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 서울 거리를 걷고 싶어 특서 청소년문학 35
김영리 지음 / 특별한서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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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비범하면서도 우리가 뭔가 공감을 보낼 수 있는 매력 있는 젊은이입니다. 이른바 "용도 불명"으로 분류된 개체이기에 저 척박한 환경에서 어떤 난제를 척척 해결하는 지배계급에 속할 자격이 없죠. 다만 탄생시에 일정 배려를 받았기에 노화가 느리고(뒤에 나오지만 아마도 시험관 시술을 통해 이 모든 장점이 유전자 조작으로 구현, 주입되는 듯), 이 점에서 썸타는 사이인 여자와는 처지가 다릅니다. 또 AI인 아테나는 주인공을 두고 "권위 존중 면에서 낮은 점수를 주"었는데, 시스템에 대해 불평불만으로 가득하거나 확 뒤집어버려야 한다는 식(이른바 반역자 기질. p129)까지는 아니지만 은근 반항심을 품고 사는 우리네 평범한 장삼이사들의 정서와 아주 닮았기 때문에 뭔가 이런 개성도 마음에 듭니다. 

이 서울에서는 모호한 말만을 씁니다. 나이가 꽤 많은 닥터 입장에서는 현재의 프랑스나 유럽 사회 역시, 마치 작중 화성의 미래처럼 모국어를 다들 잊어가며 영어를 만국 공용어처럼 쓰는 현실이 SF나 마찬가지로 여겨질지 모릅니다. 이 와중에 타인에 공감 잘하고 성대모사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 롭 같은 이가 미래에선 별난 재능(p114)의 소유자로, 이처럼 특별한 상황에서 예외적으로 주목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긴 노래 춤에 능한 재능이 인류 역사상 우리 시대처럼 높은 대우를 받았던 적이 없었듯이 말입니다. 

"용도불명(p189)" 화성 콜로니에서는 인공지능의 발명 후 큰 변화가 일어났다는데, 바로 롭처럼 어정쩡한 사람들이 대거 "용도불명"으로 분류된 것, 다른 하나는 로봇의 발전 때문에 힘 쓰는 일을 하던 남자들의 역할이 크게 축소되어 사회에서 여성들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점입니다. 아니나다를까 이 소설은 남자 주인공이 상급자에게 받은 성적 제안을 거절하자 불이익을 받는 장면부터 시작합니다. 요즘도 근절되지 않은, 군대 등 폐쇄적인 조직 안에서 빈발하는 sex harassment가 역패턴으로 벌어지는 셈입니다. 용도불명의 다른 말은 바로 "잉여인간(p218, p257)"입니다. 

이 소설은 중반부터 마치 H G 웰즈의 <타임머신>을 보듯, 핵전쟁 후 폐허가 된 지구(="푸른 행성")에 임무를 띠고 귀환(?)한 롭이 에로스 섬, 또 불평등의 섬에서 목도한 갖가지 기이한(그러나 익숙한) 사회상을 보고 느끼게 된 바를 통해 일종의 문명 비판을 시도합니다. 에로스 섬은 아름다운 청춘남녀가 일종의 지상낙원을 이루고 사는 구역, 장애가 있거나 폴리아모리를 거부하거나 늙고 병든 이들이 거주하는 구역 둥로 나뉩니다. 봉 소바주(bon sauvage)라는 낭만 가득한 이데아가 바로 이들을 두고 이르는 말이겠습니다.   

다른 섬은 그렇지 않아서 마치 우리 현대인들이 일구고 사는 사회와 비슷합니다. 쓸모가 떨어지는 개체는 부적응자 무능력자로 찍혀 서서히 도태되며, 강자가 약자 위에 군림하며 불평등이 당연한 이치로 간주되는 곳. 영리한 롭은 이 섬이 바로 자신의 원소속 공동체(화성 콜로니)와 조금도 다름없는 원리에 의해 움직임을 바로 통찰해 냅니다. 이 두 섬은 남자가 여자를 차지하는(분배하는) 방식이 극과 극이지만, 화성에서 이미 여성이 남성에 대해 우위를 차지해버린 상황과 대조된다는 점에서는 닮았습니다. "능력 위주의 사회(p272)" 

