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파괴 - 군중에서 공중으로
윤동준 지음 / 파람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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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과 어리석음은 가까이에 있고, 격조 있는 문화적 삶은 광기 어린 폭력과 유치함 앞에서 사라집니다.(p55)." 과거의 철학자 플라톤도 말했듯이, 우리 인간은 본래 어떤 완성된 형태의 이상적인 삶을 누릴 자격이 있고 그럴 잠재력을 갖추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현실적 한계 때문에 적당히 권력과 타협하고, 그 과정에서 기성 제도화한 악에 동화되어 갑니다. 개인이 양심을 팔고 타락하는 첫 발걸음은 여기서 시작합니다. 

근세 계몽철학은 두 부류로 나뉘었는데 하나는 대륙의 합리주의요 다른 하나는 영국의 경험주의였습니다. 책 p64에서도 소개하듯이 전자는 방법론으로서 연역법을 내세웠고 후자는 귀납법이었습니다. 연역법은 논리적으로 어떤 오류는 없으나 대신 새로운 진리를 발견하는 데 한계가 있고 어떤 독단에 빠질 우려가 큽니다. 귀납법은 새로운 영역으로 발전할 여지와 가능성이 크지만 이른바 "닭 먹이를 주는 손의 오류"가 잘 말해 주듯 갑자기 나타난 치명적인 오류 한 방에 모든 체계가 무너질 위험이 있습니다. 전자가 그르고 후자가 바람직하기만 한 것은 아니며 두 가지 방법론을 경우애 따라 적절히 구사하는 지혜를 가져야 하겠습니다. 

사람은 그 예전의 무지몽매, 아니 거의 짐승이나 다름없는 상태에서 대견스럽게도 여기까지나 진화하여 풍족하고 문화적인 삶을 누리는 지경까지 도달했습니다. 그러나 p72에 나오듯 여전히 맹목적인 폭력과 비도덕적인 행동에 가까이 있으며, 실제로도 무지하기 짝이 없고 막무가내이며 그저 힘의 논리에만 굴복하는 비뚤어진 심성을 지닌 이들이 훨씬 많습니다. 저자는 이 대목에서 나의 처지를 벗어나 남의 시선에서 세상을 볼 줄 아는 여유와 합리성을 갖추자는 제안을 하는 듯 보이는데, 어리석은 사람일수록 더 자신의 감정에만 충실하고 본인만 억울한 줄 알며 목소리를 높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세상의 각종 모순이 해결될 기미가 안 보이는 것입니다.     

p89에서 저자는 자크 랑시에르의 말을 인용하며 "모험의 감행"이 얼마나 큰 이익을 가져다 주는지에 대해 역설합니다. 사람은 그저 자신의 작은 틀 안에만 머물면 어떤 발전이라는 게 있을 수 없습니다. 과거의 기업가, 개척자 등은 험한 바다를 뚫고 풍랑에서 죽을 각오를 품고 미지의 세계로 나섰으며, 물론 운이 없어 목숨을 잃은 이들도 많았으나 결국 목표를 달성한 이들도 있었고, 이들의 소중한 업적이 후세에 전해져 추가 희생 없이 인류가 편의를 누리게 된 것입니다. 기업들도 그저 과거의 성취에 안주하는 곳은 이 극심한 변화 속에 결국 도태되며, 반대로 기민하게 트렌드를 좇는 곳은 살아남아 승자가 되는 것입니다. 

p133 이하에는 염세주의의 폐단이 비판됩니다. 사람의 앞날은 그저 미지에 둘러싸였으며 앞으로 무엇이 일어날지 정확히 맞힐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걸 낙관적으로 보고 진취적으로 개척하는 사람도 있고, 비관주의에 빠져 머뭇거리다 모든 것을 놓치는 사람도 있습니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손에 넣을지는 그 사람의 마인드셋과 기백에 달렸습니다. 거칠 것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의 마음에는 어떤 비생산적인 원망이나 불길한 비관이 깃들 시간이 없습니다. 

