고 하더군요…그게 친아들이 나타나서 다시 받아가겠다고…”

그 말에 여장군이 벌떡 일어났다.

“말도 안되는 소리!”

“아버지!”

여장군은 일어나서 바깥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때 여경인이 그를 불러 그의 화를 가라앉혔다.

“결혼은 제가 해요. 아버지가 하시는 게 아니에요. 더더군다나 오늘이 상견례 날이었잖아요.”

“…결혼은 네가 하지만, 그 결혼 시켜주는 사람이 부모라는 걸 알아야지.”

여장군은 화를 삭히지 못하고 냉랭하게 대꾸했다.

“전 누더기를 입고 가도 괜찮아요.”

“얘!”

민지린의 말에 시길이 정신이 깨려는 듯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당신은 절 데려가면 저하고 어떻게 지낼 건가요?”

경인이 천천히 시길의 손을 꼬옥 잡았다.

“우선은 배우니까 무대에 서겠죠…”

“됐어요. 그걸로.”

경인이 입을 약간 벌리고 웃었다. 그 오밀조밀한 치아가 살짝 보이는 것이 시길에게는 무엇보다도 값지게 느껴졌다.

“절 누구보다 사랑해주세요.”

경인이 다른 사람들이 소란을 부리고 있는 동안 그의 귓가에 살짝 속삭였다.

“그럼 저는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을 믿고 따라갈테니까요.”

다들 불쾌하다면 일어섰고, 식탁위의 음식이 온기를 잃기도 전에 떠나가버렸다.
시길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처음으로 경인에게 입을 맞췄다.

#배우의옆얼굴 #백치오마쥬 #도스토예프스키모사 #오마쥬 #백치 #창작 #불펌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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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달려가던 주방장을 따라 달렸다.

“소길. 어디 가는 겐가!”

“젠장. 공자님. 장사 종쳤어요. 객잔 생활 15년동안 오늘 같은 날이 올 거라고 생각이나 했답니까? 세상 흉흉해서 못살겠어요!”

소길은 뛰다 말고 공자를 향해서 말했다.

“무슨 일이기에 관아로 간다고?”

“이건 말도 안돼요!”

한빙은 멀리서 그들을 보다가 고개를 갸웃 했다. 직접 찍은 혈은 아니었다. 하지만 분명히 은자가 그들의 혈을 찍었고, 적어도 그녀는 탄지에 한해서만큼은 자신의 실력을 자신해왔었다.
더더군다나 일시적으로 그들은 멈춰 있지 않았던가? 어떻게 혈도를 풀었는가?

“세상에, 먹을 거 하나에 그렇게 누명을 뒤집어쓸 줄 어떻게 알았겠어요!”

한빙은 그의 목소리는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혈도를 찍고 확인을 했기에 저 주방장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빙궁에서 그녀의 무공은 크게 인정받았다. 궁주, 설한, 그 다음이 바로 그녀였다고 생각해왔기에 자신의 혈도를 금방 풀어버린 저 자의 정체가 의심스러웠다.

“아니, 저 여자가 저기 있네!”

그래서 공자의 뒤를 따라가 서 있었더니만(한빙은 크게 실수한 셈이었다.)주방장이 길길이 날뛰었다.

“무림인은 출입을 못 하게 해야 해요! 이것봐요들! 저 여자가 무슨 짓을 했는지 내가 객주로 돌아가서 보여줄 테니까!”

“난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한빙은 거드름을 피면서 냉소했다.

“내가 돈을 주지 않았느냐? 받지 못한 자의 잘못이지.”

“그 은자로 내 혈도를 찍었잖아요!”

“내가 했다는 증거라도 있느냐?”

“다른 사람들을 보여주면 될 거 아뇨!”

한빙이 대꾸했다.

“혈을 어찌 풀었더냐?”

“……”

그 순간 주방장의 눈에 흐르던 빛을 한빙은 눈치챘다. 

“소길. 그냥 넘어가세. 이 분들은 훌륭하신 분들이야. 빙궁의 궁주님이시라네…아까 빙타편을 보고 알았지.”

