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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회계 실무 가이드북 : 실전 편 - 일반인부터 CEO까지 알아야 할 회계와 재무제표에 관한 모든 것, 개정판
신방수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3년 10월
평점 :
요즘은 회계사나 관련 직종에만 회계 지식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일반 사무직도 회계의 최소 소양이 있어야 자기에게 주어진 업무도 더 충실하게 완수할 수 있습니다. 한국이란 나라가 워낙 경쟁이 치열하고 사람을 쪼아대는 나라이다 보니 만능이 되어야 하는 압박이 있습니다만, 기왕 일하는 것 더 깔끔하고 빈틈없이 해 내는 게 직업인으로서 자부심도 더하고 더 당당해지는 길 아니겠나 싶습니다. 그렇다고 학부 때 보던 중급회계 원가회계 두꺼운 교과서를 다시 꺼내들자니 부담스럽기도 하고, 나의 회사 업무에 필요한 지식만 딱 추려서 쉽고 요령 있게 간추린 책이 있다면 내가 참조, 활용하기에 정말 편할 듯합니다. 또 혹 주식 투자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우리 개미 투자자가 상장사의 펀더멘털 분석, 밸류에이션에 직접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정보로서 회계 공시자료만한 게 또 어디 있겠습니까.
p63을 보면 현금흐름표 보는 법이 나옵니다. 설명이 참 깔끔하고 쉽습니다. 우리가 학부 때 배웠던 교과서들도 말의 거품을 좀 빼고 이렇게 솔직하게 가르쳐 주셨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기업의 활동은 크게 영업활동, 투자활동, 재무활동이 있습니다. 활동의 비중에 따라 모두 여섯 가지 상황이 제시됩니다. 그런데 p65를 보면 제7의 상황으로 영업(+), 투자(+), 재무(-)인 경우가 던져지며, 독자들더러 이게 어떤 상황인지 분석해 보라고 합니다. 답은, 투자자산을 팔아 재무활동(=부채상환)에 나서니 이건 구조조정이라고 합니다. 2의 세제곱이니 모두 8가지 상황이 상정 가능하며, 이 페이지에 안 나온 건, 영(-), 투(+), 재(+)뿐입니다. 이건 어떤 상황이겠는지 독자 스스로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있겠습니다.
거래의 8요소라는 게 있습니다. 이것은 상경계라면 학부 신입생 1학기 때에도 베우는 내용이지만, 정작 뭔지 설명해 보라고 하면 다들 버벅거립니다. 이 8대 요소가 좌우로 항상 균형을 맞추는 게 아니고, 실제 거래 현상은 더 자주 일어나는 유형이 따로 있습니다. p89를 보면 그림에 저 8대 요소가 어떻게 매칭이 되는지가 나오는데, 빈도가 높은 것은 검은 실선으로, 낮은 거래 사건은 점선으로 표기되었습니다. 비용의 발생과 수익의 발생도 우리 상식으로는 안 일어날 것 같지만, 예외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는 거죠. 차변과 대변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는데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줍니다. 인건비 지출, 기계 장비 취득, 부채 조달 세 가지 예입니다. 가장 전형적인 기업 활동이라고 할 수 있죠.
p99에 보면 K기업이란 곳이 타 업체에서 제시한 공사입찰에 과연 응해야 하는지 사례를 통해 설명합니다. 그런데 이 업체의 재무상태표(구 대차대조표)를 보니, 유동비율과 당좌비율이 양호한 반면, 미수금 자산 비중이 큽니다. 또 단기 부채가 지나치게 많습니다. 책에서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입찰에 성공해서 공사를 진행하더라도, 대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단지 사장 단에서만 이런 판단을 하는 게 아니라 대리라고 해도 이런 취지의 보고서를 올려야 할 때가 많습니다. 회계 지식이 왜 필요한지 실감이 나는 대목이죠.
이 책의 최고 장점 중 하나는, 우리가 회사 다니면서 마주칠 수 있는 사례가 자주 많이 나와서 응용의 범위가 넓다는 점입니다. p127에 보면 경기도 일산에 소지했다는 J 기업(물론 가공일 수 있습니다)의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가 제시되는데, 개발비 지출을 어떻게 장부상으로 처리하는지가 이슈입니다. 보통 인건비는 비용 처리하는 게 상식 같습니다만, 이 책에서는 아주 중요한 포인트를 지적합니다. 즉, 개발비에 해당하는 인건비는, 무형자산으로 처리하는 것입니다. "비(費)" 자가 붙었다고 다 비용 항목이 아니라 이렇게 자산으로 처리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또 자산이기 때문에 감가상각 과정도 거칩니다.
인사부문이 현금흐름표에 영향을 주는 건 어떤 부문일까요? 책 p135에 보면, 이것은 주로 영업활동으로 인한 게 크다고 합니다. 그런데, 물건 제조 판매에 종사하는 인력에 지급하는 돈은 즉시 유출을 의미하기 때문에 효율적 집행이 무척 중요하다고 합니다. 반면, 상품 매출 대금 같은 것은, 어음으로 결제되는 경우가 많아서 현금 지출이 즉시 이뤄지는 게 아니지요.
p153을 보면 이자보상비율이 설명됩니다. 아래에는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통계 자료의 일부도 제시됩니다. 이 비율이 1(즉 100%)이 안 될 때에는, 이익이 있어도 이걸 이자 갚는 데 다 쓰인다는 소리이니, 기업의 현재, 미래가 아주 어둡다는 거죠. 기업의 상태를 볼 때 이 사항을 유의깊게 봐야 하는 이유이죠. 또 p195를 보면 주식 투자 분석에 자주 쓰이는 개념들, EPS, PER, PBR, ROE 같은 게 알기 쉽게 설명됩니다. 사실 이거 알고 보면 별것도 아닌데, 대화에 껴서 화제가 안 막히려면 알아는 둬야 합니다.
부채비율을 갑자기 낮춰야 한다면 어떤 기교가 필요하겠습니까? p203에 보면, 차입금의 일부를 출자로 전환하는 방법(실제로 1998년 외환위기 때 하이닉스가 미아가 되자 노조 측에서 이 방법을 제안했었죠)이 나옵니다. 회계라는 게 어떻게 보면 숫자 장난, 항목 전환을 통한 사술 같지만 때로는 그 안에서 실물의 변화에까지 이르는 지혜가 도출되기도 합니다. 세무와 회계 분야에서 요즘 가장 핫한 작가인 신방수 세무사님 책이라서 더 믿음이 가기도 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