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완성 JLPT 합격해VOCA N1 - 단어 쪽지 시험 PDF + 원어민 MP3 15일 완성 JLPT 합격해VOCA
시원스쿨어학연구소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본어능력시험인 JLPT에도 응시자의 목적에 따라 등급이 있고 그 중 N1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일본어는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에는 별 부담이 없다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외국어 중 하나입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이유 중 하나가, 한자로 된 어휘 학습이 한국인들에게 까다로워서라고들 합니다. 한국인들은 사실상 요즘 한자를 전혀 쓰지 않다시피하며, 간혹 쓴다고 해도 일본인들만 그렇게 쓰는 독특한 용법에는 어두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N1 응시, 준비에는 어휘 공부가 무엇보다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책은 손바닥만한 크기이며 휴대하기에 편합니다. 편집도 예쁘게 되어 있어서 일단 내용이 눈에 쏙쏙 잘 들어옵니다. 단어에는 위에 후리가나로 발음이 일일이 표기되었습니다. 분량은 15일씩 두 세트인데, 챕터 1은 일어+한국어 형식이며, 챕터 2는 한국어+일어 형식입니다. 일한은 그나마 학습자들이 좀 잘하는 편인데, 한일로 물으면 생각이 잘 안 나서 머뭇거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교재에서 스케줄을 짜 놓은 대로(15일씩 일한, 한일 각각으로) 충실하게 공부를 진행해야 소기의 성과가 날 것이라고 생각되네요.
  
p66을 보면, 並이라는 글자는 한국식으로는 竝(병)을 더 많이 씁니다. 그런데 이 글자가 "예사로움, 평균"이라는 뜻이 있다고 합니다. 한국식으로는 저 글자에 그런 뜻이 없고 일본어에만 있는 용법이므로 조금 어렵게 느껴지긴 하죠. 그래서 이 글자 並이 월(月)과 결합하여 月並이 되면, 책에 나오는 대로, "평범함, 진부함"이라는 전혀 다른 뜻이 됩니다. 우리말에도 "그건 월례행사나 마찬가지야"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거하고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매일매일의 분량 중 모두가 단어익히기만 제시되는 게 아니라, 어느날은 퀴즈("3분 퀴즈 챌린지")만 풀게 합니다. 사람 머리라는 게 한계가 있는데 매일같이 뭘 외울 수는 없으니 이런 배려가 고마우며, 또 학습의 효율을 위해서도 포맷을 바꿔 가며 공부를 해야 하겠지요. 

p48의 295번 단어 殘酷은 한국말로도 잔혹이며 뜻도 같습니다. ざんこく[잔코쿠]라 읽는데 음독이라서 뭐 우리말하고 큰 차이가 없기도 합니다. 한국인들도 일상에서 쓰는 한자어를 공부해 온 사람이라면 별 문제 없이 익힐 수 있는 어휘입니다. 

p36에는 享受(향수)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우리말에도 있긴 하지만 요즘은 잘 쓰지 않는 단어일까요? 교재에 잘 나오는 대로 "누리다, 향유하다"의 뜻이며 그 발음은 후리가나로 [쿄주. きょうじゅ]라고 쓰여 있습니다. "향"을 [쿄]라고 읽는 게 좀 낯설지만 일본어 한자를 어느 정도 공부해 본 이들이라면 우리말 발음이 이러했을 때 일본어는 저렇더라고 대충 규칙이 머리 속에 정리되었을 것이고 따라서 아주 낯선 패턴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陽은 우리식으로는 "양"이라 읽지만, 일본식으로는 [요-]라고 읽습니다. ㅎ, ㄱ, ㅋ은 원래 서로 같은 계열의 음가들입니다. 

p96을 보면 物腰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모노고시.ものごし]라고 읽으며, 物(물)과 腰(요) 모두 본래부터 그렇게 읽는 글자들이므로 읽는 방법이야 어려울 게 없으나, "말씨, 언행"이라는 그 뜻이 어려운 편입니다. 아무래도 이런 의미를 잘 익혀나가는 게 JLPT N1 어휘 공부의 중요 고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p128의 197번 단어 際立つ이 나옵니다. 한자 부분을 우리말로 읽으면 "제립"인데 이건 뭐 뭔지도 모를 소리입니다. 그러나 일본식으로는 "뛰어나다, 두드러지다"라는 뚯이며 역시 이런 게 어려운 대목입니다. 발음은 [키와다-츠. きわだ-つ]이며, 그 어원은 한자 뜻을 잘 살피면 아 이래서 이런 뜻으로 발전했겠구나 짐작이 가는 바가 있죠. 

