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선 넘은 거야 쓰면서 치유하는 심리워크북
샤론 마틴 지음, 양소하 옮김 / 에디토리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음에 내키지 않은 사람이, 일이, 나를 끌고 갈 때, 그땐 몸을 멈추고 마음에게 물어봐. '나 괜찮아?'라고(p77)" 우리는 회사에서 사회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어떤 상황에 끌려가는 일이 무척 잦습니다. 대개 이런 경우 우리는 "뭐, 좋아하는 일만 할 수 없잖아?"라며 억지로 맞추려들 듭니다. 그러나 나의 감정을 부인하며 상황에 과잉적응하는 게 과연 언제나 현명한 선택일까요? 결국 상처 입은 나의 마음은 그 작은 아픔이 쌓이고 쌓여 나중에 큰 탈이 나고 맙니다. 저자는 "좋은 것과 나쁜 걸 처음에 나누지 말라"고도 합니다. 며칠 전에 읽은 김세중 著 <무소유>에서 읽은, 성철스님이 했던 말씀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연극 무대 위에서 배우 없이는 역할이라는 게 존재하지 못하듯,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내가 없이는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읺기 때문에 내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p111)." 셰익스피어의 <좋으실 대로>의 어느 대사가 떠오릅니다. 아무 해석이라는 게 없이 그저 대본만 암기하여 목청만 높여 떠든다면 그 누구도 그 사람을 훌륭한 배우라고 생각지 않을 것입니다. 해석이란, 혹은 자신만의 관점이란 그렇게나 중요하며, 한 번 사는 세상에서 남의 관점에만 맞춰 살다가 허깨비처럼 가는 인생이라면, "누구나 갖고 태어난 행복의 무게를 스스로 떨어뜨리고 놓아 버리는(p110)" 어리석은 결과를 초래할 뿐입니다.

뻔히 사실이 아닌 줄 알면서도 우리가 사기꾼한테 속는 건, "내 욕심이 사기꾼의 말에 멋지게 포장지를 씌워서(p145)"라고 합니다. 나를 파멸로 몰고가는 건 남의 교묘한 속임수가 아니라 바로 나의 헛된 욕심입니다. 배가 고프면 모든 음식이 다 산해진미로 보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다름 아닌 나 자신과 가끔은 진심 어린 대화를 나눠 줄 것을 권합니다. 함께 느껴 주는 것만으로도 "차갑게 굳어 있던 마음이 촛농처럼 녹아내린다(p150)"고 저자는 말합니다. 이런 말씀을 들으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잘해주고 신경 써서 배려해야 할 사람은 바로 나 자신임을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세상을 그저 내 마음 내키는 대로만 살 수는 없습니다. 힘 있는 이들에게 기분을 맞춰 줘야 하고, 이익이 되는 길이면 적성에 맞지 않더라도 과감히 택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러나 매번 그렇게만 살면 어느새 내 삶은 빈껍데기가 되고 맙니다. 그래서 저자는 "발길 닿는 대로 눈길 가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다 해 보고 싶은 게 인생이잖아?(p166)"라고 우리들에게 묻습니다. 이때 지나치게 물욕, 성욕에만 따르면 그 역시도 후회만 가득 남을 삶이 됩니다. 앞에서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수시로 내게 물으라고 했던 저자의 말씀이 다시 생각나는 대목입니다.

지나치게 조심만 하고 남 눈치만 보면 결국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너무 잘하지 않아도 돼. 기회는 또 오니까.(p213)" 삶에는 이런 대범한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소홀히하면 곤란하고, 적절히 거리를 두되 존중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비워진 자리를 인정한다면, 너와 나, 서로가 왜 필요한지 알게 될 거야.(p225)" 이런 남을 사랑하는 데에는 어떤 조건이 필요할지 모르지만, 내가 나를 사랑하는 데에는 조건이 필요 없습니다. 이것만으로도 내가 내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입니까. 이걸 확인만 해도 벌써 나는 행복해집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루 10분 매일 두뇌 운동 (스프링) - 기억력 향상과 치매 예방을 위한
베이직콘텐츠랩 지음 / 베이직북스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성공적인 자기계발을 위해서는 물론 성실한 마음가짐, 성과가 나는 생활습관 등이 모두 중요하지만 어찌보면 그보다 더 중요한 요소가 있습니다. 아무리 새로운 지식을 익히고 이를 삶 속에 적용하려 들어도 머리가 젊었을 때처럼 잘 돌아가지 않는다 싶으면 결국은 목표하던 바가 잘 안 이뤄집니다. 하물며 나는 젊었을 때, 어렸을 때에도 그리 머리가 좋지 않았다는 분들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무엇을 배우고자 할 때 가장 장애가 되는 건 "내 의욕만큼 잘 따라와 주지 못하는 나의 머리"입니다. 







