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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땅 캄보디아
전은경 외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3년 11월
평점 :
캄보디아는 20세기에 너무도 큰 아픔을 겪었던 나라입니다. 이제 그 상처를 딛고 다시 도약하려 애 쓰는 중이며, 한국에서도 그들의 아픔과 재기에의 의지에 공감하며 순수한 마음으로 도우시려는 의로운 분들이 계십니다. 이 책의 분량은 250 페이지 정도이지만, 우리 모두가 함께 생각해 봐야 할 대목이 너무도 많았습니다. 또 이 뜻 깊은 일에 동참하신 감사한 분들의 모습과, 캄보디아 현지의 풍경을 담은 컬러 사진들이 많이 실린 점도 좋았습니다.
책을 쓰신 주(主) 저자님은 모두 여섯 분인데 그 밖에도 다섯 분이 참여하셨고, 학생 두 명도 있습니다. 책의 제1장은 전은경 선생님이 집필했는데, 이 장에서 중요하게 회고되는 분들 중 한 분은 세계기독간호재단 창립자인 이송희 선생입니다. p32를 보면 현재 96세이신 걸로 나오는데 이분의 인생 역정을 보면 정말로 놀라울 뿐이며, 한 인간의 삶이 이처럼 거룩한 사업에 오롯이 바쳐진다는 게 과연 가능한지, 같은 사람으로 태어나 어쩌면 이렇게도 궤적과 지향성이 보통 사람들과 차이날 수 있는지 그저 숙연해질 뿐이었습니다. 특히 서울대 졸업 후 한국전이 터지고 김활란 박사의 이대에서 이미 교수 채용 보장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봉사와 헌신에의 길을 주저없이 선택하는 대목이 참으로 감동적이었습니다.
장학사라고 하면 근엄한 표정과 태도로 학교의 실황을 점검하러 나오시는 고위직 선생님들만을 떠올릴 수 있으나 전은경 선생님이 장학사로서 품었던 포부는 공익과 봉사, 숭고한 이상의 실현 등에 보다 가까운 것이었습니다. 참으로 많은 일을 이뤄 내셨음에도 불구하고 p61 같은 곳에서 "여전히 아쉬운 채로 남은 많음 꿈들"을 언급하십니다. 남미는 대개 높은 해발 고도에 자리한 지형인데, 특히 페루에 체재하며 어려운 환경에 처한 여러 어린이들을 도우시는 대목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또 아프리카 남아공에도 방문하셔서 뜻 깊은 활동을 펼치셨는데 그 동기가 "친구따라 강남간다"였다고 소탈하게 말씀하셔서 또 한 번 놀랐습니다. 나쁜 친구를 사귀면 인생 자체가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하는데, 이처럼 선하신 친구가 곁에 있으면 성인(聖人)의 경지에 근접할 수 있습니다. 현재 전 선생님은 양평 곡수초 교장으로 봉직 중입니다.
이 책의 주된 테마는 캄보디아인데 그 이야기는 p71에서부터 본격 시작되며, 앞에서 언급한 13명(전은경 교장선생님 포함)의 이력이 간단하게나마 p72이하에 나오며 p73에는 열 한 분의 대원(봉사를 사명으로 삼은 아르고나우타이라고 할 수 있죠)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도 있습니다. 전 선생님은 이미 남미, 아프리카 등지에 다녀오셔서 비슷한 성격의 봉사 경험이 있으시지만, 여튼 캄보디아는 또 생소한 나라이므로 각별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이제부터 9박 10일의 긴 여정이 시작됩니다.(p107~p112에도 간단한 프로필이 있습니다. 원래는 신 선생님이 다른 크루들께 전하는 한 마디 메시지 형식인데 우리 독자는 프로필로 봐도 될 듯합니다)
p85에 보면 "겹이 두터워지는 사람"이란 구절이 있습니다. 한 겹, 두 겹 하는 "겹"이란 단어를 고유어로도 아는데, 사실은 이처럼 裌이라는 한자가 따로 있기도 합니다. 동시 통역사, 동료, 도색, 간호, 식목 등의 단어가 이처럼 현지에서의 컬러 사진과 함께 보니 전혀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부원초교 교사이신 신선혜 선생님은 p102 이하에서 "캄보디아의 크메르인과 만남"을 회고하는데, 사실 크메르인은 참으로 유서 깊은 캄보디아 문명을 개성적으로 구축해 온, 세계사의 스타 인종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비뚤어진 심성의 독재자와 그 무리들 때문에 그토록 혹심한 고생을 했으니...
프래그머티즘의 초석을 놓은 존 듀이는 "인간은 말이나 글보다 음악으로 더 잘 공감한다."고 했습니다. p124에 보면 신 선생님은 현지 프놈박 초교에서 의외로 "나는 네가 참 좋아."를 캄보디아 말로 잘 전달하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람의 진심은 결국 어떤 식으로건 서로 통하지 않겠습니까. 손뼉도 쳐 보고, 눈빛도 나눠 보면 말이, 단어가 일대일 대응이 되지 않더라도 마음이 서로 접점을 찾게끔 되어 있습니다. 특히 신 선생님은 그림 솜씨도 참으로 뻬어나신 듯합니다.
우리 한국인들(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 모두)은 캄보디아 하면 대뜸 앙코르와트를 떠올릴 듯합니다. p139에는 앙코르와트와 그 외 캄보디아의 진기한 문화 유산이 사진과 함께 소개됩니다(저 뒤 p212에는 대학생 김유민의 견문도 있으니 함께 대조하면 더 재미있습니다). p158을 보면 이지선 교수님의 말 중 "사람의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의 깊이와 인생을 알 수 있다."가 나옵니다. 또 이 봉사의 여정을 통해 누군가를 돕기보다, 어쩌면 나 자신을 치유하고 싶었던 게 더 큰 동기였는지도 모른다.(p162)"도 있습니다. 이어지는 페이지에 나오는 구절은 크메르어는 아니고,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라는 뜻의 라틴어입니다. 특수교육에 종사하시는 박정미 선생님은 이번 여행이 사춘기로 고생하는(?) 따님과 함께한 일정이었다고 하시는데(p199) 그 역시도 뜻깊었을 듯합니다. 어느 누가 청소년기에 이런 체험을 하기가 쉽겠습니까.
봉사는 결국 나 자신을 이기주의와 탐욕의 늪으로부터 구해내는 활동입니다. 헌신과 사랑이야말로 내 안에 깃든 모든 때와 상처를 씻어내는 특효약이 아닐지요.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