학습동기를 잘 북돋우는 예쁜 편집이라서 마음에 들었고 휴대가 편하다는 점 다시 강조해 둡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흔에 버렸더라면 더 좋았을 것들 -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만 남기는 내려놓음의 기술
고미야 노보루 지음, 김해용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워런 버핏도 중요한 목표 몇만 남기고 모조리 버리라는 말을 한 적 있습니다. 이것도 저것도 모두 이루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한정된 시간 동안 현실적으로 우리들이 이룰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하물며 동양권에서 보통 불혹의 나이라고 하는 마흔이라면, 이제는 무엇을 더 그러모을까보다는, 우선순위가 낮은 무엇을 버려야 할지를 먼저 판단해야 할 때입니다. 

좋은 사람인 척 하지 말라고 합니다(p62). 사실 사회 생활을 하다 보면 누구한테건 모나게 굴어서는 안 되고, 평판 관리를 하려면 나이스한 매너를 유지해야 하는데, 아무리 내가 그래봐야 책잡으려는 사람은 기어이 무슨 말을 지어내도 지어내기 마련입니다. 그럴바에는 그냥 자연스럽게 감정을 표현하는 게 낫겠다 싶기도 한데... 책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부인하면 할수록 스트레스를 더 받을 수밖에 없다고 하며, 우리는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애써 가면을 쓰려 들지 말아야 할 듯합니다. 책에서는 관련 실험 결과를 비교적 자세하게 소개해 줘서 주장의 신뢰도를 더합니다. 스트레스 내성을 높이는 데에도 감정 표출이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만약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물론 이는 이뤄질 수 없는 가정(假定)이지만, 이제 살 날이 그리 많게 남지 않으신 어느 할머니께서 담담하게 털어 놓으시는 말로 채워진 한 편의 시(詩)가 p38에 나옵니다. 이 책은 후주(後註) 겸 참고문헌 목록이 p192 이하에 있으므로 추가 독서나 자료 참조가 필요한 분들은 그곳을 보면 되겠습니다. 저 시도 (권말 후주에 나오는 저곳에서) 저자분이 (아마도 우연히) 발견하여, 직접 번역까지 해서 이 책에 실었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이 숙연해집니다. 우리는 과연 현재를 얼마나 열심히, 치열하게 살고 있습니까? 범상하거나 지루했던 날도, 누구에겐가는 그렇게나 살고 싶었던 소중한 하루가 아니었겠습니까. 라틴어 명구 carpe diem도 생각납니다. 

전문 카운슬러가 쓴 저서답게 이 책에는 다양한 상담 사례가 녹아들어 저자의 지론을 뒷받침합니다. p89에서도 그렇고, p188의 맺음말에서도 어려서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했다는 말이 나오더군요. 처음에 책을 빠르게 읽어나갈 때에는 "저자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건가?"하고 잠시 착각했었는데, 그게 아니라 내담자들의 다소 가슴 아픈 사례에서 발췌한 내용들이었습니다. 사람은 다른 것 필요 없고, 어려서 부모님의 따뜻한 사랑을 받고 자라난 게 가장 큰 축복입니다. 그런 사람은 설령 자신의 생에 시련이 닥쳐도 의연하게 이겨낼 수 있고, 어떤 조직에도 적응을 잘해 내는 경향이 있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나이 마흔에 버려야만 하는 것 중 첫손에 꼽힐 만한 건, 남 눈치를 보며 남의 호흡에 따라 사는 방식입니다. 이 책 전체를 통해 일관되게 강조되는 내용이며, 저 개인적으로는 거의 주제에 가깝게 받아들여졌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는 것, 이건 사실 당신 생각처럼 중요한 게 아니니 그냥 내려놓자.(p104)" 후... 정말 그럴까요? 저자는 그 근거를 제시합니다. "첫째 사람이 자신의 생을 사는 이유는 자신만의 가치관을 세우고 이를 소중하게 가꿔 가는 데에 큰 비중이 놓인다. 둘째 이 가치관이란 게 그 사람의 인생에 확실히 자리잡아야 사회 생활 곳곳에서 마주칠 수 있는 온갖 역경을 해쳐나갈 수 있다." 저자는 이어 "가치관이란 그 사람의 지문과도 같다"고도 합니다. 그러니, 버려야 할 것은 눈치요, 챙겨야 할 것은 가치관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가치관의 정립은 다른 긍정적인 효과도 낳습니다. 나의 직감, 그 중에서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느낌(p81), 이건 내가 믿고 따라가야 하는 걸까요, 아님 그저 일시적인, 믿을 수 없는 감정의 출렁임에 불과한 걸까요? 저자는 평소에 자신의 내면을 깊이 탐구하고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인 훈련을 해 온 사람, 그렇지 않았던 사람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두근거리는 선택을 그냥 패스하는 건 일종의 좌절일까요? 위와 같은 이유에서, 만약 일종의 변덕에 불과하다면 그런 두근거림은 그냥 무시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게 저자의 결론입니다. "포기"에 대해서는 p49로 다시 돌아가 저자의 논의를 정독할 필요도 있겠습니다. 

