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로 읽는다 지리와 지명의 세계사 도감 2 지도로 읽는다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노은주 옮김 / 이다미디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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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리뷰에서도 말했습니다만 이 책은 "지명"에 대한 언급이 하나도 빠지지 않고 매 항목마다 언급, 설명이 되는 게 단연 장점입니다. 우리는 여행책이나 역사서를 읽을 때 처음 접하는 지명에 대해선 당연히 궁금함이 생깁니다. 하지만 찾아볼 곳도 마땅찮고 인터넷에서 알아보자니 왠지 믿음도 안 가는 게 보통이죠. 그럴 때, 2권으로 나뉜 이 책을 넘겨가며 듬직한 상식을 챙길 수 있어 참 좋습니다.

p58에 "바다의 여왕" 찰스턴에 대한 설명이 있습니다. 본래는 "찰스타운"이었으나 독립전쟁 이후 저리 개명이 되었다는 설명인데 그 사정 말고도 세월이 흐르며 음가가 변한 까닭도 있지 않겠나 생각했으나 그게 전혀 아니었습니다. 찰스 1세가 아닌 2세의 이름을 땄으므로 대략 백 년 정도 후(명예혁명이 1688이므로)인 1783년에 정식으로(주 와 연방 정부 차원에서) 이렇게 철자를 바꾸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링컨의 연설(1863)로 잘 아는 "게티스버그"의 경우 1780년에 해당 도시를 설계한 제임스 게티스의 이름을 땄다는 친절한 설명도 책에 역시 나옵니다. 찰스턴이 또 중요한 이유는 남북 전쟁이, 바로 남군 측의 찰스턴 포격으로 인해 공식적으로 발발했기 때문이죠.


"미국은 20세기와 21세기에 걸쳐 세계를 지배하는 패권국이지만 그 앞 시기에는 신대륙 변방의 작은 신생국에 불과했다." 당연한 소리지만 세계사에 유례가 없을 만큼 강력한 지배력으로 지구인의 사소한 일상에까지 (소프트파워를 통해) 영향을 끼치는 미국의 힘을 그저 당연하게만 받아들일 어린 학생들에게는 꼭 필요한 설명이 아닐까 생각도 해 봤습니다. p53에 보면 지도가 나오는데, 저희가 중등 교육 과정에서 배울 때도 미국 영토의 확장 과정을 묘사한 이런 지도가 꼭 제시되었더랬습니다(교과서는 아니고 사회과 부도라든가 참고서에). 단지, 당시에는 "구입" 같은 어색한 용어가 쓰인 게 달랐죠. "구입" 자체가 어색하다는 게 아니라, 사무용품 구입도 아니고 특정 필지의 땅을 국가 사이에 매매할 때 그런 용어를 쓰는 게 어색했다는 소리인데, 아마도 일본식 용어의 잔재였을 겁니다. 이 책은 하물며 일본 저자가 쓰신 책인데도 "(프랑스 나폴레옹 1세로부터의) 루이지애나 매입", "멕시코로부터 매입" 등 한국인의 감각에 맞는 더 자연스러운 말로 번역이 이뤄진 점이 특히 좋았습니다. 단, 1853년에 이뤄진 "개즈던 구입(이것도 물론 이 책처럼 '매입'이 좋겠습니다만)"이 명확히 구별 안 된 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아마 학교 다닐 때 수업 시간에 선생님들이 그 정도는 일러 줘서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역시 이 책은 취지가 취지이다보니, 왜 버지니아 주의 이름이 "버진"에서 유래했는지 상세하고 친절한 설명이 이뤄져서 매우 좋았습니다. 저희 선생님 같은 경우는 마돈나의 히트곡 "라이크 어 버진"에서와 같은 뜻이라며 (도에 지나친) 자세한 설명까지 하던 기억도 나는군요 ㅎㅎ "뉴욕"의 이름도 그 "요크 공"이 누구인지에까지 설명이 이르는데 물론 오라녜 공(중에서도 영국 왕 제임스 2세가 겸직한 그 직위. 물론 이후에 등극한 사위 윌리엄 3세가 아니죠)을 뜻합니다.