아니, 내가 머리를 아인슈타인이나 무슨 고승덕 변호사처럼 타고나질 못했는데 그걸 어쩌란 말인가? 그런데 생각 외로, 머리란 건 쓰기 나름이고, 후천적으로 노력하기에 따라서 좋아지기도 합니다. 이걸 개인의 특수한 경우라고 보기엔 그 경우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너무 자주 발견됩니다. 직업운동선수는 아무리 아웃라이어, 빼어난 능력을 타고난 사람이라고 해도 나이 30대 중반이 넘어가면 은퇴를 고려해야 합니다. 그러나 인간의 두뇌는 물리적으로 작동하는 신체 부위와는 달라서 나이를 어지간히 먹고도 잘 기능할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주요 토픽 중 하나입니다. 나에게 주어진 뇌를 가장 효율적으로 잘 쓰는 방법이라는 게, 이른바 뇌의 가소성(plasticity)을 잘 이해하면 터득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사용하면 강화되고, 사용하지 않으면 약화된다(p56)." 이것이 가소성의 핵심입니다. 플라스틱이라는 소재 역시 적정 온도와 압력만 가해 주면 자유자재로 모습이 변형되기 때문에 싼 가격에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어서 한때 문명사회의 풍요 그 핵심으로 기대되었습니다. 머리가 좋다는 건 머리가 말랑말랑하게, 주어진 상황에 그때그때 잘 적응하며 좋은 해답과 분석을 척척 잘 내어놓는다는 뜻도 됩니다. 저자는 이 뇌 가소성 개념을 잘 이해하면 "뇌를 잘 운전해서 자신이 목표한 지점까지 잘 도착할 수 있다"고 합니다. 누구나 페라리, 람보르기니를 소유할 수는 없어도, 제법 많은 경우 소o타나 아o테를 모는 사람이 슈퍼카 오너보다 더 일찍 목표를 달성하기도 하는데 이런 건 다 자신이 가진 차를 더 잘 다룰 수 있어서였습니다. 

수학자들도 위대한 업적은 20대 정도에 달성하며, 그 이후에는 서서히 능력이 쇠퇴한다고 합니다. 이 책에도 나오지만 인간의 신경세포는 일정 연령 이후에는 감소하는 게 엄연히 팩트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나이 든 후에 뇌의 성능이 향상된다는 것인가? 이 핵심을, "가소성"이라는 성질이 쥐고 있습니다. 비록 세포 수는 줄어들지만, 뇌의 임자가 부지런히 두뇌 훈련을 한다면 이런저런 신경망이 연결되어 (쓰지 않고 오래 방치한 사람보다) 성능이 더 좋아진다는 것입니다. 혹은, 내내 자기 생각 안에만 머물러 있어서, 여태 해 보지 않았던 생각을 잘 안 받아들이는 습관을 가진 사람보다 더 머리를 잘 쓰게 된다는 뜻도 됩니다. 피트니스센터에서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들이, 처음부터 단단하고 큰 근육을 가진 게 꼭 아닌 것과도 같습니다(물론 그렇게 태어난 사람도 있지만). 쓰면 쓰는 만큼 좋아진다는 말은 상식선에서도 얼마든지 납득이 되는 진리입니다. 물리적인 근육도 그 자체로는 나이가 들면 줄어들지만, 젊은데 운동 전혀 안 하는 사람보다는 중장년 운동러가 더 좋은 근육인 것과 이치가 같습니다. 지능이 유동성 지능과 결정성 지능으로 구별되며, 후자는 뇌 가소성을 잘 활용하여 더 발전시킬 수 있다는 이론에 대해서는 p111 이하를 참고하십시오.