그녀는 콜로니에서야 기세등등하게 지내던 엘리트였겠으나 이곳 서울에서 포로가 된 후 어느 전사에게 성노리개, 기껏해야 출산 도구 이상의 취급을 못 받는 비참한 신세입니다. 어느 남성(열등한 종족인) 밑에서 종속적인 대우를 받는 자체가 참을 수 없지 않았겠습니까. 요령 좋은 주인공 롭이 순식간에 쥘마에 대해 상하 주종 관계를 세우는 장면이 우스우면서도 통쾌했습니다 ㅋ  이런 정직하지 못하고 속물스러운 여자는 그런 비겁한 술수에 당해도 마땅하다고나 할까요. 

스케일이 크고 기술적 미장센이 꼼꼼하면서도 묵직하게 문명 비판을 담았으며 우리 독자들이 언제나 좋아라하는 선남선녀들의 로맨스까지 펼쳐져서 너무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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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아이가 함께하는 사춘기 수업 - 방황하는 내 아이 속마음 읽기
정철모.채혜경 지음 / 청년정신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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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에게는 당황스럽겠지만 반항이나 양가성은 자립을 위해 필요한 발달상의 통과점이다(p23)." 참 의미심장한 구절입니다. 그래서 사춘기는 아이에게 위험하기도 하지만, 평생 귀여운 아이로 부모 곁에 머물 수 없는 한 언젠가는 반드시 겪어야 하며 그래야먄 온전한 사람이 됩니다. 책에서는 모든 이상행동이 치료대상인 건 아니고, 자폐 스펙트럼과 무관하게 그저 사춘기라서 보이는 증상일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설명은 과연 이 분야 전문가다운 친절하고 적확한 설명이며, 한편으로 자폐를 다루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사춘기 증상까지 같이 받아내고 다뤄야 하는 그 부모님들이 얼마나 어려움이 크실까 하는 생각도 새삼 듭니다. 

​ 

책에서는 꼭 또래가 아니어도, 친구를 하나 두게 하라고 조언합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인 한 아이가 나오는데 당연히 이런 아이는 교우관계가 어려울 것입니다. 그런데 동네 모형가게에 다니면서 단골 손님들과 친해졌다고 합니다. 그 손님들도 순전히 같은 취미로 모인 이들이니 괜히 어떤 병을 문제삼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다. 다만 이는 일본의 사례라서 그렇고, 우리 같으면 순전히 동호회에서 만난 이들조차 취미 외적인 이슈, 사회적 지위라든가 재산 같은 걸 공연히 문제 삼는 못된 이들이 있고 거기서 받은 스트레스로 자살한 사례도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에는 조심할 부분이 있다는 점 언급하고 싶고, 다만 친구가 필요하다는 결론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주위에 부모뿐이고 다른 친구(관계)를 못 만든 아이는 이걸로 평생 콤플렉스가 생길 수 있으니 말입니다. 사실 알고 보면 별것도 아닌데. 

