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우주의 첫 순간 - 빅뱅의 발견부터 암흑물질까지 현대 우주론의 중요한 문제들
댄 후퍼 지음, 배지은 옮김 / 해나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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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물, 사건, 존재에는 "처음"이라는 게 있습니다. 신(神)은 시작도 끝도 없는 존재라고 하지만 그런 초월적 현상에 대해서는 증명도 반박도 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두 발을 디디고 호흡하며 살아가는 물리적 우주에는 분명 시작이라는 게 있었다고 생각되며, 다만 인간이라는 개체가 너무도 짧은 삶을 살다 갈 뿐이니 긴 세월(유한)과 무한을 미처 분별하지 못할 뿐입니다. 

대중과학저술가와 최일선 개척의 학자 역할을 두루 겸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는 댄 후퍼 박사의 책을 그간 읽어 온 독자들도 압니다. 특정 분야의 최첨단 사항을 연구하는 것도 예사 두뇌로 가능한 일이 아닌데, 우리 어리석은 일반 독자에게 그 어려운 물리학 내용을 잘 알아듣게끔 쉬운 언어로 풀어 가르친다는 게 또 어디 쉽겠습니까. 이분은 그 어려운 걸 해 내는 분이시기에 신간이 나오면 우리 독자들은 믿고 읽게 됩니다. 

이 책의 원제는 "At the edge of Time"입니다. 시간의 경계(모서리)... 시간이니 공간이라는 게 절대적이고 무한히 펼쳐졌다고 착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물리 법칙이 적용되는 공간이 유한하다는 게 이미 알려졌고(그 밖에 무엇이 있는지는 물리학의 과제가 아닙니다), 아인슈타인이 시간과 공간의 연속체적 성격을 규명한 이래 시간 역시 유한하다(시작점이라는 게 있다)는 데에 대부분이 동의합니다. 이 책에 아주 잘 나오듯 정작 아인슈타인은 정적(靜的. static)인 우주상에 집착했지만 말입니다. "시작"이란 말도 물리적 시간의 익숙한 속성을 감성적으로(?) 드러낼 뿐이니 저자처럼 그저 "edge"라고 언명하는 게 정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러시아(구 소련 포함)에는 괴짜 천재 과학자들이 종종 등장합니다. p58 이하를 보면 알렉산드르 프리드먼(성씨로 보아 유대계인 듯합니다)이, 아인슈타인마저도 수축이나 팽창이 아닌 안정(고정)성을 가정하였으나(저자에 의하면, "딱히 근거도 없이"), 이 젊은 천재는 거꾸로 "우주는 팽창하거나, 아니면 수축 중이라야 한다"고 직관했습니다. 이렇게 중간과정을 뛰어넘어 결론으로 바로 치닫는 능력이야말로 천재들의 공통점이라고 하겠습니다. 결국 아인슈타인도 그의 치밀한 계산과 논증에 동의하고 말았습니다. 프리드먼의 방정식이야말로 그 모든 것에 시작이라는 게 한때 있었음을 강력하게 암시하는 성과였습니다. 

다음에는 우리 모두가 잘 아는 르메르트 신부가 등장합니다. 물론 빅뱅 이론을 주창한 바로 그분입니다.빅뱅 직후 엄청난 밀도로 꽁꽁 뭉쳐 있던 우주는 팽창하면서 서서히 밀도가 낮아지고 온도도 낮아집니다. 빅뱅이라는 게 정말로 있었다면 이렇게 진행되었고 그렇게 갈 것이라는 게 상식입니다. p87에서는 우주론적 적색이동이 간단히 설명되는데 역시 긴 말 필요 없이 핵심만 명쾌하게, 알기 쉽게 전달하는 게 후퍼 박사 답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현대물리학에서 4대 힘은 중력, 전자기력, 강력, 약력입니다. 이 구도에 익숙해진 우리들은 자유 쿼크, 자유 글루온 같은 말들이 듣기만 해도 형용모순 같습니다. 쿼크나 글루온처럼 단단히 묶여 있는 녀석들이 또 어디 있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빅뱅 직후 몇 초 간은 놀랍게도 이게 가능했으며(p124), 힉스 입자가 규명된지 10년여가 지났지만, 저자는 또다른 입자의 존재 가능성을 제기하며 이를 미스테리온이라 새로 부르지 못할 것도 없다고 넌지시 이야기를 꺼냅니다. 천재의 상상력은 이처럼 자유롭습니다. 

1928년에 천재 폴 디랙이 반물질(antimatter)를 처음 거론하고 이후 이것의 존재를 긍정하는 데에 가의 중론이 모아졌습니다. 중성자의 반물질이라는 게 가능할까? 싶지만 저자는 그런 질문을 이미 예상했다는 듯 중성자 안의 세 쿼크가 양, 음 전하를 띠는 상황을 가르치고, 각각에 반대되는 반물질이 이론적으로 아무 모순 없이 존재 가능하다고 알려 줍니다. 이런 원주가 있어서 후퍼 박사의 책은 더욱 매력적입니다. 