두뇌가 활성화하고 나아가 그 뇌의 지시를 받아서 몸 전체에 더 높은 에너지를 전달하는 과정에는 호르몬이 중요한 구실을 합니다. 집에 불이 났을 때 평범한 가정주부가 냉장고를 번쩍 들어 옮겼다거나, (이 책에서 소개하는 사례 중) 동물원 곰 우리에 들어간 자신의 아이를 구하기 위해 쇠창살을 구부린 어머니 이야기가 다 그 예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기 시작 전 "파이팅!"이라고 크게 외치는 것만으로도 호르몬이 분비되어 신체 활동이 더 활성화할 수 있고, 아주 예전에 한국의 권투 선수 홍수환씨가 여러 번 다운을 당하고도 불굴의 정신력을 발휘한 사례도 다 비슷한 원리에 의한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색하고 불편하지만 성교육을 시작합니다 - 자녀가 건강하고 행복한 인간으로 성장하기 위해 꼭 필요한 ‘포괄적 성교육’
류다영 지음 / 모모북스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선 이 책의 최대 미덕은, 저자분이 너무도 솔직하시다는 점이었습니다. "솔직하다"는 건 대체로 두 가지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 하나는 "나의 감정상 호불호를 숨기지 않고 마구 표출한다"는 뜻일 수 있고(이 경우는 뭔가 따로 의도가 있는 게 아니라면, 대체로 "솔직하다"보다는 "경솔하다"가 어울리겠죠), 다른 하나는 "치부에 가깝거나 조소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사실도 격의 없이 털어놓는다"일 수 있습니다. 이봉규 박사님의 개성, 태도는 이 중 후자에 가깝습니다. 연세도 거의 육십을 바라보시는 단계인데, 이처럼 자신의 세계관, 습성, 태도에 대해 아무 가식 없이 털어놓으실 수 있다는 게 저에게는 놀라움을 안겨 주었습니다. 이렇게 책 속에서 털어놓고 있는 대부분의 사연이나 견해가, 저 개인적으로는 종래 거의 일일이 반감, 혹은 경멸감까지 갖고 있는 터라, 책 읽은 후 다가온 그 정체를 모를 상쾌한 독후 감상이 더욱 신기한 체험이기도 했고요.

 

"난 본래 그런 사람인걸? 그게 뭐 이상한가?"하는 어조로 들립니다. 그렇다고 애써 ego를 내세우는 분위기냐 하면 오히려 그 정반대에 가깝습니다. "허허, 난 본래 이런 걸 어쩌겠어." 굳이 말로 표현하자면 이런 한마디로 대변, 요약할 수 있는 분 같습니다. 연령 불문하고 이처럼 인격이나 스타일에 어떤 높다란 장벽을 치지 않고 사람을 대하는 분 주위에 참된 친구와 인맥이 모여들더군요. 말은 쉬워도 "편한 사람 되기"가 사회생활에서 제일 힘든 노릇이니까요.

사람은 비슷한 성향, 개성끼리 어울리는 게 보통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분이 칭찬하고 높이 평가하는 분들도, 일부에서 욕을 먹을지언정 마음을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퍼스낼리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실명을 일일이 적진 않겠지만, 제가 막연히 선입견으로 갖고 있던 부정적 인상이, 이 책을 읽고 거둬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보통 와이프와 자식한테 끔찍히 잘하는 남자치고, 겉모습처럼 답없는 마초인 수가 잘 없습니다. 아내, 자녀 자랑하는 팔불출치고 악인이 대개 없습니다. 주위 눈치 보지 않고 그런 감정을 마구 드러내는 장면을 머리에 그리면서, 저 개인적으로 겪어 봤던 "잘 놀면서 술자리 분위기 띄우는 털털한 타입들"이 절로 오버랩되었습니다. 친분에 따라 다소 과장, 왜곡이야 있을 수 있지만, 책에 적혀 있는 진술들은 대체로 진정성을 띠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예를 들어 본인은 너무도 스킨십을 원하는데, 남편(이 점만 빼면 경제력으로나 좋은 부모로서나 완벽한 남자)이 한사코 마다는 부인이 있답니다. 손만 슬쩍 잡아도 흠칫 놀라며 물러서고, 그렇다고 외도를 하는 것도 아니고. 이때 이봉규 박사님 말은, "그냥 이혼하고 자기를 사랑해 주는 남자와 결합하라."입니다. 이 과격한 조언(?)을 곧이곧대로 따를 분은 없겠지만, "당신의 그런 욕구와 아쉬움에는 정당성이 있다"는 진단에 큰 위안을 얻을 분들은 많을 것입니다.

