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적인 당신이 좋다 - 비로소 나에게서의 해방이기를
김진향 지음 / 다반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읽고 독자인 저는 "내성적"이라는 말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내성(內省), 한자 그대로를 새기자면 나의 내면을 살핀다는 뜻입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서인지 내 주변의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해 무척 민감해합니다. 물론 "객관화"라는 측면에서 남의 평가에 무심하며 산다는 건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못합니다. 그러나 매번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휘둘리며 사는 건 소중한 내 자신의 삶을 무척 어렵게 만듭니다. 그게 좋은 평이든 나쁜 평이든 마찬가지입니다. 

저자께서는 어려서부터 부러운 시선을 많이 받았으나, 그런 평가라는 게 꼭 절대적인 게 아니었음을 알고 상처를 받습니다. 이처럼, 남의 평판은 남의 평판일 뿐이며, 내 자신이 나의 강점과 약점을 정확히 파악한 후 강단 있게 내 길을 걸어나가려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좋은 말을 들었다고 해서 으스댈 필요도 없고, 나쁜 말을 들었다고 고개를 푹 숙일 필요도 없습니다. 참된 자존감과 객관화는 내 내면을 진중하게 살피려는 노력에서 시작합니다. 

남과 나를 비교할 필요가 없습니다(p45). 어차피 사람은 모두 다른 것이며, 설령 재벌 2세로 태어났다고 해도 너무나 좋은 환경이 그에게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실험실에서 배양되는 세균이나 실험용 쥐가 아닌 만큼, 초기 조건이 좋다고 해서 반드시 남들보다 잘 나가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건, 이런 사실을 어렸을 때는 다들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환경 탓을 하고, 부모님을 원망합니다. 어느 정도 커 봐야 아 그때 꼭 그럴 필요가 없었구나 하는 자각이 옵니다. 이 이유는, 사회에서 경쟁을 할 때 무기가 꼭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서입니다. 앞선 출발선에서 출발을 하고도 남들에게 뒤처진 사람은 그만큼 타격이 커서 재기가 안 되기도 합니다.     

내성적인 성격이라고 꼭 나쁜 게 아닙니다. 예전에 정주영 현대 창업주는 엘리트 신입 사원을 뽑아 놓고 길거리에 내보내서 큰 소리로 영업을 시키기도 하고, 백사장에서 서로 씨름을 시키기도 했습니다. 나의 껍질 안에 머무르지 말고 빨리 밖으로 뛰쳐 나오라는 겁니다. 이처럼 물론 사회는 외향적인 사람이 유리한 면이 있지만, 요즘처럼 사회가 고도화하면 꼭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함부로 아무나와 어울리다 범죄에 연루되기도 하고(분위기에 휩쓸리는 게 그만큼 무섭습니다), 사기 피해자가 되기도 합니다. "온전히 나를 단단하게 만들 뿌리를 내리는 시간(p53)." 내성적인 사람이 자주 갖는 자기만의 시간이라는 게 이렇게 중요합니다.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고전 <엘리펀트 맨>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난치병에 걸려 외양이 무섭게 변한 주인공을 서커스단에 넣어 구경거리로 끌고 다니며 잔혹한 학대를 한다는 줄거리인데, 이처럼 근대에는 이른바 프릭 쇼라고 해서 장애인이나 중환자를 소재로 비인간적인 처우를 일삼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반면 책 p75에 나오듯 휴 잭맨 주연의 <위대한...>은 오히려 자신들의 단점(사회에서 그리 평가받은)을 개성으로 살려 세상과 당당하게 맞서는 이들의 사연을 다룹니다. "다름"이 곧 틀림은 아니라는 간명한 교훈을 잘 표현한 영화인데, 저자도 우리들의 사소한 단점에 자꾸 발목 잡히지 말고 고개를 들어 세상을 보자고 독자를 격려합니다.    

p119에 보면 모 대표님과의 약속을 건강상의 이유로 지키지 못하게 된 저자님의 사연이 나옵니다. 우리가 사회에서 "건강상의 이유"라고 하면 대개는 꾀병이나 고의적인 태업, 무례, 경고로 인식하는 게 보통입니다. 저자님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다 알게 된 사실이지만, 건강이 아주 좋으신 분이 아닙니다. 그래서 캔슬이 있을 수 있는 건데, 아마도 그 대표님은 그 사정을 모르시고 일반적인 "건강 사유"에 저자님의 사례를 포섭했나 봅니다. 이래서 사람은 역지사지, 남의 사정을 좀 고려하면서 사는 습관이 들어야 하고,내성적인 사람은 이 점에서 분명 건성건성 인싸로 사는 사람들보다 유리한 점이 있습니다! 