"관측 결과에 따라 우리의 선입견을 바꾸어야 할 때 과학은 가장 많이 발전한다(p166)." 이론, 혹은 절대 도그마가 먼저 존재하고 실험, 실측이 그 뒤를 따라야(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격) 하는 게 아니라, 그 반대가 되어야 옳습니다(p222의 파인만 명언도 참조). 그러나 실험과 관측 결과에 대한 해석은 반드시 하나만 있는 게 아니고, 이 역시 논리와 상식의 다양한 갈래에 따라 여러 결론이 나올 수 있습니다. 암흑 물질은 아인슈타인이 역시 특유의 천재성을 발휘하여 예견했고 한동안 무시, 폄훼되다가 최근 들어 다시 주목 받습니다. p191을 보면 저자는 이른바 "산란 단면적(scattering cross section)" 개념을 이용하여 실험 결과들을 해석했던 통쾌한 과거를 회상합니다. 실험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상상력 부족, 선입견에의 집착이 발전을 가로막았다는 저자의 말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다(p221)." 약력은 중력(우리의 발끝을 그렇게도 옭아매는)보다 엄청나게 강합니다. 이런 계층 문제의 역설을 극복 못하면 약력을 실험에서 검출하기도 힘들고 힉스 입자도 발견되지 않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초대칭이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는 이 역설의 장벽을 넘는 하나의 전략 노릇을 했습니다. 또 이 초대칭 이론으로부터, 한때 큰 인기를 끌었던 끈 이론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p241에서는 우주 급팽창 이론이 설명되는데 인플레이션 이론이라고도 하죠. 미치오 가쿠의 <평행 우주>에 이 이론의 탄생 과정이 재미있게 회고됩니다. 

급팽창도 한 가지 입장만 있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학자들은 여러 모형들을 제안해 왔습니다. 여러 양자장을 포함하는 모형들(p266)은 비 가우시안성을 상정한다고 서술되는데, 역주를 통해 가우시안과 비 가우시안이 각각 무엇인지 잘 설명해 줍니다. 얼핏 들어 만화책에나 나올 법한 다중 우주 이론은, 암흑 에너지라는 미스테리한 사항을 캐어들어가는 과정에서도 자연스럽게 정당화됩니다. 논리와 실험 외에는 그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는 천재 물리학자의 자유로운 상상력 속에서 우주는 결코 고정되고, 갑갑한 모습으로 한 곳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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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로 쉽게 시작하는 빅데이터 분석
이안용.박은수 지음 / 광문각출판미디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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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은, 이 책 p39의 설명에 따르면 "통계를 포함한 데이터 분석 작업에 활용할 목적으로 개발된 프로그래밍 언어 중 하나"입니다. 가장 잘 알려진 프로그래밍 언어 중 C란 것도 있으니, 언어 이름이 알파벳 외자로 붙었다고 해서 이상할 건 없습니다. 짧게 잡아도 6년 전부터 이미 여러 회사들에서 이 R이란 걸 빅데이터 정리 업무에 활용하기 시작했으므로 그리 낯선 이름이 아닐 줄 압니다. R뿐 아니라 R 스튜디오까지 함께 깔아야 불편하지 않습니다. 

인터넷에서 어떤 계산 문제 하나를 내놓고 공연한 말싸움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사실은 연산기호의 우선순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뿐이므로 정말 의미없습니다. 학교 다닐 때 주로 초등학교에서 배운 원칙이 머리에 더 깊이 남은 사람은 A라고 우기고, 실무에서 배운 바만 현재 염두에 담은 사람은 B라고만 주장하는데, 둘 다를 두루 배운 사람은 논쟁에 참여하지를 않습니다. 이 책 p41에 보면 괄호, 거듭제곱, 곱하기(나누기), 더하기, 빼기 순이라 나오는데(R뿐 아니라 대부분이 이렇습니다), 초교에서 가르칠 때는 괄호와 곱하기가 동순위이니 먼저 나온 순으로 계산하면 결과가 다를 수밖에 없죠.     

p12를 보면 맥킨지의 한 보고서를 인용하여 현 경제상황을 VUCA라고 규정했던 유명한 구절을 소개합니다. 표I-1에 그 핵심이 잘 요약되었으며, 또 하나의 잘 알려진 사례로 GE(제네럴 일렉트릭)의 가스터빈 엔진 날개에 있는 하나의 센서가 하루에 만드는 데이터가 무려 520Gb라고 하죠. 사정이 이런데 4차 산업혁명이나 AI의 도입을 마냥 경원시할 이유가 없습니다. 어차피 세상이 이처럼 대량의 데이터를 필수적으로 다뤄야 하는 방향으로 가는데, AI든 뭐든 자동화 시스템이 전면 도입되지 않고 사람으로만 갈 방법이 있겠습니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빅데이터 시대에 왜 프로그래밍 언어 R이 직장인들의 필수 도구가 될 수밖에 없는지 그 이유를 차근차근 풀어 설명해 주며, R의 기초와 구조를 많은 예제를 들어 가며 최대한 쉽게 가르쳐 준다는 점입니다. p49를 보면 변수, 벡터, 함수의 뜻부터 알려 주는데 사실 이걸 모르는 독자는 거의 없겠지만 여튼 초심자를 배려하여 사소한 사항도 소홀히하지 않는 태도가 돋보입니다. 예제를 그냥 따라만 해 봐도, 변수 무엇에 무슨 값을 입력허고 무엇이 출력되며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이 실행되는지 쉽게 배울 수 있습니다.  

