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평생 사랑할 너에게
김새벽 지음 / 자유로운상상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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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사랑이고 그 사랑이 어디에서부터 증오(p59)로 바뀔 수도 있는지는 사실 아무도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정반대로 이 감정을 투사합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미친 듯 미워해 본 적이 있겠으며 그 계기는 다양할 것입니다. 그런데 내가 가장 사랑한 사람이, 그보다 전에 내가 미워했던 그 누군가가 했던 짓을 지금 똑같이 하고 있다면? 아마 결과는 두 가지로 나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나는 사랑하던 사람에게마저 만정이 떨어져 내 미움의 대열에 합류하기. 다른 하나는 거꾸로, 이전의 미움조차 이제 이해(사랑까지는 턱도없겠으나)되는 감정으로 바뀌기. 저자는 후자에 속합니다. 내 마음에서 미움의 감정이 사라지면 그 사라진 만큼 나는 더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그 사람의 힘이라는 게 이처럼 강력하기에 그 지독했던 미움의 감정에 이해의 첫발이 들어설 수 있다는 점도 놀랍습니다. 

아무리 사랑해도 내 마음을 그대로 전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유나 상황이야 다양할 수 있겠으나 이 책 p46에서의 배경은... 책 전체를 읽어 보면 대충 짐작이 갑니다. 이때, 사랑하는 마음, 아무리 무조건적으로 향하던 마음이라 해도, 마음은 계산을 시작하게 됩니다. 내 마음을 모르는, 아니 모르는 척하는 너도 이기적이지만, 이런 계산을 하는 나 자신도 무척 이기적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런데 우리 독자가 보기에, 과연 이런 것도 계산적이거나 이기적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듭니다. 오히려, 너를 당황시키지 않으려는, 끝까지 이타적인 마음이 느껴져 더 안타깝고 안쓰럽지 않습니까? 이런 대책없는 일방적인 사랑을 똑같은 이기심의 레벨로 애써 포장하여 상대가 이기적임을 가려 주려는 마음이 느껴져 독자의 안타까움이 더합니다. 

무엇이 특별하고 무엇이 흔한 걸까? 저자는 특별함이라는 걸 길꽃(p71)에서 찾습니다. 크고 예쁘고 특별한 건 꽃집에서 쉽게 살 수 있기에 이미 특별한 게 아니다(그런가 봅니다), 하지만 길가에 핀 꽃은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기에, 자신만의 사연을 혼자 힘으로 꽃피운 아이이기에 더욱 특별하고 귀하다는 것이며, 사실 이 꽃을 그 침침한 구석에서 발견을 해 낸 저자의 안목과 사연, 그에 투영한 감정이 더 특별하다는 뜻으로도 읽힙니다. 흔해서 더 특별하다는 역설인데, 이걸 이렇게 있는 대로 받아들여 주는 사람이니까 과연 사랑하는 사이가 맞긴 한가 봅니다. 만약 사랑의 농도가 덜하다면 '뭔 헛소리?'라며 콧방귀를 뀌는 반응이 나올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사랑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과연 숨결 하나도 특별합니다. 

오랜 동안 사랑하며 같이 살아 온 부부는 다른 사람이 보기에 놀랄 만큼 서로 닮습니다. p91에서도 사랑하는 두 사람이 점점 닮아간다고 하는데, 일러스트만 보면 사실 두 사람이 그리 닮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나는 그이에게서 (전에는 없던) 나의 감정 표현이라든가 개성 같은 게 보이기 시작하니까 이런 말이 나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사랑하는 사람은 그만큼 나의 빈 곳을 상대의 장점으로 채워가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게 보이기 시작하니까 나도 그만큼 뿌듯해지고, 나 역시도 사랑하는 사람을 닮아가려 드는 것이고 말입니다.  