사람의 내면 안에는 우주가 깃들었습니다. 이처럼 광대한 우주 안에 과연 무엇이 있을지, 어떤 잠재력이 숨었을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남들의 시선이 문제가 아니라 그 우주 안에서 보석을 캐는 건 오로지 나의 몫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본 주식시장의 승부사들 1 - 나는 이런 생각으로 이 회사 주식을 샀다! 일본 주식시장의 승부사들 1
닛케이 머니 지음, 김정환 옮김 / 이레미디어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가 보통 보곤 하는 캔들 차트도 원래는 일본에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보통 플라자 협의가 일본 경제의 침몰만 가져온 것으로 알고 있으나 양면성이 다소 있습니다. 가뜩이나 튼실한 구조였던 일본 자본은 이로써 더욱 큰 양적 확충을 기했고, 일본인들은 제조업에서 이제 본격적으로 투자 쪽으로 눈을 돌려 더 편하게 큰 돈을 버는 법에 몰두했습니다. 이 책은 현재도 일선에서 맹활약 중인 베테랑, 혹은 팔팔하게 젊은 투자 고수들의 솔직한 이야기들을 담았습니다. 

1번으로 소개돤 이마카메안(닉네임이라고 합니다) 씨는 나이가 60대입니다. 今龜庵(금귀암)이라고 쓰는데. 원래 전업 투자자는 아니었고 08년 리먼 사태 때 퇴직한 분이라고 하네요. 투자는 무조건 검증된 대형주로만 해야 한다는 분도 있고, 금귀암 선생처럼 소형주 위주로 하는 분도 있죠. 이 파트 제목부터가 "재료주에 과감히 올라타라"인데, 소형주가 원래 테마를 제대로 만나면 많이 튀는 게 사실입니다. 다만 달리는 말에 올라타기엔 이미 늦지 않았나 싶어 머뭇거리고, 이미 타 있으면 더 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머뭇거리다가 결국 손해를 보는 게 우리 개미들입니다. 

비법이라며 그가 털어놓은 이야기는 다소 과감합니다. 일단 이분은 무조건 소형주 위주로 한다는 건 과장이 아니라 사실인 듯합니다. 여기까지만으로도 강철 심장을 가져야 하겠는데... 더 놀라운 건 이미 급등한 종목 위주로만 하신다는 건데요! 와... 선생 말씀은, 물론 타율이 낮지만, 개중에 하나는 확실하게 더 오르고 그 이익이 타 종목 손실을 만회한다는 겁니다. 뭔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하기 딱인데... 본인도 그렇게 밝히시지만 포인트는 그 "재료"의 성질을 면밀히 분석해서 취사선택한다는 데에 있겠네요. 

제가 해석하기로는 이분은 테마의 본질을 잘 꿰뚫어 보고 가짜 테마에는 안 들어간다는 데에 혜안이 있으신 듯합니다. 이분이 운영하시는 채널도 공부해 보고 제대로 모방해야지, 어설프게 따라하다가는 큰일날 수 있으니 조심이 필요합니다. 또 책을 잘 읽어 보면, 차트만 보는 분이 아니라 실물 산업 전반의 큰 스케이프를 확실하게 가진 분이네요. 공부를 미리 철저하게 하고 들어가니 심지어 리츠에서도 승률이 저렇게 높죠. 경기민감주는 신중하게 하라는 충고도 덧붙입니다. 

우리도 바이오주가 그렇게나 사람들 애를 먹이는데 이게 터지면 크게 터지니까 버릴 수도 없고, 머리 좋다는 한국인들이 미용산업 하다가 지쳐서 유입(?)된 게 또 바이오 섹터이고 보니 기대가 안 되지도 않고... 아무튼 딜레마입니다. 반면 일본 제약산업은 원래 저력이 있는 섹터입니다. 이러니 일본에서 통하던 방법이 한국의 열악한 현실에 과연 그대로 통할까 싶기도 하나, 마키타니 씨의 말을 들어 보면 뭔가 수긍이 되고 시사점도 찾아지는 것 같습니다. 

