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로 읽는다 지리와 지명의 세계사 도감 1 지도로 읽는다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노은주 옮김 / 이다미디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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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구체적인 지형과 지명, 지리 속에서 펼쳐진, 지난시절 인간들의 생존을 향한 분투의 기록입니다. 추상적인 명분, 가치와 의미의 부여나 따분한 인명의 나열만으로는 그 참모습을 바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상세한 지도와 정확한 지명이 함께 제시되고, 간혹은 그 시대의 개성과 특질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그림이나 조형물이 함께 책 안에 실려 있다면, 학생들뿐 아니라 성인들도 훨씬 역사를 재미나게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저자는 특히 이 점을 강조합니다. "... 인간이 살고 있는 역사와 세계는 생생하게 살아 있다. 19세기에 체계화된 유럽 중심의 세계사나, 20세기를 지배한 미국 중심의 세계사를 가지고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와 그 역사가 가슴 깊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 여기서 저자의 의도는 "역사를 가슴 깊이 느낌" 부분에 잘 드러난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건조한 지식의 나열이나 암기, 재생은 참된 역사를 이해하는 방법이 아니라는 뜻이죠. 다시 저자 서문을 보면, 앞부분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 지도 한 장 달랑 들고 지중해를 여행한 적이 있다. 누구는 무모한 일이라며 말렸지만, 오히려 얻은 것이 많아서 지금까지도 최고의 선택이었다며 스스로를 칭찬하는 데 망설임이 없을 정도다..."

그러니 저자께서는 (보통 그렇게들 하듯) 역사를 텍스트로 시작해서 지도, 지명, 지리를 보강한 게 아니라 그 반대 순서로 접근하고 공부한 셈입니다. 헌데, 어쩌면 우리는 이 저자분처럼, 구체적인 지리, 지명을 먼저 배운 후 그 속에서 활약한 인간들의 족적을 따라갔어야, 훨씬 생동감 있는 역사의 이해, 나아가 (저자의 표현처럼) "가슴 깊이 느낄 수 있는 역사"를 만날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저자는 역사를 크게 4단계로 파악합니다.

1단계: 4대 문명의 탄생과 전 지중해로 확대되는 문명
2단계: 유럽과 아시아의 중계 무역으로 이슬람이 세계 주도
3단계: 대항해 시대 이후 세계를 압도한 유럽의 팽창주의
4단계: 변화를 강요 받은 중국과 인도 등 "전통 세계"

이 중 재미있는 건, 중국과 인도는 세계사 전체를 개관할 때 그 폐쇄적인 지형 덕분인지, 잦은 분쟁과 외부로부터의 침입에 휘말리기보다  자립적이고 독자적 성격을 강하게 유지한 문명권으로 분류된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헤겔 등의 규정처럼 "발전이란 게 없고 오랜 시간 같은 패턴 속에 갇힌 정체 상태"로 보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저자는 "지속성이 강하다"는 말로 이들 세계의 강한 생명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종래 학계에서 즐겨 의지하던 프레임과는 달리, 이 책은 "지리, 지명에서 시작하여 역사를 바라보는 방법론"을 착실히 견지하여, 구체적인 공간으로부터 유리된 추상적인 역사는 존재할 수가 없음을 분명히합니다. 무엇보다, 이렇게 지명 중심, 지리 중심으로 읽고 이해하는 역사는 재미가 납니다. 지리 중심의 역사가 필연적으로 "도감"이 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 당연한 듯합니다. 우리 독자들 모두는, "역사책"보다는 "도감"을 훨씬 재미있어하지 않습니까?

이 책은 제목(과 서문)이 밝히고 있는 대로, 텍스트 속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지명에 그 기원(어원)을 철저히 밝혀 둡니다. 처음에는 중요한 도시나 강, 산맥 등에만 그런 설명을 다는 줄 알았으나, 정말로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지명만 나왔다 하면 어김없이 기원을 밝혀 두고 있었습니다. 이런 정성과 서술 원칙의 일관성을 보며 독자로서 감탄도 하게 되고, 이 책을 역사 공부의 의도 외에 여행 가이드로 써도 손색이 없겠다는 생각도 절로 들었습니다. 하긴 저자께서도 본래 여행 중의 각성으로부터 집필 계획을 마련했다고 암시도 하시니 말입니다.

예루살렘은 보통 기독교의 성지로 잘 알려졌지만 현지에서는 유대 정치인들이 방문했을 때 큰 소동이 일어나곤 합니다. 그 이유는, 현재 너무나 세속화하여 성지 (순례)가 큰 의미를 갖지 않는 기독교인들에게와는 달리, 이슬람 교도들에게는 여전히 이스라엘이 그들의 신앙에 있어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해당 종교의 교리상 예루살렘이 이슬람(에게도) 성지라는 사실 자체도 모르는 이들이 많습니다. p68을 보면 무함마드가 이곳 바위 돔에서 승천했기에 성지로 그들에게 기념된다고 나옵니다.

현재도 호기롭게 미국에 대항하는 이란은 아득한 고대부터 가장 왕성한 문명을 건설한 대제국의 후예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페르시아, 바빌론에 잡혀왔던 유대인들을 해방한 구약의 제국은 아케메네스 조(朝)인데 p70을 보면 그 판도가 지도로 잘 표시되었습니다. 이처럼 깔끔한 지도와, 요령껏 잘 편집한 범례(legend), 텍스트 설명이 멋진 조화를 이루는 게 이다미디어에서 나온 도감들의 큰 장점입니다.  

지중해 세계는 혹독한 겨울이 없고 풍경이 아름답기에 일찍부터 문명이 발달했습니다. 구약뿐 아니라 신약에서 자주 등장하는 지명들이 이곳에 밀집했습니다. 시돈, 티루스 등의 지명이 어디서 유래했으며 비블로스(작은 언덕이라는 뜻. 현지어로는 바알 신과 연계) 항구를 통해 거래된 파피루스가 이 지명과 연관하여 그리스인들에게 아예 그 이름으로 바뀌어 불렸다는 점을 가르쳐 줍니다. 바이블이란 말도 여기서 유래했음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처럼 이 책은 각종 지명들, 심지어 보통명사들의 흥미로운 어원까지도 잘 정리해서 알려 주는 게 매력입니다.

지중해 연안이 고대부터 크게 번성한 것과는 달리 사막의 베두인 족은 척박한 환경에서 초라한 방식으로 연명할 뿐이었습니다. 이러던 게, 예언자 무함마드가 AD 7C에 이 지역에 갑자기 등장하여 그들의 종교적 열정과 정복욕을 일깨우는 바람에 덜컥 대제국 하나가 건설되었습니다. 물론 로마 제국과 아케메네스 조가 소모적인 대립을 지속하다가 후자가 붕괴하는 바람에, 이 지역에 힘의 공백이 발생한 까닭도 크지만 말입니다. 책은 여기서도 메카(마카)의 어원을 친절히 설명합니다.

"바그다드는 인공적으로 건설된 도시(p146)"라는 책의 간명한 규정이 눈에 띕니다. 다마스쿠스는 지중해 무역이 번성할 때 자연스럽게 그 유리한 지리적 여건에 힘 입어 우마이야 왕조의 중심으로 우뚝 섰지만 바그다드는 그에 비하면 다분히 계획적으로 형성되었죠. 마치 콘스탄티누스가 세운 비잔티움(p187)처럼 말입니다. 물론 두 도시 모두 그럴 만한 곳에 세워져 오랜 동안 제 기능을 다해 왔다는 사실은 공통입니다.