이상하게 예전부터, 사랑하는 이들은 사랑의 도피 행각을 떠나는 일이 잦았습니다. 아무도 곁에 없고 그만 있을 때, 내가 그의 곁에 있어 줌으로써 우리가 얼마나 하나가 될 수 있는지 확인, 증명(p118)이 가능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곁에서 누가 둘의 하나됨을 방해하는 중일 수도 있겠으나, 커플은 이런 도피 상황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냄으로써 더 사랑을 굳건히 만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기타 치는 남자(p131)가 좋다고 해서 기타를 치기 시작했는데 아직도 서투른 소리가 듣기 싫었을까요? 그녀는 나가 버리고 나 혼자 뜯던 현은 뚝 끊어져 버립니다. 사랑이란 이처럼 잦은 위기를 겪지만, 때로 통 조율도 해 가면서 그렇게그렇게 항해를 이어가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사랑은 때로 평생을 지속하나 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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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실험실 - 이스라엘은 어떻게 점령 기술을 세계 곳곳에 수출하고 있는가
앤터니 로엔스틴 지음, 유강은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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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2023) 10월 하마스가 이스라엘 각처에 공격을 가하면서 중동의 정세가 갑자기 긴박해졌습니다. 하마스가 이런 기습을 감행한 배경에는 중동 전체에 해빙 무드가 찾아오며 팔레스타인 실지(失地) 이슈가 잊혀지는 데 대해 경각심을 부르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분석되었으며 실제로도 하마스 측에서 그렇게 밝혔습니다. 지금 이 책은 작년(2023) 5월에 발간되었으니 이-팔 간의 전면 재충돌이 벌어지기 훨씬 전에 완성된 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오늘날의 사태를 예견이라도 하듯 상세하게 팔레스타인 이슈의 근원을 짚고 있으며, 왜 느닷없이 하마스 측이 기습공격을 가했는지에 대해 원인(遠因)을 상세히 파헤칩니다. 더군다나 이 책은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책의 기조에 의하면 오히려 가해자라 평가할 수 있는 혈통의) 유대계 저자에 의해 집필되었으며 따라서 그만큼 더 객관성을 담보할 수도 있겠습니다. 

p20을 보면 에드워드 자이드 교수의 의미심장한 언급이 눈에 띕니다. 중동에서 모든 분쟁의 배경에는 지난 시대의 잔혹한 식민주의, 제국주의가 깔려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오리엔털리즘의 창시자로 인지도가 높은 자이드 교수는, 시온주의, 나아가 팔레스타인 지역에 유대 국가를 건설하려던 일련의 움직임을 태동케 한 것이 결국은 서구열강의 제국주의라고 파악합니다. 드레퓌스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 19세기에서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유럽에서 거세게 일어난 민족주의는 결국 반유대주의를 낳았고, 약육강식에의 무리한 옹호와 사회적 진화론이 가세하여 시오니즘은 팔레스타인 선주민에 대한 혐오에까지 이르렀을 가능성이 큽니다. 시오니즘 자체가 제국주의의 산물이라는 데에 자이드 교수 견해의 독창성이 있습니다. 

p84를 보면 참으로 충격적인 서술이 나옵니다. 2021년에 미얀마 군부는 아웅산 수지 여사를 구금하고 헌법 일부 조항 효력을 정지하는 쿠데타를 일으켰는데 당시 세계적인 범위에서 지탄을 받았더랬습니다. 이 미얀마 군부가 이스라엘 고위층과 접촉하여 여러 군사 노하우를 전수 받았는데, 이 두 세력의 공통점은 국가 내 소수 집단, 소수 민족을 집중적으로 탄압하여 하나의 주류만이 그 세력권 안에서 활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려 들었다는 점입니다. 

더군다나 이들이 회동한 배경이 야드바셈 홀로코스트 기념관이라는 점도 개탄스럽습니다. 나치로부터 홀로코스트를 당할 뻔했던 민족이, 이제 자신보다 약한 종족을 향해 훨씬 개량되고 교묘해진 절차와 기법으로 자국 내 소수 집단을 향해 끔찍한 폭력을 행사하려 들었다는 정황이 보이니 말입니다. 바로 앞에는 스리랑카 정부가 자국 내 반군(대립의 역사가 아주 깁니다)을 탄압할 때 역시 이 이스라엘로부터 유용한 전법을 전수받았다고 하니 더욱 기가 찹니다. 하물며 이 두 국가의 경우 중국 정부와 암암리에 협력하던 경향인데, 정작 이스라엘은 중국과 적대하는 스탠스이니 대체 국제정치에는 영혼이라는 게 있는지 심각한 회의감이 들기까지 합니다. p193을 보면, 미국이 중국을 적대하는 정책이 매우 위선적이라는 저자의 지적이 있습니다. 왜 하나의 억압(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책)은 정당화되고 다른 억압(중국 정부의 소수민족 정책)은 규탄되어야 하냐는 골자입니다. 

