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파우 동물친구들 3 - 귀엽고 독특한 코바늘 손뜨개 인형 캐릭터 20선 피카파우 동물친구들 3
얀 쉔켈 지음, 조진경 옮김, 박상숙 감수 / 참돌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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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작가님 작품은 아니고, 아르헨티나 작가 얀 쉔켈이란 분이 디자인도 하고 손수 집필한 책입니다. 작가님의 프로필 사진을 보니 호리호리한 괴짜 같은 이미지인데, 이런 다양한 캐릭터들을 직접 디자인도 하시고(피키파우 캐릭터들을 모두 손수 만들었습니다), 직접 뜨개질도 하셔서 일일이 바느질 컷을 이렇게 사진으로 찍어서 책 한 권을 만드셨다는 게 놀랍습니다(이름은 얀이지만, 여성입니다). 올해(2023) 4월에도 이 출판사에서 나온 다른 뜨개질 책을 읽고 리뷰를 올린 적 있었는데요. 그 책은 일본에서 나온 책의 번역본이었습니다. 한국도 바느질 문화가 꽤 발달하고, 이를 실생활에서 직접 행하는 주부들이 꽤 많은 편인데 한국 작가분이 쓴 바느질 책도 좀 더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p9에서 작가분이 직접 밝히는 대로, 책은 두 파트로 구성되었습니다. 도구, 기본 뜨기법, 기술 들이 먼저 소개되고, 이후에 이런저런 패턴들이 나옵니다. 뜨개질 책은 이처럼, 어느 정도 바느질에 익숙해진 후에는 얼마나 다양한 패턴이 소개되느냐에 따라 책의 재미와 가치가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p16을 보면 실의 여러 종류가, 무게와 두께에 따라 분류됩니다. 실에 다른 팩터가 고려될 건 없으니 두께가 곧 무게를 결정하게 됩니다.   

이 책에서 제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p19 이하에 잘 나오듯 바느질의 용어들이 잘 정리되었다는 점입니다. 바느질 용어는 외국에서도 용어가 완전히 통일되지는 않아서, 작가마다 다른 말을 쓰기도 하기 때문에 초심자는 약간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사실 좀 진행하다 보면, 아 그 말이 그 말이겠구나 하고 눈치가 오긴 합니다). 이 책은 용어와 함께 그에 해당되는 사진을 따박따박 실었기 때문에, 적어도 책 안에서 용어 사용례가 혼동되지는 않습니다.   

p32에 나오듯이 원형뜨기를 할 때 빼뜨기로 마무리하면 뭔가 투박한 티가 나서 약간 난감해질 때가 있습니다. 이때를 대비해서 작가분은 다른 아이디어를 제시합니다. 원형단을 그렇게 일일이 연결할 게 아니라 나선형뜨기를 하라는 것입니다. 특히 이 책에는 "적극 추천"하는 여러 테크닉들이 나와서, 이 방식들만 정말 곧이곧대로 따라하면 (다른 뜨개질 책과 달리) 작가님만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 완성됩니다. 