영국은 작은 섬나라에 지나지 않지만 그 민족 구성이 매우 복잡하고 이것이 어느 정도 계급 대립으로까지 현대에 계승된 면이 있습니다. 왜 이렇게 복잡해졌을까에 대해 책 p174 이하에 재미있고 요령껏 설명됩니다. 이 부분은, 축구 좋아하는 이들이 왜 영국만 4개 축협으로 나누어 FIFA 월드컵에 출전하는지 그 근원적인 유래에 대해서도 좋은 정보를 제공해 줍니다. 앵글로색슨이 대거 침입해 왔을 때 켈트 족 일부가 도버 해협을 건너 반도에 정착했는데 브르타뉴(작은 브리튼)이란 이름이 여기서 기원했다고도 책은 가르쳐 줍니다.

어떤 전쟁이라도 그것이 순수하게 종교적 동기, 혹은 대의명분(정당한 상속이라든가) 때문에만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커다란 경제적 목적이 눈에 띄기에 세력들이 이를 새로 차지하려고, 혹은 지키려고 대판 싸움이 붙는 것입니다. 영불의 귀족 간에, 결국 프랑스 땅의 와인과 모직물의 향방, 귀속을 두고 분쟁이 일어나 그토록 오랜 전쟁이 이어진 것이죠. 급기야 현지의 민중까지 조직화하자 영국은 적지에서의 싸움이 더욱 불리해졌고, 프랑스 왕실은 그들대로 민중의 기세가 왕권까지 넘봐서는 안 되겠기에 적절히 타협하고 싸움을 마무리짓습니다. 사실상 플랜태저넷 왕조는 그 방대한 프랑스 영지를 모두 잃은 부작용으로 망하고 맙니다.

해외에서 큰 횡재를 하여 전에는 꿈도 못 꾸던 사치를 누릴 때까지는 좋았으나 이것이 미래 세대를 위한 재투자로 이어지지 못하고 퇴폐와 낭비로만 귀착되었기에 이베리아의 제국들은 전성기가 길지 못했습니다. 거품이 꺼진 후에는 극심한 인플레이션, 다시 대침체가 찾아와 나라에는 완전히 망조가 들었으며 두 나라는 이후 영영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욱일승천하던 기세가 한번 꺾이면 이처럼 비참한 신세가 되는데 20세기 후반 세계를 집어삼킬 듯하던 일본도 부동산 버블이 터진 후 저처럼 고전 중입니다. 플라자 합의로 느닷 국부가 세 배로 불어났으나 이것이 건강하게 재분배되지 못한 탓인데, 16세기 이베리아 제국들의 말로와 너무도 닮았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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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 인물 열전
소준섭 지음 / 현대지성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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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세계 그 어느 문명권보다 유장한 역사를 가진 고장입니다. 역사가 길면 해당 역사가 배출한 인물 또한 많은 게 당연합니다. 이 무수한 인물, 인걸 들 중, 어느 누구에 특히 주목하여 현재에 되새기고 현창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지는, 안목 있는 전문가의 도움을 따로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천여 년 전 세계 최고(最古)라 할 체계적 역사서를 집필한 사마천의 경우, <열전> 파트를 따로 두어 고금의 인물 중 그 찬연한 족적 또는 흉악한 죄업으로 후대인들에게 각별한 경각의 대상이 될 만한 인물들의 생애를 멋진 필치, 도덕적이고 교훈적인 체제에 맞춰 정리한 바 있습니다. 이 모범을 근간으로, 후대의 정사서 집필, 편찬진들 역시 반드시 "열전"을 기전체 사서의 필수 요소로 편입하여, 살아 있는 역사의 핵심 추동력인 "인물"을 집중 조명하곤 했습니다.

현대에는 중앙 정부가 역사 편찬에 간여하여 정(正)과 사(邪)의 관점과 체계를 가르지는 않습니다만, 역시 신뢰할 수 있는 필자의 솜씨로 정제된 "열전"이 필요하다는 사실만큼은 불변으로 남습니다. 소준섭 선생의 이 책은 제목에도 "열전"이란 어구가 들어갔을 뿐 아니라, 내용과 형식, 혹은 인물을 엄선하는 안목 역시 역대 중국 정사서 저자들의 그것에 비해 손색이 없다 할 명저입니다. 단 한 권으로 중국 인물사 퍼레이드를 일별, 조감하기에 이보다 더 요긴하고 권위 있는 참고서도 아마 찾기 힘들 듯합니다.

"유(儒)"란 무엇인가? 저자는 너무나 친숙하면서도 그 뜻이 모호하게 다가오는 이 개념을 두고, "중국 고대시대에 일정한 문화지식을 소유하고, 예(禮)를 이해하고 있으며, 관혼상제 등의 의식을 돕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이들을 총칭"한다고 정리합니다. 그래서 민간 서민으로부터 큰 존경을 받았을 뿐 아니라, 한참 후대 한 고제 유방이 항적과 겨룰 무렵 유자(儒者)를 멸시하며 "썩은 선비"라고 일갈했을 때도 바로 이 직업 집단을 염두에 둔 행동이었을 텝니다. 헌데 저자는 이 유림을 살피는 과정에서 공자, 맹자, 그 이전의 주공 등을 분석하며 비할 데 없는 사상적 탁월함도 짚지만, 시대정신으로서 한계도 똑바로 응시합니다.

"刑不上大夫 禮不下庶人"

"형벌은 위로 대부에까지 미치지 않고, 예법은 밑으로 서민들에게 이르지 않는다." 예가 서민에게 이르지 않음은 첫째 평민들에게는 번거로운 예법을 준수할 의무를 면한다는 뜻도 되고, 동시에 예법을 지키지 않는 서민에게 합당한 존중을 베풀 필요도 없다는, 계급 차별 의식의 선포이기도 합니다. 공자 자신은 서민들에게도 예를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나(p66), 후대의 유교는 법의 융통성을 빙자한 자의성(姿意性)을 오히려 강화함으로써 시대에 역행했다고 저자는 비판합니다. 저는 이처럼, 중국사의 전형적, 통속적 관점에 전혀 맹종하지 않고, 현대 한국인의 비판적 시선으로 중국사를 통찰하는 저자의 주체적 안목이 참 존경스럽더군요.

항룡유회(亢龍有悔). 지위가 높이 오른 자는 반드시 근심이 있다는 뜻인데, 명문 거족 출신으로 학식도 높고 재능도 뛰어났던 자로서, 진 효공의 눈에 들어 인신으로서 누릴 수 있는 극한의 영화를 모두 맛봅니다. 허나 일찍이 그 후계자인 태자 영사에게 밉뵌 바 있어, 혜문왕 즉위 후 비참한 도망자 신세가 되어 이곳저곳을 떠돌다 마침내 자신이 강화한 통행법 규율의 희생자가 되고, 급기야는 거열형에 처해집니다. 중국 역사는 이처럼 엄혹한 실정법을 중시하느냐, 아니면 유가의 다소 느슨한 규율, 융통성을 따르느냐의 갈림길에 선 적이 많은데, 법가의 추종자들이 대개 말로가 좋지 못합니다. 마치 현대사에서 파벌을 형성하여 반대파의 축출, 탄압에 열심이던 장칭 같은 이가 법정에서 치욕적 선고를 받고 몰락한 예와 비슷하죠.