​ 

이 방식은 우리들 일반인들이 스몰스텝 위주로 잘게 쪼개어 난관을 극복하는 방식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 p33에서는 다소 의외랄까, 탑다운 방식도 병행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아니 소소하고 작은 걸 아직 못하는데 더 상위단계 방법을 어떻게 가르친단 말인가, 무엇보다 ABA에 안 어울리지 않나 싶지만 저자는 그게 바로 우리들 비전문가의 오해라고 지적합니다. 아이에 따라서 특정 애로가 아주 안 넘어가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 단계 때문에 계속 거기 머물 수는 없습니다. 스몰스텝에서 살살 위로 높여나가는(p33. 높혀나가는 x) 방식을 바텀업이라 부른다면, 탑다운은 지금 당장 아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여 마치 편법처럼 시원시원하게 가능한 단계부터 먼저 싹싹 찾아 목표, 목표부터 일단 달성하고 보는 방식입니다. 권위자의 가르침을, 나의 상식보다 앞세워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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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사춘기가 아니라 해도 자기 통제의 힘을 키우는 단계가 특히 청소년에게는 중요한 것 같습니다. p40에는 네 가지 방법이 나오는데 첫째 강화를 받지 않아도 기다린다입니다. 강화는 심리학 개념이고 일정한 보상을 통해 특정 행동을 유도하는 걸 가리키죠. 이게 사실 성숙한 인간이 되고 안 되고의 결정적 갈림길인 것 같습니다. 미숙한 인간은 장기적으로 보아 A가 분명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길인데도 불구하고 "보상이 필요해요!"라면서 당장 무슨 대가가 주어지길 기다리고, 떼를 씁니다. 이 단계가 지독하게 안 넘어지는 유형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명문대 진학에 성공하는 유형은 머리가 딱히 좋다거나 하기보다, 순간의 유혹과 편해지고 싶은 충동을 이기느냐 아니냐에 더 크게 의존합니다. 이 고비를 못 넘는 유형은 커서도 공무원 시험이건 한능검이건 토익이건 절대 통과를 못하고 평생 그렇게 삽니다. 청소년기를 어떻게 보냈는지가 그래서 중요하다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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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행동계약서를 작성하고 이것이 남 좋으라고 하는 행동이 아니라 바로 너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과정이며, 약속을 지키는 인간이 얼마나 품위 있고 멋진 인간인지 스스로에게 확신을 시키는 게 무척이나 중요하다고 책에서는 가르칩니다. 또 잘못이 있으면 엄마아빠한테 매를 맞아서 고치는 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 자기 스스로 수정하는 게 핵심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정말 이 단계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미숙하고 어리석은 반 범죄자로 사느냐 조직에서 회사에서 존중 받는 사회인이 되느냐가 갈린다는 점을 깨닫게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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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치유하는 마음 털어놓기
최정우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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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놓아 버리다가는, 속된 말로 정신줄까지 놓아버리는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인생은, 이 책의 제목처럼, 먼저 인생 그 자체를 바르게 보고(여기까진 그래도 많은 이들이 그리 실패를 겪지 않습니다), 그 다음 단계로 놓아줄 때에 제대로 놓아 주고, 마지막으로 내려 놓는 그 요령과 타이밍을 아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그럼 어떤 사람인가. 수많은 내담자들을 맡아 그 영혼을 달래준 심리상담사 최정우 선생님입니다. 이 책 p68~69를 보면, 이 점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나와 있습니다. 자신은 절대, 나인 투 파이브, 정시 출근 정시 퇴근을 못 하는 인간이다. 이 점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합니다. 이는 저자가, 그간 어디엔가에 소속됨을 느끼지 못한 대서 연유한 공허감이, 실은 자기기만의 허상에 불과했음을 깨닫게 된 순간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참된 자아를 발견할 수 있을까요? p173에 나오는 바처럼,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속된 말로 멍때리고 있는 시간이 누구에게나 필요하다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이와 일맥상통하는 것이, p221에 나오는 원칙 "누구건 간에 도피 여행을 떠나는 순간이 필요하다."입니다. 언제나 느끼는 일이지만, 여행이란 결국 자아를, 익숙하지 않은 타지에서 발견하는 일입니다. 참된 자신의 모습을 찾는 일은, 완전한 비움을 통해 나 자신 속으로 침잠해 들어가는 과정으로도, 또 아예 머나먼 타지로 향하는 실천을 통해서도, 다 가능하다는 말이겠어요. 

p252에 보면 유명한 영화대사가 나옵니다. "거절당하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먼저 거절하는 것이다. " 저도 이 영화 <동사서독>을 보았습니다만, 어찌 보면 이는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도리어 문제를 말소하는 선택입니다. 시험을 치러 가지 않으면, 오답을 찍는 좌절은 없겠지만, 동시에 그 시험에 합격한다는 기대도 전혀 가질 수 없게 되죠. 결국 인간은 타인들과의 관계 속에서만 참된 인간이 될 수 있습니다. 관계맺기란, 도피한다고 해서 도피가 될 수도 없는, 자기장의 영역과도 같아서 순리에 따라야만 합니다. 