위기는 언제나 기회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p144). 이 역시 개척적이고 도무지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생에게만 가능합니다. 염세적인 정신에게는 그저 매사가 위기이며 파멸로 치달을 갈림길일 뿐입니다. 그래서 창발적인 기업가에게는 매 순간순간이 기회이며 행운의 여신이 내미는 손길입니다. 썩은 우상을 파괴해야(iconoclastic) 젊은이의 앞날에 새로운 서광이 보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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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 투자 바이블 - 불확실한 시기, 확실한 투자전략
곽상빈.김피비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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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어떤 자산이든 저점에서 잡아야 제대로된 수익이 건져지는 법입니다. 누구나 다 지금이 불황이라며 아우성이고 앞이 안 보인다며 신음하지만 본래 잘될 사람은 위기에서 기회를 포착하기 마련입니다. 책 p72에는 1997년 11월 2일자의 동아일보(아직 가로쓰기 전환 전이네요) 1면을 도판으로 실으며 IMF에 구제금융 200억 달러를 신청하던 그 최악의 시기를 회고합니다. 1면 사진에 실린 사람은 임창열 경제부총리인데 이분은 특이하게도 전 정부 부총리였던 분이 다음 정부에서도 요직을 두루 지냈고 다음 대권후보로까지 거론되곤 했죠. 

여튼 책에서는 이미 국가부도 전조가 있었고, 그 대표적인 징후가 성장률과 투자율 사이의 괴리(p77)였다고 합니다. 한국은 이미 고도성장기가 끝난 나라였는데 이전 생각만 해서 비현실적인 과잉 투자를 습관적으로 하다 날벼락을 맞은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와 달리 (살아남은) 대기업들이 자체 현금을 많이 보유하여 구태여 차입경영을 할 필요가 없는데도 엄청 몸조심을 하죠. 과거로부터의 학습 효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나스닥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까지 네 배 성장했지만 이후 닷컴버블이 터져 제자리로 돌아왔다.(p81)" 이 버블은 한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2003년에 코스닥이 2834를 찍고 흘러내려 지금도 회복이 안 되고 있다."라고 책에 나옵니다. 이 대목은 정말 독자가 눈을 의심할 만하죠. 코스피가 아니라 코스닥이 2834라니! 현재('23.11.2) 종가기준 코스닥 지수는 772.84입니다. 1/4~1/3 토막이 난 게 20년이 넘도록 회복이 안 된 것입니다. 골드뱅크, 장미디어, 드림라인, 하우리... 책에 나오듯이 이 종목들은 한때 그렇게 핫했던 게 지금은 흔적조차 없다는 것입니다. 책 p85에서는 2023년 8월의 이른바 "초전도체 테마" 종목들에 대해 지금 어떤 생각이 드는지 독자들에게 묻습니다. 

"대체로 연준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버블 붕괴의 신호탄이다.(p88)" 저자는 지금도 펀더멘털이 취약하다는 점에서 저 20년 전과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은데, 아직도 뚜렷한 근거 없이 (특정) 주가가 고점을 향해 치닫는 모습이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합니다. 많은 이들이 기대했던 종목에서 마침내 버블이 터지고 말면 증시 전반에 실망의 파도가 몰아치며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어 어떤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팬데믹 당시 한국도 사상 처음으로 재난지원금을 풀었는데 이때 "주식 시장의 급등세는 놀라울 지경이었다.(p105)"고 책에서는 회고합니다. 돈의 가치가 크게 떨어지니 현금 보유에서 자산 쪽으로 부(富)가 급격히 이동하는 건 당연합니다. 또 돈이 주식으로만 가는 게 아니라 원자재로도 흐르므로 가격이 상승하였는데, 설상가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터져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라 현재까지도 회복이 안 되고 있습니다. 기업의 영업이익이 악화하는 건 당연한 수순입니다. 책에서는 진즉에 금리를 올려야 했을 것을 타이밍을 놓친 탓에 2022년 자이언트 스텝이니 뭐니 해서 상황을 더욱 나쁘게 만든 게 연준의 패착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지금 금리를 더 올려야 할 판이지만 그랬다가는 기업 줄도산이 터질 지경이므로 한은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대비책은 "일이 터지면 그때 가서 마련하면 된다(p112)"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참으로 위험천만한 발상이라는 게 저자의 지적입니다. 터지고 나면 그게 대비책이 과연 될 수 있겠으며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 셈이 됩니다. 외환위기 당시 얼마나 많은 가정들이 파탄났으며 실업자가 거리로 쏟아졌습니까. 당시 희생된 개인들의 피해와 상처는 그 무엇으로도 보상이 이뤄지지 못했는데 그런 어리석은 과거가 되풀이되어서는 안 되죠. 실업률이나 GDP는 후행지표이므로 이런 걸 보고 상황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저자는 지적합니다. 금융위기 같은 재앙은 갑자기 터지는 게 아니라 장단기 금리 역전 등 다양한 지표를 통해 낌새를 챌 수 있으나 많은 이들이 이를 무시하기 때문에 느닷 날벼락을 맞는 듯 보일 뿐이라는게 저자의 일침입니다. 