p42에도 흥미로운 지도가 나옵니다. 저는 예전에 케네스 C 데이비스의 대중서 <교과서에서 배우지 못한 미국의 역사>란 책을 읽었는데(당시에는 성인용 포맷이었고 지금은 없어진 고려원에서 출간했었으나, 지금 나온 책은 타 출판사에서 어린이용으로 다시 쓰여진 것이네요), 여기 보면 "프렌치 인디언 전쟁은 프랑스인들과 인디언이 서로 싸운 게 아니다"라는 재미있는 서술이 등장합니다. 이 책의 p42에는 전쟁의 전과 후 미국의 영토 획정이 어떻게 변했는지 보다 명확하게 도시(圖示)가 이뤄졌습니다. 거대한 프랑스 식민지가 영토의 좌안에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면 미국이란 나라의 형세가 얼마나 옹색했을지 한번 상상해 보십시오.

브라질의 이름은 왜 대체 브라질인지 궁금해한 적 없을까요? 새삼 이 질문을 하는 이유는, 다른 나라의 경우 웬만큼 지식이 쌓이다 보면 어원이 대충 짐작이 갈 수 있으나 브라질의 경우 도통 기원을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는 적색 염료의 원료인 브라질나무 홍목(그러니 고유명사인 셈입니다)에서 유래했다고 명확히 그 기원을 밝혀 줍니다. 같은 페이지 바로 아래 "리우 데 자네이루"의 경우, 대강은 무슨 뜻일지 형태만으로도 짐작이 되지 않습니까.

"태평양은 지구를 모두 삼켜 버릴 정도로 거대한 바다이다." (p90) 역시 같은 동양인 저자답게 미야자키 선생님은 이 대목에서 곤여만국전도를 언급합니다. 물론 마테오 리치의 번역 "태평양"에 대한 서술인데, 하긴 이 정도 중요한 항목이면 서양 저자라고 해서 그냥 넘길 수도 없겠습니다. 다음 페이지에 보면 이 미크로네시아니, 폴리네시아니 하는 이름들이 (그 뜻뿐 아니라) 구체적으로 누구에 의해 붙여진 것인지에 대해서도 설명이 이어집니다. 이 책도 역사책이다 보니 사관의 스탠스에 대해서도 관심이 생길 만한데, 제가 읽어 보기로는 대체로 진보 사관에 조금은 기울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좌파로까지 규정될 정도는 아니고, "식민지, 제국주의, 패권" 등의 용어례에서 다소는 비판적인 색채가 감지된다는 정도입니다.



특히 p102 이하에선 아프리카 근대사가 이어 서술되는데 대항해 시절부터 에스파냐, 포르투갈 등의 침략이 두드러졌고 이후엔 제국주의 열강들이 본격적으로 발을 내디뎠죠. "세네갈"이 강(江)이라는 뜻인 줄은 처음 알았습니다. 아무래도 여행 준비 과정이 결국은 집필 동기가 되었다고 저자 스스로도 밝히신 적 있고, 그 티가 나는 게 세네갈 수도 다카르를 언급하며 유명한 자동차 경주인 "파리 다카르 랠리"를  거론하는 대목 등에서입니다.

이 책은 지리의 구도를 따라 움직이지만 엄연히 "역사 도감"입니다. 그래서 오스만 투르크로 주제를 옮기면서도 따박따박 시대를 거슬러올라가서는 해당 제국의 굴곡 많은 사연에 자연스럽게 시선을 줍니다. p125에 보면 15세기의 오스만 제국을 구성한 "3대 세계"라는 이름의 지도가 나오는데, 물론 유럽-(소)아시아 - (북)아프리카입니다. 해당 지도에 큰 글자로 "비잔티움 제국"이라 표기된 게, 아니 망한 게언제인데 이 대목에서 나오나 싶을 수 있지만, 오스만 제국의 정체성은 비잔티움의 정복자, 혹은 계승자로서의 위상을 결코 배제하고 탐구할 수가 없습니다. 제국이고 황제이기 때문에 타 대륙, 타 민족, 타 신앙의 관리자, 수호자 노릇까지 (자랑스럽게) 겸해야 하는 거죠. 역시 이 책의 기획 의도가 무색하지 않게, 비잔티움이 이후 "이스탄불"로 이름이 바뀐 경위에 대해 설명이 또 나옵니다. "에이스 텐 폴린(εἰς τὴν Πόλιν. "텐"은 정관사이고 "폴린'은 우리가 아는 "폴리스"의 변화형입니다)"이 원 말인데, 보시다시피 당연히 그리스어입니다. 이게 음가가 변해 "이스탄불"이 된 건데, "하드리아노플"이 "에디르네"가 된 사정도 비슷합니다.