저자는 우화와 실화를 다양하게 열거하며, "삶을 내려놓기"에 어떤 테크닉과 각성이 적용되는지 실감이 느껴지게 가르쳐 줍니다. 그 중에는 만화가라는 분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 분은 이 책 뿐 아니라, 제가 읽은 중국어권 저자의 책에 하도 자주 등장해서, 대체 어떤 분인지 이번에 인터넷에서 찾아 봤습니다. 1981년생이니 우리 나이로 33세인데, 이 책 저자뿐 아니라, 다른 저자들도 입을 모아 그 미모와 청순함을 칭찬하곤 했습니다. 이 사진의 주인공이 바로 그녀입니다.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은, 자아를 참된 모습으로 발견하고, 불편하며 불필요한 아집에서 해방된 인생은, 이런 미모를 그 나이에도 간직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그것참. 만약 그 말이 옳다면, 이 책의 모든 내용은 이 사진 한 장으로 요약이 가능하겠네요.  

이 책은 추상적인 잠언만 나열하는 게 아니고, 꽤나 실용적인 해결책도 나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규칙적인 운동을 하라는 거죠.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그저 수동적인 대응만으로는 극복이 어렵게 설계되어 있다고 합니다. 충격을 받으면 받을수록, 운동을 통해 풀어야 하며, 이 운동은 오히려 스트레스를 통해 몸이 더욱 강해지는 결과까지 가져온다는 자기 체험상의 교훈을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보디컴뱃, 라틴댄스 같은 활동도, 스트레스 탈출 요법으로 저자는 권합니다. 

이 책은 굳이 장르를 따지자면 자계서이고, 힐링 매뉴얼을 표방하는 책입니다. 그런데 편집도 천연색이고, 내용도 전혀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에피소드 위주라서, 아무 생각 없이 책장만 넘겨도 마음이 평안해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긴 힐링을 시켜 준다면서, 그 독해 과정에 불편함이 따르는 책만큼 이율배반은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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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마약 변호사를 하는가 - 당신이 알지 못하는, 약한 사람들의 이야기
안준형 지음 / 세이코리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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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앞표지에 보면 우리들이 TV에서 자주 봤던 손수호 변호사의 추천사 일부가 인용되었습니다. 변호사란, 과연 사람 자체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되는 직업일까요? 이 책을 읽어 보면 과연 저자 안준형 변호사는 그런 분인 것  같았고, 누군가를 옹호한다는 건, 혹은 신랄히 비판한다는 건, 그 당사자뿐 아니라 인간의 본성, 나아가 사회의 구조적 본질에 대해 깊은 생각을 거친 후에라야 그 결과가 온당해지는 작업이겠음을 깨닫게도 되었습니다. 

한국은 이미, 예전에 누렸던 마약청정국이라는 지위를 잃은 지 오래되었습니다. 마약은 그 제조처에서 최종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 유통, 도달될텐데, 이에 관여한 모든 이들이 처벌되는 아주 중대한 범죄의 주된 테마입니다. 책을 읽어 보면 이른바 "드랍(p45)"이라는 수법으로 이를 중간에서 단계별로 이동시키는 양태가 서술되는데, 한국이라는 나라가 어쩌면 이렇게 쉽게 마약 소비에 노출되었는지 개탄스럽기만 합니다. 그러나 저자는 말합니다. "특정 마약 사건에 관련된 범죄자들을 일망타진하는 건 생각보다 매우 쉽다." 혹시라도 짧은 시간에 큰 돈을 벌 수 있겠다는 유혹에 빠지거나, 한 번 정도야 어떻겠냐는 안이한 생각이 든다면 이 말을 꼭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저자는 직분이 변호사이니 만큼 마약을 직접 소비한 이들을 맡아 변호한 적이 많았다고 합니다(이 책이 쓰인 한 동기이기도 하겠습니다). 대체 왜 마약을 흡입하려는 것일까? 단 한 번의 시도만으로도 이미 뇌는 그것이 안기는 엄청나게 황홀하고 달콤한 효과를 기억하기 때문에, 설령 엄격한 단약 절차를 거치고 이후 재활에 성공했다고 쳐도 그 사람은 엄청난 의지력을 앞으로도 발휘해야만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또다시 마약에 이끌릴 확률이 아주 높아지기 때문입니다(이 사례에 대해서는 p116 참조). 사실상, 마약의 악폐로부터 완전히 해방될 방법은 없는 셈인데, 이를 교육이나 캠페인을 통해 모를 리 없는 한국인들이 왜 마약에 손 대는 경우가 생기는 것일까요? 