남의 호흡에 따라 살지 말고 나의 느낌과 내면에 더 주목하는 태도에 대해서는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도 언급한 적 있습니다. p33을 보면 그는 1) 마음을 잃은 태도, 2) 지금 여기에 사는 태도 둘로 삶을 사는 자세를 나누었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일시적인 향락과 쾌감을 따라 사는 1)의 모드로 살다가, 죽음을 앞두고서야 2)로 돌아온다고 합니다. 

이 책에는 p130, p196에 디마티니 밸류팩터 시트라는 게 독자에게 제공됩니다. 심리학계의 원로인 미국인 존 디마티니(Demartini) 박사가 고안한 tool이며 책에도 나오듯이 상표등록까지 되어 있습니다. 무엇이 진정 내가 원하는 바이고, 어디에 머물러야 내가 진정한 평화를 찾을 수 있는지, 마흔이 되면 정답까지는 몰라도 진지하게 깊이 있는 성찰을 해 봐야 합니다. 그래야만, 진짜 목표에 방해가 될 뿐인 것들을 가려내어 과감하게 버릴 수 있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장사 교과서 1 : 사장편 - 장사를 하려면 경영학 책은 버려라 장사 교과서 1
손재환 지음 / 라온북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냥 확 때려치고 장사나 해?(p13)" 회사 다니는 이들이 종종 품는 아주 무모한 생각입니다. 물론 장사에 탁월한 능력이 (알고 보니) 있었던 분들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습니다. 그러나 현재 자영업 사정이 얼마나 좋지 못한지를 안다면 이런 충동적인 결정에는 그 누구라도 찬성하기 힘들 것입니다. 책에서는 이런 심리를 두고 이런 해석을 합니다. "100% 확률의 5천만원보다는, 50% 확률의 10억을 고르려는 모험심." 옳으신 해석입니다. 사실 자영업으로 (연 기준이라면) 10억 벌 확률은 0.5%도 안 되지만 말입니다. 

"장사를 하려면, 경영학 책은 버려라!" 화끈한 말씀입니다. 사실 경영학 책도 그 나름 쓸모가 있으므로 한 구석에 모셔 놓을 필요는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처럼 6백만 자영업자가 피터지게 경쟁하는 풍토에서는 경영학 원론보다 더 우선순위에 새겨 두고 실천해야 할 요령들이 따로 있습니다. 일단 장사는 저자님의 표현에 의하면 "그닥 능력이 출중하지 않아도 일단 큰돈 없이 시작해 볼 수 있는 일"입니다. 진입장벽이 낮다 보니 많이들 뛰어들지만 그 결과는 우리가 익히 아는 대로입니다.  

