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나라, 가난한 세계 - '기울어진 운동장'을 어떻게 고쳐 나갈까? 10대를 위한 세상 제대로 알기 1
구정은.이지선 지음 / 북카라반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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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잘사는 나라라고 해도 가난한 사람들이 성장의 그늘에서 그 과실을 누리지 못 하고 힘들게 사는 모습을 우리는 보곤 합니다. 인류 역시 전에 없던 수준의 풍요를 누리며 질병의 공포를 극복해 가는 중이지만, 지구 어느 곳에서는 가난한 나라에서 많은 이들이 고통스럽게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세상은 그 어느 지역이라도 공평한 곳이 드물지만, 세계적 규모로 시선을 돌려 보면 과연 이렇게 방치해도 될까 싶을 만큼 빈부의 차이가 심합니다. 

무엇보다, 자라나는 아이들의 장래가 문제입니다. 지금이 당장 가난하다고 해서 그들의 미래마저 가난해야 한다는 법은 결코 없으며, 그들 중에는 인류의 앞날을 바꿔 놓을 만큼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이들도 있을 수 있죠. 이들의 자아 실현이 혹 방해를 받는다면, 그건 그만큼 인류의 손해로 남습니다. 책에서는 이런 걸 두고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표현합니다. 꼭 뛰어난 재능을 가진 아이들이 아니라 해도, 지구촌 어딘가에서 아무 잘못도 없는 어린이들이 그렇게나 지독한 빈곤 속에서 신음한다면 우리의 양심이 어디 편할 수 있겠습니까.  

소아시아 반도 튀르키예(옛 터키)는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나라입니다. 이 나라는 예전에 한국을 도와 준 적 있는데, 1999년 큰 지진이 일어나고 한국에서 생각보다 적은 액수의 원조만 도달하자 정계에서 큰 논란이 인 적도 있습니다. 그랬던 튀르키예에 올해(2023) 2월에 또다시 진도 7.8의 강진이 발생했고(p47), 한국도 긴급구호대 파견을 비롯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책에서는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이런 재난이 발생했을 때 어떤 국제기구들이 주로 활동하며, 꼭 UN 산하의 공식 단체가 아니라 해도 여러 민간 단체들이 자신들만의 노하우와 열성을 발휘하여 어떻게 효과적으로 재난 구호를 벌이는지 설명해 줍니다. 어린이들은 이른바 비정부기구, NGO에 대해 잘 모를 수 있으므로 이런 설명이 매우 유익할 듯합니다. 

p54를 보면 덴마크의 유명한 활동가 요르겐 리스너는, 설령 아무리 의도가 좋다고 해도 가난한 여인, 어린이들의 비참한 모습을 여과없이 내보내어 사람들의 동정을 사 구호 목적을 달성하려는 풍조를 크게 비판했습니다. 이 역시 가난한 사람의 품위와 인격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또 책에서는 그들이 영원히, 남의 도움 없이는 그런 질곡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낙인을 찍을 수 있다는 근거를 들어 비판하기도 합니다. 구구절절 옳은 말입니다. 

원조라는 게 그저 구호품이나 돈만 털썩 던져준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 더 이상 남의 원조가 필요 없도록 자신의 힘으로 일어설 수 있게 근본적인 자립 기반을 마련해 주는 건전한 도움이 되게 해야 합니다. 그래서 근간의 ODA는 MDGs를 지향하며(p194), 이는 돕는 나라나 도움을 받는 나라나 서로 혜택을 주고받는 대등한 협력 관계를 상정합니다. 이런 국제 원조는 그간 많은 이들의 우려를 산 어떤 부작용(p69) 같은 게 크게 줄어들 수 있습니다.  

남아메리카에는 16세기에 스페인 사람들이 대거 침략하여 끔찍한 만행을 저지르고 많은 자원을 약탈했습니다. 그무렵 고착된 불평등 구조는 지금까지도 쉽사리 극복되지 않았으며 특히 더 오랜 시점부터 터잡고 살았던 원주민들은 수백 년 동안 차별 받고 가난하게 살아 왔습니다. 2006년 남미의 내륙국 볼리비아에서는 후안 에보 모랄레스라는 원주민 출신 활동가가 대통령에 당선되어 많은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이런 볼리비아에 북유럽의 부국 노르웨이가 가져다 준 도움은, 국제 원조의 바른 모습이 과연 어떠해야 하는지 많은 생각할 거리를 가져다 줍니다. 