머리가 좋은 분들은 꼭 하나의 분야뿐 아니라 인접 다른 필드에서도 두각을 나타냅니다. 조훈현 9단도 포커를 그렇게 잘 치신다고 하죠. 다케키요 씨도 원래 바둑기사였다가 기원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시작한 주식 투자가 나중에 대박을 친 경우라고 합니다. 이분도 시간을 많이 낼 수 없어 저평가 종목 위주로 한방을 노리던 게 어느새 고수가 되었다고 하는데... 물론 여기도 함정이 있으며, 저가주가 실제 포텐 만빵인데 저평가주인지, 아니면 그럴 만해서 그 가격이고 앞으로도 꼴아박을 녀석인지는 판단을 정말 잘 해야 합니다. 이런 고수에게는 방향성 자체가 아니라 그 고유의 테크닉과 안목을 배우는 거죠. 

p207에 소개된 듀크 님은 말 그대로 듀크입니다. 신고가(재료주 개념과는 다릅니다)가 난 종목이 있으면 그떼부터 해당 회사나 섹터, 산업에 대한 분석을  본격 시작합니다(물론 원래도 잘 알았지만 업계 실무자 레벨까지 디테일을 파고든다는 뜻). 대변혁에 주목하고, 예측대로 주가가 움직여야 추가매수에 들어간다는 원칙이 있으며 투자의 기조는 첫째도 둘째도 "신중"이라고 합니다. 

이런 책 읽을 때 가장 유익한 건, 여태 한 방향만 보다가 갑자기 (닮은) 다른 방향으로도 시선을 돌렸을 때 틀린 그림이 확 눈에 띄는 그런 쾌감 같은 게 있다는 겁니다. 국장만 하던 분들은 닮았으면서도 꽤 다른 시장을 다룬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볼 만합니다. 고민이 그간 깊었다면 깊었을수록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많을 것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차마 못다 한 이야기들
마르크 레비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술의 발달은 실로 놀랍습니다. 어떤 사람이 죽으면, 그 사람의 정신을 소프트웨어화하여 그 사람 생전의 모습을 그대로 본뜬 안드로이드에 담아 일주일 간만 유가족과 함께 지내게 해 줄 수 있습니다. 그런 기술력을 지닌 회사의 대주주가 안토니 왈슈 씨이며, 그의 딸이 줄리아입니다. 줄리아는 사십이 안 된, 아직 어느 백작부인보다 더 옷태가 사는(p333) 여성인 듯합니다. 

왜 하필 일주일일까요? 유가족이 영원히, 배터리를 갈아 가며 그 안드로이드와 함께 지낼 수 있게 하면 더 좋을 텐데. 안토니 왈슈 씨에 의하면 윤리적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는 안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줄리아에게는 어느날, 죽은 아버지의 모습을 빼닮은 인형(안드로이드) 하나가 배달되어 옵니다. 얼마 전 아버지가, 하필이면 줄리아가 아담이라는 남자와 결혼하기로 한 그날 돌아가셔서 장례식에도 참여하고 온 터입니다. 줄리아는 이십 년 가까이 아빠와 의절하고 살았는데, 성격 차이 외에 토마스 메이어라는 남자와 얽힌 어떤 일이 있었기 때문임이 소설 중반 이후에 밝혀집니다. 

생전에 차마 못다 한 이야기들을 남은 엿새 동안 나누고 오해를 푸는 일은 분명 뚯깊습니다. 그렇게 하라고 마치 맞춤형으로 이런 놀라운 기술이 발명되었다니 우연도 이런 우연이 없습니다... 라는 말을 덜컥 믿어버린다면 그 사람은 정말 순진한 사람임이 틀림 없습니다. 소설 후반부에서 약혼남 아담은 끝내 그 사유, 핑계(?)를 믿지 않습니다. 믿고 안 믿고가 문제가 아니라 아담은 그새 더 중요한 사실을 알아버린 거죠. 