사대부가 몰락하는 것도 한순간이라서, 예컨대 "중국 최초의 과학자"로 평가 받는 장형(張衡)의 경우 본디 명문가의 핏줄이었으나 부친 대에 급락한 가세 때문에 초년 고생이 매우 심했다고 하는군요. 이 시대 지식인들이 보통 그렇지만 장형 역시 (후대인들이 주목하는) 과학 분야에만 정통한 게 아니라 사장의 창작에도 특출한 소양을 보였으며, 몰락한 가세에도 불구하고 효렴 추천을 여러 번 받을 만큼 문인으로서의 자질, 사회 지도층으로서의 행실 등에서 매우 빼어난 인재였습니다. 이때만 해도 과거제 같은 선발 시험이 도입되기 오백 년도 훨씬 전입니다. 다산이 경전, 시문뿐 아니라 기계 제작에도 능했던 것처럼, 장형 역시 설계와 발명 분야에 탁월한 능력을 뽐냈는데, 이를 가리켜 중국인들은 목성(木聖)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허섭쓰레기가 주제도 모르고 과학을 사칭하며 허황된 낭설을 늘어놓는 요즘, 참으로 만인의 귀감이 될 만한 위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한 문제의 치세에 총애를 받아 무려 화폐 주조권 같은 큰 직책을 사사로이 점하고 전횡할 수 있었던 등통이란 자의 행적도 재미있습니다. 업무에 무능하고 오로지 윗사람에게 어설픈 아첨을 늘어놓는 외에는 아무 재주도 없던 등통은, 황제들이 종종 앓던 피붓병인 종기를 두고 자신의 입으로 고름을 직접 빨아내는 단세포식 과잉 충성을 즐겨 보였습니다. 그 결과는? 그 한심하고 속보이는 처신에 염증을 느낀 후계자 경제의 즉위 후 바로 가산을 적몰당하고 내쳐져 하늘 타령이나 일삼는 실업 거지로 떠돌다 목숨을 잃는 한심한 꼬락서니였죠. 요즘도 이런 사람은 드물지 않게 보곤 합니다.

당 태종이 위대한 이유는 바로 방현령이나 위징 같은 명신을 곁에 두고 국정의 핵심 인재로 부릴 수 있었던 그 큰 도량과 안목에 있습니다. 이 책에서도 당 태종 이세민이 천하를 통일한 후 창업과 수성 중 어느 편이 더 어려운 과제인지를 두고 두 명신과 의견을 주고받는 대목이 있습니다. 우리가 다 아는 대로 방현령은 창업을, 위징은 수성의 어려움을 더 강조했죠. 솔직히 이런 질문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가리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다만 모든 이가 "그 정도는 나도 생각해 둔 바 있다"며 논의에 끼어들 만큼 대중적인 주제이며, 잡된 실직자조차 사마천을 거명하며 한 마디 정도는 거들 수 있기에 소모적인 논쟁이 그치질 않는 거죠. 당 태종은 과연 거인, 명군 답게 딱 적절한 시점과 단계에서 논의를 종합하고 일을 마무리합니다.

당 현종은 저자의 평가에 따르면 기이하게도 명군과 암군의 면모가 동시에 존재하는 묘한 군주입니다. 초기 28년은 "개원의 치"라 하여 그보다 더한 태평성세가 없을 만큼 매끄러운 정치가 이뤄졌는데, 이후 양귀비와 그의 척족이 득세한 후에는 우리가 잘 아는 대로 망국 직전까지 나라가 몰렸습니다. 일개인의 처세도 가장 잘나갈때 발걸음을 조심헤야 후환이 없다고도 하며, 이런 패턴은 이때로부터 약 180년 전 양 무제의 통치 기간 중 추세 변화와도 비슷합니다. 초반에 극히 안정된 정치가 이뤄지다 급속한 몰락이 뒤따르는 건, 일단은 통치자의 자만과 방심에 기인합니다. 다음으로는 한번 정착하고 안정된 시스템이 이후의 상황 변화에 대응을 못 할 만큼 낡았는데도 관료층이 이를 간과하는 탓이 큽니다. 책에서는 전반기의 세도가 이림보의 부덕한 행실에 비판의 초점을 맞춥니다.

당이 몰락한 후 오대(五代)가 중원의 패자로 군림했으나 어느 하나도 중국인의 자존과 위신을 세우지 못하고 지리멸렬했습니다. 그 중에는 여러 임금을 섬기고 심지어 성씨가 다른 조정도 누대로 섬긴 풍도 같은 인물도 있었는데, 왕안석은 이후 그를 두고 "살아 있는 부처"라고까지 평했으나, 현대 중국인들, 또 저자의 평가는 천하에 둘도 없는 간신이자 민족 반역자라는 쪽입니다. 우리 역시 저런 주관 없는 처신으로 제 몸을 욕되게는 하지 않는지 겸허한 반성이 필요하다 하겠죠. 풍도처럼 출세나 축재나 다 이루고서 욕을 먹어도 먹으면 그나마 억울하지나 않을 텐데 말입니다.

조광윤은 그가 섬기던 군주(후주의 시[柴] 세종)의 아들 종훈으로부터 양위를 받아 권좌에 올랐습니다. 대개 양위는 피의 숙청을 동반하는 게 중국사의 정석이다시피했으나 이 왕조 교체는 어떤 정치 보복도 뒤따르지 않은, 거의 미담에 가깝기까지 한 모범 사례입니다. 조광윤은 또한 전대의 당나라가 절도사들의 할거 발호로 망국에 치달았음에 착안, 이른바 배주석병권을 통해 부하들의 무력을 성공적으로 해제시킨 고사로 또 유명합니다. 이처럼 송나라의 초반은 덕을 바탕으로 한 정치가 최고통치자의 솔선수범으로 인해 가능했습니다.

각각 구법과 신법의 옹호자인 사마광과 왕안석은 어느 하나를 선하고 악하다 분별하기 어려울 만큼 그 나름의 위대성을 갖춘 인물들입니다, 먼저 책에서는 6대 신법을 도입하여 적폐를 청산하고 국가의 재정을 일신한 왕안석의 개혁을 소개합니다. 한동안 그의 개혁 행보는 나라를 망친 주범으로 지탄받았으나, 무려 천 년이 지난 후에야 그의 혜안이 사가들로부터 새삼 주목받는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책 앞에서도 그런 서술이 있지만, 맹자는 유가의 오랜 계보 중에서도 혁명 지향, 개혁 성향이 유독 강한 인물입니다. 사마광은 이 맹자에 대해서조차 지나친 면이 있다며 다소 꺼리는 기색도 노출할 만큼 보수 성향으로 기울었습니다. 명저 <자치통감>의 저술이란 업적도 퇴색게 할 만큼 유감스러운 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당 태종에게 방현령과 위징이 있었다면 천 년에 한 번 나오기가 힘들다는 칭기즈칸에게는 야율초재가 있었습니다. 몽골 관리들이 중원 일대를 초원으로 만들고 중국인들을 도륙하자고 했을 때, 그는 극간하기를 농경 인구를 살려 두고 그들로부터 조세를 징수하는 편이 훨씬 낫다는 논거를 들어 참사를 피했습니다. 야율이라는 성씨를 봐도 알 수 있듯, 그는 멀리 요나라 시절부터 왕족의 혈통이었고 여진족의 금나라 조정에서도 그의 선대들이 승승장구했을 뿐 아니라, 이제 몽골의 천하가 열리자 다시 자신의 인품에 칸이 반하게 만들어 세계사의 큰 줄기를 바꿔 놓기까지 한 것입니다.