인도인들은 요즘 IT, 경제학, 통계학 등의 분야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입니다. 경제학자 C K 프라할라드는 날카롭게도, 부유층을 상대로 해야만 이익을 창출하는 게 아니라 그 숫자가 많은 빈곤층, 이른바 피라미드의 밑바닥에서도 큰 부를 창출할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 줬습니다(p158). 프랑스의 토마 피케티 역시 수 년 전에 불평등 문제를 학문적으로 재정립하여 이슈를 던졌습니다. 빈곤의 악순환을 끊으려면 국제 원조의 본질과 성격부터 근본적으로 건강하게 바뀌어야 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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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반 정글 - 도시와 야생이 공존하는 균형과 변화의 역사
벤 윌슨 지음, 박선령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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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도시에서의 치열한 삶을 정글에 비유합니다. 농촌과 달리 전에는 전혀 알지 못하던 사람과도 일을 위해 어울려야 하며, 수시로 다른 상대들과 경쟁해서 성과를 내야 하고, 레이스에서 이겼다면(예:발주 받은 프로젝트 성공) 큰 포상을 받고 그렇지 못했다면 쓰디쓴 좌절을 맛봐야 하는... 그런데 개인 수준에서도 도시의 삶은 큰 도전이요 정글에서의 생존 경쟁에 비길 수 있을 뿐 아니라, 거시적으로 봐도 애초에 도시 자체가 정글의 구조와 매우 유사하게 발전해 왔다는 게 저자 벤 읠슨의 결론입니다. 한동안 전작 <메트로폴리스>가 주었던 엄청난 감동을 잊었던 독자라면, 이제 이 후속작을 마저 읽고 과연 우리 인류 문명이 어느 방향으로 가는 중인지 한 번 정도 점검하고 자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문에서 저자는 루이스 워스(Louis Wirth)를 인용(p11)합니다. 워스의 저 말이 꼭 아니라도, 서양 문명은 대체로 자연에 대해 적대적이었습니다. 자연은 인간의 발전을 가로막고 가끔 재해 같은 시련을 부과하는 사악한 존재입니다. villain(빌런. 악당) 같은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 거친 자연에 그대로 순응하여 사는 사람은 거칠고 못났다고 여겼습니다(villain의 어원이 촌락이라는 village의 그것과 같음). 영어에서 토목공학을 civil engineering이라 하는데, 멀리 로마 제국 시대 이래 저들 서양인에게는, 자연을 극복하고 인위적 시설을 얼마나 많이, 알차게 짓느냐가 문명인(civilian)의 척도로 간주되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이런 서양식의 전통적인 태도와 관점에 이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것입니다. 

DC코믹스의 배트맨 캐릭터 연관 컨텐츠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뉴욕은 곧잘 고담(Gotham. 가썸) 시티에 비유됩니다. 본디 고담은 바보들만 산다고 여겨지는 설화 상의 농촌이었지만 뉴욕은 그렇기는커녕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경제활동이 이뤄지는 대표적인 메트로폴리스입니다. 베트맨 시리즈가 구태여 고담 시를 배경으로 삼은 건 똑똑한 줄 알지만 사실은 가장 바보들만 모여 산다는 비판적인 의도가 깔린 건데(반대로, 설화의 고담은 바보인 척 했던 똑똑이들의 마을이죠), p25에 언급된 테드 스타인버그도 그의 대표 저서에서 사실 그 말을 하려던 것입니다. 아직 저 책은 국내에 번역 소개되지 않았습니다. 