평균의 계산이야 어떤 종류든 간에 엑셀이 대신해 주겠지만(또, 개념을 아는 사람은 가중치까지 독자적으로 배분해 가며 직접 설계하겠지만) R을 이용해서 평균을 계산하는 방법이 p58 이하에 잘 나옵니다. 함수도 데이터형을 확인하거나 변환하는 함수가 각각 따로 있는데 표 II-4에 나온 10종의 함수들이 그것입니다. 얘네들은 특히 빅데이터를 다루는 환경에서 할 일이 많아지겠음을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는데, 이런 과정을 보면서 독자로서 새삼 느낀 바는, 사람은 그저 능률이나 속도가 아니라 모든 걸 (대략이라도) 안 상황에서 위에서 감독하는 시야와 식견이 필요하겠구나 하는 점입니다. 안 그러면 어쩌다 버그가 발생했을 때 불편이 해결이 안 되는 생지옥이 됩니다.   

다른 언어에서도 그렇지만 매개변수 times 대신에 each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p63). 벡터에서 여러 개의 값을 추출하는 방법도 나오는데(p64), 벡터라는 게 다른 게 아니라 샐러리 벡터, 매출액 벡터, 이익 벡터 처럼 각 수치의 종류를 사람, 거래처, 월(月) 등에 따라 여러 차원을 만들어 수(數)들의 묶음을 만들어 처리하는 수단입니다. 공대생이나 상경계라면 학부 3학년(수학 전공이라면 2학년)쯤에 선형대수학(linear algebra)을 들었을 텐데 그게 이렇게 응용되는 모습을 보면 신기하죠. 손으로 일일이 계산하지 않고(공학용 계산기라 해도 마찬가지), 이렇게 프로그래밍 함수로 대량 계산이 해결되는 과정을 보면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무엇을 향해 나아가는지 짐작이 가능합니다. 사실 벡터니 행렬(=매트릭스)이니 함수니 하는 건 고교 이과 과정에서도 다 배우는 바이며 공부 제대로 한 사람은 이미 그 단계에서 이 정도 내용이 다 이해 가능합니다. 

이 방대한 과정이라는 게 하나의 자료를 다른 포맷으로 변형하고 그 구조에 따라 갖가지로 변환하는 게 핵심인데, 저 앞 표 I-1에서는 VUCA 시대의 특징 중 하나로 비정형 자료의 처리와 해석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사실 완벽하게 부정형이라면 컴퓨터가 어떻게 알아먹겠습니까. 이걸 적절한 창의성과 재치, 상황 적응력을 발휘하여 정형 자료로 변환하는 건 결국 사람의 몫이며 따라서 창의력과 융통성을 지닌 인재는 미래에 오히려 더 높은 가치를 지니는 것입니다. 물론 통계와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한 기본 소양은 있어야 하겠습니다. 

데이터도 탐색적 데이터 분석(p133)이 있으며 다중 변수 사이의 상관 관계(p141)를 분석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p142에 나오는 대로 (높은) 상관관계가 곧 인과관계를 뜻하는 게 아니며, 두 집합(범주)가 상당 부분 겹친다고 하여 충분조건, 필요조건 관계가 어느 하나라도 성립하는 게 아닌 성질과도 비슷합니다. 자료를 다뤄 보면 전혀 상식이 미치지 못하던 곳에서 인과관계가 추정되기도 하며 통계 수치가 과연 무엇을 뜻하는지에 대해서는 인간의 통찰과 숙려가 더 필요해지는 영역이 너무도 많습니다. 

결측값(p143. missing value)은 이 책에서 "데이터 수집 저장 과정에서 값을 얻지 못하는 경우 발셍한다"고 설명합니다. 실무에서 이 결측값의 처리는 담당자에게 많은 고민을 부릅니다. 특히 매트릭스와 데이터 프레임에서 결측값이 생겼을 시(N/A. not available)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는 p145 이하에 잘 설명됩니다. 특히 제가 도움을 받은 건 p151 이하에 설명된, "재현 가능한 결과가 필요한 경우"였습니다. 그래프도 엑셀보다 여기서 더 다양한 포맷으로 작성할 수 있죠. 

p191에는 고차 다항식 적용과 분산 분석이 설명됩니다. 주로 쓰이는 건 ANOVA 함수인데, 단 4단계만으로, 키(height) 변수의 p-value가 0.05보다 아주아주아주 작다는 걸 판명하고 통계적으로 유의미함을 선언하는 과정은 통쾌하기까지 합니다. 목재의 지름, 키를 통해 부피를 예측하는 사례를 통해 공부하는 다중선형회귀 문제도 아주 쉽게 설명되었습니다. 

많은 이들은 R을 이용해 디지털 영상도 분석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랍니다. 이 내용은 특히 올컬러 도판이 함께하기 때문에 이해가 더욱 쉽습니다. 경계 검출이 미분 컨볼루션(derivative of convolution)을 통해 이뤄지는 과정은 책으로만 봐도 신기합니다. p263 이하에는 OpenCV를 이용한 웹캠 연동이 설명되는데, 바로 뒤에 나오는 TensorFlow 사용법까지 함께 공부하면 언어 R의 강력한 기능에 대해 새삼 놀라게 됩니다. 