마오는 일본과의 항쟁에서 불굴의 투혼을 보였으나, 막상 통일된 인민 공화국을 일군 후에는 대약진운동, 문혁 등 파멸적인 행보를 취해 국가를 오히려 위기로 몰아넣었습니다. 이런 마오의 과오를 보완한 인물이 바로 저우언라이 같은 명재상이고, 그 뒤는 덩샤오핑 같은 실용주의자가 이념에 눈 멀지 않고 똑바로 현실을 본 후 오늘날 G2로 일컬어지는 대국 도약의 발판을 만들어냈습니다. 이처럼 뛰어난 인걸들이 즐비하게 이어져 오늘의 영화를 만든 중국사는 확실히 남이 쉽게 넘보지 못할 어떤 저력 같은 게 돋보입니다. 우리는 첫째 강대국 중국의 본질과 생리를 있는 그대로 이해할 의무가 있으며, 둘째 숱한 인물들의 명멸과 부침 속에 무엇이 인간 처세의 바른 길인지 냉철히 검토할 절실한 필요가 또한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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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 씽킹 - 개정판, 기독교 세계관으로 생각하고 살아가기
유경상 지음 / 카리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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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으로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할지를 놓고 보다 진지한 고민이 많이 이뤄지는 요즘입니다. 저자 유경상 대표는 "생각하는 기독교인"의 특징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을 책 서문에서 꼽는군요.

1) 날마다 자신의 생각과 삶을 점검한다.
2) 날마다 자신의 마음 속에 하나님의 말씀을 심는다.
3) 하나님께서 주신 꿈을 꾼다. , 즉 하나님이 내 자신을 이러이러한 방법으로 사용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일상이 감격으로 벅차오른다.
4) 생각에 머물지 않고 적극적으로 실천한다.
5) 무엇보다 나 자신의 생각과 삶을 변화시키는 주체가 성령임을 알고 언제나 기도한다.

신앙생활은 주일 하루 교회 안에서만 열심히 하고, 일상은 주 6일 내내 세상에 물들어 철저히 다른 사람으로 산다면 이는 그리스도인으로 올바로 영위한다고 볼 수 없는 삶의 태도입니다. 신앙과 일상이 혼연일체가 되기 위해, 우선 내 자신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를 두고, 이 책은 저자의 치열한 고민과 사색, 그리고 기도와 실천의 흔적을 담아낸 듯합니다. 한 번이라도, "나, 이런 식으로 살아도 과연 괜찮은 걸까?" 같은 고민을 한 사람이라면, 이 책에 담긴 한 문장 한 문장에 공감을 보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1907년은 한국 기독교사에서 특별한 의의를 갖는 해였습니다. 그때로부터 어언 111년이 흘렀지만, 기독교 신앙의 불모지였던 이 땅에서 저때처럼 강렬한 각성과 영적 부흥의 몸부림이 일었던 때는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다시 1907년의 기적이 찾아올 수 있을까요? 교회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어느때보다 높고, 회개와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들도 드높지만, 정작 그런 비판 속에는 현실을 개선시킬 "대안"이 부재했다는 게 저자의 지적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우선 개개인 차원에서, 성경에 구체적으로 이리이리하라는 식의 가르침이 나오지는 않는 문제를 놓고서는, 일상에서 어떻게 대처하고 신앙인으로서 가치관은 평소에 어떻게 잡아 나가야할지를 고민해 보자는 취지입니다. 한국에 기독교가 전래된지 130년이 훨씬 지났으니, 이제는 표준적인 한국 기독교인의 처신과 신조가 구체적으로 어떠해야 하는지 어떤 모범적인 결론이 나올 때도 충분히 되었습니다.

저자는 1장에서 "카멜레온 크리스천" 유형을 분석합니다. 읽어 보시면 마음이 뜨끔한 분들이 많을 텐데요. 신앙은 개인적인 영역이고, 일상은 공적인 영역이며, 따라서 일상에서 기독교 신앙을 드러내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식으로 비 기독교인들과의 마찰을 피해가는 유형이라고 저자는 정리합니다. 일상과 신앙을 분리하되, 일상에 더 큰 비중을 두고,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은 가급적 숨기고 살아갑니다. 이 자체도 문제지만, 그 다음 단계는 거의 "교회를 떠나는 것"으로 이어진다는 게 결정적인 문제입니다.

"사향소 크리스천" 유형은 흔히 "문제될 게 아니라 오히려 모범적으로 사는 사람들 아닌가? 다만 저리 살 것 같으면 너무 피곤하니까 차라리 카멜레온처럼...." 같은 생각을 평소에 하게 되는 이들입니다. 그러나 저자는, 이들 역시 자신만의 고립된 영역을 언제나 고집하며, 결국 세상으로부터 유리될 수밖에 없는 경로를 걷는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이 둘의 공통점은, "삶과 신앙이 별개"라고 생각한다는 점인데, 이는 결코 예수께서 가르친 바 아니라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p35(한철호 미션파트너스 대표의 글로부터 재인용)에는 노예 매매선 선장의 우화가 실려 있습니다. 노예로 잡은 여인 하나를 부하가 데려와서 잠자리를 함께할 것을 권하자, 선장은 화를 벌컥 내며 "십계명의 간음하지 말라는 구절을 잊었느냐?"고 외칩니다. 부하가 물러가자 그는 기도를 올립니다. "주여, 오늘도 유혹을 뿌리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왜 사향소 크리스천이 문제인지 여실히 보여 주는 예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사람은 일상과 철저히 분리된 신앙의 영역에서만 독실한 기독교인이었기에, 자신이 영적 영역보다 한 차원 낮게 보는 세상의 실무에서 어떤 끔찍한 죄를 저지르는지 전혀 "센서가 작동하지 않았던(저자의 표현)" 것입니다. 이런 사향소 크리스천은 카멜레온형만큼이나 반 그리스도적인 삶을 산다고 해도 되겠습니다.

서문에서도, 또 본문 1장에서도 저자는 "점점 주일학교 출석 인원수가 줄어드는 현실"을 지적합니다. 자녀들이 기독교의 가르침과는 다른 삶을 살고, 다른 곳으로부터 즐거움을 찾는 게 현실이라면, 어찌 부모로서 기독교인 다운 삶을 살았으며, 그 본분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부모로서 자녀에게 모범을 보이고, 온전한 기독교인으로서의 삶으로 복귀하려면, 먼저 기독교인로서의 바른 생각을 머리 속에 자리잡게 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그래서 이 책 제목도 "크리스천 씽킹"이며, 2장 이후부터 자세한 각론이 이어집니다.

올바른 세세한 생각이 자리잡으려면, 먼저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바른 가치관이 정립되어야 합니다.

1) 이 세상의 기원과 목적은 무엇인가?
2) 이 세상의 고통과 문제는 무엇 때문인가?
3) 그 문제는 어떻게 해결될 수 있는가?

이에 대해 올바른 생각이 작동하려면, 그리스도인에게는 세 가지 다른 렌즈가 모두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1) 하나님에 대한 생각
2) 죄에 대한 생각
3) 그리스도에 대한 생각

이 셋은 저 위의 세 가지 근본 문제와 정확히 하나하나가 매칭됩니다. 세 가지 "렌즈"가 모두 필요할 뿐 아니라, 세 가지 렌즈는 하나로 통합된, 그리스도인 다운 정신과 세계관 안에서 작동해야 합니다. 앞서 저자가 지적한 "카멜레온형"과 "사향소형"은, 이 중 몇 가지 렌즈가 바람직하지 못하게 분리되거나, 아예 결여된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사랑의 통로가 되기 위해 창조되었다."

