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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리프레임 - 불확실성의 시대, 기업과 브랜드의 효율적인 혁신 전략!
이연주 지음 / 라온북 / 2023년 9월
평점 :
서문에 나오는 저자님의 말씀이 의미심장합니다. 과거에는 우리가, 우리 밖 세계에서 이미 설정한 규칙과 틀에 따라 잘 적응하여 비즈니스를 운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좁아터진 땅에 부존 자원은 하나도 없고 수출 촉진만이 살 길이었기에 해외 소비자들의 기호 사항을 잘 맞추고, 섹터별로 이미 구획된 산업의 특성에 수동적으로 맞춰서 성실히 기존의 룰을 준수하는 게 고작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한국은 중진국의 수동성을 탈피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영리한 패스트 팔로워 노릇에서 벗어나 우리가 틀을 만들고 룰을 세워서 퍼스트 무버의 이점을 누릴 정도가 되어야만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 또 중진국 대열에 머무르면 그 자리라도 계속 지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밀려 더 밑으로 떨어질 위험이 큽니다. 반대로, 과감히 앞으로 돌진하면 그에 알맞게 종전에는 못 누리던 선착자만의 특권이 우리 것이 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지난 시대가 나눠 뒀던 비즈니스의 틀을 깨부수고 창의와 혁신을 통해 우리가 시장과 섹터를 손수 만들어 나갈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세계를 우리가 따라가는 게 아니라, 세계가 우리를 따라오게 해야 합니다. 이미 밖에서도, 우리를 그 정도로 존중하여 보고 있습니다.
"상품을 팔지 말고, 상품 외의 것을 팔아라(p64)." 저자는 특히, 상품 자체만의 판매 경쟁에 집착하면, 결국는 가격 경쟁으로 수렴한다고 지적합니다. 그 결과는 우리가 익히 알듯 제살깎아먹기 블루오션이며 모두가 망하는 걸로 끝납니다. 이래서는 자기 사업을 하는 이유가 없습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유형(有形)의 그 무엇에 집착하지 말라. 결국 그 장점은 경쟁자가 따라한다. 나중에 가서 아무 차별점이 없어진다."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 나만의 장점이 되어야 합니다. 저는 처음에 아이폰의 무서운 경쟁자였던 갤럭시가 왜 이렇게 한참 뒤떨어진 2인자, 아니 그 이하의 위상이 되었는지가 의아했는데, 첫째는 삼전 이재용 회장의 혁신 실패이며, 두번째는 지속적으로 아이폰에 품질 이상의 어떤 가치 후광을 불어넣은 애플(과 고 잡스)의 전략이 먹혀서라고 생각하게 되었네요.
p96에서 저자는 핵심 드라이버라는 개념을 강조합니다. "고객의 행태, 라이프스타일, 가치관을 바꿔 놓아 변화를 일으키는 동인." 이것이 책에 나온 정의입니다. 고객을 먼저 구분하고 들어가면 그건 그냥 기존 시장에 적응하겠다는 소리밖에 안 됩니다(그러다가 블루오션행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느냐. 먼저 트렌드를 읽으라고 합니다. 트렌드가 지금 이렇게 흘러가니, 기존의 레저 산업은 더 이상 레저산업이 아니며, 인구 구조의 변화나 "소셜라이징 방식(p97)"이 크게 바뀜에 따라, 레저는 패션 산업, 외식 산업, 상조 산업(금융), 교육, 의료 산업과도 융화할 수 있습니다. 아니 이미 그렇게 되는 중입니다.
요즘은 사람들이 어딘가를 가려 할 때, 어떻게 하면 인스oo램 같은 소셜미디어에 예쁘게 올릴 배경이 될지를 먼저 생각합니다. 이런 장소의 특징을 가리켜 "인스oo래머블하다"는 신조어도 나왔다고 합니다(p133). 그렇다면 자영업자들은 자신의 샵을 인oo용으로 나오게끔 세팅하려는 노력도 필요한 것입니다. 그런데 저자는, 호주의 프랜차이즈 이솝을 예로 들며, 그 이상의 무엇을 독자들에게 가르칩니다. 딱히 광고도 없이 사람들을 자발적인 홍보대사로 만드는 이 브랜드의 비결은 무엇일까. 매장이든 홈페이지에든 다양한 컨텐츠를 심어 두는 게 이 기업의 전략입니다. 사람들은 매장을 방문하며 "사진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을 모으게 된다"고 합니다. 브랜드와 함께 사람들은 개성과 추억을 축적하며 공감하고 일체화하게 됩니다. 그냥 로열한다는 말로는 부족하죠.
예전에 어떤 드라마 때문에 "엣지있게"라는 말이 유행했습니다. 에지(edgy)라는 모서리, 뾰족하다는 뜻인데, 특징이라든가 개성하고는 또다른 의미입니다. 개성에다가 페르소나와 체험 요소를 더하는 건데, 대표적인 게 곰표 밀가루가 요즘 행하는 마케팅입니다. 이 이상한(?) 유행은 요즘 편의점에 들르면 코너 곳곳에서 눈에 띄므로 관심 없던 사람들도 알게 되는데, 곰표는 원래 나이 든 세대에서나 인지도가 있던 브랜드이므로 이런 마케팅은 MZ 사이에서 해당 브랜드의 인식을 개선하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미국 연준이 현재 금리 인상 기조라서 시장은 언제 피보팅(pivoting)을 할지에 관심이 쏠려 있었습니다. 경제환경이 수시로 급변하는 작금은 기업도 트렌드를 잘 살피며 피보팅(사업 방향 전환)을 언제든지 단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p172). 그러기 위해서는 "혁신 어항'이 필요하다는 게 저자의 제안입니다. p165에 그 자세한 뜻이 나오는데, 사업하는 사람은 현재의 어항, 또 혁신의 어항, 이 두 개를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 환경이 바뀔 때 이리저리 피보팅하면서 대처할 수 있다고 합니다. "외부 센싱(sensing), 비즈니스 현 상황 인지, 혁신 프로젝트 발굴 및 수행(p169)." 이것이 바로 혁신 어항이 있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 책의 주제라고 할 수 있는 리프레임을 위해서, 사업가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저자는 두 가지로 요약하는데(저자분의 주전문 업무가 이쪽입니다), 디자인 사고와 다차원적 사고가 그것입니다. 디자인 씽킹은 요즘 책들에서 자주 언급되기도 하고 이 점만을 주제로 내세운 책도 있으므로 귀에 익을 것 같습니다. p177에 그 핵심이 잘 도식화되었는데 간단히 말하면 "고객 중심의 사고"라고 합니다. 다차원 사고는, 그 대상이 무엇이든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보기, 숲도 보고 나무도 보기, 이렇게 해서 사물과 현상에 대해 살아 움직이고 꿈틀거리는 변화상을 모두 관찰하고 장악하려는 태도입니다.
비즈니스에서 영원하고 고정된 건 없습니다. 어차피 바뀔 것이라면 내가 먼저 선수를 쳐서 내게 유리하게 판을 바꿔 놓고 내가 주도할 수 있게 노력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세상의 트렌드를 쉬지 않고 면밀히 관찰하고 통찰해야 하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