듣기에 민망하다 싶은, 너무 솔직한 고백도 많았습니다. 만약 자신이 배타적으로 여성을 가질 수 없다는 사실에 불만을 표현한다면(솔직히 그건 무리죠), 이 정도의 관계도 이어나갈 수 없기에, 만족함을 알고(?) 현실을 인정한다는 겁니다. 매력녀는 본디 누구 하나가 독점할 수 없고, 마치 매력남, 능력남이 여러 여자를 오가는 거나 같은 이치 아니냐는 거죠. 듣기에 따라서 상당히 심각한 논란을 부를 수도 있는 이 같은 주장은, 그러나 저자의 솔직한 어조와 악의 없어 보이는 매너에 많이 중화되어 전달됩니다. 지나치게 괜찮다 싶은 여자가 내게 접근해 오면, 혹시 이거 쉐어링 아닌지 한번은 생각을 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참 많은데, 서평에 일일이 적을 수 없는 게 안타깝네요. 제가 학교 다닐 때는 성교육 시간에, "지나친 마스터베이션은 이후 이성과 정상적인 관계를 지닐 때 장애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하나의 교조였습니다. 아마 지금 아이들은 꼭 그렇게 배우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성 담론이 많이 오픈되었으므로). 저자분은 여기에 대해, 전혀 반대되는 논리로, 제법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애인과 서로 협조하여 실습하라는 말까지 있는데, 이러면 이미 그 이름을 버려야 하는 단계가 아닐까 합니다. 성행위에서 강조하는 포인트는 "애무, 전희, 후희"입니다. 여기서 진정한 사랑이 싹트거나, 죽은 애정이 소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뒤의 파티 이야기는 모두가 귀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아마 미국에서 오래 사신 분이라, 이 같은 신조가 자연스럽게 생기신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파티 문화는 또한 나이의 노소를 가릴 필요 없이 수용할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는 가장 건전한 교제입니다(물론 활용하기 나름입니다^^). 얼핏 들으면 거부감이 느껴질 수 있는 민감한 이슈를, 툭 터놓고 논의의 장으로 끄집어 내니 오히려 개운해지는 뒷맛, 이것이 솔직함의 미덕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한민국에서 가장 쉽게 쓴 주식책
구용욱 지음 / 시원북스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반인들이 잘 모르지만 채권시장 사이즈가 주식보다 훨씬 큽니다. 보통 채권 동향과 주식 흐름은 별개로들 알고 있지만, 래리 윌리엄스는 채권 시장에서 금리가 올라가면 주식시장 약세가 초래된다고 합니다(p96). 그건 당연한 상식 아니냐, 당연히 채권과 주식이 대체재 관계이니 이리로 돈이 쏠리면 저기서 돈이 빠지는 것 아니냐, (채권 시장 다이렉트는 아니지만) 지금도 미국에서 고금리 기조이니 증시가 어려운 것 아니냐고 할 수 있겠으나, 래리 윌리엄스가 이 대목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조금 다른 뉘앙스입니다. 우선 주주는 (물론 회사의 주인이지만) residual claimant, 즉 잔여재산청구권자입니다. 이 말도 여러 뜻이 있으나 원칙적으로 회사에서 채권자가 주주보다 우선이라는 말도 됩니다. 고금리는 회사가 우선 갚아야 할 이자비용을 증가시키며, 이러니 주주한테 가는 배당은 감소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증시 약세가 예상된다는 게 그의 주장 핵심입니다. 뭐 읽기 따라서는 당연한 명제의 반복일 수 있으나, 우리들은 이 당연한 원칙을 너무 자주 망각하는 것도 또한 사실입니다. 이 책에서는 진 할러의 잘 알려진 주장, "금리가 1% 하락하면 하락장이 상승 전환하는 데에 충분하다."를 인용합니다. 뭐 주식에는 변수가 워낙 많으니 저 말도 그저 참고용으로만 유념해야 합니다. 