“…궁주라고요?”

주방장은 그렇게 말한 후  공자의 어꺠를 토닥거렸다.

“며칠 전부터 비무초친하느라 애쓰시더니 약간 정신을 잃으셨군요. 빙궁의 궁주는 원래 세상밖으로 안 나와요. 공자님.”

“….하지만…”

공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한빙이 뭐라고 말하려고 했으나 설한이 잠시 그녀의 손을 잡고 막았다.

“아, 착각할 수도 있지요.뭐…혈도가 금방 풀리는거 였군. 우리 누이가 원래 좀 서툴어서…내가 가서 마저 풀어주면 되지 않소? 난 의원이라 웬만한 건 금방 풉니다.”

“…아니, 대협..”

공자가 뭐라고 말하려고 하자 설한이 고개를 저었다.

“풀어드릴테니, 이번 일은 없는 걸로 해주십시오. 그리고 저희 정체를 알려고도 하지 마시고…”

그제서야 한빙은 오라버니가 왜 그러는 지 눈치채고 너울을 다시 얼굴에 쓰고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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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처음부터 예상했던 일이었다. 간지용은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덩치의 뺨을 후려갈겼다.

“도대체 그런 일 하나 제대로 못하고!”

“…죄송합니다.”

시길에게 협박했던 남자였다. 그는 시길이 가는 길을 막고 서서 이렇게 말했었다.

“도둑놈아.”

“네?”

화면에서 두드러지던 화려한 얼굴의 젊은이는 그날 따라 눈이 충혈되어 있었다. 뭔가를 한참 고민하는 듯한 얼굴빛이었다. 배우라서 다르긴 달라…하고 순간적으로 협박남은 생각했다.

“내 재산을 내놔!”

“…네? 사람 잘못 보신 것 같습니다.”

그 덤덤하기 짝이 없는 사람 잘못 보신 것 같습니다. 라는 문장은 그 젊은이가 말하자 마치 있을 수 없는 일처럼 느껴졌다.

“나는 여장군의 고모할머니의 사생아야. 내가 받아야 할 돈을 어째서 네가…”

협박남의 말에 시길은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일이 그렇게 된 거 였군요. 내가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미처 못했는데…”

“알고 있었어?”

의외의 답에 협박남은 기가 질린 듯한 태도를 보였다.
방송에서 별명이 백치남이라더니만 그래서 그랬군…이라고 속으로 납득했다.

“음, 치료비로 다 들어간 줄 알았는데 저택이 그대로 있어서 의문이었죠.”

그 백치남은 고개를 잠시 들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협박남 주위로도 여러명의 인상 험악한 친구들이 제법 있었다. 개중에는 못이 잔뜩 박힌 각목을 든 사람도 보였다. 다 시대의 착오같았다.

“돌려드리죠.”

쌈빡하게 시길이 대꾸했다.

“우선은 상견례부터 마치고 바로 돌려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상속서류가 그렇게 되어 있는 건 제가 어떻게 할 수가 없군요…친자확인은 하셨습니까?”

협박남은 기가 질려버렸다. 협박해도 왠지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였다. 이 남자 앞에서는 세상 모든 일이 그저 간단한 일처럼 여겨지는 걸까?
재산에도 집착을 보이지 않고, 자신의 인기나, 협박에도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는…심지어는 빨아들이기까지하는 이런 남자를 어떻게 처리할 수 있을까?

“아니 ,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왜 그걸 너한테 확인시켜줘야 하냐!”

“…제 주소는 여깁니다.”

시길은 자신의 옷에서 명함을 꺼내서 그에게 내밀었다. 마침 새 명함을 팠기에 그는 어느 누군가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었다. 아니, 자신의 눈으로도 새로 확인하고 싶었다. 자신의 소속이 바뀌었음을. 그리고 자신의 절대적인 파트너와 한 자리에 있다는 그런 안도를 확인하고 싶었다.

“알았다! 그럼 결혼식에 찾아가서 유산을 되찾아오겠어.”

협박남의 말에 시길이 미미한 미소를 지었다.

“꼭 그렇게 하십시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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