본래는 아랍 세계에서도 오스만 투르크가 맹주 노릇을 했습니다. 사우드 왕가가 지금은 성지(메카 혹은 마카)의 수호자를 자칭하며 이란과 으르렁대지만 당시만 해도 대 술탄의 위세에 눌려 찍 소리도 못하고 지냈습니다. 오히려 투르크의 술탄이 다스리던 시대에는 수니파와 시아파의 대립도 자제되었고(물론 사파비나 카자르 왕조의 권위가 오스만을 견제했던 덕도 있지만), 유대인들은 하물며 무슬림과 대적할 엄두도 못 내었습니다. 이러던 게 지금은 삼면 전쟁 직전까지 왔으니.... (지금 우리는 북한 문제 때문에 관심도 없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중동 정세가 훨씬 심각합니다. 트럼프가 두루 신경을 쓸 여력이 없으니까 북한에 대해 상대적으로 너그럽게 구는 거고, 김정은도 이 점을 알고 지금이 그나마 유리하게 협상을 맺을 찬스다 싶었던 겁니다) 여튼 이 책은, 왜 역사가 "과거와 현재의 대화인지" 실감 나게, 그것도 지도를 통해 독자들에게 납득시켜 주는 점이 좋습니다. (특히 이 책 p158 이하를 주의 깊게 읽어 보세요)

저희 때에도 동남아시아 역사를 (길게는 아니라도) 따로 배웠습니다만 당시만 해도 전문 연구 인력이 부족하여 지명, 인명 표기가 매우 어색했습니다. 이 책은 특히 현지어에 최대한 가깝게 표기하는 점이 두드러지게 돋보이고, 무엇보다 국립국어원에서 권고한 안(案)에 충실합니다. (예: 믈라카 해협, 사일렌드라 왕조 등) 저희 때에도 부남(扶南)이란 말이 교과서에 나왔더랬는데, 이 책에서는 "산(山)'이란 뜻이라고 역시 설명이 친절하네요. 전성기에 얼마나 이슬람 세력이 극성을 이뤘으면 믈라카 왕이 스스로 회교로 개종까지 했을까 싶은데 이 흔적은 지금도 말레이시아 정치, 종교 분포도를 보면 역력합니다. 그뿐 아니라 저 멀리 페르시아에 근거를 마련한 일 칸국 역시 몽골인들이 팔자에 없는 알라신까지 자청해 믿었고(이 사항은 1권의 p163 이하를 참조하십시오), 이 점은 투르크의 술탄들도 다르지 않았죠.



제가 개인적으로 이 책 통틀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 제5장입니다. 제목이 뭐냐 하면 "팽창하는 중화 세계, 국가인가 문명인가?"입니다. 몇 년 전 큰 히트를 친 <진격의 거인>이 사실 일본인들의 중국에 대한 집단 공포를 반영했다는 분석도 있었지만, 아베 신조 현 총리대신이 저처럼 오래 집권하는 것도 일본 국민들의 대중(對中) 견제 심리가 크게 발동해서입니다(바꿔 말하면 일본 민주당 정권으로는 중국에 효과적으로 맞서기 역부족이라는 판단). 동양인 저자의 집필 체제치고는 좀 특이하게도 중국사가 맨마지막에 배치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고려, 조선에 대한 언급도 있고, 특히 조선의 어원에 대해서는 "아침 햇볕이 선명한 땅"이라고 하시나 ㅎㅎ 글쎄요. 여튼 일본의 건국 주체가 한반도를 거쳐 이주한 이들이란 점은 분명히 밝힙니다.