p60을 보면 (캐릭터가 입는) 속바지 뜨는 법이 나오는데 사실 몸에 타이트하게 붙어서 속바지라는 것일 뿐 아니라 그 레이스(속바지 특유의) 부분까지 세심히 표현하기 때문에 작가님의 디테일 구현 솜씨에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앞에 삐죽 나온 홀 부분은 꼬리를 밖으로 빼는 목적이니 다른 오해는 없어야 하겠습니다. p75에 나오는 머플러 같은 것도, 저렇게 작은 공간에서 어떻게 저처럼 섬세하게 구현이 가능할까 싶어서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다양한 패턴도 패턴이지만 이 책은 캐릭터 바느질이므로 캐릭터 하나하나가 또 다 패턴이라고 봐도 되겠습니다. p89에 나오는 여우원숭이 티나를 보십시오. 날렵한 몸매를 보니 과연 여우원숭이이긴 한데 뭔가 짓궂은 일을 꾸미려고 털퍽 앉은 폼에 장난기가 가득하여 마치 작가님 본인이 모델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p114를 보면 고슴도치 메이블에 입힐 겉옷 도면이 나오는데 마치 십자말풀이 퀴즈처럼도 보입니다. 중요한 건 단마다 매겨진 번호에 따라, 정확하게 책의 지시에 맞춰 뜨개질을 해야 한다는 점이겠습니다. p132에도 도면이 나오는데 아스트리드(타조)의 머리, 목 부분입니다. 설명도 진짜 자세해서 뜨개에 아직 서툰 독자라고 해도 그저 따라만 하면 충분합니다. 다만 저는 어설프게 저 혼자 생각으로 막 하다가 결국 망쳤는데, 어디까지나 책의 지시에만! 충실하면 결코 그런 일이 없겠습니다 ㅠ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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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종이 2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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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아무래도 짧은 시간 안에 급속히 성장한 나라이다 보니 천민자본주의가 극성을 부리는 게 특징입니다. p18에 나오는 박경숙씨 같은 사람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박경숙 정도 되는 사람이면 사회적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이런 행동을 하지 않을 듯한데, 그런 건 조선시대나 다른 나라의 사정일 뿐이고 한국에서는 중산층이 구멍가게에서 콩나물 값을 깎는 게 관행이자 차라리 미덕(!)입니다. 물론 자신보다 잘사는 사람 앞에서는 비굴할 만큼 철저하게 체면을 지키는 게 또 보편적 룰이겠습니다. 조정래 작가님도 예전에 남천삼익비치에 사셨으므로 이 점을 매우 잘 아시리라 생각됩니다(ㅋ). 

의븟자식을 인사시킨다(p70)라... 뭐 돈 앞에서는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양심이고 체면이고 다 내팽개치는 게 이 사회의 노멀입니다. 이것 말고도 뜬금없이 바깥에서 양자를 들인다든가 하는 게 무슨 인도주의의 발로가 아니라 나중에 상속분 주장을 하기 위해 허수아비 하나를 세우는 수작이죠. 세상에는 남의 돈을 먹기 위해 참으로 가증스러운 온갖 술수가 펼쳐지며 의붓자식 이런 건 양반입니다. 의붓자식이야 자신의 법정상속분으로 참여하는 건데 뭘 탓하겠습니까. 단지 그 안에 숨은 갖가지 검은 술수, 나쁜 속셈이 기가 막힌다는 거죠. 

p109에 나오듯이 민노진 기자처럼, 한눈에 척 보고 모든 진상을 알아차리는 날카로운 두뇌가 세상에는 있습니다. 세상의 온갖 악덕 사업가, 타락한 정치인, 위선자, 전관법조인, 그 외 이도저도 아니면서 한심한 수작을 부리는 모든 사악한 영혼들이 그나마 맘판으로 설치지 못하는 게, 어떤 착한 사람 눈이 무서워라기보다(그런 건 신경도 안 씁니다), 이런 날카로운 정신이 눈 부릅뜨고 감시를 하고 있기 때문이죠.  

한국사회에서 비교적 최근에 생긴 관행 중 하나가 변호사 등의 경우 풀 네임을 다 부르지 않고 성씨만 따서 김변, 박변 하는 식인데... 예를 들어 이 책(2권) p119 같은 데를 보면 "손 변"이라고 띄어쓰기까지 정확하게 표기하고 있습니다. p126을 보면 이태하에게 한지섭이 보내는 편지가 나오는데 그 말투도 그렇고 구구절절에 담긴 지극한 마음 같은 게 느껴져서 이 장편 소설 중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대목이었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콜린 매컬로의 <로마의 일인자>에서 푸블리우스 루틸리우스 루푸스가 가이우스 마리우스에게 보내는 서한을 다시 읽는 듯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p140에 나오듯 ktx 같은 자기부상식 고속열차가 나오면서 산업구조라든가 인구분포에까지 영향을 크게 준 바가 있습니다. 고속버스나 시외버스 같은 게 요즘은 운행이 크게 줄어들었고 그 회사들도 원가가 오르다 보니 티켓값도 덩달아 올라서 이제 요금이건 시간이건 철도에 상대가 안 됩니다. 1990년대에 많은 논란을 딛고 이를 도입한 것은 확실히 혜안이었고 앞을 내다본 결단이었습니다. 영어 간판이 지나치게 난립하는 "천박한" 현상을 개탄하며 중국 동북 3성 등에서 한자와 한글을 병기하는 예를 드시는데, 사실 수원이나 안산 등을 다녀 보면 여기가 중국인지 한국인지를 알 수 없을 때도 있습니다. 現壓冷麵이라고 쓰면 무슨 뜻인지 한국인이 바로 알아보겠습니까? (글자는 서평란에 간체자가 깨질 때가 많아서 편의상 윈도가 잘 구현하는 번체자로 했습니다)    

