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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도 파는 셀러의 기술 - 당장 매출 확 오르는 상품판매 솔루션
박비주.서환희.육은혜 지음 / 청년정신 / 2023년 9월
평점 :
회사 다니면서 고달프게 남의 일을 해 주거나 윗사람에게 이래라저래라 지시 받지 않고 나만의 사업을 한다는 건 분명 하나의 로망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연히, 좋은 점만 있는 게 아니며, 성공보다는 실패할 확률이 훨씬 높은 게 자영업입니다. 백종원 씨도 웬만큼 준비를 잘 갖추지 않았다면 창업은 꿈도 꾸지 말라고 했습니다. 창업할 때에는 다들 의지도 목표도 충만하며 한국인 특유의 부지런함으로 열심히들 일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의욕과 부지런함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고 세밀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저자는 p33에서 세일즈와 마케팅은 엄연히 다르다고 강조합니다. 저자의 정의에 따르면, 마케팅은 고객의 관심을 끌어 일단 사람을 모이게 하는 것이라면, 세일즈는 최종적으로 구매결정을 이끌어내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게 이끄는 걸 가리킨다고 합니다. 유명한 말처럼 "요즘 고객은 필요한 것을 사는 게 아니라, 원하는 걸 사기 마련"입니다. 상대방에게 내 물건을 원하게 만들고, 마침내 사인을 하게 이끌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요.
전통적으로 셀러의 관점(p39)에서 마케팅 전략의 4P는 product, price, place, promotion을 꼽았고 이는 제롬 매카시 교수가 1960년대에 제안했었습니다. 1990년대에 소비자의 관심에서 새로 4C가 대안으로 제시되었는데 consumer, cost, convenience, communication이라고 합니다. 이는 밥 로터본 교수의 논문에서 주창되었으며, 책에서는 이 네 가지를 매칭시켜 30년만에 마케팅 믹스 패러다임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기 쉽게 설명합니다. product와 consumer가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궁금할 수 있는데, 종래의 마케팅이 일단 제품(product)을 만들어 놓고 어떻게 팔지를 고민했다면 현대에는 무조건 소비자를 먼저 상정하고 이 사람이 뭘 원하는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는 뜻입니다. 읽어 보면 다 수긍이 가는 내용들입니다.
전략적 판매기획 단원에서는 3C, SWOT, PEST 분석 등이 소개됩니다. 특히 PEST는 개인이나 개별 회사가 딱히 어떻게 할 수 없는 거시환경에 대한 대처방안(p48)입니다. 책에는 밀키트를 예로 들어 이 분석들이 현실 속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보여 줍니다. 학생 시절에는 개념만 교과서에서 익히고, 회사 다닐 때에는 보고서 작성시에만 외관 확충을 위해 인용했다면, 이제 내 사업을 위해, 내가 죽고사는 심각한 생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tool을 써 보는 것입니다. SWOT 분석을 꼭 대기업, 중견기업의 시장 전략 수립에만 갖다대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컵에 물이 반이나 남았다고 볼 수도 있고, 반밖에 안 남았다며 비관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마케팅은 종전의 뻔한 상황이나 상품도, 소비자에게 그 새로운 의미를 각인시켜 히트 상품으로 바꿔 놓는 기술입니다. 책 p64에서는 종전의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 하나의 날짜를 넘어, 1년 12달이 매번 특별해지게 의미를 부여한 성공 사례를 소개합니다. 물론 어떤 마케팅이 내내 선도를 지킬 수는 없고, 시간이 지나면 식상해지거나 상술에만 치중한다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 감안해야 하겠습니다.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가 인기라면, 왜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대로) 가격을 높여서 그 구매 열망이 더 간절한 수요자에게 우선 공급하지 않는가. 이런 전략은 해당 상품에 대한 반감을 높여 오랜 생존을 어렵게 만들어 셀러에게 장기적으로 더 손해일 수 있습니다. 책에 나오는 허니버터칩이 그 예인데, 한때 인기를 끌망정 누가 이걸 명품 영역으로 인식하지는 않으니 말입니다(명품이면 그래도 됨). 이런 걸 가리켜 저자는 "득템력 연출 전략"이라고 합니다.
맥북은 윈도기반 PC처럼 광범위한 소구력을 갖진 않으나 대신 충성스러운 고객층을 수십 년 간 유지했습니다. 책에서는 애플사의 "상품 표현 전략"을 소개합니다. 개성적인 프로필 이미지, 상품명 같은 건 일단 무심히 지나치는 고객의 눈을 확 부여잡는 데에 중요합니다. "호기심과 기대감을 갖게 만들어라." "소통하지 않으면 터진다."(p80) 확실히, 마케팅이란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내는 최고난도의 기술입니다.
상품과 서비스를 사게 만들려면 일단 세일즈를 하는 이의 목소리가 중요하다고 합니다(p94). 사실 세일즈뿐 아니라 뉴스 방송 같은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마다 다 똑같은 톤과 색채(잘 통한다는)로 소리를 내는 것도 아닙니다. 자신의 외모가 풍기는 이미지에 맞게 최적의 보이스를 연출하는 게 관건인데 이걸 스타일링 잡는다고 해도 되겠습니다. 잘하는 사람은 무작정 목소리를 깔지도 않고, 억텐으로 부담스러운 발랄함을 발산하지도 않습니다. 표정 연기도 목소리에 맞게 개발해야 하는데 예사롭게 보여도 이게 쉽지가 않습니다. 잘 안 되는 사람은 남이 자기 스타일 잡으려고 노력할 때 혼자 게을렀던 사람입니다.
성공하는 문구는 예상밖의 한 방을 날리는 의외성(p117)이 있어야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뻔히 이러리라고 예상했다가 의외의 반응이 나오면 놀라서 다시 뒤를 돌아보게 되어 있습니다. 내 스펙에는 관대한 사람이라도 남의 스펙은 누구라도 까다롭게 따지기 마련이니 팔려는 아이템의 스펙이 한눈에 드러나게 해야 합니다. 또 내가 소비자와 공감한다는 걸 보여 주고, 짝퉁이 아니라 오리지널임도 어필해야 합니다.
물건 하나를 사도 꼼꼼하게 따지고 분석한 후 결정을 내려야 하지만 우리 소비자들 중 그렇게 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몇 가지 점만 대략 훑고 빨리 판단을 내리는데 이런 휴리스틱 기제가 대세라면 셀러도 그에 영합할 필요가 있습니다. 책에는 대표성, 가용성, 자기편향 휴리스틱 등 세 유형(p140)이 설명됩니다.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더 영리하고 더 기민해져야 합니다. 스피치, 전략, 인사이트 등 모든 면에서 기술을 닦고 역량을 키워야 하겠다는 점 실감한 독서였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