부록에 나오는 R과 챗GPT의 촘촘한 결합도 매우 유익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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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 프롬프트 디자인 - AI를 몰라도 AI로 돈 벌 수 있다
생성형AI연구회 지음 / 광문각출판미디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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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좋은 도구가 나와도 이를 잘 활용하는 방법을 모르면 정작 내 삶을 향상시키는 데에 도움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이 책 머리말 p4에 나오는 구절을 잠시 인용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프로세스 자동화, 효과적인 데이터 분석, 마케팅 및 영업, 인적자원 관리, 운영 및 물류, 재무 및 회계" 이 모든 분야에 생성형 AI가 활용되며, 그 첫걸음은 프롬프트 디자인의 학습이라는 취지입니다. 위 인용구 부문에 해당하는 직종에 해당하는 종사자들은 한두 사람이 아니며, 이분들도 이제는 프롬프트 디자인의 활용에 잘 알아야(자격 인증 제도가 있습니다) 원활한 업무 수행이 가능하리라는 전망입니다. 

요즘 미디어에서도 생성형 AI를 설명할 때 이런 말을 하곤 합니다. "설명을 더 잘해 줄수록 더 정확한 답이 나온다." p26에 나오듯 프롬프트란 우리가 과거 도스나, 윈도에서도 끌어낼 수 있는 검은색 명령입력창과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나의 의도가 무엇인지 이 프롬프트를 통해 생성형 AI에게 명령을 하는데 이걸 프롬프트라고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책에서는 또한, 코딩을 할 때에도 이 프롬프트를 생성하면 작업이 매우 편하다고 합니다. 생성형 AI가 어떤 주문을 들어야 제대로된 답을 내놓는지는 p33의 예가 아주 쉬운 설명을 해 주는 듯합니다. 

-누가 이메일을 발명했는지 알려 주세요. 
-이메일을 발명한 사람에 대해 알려 주세요. 

전자에 대해 AI는 정보 수준의 간결한 정도로만 답을 내어놓는 반면(그렇다고는 해도 문장이 완성도를 갖추었고, 외견상 어색한 구석이 없으며 내용상으로도 필요한 부분은 다 있습니다), 후자에 대해서는 더 자세한 내용을 담았으며, 책의 평가에 따르면 "풍부한 맥락이 담겨 거의 에세이 수준"의, 매우 높은 완성도로 답안을 내어놓는다고 합니다. 실제로 현재 3.5버전(최신은 4.0)만 해도 별반 어색한 점이 없고 쓸만하지만, 답이 더 완벽에 가까워질 때까지 (우리의) 질문을 더 가다듬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프롬프트 디자인입니다. 책에서도 그런 말을 하는데, 과거(또는 현재) 네o버 등의 검색창에서 우리가 원하는 정보를 찾을 때에도 대충 찾으면 엉뚱한 결과만 주루룩 나옵니다. 연관 있는(relevant) 검색 키워드를 던져 줘야 검색 엔진이 비로소 제 할 일을 하는데 그런 검색 요령과도 맥이 통한다고 하겠습니다. 

카o오톡에서도 챗GPT의 활용이 가능합니다(p52). 돋보기 검색창에다 ASK를 입력하면 ASKUP이란 채널 창이 뜨는데, 이걸 통해 챗봇과 대화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처럼 챗GPT의 활용 방법이 우리와 아주 가까운 데 있다는 정보는 유익하지만, 사실 챗봇과의 대화는 AS 등을 요청할 때 어느 회사와의 채널과도 현재 당장 가능하며, 회사들은 인건비 절감을 위해 이를 아주 반기며 유도까지 합니다. 다만 이런 챗봇과의 상담 결과라는 게 아주아주 불만족스럽다는 게 문제지요. 하긴 어떤 회사는 사람인 상담원조차도 업무에 대해 무지한 탓에 기계와 별 다른 바가 없기도 합니다만. 적어도 고객 응대에 있어서는 갈 길이 아주 먼 듯하며, 먼 훗날 기계가 이런 능력까지 만족스럽게 갖춘다면 그때는 "그런 일자리라도 있었던 과거"를 그리워하는 목소리가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분들은 ppt를 만들어야 할 때 인터넷 등에서 템플릿을 구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까다로운 상사라면 일을 더 성의있게 해 올 것을 요구할 것입니다. ppt를 챗GPT로 새로 만들 수 있으며 이렇게 하면 확실히 일감이 줄어드는 게 맞습니다. 또 너무나 뻔한 템플릿이 새로워지기도 하고 어디 인터넷에서 주워왔다는 게 티도 안 나고 말입니다. 아마도 직장인들이 당장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건 엑셀과 챗GPT 연동 작업이겠는데 이를 위해서는 Open AI 계정을 하나 만들고 API 키를 발급받아야 합니다. 

AI의 가장 큰 장점은(현재로서는) 단순 반복 작업을 대신해 주고 이미 뻔히 길이 나 있는 프로세스를 자자동해 준다는 것입니다. AI에 대해 지식이 없는 사람은 회사에서 철야할 일이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뜻도 됩니다. 챗GPT를 써 보고 확실히 놀랄 만한 건 내용 요약인데, 어떤 긴 문건을 갖다놔도 제법 사람이 한 듯 척척 요약하는 걸 보면 로봇 학습이라는 게 정말 어떤 경지에 진입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텍스트(위주) 파일뿐 아니라 pdf 포맷에서도 이게 통하는 걸 보면 놀랍습니다. 