저자께서는 자영업 사장과 기업 사장은 역할이 다르다고 합니다. 기업 사장은 일단 시스템을 세팅하고 나면, 사람을 잘 뽑고 권한을 위임하며 본인은 그저 큰 방향에서의 독려와 추진만 맡아 합니다. 그러나 자영업은 그런 식으로 하면 큰일난다는 게 저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입니다. 흔히들, 알바 몇 명 뽑고 일을 맡긴 후에 자신은 쉬거나 다른 일을 하는 걸 "오토 돌린다"는 말을 쓰죠(게임 용어에서 유래).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언젠가는 갑을이 역전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책에 따르면, 사장은 세 가지를 갖춰야 합니다. 첫째 팔 수 있는 매장을 만들 수 있는 상상력, 둘째 직원들을 움직이게 하는 추진력, 셋째 고객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는 이타심(p14). 확실히, 별로 목이 좋지 않은 곳에서도 기어이 성공하고 마는 사장님들에게는 남다른 무엇이 있으며 그걸 요약하면 바로 저런 자질이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흔히 "월천"이라고 합니다. 그래도 남들 하는 만큼 어느 정도 해 보고 살려면 최소 월 천만원은 벌어야 한다는 뜻인데, 책 p53을 보면 "끼와 촉을 잘 발휘하면 어찌어찌 초창기에 월 천 정도는 가능하다."라고 나오네요. 그런데 이게 죽 가능하려면 사장님은 초심이라는 걸 유지해야 합니다. "이제 배가 불렀나 보지?" 손님들도 처음에 막 열심히 하는 사장님을 보면 안됐다는 마음이 들어서도 뭐라도 하나 더 팔아 주려고 합니다. 그러다가 이제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고 상황 봐 가면서 설렁설렁 하려는 티가 나기 시작하는데 이런 사장님들은 놀랍게도 손님들이 먼저 귀신 같이 알아본다고 하네요. 될 듯하다가 기어이 꼴아박는 샵은 대개가 이런 과정을 거친다고 합니다. "자전거에 가속이 붙었는데, 이제 되겠다 싶어서 페달을 더 안 밟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아주 실감나는 비유입니다. 

자신에게 잘 맞는 업종을 찾으라고 합니다(p57). 책에 따르면, "옷 가게를 해 봐서 잘 되었던 사람은 평생 옷 가게만 해서 잘먹고 잘산다. 안 되는 사람은, 이번에는 이걸 해 봤다가 말아먹고, 다른 걸 손 댔다가 역시 망하고, 이런 식이다."라고 나옵니다. 그래서 저자는 말합니다. "장사를 하건 뭘 하건 어려서부터의 나 자신에 대한 탐구가 그래서 중요하다는 것이다." 내가 뭘 잘하는지 모르겠다면 어떡하나요? 저자는 그런독자를 안심시키며, 모르겠거든 일단 연이 닿은 분야에서 한번 시작해 보라고 합니다. 단, 무작정 유행을 따라가는 선택은 금물이라고 합니다. 

교과서에서 가르치는 게 있고 안 가르치는 게 있습니다. 현장에서 배우는 지혜와 지식도, 분명히 겉으로 드러나는 게 있고 안 그런 게 있습니다. 장사의 고수에게도 그 고수 자신조차 (실행은 이미 하고 있지만)  미처 몰랐던 바를, 배우는 사람 입장에서는 날카롭게, 어찌보면 그 고수님보다도 더 날카롭게 촉각을 공두세워서 캐치해 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분명히. 잘나가는 사람이나 업체한테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군인은 사관학교만 졸업한다고 끝이 아니라 야전을 손수 지휘해 봐야 한다. 의사가 의대만 졸업한다고 끝이 아니라 인턴, 레지던트, 더 나아간 임상을 두루 거쳐야 참된 의사가 될 수 있다.(p89)" 

이 손재환 저자님은, 제가 작년('22) 2월에 그 저서 <안경 혁명>을 읽고 제가 이 블로그에 리뷰도 쓴 적 있습니다. p124를 보면 일요일 휴무가 원칙이고 화요일만큼은 직원을 쉬게 해 주고(주 5일 근무라서) 저자님 본인이 직접 나가서 안경을 만들어 준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손님들 중에는 꼭 사장님 본인한테 서비스를 받고 싶어하는 분들이 있어서라고 하네요. 또 자영업이 주 5일이라고 하면 손님들이 좋지 않게 본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자님 말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에는 "그래 직원도 쉬게 해야지"라며 양해를 해 주는 분위기가 확실히 늘었다고 합니다. 독자인 제 생각으로는 이 역시 업장의 평소 평판에 좌우되는 것이며 평소에 반응이 안 좋았던 샵이라면 섣불리 이렇게 할 게 아니라고 봅니다. 

이렇게이렇게 해서 잘 되었는데 변화를 시도한다? 선뜻 내키지 않습니다. 그러나 유능한 사장이라면 언제나, 그것도 한창 잘될때 변화를 모색해 봐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여기는 올 때마다 바뀌는 것 같아요(p173)." 매장이 살아숨쉰다는 취지이니, 고객으로부터 나올 최고의 극찬입니다. 