p146을 보면 일제강점기 당시 미두시장이라는 게 있었는데 이게 약간의 증거금만 내고 투자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의 선물 옵션 시장과 비슷하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채만식의 장편 <탁류>를 봐도 비슷한 이야기가 등장하여 현대 독자들이 놀라곤 하죠. 책에는 반복창이라는 이름을 가진 조선인이 당시 이 미두시장에 참여하여 큰 돈을 번 이야기가 나옵니다. 반복청이라는 투자가는 결국 큰 실패를 맛보고 재기에 실패했지만 역사상 큰 돈을 번 투자자 중에는 하락장에서 큰 베팅을 한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이들의 공통점 중에는 "자기 확신"이라는 게 있는데, 자신뿐 아니라 타인들까지 그 박력에 넘어가 같은 방향으로 가게 하는 힘이 있다고 합니다. 외환위기 당시에도 현대 계열사 CEO 중에 이익치(李益治)라는 분이 있었죠. 더 큰 성공을 거둔 사람으로는 미래에셋금융그룹 창립자 박현주씨가 있습니다. 

저자는 닉슨 쇼크 당시를 회고하며 혹시 지금이 금의 역사적 저점이 아닌지 생각해 보라고 독자들에게 권합니다. 금은이나 원자재가 주식, 부동산 등 다른 자산에 비교하여 큰 단점이 있다면 확산성이 부족하다는 건데, 주식에는 배당이 있고 부동산에는 월세 등 과실이 있지만 귀금속이나 원자재는 그냥 아무 부대 수익 없이 그것만 들고 있어야 한다는 게 아쉬우며 그래서 워런 버핏이 가장 싫어하는 게 원자재 투자라는 말도 책에 나옵니다. 개인 간 거래를 통해 과세를 피하고(KRX에서 금 시세차익은 비과세입니다), 펀드나 ETF 투자 형태도 고려하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삼성전자 같은 우량주는 피라미딩 기법을 통해 부를 쌓는 게 가능하다고 저자는 권합니다.(피라미드식  판매나 다단계하고는 관계 없습니다) 주가가 낮을 때 조금씩(적금 븟듯) 사 두다가 일정 수준 오르면 팔고, 또 내리면 사고... 이런 식입니다. 삼전 안 오른다고 아우성이지만 이런 주식은 확실한 바닥이라는 게 있어서 이런 식의 투자가 가능한 거죠. 경착륙시에는 가격 간 텀을 넓히는 방법(p169)도 충고합니다.  

부동산 투자시에는 저가 아파트를 주로 노리는 편이 좋은데, 30대 실수요자가 주로 작은 평수, 중저가 아파트를 수요한다는 사실을 이 현상의 원인으로 꼽아도 되겠으나 일시적인 트렌드 변동이 생길 수 있으므로 조심은 해야 한다고 저자는 조언합니다. 또 경제위기시에는 특히 부동산 경매 시장을 노려볼 만하며 수시로 법원 경매 사이트를 찹조하며 최저매각가격, 감정평가액 등을 확인하라고 합니다. 차순위 매수신고를 통해 재미를 볼 수 있지만 혹시 해당 부동산에 큰 하자가 있을 수도 있으므로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도 합니다. 