보고서 작성을 시켜 보면, 챗GPT는 적어도 형식상으로는 아무 하자가 없습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형식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며, 회사에 정말 이런 결과물을 갖다내면 이후의 상황은 각자가 알아서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책에서 설명하기로는, B*RD나 B*ing AI의 경우 사실 실무에 갖다 쓰기가 매우 어렵다는 쪽입니다. 왜 아니겠습니까. 만약 이게 가능하다면 우리는 99% 실업자가 되는 건데. 

재무분석은, 회계 관련 재무제표가 어느 정도는 표준화되어 있는 데다, 그동안 기계가 얼마나 많이 (저작권 걱정 없이 법으로 공개가 의무화한) 이쪽 분야를 많이 학습했을지를 생각하면 아주 그 결과가 (형식적으로는) 만족스러울 듯합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시장에 알려진 지 오래된(그러나 개별 유저가 게을러서 미처 일일이 확인 못한) 정보만 활용할 뿐이니 그 한계야 뻔합니다만. 사실 증권사의 이른바 애널리스트라는 사람들도 한심한 결과를 내어놓기도 하고, 때로는 뻔한 거짓말을 늘어놓기도 하니 사람이 직접 만드는 보고서와 기계가 막 만드는 결과물이 별 질적 차이가 없는 분야가 어쩌면 여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영상제작에서 이 기술은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듯합니다. 사실 영상 제작이 모든 면에서 크리에이티브가 필요한 건 아니고 여기도 기계적 반복적 작업이 많이 소용됩니다. 특히 생성적 적대 신경망, 영어 약자로는 GAN이라고 하는 독특한 장치의 쓰임이 부각되는데, 저 개인적으로는 정두희 저자의 AI 관련 어느 책을 3년 전에 읽었을 때 이 GAN에 대한 언급이 있었던 걸 기억합니다. 

데이터가 오염되지 않고 정확한 실태를 표현했다면 이를 분석하여 인과관계를 도출하는 게 가능합니다. p158에 보면 이동통신사의 해지담당자가 해지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 무엇인지를 놓고 AI에 대해 답을 요청하는 사례가 나옵니다. 이걸 보면, 세 엔진 중 하나인 챗GPT가 내놓은 완성도 높은 답(이 책의 견해에 따릅니다)이라 해도 이걸 갖고 윗선에 그대로 제출하기엔 상당히 무리입니다. 오히려 마지막 B*ng의 답 중 어떤 건 쓸모가 있으니 다 버릴 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만 독자들이 자세히 보고 충격을 받을 만한 대목이 "만족도가 낮은 고객이 높은 고객보다 해지 가능성이 높습니다"라는 대단한  분석(!) 결과입니다. 아직은 성능이 이 정도라는 거죠. 사람에게는 기가 막히지만 기계는 "무슨 문제라도?"라고 되물을 만한 사항입니다. 

프롬프트 디자인은 아직은 많은 게 서투른 생성형 AI에게 더 일을 효과적으로 시킬 수 있는 유용한 기술입니다. 또 엄청난 양의 반복 작업 수고를 덜어줄 가능성도 큽니다. 이 책을 읽고 어느 분야 어느 직급이라도(대체로는 실무 직원이겠지만) 도움을 당장 받을 수 있는 지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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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읽는다 세계사를 바꾼 전쟁의 신 지도로 읽는다
김정준 지음 / 이다미디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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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는 누리에는 언제까지나 평화가 깃들어야 하며 갈등이 생겼을 때 이를 전쟁으로 해결하려 들면 이제는 모두가 핵 피해 때문에 죽게 되어 있습니다. 갈등을 폭력으로 해결하는 건 이미 인간의 방식이 아니며 사람이 동물의 수준으로 떨어지고 마는 것입니다. 그러나 누군가가 아무 명분 없이 나에게 폭력으로 도발해 오면 그에 대응하는 최소의 수단으로 자위 전쟁이 강구되어야 하며, 그런 이유에서라도 지난 역사의 전쟁 과정과 결과는 진지하게 고찰되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전쟁의 역사 속에는 한 종족이 다른 종족에 맞서 싸우며 발휘한 지혜의 총체가 압축되어 있습니다. 또 저자께서 지적하신 대로, 한 번의 결정적 전투에서 일반의 예상을 뒤엎고 거둔 승리는 세계사의 거대한 물줄기를 바꿔 놓기도 했기 때문에 더욱 흥미진진한 사연이기도 합니다. 

책은 크게 3장으로 나뉘며 모두 23인의 명장이 등장합니다. 3장은 고대, 중세, 근현대를 각각 다루며 시대에 따라 역사의 형세, 각 정치단위의 구조, 전쟁의 양상이 다르므로 일단 이렇게 세 파트로 나눈 것이 매우 적절하다고 독자로서 생각했습니다. 한국인은 광개토태왕과 이순신 두 사람, 일본인, 중국인, 몽골인 등 기타 동아시아인은 손무, 백기, 한신, 칭기즈칸, 오다 노부나가 등 다섯 사람입니다. 근현대에서 뽑힌 여섯 명은 모두 구미인들인데 독일인 2명, 영, 미, 불이 각각 1명씩입니다. 명장이라고 해서 모두 장수 신분이었던 건 아니고 천부적으로 왕족이었던 이들, 출세하여 군주까지 이른 이들이 두루 포함되었습니다.   