p171을 보면 포항제철, 현 포스코의 창업자 격인 박태준씨에 대해 극찬에 가까운 평가가 나오는데 조정래 작가님은 예전부터 이런 스탠스였기 때문에 그렇게 놀랍지는 않습니다. p178을 보면 캐릭나 한지섭의 능력, 즉 특수작물 하나도 잘 키워나가며 상업적 재배에 성공시키는 재주에 대한 칭송이 있는데 저는 이 대목에서 정치적으로 일시 패배한 후 하방(下方)하여 그곳에서도 열악한 환경에서 성공한 덩사오핑의 예가 생각났습니다. 1250년이 걸려야 얻을 수 있는 거액을 한순간에 챙길 꿈에 부푼 전진혜(p221) 같은 인간도 천민자본주의의 음습한 그늘에서 자라나는 게 21세기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조정래 선생의 소설은 언제나 이런 씁쓸하고도 한심한 대한민국의 현실을 마치 심우도처럼 날카롭고도 심오하게 포착하여 독자와 소통하는 게 최고의 매력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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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종이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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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안에 엄청난 부를 축적한 나라답게, 세대를 불문하고 지나치게 배금주의가 사회에 팽배한 게 한국의 실정입니다. 또 그에 걸맞게, 제도나 법규범의 지향성에 대해서도 구성원 간의 의견 차가 매우 큰 것도 특징이라서 성별, 세대 간 갈등이 격심하게 나타납니다. 소설 p14 이하를 보면 박현규와 이태하의 설전이 격하게 이어지는데, 여기서 주된 논제가 되는 건 상속법과 친족법 중 성씨 부분입니다. 

극중에서 캐릭터 박현규는 뭔가를 살짝 착각하는 듯합니다. 1963년에 암살 당한 JFK, 그 부인인 재클린의 경우 이름에 케네디를 남기고 그 뒤에 오나시스가 또 붙은 건 부성(夫性) 존중 취지의 강제 규정 효과가 아니라 대통령 부인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재클린 스스로가 그리 선택한 것입니다. 힐러리 클린턴도 미들네임처럼 로댐(Rodham)이 남은 건 본인이 결혼 전 성씨를 남기고 싶어서 그리 한 것이고 말입니다. 미국이란 나라가 남편의 지위를 절대적으로 존중하여 법제를 그리 만든 게 아닙니다. 박은 재학 중 사시 패스를 한 천재라면서(p20) 왜 이런 걸 잘 모르는지 의아합니다. 

박현규의 말 중 남녀평등을 내세워 1990년 상속법을 거의 절대균분으로 만든 건 대단한 업적입니다. 그당시만 해도 유교적 전통이란 게 사회에 얼마나 강한 습속으로 남아 있을 무렵인데, 어떤 과도기적 단계도 거치지 않고 바로 남녀균분이 이뤄진 게 다시 생각해도 놀랍습니다. 이것과는 대조되게, 박현규가 세트로 묶어 이야기하는 자녀 성씨 문제는 저때로부터 한참 후 노무현 정부 때 이뤄진 법개정입니다. 두 제도는 같은 시점에 (박의 생각처럼) 졸속으로 이뤄진 게 아니라는 점을 알 필요가 있겠습니다.   

과거에는 장자에게 제사 상속 등의 이유로 일정 부분을 더 떼어 주는 게 법제로 보장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던 게 1:1:1... 식으로 바뀐 게 1990년의 민법 개정이었으며 사실 일부 한국인들은 아직도 이 제도에 적응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 소설 중 정일준 집안의 예처럼, 상속규정은 강행규범이 아니기 때문에 유언장이 우선이지 자녀균분은 보충적으로 적용될 뿐입니다(정일준의 말이 맞음). 또 부의금은 상속 재산이 아니므로 상속분에 따라 나눌 이유가 없으나 한국의 판례는 비용에 일단 충당한 후 나머지를 상속분에 따라 나누라고 합니다. 그러니 동생 정일석 말처럼 형제자매별 조문객 비율과 액수로 나누자는 건 근거가 없겠는데, 다만 이는 판례의 태도일 뿐이므로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습니다. 