주식의 경우 차트만 보고 투자하는 건 위험하며, 그렇다고 뉴스만 보고 경솔하게 매수해서도 안 된다고 합니다. 기업에서 자사 유리하게 만들어내는 뉴스도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금리가 오른다고 반드시 주가가 내리는 건 아니며 채권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자금이 주식 쪽으로 몰려 오히려 오를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경제 현상에는 여러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할 수 있으므로 차분하게 인과관계를 관찰, 분석해야만 기대했던 성과를 낼 수 있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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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11-19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금식 주식투자를 저도 주위분들에게 많이 권하는 투자법이긴 합니다. 무엇보다 스스로 공부를 지속적으로 한 후에 투자에 나서는 게 현명한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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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스 자격증시험연구소 지음 / 해커스자격증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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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기사 시험은 아마도 한국에서 시행되는 기사 시험 중 가장 많은 수가 응시하는 직렬 중 하나일 것입니다. 이 교재 p8에 나오듯 각종 공무원, 공공기관 채용 과정에서 가산점도 부여되고, 이 자격증을 인정해 주는 기관이나 회사들도 많습니다. 물론 다른 기사 시험과 마찬가지로, 해당 전공을 이수, 졸업한 이라야 응시 자격이 부여됩니다. 이 교재는 기사 전용이므로 산업기사 시험을 응시하려는 이들은 다른 교재를 고르는 게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는 길이겠습니다. 

전기기사 시험은 특히 내용도 방대하고 난도도 꽤 높은 편입니다. 해커스 교재를 살펴볼 때마다 느끼는 점이라면, 일단 출제 범위에서 누락된 내용이 극히 드물어서 이 한 권으로도 시험 대비에 부족한 점이 없어서 따로 단권화 작업이 별로 필요 없다는 사실입니다. 다음으로, 편집이 깔끔해서, 같은 내용이라도 눈에 잘 들어오고 기억이 덜 휘발된다는 게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내용이 누락된 점이 이렇게 드물고 양이 방대한데도 설명이 비교적 자세하기 때문에 암기의 지옥 행진 느낌이 그나마 덜합니다. 물론 이런 기사 시험 교재에 온갖 설명이 다 들어갈 수는 없으므로, 이해를 위해 더 필요한 부분은 학부 때 공부하던 교과서를 참조하거나 인강, 실강의 도움을 받아야 하겠습니다. 

p22를 보면 벡터의 미분연산이 나옵니다. 우리는 미적분 관련 기호를 뉴턴식이 아닌 라이프니츠식을 따르므로, 고교 이과 과정부터 학부까지 배우는 거의 모든 표기 방식은 라이프니츠식입니다. 구태여 설명할 필요도 없을 듯하지만 책에는 ∇라든가 ∂(편미분) 기호에 대한 설명이 일일이 나와 있습니다. 또 혹시 잊은 이들이 있을까봐 기울기 벡터, 니콜라 스칼라량에 대한 관계도 간단하게 밝혀 놓았습니다. 페이지 하단에 나오는 원통좌표계, 구면좌표계에서의 미분 연산 공식, 또 발산 정리와 스토크스 정리를 보면 살짝 머리가 아파 오다가도 아 이 고비만 잘 넘기면 공붓거리가 제법 줄어들겠구나 하는 안도감이 생깁니다.  

