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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유니버스 - 무한대로 확장하는 지식 재산의 세계
이한솔 지음 / 미래의창 / 2023년 9월
평점 :
영어 약자는 시대가 바뀜에 따라 가장 빈번히 쓰이던 뜻이 바뀌는 수가 있습니다. WTO는 바르샤바 조약 기구에서 세계무역기구로, IRA는 아일랜드 공화국군(무장 테러 단체)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 방지 법안으로, 그리고 IP는 인터넷 규약에서 지적재산권으로, 그 해석의 최우선순위가 바뀐 셈입니다. 특히 주식 투자하는 분들은 이 약어를 매우 자주 들었을 텐데, 특정 엔터사가 양질의 IP를 많이 확보했다는 뉴스가 들리면 주가가 갑자기 오르기도 합니다. 생각 외로 IP의 범위는 넓고 어느날 갑자기 내 삶이나 회사 영역에 들어와 뜻밖의 비용이 지출되기도 하는데, 앞으로 만인 크리에이터의 시대가 열리면 우리도 소소하게나마 저작권자가 되어 가외의 수입을 올릴 수도 있습니다. IP는 더 이상 특정 업종 종사자만의 관심사가 아니며 모두가 그 속성과 향후 비전을 잘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개인을 떠나 일단 회사 입장에서 보자면, IP를 확보한 회사라야 저작권 수입을 챙기며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확보한 IP가 없다면? 그때는 플랫폼 기업으로 시작할 수 있다고 저자는 설명하십니다. 책에서 설명하는 대표적인 예는 넷플릭스입니다. 넷플릭스는 온라인 컨텐츠 대여점으로 시작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는 자본을 투자하여 컨텐츠를 직접 제작까지 하므로 홀더 포지션도 겸한다고 하겠습니다. 책에서는 홀더와 플랫폼 기업을 대조하여, 홀더의 장점은 고스란히 플랫폼의 단점이 되며, 그 반대도 성립한다고 설명합니다. 홀더는 제작에 필요한 자금을 대는데, 이 컨텐츠가 흥행에 실패하면 그 책임도 고스란히 쓰게 됩니다. 반면 플랫폼은 남의 IP를 대중에게 제공만 하기 때문에 흥행이 기대에 못 미쳐도 위험 부담이 적습니다.
p65에도 IP 비지니스만의 장점이 나옵니다. 카o오톡 같은 메신저의 경우, 이용자가 자사 서비스로 한곳에 모이지를 않으면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과거 통신 3사에서도 고유의 메신저 앱을 내놓았으나 결국 메인 위치를 확보 못 한 탓에 모두 시장에서 퇴장하고 말았습니다. 물론 텔레o램처럼 고유의 쓸모가 있어서 마이너하게 잘 쓰이는 앱도 있지만 적어도 한국과 같은 법제에서는 이런 식의 성공이 불가능합니다. 반면 IP 비즈니스는 소수 마니아들만 모아도 그 컨텐츠에 들어간 본전만 뽑으면 되므로 구태여 시장의 소비자들에게 첫손애 꼽힐 위치일 필요가 없습니다. 과거에 이른바 컬트 영화라는 게 다 그런 예인데, 특이한 취향의 소비자들이 몇 번이고 충성스럽게 반복 소비해 주므로 메인스트림과는 또다른 수입 경로가 확보됩니다.
한국에서는 그냥 엔터사라고 부르기도 하는데(물론 중대형사와는 하는 일이나 매출액 면에서 큰 차이가 나지만) 소셜 미디어 인플루언서들만을 관리해 주는 회사를, 이 분야 고유 용어로는 MCN(멀티 채널 네트웍스)라고 부릅니다. 책 p86 이하에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나오며, 이 크리에이터 중심 매니지먼트를 MCN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등장하는데, 대부분의 인플루언서들은 커머스 활동(광고, 홍보)에 그칩니다. 이 사람들이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컨텐츠 창조에까지 활동영역을 넓힌다면 그때부터 MCN이 제 할 일을 시작하는 거죠.
브랜드를 넘어서 브랜드 자체가 IP가 되는, 이른바 브랜드 IP로 진화하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물론상표도 상표권에 의해 보호되므로 지적재산권이지만 책에서 말하는 건 그런 뜻이 아니겠습니다. 브랜드 자체가 남들이 넘볼 수 없는 독창성과 평판, 고객들이 독점적으로 부여하다시피하는 개성과 가치를 일컫습니다. 대표적인 게, 솔직히 이제 별반 혁신도 없으면서도 세계의 소비자들이 변함없는 충성을 바치는 아이폰 같은 것입니다. 이 역시도 기업의 전략이 성공한 것이므로 IP 홀더로 오래 살아남으려는 기업들은 그 비결을 진지하게 연구할 필요가 있으며 책 p108 이하에 자세히 설명됩니다.
책에서는 특히 젊은 세대가 로열하는 내셔널지오그래픽 같은 브랜드를 예로 드는데 한국 한정으로 이 회사가 아웃도어 시장에다 라이선스 아웃하여 쏠쏠한 수익을 올린 건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상식적으로, 다큐 만드는 회사가 언제부터 패딩을 만들었겠습니까? 해당 채널에서 틀어 주는 역동적인 모험가들의 활약상을 보고 젊은 시청자들에 의해 그 좋은 인상들이 해당 브랜드에 차곡차곡 입혀져 아웃도어 매출 향상에까지 이른 것입니다. 코닥, 지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역시도 브랜드 IP의 힘입니다.
책 곳곳에서 강조되지만 타깃은 뾰족하게 설정되어야 합니다. 즉 이 컨텐츠가 누굴 겨냥한 것인지는 분명히 설정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마이너하지 않냐고 꺼릴 필요가 조금도 없고, 오히려 그 마이너리티 그룹이 분명하게 설정되면 될수록 더 좋습니다. 책에서 예로 드는 건 젤리크루입니다. 특히 여성들 사이에서는 문구류 캐릭터 등에 열광하는 층이 무척 많다는 점을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습니다.
책에서는 음원 IP의 가치와 전망에 대해서도 자세히 가르쳐 줍니다. 저는 이 대목을 읽고 윤종신 씨가 광고하던 뮤직o우가 생각나던데, 음원을 마치 주식처럼 만들어 장래성을 괜찮게 보는 이들이 홀딩할 수 있게 하고, 창작 자금이 필요한 아티스트가 투자 받을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라서 신기하게 봤었습니다. 책 p163에는 음원 IP가 되기 위해 두 조건을 갖추라고 하는데, 하나는 자본 이득(capital gain)이요 다른 하나는 수익(yield)라고 합니다. 그런데 전자는 주식에서 시세차익이고, 후자는 배당입니다. 구조가 정확하게 일치하죠.
윈도 장사만 할 것 같던 MS도 게임을 만들어 판 게 벌써 20년입니다(p230). 넷플릭스의 예에서 보듯 빼어난 IP는 그 자체가 플랫폼이 될 수 있습니다(그 역도 성립함). 일단 IP 시장이 성숙하면 홀더와 플랫폼이 서로 협력하며 선순환 공존 구조를 이룹니다. IP 산업은 이제 일부만이 참여하여 이익을 거두는 폐쇄된 영역이 아니며, 모두가 어떤 식으로든 참여하여 이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의 장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