근세에만 하더라도 겨울에 연료를 공급받아야 하기 때문에 도시 근방에 숲이 아주 없지는 않았습니다. 다양한 생태 공간과 생명들이 공존하는 도시와 그 근교(서브어반. suburban)의 묘사는 심지어 독일 문호 괴테의 고전 <파우스트>에도 나옵니다. 이 모든 것은, "개발하려는 의지" 때문에 그저 황폐하게만 보이는 건물 대단지의 행진 덕에 밀리고 밀려서 보이지 않게 되었다는 게 벤 윌슨뿐 아니라 이 책에 인용된 상당수 저자들의 입장입니다. 한국 지방 대도시들도 예외가 아니라서 멀쩡히 있던 야산이나 녹지를 개발(?)하여 돈 되는 아파트 단지를 잔뜩 세우는 게 비일비재한데, 과연 도시의 먼 장래를 고려할 때 이게 토지 소유주 외 누구의 이익이겠는지 깊은 고려를 할 필요가 있겠죠.  

p63을 보면 2003년에 헨더슨 부부라는 이들이 LA에서 도시환경법규 위반으로 소환되었다는 서술이 있습니다. 이분들이 특히 중요한 사람들이라서 책에까지 나온 게 아니라, 우리도 왜 미국에서는 자기 집 앞마당 잔디 관리를 제대로 안 하면 관청에서 제재가 나온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 봤을 텐데 그 사례 중의 하나입니다. 저자는 인위적이고 때로 반(反)자연적이기까지 한 미국 메트로폴리스 시민들이 지향하는 정책 방향이 과연 바람직한지에 대해 맹성을 촉구하려는 의도에서 해당 사례를 간략하게 소개한 것입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부부가 살던 구역 이름은 론데일인데 그 어원이 잔디 계곡이라는 뜻(p63의 각주에도 나옵니다)이니 말입니다(자연에서 자연스럽게 사는 게 왜 불법이냐는 소리. 물론 시민은 행정법을 지키고 살아야 합니다). 미국 등 각국의 잔디 관리에 대한 도시 정책이 어떤지는 p100에도 자세히 나옵니다. 

우리도 온갖 건물이 들어선 도시 한복판에 민들레나 각종 잡초들이 자라는 좀 신기한 모습을 보곤 합니다. 뭐 다들 예사로 봐 넘깁니다만 제 눈에는 신기하던데(다음에 블로그에 사진 찍어 올리겠습니다), 이 책에서도 아무리 인간들이 콘크리트와 시멘트로 칠갑을 한 반생명적 공간으로 왜곡시킨 현대의 도시라고 해도, 놀라운 생명력으로 기어이 적응하고 마는 몇몇 생명체에 대해 소개하는 대목이 있습니다(p126). 미래에는 이처럼 도시의 삭막한 환경에서 잘 살아남은 몇몇 종만 번성할 것이라는 저자의 다소 암울한 전망도 나옵니다. 다만, "식물의 관점에서 도시를 바라보면, 식물뿐 아니라 우리 인간들에 대해서도 더 많은 걸 알게 될 것이다." 같은 문장도 있긴 합니다(p156). 이 대목에서도 역시 저자의 해박한 지식이 잘 드러납니다. 이런 책을 쓰려면 확실히 모르는 게 없어야 하나 봅니다. 

현재도 환경 관련 운동은 진보진영 연관 단체에서 주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이런 사정은 그 연혁이 깊습니다. p204를 보면 베를린의 숲 등 자연을 보호하는 운동이 이미 20세기 초에, 그것도 프로이센 황실이 강경한 태세를 취하던 독일에서 뜻 있는 운동가들이 벌였던 사례가 소개됩니다. "베를린 노동자 계급이 생각할 때 그뤼네발트는 그들의 것이었다(p205)." 그뤼네발트가 벌써 푸른 숲이란 뜻이니 말입니다. 비록 베를린이 제국의 수도라고 해도 어느 나라나 수도는 진보 성향 시민들이 많이 살기 마련입니다. 현대의 미국 DC만 해도 민주당 득표율이 80% 후반을 훌쩍 넘깁니다. 