"역사는 자신을 반복한다." "대중은 언제나 어리석게 행동한다." 전자도 잘 알려진 명언이지만 때로는 크게 어긋나기도 합니다. 래리 윌리엄스는 후자에 더 방점을 두고, 자신은 "대중이 거의 언제나 상승기의 중반에 (겨우) 진입하여 고점에서 대량 매수한다(그래서 물린다)."는 믿음을 따르며, 그를 역이용할 것이라고 호언합니다(p118). 또 대중이란 결국은, 처음에야 가치주에 집중하는 것 같아도, 나중에 가서 투기성 주식에 몰린다고도 합니다. 따라서 뉴스에서 어느어느 종목에 몰린다고들 하면, 이는 폭락이 임박했다는 명백한 시그널로 봐도 된다고 합니다. 이 책은 2003년, 거의 20년 전에 쓰였지만 적어도 이 지적만큼은 전혀 변하지 않고 적용되는 듯합니다. "The fundamental things apply." 이 시점 한국 증시에서도 대번에 어떤 종목이 떠오르지 않습니까? 



세상은 언제나 호황과 불황을 거듭해 왔습니다. 1920년대에도 1차대전이 끝난 후 대호황이 찾아왔고 사람들은 무분별하게 누가 좋다고 선동하는 주식을 (하필이면 너무 늦은 시점에) 사들이다가, 약은 사람들이 재빨리 팔아치우고 나가는 바람에 큰 손해를 봤습니다. 20세기 전반의 공황은 그렇게 찾아왔는데 거기서 쓰디쓴 교훈을 얻은 후 각국 정부(혹은 그와 유사한 책임 당국)는 그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려고 애를 씁니다. 현재 뜻밖에도 고금리 기조를 계속 유지하려는 기색인 미 연준도 한편으로 거품이 잘못 터질 것을 우려하고, 한편으로 중국산 저가품과 절연하려는 장기 비전으로 저러는 듯합니다. 이 와중에 증시의 향방이 과연 어디를 향할지는 정말 신중하게 지켜봐야 하겠는데, 대세는 하락장일 수 있지만 장세는 개별화할 수 있겠습니다. 이럴 때 인덱스를 사는 건 현명하지 못하겠기도 하겠고요. 책에서 래리 윌리엄스는 1980년대 여피족의 부상(浮上)을 회고하는데 자신이 젊었을 때(초년생 때) 겪은 바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만 어느 시대인들 저처럼 젊은이들이 확 들어왔다가 피 보고 나가는 일이 어디 없었겠습니까. 21세기 초 닷컴버블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앞시대도 마찬가지였고 말입니다.



"구경제가 (곧) 신경제다.(p173)" 참 이상하게도 경제는 스케일을 길게 잡고 보면 과거의 일들이 자주 반복됩니다. 사기를 쳐도 이처럼 패턴이 자주 반복되면 아무도 안 속을 듯합니다. 한편, 주가는 "그 회사가 과거(현재 포함)에 한 일들로 평가되는 게 아니라, 앞으로 10년 동안 무슨 일을 할지에 따라 정해진다."는 말도 절대 진리입니다(앞의 말과 모순되는 것 같아도). 단지 미래를 정확하게는 아무도 모른다는 게 문제지만. 책에서도 지적하듯이, 장기적으로 지극히 타당한 말도 단기적으로는 통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역으로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는 또한 "주가상승의 첫째 요인은 '인기'"라고도 말합니다. 인기라는 건 특히 주식에서 불가사의한 요소인데, 어떤 회사는 내용이 몹시 좋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회사 이름이 잘못 달렸다고 해서 잘 안 오르기도 한다는 지적도 개인적으로 들은 적 있습니다(oo약품인데, 하는 일은 여느 우량 제약회사와 같지만 이름이 마치 화학약품만 만드는 회사 같다고 해서 - 그렇다고 이 업계에서 쌓은 평판이 있는데 쉽사리 바꾸기도 어렵죠).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장사 교과서 2 : 매장편 - 변화하지 않는 매장의 생명은 끝이다 장사 교과서 2
손재환 지음 / 라온북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에는 효과적인 매장의 6대 법칙이 제시됩니다. 매장이야말로 나의 상품과 서비스를 고객에게 팔아내는 승부의 공간이며, 요즘처럼 분위기와 체험을 중시하는 시대에 사실상 장사의 성패를 결정하는 요소가 아닐 수 없습니다. 책에서 제시하는 가르침은 매우 구체적이며, 저자는 비록 안경점을 바탕으로 설명고 있지만 이 기본적인 원칙들은 어떤 업종 어떤 매장에도 두루 통할 수 있는 가르침들이겠습니다. 