유전율의 개념 이해라는 게 무척 중요하다는 점을, 교재를 공부하며 내내 확인할 수 있습니다. p55를 보면 유전율이 서로 다른 유전체가 인접할 때 전계가 경계면에서 굴절한다는 내용도, 유전율에 대한 확실한 학습이 전제되지 않으면 이해가 까다롭지 않겠습니까. 방향의 전환은 삼각함수 기초 개념을 알아야 더욱 빠르게 이해할 수 있으며, 직렬 복합 유전체와 병렬의 경우 어떻게 전용량이 달라지는지 명쾌한 그림 덕분에 수험생들이 쉽게 납득 가능합니다. p111에는, 우리가 중학교 교과서에서도 배웠던 플레밍의 오른손 법칙이 그림과 함께 설명됩니다. 

p132를 보면 전력 조류와 주파수 변동에 대한 그림과 서술이 나옵니다. 역시 기사 시험에 자주 출제되는 대목이며, 기출 변형 위주인 산업기사 시험과 차별화가 이뤄지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슬랙 모선의 경우 위상각을 0으로 지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삼아 다른 모선들의 위상각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책에 정의가 나옵니다. 간단해 보이는 이 두 줄로부터 앞으로 얼마나 많은 정리와 공식들이 파생되는지를 생각하면... 

p158을 보면 조상설비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 이 한자가 이렇게 쓰인다는 걸 이해하기란 상당히 어려운데, 영어 원어는 phase modifying입니다. 상(相)은 단계라는 뜻이며, 조(調)는 조율한다, 수정한다라는 뜻입니다. 책에 나오듯이, 이 설비(equipment)는 역률의 개선을 통해, 송전 손실을 경감시키는 게 그 첫째 역할이며, 전력 계통의 안정도도 높여 주죠. 바로 다음 페이지에는 분로 리액터도 설명되는데, 이 대목을 확실히 이해하고 넘어가야 이후의 페란티 현상이라든가, 중성선 다중접지 방식 등이 매끄럽게 머리 안에 정리됩니다. 역률에 대해서는 p209를 참조하십시오. 

중권(重捲)은 영어 원어가 lap winding입니다. 항상 이런 중권 형식에는 횡류가 흐를 수도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교재에 나오듯이 균압환 설치를 통해 이런 현상을 방지합니다. 전기공학은 확실히 도형 센스가 있는 사람이 보조선을 요리조리 그어 가면서 잘 해내는 경향이 있는데, p259를 보면 벡터도의 직각삼각형에서 각 성분들이 어떻게 척척 아귀를 맞춰 가며 체계를 완성하는지가 나옵니다. 

이 책은 p555까지가 내용 설명이며, 이후로는 2019년부터 올해('23)까지의 기출문제들이 해설됩니다. p572의 23년 1회(CBT) 54번을 보면 평범한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재만 꼼꼼하게 보았어도 답이 ③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죠. 반면 60번을 보면 공식도 암기해야 하고 계산도 해 내야 하는데 특히 이런 리액턴스 관련은 처음부터 개념을 확실하게 익혀 놓아야 이런저런 혼란이 없습니다. 

기출 해설은 간단명료하면서도 핵심을 빼놓지 않고 짚어 줍니다. 이래서 많은 수험생들이 해커스 교재를 선택한다는 점 다시 확인 가능했네요.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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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배기 속의 사랑 한가득 - 따라하면 십중팔구 대박인생
황보근수 지음, 이인선 삽화 / 행복에너지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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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을 꿈꾸는 이들이 많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한 직장에서 평생을 헌신한 자신의 경력을 다른 회사에서 알아주고 냉큼 모셔가려는 것도 아닙니다. 과연 길이란 게 있을까요? 길이 있다는 게 이 책 저자님의 말씀입니다. 저자는 전자회사, 보험회사에서 봉직하다 55세에 퇴직하여 십 년 동안 시행착오를 거치고, 무려 65세에 소고기국밥집을 창업하여 연 매출 10억을 기록하는 성과를 이룬 분입니다. 창업을 준비 중이건, 아니면 잘 안 되어 폐업을 생각 중이건 간에 이 책을 먼저 한번 읽어 보고 결정할 일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되었네요. 