한국의 서해안에도 광범위하게 습지가 분포되었지만 특히 최근 3,40년 들어 세계적으로 습지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진 게 사실입니다. 이미 1960년대에 뉴욕 오크우드에 대규모 개발이 이뤄지며 그렇게나 많은 습지가 사라졌건만 21세기인 지금 이 지구는 그 많던 주택도 없어진 채 그저 황폐해졌으니 시민들은 온전히 습지만 잃은 셈입니다. p233에 인용된 Sergius Polevoy라는 사람은 앞서 언급된 테드 스타인버그의 책에도 등장하는 활동가입니다. 물론 타계한지 반 세기가 이미 지났습니다. 

심지어 칼 마르크스도 이미 <자본론>에서 인간과 자연 사이의 선순환이 자본주의 때문에 비로소 파괴되었음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p269). 빅토르 위고도 도시의 거대한 배설물이 어떻게 처리되는지에 대해 개탄하기도 했습니다. 도시의 배후에는 식량 공급지가 반드시 자리하는 게 지난 수천 년의 상식이었는데 이 확고했던 연계협력이 깨어진 건 정말 최근일 뿐이라고 저자는 개탄합니다(p273).  

사실 지나친 개간 때문에 과거 한때 번성했던 도시가 폐허로 바뀐 건 그 사례가 매우 많습니다. 저자는 이를 두고 "피폐함"이라는 한 마디로 정리합니다. 그 대안으로 도시에서는 최근 Z-Farming이 유행한다는데(p289), 대륙과 국가를 가리지 않고 널리 퍼진 실태로 보아 생명은 확실히 어떤 통일된 기획 같은 게 없어도 알아서 제 갈 길을 찾아나가는가 봅니다. 우리 나라에서도 옥상에 할머니들이 상추를 재배하는 것도 이의 일종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반얀트리는 삭막한 도시 속에서 짧은 낭만을 맛볼 수 있는 대표적인 식물로 우리에게 잘 알려졌습니다. 버려지거나 관리 안 된 도시를, 몬순 기후 지역에서 정글이 집어삼키는 예가 있는데 대표적인 게 캄보디아의 앙코르라고 책에서 소개합니다. 이 책에서 정글은 참 여러 의미로, 때로는 문자 그대로의 뜻으로 때로는 비유적으로 쓰이는데, 자연을 정복했다고 여기는(착각하는?) 인간은 때로 오만하게 만능인 양 활개치지만 자연 앞에서는 사실 아직도 무력합니다. 반얀트리는 책 곳곳에서 어떤 상징으로 등장합니다. 

도시는 자연과 조화를 이뤄야만 그 생명력이 오래 유지될 수 있습니다. 사람이 애써 가꾼 도시라는 인문환경을 길이 번성하게 하려면 자연을 적대하는 게 아니라 그를 이해하고 순응해야 합니다. 전작인 <메트로폴리스>가 인문지리학 지평에서 지난 3천년의 도시 역사를 다뤘다면 이 책은 친환경 생태학의 스텐스입니다. 전작도 한번 같이 읽어보는 걸 권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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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스쿨 여행 베트남어 - 급할 때 바로 찾아 말하는 시원스쿨 여행 외국어
이수진.시원스쿨어학연구소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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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가서 말이 안 통하거나 급한 일이 생기거나 할 때 인터넷에서 찾으려 들면 아무래도 바로 정보가 나오지 않습니다. 그럴 때는 한손에 쉽게 들 수 있는 작은 여행서가 아무래도 필수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시원스쿨에서 나온 이 책은 자주 쓰일 수 있는 베트남어 회화를 담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베트남 여행 시 필요한 여러 정보가 간단하면서도 정확하게 수록되어서 개인이든 단체상품이든 요긴하게 쓰일 일이 참 많을 듯합니다. 몇 달 전에 여기서 낸 베트남어 관련 교재를 받아 보고 많은 도움을 얻었는데, 이 미니북까지 가지게 되니 여행이라도 가게 되면 아주 마음이 든든할 듯합니다. 

