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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잇다 : 전쟁, 무기, 전략 안내서 - 국제 정세부터 무기 체계, 전술까지 최신 군사 기술 트렌드의 모든 것
최현호 지음 / 타인의사유 / 2023년 9월
평점 :
요즘은 전쟁을 소재로 삼은 게임도 많고, 남성 대부분이 군필자인 한국의 현실에서 게임의 영향이 꼭 아니라도 전쟁이나 무기류에 대한 관심은 그전부터 높았던 게 사실입니다. 대중이 전쟁사에 대해 관심을 높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치사, 경제사, 문화사 등 다른 흐름과 영역에까지도 초점을 옮겨가며 전체적으로 역사에 대한 소양이 함께 높아지는 좋은 효과도 있는 듯합니다.
이 책은 특히, 실제 인류의 역사 흐름을 바꿔 놓은 현대의 전쟁에서 어떤 천재적이고 기발한 전술, 전략이 쓰였는지, 또 무기류는 어떤 게 언제 처음 쓰였고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명쾌하게 알려 줍니다. 많은 책을 읽어도 구체적인 질문에 대해 답이 분명하게는 제시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오랜 (개인적인) 궁금증이 시원하게 해결된 게 많아서 좋았습니다. 아마 많은 밀리터리 마니아분들이, 이 책을 읽고 헷갈리던 사항이 정리되거나, 저자의 시원시원한 분석을 읽고 속이 후련해지는 느낌을 받을 듯합니다. 분량도 그리 부담되지 않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에 정말 전차 무용론이 나왔었고 이런저런 커뮤에서 지지를 받았었습니다. 1억짜리 재블린이 40억짜리 T-80BW를 박살내는 걸 보면 그런 말들이 나올 법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책에돞나오듯이, 전선이 여기저기 분산되고 그를 이용하여 우크라이나가 유격전(언제나, 전력이 열세이면 이 전법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을 펼치는 통에 동부전선으로 양측이 집결했고, 이제 정규군으로 일전을 겨뤄야 할 판이니 우크라이나 역시 전차 등이 필요해졌죠(p51).
p55에는 포탄의 구경(口經)이 아니라 길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에 대해 프랑스군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낸 사례가 소개됩니다. 관통력도 희생하지 않고, 적재 공간도 아끼기 위해 탄두, 관통자를 탄피에 넣어 이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입니다. 이걸 탄두 내장형이라고 하는데(CTA, cased telescoped armament. 약어의 뜻에 대해서는 권말 부록에 따로 glossary가 달렸습니다. p328 등), 인간이 그 생존을 위해 발휘하는 지혜와 재치에는 끝이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포탄의 원리 중, 발사 후 일정 시간이 지난 후 회전에 의한 안정화라는 게 있습니다. 이 원리를 알기까지 16세기 이후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겠습니까. 그런데 p66을 보면 현대의 활공탄에 대한 설명이 나오며, 이게 일정 고도에서 포탄에 자체 날개가 펴지며 목표 지점으로 날아가는 방식입니다. 당연히, 이런 포탄은 회전에 의해 안정화를 찾는 과정이 없고 책에 나오듯이 별개의 유도 장치가 있어야 합니다. 사거리와 정확도가 동시에 향상되는 혁신입니다. 이 활공탄에 대해서는 아마 주식 투자에 관심 있는 분들도 한 번 정도는 들어봤을 텐데 한국의 방산 업체들도 이걸 개발한다는 뉴스가 있었고 그에 따라 특정 업체의 주가가 들썩였기 때문입니다.
p113 이하에는 핵추진 잠수함 이야기가 나옵니다. 바다 위를 적은 연료(바다에서 채취 합성)만 싣고 장구히도 항해하는 잠수함 노틸러스는 작가 쥘 베른이 19세기에 상상해 내었고, 20세기 중반 들어 핵연료로 구동되는 실제 잠수함이 출현했습니다. 방금 전 뉴스를 들으니 푸틴이 핵으로 추진되는 순항 미사일을 새로 개발했다고 발표하는데, 아무튼 이 핵이라는 게 지극히 적은 비용으로 엄청난 동력을 생산해 낸다는 점에서는 정말 경이로운 에너지원입니다. 핵추진 잠수함은 그 자체도 놀랍지만 그에 탑재된, 핵잠에 최적화한 형태로 새로 만들어진 무기들도 놀랍습니다.
드론이라는 게 영화, 게임에서나 시제품 혹은 공상의 산물로 등장하는 건 줄 알았는데 오늘도 시리아에서 이를 이용한 테러가 발생해 무고한 이들이 많이 죽거나 다쳤다고 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 이미 실전 무기화한 지 오래입니다. 어떤 이는 북한의 전력이 이미 미국과 대등해졌다고 하며 드론으로 핵을 날리면 그만이지 (미국처럼) 막대한 비용을 들여 항모를 운용할 필요가 뭐가 있냐고도 하던데, 일리가 아주 없지는 않으나 그게 현실이 되려면 얼마나 많은 중간단계를 거쳐야 하는지를 무시한 주장입니다. 당장 김정은도 러시아한테 미사일 기술을 받으려 애 쓰는 이유는 그럼 뭐겠습니까.
무적의 창이 있으면 이를 막는 방패도 강구되듯이 드론 막는 무기도 나옵니다. p169 이하에는 대(對)드론 방어 시스템이 설명되는데 이 역시도 아직은 초기 단계입니다만 조만간 완성도를 갖추지 않겠습니까.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이나 예전부터 활동했던 미사일 요격 미사일 미제 패트리엇 같은 것도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으나 이제는 그 성능을 세계를 향해 입증해 보였지요.
p192 이하에는 중국의 회색지대 전략이 소개됩니다. 사실 이 역시도 대단히 혁신적이고 기발한 전략인 것은 맞습니다. 이미 호주, 캐나다, 독일 등 전통적인 중국 세력권하고는 아주 거리가 먼 나라들에서조차 큰 효과를 낸 바 있습니다. 전쟁에서 수단과 방법이 어디 있으며 목적을 달성만 하면 그만 아니겠습니까. 16세기에 명의 척계광이 절강병법을 개발하여 왜구에 대처했는데 이 역시도 모양새는 상당히 빠지는 대응이지만 여튼 "중국의 현실과 특징을 고려한 대처 방안"인 것만큼은 틀림 없었지요. 미국과 서유럽은 중국의 그런 의도를 알고, 자국민을 설득하여 총력으로 대응하며, 그런 침투를 막아내는 대응 방법을 찾아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