사장만 잘한다고 사업이 잘 풀리는 게 아니라 직원들도 그에 맞게 일잘러들이라야 합니다. 반대로 아랫사람은 일을 잘하는데 사장이 시원찮으면 그것도 큰 문제이며, 결국 둘 다 사람을 잘 만나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죠. p90을 보면 두 분의 조선족 여성을 고용해 최고의 효율을 올린 저자님의 경험담이 나옵니다. 식당 일이라는 게 몸도 재빨라야 하고 근력도 좋아야 하겠으며 순간 판단력도 뛰어나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무 관계 없는 사람한테는 이런 일이 우습게 보일지 모르나 사장님 입장에서는 같은 돈 주고 쓰는 사람이 일을 잘하고 못하고가 아마 눈에 훤하게 드러나겠지요. 이 책에 담긴 여러 지혜를 두고 저자는 "내 인생의 비단 주머니"라고 표현하시는데, 저 두 분의 직원을 두고 서서가 유비에게 공명을 천거한 고사에 비깁니다. 이처럼, 자기 일을 사랑하는 사장의 마음가짐이, 유비가 파촉을 경영하는 마음과 같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레시피라는 게 정말로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합니다. 식품, 제약 회사 실험실에서 계속 정밀한 실험을 거듭하는 것과 마찬자기로, 대구 명품 국밥의 독특한 풍미를 배우되 그것과는 또다른 맛이 더해져야 하는데 그것에 성공한 것입니다(p54). 이렇게 레시피를 직접 개발하면 프랜차이즈 가맹비와 로열티를 아낄 수 있으므로 좋습니다.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많이도 해먹네." "아니죠. 걔들도 비용이 이것저것 많이 들고 심지어 망하기도 하는 걸요." 세상에 쉬운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p40을 보면 처음부터 가맹비가 없었다고도 솔직히 말씀하십니다. 

저자께서는 돈 관리와 연이 없으셨다고 합니다. 외환위기 때 사기 당해 돈 날리고, 주식에서 날리고, 심지어 집값 상승기를 앞두고 판단을 정반대로 하여 매도했다가 직후에 집값이 치솟는 바람에 또 손해를 봤습니다. 한 직장에서 하나의 업무에 달통한 것과, 목돈 굴려 더 크게 만드는 재주는 이처럼 또 별개인 것입니다. 

p34를 보면 2013년 5월 10일, 드디어 "대빵 포차"라는 저자님의 신화가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인테리어 업자들도 뭔가 2류 같고(일류는 돈이 없어 못 쓰겠고), 구인도 힘듭니다. 구인이 왜 힘드냐면 프랜차이즈가 아닌 식당은 체계라는 게 안 잡혔기 때문에(p52) 직원들이 일이 많아 기피하여 힘들다는 겁니다. 참, 세상에 쉬운 일이라는 게 없습니다. 이 난관을 어떻게 저자가 돌파했는지는 책을 직접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프랜차이즈 가맹이 하고 싶다면 이 책 p194 이하에 주의해야 할 점이 모두 정리되어 나오므로 읽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알아서 일을 척척 잘해 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런데 이게 직원 복만 앉아서 바란다고 되는 게 아니라, 사장부터가 직원들에게 그런 동기를 부여하는 수완, 인망이 있어야 가능한 것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저는 특히 이런 저자님의 독특한 직원 관리법이 눈에 띄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때 직원들이 하나씩 감염까지 되니(p104) 이만저만 힘든 게 아니었는데, 기어이 위기를 극복해 냅니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저자의 지론입니다.  