성공하는 사장은 보이지 않는 것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내 매장에 문 열고 들어오는 사람만 고객이 아니라 지금 길에 지나다니는 사람 누구라도 손님이 될 수 있다(p219)는 마음가짐이라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또 본인도 장사를 하면서, 다른 장사하는 사람 마음을 이해 못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p229)고 합니다. 그래서 도매상한테 물건을 떼어오거나 납품을 받으며 푼돈에 벌벌 떨면 결국 길게 봐서 손해라는 거죠. 세상이 바뀌었기 때문에 일정 부분은 양보도 할 줄 알아야 업계에서 롱런할 수 있다는 결론으로 읽혔습니다. 

역시 실전에서 두루 단련되신 사장님의 가르침이라서 많은 부분 수긍하고 감탄하면서 읽었네요.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삶이라는 고통 - 거리의 사진작가 한대수의 필름 사진집
한대수 지음 / 북하우스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사진은 노래가 되었다." 최근에 방영되었던 숙박앱 에o비앤비 광고를 보면 배경음악으로 1970년대 가수 한대수씨가 특유의 걸걸한 목소리로 부르는 <행복의 나라로>가 깔립니다. 2015년 5월 이분이 쓰신자전적 에세이 <사랑은 사랑, 인생은 인생>을 읽고 저는 그 독후감을 이 블로그에 남긴 적도 있습니다. 그 책도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이 가득 담겼었습니다. 청춘기에는 가장 앞서나가던 성향이셨지만 그 외의 취향은 상당히 보수적이시지 않나 하는 짐작도 독자인 제 멋대로 조심스럽게 해 보는데,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은 (책의 부제로도 나오듯) 필름으로 찍은 작품들입니다. 물론 그는 사진작가도 겸업하는 분이므로 작가적 방향성과 완성도를 위해서 이 포맷을 희생할 수 없었겠습니다. 

"삷이라는 고통." 이 책의 제목입니다. 삶의 반대말은 죽음이고, 또 무(無)이며 소멸입니다. 우리가 살면서 마냥 행복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도 세상에 태어나 감각적 쾌락을 맛보고 사람을 만나 사랑하고(한대수 저자가 자신의 책들에서 누누이 강조하는, 삶의 최고 목적이죠), 무엇인가를 이루고 한세상살이 마감하는 건 누구나 긍정하는 삶의 의의이며 생명체의 의무에 가깝습니다. 더군다나 저자는 당시 한국에서 손꼽는 명문가에 태어나 아무 아쉬울 것 없는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낸 분입니다. 도대체 왜 그는 "삶"을 고통으로 선언하는 걸까요? 

p22를 보면, "우리는 모두 삶이라는 종신형을 선고받았다."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바로 맞은편 페이지를 보면 어떤 흑인 소년이 (아마도 빈민가에 소재한) 집 안에서 허술한 방충망이 깔린 창 밖으로 힘없이, 그러나 약간의 호기심이 어린 표정으로 시선을 주는 사진이 실렸습니다. 문장은 다시 영어로도 반복되는데, 이 문장이 좀 묘합니다. We are all sentenced; to life. 만약에 이 문장에서 세미콜론(;)이 빠졌다면, sentenced to life는 그냥 "종신형을 선고받은"이란 뜻입니다. 그런데 문장부호(;)가 저렇게 하나 들어가면서, "우리는 모두 삶이라는 감옥에 갇혔다"라는 묘한 뜻으로 다시 읽히는 것입니다. 부질없는 욕심, 집착, 미움... 삶이 이처럼 비생산적이고 불건전하고 소모적인 요소로만 가득하다면 과연 감옥살이, 그것도 죽을 때까지 출소가 안 되는 수형의 신세에 다름 아니겠습니다. 

미국에서도 명문 학교만 다니던 그는 뉴햄프셔 주립대를 그만두고 사진작가가 되겠다고 조부와 부친에게 선언했습니다. 부친께서는 "사진은 취미이지, 직업이 아니지 않니?"라며 만류했다고 합니다.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신의 길을 개척하려니 당장 알바를 해야만 했는데 NYT 광고란을 뒤져 그가 구한 자리는 레스토랑의 이른바 드링크맨(드렁큰맨이 아닌!)이었습니다. 업소에서 내건 "용모단정" 요건을 층족시킨 그는 바로 채용되어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재클린 케네디, 앤디 워홀, 페이 더너웨이 등을 화장실에서 보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래서 크게 될 사람은 하다못해 알바를 해도 큰물에서 놀아야 하나 봅니다. "하하! 돈은 버는 사람만 번다!(p65)"  