피조물이라 함은 조물주의 도구가 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전제를 깔고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는 누군가의 큰 수고가 부여된 각종의 편의를 누리며 살고 있고, 이는 내가 속한, 혹은 직접으로 속하지는 않더라도 우리의 이웃을 구성하는 다른 공동체에 대한 감사로 이어집니다. 그리스도인은 매사에 긍정적이고, 감사하는 자세가 하나의 특징이죠. 그 바탕에는 "이 모두가 하나님의 설계에 의한 것"이란 생각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것입니다.

세상은 그러나 인간이 저지른 죄로 인해 불완전해졌습니다. 사람 마음 속에 두려움이란 녀석이 돌아다니는 건, 바로 사람 스스로 저지른 죄 때문이라는 게 성경의 가르침입니다. 하나님 대신에 숭배하게 되는 모든 것은 바로 우상인데, 마음 속의 두려움을 달래기 위해 우상을 숭배한다면 이는 그야말로 돌이킬 수 없는 죄를 덧대어 저지름입니다. 이 우상을 감연히 마음 속에서 모두 떨쳐 내고, 그 자리에 사랑과 하나님을 자리하게 못 한다면 이 죄의 영원한 사슬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어떤 사람은 바르게 살기 위해 신앙을 갖는 게 아니라, 주일헌금이나 몇 푼 던지고 일종의 액막이, 푸닥거리를 하는 양 세속의 더러운 가치를 보전하려는 수단으로 삼습니다. 그냥 세속의 논리대로 사는 이들보다 더 큰 죄를 짓고 사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기독교인들이 뉴에이지를 경계하는 건 이 흐름이 힌두이즘에서 크게 영향을 받았고, 스스로 신이 될 수 있다는 비뚤어진 영적 가르침으로 흐르기 쉽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또한 포스트모더니즘이 "절대적 진리"를 배척한다는 점에서 현대에 등장한 기독교의 가장 큰 적 중 하나라고 파악합니다. 낙태를 예사로 여기고 "그저 해파리 하나를 떼어내는" 정도로 간주하는 충격적인 움직임도, 현대에 들어와 각별히 타락한 인간 관계의 파괴적 트렌드 중 하나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현대는 "꿈꾸는 사람들"이 사라진 가장 불쌍한 시대입니다. 물론 돈을 더 많이 벌고, 안락한 생활을 누리고, 자녀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는 세속적인 꿈을 꾸는 이들은 많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바라시는 참된 꿈은, "나만 생각할 게 아니라 나보다 더 큰 존재를 지향하고,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그래서 신앙의 불모지에 찾아와 전도에 힘 쓰는 이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런 삶 속에서는, "하나님이 나를 도구로 쓰신다"는 경건한 깨달음과 희열 역시 자리할 데가 없습니다.

교회나 기독교는 은둔처나 개인적인 안식처 정도가 아닙니다. 삶이나 일상이나 세속으로부터 유리된 곳이 아니라, 정반대로 세상의 온갖 문제들을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해결하는 곳이라야 합니다. 또 올바른 생각이 아무리 자리한 후라도, 이것이 일일이 실천에 옮겨지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을 뿐 아니라, 역시 하나님의 뜻에 어긋나는 삶입니다.

책 끝에는 기독교인을 위한 CTT 계획서가 나옵니다. CTT는 "크리스천 씽킹 툴"의 약자인데, 6단계에 걸쳐 18쪽에 이르는 아주 상세한 매뉴얼입니다. 진지하게 나 자신의 생활 태도를 돌이켜 보고, 무엇이 여태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으로부터 나를 멀어지게 했는지 성찰해 볼 일입니다. 그 다음에는 소그룹 스터디 가이드도 나오는데, 이런 매뉴얼을 실천에 옮길 때 꼭 필요한 게 신앙상의 동지입니다. 혼자 머무르면 아무리 확고한 소신도 유혹과 시련에 들기 마련이니, 반드시 뜻을 같이하는 여러 성도들이 모여 하나하나 체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마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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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의 정석 - 합격 면접 대비부터 입사·적응하기, 퇴직 후 미래 설계까지
임영미 지음 / 라온북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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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장래희망으로 공무원 되기를 꿈꾸는 현실입니다. 개탄하시는 분들도 있고, 이웃 중국은 스타트업이다 연구 개발이다 하며 청년들이 진취적인 비전을 품는데 한국은 과거로 퇴행하고 손쉬운 안정을 꿈꾼다며 걱정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수한 인재들이 공적 섹터에 몰려 필요한 혁신도 해 내고 직역의 청렴도와 투명도도 올린다면 딱히 부정적으로 볼 것도 아닙니다. 문제는 인적 자원 배분의 조화와 균형이 얼마나 달성되느냐 하는 쪽이겠죠.

이 책은 47세에 명예 사무관으로 퇴직하신 어느 여성 공무원의 회고와 충고, 자상한 경험담을 실은 내용입니다. 공무원의 의무, 직분, 처우, 애환에 대해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보거나, 반대로 왜곡하는 시선이 우리 사회에 엄연히 존재합니다. 전남 지방행정직 공채에 합격하여 평생을 성실한 공직자로 봉직하며, 그 사이에 지병으로 신장 이식까지 받는 등 중대한 고비를 넘겨 가며 온갖 신산을 겪은 분의 회고이기에, 그 충언이 지니는 무게나 진정성도 남다릅니다. 저자가 겪은 생의 모든 이정표(이 책에 실린)가, 현재 공무원 되기를 꿈 꾸는 많은 청년들에게 소중한 참고 자료나 지침이 될 수 있을 듯합니다.

예전에는 민원인이 관공서에 찾아 와도 거들떠보지도 않거나 자기 할 일에만 몰두하는 모습이 흔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지금은 (앞서 적은 대로, 우수한 인력이 치열한 경쟁을 통해 취득한 직분이라서인지) 친절하고 활기찬 인사가 실내를 가득 메아리치는 모습도 드물지 않게들 봅니다. 사실 공무원은 public servant, 그야말로 국민의 공복입니다. 여느 사무직 직종도 마찬가지지만 타인의 복리, 효용을 위해 봉사하는 대가로 급여든 수수료든 받는 것이지, 도대체 남 위에 갑질을 하며 군림하는 직종이란 있을 수 없고 있을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아직도 부족한 면이 많다고 고백하는데, 예컨대 많은 돈(국민의 혈세)을 투입하여 개발한 앱이 쓰이지도 않고 사장되는 현실을 보면, 아직도 국민이 아닌 공무원의 시선으로 일이 진행되는 면이 많다는 방증이라고 합니다. 맞는 말씀이고, 사실 이는 공무원뿐 아니라 민간 기업에 근무하는 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들 좋으라고 만든 상품, 서비스가 아니라 일반 소비자가 만족해야 할 일 아니겠습니까. 또, 저자는 저리 말씀 하시지만, 반대로 사실 그런 앱을 다운받아서 폰에 돌려 보면 의외로 괜찮은 것도 많더군요. 국민도 그저 입 안에 떠멱여 주기만 기대할 게 아니라 공부도 해 가면서 자원과 프로그램, 도구를 적극적으로 쓸 줄도 알아야 하겠습니다.