권리금이 너무 많이 붙으면 대개 중개업자의 농간이 끼어서 그렇다고 합니다. 반대로 권리금이 없다, 이건 싼 게 비지떡이라고 그럴 만한 이유가 뭐가 있어도 있어서 그렇다는 거죠. 그러니 자리를 알아 보는 과정이 정말로 신중해야 합니다. 저자께서는 저 대박 신화를 만든 자리를 어떻게 잡았으며(임대인 할머니가 웬 노인네가 장사를 하려 든다며 영 미덥잖아 하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불리한 초기 조건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이 책을 읽어 보면 하나의 정답(유일한 정답은 아니겠지만)을 우리 독자들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또 우리가 이 책에서 잊지 말아야 할 교훈이, 절대로 이것저것 메뉴에 많이 깔지 말라는 것입니다. 지금은 전문점의 시대(p122)이니 말입니다. 아니면 가게 입지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데 권리금, 월세 등으로 다 나갈 돈을 생각하면 언발에 오줌 누기일 뿐입니다. 이 책 저자님도 처음부터 막연히 "음식점"이라고 하지 않고 분명히 소고기국밥집으로 컨셉을 한정해서 잡고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오로지 소로만 승부를 보이소." 대구 권 사장님의 조언에 그대로 잘 따른 결과이기도 합니다. 

착한가격 지정업소 간판도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어떻게 지자체로부터 발급 받는지는 책 p142에 잘 나옵니다. 이러면 박리다매 말고는 방법이 없지만 이런 불황, 소비자가 지갑을 잘 안 여는 시대에는 도움이 되는 전략입니다. 그리고 9 시리즈로 가격 장난을 치지 말고 정직하게 승부하라고 합니다. 원래 우리 나라에는 9 붙이기가 잘 없었는데 이것도 외환위기 이후 미국 풍조가 수입된 듯합니다. "그런 건 아이디어가 아니라 속임수에 불과하다(p143)."  

저는 이 책을 읽고, 사장이 물론 돈 한 푼 한 푼 허투루 쓰지 않게 꼼꼼하고 치밀하기도 해야겠지만, 직원들과 손님들과 상생한다는 통 큰 배포로, 사람을 가식 없이 대하고, 이런 뭔가 인간적인 면이 가득한 매력이 음식 메뉴에도 고객 응대에도 배어난 게 성공 비결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누가 나를 인간적으로 대하고 안 하고는 사실 조금만 이야기를 해 보면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인간적이고 정직한 사장님이 하는 가게는, 기계적인 상술이 도저히 훙내 못 내는 흡인력이 있습니다. 당연히 아이템에도 그런 신뢰가 옮겨가고 맛도 더 붙어서 느껴지지 않을까요. 인망과 인덕이야말로 최고의 상술이요 자산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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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H. 맥레이븐 리더의 지혜 - 세상을 이끄는 모든 리더를 위한 성공 지침서
윌리엄 H. 맥레이븐 지음, 이재욱 옮김 / 미래지식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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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란 무엇일까요? 한 사람이 속했던 집단의 성원들이 그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살아 있을 때는 물론 죽은 후에도 그의 동료들로부터 얼마나 훌륭한 사람으로 기억되는지를 증시한다면, 그 사람은 분명 명예를 중시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저자께서는 미 육사 행사(생도 졸업 500일 전 기념) 참석차 연단에 올라가며 생도들의 활기차고 늠름한 모습을 보며, 과연 이 나라 제일의 젊은이들이라 평가할 만하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회고합니다(p19). 영어에서 the finest라고 하면 최정예부대를 뜻할 때가 있죠. 참고로 저자는 해군 제독 출신입니다. "해군의 눈으로 본 육군"이 강연 주제였다고 합니다. 

"사관학교의 임무는 조지 S 패튼 같은 천재를 길러내는 게 아니라 자질을 갖춘 리더를 양성하는 것이다(p19)." 리더의 길은 곧 책임을 지는 길입니다. 조직에 속한 모든 이들은 평등하게 대접 받아야 하며 그 각각의 인격들은 존중되어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조직의 업무 추진이란, 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며, 그 성과에 대해서는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만 하고 그 책임을 지는 자가 바로 리더입니다. 조직 안에는 다양한 재능을 가진 이들이 있고 그 재능들은 온전히 발휘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들 모두가 정직하고 조직의 목표를 위해 헌신한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리더는 최후의 순간까지 공동선을 위한 선택을 해야 하며 또 정직하게 처신해야 합니다. 부정직한 자는 리더가 될 수 없습니다. 