키루스 2세는 아케메네스 조 페르시아가 메소포타미아와 근동을 통일하게 만든 군주입니다. 그의 통일은 거의 최초로 시스템이 잘 갖춰진 국가가 제국을 일군 사례인데, 그저 폭력적 억압과 공포 분위기 조장으로만 신민을 다스리지 않고 장기 비전과 통합을 추구했다는 점에서도 특기할 만합니다. p21에 컬러 지도가 두 폭 수록되었는데 역시 이다미디어의 이 시리즈는 예쁜 지도가 최고 강점입니다. 또 이 통일 페르시아는 건너편 반도의 그리스 여러 도시국가들에까지 심각한 우려를 끼쳤는데, 천 수백 년 후 낭만주의 사조가 휩쓴 유럽에서 이 키루스를 소재로 여러 멋진 그림을 남겼고 책에는 그 명화들이 올컬러로 실렸습니다. 

손무는 병법서의 저자이기도 하고 명장이기도 했습니다. 역시 천 수백 년 후 빌헬름 2세도 황제였으면서 이 중국 고전을 탐독하며 감탄하기도 했고, 책에 나오는 대로 위 무제(조조)가 직접 주해를 하기도 한 고고이죠. p32에는 컬러로 정리된 표가 나오는데 회수 이남 3대국인 초, 오, 월의 군주들이 대순(代順)으로 정리되었습니다. 특히 문제가 될 시기에 초점을 두어 정리한 표인데 독자에게 깔끔하게 정보를 전달해 줍니다. "전하께서는 병서를 즐겨 논하실 뿐 실제의 용병에는..." 운운하는 손자의 말은 여러 사서에 등장하여 독자들에게도 익숙한데, 아마 빌헬름 2세한테도 똑같이 적용될 듯합니다. 항상 현실에 무지하고 탁상공론에만 능한 왕들이 문제입니다.  

백기는 섬멸전의 주역으로 저자께서 평가하는데 아마 기록상의 과장이 있긴 하겠으나 40만명의 조나라 군사를 생매장한 사례는 역사 어디에서도 비슷한 경우를 찾기 힘들 듯합니다. p63에 심플하게 도식화한 장평 전투의 대진도가 역시 한눈에 쏙 들어옵니다. 고대에는 이처럼, 물산이 풍부하여 많은 수의 백성을 넉넉히 잘 먹이던 느슨한 기강의 나라가, 척박한 변방에서 상무적 기풍을 유지하던 나라에게 큰 일격을 당해 일시에 국세가 무너지는 예가 많았으나, 현대전은 물량과 보급 위주이므로 이렇게 가기가 매우 힘듭니다. 군국주의 일본도, 만만히 보던 미국한테 된통 당하고 무조건 항복 문서에 서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조상 대대로 귀족이었던, 정복 군주로 내내 자라날 운명이었던 항우와, 정치 99단이었던 서민 출신 유방 사이의 건곤일척 항쟁으로만 알던 초한 쟁패기에서 사실 진정으로 군신이라 불릴 만한 이는 한신이었습니다. p73에 컬러로 초와 한 사이의 일전일퇴상이 잘 정리된 지도가 나오는데 산동 반도를 보면 제(齊)가 표시됩니다. 이 제나라가, 한신이 유방더러 가왕(假王)을 삼아 달라고 했던 그 땅이며, 책사 괴철이 자립을 권할 때 그 기반으로 삼으라고도 했습니다. 괴철은 철(撤)이라는 이름자가 한 무제의 휘와 같다고 하여 <사기>에는 내내 괴통(通)으로 피휘됩니다.    

알프스를 넘는다, 혹은 적이 전혀 생각 못한 난지형을 넘어 기습공격을 감행한다고 하면 첫째 자신을 따르는 수많은 병졸과 장교들에게 무리한 작전을 감행하고도 동의를 얻을 만한 지도력이 있어야 하며, 이 장군을 따라가면 위험해도 그만한 위험을 무릅쓸 가치가 있다는 판단이 마음속으로부터 솟아나야 합니다. 둘째로 경험이 아주 많거나 임기응변에 아주 능하여 자연지형상의 각종 난관을 요리조리 잘 피해가는 능력이 있어야 하며 크게 경영 역량으로 볼 수 있는 어떤 자질이 필요한데 한니발에게는 이런 재주가 있었던 것입니다,.물론 그는 야전에도 능해서 그가 이끄는 군대와 정면으로 붙어 이길 수 있는 사령관이 로마에는 없었습니다. 마치 연의의 제갈량이나 19세기 초 유럽의 나폴레옹 1세와 같았습니다. 책에는 이 파트에서 모두 세 점의 지도가 나와 한니발의 천재성과 최후의 비극성을 독자에게 잘 이해시킵니다. 물론 그를 이긴 스키피오도, 러시아에서 끝내 나폴레옹을 격퇴한 쿠투조프만큼이나 명장입니다. 

한니발이라는 대적(archenemy)을 퇴치한 로마는 이미 원하든 않든 자신의 방식으로 지중해 세계를 지배하고 있었는데, 계속 내치를 공화정으로 유지할 것이냐, 아니면 오리엔트처럼 제정으로 갈 것이냐의 기로에 섰었습니다. 이 책은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두 파트에 걸쳐 다루는데, 전편은 골 족을 물리친 외정에 초점이 놓이며, 후편은 폼페이우스 등 로마 내부의 정적을 꺾는 과정을 분석합니다. 그는 로마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화족이었던 데다 교양이 풍부하여 단순한 무인이 아니었고, 그저 무지한 자들을 사탕발림으로 선동하여 얄팍한 사탕발림으로 한몫 잡으려는 사기꾼과도 거리가 멀었습니다. p115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그의 일대기가 나와 거인의 자취를 엿보게 합니다. 