이 책 마지막 문단을 잠시 인용할까 합니다. ".. 중국은 현재 공산당이 일당 지배를 유지하면서 개방과 개혁을 추진해 급속한 경제 발전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정치와 경제 사이의 모순(이 용어는 진보 진영 학자들이 쓰는 맥락과 완전히 같아요)이, 공산당이 내세우는 애국주의에 가려져 있어 향후 행방은 불확실하다." 이 문장만으로도 저자의 중립성, 공정성과 깊은 숙고의 내공을 엿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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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라이터
사미르 판디야 지음, 임재희 옮김 / 나무옆의자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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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중국보다도 더 많은 인구를 가졌다고 추정하는 이들도 있고, 동셔양에 고루 끼친 방대한 문화적 영향 때문에라도 엄청 중요한 나라입니다. 이런 인도만의 지방색이, 인류 보편 관심사와 정서, 주제와 맞닿을 때 꽤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편이었다고 저 개인적으로 기억됩니다.


소설은 한 남자의 회고로 시작됩니다. 진로를 마땅히 정하지 못해 바황하던 대학원생 시절을 되돌아보는 문장인데, 소재가 된 시간적 배경과 집필 시점(실제 작가의 집필이든, 아니면 가공 인물인 라케시의 기준에서건)이 꽤 차이가 나는 듯합니다. 결말에 가서 보면 "문제의 그분이 맞은 어떤 운명(내용 누설이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겠습니다)"이라든가, 이후 1인칭 화자 라케시 신상에 닥친 상당한 변화(어떤 것은 그가 간절히 원하던 것, 어떤 건 그가 끝내 피하고 싶던 것)가 자세히 나옵니다. 출판사에서는 이 책을 줌파 라히리의 작품 세계와 비견하던데, 저는 오히려 얀 마텔(인도인은 아니지만)의 <파이 이야기>와 좀 닮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봐, 그건 젊은이의 입에서 나올 법한 말치고는 너무 암울한 전망 아닌가?"

완성도 높고 공감을 끌어내는 소설은, 주제 자체의 무게도 무게지만 이처럼 캐릭터 간의 소통이 실감으로 채워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의 탐독과 감상은 정치인이나 종교인의 훈계(아무리 맞는 말이라도) 청취와는 달라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독자 생각에도 저 말이 나와야 하지 싶은 바로 정확한 타이밍에 딱 맞는 코멘트를 던져 주는 (사실상 주인공인) 아닐 작가의 한 마디를 듣고(읽고), 가뜩이나 흥미진진했던 작중 세계에 한층 더 깊이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생후 몇 개월도 채 안 된 시기에 시력을 완전히 잃고(화자 라케시의 말에 따르면 "뭔가 기억의 편린이라도 부랴부랴 챙기기조차 너무 이른 시점"), 이후 자신만의 세계에 침잠해 들어간 위대한 정신. 이미 사회로부터 확립된 평판을 받은 분이라지만 왠지 자신만의 세계에 꽉 틀어박혔거나, 상처가 깊은 만큼 편견(무엇이든 간에)에도 단단히 사로잡혔을 것만 같은데, 전혀 아니었다는 걸 확인하게 되는 대목이었다는 뜻입니다.

육안이 멀었으면서 오히려 심안이 널리 뜨인 현자의 원형으로는 그리스 신화의 테이레시아스 같은 캐릭터가 있겠습니다. 작중의 문호 아닐도 그런 유형이겠는데, 불편한 일상을 도와 주려 시급을 받고 일하게 된 알바생 라케시는 오히려 이 늙은 지성인과 함께 지내며 단단한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그저 유명하다는 정도만 알았을 뿐 구체적으로 아닐에 대한 이해가 없었던 그는, 채용 즈음에 그의 책을 비로소 읽어가며 이 거인의 생에 대해 촘촘히 공부합니다. 본래가 영민한 자질의 젊은이였던 만큼 책도 빨리 읽어 내고 인물 학습의 속도도 신속하지만, 앞으로 그가 이 위대한 정신과 함께 지내면서 배우고 깨우칠 경지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했습니다.