p79 이하에는 서울 창경원(당시 명칭)을 비롯하여 마치 개발 도상국 같은("같은"이 아니라 실제로 그러했던) 서울 곳곳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죽 이어집니다. 1969년이면, 현 75세인 그가 스물 한 살이던 시절입니다. 어느 허름한 식당(주류가 허용되는 일반음식점인 듯)의 간판은 "전주집"인데 물론 이곳도 서울 소재입니다. 빨래가 널린 이유는 장식이 아니라 빨래를 햇볕 가득 말릴 공간이 거기밖에 없어서였겠습니다. 1969년은 그만큼이나 아득히 먼 멀티버스였습니다. 그리고 p173 이하를 보면 바르셀로나(2004), 뉴욕(2002)의 가난한 예술가 혹은 홈리스들이 곤경 속에서도 눈빛을 번득이는 사진이 이어지네요. 동시대인 듯 아득히 먼 시간과 공간. 

p121을 보면 그 가난한 서울에서도 선글라스로 한껏 멋을 낸 젊은 여성이 찍힌 사진이 있습니다. 이 여성은 수줍어하거나 어색해하는 기색이 없고 당당히 렌즈를 응시하는데 "응, 뭐지?"라고 하는 듯한 당돌함이 그 표정에 배어납니다. 만약 사전에 양해를 구하거나 했으면 저런 표정이 안 나왔을 듯합니다. p125를 보면 지게처럼 보이는 어느 도구를 도로변에 세워 두고 그 위에 올라읹아 잠이 든 어느 노동자의 고단한 모습 뒤로 버스 한 대가 지나갑니다. 지게와 자동차라니 묘한 콘트라스트입니다. "캉가루구두약"이라고 특정 상표(당시)를 크게 써붙인 리어카를 끄는 서울의 중년 남성은 마치 중국의 인민복 차림인 듯 보이기도 합니다(p235 이하에 이어지는 사진들은 2002년 베이징에서 그가 찍어논 것들입니다). 

아무래도 한대수씨 같은 분은 군에서도 그 특기를 살려 참모총장실 영문연설 작성직으로 배치가 되곤 했나 봅니다. 당시 복무 기간이 무려 3년 3개월! 제대한 후 약혼녀 김명신씨(한대수씨의 팬들은 이분을 다 알기를, 마치 존 레논에게 오노요코가 있었던 것과 비슷할 만큼이죠)과 결혼하고, 불 같이 사랑하고, 20년 후에 드라마처럼 헤어졌습니다. 1992년에 옥사나 여사와 재혼해 딸 하나를 두었습니다. 

p276에는 전쟁에 반대하는 야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그의 청년 시절에는 베트남 전쟁이 있었고 이에 반대하는 히피들, 플라워 칠드런의 저항이 있었습니다. 2022년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지금 이순간에도 아무 의미 없는 테러와 폭력이 반복된다고 그는 고발합니다. "우리는 지구가 필요해도, 지구는 우리가 필요없다." 그저 불필요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해로운 존재가 되어가는 중은 아닌지, 공멸로 치닫는 폭주를 이제는 멈출 때입니다. "나는 괴롭다. 고로 존재한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짝반짝 30 Days 태국어 문자쓰기 + 기초문법 - 플러이쌤과 함께하는
조나경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태국어는 근래 한국 회사들의 현지 진출이 늘어남에 따라 학습자가 부쩍 늘어난 듯합니다. 일단 인근 베트남 등과는 달리 로마자가 아니라 고유 문자를 쓰다 보니 접근부터가 좀 어렵습니다(물론 로마자를 쓰는 베트남어도 직관적으로 한국인이 이해할 수 있는 체계는 아니지만). 따라서 초심자라면 일단 글자 한 자 한 자가 어떻게 발음되는지는 배워야 길거리 간판이나 가게 매뉴라도 대략 알아볼 수 있고, 마치 초등학생에게처럼 친절하게 가르쳐 주는 교재(혹은 코스)가 필요합니다. 이 책은 일단 그런 점에서 초보자의 심적 부담을 엄청 덜어 줍니다. 

동영상 강의는 무료로 제공됩니다. 또 동양북스 사이트에서 무료로 mp3 음원을 다운로드받을 수 있습니다. pdf 파일로 된 쓰기노트도 제공되기 때문에, 외국어 학습에 매우 중요한, 소리내어 크게 읽기 과정과 쓰기를 손수 해 볼 수 있어서 유익합니다. 