보통 사산 조 페르시아와 헤라클리우스 황제의 비잔티움(동로마) 제국이 공연히 항쟁하다 신흥 사라센에게만 좋은 일 시켰다고 비웃지만 이슬람 제국 역시 그만한 역량이 있었기에 "이삭줍기"가 가능했으며 할리드 이븐 알 왈리드 같은 명장이 정통 칼리프들의 명을 잘 받들어 동로마를 효과적으로 격퇴하지 않았더라면 이후 수백년의 영화가 없었을 뿐 아니라 현재 중동 사람들이 무슨 종교를 믿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명장도 결국 정치적 역학관계에 따라 역사에서 쓸쓸하게 퇴장한 건 한(漢)나라의 한신(韓信), 청나라의 연갱요, 융과다 등과 사정이 다르지 않습니다.  

앞에서 백기의 잔혹함에 전국 시대 백성들이 치를 떨었다고 했으나 칭기즈칸의 손자 훌라구 , 또 그의 후손을 자칭한 티무르 등이 메소포타미아와 페르시아에서 각각 자행한 대량 학살은 한동안 해당 지역에서 문명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 만큼 철저하고 광범위하게 이뤄졌습니다. p259에는 티무르가 오스만 투르크 황제 바예지드 1세와 일합을 겨룰 때 양군이 어떤 상황이었는지에 대한 도식화가 나옵니다. 바예지드는 이 전투에서 티무르에게 져 그의 몸뚱이가 발받침으로 쓰이는 치욕을 당했다고 하며, 그의 아내는 옷이 벗겨진 채 춤추기와 술따르기를 강요당했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구스타프 아돌프는 스웨덴의 왕이면서 병법에도 능했던, 북부 유럽의 오랜 군사적 정통을 제대로 상징하는 아마도 마지막 군주였지 싶습니다(물론 고유의 군주정은 지금까지 이어집니다만). 귀신 같은 솜씨를 자랑했건만 역시 병법의 천재였던 발렌슈타인과 한판 붙다 전사하고 30년 전쟁은 이제 합스부르크 제국이 전 유럽을 가톨릭 기치 하에 통일하기 직전까지 갔습니다만 난데없이 같은 구교국인 프랑스가 개입하여 결국 유럽은 종교상의 할거 시대로 진입합니다. 이후 상무의 전통이 완연한 프로이센이 특히 프리드리히 대왕의 영도 하에 열강으로 자리잡고 발전하다가 나폴레옹의 grande armée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전략전술은 그것이 아무리 과거에 찬란하게 효율을 발휘했다 해도 현재의 기술 여건을 최대한 반영해야 실전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투하체프스키 같은 명장도 이미 소련에서 현대적인 군사 교리를 성립시켰으나 스탈린의 어리석은 판단 때문에 그 성과가 사장될 뻔했습니다. 독일에는 하인츠 구데리안 같은 천재가 기갑사단 운용에 걸맞은 원칙을 발전시켰고 아르덴을 통한 프랑스 진입에서 혁혁한 공적을 세워 그 천재성을 세상에 증명했습니다. 전격전의 위력을 잘 보여 주는 지도가 p401에 잘 나옵니다.   

특히 전쟁사는 지도와 함께 공부해야 그 정확한 의의를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인이신 김정준 저자의 정확하고 명료한 서술과 함께하는 "지도로 읽는다" 시리즈가 이다미디어에서 계속 출판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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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 북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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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상 수상작품집들을 읽어 보면 꼭 대상수상작뿐 아니라 같이 실린 우수상 수상작들, 기수상작가 자선작 등도 재미있습니다. 이번 연도(2023) 작품집에서 저는 대상수상작도 재미있게 읽었지만, 김멜라 작가의 <이응 이응>에 더 큰 흥미를 갖고 감상했습니다. 작년도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은 읽지 못했습니다만 찾아 읽어 볼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3년 전 8월 이 작가분의 <적어도 두 번>을 읽고 독후감을 남긴 적 있습니다. 

미도파(p10)는, 대상수상작 <애도의 방식>에서 어느 찻집(작품의 제재) 이름으로 쓰입니다. 미도파라고 하면 나이 드신 분들에게는 대농그룹이 운영하던(현재는 롯데 소속) 남대문상가의 백화점이 떠오르겠습니다. 또 1980년대 최강 전력의 실업 여자배구단 이름이기도 하며(같은 기업이 운영), 현 프로 흥국 핑크스파이더스의 직전 감독, 현 KBS 해설위원 광주광역시 출신 박미희씨 같은 이름이 연상될지도 모릅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하고많은 이름 중에 왜 하필 "미도파"가 선택되었을까 하는 점입니다. 

작중 찻집 미도파의 실내나 분위기 모두 촌스럽다고 합니다. 특히 인테리어 중 체리색 몰딩(p10)은 요즘 젊은 2030 여성들이 질색을 하는 획일성과 갑갑함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무려 이효석문학상 작품집에까지 체리몰딩이 끌려나와 욕을 먹을 줄은 몰랐습니다.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체리몰딩이 그리 싫지 않고 호불호가 덜 갈리는 무난한 선택인데 왜들 그러나 싶지만 여성들 사이 최신 트렌드가 그렇다는데 어쩌겠습니까. 

