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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코리아에 없는 취업 멘토링 - 취업준비생을 위한 1인 창조 브랜드 마케팅 전략 36가지
오세종 지음 / 미래지식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취업의 문제가 오늘날처럼 청년층을 괴롭히고 있던 시대는 처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탐색층이, 출산율의 뚜렷한 추세적 저하 덕분에 크게 감소하기도 했음에도 불구, 일자리가 워낙 적다 보니 "이십대 태반이 백수"라는자조적 목소리까지 나오기도 하죠. 책 제목에 쓰인 "잡코리아"라는 사이트도, 예컨대 단 한 번도 들어가 본 적 없는 저 같은 사람도 그 이름은 들어 봤을 정도니까요.
취업 때문에 좌불안석인 세대라면, 아마 그 사이트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나에게 맞는 어떤 offer가 없을까"하며 주야로 노심초사했을 만하고, 지금도 역시 그러할 것 같습니다. G20국가답게, 한 번 들어 본 적도 없는 기업 이름이 있을 만큼, 대한민국의 기업은 많고도 많습니다. 평소에는 듣보잡 취급 하고 말았을 이런 기업조차 그 입사가 만만치 않으니, 어르신들이 알아 주기라도 하는 대기업이야 지금 처지에선 언감생심일 뿐입니다. 사실 대기업의 offer야 잡코리아에서 보기도 힘들 것입니다(경력직 모집 제외).
잡코리아에서 유, 무형으로 배울 수 있는 요령은 다 배운다 쳐도, 남들 역시 그 정도야 다 갖추고 지원하지 않을까 생각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남들이 뭔가 빠뜨렸다거나, 어디선가 소홀히한 그 어느 포인트를 치고 들어 가야 취업의 그 좁은 문을 뚫는 데에 성공할 것입니다. 이 책의 제목은, "이것저것 다 갖추고 빈틈 없는 내가, 더 이상 무엇이 또 필요할지를 점검하게 해 주는 가이드"를 기대하고 있던 독자가, 서점에서 고르게 할 만한 그런 문구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펼쳐 보면, 그런 내용도 있고, 그렇지 않은 내용도 있습니다. 오늘 여러 포털에서도 관련 기사가 나왔습니다만, 취준생들을 가장 괴롭히는 건 자기소개서의 작성입니다. 저자는 해당 업계에서도, 그리고 자신의 작품인 이 책 속에서도, 막연하고 뭔가 지향점이 없는 미사여구보다는, 분명한 목표(goal)을 갖춘 컨텐츠를, (한정된 지면일) 자소서 면에 채워 넣을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회사 입사 후 무수히 많이 작성해야 할 보고서 역시, 이 자소서가 예고, 예비해 주는 알림장 노릇을 한다고 해도 됩니다. 자소서가 정신 사납고 틀이 갖춰져 있지 못하면, 그 사람이 사원으로서 올릴 보고서 역시 다 그 모양일 거라고 기대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많은 취준생들이 하는 이야기가, "천편일률적인 건 곤란하니 좀 튀어도 되지 않나?"인데, 튀는 거야 물론 좋지만 그게 회사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튀어야 합니다. 아마, 잘 안 맞는다 싶은 자소서를 보면, 담당자는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당신의 보고서는 훌륭합니다. 그러나, 우리 회사가 원하는 방향은 아닙니다."라고요. 실제로 회사에서도, "한 줄 보고서"의 장점과 미덕을 엄청 강조하는 요즘입니다. 자소서는 과연 보고서의 전조에 해당한다고 봐야죠.
저자가 강조하는 것도 그 부분입니다. 어느 회사에 들어가고 싶으면, 그 회사를 연구해야 합니다. 회사에서 가장 어려워하고 신경 쓰는 업무가 바로 신입 사원의 교육입니다. 일 모르는 사람 일 가르치는 것만큼 힘든 게 드물고, (그렇지는 않겠으나) 느낌상 "보람 없는 시간 낭비"처럼 여기는 선임자들도 꽤 됩니다. 그래서 HR도 적성이 되는 고참이 맡아야 그 분야가 잘 돌아갑니다. 그런데 어느 신입사원(혹은 지원자)이, 회사를 철저히 연구해서, 내 마음을 미리 다 알고 던지는 질문마다 정곡을 찔러 준다면, 그런 보석 같은 인재는 입사 후에도 아마 업고 다닐 겁니다. 취업은 이처럼, 간신히 문턱이나 통과할 수준으로 준비해선 안 됩니다. 입사 후에 이쁨 받는 대리, 과장, 부장이 된다는 자세로 준비를 해야 합니다. 인턴 경력이 그만큼이나 중요해진 것도 다 이 때문입니다. "들어가기 전부터 이미 그 회사 사람이 되어라."
이런 말은 사실 누구나 강조하는 대목인데, 이 책에는 그러나 그렇지 않은 주장도 꽤 됩니다. 예를 들면 저자는 어느 고교에 가서 이런 강연을 했다고 합니다. "대학 등록금 낼 돈으로 좋은 책을 사서 읽어라. 4년 동안 책을 읽으면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 있을 테며, 그게 변변찮은 4년제 대학 졸업장보다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아주 곤란할 것 같습니다. 아무리 변변치않은 4년제 대학도, "고졸+ 독서의 달인" 브랜드보다는 낫습니다. 4년 동안의 노력으로 "자기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아마 백만 명에 한 명이 채 되지 못하는 비율일 것입니다. 그런 드문 가능성을 노리고, 파격적인 선택을 하기에는 우리 인생이 디딘 기반이 너무 취약하겠죠. "자기 브랜드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려는 취지이지, 이걸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아주 곤란할 것 같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과연 "잡코리아가 강조하지 않는 팁"을 가르쳐 주는 면이 있기는 합니다. 다만, 다른 지원자들이 갖춘 모든 준비와 미덕을 다 갖춘 지원자라야, 이 책의 추가 가르침을 넉넉히 받아 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빼 놓지 말아야 할 점, 이 책은 얼핏 보아 아주 "탈세속적인 튀는 가치"만을 강조하는 별난 책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아주 기본적인 걸 가르치는 면도 많습니다. 그 대표적인 게 바로 "외모를 깔끔히 하라"는 겁니다. 저자는 거의 연예인 수준의 단정한 외모를 권하고 있는데, 사실 실력이고 뭐고 다 갖춰도 포장이 시원찮으면 바로 탈락하는 게 요즘의 풍토입니다. "외모 지상주의"다 뭐다 핑계를 대려 한다면, 최소한 취업 전선이나 모범적인 직장 생활은 포기하는 게 차라리 낫습니다. 저자는 그래서, 남들 안 하는 말도, 그리고 남들 다 하는 이야기도, 이 책에서 고루 해 주고 있었다고 하겠습니다. 이 책의 장점은 여기서 찾아야 하며, 나머지는 읽는 독자의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