공감 능력을 요즘 많이들 이야기하는데 좀 역설적인 것이, 입으로 공감능력 공감능력 떠드는 사람은 정작 본인 자신은 남한테 공감을 못 하면서 남이 자신에게 공감하기만을 일방적으로 기대한다는 겁니다. 어떤 의미에서 이런 사람이 싸이코패스보다 더 악질이고 민폐인 셈인데, 저자는 특히 공무원이야말로 민원인에게 공감을 잘 하는 자질이 우선이며, 이런 공감 능력 우수한 분들이 결국은 일 잘하는 일등공무원이 된다는 겁니다. 공감의 공은 共(함께 공)이며, 공무원의 공은 公(공변할 공)이지만, 묘하게도 한국어 발음으로는 서로 같습니다. 하긴 허신도 설문해자에서 동음동의라는 통찰을 보여 주기도 했지만 말입니다.

몇 년 전에 "저녁이 있는 삶"을 원한다며 9급 공무원이 꿈인 어느 명문대 재학생의 게시판 글이 큰 화제가 되었죠. 저도 그 기사 읽은 기억이 나는데, 저자는 근데 대뜸 "칼퇴는 꿈도 꾸지 말라"는 제목으로 제법 긴 글을 시작합니다(p111). 게다가 바로 그 기사를 거론하시며, "너 서울시청 본청 같은 데 발령 나서 고생 좀 해 봐라" 같은 생각도 했다고 말합니다. "대한민국에서 OO대는 최고의 수재들이 가는 곳인데, 그런 인재들이 9급 공무원들이 하는 일을 한다는 건 국가적으로도 손실이기 때문이다."(p112) 사실 이런 평가는 사회적으로 좀 민감할 수도 있기에 되도록이면 저는 서평 속에 담지 않으려 드는데, 이 대목은 바로 공직자 출신이신 저자 본인께서 하신 말씀이라 일부러 인용해 봤습니다. "좀 미안한 말이지만..."하고 전제를 다셨으나, 오히려 그 당사자가 저자의 말씀을 고맙게 여겨야 마땅할 듯하네요. ㅎㅎ

"공무원은 삼성맨보다 일찍 출근하고 더 늦게 퇴근한다"는 게 저자의 말입니다. 물론 지역별로 부서별로 어느 정도는 차이가 있겠으나, 저자는 특히 자신이 직접 겪은 어느 팀원에 대한 회고를 하며 이 애환 사항을 분명히 규정합니다. "국정 감사가 있으니 모두들 비상 대기를 하는 판에 휴가는 좀 곤란하지 않겠어?" "팀장님, 제가 왜 공무원이 되었는데요..." 요즘은 퇴근 후 별도 지시를 금한다거나 야근에 대해 제한하는 등의 추세도 물론 있고, 이런 배려가 업무의 질을 높이는 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공무원의 본분"에 대해 강조하는 겁니다. 공무원이 무슨 날로 먹는 자리도 아니고, 필요최소한의 일만 시늉하듯 해 내고 시간 되면 내 알 바 아니라는 듯 자리를 뜨는, 이런 자세가 과연 국민에 대한 바른 도리이겠냐는 뜻입니다. 이런 불성실하고 무능한 사람은 일반 직장에서도 내쳐지기 일쑤입니다. 공무원을 행여 그런 도피처로 여기고 몸담으려는 생각을 품는다면 참으로 위험한 발상입니다.

자신이 하는 루틴에만 매몰될 게 아니라 전체 업무를 다 꿰뚫어야 한다는 말씀도 깊이 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공무원이 하는 일 중 중요한 게 바로 민원 전화를 받는 건데, 자신의 업무 소관이 아니면 다른 어디로 전화를 돌려야 할지 똑부러지게 평소에 파악을 해야 서로 간에 불편과 지연이 없습니다. 어디 공무원뿐이겠습니까? 어느 조직, 직장에서건 유능한 사람은 남이 무슨 일을 하는지까지도 훤히 꿰며, 타 업무를 정확히 파악해야 내 일도 똑바로 잘 하게 마련입니다.

저자는 또 이렇게 타 부서의 주무를 파악하며, "아 이처럼 어려운 환경에서 일하는 분들(공무원인데)도 있구나" 하는 각성이 새삼 들 때가 있었다고 회고합니다. 책 앞에도 나오지만 매사에 부정적인 사람은 어디에나 꼭 있고, 공무원 비롯 꼭 특정 직역의 험담을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도 흔히 봅니다. 공무원뿐 아니라 어느 직장에서건 환영 받고 성공하는 사람은, 결코 내 일이든 남의 일이든 가벼이 보지 않고 그 일의 장단점과 특성을 잘 꿰뚫고 합당한 대우를 해 줍니다. 이는 사실 공무원이나 직장인의 자질 이전, 사람의 근본 인성에 대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모두가 함께해야 결과가 좋다." 일반 민간 기업 직원들도 타 조직의 구성원들과 만나서 끊임 없이 소통하고 공감하고 성과를 구체적으로 이뤄내야 하는데, 공무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책에는 저자께서, "부서 협약 실적이 부족하니 특성화 고등학교 몇 군데와 컨택해서 업무 관련 협약을 성사시키라"는 과장님의 특명을 받았던 일화가 나옵니다. 이런 건 일반 사기업과 달리, 되면 좋고 안 되면 그만 아닌가 생각하시는 이들도 있을 텐데, 바로 그런 생각, 타 조직의 일에 대해 쉽게만 생각하는 버릇은 바로 자신의 업무도 소홀히 여기는 근성의 폭로입니다. 저자는 이 일을 멋지게 성사시키고, 과거 유명했던 린다 킴(그 시점에선 그녀의 이미지가 지금처럼 부정적이지는 않았겠죠)에 빗대어 "린다 임"이란 별명도 얻으셨다고 합니다. 이처럼 일 잘해서 뚜렷한 성과를 대내외에 각인시키는 체험이야말로 조직인의 최고 보람 아니겠습니까.

요즘은 어딜 가나 4차 산업혁명 이야기입니다. 4차 산업혁명에 가장 필요한 자질은 바로 창의력입니다. 일반 민간 기업에서도 기획 능력의 창의성은 사원의 최고 자질로 꼽힙니다. 남들이 안 보는 걸 볼 수 있고 의미를 찾아낼 수 있고 보다 먼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어떤 인간의 정신적 자질보다 가치가 높습니다. 대한민국이 이만큼이나 고도의 산업 구조를 지닌 선진국이 된 만큼, 공직 업무 처리 역시 기획 능력이 뛰어나야 환영 받는 건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저자에게 상담해 온 어떤 분(교직자)는 두 아들이 모두 공무원인데, 그 중 하나가 어렵사리 공무원이 되고 나서는 "지금 하는 일이 너무 무의미한 업무의 연속이라 버티기 힘들다"였답니다. 저자는 역시 자신의 직역과 공무 전체 구조에 통달한 분인 만큼 그분께 가장 필요한 충고를 적실히 해 주십니다.

"시청이나 군청은 본래 단순 반복 업무가 많습니다. 전입고사를 새로 쳐서 도청 쪽으로 옮겨갈 수 있게 배려하시고, 결코 퇴직하지 않게 말리십시오."

이는 전입고사를 통해 전직을 해 본 저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충고라 더욱 값지고 현실에도 잘 통했던 거죠. 저자는 특히 논문형 주관식 문제를 접하고, 평소에 유념해 뒀던 문제가 바로 적중한 그 통쾌한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정책 기획 능력은 평소에 끊임없이 노력하고 준비하는 사람만이 갖출 수 있는 창의적 자질이기도 합니다.