영어를 써도 대강 알아들 듣겠지만 그래도 베트남인들에게 간단한 숫자 정도는 그들 말로 직접 해 주면 아무래도 반응도 좋고 오해의 소지도 적게 되지 싶네요. p47에 베트남어 숫자가 나오는데, 이걸 물론 외워서 머리에 담아 두면 좋겠지만 꼭 그럴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이 책을 들고 다니면서 200? 300?이 베트남어로 뭐였더라? 싶으면 바로바로 찾아서 써먹어도 되겠습니다. 프랑스어 같은 경우 수를 알아도 두 자리 수가 넘어가면 이를 조합하는 방법이 불규칙합니다. 하지만 (책에 설명이 나와 있듯이) 베트남어는 그저 한국말처럼 기계적으로 말하면 된다고 합니다. 단 발음상의 약간 변형이 있다고 하니 이 점만 주의하면 되겠습니다.   

시원스쿨 시리즈가 다 그렇지만 책이 "거리에서", "기내", "공항에서" 등으로 상황에 따라 나뉘어졌습니다. 옆면에 컬러 인덱스가 있으므로 엄지손가락으로 후루룩 넘겨가며 자신에 맞는 상황을 찾아 나가면 되겠습니다. 시원스쿨 이 시리즈가 다 그렇지만 챕터마다 맨앞에 많이 쓰일 만한 단어들을 모아 놓았습니다. 예를 들어 bản đồ는 지도(地圖)입니다. 그 어원은 한자어 판도(版圖)인데 여튼 우리도 한자를 쓰기 때문에 뚯이 연결은 됩니다. 물론 베트남은 이제 공식적으로 한자를 쓰지 않기 때문에 그저 단어 암기에 하나의 편의를 얻자는 뜻입니다. 

또, 어느 상황에서나 많이 쓰일 법한 표현은 "고맙습니다."이겠는데, 이건 베트남어로 Cảm ơn라고 한답니다. 발음은 물론 한글로 일일이 책에 다 표기되었습니다. 제가 찾아 보니 재미있게도 이 어원은 감은(感恩)이라고 합니다. 경주에 이 이름을 가진 절도 있지 않습니까? 확실히 베트남과 우리는 통하는 게 많습니다. 같은 한자-유교 문화권이라는 요소가 이런 동질성을 낳는 거죠, 

p118에는 기다리다 관련 여러 표현이 제시됩니다. Chờ(쩌)라고 하는데, 혹시 한자 躇(저)에서 온 것 아닐까 제 멋대로 추측해 보았으나 근거가 없다고 합니다(...). 아무튼 베트남에서 이 "쩌"라는 표현은 아주아주 자주 쓰이니 성조까지 함께 잘 익혀 두어야 하겠습니다. 각각의 모음이 어떻게 발음되는지는 p42, p43의 표에 어느 정도 설명이 있으므로 참조할 만합니다.    

요즘은 한국인들이 워낙 여행을 많이 다니다 보니 "뷰(view)"라는 단어가 일상적으로 쓰이다시피 합니다. p158에 "전망"이라는 단어 관련하여 여러 표현이 소개됩니다. 베트남어로는 tầm nhìn이라 하며, 이것은 尋認(심인)이라는 한자어가 그 어원과 관계 있다고 하니(개인적으로 찾아봤습니다) 좀 어렵다는 생각도 드네요. 오션뷰, 시티뷰, 뷰가 나쁘다 등 다양한 상황이 제시되니 부지런하게 책을 들추기만 하면 불편할 일은 없겠다 싶었네요. 

p184에는 추천하다 관련 표현이 여럿 나옵니다. giới thiệu(지어이 티에우)라고 하는데, 이것은 찾아보니 介紹(개소)가 어원이라고 하네요. 우리말 "소개"를 순서만 바꾼 것입니다. 메뉴 추천에 관한 표현, 또 이것과 저것 선택지가 어떻게 다른지 설명을 요청하는 표현도 나옵니다. 