드론은 한국에서야 취미 활동의 수단이지만 국제전에서는 이미 고도의 효율로 인명을 살상하는 무기로 정착한지 오래이며 사실 본래부터 전쟁 수단 용도로 개발된 면이 있습니다. p148을 보면 유럽의 프론텍스에까지 수출되는 고성능의 드론이 세계 각처에서 어떻게 사람들을 죽이고 다니는지에 대해 다양한 출처를 인용하며 독자에게 그 실상을 전달합니다. 팔레스타인을 하나의 거대한 실험실로 삼고, 그간 온갖 무기와 전술을 개발하여 자체 전력을 강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타국에 수출까지 하여 자금까지 확충합니다. 무기와 전법의 수출은 효율적인 폭력 행사의 확산을 낳는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사악하다 할 수 있습니다. 나치도 세계 전쟁을 일으키기 전 스페인 내전에서 공화군 측에 대고 마치 실험실에서처럼 각종 첨단 무기와 전술의 활용을 테스트한 적 있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운동 과정에서 멕시코와의 긴 국경에 장벽을 짓겠다고 공약하고 이를 재임 중 일부 실천에 욺긴 적 있습니다. p196을 보면 마갈 솔루션즈라는 글로벌 보안 회사의 행적이 자세하게 소개되는데 이스라엘에서의 분리 통치 과정에서 그 효능을 입증한 장벽 건설에 일가견이 있는 곳이며, 트럼프가 멕시코 국경에 짓겠다던 시설 소식을 듣고 큰 기대에 부풀었다고도 나옵니다. 엘빗이란 회사의 행적도 소개되는데. 이런 회사들이 미국에서 크게 활약하면 할수록 위기감을 느끼는 건 아메리카 선주민 활동가들이라고 합니다. 과거, 레저베이션이란 미명 하에 설정된 좁은 구역에 몰려 겪었던 그들의 고초를 생각하면 이해가 됩니다. 

구글은 유튜브를 인수하여 세계적으로 엄청난 수익을 거두어들이지만 그 컨텐츠에 대해 적용하는 정책이란 모호하기 쩍이 없습니다. p270을 보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유튜브에 업로드하는 많은 영상들이, 별다른 설명도 없이 구글 측에 의해 삭제되거나 기타 제재를 받는다고 합니다. 저자의 추측에 의하면 이스라엘 정부가 구글 측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선동이라는 요건을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해석한 나머지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하네요. 사실 팔레스타인 이슈를 떠나, 구글은 어느 나라에서나 컨텐츠 규제를 좀 모호한 베이스에서 돌리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 구제도 시원찮으니 과연 거대 미디어 그룹이 될 자격이 있는지부터가 의문입니다. 

어느 종족이든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인명을 타자화하여 그저 하나의 실험 대상으로 삼고 폭력을 가하며 그로부터 나온 성과를 이론화, 시스템화하여 타국에 수출까지 하는 행태는 만인의 규탄을 받아 마땅합니다. 화해와 평화만이 인류가 공영하는 길임을 명심해야겠으며, 아울러 하마스 측도 분쟁과 전혀 무관한 타국인들을 함부로 인질로 잡아 가해하는 못난 행태를 지양해야 하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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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든 국내여행 가이드북 (2024-2025 개정증보2판) - 국내 4500 여개 여행지를 담은 우리나라 국내 여행 바이블
타블라라사 편집부 외 지음 / 타블라라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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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라는 나라도 얼마든지 찾아보고 톺아보고 살펴볼 곳이 많은 매력적인 여행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 뻔한 여행서나 프로그램, 컨텐츠의 부실한 소개 때문에 엉뚱한 곳에 가서 고생하거나, 제대로된 관광지에 도착하고도 그 참된 매력을 맛보지 못하고 돌아와야만 했던 기억이 다들 있을 것입니다. 최근에 에이든에서 연속으로 펴내는 여행책, 지도책을 보고 이 분야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이라는 게 있구나 하는 감탄, 만족감을 독자로서 느꼈는데, 이 800여쪽에 달하는 책을 보고서야 국내여행의 확실한 컴패니언을 마련했다는 느낌에 아주 뿌듯했습니다. 