p49를 보면 무학대사와 조선 태조 이성계의 일화(야사)가 나옵니다. 결론은 터가 중요한 게 아니라 결국은 사람이 중요하다는 건데, 물론 터도 중요하고 사람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다른 조건이 같다면 사람이 결국은 모든 것의 향방을 가르는 크리티컬 팩터라는 건데, 이 말은 아무리 좋은 자리를 높은 권리금을 주고 사도, 그를 운영하는 사람이 시원찮으면 필패라는 뜻이며, 반대로 나쁜 자리라고 해도 탁월한 수완으로 그런 자리에서도 일어서는 사람은 반드시 있다는 점을 상기합니다. 

인테리어는 일단 들어선 사람 눈에 넓게 보이게 하는 게 첫째라고 합니다. 또, 입지의 유리함보다는 공간 내부의 차별화가 더 중요하다는 말도 있습니다(p50). 돈만 들인다고 다가 아니라, 필요 최소한의 비용만 들이고도 손님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거나 애착, 호기심을 부를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나 세련된 감각의 중요성이란 그만큼이나 큰 것입니다. 또 중요한 건, 서비스하는 사람한테 업장 내부의 동선(動線)이 잘 마련되어야 결국 질 좋은 서비스가 고객에게 전달된다는 것입니다. 유명 유튜버인 은현장씨도 어느 TV 프로그램에서 이 비슷한 소리를 하는 걸 저는 본 적 있습니다. 

"오픈빨은 3개월뿐이니 그 이후를 준비하라(p75)." 사장이 개업을 하면 처음에는 혼신의 힘을 다해 일에 임합니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 대로 신선감이 서서히 떨어지면 손님이 어느 정도는 줄어드는 게 당연한데, 사장 입장에서는 내가 딱히 뭘 잘못한 게 없는데 왜 성과가 나빠질까 불안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책에서는 오픈 직후 3개월 그 이후 전략을 따로 대비하라는 것이며, 3개월이 지나 정해지는 그 매상이 가게의 진짜 실력이며 또 얼마나 목이 좋았는지가 판명난다고 합니다. 듣다보면 자영업은 이만큼이나 어렵고 무서운 것이며 또 얼마나 치밀한 준비가 필요한지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개업식은 꼭 해야 하는가? 물론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지나치게 많은 비용이 든다면 안 하느니만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주변 상인들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고, 인근 주민들에게 이런 곳이 있다고 인식을 시키려면 역시 개업식은 하는 게 맞다고 저자는 권합니다. 개업식뿐 아니라 이벤트를 수시로 열면서 주민들에게 이런 곳이 있다고 각인시키는 일은 매우 중요한데 책에는 이런 이벤트 관리로 확실하게 사람 끌어들이는 법을 아는 다른 안경점 사장님의 예(p99)가 나옵니다. 

앞에 나온 대로 고객은 익숙하게 자신이 찾던 매장에 들르는 게 보통이지만 반대로 너무 익숙한 것에는 또 질려서 발을 끊기도 합니다. 좀 더 획기적(p131)인 것을 고안해 내려 끊임없이 연구하는 게 사장에게는 필요하며, 이런 노력이 감지되었을 때 자발적으로 입소문도 타는 것이라고 책에서는 말합니다. 인테리어는 그 청결도 체크를 직원에게 무성의하게 맡길 게 아니라 사장 자신의 눈으로 일일이 점검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화장실이 지저분하다든가 하면 손님 눈에 매장 인식이 확 나빠진다고 지적합니다. 

"접객은 심리전이다(p195)." 처음 온 고객이 아무리 진상이라고 해도 처음부터 배척한다면 그 사람이 주변에 일부러 악평을 퍼뜨릴 우려가 있으니 일단은 신중하게 관리하라고 합니다. 일단 매장이 자리를 잡으면 그때부터는 과감하게 쳐 내도 상관 없습니다. 그 사람이 악평을 퍼뜨린다고 해도 이미 내 평판 역시 다른 사람들에게 그 나름대로 퍼진 바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의 악의에 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전환의 시대, 이 책에 제시된 6가지 원칙을 명심하고 잘 실천하면 내 매장을 훌륭하게 가꿔 나갈 수 있을 듯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