책의 맨앞 p8~p9에는 한국어로 여러 문장을 가나다순으로 제시하여, 알고 싶은 표현은 여기서도 찾아볼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베트남어 회화 표현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이 작은 책 안에 여럿이 마련된 게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베트남 중부 다낭의 경우 한국인들이 워낙 많이 찾기에 농담삼아 경기도 다낭시라는 말도 하곤 합니다. 이런 시대에 간단한 베트남어 회화 표현은 익혀 두는 게 시대의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는 노력 중 하나라는 생각도 드네요.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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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 따위 필요 없어 특서 청소년문학 33
탁경은 지음 / 특별한서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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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나의 작은 힘만으로 도저히 극복이 안 될 것 같은 커다란 장애물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에는 아무리 그 의지가 굳센 사람이라고 해도 어떤 초자연적인 존재에 대고 빌기라도 하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해서 어떤 목적이 달성된 적이 있을까요? 결국은 사람의 강력한 의지로 현실의 어려옴을 극복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혹 어떤 불가해한 섭리가 있다 해도 그 역시 불굴의 신념을 갖고 분투하는 사람에게 호의를 베풀어도 베풀지 않겠습니까. 만사가 다 사람 마음 먹기 나름입니다.   

암은 각종 나쁜 습관을 몸에 달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아직도 불치병으로 남았습니다. 물론 표적치료, 면연력 증대 등 차세대 어프로치가 나오긴 합니다만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항암 부작용은 사람마다 다 다릅니다(p40)." 저는 민아 성격이 좀 독특하다고 생각했는데요, 보통 의지력이 뛰어난 타입은 처음부터 곤경을 외면하지 않고 대뜸 부딪히고 봅니다. 그렇지 않고 도망가고 보는 사람은 끝까지 도망만 다니죠. 그런데 민아처럼 일단 런 쳤다가, 안되겠다 싶을 때 오히려 정면돌파를 시도하는 사람은 매우 드뭅니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는 건 아주 예외적인 상황에서나 통하는 거고요. 

병원 냄새가 좋은 사람도 있을까요? 어려서부터 몸이 안 좋아서 병원 신세를 자주 졌다면, 아 그래도 이 병원에서 내 고통이 덜어지겠구나 하는 기대감, 의존 심리가 있어서 그 특유의 냄새가 반갑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 여러 병원을 다니면서도 증세가 호전되지 않았다면, 병원 특유의 그 냄새만 맡아도 머리가 아파질 만합니다. p14에 나오는 혜주의 말을 들어 보십시오. 물론 혜주가 만났던 간호사들이 유독 활력 있는 이들이어서 그 좋은 기(?)에 영향을 받아서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혜주가 지금 놓인 그 취약하고 위험하기까지 한 상태가 그녀의 마음을 약하게 만들어서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이런 혜주한테까지, 좀 과하다 싶은 짓궂은 농담을 건네는 동수(p58). 민아는 이제 혜주에게 어떤 결단을 촉구합니다. 2차 항암, 물론 아프고 무섭습니다. 그러나 어떤 미지의 결과가 생길 줄 모르는 버튼을, 아무리 힘든 항암치료가 눈 앞에 닥쳤다 해도 과감히, 혹은 무모하게, 누를 수 있을까요? 물론 의도는 좋지만, 사실 이런 식으로 혜주를 몰아가는 건 조금 마음에 걸리는 구석이 있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혈액암이군요. 치료 가능합니다.(p73)" 진단도 빠르고 시원시원하며, 처방도 얼마나 명쾌합니까! 소설 읽으면서 가장 마음이 통쾌해진 대목 중 하나였습니다. 암은 이미 정복된 병이라는 미키의 말이 믿음직하기 짝이 없습니다. 다만 사람들(어느 세계의 사람들인지는 스포라서 언급 자제)이 토마토, 바나나 같은 말을 모릅니다. 그 부분이 좀 마음에 걸리지만, 아마도 현재의 우리가 가장 걱정하는 그 일이 결국 터지고야 말았다는 뜻이지만, 여튼 혜주들이 여기 온 목적은 확실히 달성될 듯하여 마음이 놓입니다.   