성적인 쾌락은 특정 단계의 행동 패턴을 몇 번 반복하다 보면 쉽게 싫증이 납니다. 더 크고 새로운 쾌감을 맛보려면 뭔가 다른 걸 시도해봐야 합니다. 마약을 흡입하고 단수 혹은 복수의 파트너와 시도하는 성적인 어드벤처는, 시간적, 금전적으로 과한 잉여를 누리는 이들에게 매우 달콤한 유혹이 아닐 수 없습니다. p71을 보면 필로폰 사건은 특히 남녀가 얽히는 비율이 높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이 과정에서 사적인 원한, 혹은 가벼운 형(刑)을 받으려는 동기가 생기면, 다른 관련자를 무고하는 경우도 생기는데, 저자는 예컨대 p75 같은 곳에서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어느 피해자(여성)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어이 밝혀낸 일화를 들려 줍니다. 읽으면서, 변호사라는 직분의 엄청난 무게와 책임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에도 마약에 연루된 몇몇 연예인들이 큰 화제를 부른 적 있습니다. 어떤 이는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고, 어떤 이는 혐의가 전혀 입증되지 않아 도리어 동정 여론이 일기도 했습니다. 이 책에서도 그저 당사자가 연예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확실한 증거도 없이 대대적인 단죄가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 저자는 "명백한 피의사실공포(죄)"라며 개탄스러워합니다. 우리들도 한번 깊이 생각해 봐야 할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p158을 보면 흥미로운 사례가 또 나옵니다. 070번호는 저자 말씀대로 우리가 잘 받지 않는 전화죠. 텔레그램에서 마약왕으로 통하는 의뢰인(어떤 사람이라 해도 변호사는 일단 사건 위임이 이뤄지고 나면 그를 적극 옹호할 의무가 생깁니다)과 접촉하고 나서, 우리 나라의 마약 범죄 실태에 대해 많은 지식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 대목을 읽고 참으로 놀라웠던 건, 치열한 경쟁을 뚫고 그 많은 경쟁자들을 제쳐서 마약왕의 자리에까지 오른, 일종의 석세스스토리(?)가 이렇게 생길 만큼 한국에서 마약이 널리 퍼져 있나 하는 점이었습니다. 우리들도 제발 경각심을 가져, 한국에서 특히 어린 세대가 더 이상 마약의 피해자들이 밝생하지 않게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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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질문 - 멈춰 선 자녀의 성장동력을 재가동시키는 에너지
정진 지음 / 라온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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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농경 사회가 가정의 기본적 패턴을 결정하는 구조라서, 아버지뿐 아니라 할아버지, 증조부, 그리고 백숙부까지 한 지붕에서 사는 일이 많았다고 하죠. 이런 환경에서는, 원칙적으로 아이는 아버지의 모범과 본을 받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는 환경이었겠죠. 물론 가부장적인 낡은 봉건 이데올로기, 성차별적 행태 강요 등은 폐습이었습니다. 그러나 가정을 벗어 나 2차 집단에 속해서도, 리더십을 보이고 주변을 챙기며 어른스러운 행동으로 조직을 이끄는 사람들은, 대체로 아버지, 할아버지에게 교육을 잘 받고 자란 이들이 많더군요. 아버지의 결핍을 느끼고 자란 이나, 아버지와 원만한 관계를 이루지 못하고 자란사람은, 회사나 학교에서 융화되지 못하고 꼭 물과 기름처럼 따로 노는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런 사람들도, 엄마의 사랑만큼은 넉넉히 받고 자란 경우도 많습니다. 다만, 아버지의 사랑이 부족하면, 그 사람은 "큰 그릇"이 되기에는 뭔가 결여된 기량이 되기 쉽다는 겁니다.