"주색이 한 덩어리의 말인 것처럼 술자리에는 여자가 빠질 수 없다.(p101)" 음, 그런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는데 듣고 보니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합니다(?). 주색 같은 말은 대등합성어일지 아님 융합합성어일지... 국어사전을 보면 술과 여자를 아울러 이르는 말, 이렇게 정의하는데, 이 정의에 따르자면 그냥 대등합성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간 융합합성어 같은 느낌을 주는 건, 색(色)이란 말이 다층적인 의미를 띠는 부수적 효과일 뿐입니다. 저 당시 사업가들이 그 피땀을 흘려가며 업적을 일군 건 어쩌면 슬자리에서의 강렬한 유혹이 원초적 동기 중 하나를 이뤘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 대한민국의 부(富)는, 남자와 여자가 어기영차 힘을 합쳐 일군 것이라는 눈물나는 사연을 다시 확인하게(엥?)도 되네요. 

돈 세탁이라는 게 뭐 철저하면 철저할수록 좋습니다(헉). p156에서 보듯 최민제는 "그 남자(과연 누구일까요?)"의 치밀한 작업에 따라 세탁을 시도하며 그 분위기는 심각하기 그지없습니다. "회사와 전혀 관계 없는 새 변호사를 골라야 한다(p137)." 네, 그의 생각이 맞습니다. 세상에는 전관직을 이용하여 큰 돈을 벌어들이는 이가 있는가 하면, p151에 나오는 대로 운동권 처녀성을 그대로 지닌 천연기념물 같은 이도 있게 마련입니다. 부인하고 싶든 어떻든 간에 최민제는 느닷 자신의 동생임을 주장하는 뜻밖의 사태를 맞아 경영권 유지 등 온갖 이슈를 다 고민하게 됩니다. 세상은 참으로 복잡한 여러 원인에 의해 작동하고 또 꼬여 가기도 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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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땅 캄보디아
전은경 외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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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는 20세기에 너무도 큰 아픔을 겪었던 나라입니다. 이제 그 상처를 딛고 다시 도약하려 애 쓰는 중이며, 한국에서도 그들의 아픔과 재기에의 의지에 공감하며 순수한 마음으로 도우시려는 의로운 분들이 계십니다. 이 책의 분량은 250 페이지 정도이지만, 우리 모두가 함께 생각해 봐야 할 대목이 너무도 많았습니다. 또 이 뜻 깊은 일에 동참하신 감사한 분들의 모습과, 캄보디아 현지의 풍경을 담은 컬러 사진들이 많이 실린 점도 좋았습니다. 

책을 쓰신 주(主) 저자님은 모두 여섯 분인데 그 밖에도 다섯 분이 참여하셨고, 학생 두 명도 있습니다. 책의 제1장은 전은경 선생님이 집필했는데, 이 장에서 중요하게 회고되는 분들 중 한 분은 세계기독간호재단 창립자인 이송희 선생입니다. p32를 보면 현재 96세이신 걸로 나오는데 이분의 인생 역정을 보면 정말로 놀라울 뿐이며, 한 인간의 삶이 이처럼 거룩한 사업에 오롯이 바쳐진다는 게 과연 가능한지, 같은 사람으로 태어나 어쩌면 이렇게도 궤적과 지향성이 보통 사람들과 차이날 수 있는지 그저 숙연해질 뿐이었습니다. 특히 서울대 졸업 후 한국전이 터지고 김활란 박사의 이대에서 이미 교수 채용 보장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봉사와 헌신에의 길을 주저없이 선택하는 대목이 참으로 감동적이었습니다. 