"공무원의 정석". 바로 저자처럼 공무원의 본분도 잊지 않고, 동시에 대한민국 어느 조직에서나 통할 만한 자질을 갖추고, 한시도 쉬지 않은 채 노력하는 분에게 합당한 표현입니다. 힘들게 노량진에서 공부를 마치고 시험에 통과했지만 정작 적응을 못하고 방황하는 성인이 안 되려면, 먼저 공무원의 모범과도 같은 이런 분의 책을 읽고 마인드셋부터 가다듬어야 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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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스토어(스토어팜) 마케팅 -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창업에서 마케팅까지 한권으로 끝내는 핵심 노하우
임헌수.김태욱 지음 / 이코노믹북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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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사려면 포털에 들어가 가격비교부터 하고 보는 게 거의 모든 이들의 습관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 중 어느 거대 포털, 직설적으로 말해서 네이버가 제시하는 가격비교에 의존하지 않는 이는 이제 아마 거의 없을 겁니다. 다음이라든가 다나와 같은 데서 조금 더 찾아보면 자주는 아니라도 간혹 더 유리한 가격이 나올 수 있는데도, 내 능력이 이게 한계라느니, 그 시간에 다른 걸 하는 게 더 유리하다는 둥 이상한 합리화까지 하며 탐색을 오로지 네이버 안에서만 시도하는 게 우리들의 버릇입니다.

여튼 상황이 이렇다 보니 네이버 스토어팜은 그 포털의 위력에 힘입어 덩달아 이점을 지닌 게 사실입니다. 이처럼 유리한 플랫폼을 갖췄다 보니 우리 주변에서도 많이들 네이버 스토어로 창업을 시도하는데, 그저 입점만 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라 유념하고 조심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얼마 전 어느 사장님과 개인적으로 통화할 일이 있었는데, 입점한 분이 물론 한둘이 아니므로 그분이 전체를 대표한다고야 물론 못 하지만, 마치 남의 지점을 관리하는 (고용된) 매니저처럼, 자신의 장사가 아닌 듯 절차를 알려 주는 품이 참 미덥지 못했습니다. 모범적인 스토어 운영자, 사장님이 되려면 뭘 염두에 둬야 할지 이 책을 통해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저도 정확한 시점은 기억 안 나는데, 어느 때부턴가 "지식쇼핑"이 "네이버 쇼핑"으로 바뀌어 있더군요.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전의 지식쇼핑이 가격 검색 기능만 제공했다면, 이번의 스토어팜 개편은 뭔가 쇼핑몰 같은 포맷으로 탈바꿈한 느낌을 준다"(p39) 그저 느낌만 그렇다는 게 아니라, 룰도 바뀌고 패러다임 전체가, 한국에서는 알리바바나 아마존을 능가하겠다는 양 야심차게 혁신을 도모한 티가 납니다. 무엇이 바뀌었고, 입점한 사장님이나 앞으로 창업을 꿈꾸는 후보자들, 혹은 그저 소비자 입장에서도 무엇이 바뀌고 어떻게 전략을 짜야 할지 꼼꼼히 정보를 살필 수 있었습니다. 사실 리테일러의 처지를 이해하면, 소비자 입장에서 역으로 영리한 쇼핑이 가능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세상의 중요한 한 부분이 이렇게 돌아가는구나 같은 이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일단 저자가 강조하는 건, "구매전환율"이 높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검색을 시도한 네이버 이용자가, 클릭을 계속하여 자신의 스토어까지 들어와야만 하는데, 이러려면 처음부터 네이버에서 잘 팔릴 만한 상품을 걸어야 하는 게 기본이죠. 하지만 다들 마음만 앞서고, 자신이 준비한 웨어가 그저 최고이겠거니 최면 상태에 빠져 업황의 객관을 냉철히 응시 못 하는 게 보통입니다. 이른바 "제품 소싱"의중요성이 부각되는 대목이죠.

저자는 오픈마켓/스마트스토어/개인쇼핑몰 셋을 나란히 두고 장단점을 분석합니다. (p48) 일단 오픈마켓의 경우(쉽게 말해서 인터파크나 G마켓, 옥션, 티몬, 쿠팡 등) 가장 사장님들이 곤혹스러워하는 건 판매수수료가 너무 높다는 점입니다. 반면 이런 스마트스토어는 원칙적으로 0원이며, 검색 연동으로 판매가 이뤄졌을 경우 2%를 따로 받고, 본인이 SNS 등을 잘 활용한 경우라면 카드 수수료(오프라인 업체들도 다 내는 통상 비용) 등 다 합쳐서 5.85%에 그치는데 이건 오픈마켓에 비해 꽤 유리한 조건입니다. 오픈 마켓에 비해 또 하나 좋은 점은, 파는 품목 수가 적어도 개점이 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 혹 이미 어느 정도 독자적 지명도를 얻었다면 오픈 마켓에서 타 업체와 경쟁을 해도 승산이 있겠으나, 그게 아니라면 이런 스마트스토어로 첫걸음을 떼라는 게 저자의 충고입니다.

대부분 검색 연동인데 2% 또 떼고 나면(그래도 오픈 마켓보다는 낫지만) 남는 게 뭐 있을까 싶어도, 네이버 이용자 계정에는 "구매 이력"이 남습니다. 저번에 괜찮더라 싶으면 그걸 손쉽게 타고 와서 또 방문하고, 이번 판매 성사에는 판매자에게 2%를 따로 안 떼는 거죠. 최근에 스토어팜에 대한 입소문이 좋게 난 건 바로 이런 구조 때문입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네이버의 역사는 곧 한국 IT의 역사이다." 사실 인터넷 초창기에 얼마나 많은 포털이 등장해서 서로 치열한 경쟁을 펼쳤습니까. 느닷 네이버의 역사 공부와 예찬론이 나오는 이유는, 네이버 스토어팜에 입점을 하려면 네이버의 구조와 시스템을 잘 알아야 100% 활용이 가능하고, 가뜩이나 커스터마이징이 제한된 플랫폼(이것은 이 책에서도 인정하는, 스토어팜의 큰 단점입니다)에서 똑똑한 장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죠.

"네이버의 각종 도구를 자유자재로 이용하자." 요즘 주목 받고 있는 AI 스피커 때문에 한층 중요해진 게 네이버 오디오클립입니다. 한번 로그인에서 결제까지 원스톱으로 마치기를 유도하는 환경에서, 네이버페이가 어떤 원리로 동작하는지는 기본으로 알아야 하겠습니다. 네이버톡톡을 쓰면 친추 없이 소통할 수 있고(현재 카톡은 일단 아이디나 전번으로 친추를 해야 대화가 가능하죠), 비즈캐처나 라인웍스는 이번 스토어팜 기능 강화를 위해 새로 네이버가 론칭한 서비스입니다.

이 외에도 창작자를 위한(여태까지는) 그라폴리오 같은 걸, 개성 있는 쇼핑몰 홍보를 위해 이제는 샵 오너들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 모두는 SNS를 통해 샵 오너가 알아서 (샵 바깥의 웹 공간에서) 활용해야 유입 고객 수를 늘릴 수 있습니다. 네이버 자체 검색(이나 다른 기능)에만 의존하면 그건 전적으로 포털의 덕을 보는 것일 뿐 자신의 창의와 노력의 성과가 아니고, 성장을 기대할 수도 없습니다. 이 점은 창업 후보자뿐 아니라 이미 네이버에 스토어를 개장, 운영하고 있는 점주들도 다시 전략을 고쳐 심사숙고할 부분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앞에서 커스터마이징이 제한된 게 단점이라고 했으나, 최근에 여러 템플릿이 추가되었고, 요즘에야 당연 모바일에서 승부를 걸어야 하므로 특히 모바일 버전 레이아웃에 신경을 (제한된 범위 안에서나마) 써야 할 필요가 큽니다. 책에 나온 중 몇 가지 사례를 보니, 물론 이 역시 스토어마다 벤치마킹하고 나면 금세 다 비슷해지겠지만, 네이버 스토어 아닌 개인 쇼핑몰처럼 개성 넘치는 게 많이 눈에 보입니다. 스토리형, 그리드형, 리스트형 등의 포맷은, 업주 개인의 선호도도 선호도이지만, 관련 품목을 찾는 소비자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먼저 살펴야 하겠습니다.