음 여튼, 아버지와 딸은 원래 신혼여행 코스였던 퀘벡행을 떠나기로 합니다. 토마스와의 그 일(무엇인지는 아직 안 나옵니다) 아니라도 부녀는 사사건건 부딪히는데 이 말다툼이 소설 읽는 재미 중 큰 포인트입니다. 예를 들면, p114에서 "제가 제안을 받아들일 걸 어떻게 알고..?"라며 미리 비행기표 이름 정정을 다 마친 아빠를 반어법으로 비꼬는 대사가 재미있었습니다. 사실 이 대목에서도, 아무리 감쪽같이 만들었다지만 안드로이드를 사람들이 그렇게나 못 알아볼까 의문이 들 만하죠, 

사실 여기까지 읽고도 뭔가 큰 ....이 벌어지고 있음을 눈치 채지 못한다면 그 독자는 미시즈, 아니 미스 줄리아 왈슈만큼이나 아주 순진한 사람이겠습니다. 작가 마르크 레비는 반전을 숨겨 놓았다기보다, 거의 노골적으로 단서를 주며 이 ...에서 진상을 모르는 사람은 오직 줄리아뿐이라며 킥킥대는 중인데 말입니다. 소설 속에 제시된 힌트 몇 개만 여기 적어 보자면, p90의 "프로그램에 오류라도..",  p139와 p144의 "무릎 관절 지적 대목, p263의 주치의가 아직 모른다는 소리(말이 안되죠), p150에서 비서 왈라스(왈라슈라고 오타 났습니다)가 들킨 대목, p277의 "이 모든 게 계획..." 운운하는 대목, p295의 프로그램 덕분에 15개 언어 가능(웃음이 터집니다), p316의 기계 사용법을 모른다는 소리, p372의 "독어는 못 읽으신다고 했는데"라는 대사, p187의 기술상의 작은 오류라는 땀 등 많습니다 ㅋㅋ 

아빠는 계속 딸과 화해하려 드는데 딸은 밀어냅니다. 그만큼 상처가 커서인데, p101에서 아빠가 "그냥 꺼버리려고"라고 하는 대목은 읽으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p185의 "지난 주에 죽은 게 잘한 일"이라든가, p442의 "그날을 택해 돌아가신" 같은 대목은 우스우면서도 슬펐습니다. 사람이 어떻게 죽을 날짜를 고를 수가 있겠습니까. 물론 안토니 왈슈 씨 같은 특별한(?) 분은 다를 지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p117에서 "인간 대 인간의 조언"이라고 하는 데서 왈슈 씨의 부성애가 드러납니다. 

시대상도 여러 군데에서 드러납니다. 일단 토마스 메이어와의 인연도 구 동독(공산주의)의 체제가 배경이 되었던 것이며, p161의 "이히 빈 아인 베를리너" 연설(케네디의) 같은 게 그것입니다(연설 자체는 줄리아가 태어나기 훨씬 전이지만). p123, p364에 존 피츠제럴드 케네디 공항이 언급됩니다. p359의 한스 디트리슈라는 호적계 직원은 왠지 구 서독 외무장관(베를린 장벽 붕괴 당시에도 재임) 한스 디트리히 겐셔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이 소설이 2008년작이라서인지 아직 남자 승무원을 스튜어드라고 부르는 것도 눈에 띕니다. 그런데 2023년 기준, 아직도 프랑스에서는 미국처럼 승무원에 대해 성 평등이 철저히 적용된 호칭을 쓰고 있지는 않긴 합니다(소설 배경은 미국이지만, 이 소설 원작은 불어로 쓰였습니다). p267을 보면 안토니 선생이 "국경이 없어서 좋다"고도 하는데, 그새 생겐 협약이 체결된 사정을 반영합니다. p285, p435에서 가수 글로리아 게이너(왈슈 씨가 좋아하는)가 두 번 언급됩니다. 

만나야 할 사람들은 결국 만나야 하며 그게 아빠의 마지막 선물이었습니다. 우리 모두, 있을 때 잘해야 하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돈 되는 투자 시스템 만드는 법 - 포지션 규모와 청산 전략이 없다면 큰돈은 꿈도 꾸지 마라!
반 K. 타프 지음, 조윤정 옮김 / 이레미디어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투자에 있어 어떤 좋은 감 같은 것으로 매번 임하는 건, 중장기로 볼 때 그 성과가 좋지도 못할 뿐 아니라,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시드머니가 작건 크건 간에 시스템을 만들어 투자를 행하면, 일관된 성과가 나올 수 있을 뿐 아니라 남는 시간에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습니다. 시스템에 의한 투자는, 모니터만 속절없이 바라보는 시간도 줄여 주는 게 보통이기 때문입니다. 