장학사라고 하면 근엄한 표정과 태도로 학교의 실황을 점검하러 나오시는 고위직 선생님들만을 떠올릴 수 있으나 전은경 선생님이 장학사로서 품었던 포부는 공익과 봉사, 숭고한 이상의 실현 등에 보다 가까운 것이었습니다. 참으로 많은 일을 이뤄 내셨음에도 불구하고 p61 같은 곳에서 "여전히 아쉬운 채로 남은 많음 꿈들"을 언급하십니다. 남미는 대개 높은 해발 고도에 자리한 지형인데, 특히 페루에 체재하며 어려운 환경에 처한 여러 어린이들을 도우시는 대목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또 아프리카 남아공에도 방문하셔서 뜻 깊은 활동을 펼치셨는데 그 동기가 "친구따라 강남간다"였다고 소탈하게 말씀하셔서 또 한 번 놀랐습니다. 나쁜 친구를 사귀면 인생 자체가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하는데, 이처럼 선하신 친구가 곁에 있으면 성인(聖人)의 경지에 근접할 수 있습니다. 현재 전 선생님은 양평 곡수초 교장으로 봉직 중입니다. 

이 책의 주된 테마는 캄보디아인데 그 이야기는 p71에서부터 본격 시작되며, 앞에서 언급한 13명(전은경 교장선생님 포함)의 이력이 간단하게나마 p72이하에 나오며 p73에는 열 한 분의 대원(봉사를 사명으로 삼은 아르고나우타이라고 할 수 있죠)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도 있습니다. 전 선생님은 이미 남미, 아프리카 등지에 다녀오셔서 비슷한 성격의 봉사 경험이 있으시지만, 여튼 캄보디아는 또 생소한 나라이므로 각별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이제부터 9박 10일의 긴 여정이 시작됩니다.(p107~p112에도 간단한 프로필이 있습니다. 원래는 신 선생님이 다른 크루들께 전하는 한 마디 메시지 형식인데 우리 독자는 프로필로 봐도 될 듯합니다) 

p85에 보면 "겹이 두터워지는 사람"이란 구절이 있습니다. 한 겹, 두 겹 하는 "겹"이란 단어를 고유어로도 아는데, 사실은 이처럼 裌이라는 한자가 따로 있기도 합니다. 동시 통역사, 동료, 도색, 간호, 식목 등의 단어가 이처럼 현지에서의 컬러 사진과 함께 보니 전혀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부원초교 교사이신 신선혜 선생님은 p102 이하에서 "캄보디아의 크메르인과 만남"을 회고하는데, 사실 크메르인은 참으로 유서 깊은 캄보디아 문명을 개성적으로 구축해 온, 세계사의 스타 인종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비뚤어진 심성의 독재자와 그 무리들 때문에 그토록 혹심한 고생을 했으니... 

프래그머티즘의 초석을 놓은 존 듀이는 "인간은 말이나 글보다 음악으로 더 잘 공감한다."고 했습니다. p124에 보면 신 선생님은 현지 프놈박 초교에서 의외로 "나는 네가 참 좋아."를 캄보디아 말로 잘 전달하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람의 진심은 결국 어떤 식으로건 서로 통하지 않겠습니까. 손뼉도 쳐 보고, 눈빛도 나눠 보면 말이, 단어가 일대일 대응이 되지 않더라도 마음이 서로 접점을 찾게끔 되어 있습니다. 특히 신 선생님은 그림 솜씨도 참으로 뻬어나신 듯합니다. 

우리 한국인들(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 모두)은 캄보디아 하면 대뜸 앙코르와트를 떠올릴 듯합니다. p139에는 앙코르와트와 그 외 캄보디아의 진기한 문화 유산이 사진과 함께 소개됩니다(저 뒤 p212에는 대학생 김유민의 견문도 있으니 함께 대조하면 더 재미있습니다). p158을 보면 이지선 교수님의 말 중 "사람의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의 깊이와 인생을 알 수 있다."가 나옵니다. 또 이 봉사의 여정을 통해 누군가를 돕기보다, 어쩌면 나 자신을 치유하고 싶었던 게 더 큰 동기였는지도 모른다.(p162)"도 있습니다. 이어지는 페이지에 나오는 구절은 크메르어는 아니고,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라는 뜻의 라틴어입니다. 특수교육에 종사하시는 박정미 선생님은 이번 여행이 사춘기로 고생하는(?) 따님과 함께한 일정이었다고 하시는데(p199) 그 역시도 뜻깊었을 듯합니다. 어느 누가 청소년기에 이런 체험을 하기가 쉽겠습니까. 