시(詩)를 읽은지 2년이 넘었다는 현준(p111). 그렇습니다. 시는 아무 효용이 없는 듯해도, 이처럼 우리 척박한 마음에 단비를 뿌려 주며 우리 영혼이 막다른 골목으로 치닫지 않게 미리 막아 주기도 합니다. 지금 민아가 손에 쥐고 있는 게 괜히 생수병이 아니겠죠? 그러나 시는... 이 세상에서 들켜선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휴... 현준과 민아는 이제, 위치 추적이 가능한 워치를 버리고 "도망"가기로 결심합니다. 원래 제대로된(?) 도망을 잘 치는 건 민아의 주특기이기도 했죠. 구태여 초반부터 충돌하는 건 예측불허한 위험을 부를 수 있으니 일단 피했다가, 더이상 도피가 무의미해지면 그때부터는 과감히 맞선다, 용감하고도 현명한 전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세상은 본디 위험과 불확실성으로 가득합니다. 시련과 환난도 누구에게나 닥칩니다. 이를 이겨내는 건 개인의 의지와 신념입니다. 주위에 나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도와 줄 사람도 필요합니다. 소원을 빌 사람이 정말로 있다면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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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유니버스 - 무한대로 확장하는 지식 재산의 세계
이한솔 지음 / 미래의창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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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약자는 시대가 바뀜에 따라 가장 빈번히 쓰이던 뜻이 바뀌는 수가 있습니다. WTO는 바르샤바 조약 기구에서 세계무역기구로, IRA는 아일랜드 공화국군(무장 테러 단체)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 방지 법안으로, 그리고 IP는 인터넷 규약에서 지적재산권으로, 그 해석의 최우선순위가 바뀐 셈입니다. 특히 주식 투자하는 분들은 이 약어를 매우 자주 들었을 텐데, 특정 엔터사가 양질의 IP를 많이 확보했다는 뉴스가 들리면 주가가 갑자기 오르기도 합니다. 생각 외로 IP의 범위는 넓고 어느날 갑자기 내 삶이나 회사 영역에 들어와 뜻밖의 비용이 지출되기도 하는데, 앞으로 만인 크리에이터의 시대가 열리면 우리도 소소하게나마 저작권자가 되어 가외의 수입을 올릴 수도 있습니다. IP는 더 이상 특정 업종 종사자만의 관심사가 아니며 모두가 그 속성과 향후 비전을 잘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개인을 떠나 일단 회사 입장에서 보자면, IP를 확보한 회사라야 저작권 수입을 챙기며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확보한 IP가 없다면? 그때는 플랫폼 기업으로 시작할 수 있다고 저자는 설명하십니다. 책에서 설명하는 대표적인 예는 넷플릭스입니다. 넷플릭스는 온라인 컨텐츠 대여점으로 시작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는 자본을 투자하여 컨텐츠를 직접 제작까지 하므로 홀더 포지션도 겸한다고 하겠습니다. 책에서는 홀더와 플랫폼 기업을 대조하여, 홀더의 장점은 고스란히 플랫폼의 단점이 되며, 그 반대도 성립한다고 설명합니다. 홀더는 제작에 필요한 자금을 대는데, 이 컨텐츠가 흥행에 실패하면 그 책임도 고스란히 쓰게 됩니다. 반면 플랫폼은 남의 IP를 대중에게 제공만 하기 때문에 흥행이 기대에 못 미쳐도 위험 부담이 적습니다.     

p65에도 IP 비지니스만의 장점이 나옵니다. 카o오톡 같은 메신저의 경우, 이용자가 자사 서비스로 한곳에 모이지를 않으면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과거 통신 3사에서도 고유의 메신저 앱을 내놓았으나 결국 메인 위치를 확보 못 한 탓에 모두 시장에서 퇴장하고 말았습니다. 물론 텔레o램처럼 고유의 쓸모가 있어서 마이너하게 잘 쓰이는 앱도 있지만 적어도 한국과 같은 법제에서는 이런 식의 성공이 불가능합니다. 반면 IP 비즈니스는 소수 마니아들만 모아도 그 컨텐츠에 들어간 본전만 뽑으면 되므로 구태여 시장의 소비자들에게 첫손애 꼽힐 위치일 필요가 없습니다. 과거에 이른바 컬트 영화라는 게 다 그런 예인데, 특이한 취향의 소비자들이 몇 번이고 충성스럽게 반복 소비해 주므로 메인스트림과는 또다른 수입 경로가 확보됩니다.  