p100, p101을 보면 충청과 전라 지역을 다룬 정밀지도가 나옵니다. 지도는 한번 제작, 마련된 후에 끝이 아니라 그후에 일어난 많은 변화를 충분히 반영한 결과가 있어야만 이용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겠습니다. 제가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만족한 부분이 이 충청, 전라 지역 지도였습니다. 많은 운전자들이 티맵이나 네이버 지도 등을 참조하며 관광에 활용하겠으나 때로는 혼란을 겪고, 때로는 불충분한 정보 때문에 불편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책이 그런 어플리케이션보다 낫기란 대단히 어렵지만(업데이트 문제 때문에), 공을 들여 만들고 여행자들의 불편 사항 호소를 충분히 경청한 여행서라면 때로 더 큰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너무도 상세한 정보가 많아서 저는 당장 이번 연말에 있었던 연말 개인 일정 소화에도 무척 요긴하게 써먹었습니다. 

예를 들어 p266을 보면 경기도 포천의 사항들이 아주 자세히 나옵니다. 포천이라고 하면 대뜸 떠오르는 몇 가지 지역적 개성과 랜드마크 외에 뭐가 딱히 있을까 싶어도, 어떤 지역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훨씬 이상의 무엇이 있다는 걸 이 책은 여실히 증명합니다. 포천 허브아일랜드, 숲카페 등은 우리가 익히 아는 핫플이지만, 책에서는 꼼꼼한 텍스트 팔로스루를 통해 여태 독자가 모르고 지나쳤던 디테일을 매우 세심히 짚습니다. 설령 포천에 거주하는 이들이라고 해도 몰랐을 만한 포인트가 많았습니다. 제 지인은 이 대목을 읽고 앞으로 시도할 창업에도 많은 정보를 얻었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강원도 춘천이라고 하면 대번에 닭갈비 같은 걸 떠올리겠으나 근래 도로 인프라 확충을 통해 서울에서 한층 거리가 가까워진 춘천은 그 외에도 많은 매력 포인트가 있습니다. 구봉산 전망대, 산토리니 카페는 아마 방문해 본 이들이 많을 것입니다. 최근에 말끔하게 새단장한 곳이기도 해서 더욱 찾는 이들이 많아졌는데, 책에서 제시한 정보가 아주 상세하여 이미 여길 찾아봤던 이들이라고 해도 새로운 포인트를 책에서 발견하고 다음 번에 유념하여 즐길 수 있겠습니다. 한국 100대 명산 중 하나라는 삼악산에 대한 소개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p422를 보면 충청도(대전과 세종시 포함)에 소재한 여러 맛집들의 먹거리가 소개됩니다.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는, 지루하게 교통 경로만 따라가며 단선적으로 사항들을 소개하는 게 아니라, 특정 지역을 커버할 때 맛집이면 맛집, 먹거리면 먹거리 하는 식으로 따로 몰아서 정리를 해 주고 넘어간다는 점입니다. 태안의 박속밀국낙지가 소개되었는데 저도 이번에 먹어 보고 최고라고 생각들기도 했던 메뉴입니다, 

지방 소멸을 걱정할 만큼 인구가 줄어드는 경북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볼거리 먹을거리가 많은 고장이기도 합니다. p514를 보면 해당 지역의 명소 혹은 대표 먹거리라 할 수 있는 여러 명물이 컬러 사진과 함께 소개되었습니다. 특히 책에서 추천하는 곳은 경천섬인데, 상주시 소재이며 낙동강변에 위치했다고 합니다. 저도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곳인데 사진이 멋있게 찍히기도 해서 꼭 한번 찾고 싶은 버킷 리스트에 넣기도 했네요. 