봉사는 결국 나 자신을 이기주의와 탐욕의 늪으로부터 구해내는 활동입니다. 헌신과 사랑이야말로 내 안에 깃든 모든 때와 상처를 씻어내는 특효약이 아닐지요.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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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히말라야 트레킹 - 전면 개정판 크레이지 홀리데이 4
최인호 지음 / 꿈의지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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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카페 중 이 히말라야 트레킹을 중점 화제로 삼는 커뮤니티, 약칭 네히트라는 곳이 있습니다. 이곳의 운영자인 최인호님이 그간의 노하우와 지식, 체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펴냈습니다. 어느 커뮤니티라 해도 그곳의 분위기를 파악하려면 대개 눈팅 3개월이 필요하다고들 하지만 히말라야 같은 곳의 트레킹이라면 3개월 아니라 1년이라 해도 커뮤니티에 축적된 소중한 지식을 터득하기 힘듭니다. 트레킹이나 등반이라는 게 애초에 지식으로 모두 커버될 만한 활동이 아니며, 하다못해 국내 고봉이라도 두루 둘러본 후에야 첫걸음을 간신히 떼었다는 소릴 들을 만하지만, 여튼 어느 정도 심신의 준비가 마쳐져 히말라야에 도전해 볼 만하다 여겨진다면, 이 책을 읽고 지식의 단계에서 갖추어야 할 모든 사항을 점검해야 하겠습니다. 혹 이미 히말라야에 도전했었으나 결과가 여의치 않았던 분이라면, 역시 이 책을 읽고 내가 어디서 부족했는지 그 패인을 짚는 레퍼런스로 삼을 수도 있겠습니다. 

p90을 보면 "예전에는 가이드나 포터 없이 트레킹을 해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단독으로 극기 훈련 삼아 트레킹을 하는 젊은이들도 있었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사실 아직도 이런 과거의 통념을 갖는 이들이 많으며, 가이드 포터 등은 그저 옵션이고 진정한 트레킹은 독고라고 생각하기 일쑤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법이 바뀌어 가이드, 포터 중 한 명은 반드시 고용을 해야 한다고 책에 나오네요. 무모한 행동, 욕심은 절대 금물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백두대간 완주, 마라톤 풀코스 성공, 이런 대단한 경력들이 고소(高所) 적응에는 별 큰 도움이 안 된다고도 합니다. 내가 딴 건 몰라도 체력은 자신있어, 이 정도 자신감으로 함부로 만용을 부렸다가는 "원인도 모른 채 트레킹 중 실종되어 시신도 못 찾는" 이들 중에 불행히도 속할 수 있습니다. 

등반은 등반이고 트레킹은 트레킹은 트레킹입니다. p38~p39를 보면 두 활동 사이에 차이점이라는 게 이렇게나 많았나 싶게, 표 형태로까지 정리되었습니다. 책에서 규정하는 대로, 둘 사이의 차이는 단 한마디로, 등반은 원정대의 활동인 반면, 트레킹은 자유배낭여행입니다. 물론 그렇다고는 해도 (이미 앞에서 말했듯이) 설령 트레킹 포맷이라 해도 가이드나 포터 고용은 필수입니다(2023년 4월부터). 트레킹 코스는 매우 다양하며 정말로 우리 나라 뒷산 정도 오르듯이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할 수 있는 코스도 있습니다. 그러나 고지대의 경우에는 "등반"에 준하는 대비가 필요함은 물론입니다. p86에는 솔로 트레킹도 분명 트레킹의 한 형식이며 다만 어지간히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야 (최소 형식인) 포터 1인 고용만으로 일을 진행할 수 있겠다고 권고합니다. 이건 한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식인데, 포터에게 가이드 역할도 부탁하고 싶으면 따로 비용을 내는 게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식사 문제도 은근 예민한 이슈입니다. 일단 저자는 p112에서 네팔인들은 하루 두 끼만 먹는다고, 그 리듬을 맞춰 주고 패턴을 존중해 줘야 한다고 충고합니다. 또 이 책 곳곳에서 언급이 되지만 롯지(lodge)라는 게 히말라야 여러 군데에 있으므로 그곳을 잘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사냥 등을 위해 야외 숙박을 위한 임시 거소를 마련하는 건 영국인들의 오랜 풍속 중 하나입니다. 여기서 제공되는 육류는 수쿠타라는 게 있는데 이게 버팔로 훈제라고 나오네요. 못 먹어 봤지만 참 독특한 맛일 듯한데 저자께서는 좀 질기다고도 합니다. 