척 휘트먼이 쓴 권두 추천사를 보면, 특히 이 책의 장점으로 꼽을 만한 건 포지션 규모 전략입니다. 포지션의 방향이 아니라 "규모"를 설계하는 전략이라는 게, 척 휘트먼의 말대로 매우 드문데, 저자 반 타프 박사나 휘트먼 모두 "손실의 규모를 제한"하는 목적 때문에라도 이 전략을 잘 숙지하고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손절, 손절이라며 말들 하는 게, 아무리 매력적인 종목이라 해도 단기에 너무 큰 손실이 나면 오래 버틸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 또 개인적으로 주목해 본 점은, 2장에서 투자자들이 보통 저지르곤 하는 실수 패턴 하나를 날카롭게 짚어낸 대목입니다. 우리들 투자자들이 (상황이 뻔할 때에조차) 이성적인 결정을 행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이를 판단적 휴리스틱(judgmental heuristics)이라 명명합니다. 쉽게 말해, "내가 과거에 이렇게 해 봤더니 되더라"입니다. 

물론 시행착오를 통해 쌓이는 경험은 누구에게도 소중한 자산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인과관계라는 게 정확히 귀납되어야(induced) 하며, 인과관계가 엉뚱하게 포착된 걸 경험칙이라며 미화, 왜곡하여 신조화하면 결과는 필패입니다. 이 중 가장 원시적인 형태는 "전에 이 종목을 샀을 때 잘 되더라" 같은 것이겠습니다. 차트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시장의 전체 상황은 어떠했는지가 다 다를 수 있는데 그저 종목 하나만 보고 들어간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p124에서 저자는 무엇보다 "나 자신을 정확하게 평가하라"고 충고합니다. 자신에 대해 적용하는 SWOT 분석이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 고전인 손자병법에도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는 말이 나옵니다. 개인의 강점, 약점(예: 나는 컴퓨터를 잘 다룰 수 있는가?)을 철저히 분석하여 자신에게 알맞는 전략을 짜는 게 무척 중요합니다. 또 이 책에서는 외적으로 드러나는 특성 말고도, 자신에게 특이한 심리적 개성을 정확하게, 메타적으로 파악하여 상황에 임하라고도 충고합니다.  

"몇 가지 특정한 개념만이 시장에서 효과가 있다(p133)." 많은 전문가들, 경제학자들이 거창한 이름을 붙여 이러이러한 게 있으니 주목, 활용하라고 목청을 높입니다. 그런데, 그 중에 과연 실전 투자에서 효과를 본 게 유의미하게 많던가요? 현란하게 명명된 보조지표들도, 현직 증권맨들은 실전에서 거의 보지 않고 사후에 점검용으로만 참고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도그럴것이 대부분이 후행성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추세추종전략." 반 타프 박사가 의미있다며 전략 중에 녹여낼 것을 권하는 개념 중 하나입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동의할 것입니다. 유튜브 등에서 누군가(세력이 캐릭터 액터로 내세운)가 입에 침을 튀기며 무슨 종목을 홍보한다면, 저런 데 들어갔다가는 큰일난다며 무조건 무시해야 할까요? 물론 장기 투자로는 아주아주 부적절합니다. 그러나 단기로 조금 먹고 나오기에는 아무 해로울 게 없습니다. 세력들이 지 돈 들여서 크게 올려주겠다는데 왜 사양하겠습니까? 다만 이 경우 귀찮더라도 모니터 앞에 버티고 앉아 작은 어떤 기미라도 보이면 바로 털고 나올 수 있게 기민한 태도를 유지해야 하겠습니다. p136에 나온, 밴드 트레이딩의 좋은 예로 "범위가 형성된 시장" 차트 개형이 어떤지도 잘 봐 두는 게 좋겠습니다. 