역시 음식 하면 전라북도이며 제가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재미있게 본 파트는 고창의 장어요리였습니다. 풍천장어라고 할 때의 풍천부터가 이 지역의 한 명산 근방에서 유래했다고 책에 나옵니다. 이처럼 인문적 지식과 한국 고유의 풍취를 고스란히 담아 독자와 소통하기 때문에, 그저 정보로서의 여행서가 아닌 살아 숨쉬는 가이드와도 같이 독자를 이끌어 주는 점이 최고였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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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들치의 인생 2막
버들치 지음 / 진서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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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직장에서 거의 수십 년을 봉직한 후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건 말처럼 쉽지 않고 매우 어렵거나 심지어 고통스럽기까지 한 결단이고 과정입니다. 저자 버들치님은 증권맨으로서 평생의 경력을 보내다시피한 분인데, 퇴직한 후 많은 고민을 거쳐 마침내 비범한 성취를 이뤄냈습니다. 나이 오십이 넘으신 분들은 사실 새로운 지식을 배우기도 힘들고, 하물며 기술을 체득하기란 더욱더 힘듭니다. 우리도 스스로를 향하여 오십이라는 나이에 내가 과연 무엇이 되었을까를 떠올려 본다거나, 혹은 여태 해 보지도 않았던 새 분야에 도전한다는 게 얼마나 힘들지를 생각해 보면, 아마 몸서리가 쳐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자 버들치님은 그런 분입니다. 

책을 받아들고 기대보다 더 두꺼웠던 볼륨에 약간 놀랐습니다. 그는 밥값을 어떻게 하느냐에 대해, 오십 넘은 남성들이 보통 잘못된 생각을 하기가 쉽다고 말말합니다. 밥값이란 꼭 일정 직업을 가지고 일정 액수를 벌어와야 하는 게 아니라, 그 나이와 처지에 맞는 일정 역할을 해 내면 충분하다고 지적합니다. 그를 사랑하고 이해해 주는 가족이라면, 그의 새로운 처지에 맞는 새 역할에 기꺼이 박수를 보내고 응원해 줄 테니말입니다.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된 어느 상황을 놓고 공연히 미련을 가져 버릇하면, 그 엄청난 심적 스트레스로 인해 본인의 건강만 축날 수 있습니다. 만약 이렇게 해서 건강이 훼손된다면, 그 무거운 부담은 가족들이 고스란히 나눠 져야만 합니다. 

돈벌이라는 게 결코 쉬운 길이 아니라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물론 누가 딱히 강조하지 않더라도 우리 모두는 단돈 만원이라도 결코 쉽게 벌리지 않음을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저자께서 주장하는 바는, 이렇게 벌기 어려운 돈이라는 대상을 놓고, 그저 부정적인 생각만 불려 나간다면, 돈이 벌리기는커녕 있던 돈도 수중에서 빠져나가기 십상이라는 뜻으로 읽힙니다. 돈은 경외의 대상도, 폄훼의 주제도 아닙니다. 돈은 그것을 수중에 넣기 위해 치밀한 전략을 사전에 짜야 하는 고지와도 같습니다. 어떤 창업을 해야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성공의 가능성을 극대화할지는 당사자의 긍정적이고 합리적인 마인드셋에 달려 있다고 하겠습니다. 

강남의 아파트값은 왜 이렇게 비쌀까? 저자 역시 강남 입성에 당대 성공을 이룬 분이지만 이해 못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강북 아파트에 비해 품질이 뛰어나다? 그런 면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물론 입지 조건이 탁월하고 사회적 평판이 높기에 그런 가격이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죠. 그렇다면 강남 개발 초기에 아파트를 취득하여 큰 부를 손에 쥔 초기 세대들은 그만큼 선견지명이 탁월해서였을까요?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해 단호하게 부정합니다. 운이 상당히 작용했겠고, 한 자리에서 우직하게 노력했었기에 이런 놀라운 성과가 가능했겠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일이 안 풀린다고 부모를 원망하는 모습을 보이지 말고, 나의 우직함과 성실함으로 하늘을 감복게 하여 천운이 당신을 따르게 하자는 게 저자의 주장 같습니다. 

저자는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기 위해 세 가지의 덕목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자립, 자존, 자족의 세 가지입니다. 누구나 풍족하게 살기를 원하지만 성공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하나의 목표를 정하여, 사랑하는 가족을 염두에 두고 좌고우면 없이 일로매진한다면 빛나는 미래가 아마 우리 앞에 놓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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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의 도크 다이어리 15 - 별로 우아하지 않은 파리 여행기 도크 다이어리 15
레이첼 르네 러셀 지음, 함희영 옮김 / 미래주니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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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다 꼬여서 휴일에 니키네는 파리(p40)로 휴가를 떠납니다. 이 15권에서 큰 분량은 없지만 코믹한 소동 때문에 인상은 강하게 남고요. 엄마는 언제나처럼 무심하고 그렇습니다. 호숫가에서 멀지도 않은 지점에서 그리 큰 소동을 겪는데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ㅎㅎ 뒤 p101 이하에서는 니키의 남친 브랜든까지 불러 음식을 해 먹이는데 그리 성공적이지도 않으면서 전부 자기가 다 했다고 생색은 오지게 냅니다. 과연 엄마가 해 주는 미트로프가 맛있었을까요? 브랜든은 워낙 착해서 맛있게 먹었을 것 같습니다.