문법이나 철자도 중요하지만 사실 태국어처럼 우리 한국인들에게 아무런 스키마가 마련되지 않은 언어는 공부 초입에 학습자들한테 대략적인 쌩 기초를 마련해 주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p8을 보면 한국의 세종대왕 격인 쑤코타이 왕조 제 3대 왕인 람캄행이 1283년에 태국어 문자를 만들었다고 나옵니다. 조선의 세종대왕은 1443년에 한글을 창제했으니 160년 앞서 만들어진 셈입니다. 

우리가 영어 처음 배울 때, 한국어와는 달리 S+V+O(또는 C) 형식이 기본이라고 배웠습니다(혹은 그의 변형). 태국어도 문장의 형식(혹은 어순)은 (우연히도) 저 영어와 비슷합니다. p9를 보면, ฉันกินข้าว라고 해서 "나는 밥을 먹는다."라는 문장을 배웁니다. 우리말처럼 어절 단위로 띄어 쓰면 ฉัน/กิน/ข้าว가 되겠습니다. 발음은 "찬/낀/카-우"라고 교재에 한글로 일일이 달아 놓았습니다. 다만 "문장 내 띄어쓰기, 문장부호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책에 나옵니다. 꾸미는 말은 꾸밈을 받는 말 뒤에 놓이는데, 이는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등과 (우연히) 비슷한 특징입니다(한국어, 영어와는 반대입니다). 

또 우리말처럼 태국어에는 존대 어휘, 높임말이 있다고 합니다. 또 어형(語形)의 변화가 거의 없어서, 단어 반복이나, 합성으로, 새로운 말을 만들어낸다고 나옵니다. 책에서 예로 드는 건, 쌀(ข้าว, 카-우)라는 단어를 두 번 겹쳐 써서, 쌀쌀, 즉 "카-우 카-우"라는 단어로 "백미(白米)"라는 새 말을 만들어내는 식이라고 합니다. 

우리말에는 자음 24개, 자음을 나타내는 글자는 14개가 있습니다. 태국어에는 중자음 9자, 고자음 10자, 저자음 23자가 있다고 합니다. 한글보다 글자 수 자체가 엄청 더 많습니다. 중, 고, 저의 3분류는 성조에 의한 것이라고 합니다. p115를 보면, 이런 중자음 뒤에는 1, 2, 3, 4성 부호와 모두 결합할 수 있고, 성조 기호도 같은 페이지에 다 나옵니다. 성조 기호는 일종의 diacritic인 셈인데, 중국어와 달리 이처럼 초자음의 오른쪽 위에 성조 기호가 (원칙적으로는) 다 따로 붙어서 발음하기가 편합니다. 그런데 p119를 보면 성조부호가 따로 없어도 알아서(일정 규칙에 따라) 성조를 내어야 하는 게 있습니다. 이걸 무형성조라고 부릅니다. 

ไก่(까이. 닭)을 예로 들면, ㄲ라는 자음은 (오른쪽의) ก라는 글자가 표시합니다. 또 [아이]는 (저 왼쪽의) ไ라는 글자가 표시합니다. 순서가 우리 감각과는 반대인 셈입니다. 또 ไ라는 모음은, 교재 저 뒤 p84, p89에 나오듯이, 이른바 반모음이라는 것입니다. 종자음이 안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따로 종자음이 오지 않습니다. 

태국어에는 복합자음(p137)이란 게 있습니다. 책에서는 우리 학습자들의 편의를 위해 "그저 이중자음, 혹은 초자음의 두 개 연속"이라고 이해해도 된다고 설명합니다. 영어에도 예를 들어 strike 같은 단어는 자음이 어두에 세 개가 오기도 하니 말입니다. 우리말에는 이런 게 없습니다.  

앞에서 태국어는 단어의 반복을 통해 새로운 뜻을 나타내기도 한다고 했는데, 그래서 반복부호라는 게 따로 있습니다. 마이야목(p159)이라 불리는 이 기호는 ๆ라고 쓰며 태국어 키보드에 표시도 되어 있습니다. 책에는 "빨리빨리, (강조의) 좋다, 천천히" 같은 단어들의 예가 나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자를 충분히 배려한 친절한 설명, 올컬러 배색 덕분에 훨씬 편하게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