리더는 투덜거려서는 안 됩니다. 그의 상사로부터 부당한 지시가 내려왔다 해도 설령 그 면전에서 강력하게 항의할망정 부하 직원들 앞에서 상사 험담을 해서는 안 됩니다. 리더는 불평을 하는 자리가 아니라 무리를 이끌고 나가며 등대처럼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가리키는 직위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되며 함부로 낙담해서도 안 됩니다. 조직원들은 리더 한 명만을 바라보고 자신의 희망과 의지의 수위를 결정라하기 때문입니다. 리더에게는 가볍게 절망할 자유조차 없습니다.    

네이비씰은 세계에서 가장 군기가 강하고 최강의 전력을 보유한 전사들이 모인 집단입니다. 이 부대의 모토 중 하나가 "쉬운 날은 어제밖에 없다."라고 합니다. 특수부대에게 오늘도 내일도 혹은 몇 년 후의 어느날이라고 해도 거센 도전의 연속이며 쉬운 날이라는 게 영원히 없을 것이라는 뜻에서입니다. 그렇다고 "어제"라고 해서 과연 쉬운 날이었겠습니까? 그 역시도 고난의 날이었지만, 지나간 과거가 (기억 속에서 말고는) 더 이상 부대원들을 괴롭힐 수는 없기에 그렇게 표현할 뿐입니다. 적어도 리더라면, 고생이 다 끝나고 편안한 날이 있겠지 같은 무사안일한 기대를 품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겠습니다. "당신이 리더로서 실패하는 유일한 순간은, 오늘이 어제보다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바로 그 순간이다(p60)." 

리더는 수동적이어서는 안 됩니다. 리더는 나 아니라도 누군가가 저 일을 대신하지 않을까 하고 망설이는 순간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시간은 어느 순간이라도 허술하게 보낼 구간이 없으며 매 분 매 초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저자는 모키 마틴 소령을 기리기 위한 행사를 주재하다가(p77) 잠시 음향장치 장애를 겪었습니다. 마틴 소령은 끔찍한 사고를 겪고 하반신이 마비된 분이기에 이 상황을 혼자 대처할 수 없고 누가 나서서 장치를 바로 돌려놓아야만 했는데, 한 대원이 잽싸게 나서서 조치를 취했고 참석자들은 마틴 소령의 귀중한 연설을 단 한 마디도 놓치지 않고 경청할 수 있었습니다. 리더는 모두가 내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란 생각이 스칠 때 지체없이 튀어나와 행동을 보여야 합니다. 우물쭈물 엉거주춤은 그의 사전에 없습니다. 

"희망은 전략이 아니다.(p96)" 아무리 어떤 거대한 비전이 있어도 이것이 냉혹한 현실 속에서 집행이 될 수 있으려면 구체적인 전략 전술 하에 입안이 되고 그것이 조직원들에 의해 실행이 되어야 합니다.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아도 아이디어만으로는 아무것도 안 된다는 뚯입니다. 아이디어가 구체적인 형태를 갖추기 위해서는 조직원들이 죽을 각오로 목표에 매달려야 하며 최상의 지혜를 짜내기 위해 목숨을 걸다시피 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사례가 스탠리 매크리스털 장군이 입안하고 설치한 특수부대 네트워크라고 이 책 p97에 소개됩니다. 저자는 이 사례를 대단히 높이 평가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은 그것대로 큰 가치가 있다"며 살짝 다른 입장도 동시에 피력합니다.    

"목자는 양처럼 냄새가 나야 한다(p126)." 학자나 사상가는 다른 이들과 멀리 떨어져서도 성과를 낼 수 있고 어쩌면 그래야만 성과가 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리더는 사람들과 부대껴야만 리더 노릇을 할 수 있고, 아랫사람들과 부단히 소통하지 않으면 애초에 리더의 일이 불가능합니다. 잘난 사람이건 못난 사람이건 사람들 사이에서만 리더가 존재하며 그들의 희망, 감각, 애환, 좌절, 희열이 두루 느껴져야 그들을 올바로 이끌 자격이 생깁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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