솔직히, 여러 번 읽어도 잘 이해가 안 되는 대목도 있었습니다. 그 예로, p169에 나오는, "(당신이) 고도로 전문화한 훈련을 받았다고 해도 스스로 펀더멘털 분석을 행하지 말라"가 있습니다. 오히려 공인회계사에 맞먹을 만큼 재무제표 보는 실력을 쌓고 모든 비전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주체적으로 행해야 후회 없는 투자가 되지 않을까요? 아마도 저자의 취지는 다음과 같지 않을까 싶습니다. 

첫째, 펀더멘털 분석이라는 게 겉으로는 각종 복잡한 수치를 대상으로 삼으니 누가 해도 같은 결론이 나올 것 같지만, 사실은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합니다. 누구라 해도 확증편향의 함정에서 쉽게 벗어나기 힘들지요. 누가 봐도 한정의견감인데, 나는 이 회사에서 홀로 희망을 보는 이른바 "명장병"에 걸려 무리수를 둘 수 있습니다. 역시 고도로 훈련된 전문가의 솜씨라는 전제 하에, 다른 사람의 객관적인(?) 분석을 보는 게 그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긴 합니다. 

다음으로, 현실에서 대부분의 종목이 그렇지만, 누가 봐도 결론이 뻔한, 확증편향도 끼어들 틈이 없는 경우에는, 뭐하러 구태여 시간과 정력을 투입하여 자신이 직접 분석하겠습니까? 그건 그야말로 다른 전문가들이 잘 해 놓은 결과만 슬쩍 참고하면 되는 것입니다. 이론적 정합성 여부를 떠나, 반 타프 박사가 격의 없는 태도로 들려 주는,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는 털털한 회고담 같아서 더 마음이 끌리는 대목들이었습니다. 이것저것 잡다한 말 다 참고할 게 아니라 신뢰성 있는 몇몇만 일관되게 "구독"하는 게 좋다고도 합니다. 

"예측은 왜 그토록 자주 빗나가는가?(p292)" 박사가 명시적으로 인용하지는 않으나 경제학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이론적으로 제법 명쾌하게 규명해 놓은 업적이 있습니다. 합리적 기대 가설이라는 게 그것입니다. 과거의 사건들은 제법 높은 비율과 빈도로 현재, 미래에 반복됩니다. 그러나 똑같은 패턴으로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새롭게 발생한 변수를 반영하여 모델을 짜야 하며, 플레이어들이 과거의 사례를 참조하리라는 메타적 판단도 해야 합니다. 이 대목은 합리적 기대가설 프레임에 따라 읽어 나가면 정리가 잘 되었습니다. 

셋업(p313)이라는 단어는 롱이다 숏이다 하는 액션을 취하기 위해 형성된 조건을 뜻할 수도 있고(꼭 증시 용어가 아니라도), 함정이라는 뜻도 가집니다. 공교롭게도 상황을 잘못 읽으면 이건 스타트 시그널이 아니라 함정에 빠질 위험 경고등으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 책 8장에서 초점은 전자에 놓였습니다만, 현명한 투자를 위해서는 제 발에 걸려 넘어지는 일이 없게 조심해야 하겠습니다. p315의 말, "옳은 셋업을 찾기를 대부분 강조하지만 사실 셋업의 중요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대목도 유의해야 하겠습니다. 과대평가된 요소에 주의가 쏠리면 정작 신경 써야 할 것을 제대로 못 볼 수 있습니다.   

엘리엇 파동, 피보나치 패턴 등을 굳게 믿는 분들은 "우주에 질서가 있다(p314, p371, p518)"는 신념과 더불어, 꾸준히 궁극의 진리를 위해 무엇인가를 탐구하려는 성향도 강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현실에서 경험을 충분히 해 봐서 알듯, 법칙이란 게 클리어하게 그 복잡한 정체 도로를 뚫고 쌩쌩 달리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다양한 변수를 적절히 전략에 반영하여 순간순간 융통성 있게 대처하는 게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취해야 흘 태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턴이란 게 역시 무시할 수 없어서, 일정 상황에 일정 패턴은 기가 막히게 들어맞는 수도 있는데, 저자는 잭 슈웨거의 그 책도 참조해 보라고 합니다. 물론 다들 아시듯이 그 책인데, 이 책 중 저자가 추천하는 책이 아주 많지도 않기 때문에 더 기억에 오래 남았습니다. 