맥스웰이라는 성씨는 이 15권에서는 p58에 처음 나옵니다. 휴일에 맥스웰 가족이 겪은 봉변은 사실 7월 4일 하루에 몇 시간 잠깐 겪은 사건이지만 이 일기책에서는 3일에 걸쳐 서술됩니다. 물론 거기 파리의 호수가 아주 큰 곳도 아니고 3일 간 표류할 수도 없으며 그 정도 긴 사건이었으면 인명 피해(....)가 컸겠지요? p65엔 손뼉을 치다 언니를 떨어뜨리는 브리아나의 철없음이 코믹합니다. 발로 바퀴 같은 노를 저어 운전하는 배는 독립 초기 미국에서 패들러 휠이라고 해서 영화 같은 데서 종종 보는 풍경 중 하나죠. 얼마나 낡았으면 바퀴에 걸린 걸 빼는 도중 바닥이 뽀개질 정도니...


p72에 다시 트레버 체이스씨를 만나는 대목에서 세상 참 좁다고 느꼈습니다. 이런 장르에서 이 정도 기막힌 우연의 일치야 일도 아니라서 예상이 좀 되긴 했지만 너무했다 싶었습니다. 


이 15권은 가상의 보이그룹 "배드 보이즈"의 라이브 행사에서 무려 니키의 친구들이 (아직 밴드 이름도 결정 안 된 판에) 오프닝 공연을 벌이는 게 주된 내용입니다. 배드 보이즈는 전세계가 알아주는 아이돌인데 그 선망하던 연예인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는 게 어디인데 아예 공연까지 한 무대에서 한다는 게... 이런 판타지는 사실 이 또래 여학생들이 마음 속에 언제나 품곤 하죠. 현실 가능성과는 무관하게 말입니다.


근데 꿈이 결국 이뤄지는지는 모르지만 방해꾼은 도중에 어지간히 등장하게 마련입니다. 체이스 씨가 소개하는(p147) 빅토리아 스틸은 니키들이 익히 아는 순악질 여성, "드래곤 레이디"입니다. 전직 올림픽 피겨 스케이터 금메달리스트라는 게 실제 인물 토냐 하딩을 잠시 떠올리게도 하네요. 이 빅토리아 스틸이, 니키에게는 천하의 앙숙인 매킨지 양과 다시 콜라보(?)를 이루니 원수는 과연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나 봅니다.


p153에는 "천박, 무례, 이기적이고 버르장머리없"다며 온갖 악평이 쏟아집니다.  그나마 매킨지는 아빠가 부자이고 친구라도 많지만, 가망 없는 루저(p122)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여튼 p177에서 맥킨지는 다시 등장하며, 니키는 생각지도 못하게 스틸 아줌마와 한패가 됩니다. 저 앞 p137에서는 "가뜩이나 No라고 말한 (체이스 씨)..." 이라고 하는데 이때만 해도 니키는 자기가 매킨지한테 선심이나 쓸 수 있는 처지라고 착각했던 거죠. 그런데 스틸 아줌마는 체이스 씨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이고, 이런 사람이 매킨지와 손을 잡았으니... 


이 15권은 배드 보이즈를 향한 열렬 팬심이 묻어나는 일종의 헌정 일기입니다. 그래서 곳곳에 배드 보이즈를 소재로 한 심리 테스트가 나오는데, p116 립글로즈, p106 파티 드레스, p96 데이트, p94 favorite, p163 생파 아이템 등이 소재로 나옵니다. 저자가 아마 이 나이 또래 딸을 두고 있기에 가상으로 이렇게 절절한 팬심이 묻어나는 아티클을 양념으로 쓸 수 있었겠습니다.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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