 

그럼 어떻게 사랑을 주고 가까이 곁에 있어 주는 아버지가 될까? 요즘 세계적으로 단연 화두가 되는 게 바로 friendy입니다. 친구처럼 친하게 지내 주는 아빠! 사실 요즘 아이들은, 엄하고 어려운 아버지를, 지난 세대에서조차 구경할 일이 없기 때문에, "프렌디 스타일"을 과연 고마워할지 의문입니다만, 여튼 대세는 그것이라고 하네요. 우리 나라에서는, "프렌디'라고만 하면 "프렌드"와 바로 식별이 안 되어서, "프랜대디"라고 말을 좀 더 붙여 부르는 모습도 자주 봅니다. 사실, "프렌디 스타일"은 이미 한국 사회(특히 도시라면)에서는, 이미 자리잡은 지 오래입니다. 어느 아빠가 요즘 아이를 엄하게 가르치고 매를 들겠습니까. 어떤 때 보면 엄마보다 더 싸고도는 게 한국의 아빠들입니다. 프렌디 지향으로 아빠 할 일을 다한다면, 한국의 아빠들은 걱정 할 것 하나도 없습니다.

 

이게 그냥 애늙은이 같은 소리가 아니라, 자기 인생은 자기 스스로 세부적인 데까지 설계해 간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아빠가 강요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해서 효용-비용을 따져 보니, 스마트폰 그거 별 쓸모 없다는 이성적 결론에 스 스로 도달한 거죠. 이런 아이가, "지금 학업에 몰두하면 나의 장래에 매우 유리하겠군." 같은 결론이라고 스스로 내리지 말라는 법 있겠습니까? 내가 필요해서 내가 하겠다는 데, 그걸 누가 말리겠으며, 타인의 보조와 부추김을 받아 하는 공부보다 얼마나 큰 탄력을 받겠습니까? 세상에 자기 주도만큼 생산 효율을 내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저 엄격하기만 한 게 "아버지 되기"가 아닙니다, 그는 베갯머리에서 아이와 함께 책을 읽어 주는 자상한 아버지이기도 합니다. 이 처럼, 어느 경우에 자상하고 어느 경우에 얼음처럼 냉정하며, 어느 경우에 불같이 단호해야 하는지 준별하는 게, 자기 주도로 제 인생을 이끌어나가는 아이를 키우는 첫걸음입니다. 특히 저는. 자기 전에 책을 같이 읽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너무도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독서가 무엇입니까. 아이에게, 생선을 먹여 주는 게 아니라 생선을 잡는 방법을 가르치는 첫걸음이 아니겠습니까. 이런 가장 중요한 정신 성장의 발판을, 아빠가 직접 놓아 주는 아이, 그 아이는 사회에 나와서도, 타인에게 의지가 되고 가이드가 되는 리더 노릇을 하게 됩니다. 참 좋은 선배다, 상사다 싶은 분은, 가정을 방문해 보면 그런 느낌이 확연히 들더군요. 좋은 아버지가 되는 길은, 결국 사회에 이바지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사실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면서, 뭐랄까 상궤를 다소 벗어나는 그 예화에 대해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TV 보는 시간을 줄이고 운동에 전념하게 한다는가 하는 모습은, 그렇게 드물지는 않습니다. <부모 vs 학부모>에도, 그저 축구 하는 시간을 확 늘려 준 (대신 TV는 못 보게 한) 어느 가정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 아이는 보란 듯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했죠. 운동이 학생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는, 우리의 상식을 훨씬 뛰어넘는다는 건 어느 정도 공감대가 이뤄졌습니다. 그런데, 아버지로서  파격적인 행보는 그에 그치지 않더군요. 요즘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안 사주는 부모는 거의 없는데, 구 소장은 사용요금을 (이제 중학생인) 아이게 스스로 낼 것을 제안했다고 합니다. 아이는 별 망설임 없이, "지불하는 돈에 비해 효용이 크지 않고, 꾀하려는 효과는 다른 방법을 통해서 거둘 수 있다."고 대답했다는군요.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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