등반도 아니고 트레킹이라고 하면 코스가 다양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책의 핵심내용이자 최고의 장점은 바로 p155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실전편입니다. 특히 지도가 다양한 포맷으로 삽입되었는데 이런 목적도(目的圖)는 인터넷에 막상 찾아보면 잘 나오지도 않습니다. 아무래도 가장 대중적인 코스가 안나푸르나 인근이다 보니 지도만 봐도 인프라가 많이 마련되었구나 싶습니다. 카트만두에서 불과 2km 거리인 위치인데, 해발고도 기준점으로부터도 2840m 떨어진 곳이기도 하죠. 2840m 고도에서 보내는 밤은 어떤 기분일지 생각만 해도 설렙니다. 

글쎄 한국에도 요즘은 워낙 다양한 체험을 한 분들이 많습니다만 p198 이하에 소개되는 좀솜-고라파니-포카라 코스는 많은 이들이 처음 보는 경로가 아닐까 저 개인적으로 추측합니다. 이 책에 소개된 다른 코스들도 그렇지만 소개가 참 구체적이라는 점이 좋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히말라야 다녀온 분들이 많다는 건 알고 있지만 이 책에 소개 안 된 코스가 과연 있을까 싶을 만큼 정말로 정보가 망라적입니다. 개별 코스에 대한 정보들도 정말 구체적이라서 트레킹 엄두도 못 내던 독자한테까지 어떤 동기를 유발합니다. 

아무리 트레킹이라 해도 히말라야 최고봉이 포함된 코스라야 제대로 된 평가를 받는 게 당연합니다. p230을 보면 쿰부 히말라야에 대한 지형 설명과 함께 접근 방법까지 자세히 풀어 주는데 이래서 최인호 운영자님 책을 보고 다들 감탄하는구나 싶습니다. 루클라 공항도 여행 많이 하는 사람한테는 그 자체로 로망인 장소인데 책에 나오듯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공항"이라는 평판에도 눈길이 갑니다. 또 셰르파들은 직업군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원래는 종족 이름입니다. 이들 이름을 짓는 컨벤션이 요일을 따르는 것이므로 혹 이름이 같다 하여 섣불리 가족으로 판단하지 말라는 조언도 있습니다. 

랑탕 밸리 코스가, 한국인들 체험담을 들어 보면 가장 무난하면서도 히말라야 다녀왔다고 하기에 덜 민망한 경로가 아닐까 추측합니다. 그런데 책에서는 딱 거기에서 멈추기엔 또 뭔가 아쉬운 분들에게 권할 만한 데가 고사인쿤드 확장 코스라고 합니다(p315). 책에 보면 11일분으로 계획한 표준적인 코스가 제시되는데 딱 9일차에 라우레비나라까지 딱 오르고 남은 2일 동안 카트만두로 복귀하는 일정입니다. 또 랑탕 히말라야 트레킹 코스 대부분을 섭렵하려면 p322에 나오는 랑탕 히말라야 서킷이 권장된다고 합니다. p330에 나오는 무스탕 왕국은 수백 년 동안 독립된 왕국으로서의 지위를 누렸으나 18세기 말에 네팔의 보호국 신세로 떨어졌으며 2008년에는 아주 합병이 되고 말았습니다. 여기서도 필요 없어지면 비정하게 버리는 미국 외교의 한계가 드러나는 대목이라 안타까운 느낌이 듭니다. 다시 중국과 긴장이 고조되는 지금 미국은 당시의 선택을 후회할까요? 

사진이 풍부하고 무엇보다 지도가 정말 많이 실려서 히말라야 트레킹 가이북의 가히 결정판이 아닐까 싶습니다. 너무나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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