R의 개념... 이 책에서 아주 자주 강조되는 내용 중 하나입니다. 때로는 회의적인 맥락에서지만... p408에서 저자는 존 스위니의 캠페인 트레이닝 개념을 설명하는데 저도 몇 년 전에 그 책을 읽었지만 이해가 어려웠는데 오히려 반 타프 박사의 이 책이 원 저자보다 설명을 더 쉽게 해 놓아서 머리에 쏙쏙 들어왔습니다. 이 책에서 풀어 준 최대 역행폭 케이스를 다들 꼭 읽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투자 오래 하신 분들은 공명되는 부분이 많을 것입니다. 

영리한 개미라고 해도 제법 잘 번다는 정도이지, 기관을 beat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니, 거의 불가능하다고 해도 됩니다. 제도권 매니저들이 퇴직하고 나서 자기 사업 하면 펄펄 날아다닐 것 같아도 고전하는 게, 책 p531 이하에 잘 나오듯 증시란 본질적으로 시장 조성자에 유리한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이 대목은 실전 전략 수립보다, 시장의 구조적 특성을 파악(재확인)하는 데 시사점을 줘서 유익했습니다. 

주석은 각 챕터 뒤에 모여서 실립니다. 마지막 챕터에는 반 타프 박사와의 가상 인터뷰(아마도 자문자답?) 역시 그의 솔직한 성향을 잘 보여 줍니다. 1장 서문에는 조셉 캠벨의 유명한 고전 <신화의 힘>으로부터 제사(題辭)가 뽑혔는데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는 적절한 인용입니다. 나 자신이 가장 가치 있고 소중한 자산이라는 말은 워런 버핏도 이 비슷한 발언을 한 적이 있고, 진정 경제적 자유를 찾기 위한(이 책의 원제 일부이기도 한 구절) 첫걸음이 자립적, 주체적 투자관의 확립이라는 점도 상기해 주기에 유익합니다. 후기에 미처 다 담지 못한(숨기고 싶은?) 좋은 내용이 너무 많아서 대만족인 독서였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개산 패밀리 2 특서 어린이문학 4
박현숙 지음, 길개 그림 / 특서주니어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앞서 1권에서 후반부에 처음 등장했던 "흰 개"는 이름이 "파도"입니다. 참... 이름이라는 게 그렇게나 큰 의미를 가지는지, 조난자("그 사람")이 자신을 "들개"라고 불러줬다고 그렇게나 설레어하던(2권 p19도 참조. 뭐 그건, 누가 봐도 설렘의 감정입니다. 박현숙 작가는 이런 기술이 탁월하죠) 얼룩이를 다시 떠올려 보면... 아무튼 파도는 이 2권에서도 말이 참 많은데, 다만 그 안에는 중요한 정보가 들었습니다. 

여튼 파도가 알려 준 엄청난 정보를 듣고 얼룩이와 바다는 고민에 빠집니다. 그런데 여기서 자기들끼리 이럴 게 아니라, 대장이 괜히 대장인가요, 대장한테 빨리 가서 상의를 해야 하지 않겠나는 생각이 저는 들었습니다. 파도도 익히 알고 있는 "전설의 검은 개"가 바로 대장이라는 건 1권에서도 나왔고(그러나, 스포라서 이 후기에서 말할 수는 없지만 p65, p76, p166 참조) 이 2권 처음에 파도가 드디어 대장을 만나(p8) 그 실물을 보고 감탄하는 장면이 있습니다(좀 뒤 p61도 참조). 또 1권 마지막에 바다가 얼룩이더러 너의 자질에 걸맞은 새 이름을 가지라며 "용감이"라고 새로 불러 주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2권 p49, p129에서, 대장 입에서도 처음으로 용감이라는 호칭이 나옵니다. 