한국에서는 그냥 엔터사라고 부르기도 하는데(물론 중대형사와는 하는 일이나 매출액 면에서 큰 차이가 나지만) 소셜 미디어 인플루언서들만을 관리해 주는 회사를, 이 분야 고유 용어로는 MCN(멀티 채널 네트웍스)라고 부릅니다. 책 p86 이하에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나오며, 이 크리에이터 중심 매니지먼트를 MCN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등장하는데, 대부분의 인플루언서들은 커머스 활동(광고, 홍보)에 그칩니다. 이 사람들이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컨텐츠 창조에까지 활동영역을 넓힌다면 그때부터 MCN이 제 할 일을 시작하는 거죠. 

브랜드를 넘어서 브랜드 자체가 IP가 되는, 이른바 브랜드 IP로 진화하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물론상표도 상표권에 의해 보호되므로 지적재산권이지만 책에서 말하는 건 그런 뜻이 아니겠습니다. 브랜드 자체가 남들이 넘볼 수 없는 독창성과 평판, 고객들이 독점적으로 부여하다시피하는 개성과 가치를 일컫습니다. 대표적인 게, 솔직히 이제 별반 혁신도 없으면서도 세계의 소비자들이 변함없는 충성을 바치는 아이폰 같은 것입니다. 이 역시도 기업의 전략이 성공한 것이므로 IP 홀더로 오래 살아남으려는 기업들은 그 비결을 진지하게 연구할 필요가 있으며 책 p108 이하에 자세히 설명됩니다. 

책에서는 특히 젊은 세대가 로열하는 내셔널지오그래픽 같은 브랜드를 예로 드는데 한국 한정으로 이 회사가 아웃도어 시장에다 라이선스 아웃하여 쏠쏠한 수익을 올린 건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상식적으로, 다큐 만드는 회사가 언제부터 패딩을 만들었겠습니까? 해당 채널에서 틀어 주는 역동적인 모험가들의 활약상을 보고 젊은 시청자들에 의해 그 좋은 인상들이 해당 브랜드에 차곡차곡 입혀져 아웃도어 매출 향상에까지 이른 것입니다. 코닥, 지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역시도 브랜드 IP의 힘입니다. 

책 곳곳에서 강조되지만 타깃은 뾰족하게 설정되어야 합니다. 즉 이 컨텐츠가 누굴 겨냥한 것인지는 분명히 설정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마이너하지 않냐고 꺼릴 필요가 조금도 없고, 오히려 그 마이너리티 그룹이 분명하게 설정되면 될수록 더 좋습니다. 책에서 예로 드는 건 젤리크루입니다. 특히 여성들 사이에서는 문구류 캐릭터 등에 열광하는 층이 무척 많다는 점을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습니다. 

책에서는 음원 IP의 가치와 전망에 대해서도 자세히 가르쳐 줍니다. 저는 이 대목을 읽고 윤종신 씨가 광고하던 뮤직o우가 생각나던데, 음원을 마치 주식처럼 만들어 장래성을 괜찮게 보는 이들이 홀딩할 수 있게 하고, 창작 자금이 필요한 아티스트가 투자 받을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라서 신기하게 봤었습니다. 책 p163에는 음원 IP가 되기 위해 두 조건을 갖추라고 하는데, 하나는 자본 이득(capital gain)이요 다른 하나는 수익(yield)라고 합니다. 그런데 전자는 주식에서 시세차익이고, 후자는 배당입니다. 구조가 정확하게 일치하죠. 

윈도 장사만 할 것 같던 MS도 게임을 만들어 판 게 벌써 20년입니다(p230). 넷플릭스의 예에서 보듯 빼어난 IP는 그 자체가 플랫폼이 될 수 있습니다(그 역도 성립함). 일단 IP 시장이 성숙하면 홀더와 플랫폼이 서로 협력하며 선순환 공존 구조를 이룹니다. IP 산업은 이제 일부만이 참여하여 이익을 거두는 폐쇄된 영역이 아니며, 모두가 어떤 식으로든 참여하여 이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의 장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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