"요즘은 뷰익 같은 미국 차를 잘 안 타나 보지?" <양들의 침묵>의 연쇄 살인마 닥터 렉터는 수감 중에도, 면회 온 스탈링의 체취만 맡고서 그녀의 출신 배경까지 다 밝혀 내는 신기를 과시하죠. 특정 감각(특히 시각)에 장애가 생기면 다른 감각이 비정상적으로 발달한다는 말도 있지만, 그런 사람이나 그렇지 어디 장애인이라고 모두 타 감각의 보상을 받겠습니까. 그런 기제가 개체의 예외 없이 공통이면 장애인이라고 딱히 불편할 바도 없으니 누구나 장애인 되게요 어디. 이 아닐은, 타고날 때부터 명철한 정신을 갖췄기에, 엔진 소리만 듣고 차종까지 분별해 내는 신통함을 보일 수 있는 겁니다.

상경계를 우수한 성적으로 이수하고(라케시는 학창 시절 내내 일등을 안 놓치던 수재라고 나옵니다) 금융회사로부터 좋은 자리까지 제의 받았던 청년은 단지 "나의 진짜 꿈은 글쓰기"란 낙관 하나로 좋은 기회를 흘려 보냅니다. 내심으로는 그의 부친이 "녀석아,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 하는 거야!"라며 따귀라도 후려쳐 주길 기대했지만, 자신만큼이나 신중하고 사려 깊은 부친이야 그 아들이 "알아서 잘 하기를 바랄뿐" 그런 적극적, 월권적 훈육에 나설 리 없었죠. 영리한 아들이 이 또한 모를 리 없건만 이런 햄릿 형은 언제나 "이뤄지지 않았고 이뤄질 수도 없었던 가능성에 집착"하기 마련입니다.

눈먼 거인에게 "또다른 아버지상"을 기대했던 라케시는 왜 지원했느냐는 질문에 "돈이 궁해서요."라고 거짓말을 합니다. 라케시는 여러 번 마음에도 없는 거짓말을 잘 하는데, 독자들도 알고 작중 인물들도 다 알듯 그 전부가 "화이트 라이"일 뿐입니다. 라케시가 얼마나 작가가 되고 싶어하는지 이 현인, 그리고 현인의 젊은 아내가 모를 리 없습니다. 라케시가 처음 아닐의 저택을 찾았을 때 우선 놀란 건 그 젊은 아내 미라의 놀라운 아름다움 때문이었습니다. 나중에 친해지고 나서 "나와 남편이 너무 나이 차가 많이 나죠?"라는 질문에 대뜸 부정부터 하는 것도 그의 "귀여운, 그리고 속 뻔히 보이는 거짓말" 중 하나입니다.

라케시는 아닐에게서 "제2의 아버지"를 기대하는 건 우리 독자들 눈에 뻔히 보입니다. 제 개인적으로 하나 눈에 띈 건, 은근 이 라케시가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채 극복 못한 상태였다는 겁니다. 라케시는 어머니에 대해 채워지지 않은 애정과 배신감이 그 마음 속에 혼재해 있습니다. 사춘기, 혹은 그 이전 단계 애들이나 겪을 이런 혼란스런 상태로부터, 이 똑똑한 대학원생이 아직 헤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물론 그 어머니의 잘못이 큽니다. "슬립 바바"라는 현자(라고는 하나 이런 류의 사이비 종교 창시자가 인도 국적자 중에 많았죠. 바다를 건너와서까지 포교하며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다 봉변을 겪기도 한 실존 인물 중엔 오쇼 라즈니시 같은 이도 있었는데, 다 이 소설의 시대상을 반영합니다)에게 빠져 기어이 가출을 한 라케시의 모친. 행여 어떤 선을 넘지는 않았으면 하고 비현실적인 기대를 하지만 가능성이 현저히 낮음은 자신도 잘 압니다. 소설 후반부에 가면 이 바바와 라케시의 만남까지 이뤄집니다. 이 상처가 잘 마무리되어야 헬렌하고도 진도가 빠질 텐데 말입니다.