모든 쇼핑몰(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에 두루 통하는 비결 같은건 없고, 한때 내 샵이 잘 되다가 침체 상태라면 그 "개별적"인 이유가 뭔지, 또 안되다가 잘된다 해도 뭐가 정확히 비결인지 분석을 해야 합니다. 이는 오프라인 매장이라고 사정이 다를 리 없습니다. 네이버 스토어팜에서 제공되는 통계를 보고 이런 암시를 얻으려면, 일단 하루 방문자 수가 천 명은 넘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표본이 그 이하라면 어떤 결론이 나와도 무의미(insignificant)하거나, 오히려 오류를 낼 수 있습니다. 천 명을 넘기는 게 일단 기본이고, 이런 천 명 이상의 표본이 준 통계를 통해, 재방문율, 전환율 등을 놓고 향후 전략을 짤 수 있습니다.

네이버는 국내 최대 포털로서 누리는 이점으로 스토어에 많은 유저를 유입시키는 점도 탁월하지만, 또 하나 장점이 (그런 포털로서 바로 보유하게 되는) 데이터의 사이즈입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점주들에게 가장 필요한 데이터를 잘 정제해서 제공할 수가 있습니다. 여튼 재고량은 점주 자신이 관리해야 하므로, 특정 아이템의 수요 그래프가 한창 상승하는 추세라면 알아서 물품을 확보해야 하겠습니다. 이런 건 오프라인 매장에서야 사장님 감으로 해결하던 부분이고, 편의점 체인에서 과연 이런 자료가 현재 제공이 되고들 있는지 저는 확인 못 해봤습니다.

벤치마킹은 단지 남따라서 하는 흉내가 아니라, 벤치마킹을 한다 해도 결과가 반드시 1등 샵처럼 나오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저자가 강조하는 건, 이렇게 숱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자기만의 노하우를 쌓으라는 겁니다. 사실 나이 먹으면서 하나 좋은 건 스토리도 쌓이고 경험이 누적되어 웬만한 타격에는 눈도 깜짝 않게 되고, 좋은 행운을 만나면 결코 기회를 안 놓치게 되고, 이를 몇 배로 활용, 선용할 저력이 자연스럽게 배어난다는 겁니다. 실패하는 중년은 꼭 보면 과거의 실패를 밑거름으로 삼지 못하고, 까맣게 잊어버리기만 반복한 채 발전 없는 리셋의 연속이거나, 아니면 환상에 빠져 현실을 도피하는 게 보통이죠.

"최적화, 최신성, 인기도"


이것이 네이버 쇼핑몰 성공의 3대 원칙이라고 하는군요. 책 p133에 나오는데 위와 같은 이미지 파일입니다. 어떻게 하면 상위 노출이 가능할까? 저자는 말합니다. "하수는 간단한 것도 복잡하게 생각하고, 고수는 복잡한 것도 단순화시킬 줄 안다." 일단 저 프레임을 기본으로 깔고, 잘 모르는 건 1등이 어떻게 하는지 따라하되, 아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같은 패기로 일단 덤벼들고 보란 겁니다. 당연히 의욕적으로 뭐라도 하는 사장님한테 요령이 빨리 늘 수밖에 없습니다.

"프로모션에는 양날의 검이 있다." 일단 점수를 올리고 방문자 수를 늘리려면 이벤트를 꾸준히 열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이벤트가 공짜는 아니기 때문에 (경품 비용도 나가고 마진율 떨어지고, 그저 SNS 입소문이라고 해도 본인 시간 등 무형의 비용 지출, 혹은 기회비용으로 봐야 한다는 게 저자의 생각입니다) 무작정 이벤트에 매달릴 것도 아니고 무슨 큰 손해나 보는 듯 심통만 부리고 죽치고 앉아 있을 것도 아닙니다. 센스 있게 지금은 할 때다 싶으면 과감히 치고 나가야 하며, 제 생각에 가장 나쁜 건 과거에 이벤트 해서 별 재미를 못 봤던 그 기억만 마음에 담고선, 피해의식으로 아무 일도 안 하는 것입니다.

블로그에 대해선 네이버 이용자들이 불만이 많던데, 이 스토어팜은 앞으로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현재 스토어팜을 위해 스마트에디터 3.0이 나왔는데 아무래도 당장 보이는 게 샵 외관이라서 이 에디터를 최대한 활용해서 꾸밀 줄도 알아야겠습니다. 저자가 누누이 강조하는 게, 글(텍스트)은 말할 것도 없고 순간의 속임수가 적잖게 작용하는 사진보다, 동영상이 사용자의 직관을 돕는 데에는 최고라고 합니다. 저 역시 샵에 동영상 여럿이 올라서 사용법이나 상품의 여러 면모를 두루 관찰 가능하면 구매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구나 싶더군요.

쇼윈도우의 구성이 오프라인 샵의 흥망을 좌우했고 이는 온라인 샵도 마찬가지입니다. 저자는 자주 "기획전'을 열어서 소비자들에게 변화도 주고 관심도 끌고 네이버 점수도 올리라고 충고합니다. 네이버에서는 기획전 폼(form)을 상시 제공할 뿐 아니라, "럭키 투데이" 같은 이벤트와 연동시켜서 방문자 수를 늘릴 것을 점주들에게 유도합니다. 기회를 그저 심드렁하게, "어차피 별다른 수 안 생기는 것" 정도로 넘기는 사람에게는 정말로 작은 기회, 요행수조차 안 찾아오죠.

큐레이션 개념의 확장이 온라인 숍에서는 정말 중요하다는 점도 이 책에서 배웁니다. 인스타는 사진 공유가 안 되기 때문에, 리포스트 앱 같은 걸 활용해서 직접 컨텐츠를 최소화한 상태로 내 샵을 예쁘게 홍보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그저 네이버 플랫폼 안에 머물지 말고, 현재 최대 이미지 포털로 볼 수 있는 인스타를 적극 활용하여 네이버 스토어로 사람을 끌고 오라고 충고합니다. 이는 또한 네이버에서도 내심 적극 바라는 사항이겠습니다.

치킨집 창업이라고 해도 여튼 하는 사람만 하는 일입니다. 허나 앞으로는 만인 생산자, 판매자의 시대입니다. 네이버쇼핑 창업 하나만 생업으로 삼는 분들보다, 뭔가 자기만의 아이템이 있으면 부업으로 네이버에다 (마치 블로그 아무나 다 하듯) 하나 가게를 열어서 수입을 노려 보는 게, 가까운 미래에는 아마 흔히 보는 풍경 중 하나가 아닐지 생각해 봤습니다. 오죽하면 이런 구체적인 팁을 담은 책이 다 출간되겠습니까. 예사로 봐 넘기지 마시고 긴 백세시대 플랜에 고려로 넣어야 할 사항이 아닐지 숙고가 필요하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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