동주는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모르는 어른들 때문에 내내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듯합니다. 어떤 할머니(제 몸뚱이가 다 썩었다는)는 구태여 찾아와 네가 돈가스집 아들 아니냐(p21)며 피해자와 가해자를 혼동하기까지 합니다. 이 부분이 가관이죠. 어리석은 대중은 사건이 터지면 자신이 법관, 정의의 사도나 된 양 목소리를 높여 판결문을 읊어 대지만 이처럼 기초적인 사실 관계도 모르고 있으니 어이가 없을 뿐입니다. 바로 자신이, 사건의 가해자보다 더한 악을 저지르기 직전임을 알기나 할까요? 더 기가 찬 건 진실을 말해 달라며 피해자인 동주를 귀찮게 구는 승규의 모친입니다. 우리 독자가 이미 짐작한 대로, 또 작품 끝에 다 밝혀지는 대로, 진실은 웬 양아치가 미쳐 날뛰다 개죽음을 한 것이며, 심지어 죽고 나서도 남한테 폐를 끼친다는 거네요. 

"제가 쫓아낸 것보다, 댁의 아이가 개o끼처럼 군 게 더 문제 아니겠어요?(p43)" 요즘은 사회 곳곳에서 갑질이 문제입니다. 최근에는 교원들이 고생을 했나 봅니다만 원래는 이처럼 자영업자들이 버르장머리없는 아이들을 대동한 일부 부모들 때문에 온갖 고충을 다 털어놓곤 했습니다. 그렇다고 어느 한쪽을 놓고 절대악으로 타매할 것은 아니며, 제도적 허점은 보완하되 개별적으로 누가 잘못을 했는지 세심하게 가려서 따져야 합니다. p45에 보면 문이 닫히면서 자칫 사고가 날 뻔했다는 서술이 있는데 실제로 어느 치킨집인가에서 애 손가락을 다친 사고 때문에 몇 년 전에 소송이 난 적도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 말을 하기도 합니다. "아니, 한국 사회 어디서나 갑질 악성민원 없는 데가 없는데, 왜 교원들만 이렇게 민감하게 구나요?" 이 작(<너머의 세계>)의 오연수 선생 같은 분을 보면 명백하게 악질한테 잘못 걸린 사례가 맞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교원이 희생자이고 학부형은 이기주의의 귀신이 씐 악마일까요? 사례를 보다 보면 정반대 케이스도 많습니다. 단지 나이 어린 교원이 유독 타겟이 되고 이들이 사회 초년생이다 보니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양심이 여려서 사고가 날 뿐입니다.이 작에 나온 학생놈은 커서도 양아치 말고는 될 게 없는 싹수가 노란 망나니인 게 또 분명하고 말이죠. 

"역시 나이가 문제인 걸까.(p101)" 본인도 잘 알고 있겠으나 문제인 건 나이가 아니라 뒤떨어진 감각이며 헛된 추억의 자취에 대한 공연한 집착입니다. 나이 탓을 하면 다만 본인 마음은 당장 편하겠죠. 요즘 세대는 문자 소통에서 마침표 같은 구두점을 쓰지 않고, 특히 말줄임표(p134)는 극혐한다는데 나이 든 세대는 이걸 전혀 의식 못합니다. 그런가 하면 p125에는 ㅋㅋㅋ ㅎㅎ 같은 초성체도 나옵니다. 이 작(<세월은 우리에게 어울려>)에서 단발이 두 번 언급되는데 하나는 "애나의 희끗한 단발머리(p132)", 다른 하나는 바로 앞 페이지의 요가복 입은 백인의 칼단발인데 작중에서는 구태여 "칼로 자른 것처럼 반듯한 단발머리"라고 풀어 쓰셔서 약간 의아했습니다.  

이제는 원로라고 봐야 할 김인숙 작가님의 <자작나무 숲>도 있는데 그래서인지 작품 제목도 (신작인데도) 오래 전 작품인 듯 착시가 일어났습니다(제 개인적으로). "가스보다 더 유독했던 건 할머니에 대한 나의 불안이었다(p184)." 우리는 누구나 늙고 언젠가는 쓸모, 볼품 없어지니 노화나 노인을 타자화할 일이 절대 아닙니다만 현실은 또 그렇지 못합니다. "아무것도 버릴 수 없어요. 왜죠? 모든 것에 다 기억이 있어서요.(p203)" 그다음 말이 걸작입니다. "어떤 기억인가요?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지혜 작가의 <북명 너머에서> 중 "북명"은 가상의 백화점 이름입니다. "나는 그 구덩이를 사랑했다는 걸, 절망한 이무기와 이별과 실패한 오욕이 고인, 빈 연못을 한없이 원했다는 걸 깨달았다(p242)." 같은 백화점에 입주한 매장이라고 해도 평수가 다르고 번창하는 정도가 달라서, 직원들은 위화감을 느낄 만합니다. 키가 훤칠하고 세련된 모델처럼 생긴 조옥(p243)은 그녀를 오빠에게 소개해 주고 싶다는 생각까지 합니다(p247). 작품 말미에 이르러서야 "아무에게도 말한 적 없는 기억"이, "이무기가 돌아올 때까지" 바라보아집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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