대장은 여러 번 팸원(?)들을 감동시킵니다. 멋있는 외모로 한 번(은 아니고), 고깃덩이를 능력 좋게 아지트로 가져와서 한 번(우리들은 마트에서 고기 사올 때 봉투가 안 터지게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2권 p21), 갑자기 사라졌다가 모두의 걱정을 달래며 컴백해서 또 한 번... 야마오카 소하치도 말했듯이 보스는 이처럼 부하들을 진정으로 반하게 할 줄 알아야 합니다. 대장을 무척 따르던 바다는 1권에서도 아팠고 이 2권 p120에서 죽습니다. 너무 슬펐네요. 불쌍한 바다ㅠ 

역시 대장은 보통 짬(?)이 아닌 게, 들개에도 진정한 자격 같은 게 있다고 그 지론을 설파합니다(p54, p99). 요지는 사람들에게 넘어갈 여지가 있으면 그는 아직 진정한 들개가 아니라는 건데(번개 같은 애들), 이렇게 믿으면서도 정작 자신은 사람들에 대해 그리 극단적인 적대 스탠스를 갖지 않으니 그것도 좀 신기합니다. 역으로 생각하면 개도 그렇지 않겠습니까? 아직 주인을 온전히 믿지 못하면 그는 완벽한 개가 아니다, 아직도 절반은 늑대(p158)라고 봐야 한다, 혹은 사람이, 이렇게 완벽한(완벽해진) 개한테 그에 합당한 보답을 못 주고, 뒤통수나 치고 유기(나아가 포식)나 한다면 그 역시 온전한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논리는 (독자인 제 생각으로) 이렇게도 연결됩니다. 

1권에서도 그런 장면이 있었는데(조난자- 나중에 헬기로 구조되었다는-가 얼룩이한테 자기는 입이 터져서 못 먹는다며 햇반 도로 가져가라는 씬), 2권에서도 유난히 친절한 붕어빵집 아줌마가 얼룩이한테 말을 걸고 얼룩이도 뭐라고 대꾸를 하는 듯한 장면이 p78 같은 데 있죠. 이 이야기 속에서 희한하게도 개들은 사람 말을 알아듣는데 사람은 개의 말을 못 알아듣습니다. 얼룩이도 그런 취지로 제스처를 취한다는 거지 저 말을 아줌마가 일일이 이해하는 게 아닙니다. 

p98에서 대장, 얼룩이, 바다, 미소는 드디어 번개를 다시 만납니다. 얼룩이가, 번개더러 그날 조난자에게 먹을 걸 갖다 준 건 대장이 아니라 미소였다고 오해를 풀라고 합니다. 미소가 그를 도와 준 건 특별한 인연이 있어서였는데 저는 1권에서 그 대목을 읽고 노예로 끌려가던 벤 허가 어느 젊은 목수(...)에게 물을 얻어 마시고 죽다가 살아나던 장면이 생각났습니다. 벤 허는 훨씬 나중에 은혜를 갚으려고, 형장으로 십자가를 지고 올라가는 그 목수에게 물을 건네지만 실패합니다. 그 목수는 하늘이 미리 정한 섭리에 의해 그 형장에서 죽어야 했기 때문이었죠. 벤 허는 유대 귀족 출신이었지만 (알고보니) 그 목수는 벤 허 따위가 함부로 호의를 베풀 수도 없는 존재였습니다. 

충분히 경험이 많고 지능이 높아도 남에게 속을 수 있습니다. 보이스피싱범들이 그렇게 활개치는 건, 여튼 자녀에 대한 위험이 거론될 때 사람들은 고작 1%의 가능성이라도 순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장도 "침을 질질 흘리는 누런 개"의 말에 속을 정도는 아니었으나(p135) 번개가 너무 걱정되어서 그렇게 했던 것입니다. p110에서 침질질이 구라를 쳤지만 p140에서 파도는 멀쩡하게 잘 다닌다는 것도 밝혀집니다. 

침질질 이놈은 정말 악질인 게, 대장한테 누명을 씌우기 위해 마지막까지 속임수를 시도합니다. 그러나 지혜로운 대장은 한 번 속지 두 번은 안 속습니다. 침질질 이놈은 제가 길에서 만나기라도 하면 대갈통을 걷어차기라도 해서 그 버르장머리를 고쳐 놓아야 하겠네요. 대장은 역시 믿는 구석이 있었고, 그는 바로 ooo oo o였습니다(스포). 이제 청계산 패밀리는 새로운 출발을 하며 새 식구 뭉치도 상처를 닫고 건강히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사람들은 제발, 법에 따라 반려동물과 이별을 해도 해야겠으며 제발 산 같은 데 유기하지 맙시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