아무튼 라케시가 미라를 바라보는 시선에 각별한 열정이 실린 건 이런 굴곡 있는 개인사, 가정사와 절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제 느낌입니다. 물론 미라는 (라케시의 뜨거운 주관적 묘사가 아니라도) 누구 눈에도 아름답게 비칠 만한 미인입니다. 이런 미인을, 나이도 많고 눈도 멀었으면서 장악할 수 있었던 아닐이야말로 작업의 신이라고 불러야 마땅하겠습니다. 사실 아닐은 눈만 멀었다뿐, 체격이 탄탄하고 현란한 말빨을 자랑(머리가 좋으니 당연하죠)한 덕에 장애인이면서도 여자들에게 성장기 동안 인기가 좋았나 봅니다(게다가 부잣집 아들 ㅋ).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의 각별한 "크기"라는 사정도... (더 이상은 생략하겠습니다)

아닐은 특이하게도 "사회주의 중국 VS 소위 민주주의 인도" 중 전자를 더 옹호했다고 합니다. 여기서도 시대상이 드러나죠. 얼마 전에도 두 나라가 군사적 대립으로 일촉즉발의 위기를 빚었는데 만약 아닐이 요즘 사람이었다면 (딱히 조국에 대해 원한을 품은 출신도 아닌데) 정치적으로 저런 스탠스를 품을 이유가 없었을 텝니다. 라케시는 옆에서 신문이나 잡지를 읽어 주는 일을 하려고 고용된 건데, 예컨대 GQ에 실린 모델이 신디 크로포드라고 가르쳐 준다든가요. 이 무렵이면 어떤 잡지에도 ("수퍼모델"이란 말을 처음 대중화한 거나 마찬가지였던) 그녀만 실릴 시절이죠. 재미있게도 작중의 아닐은, 신디 크로포드와 직접 만나 인사까지 했다고 말합니다ㅋㅋ

"페드로는 메츠에 가장 어울리는 선수야(p55)." 이 무렵은 우리도 박찬호 때문에 메이저리그를 한창 지켜 볼 때였죠. 메츠와 양키가 나란히 각각의 플레이오프를 치를 무렵이면 1999년입니다. 이때(이 직전) 메츠에 있었던 "페드로"가 누군지 모르겠네요(페드로 마르티네스는 우리가 잘 알듯 이무렵 보스턴에 있었구요). 여튼 "빌 클린턴이 나한테 욌으면 여자 관련 절제하는 법을 가르쳐 줬을 텐데" 같은 말로 보아 배경은 거의 확실합니다.

아닐 트리베디는 이 픽션 속에서 필립 로스(며칠 전인 2018. 5. 22에 타계했죠), 가르시아 마르케스, 레이먼드 카버 등과 함께 놓이는 위상입니다. 눈먼 노인과 함께 지내며 자신의 성장까지 함께 이루는 소년의 이야기는 일찍부터 우리에게 친숙한데 예컨대 영화로 잘 알려진 <여인의 향기> 같은 게 있었죠. 야구 이야기부터 해서 끊임 없이 시사에 대한 수다가 오가는 장면으로는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도 매우 익숙합니다. 따뜻한 서사와 분위기이면서도 지루하지 않고, 의외의 파격까지 결말에서 예비하는, 그러면서도 분량마저 부담이 안 되는 적정 수준이라서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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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데이터 수집의 기술
타쿠로 사사키 지음, 김경록 옮김 / 한빛미디어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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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은 정보의 보고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자원이 많다 해도 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는 방법론을 갖추지 못하면 허공에 뜬 별을 향해 손짓함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기업은, 무엇을 위해, 어떤 용도로 데이터를 수집할지 먼저 목표의식, 혹은 전략 지향부터 분명히 정해야 하며, 이를 위해 가장 경제적이고도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 내어야 합니다.

책에서는, 2020년 경 웹에는 대략 35제타바이트 정도의 정보가 축적될 것으로 예측합니다. 제타바이트란, 인간의 머리로 그 어림짐작조차 힘든 방대한 양입니다. 현재 많이들 쓰는 하드디스크(HDD 기준)이 대략 4테라 수준인데, 이 다음(즉 천 배를 한 것)이 페타, 그 다음이 엑사, 그 다음이 제타입니다. 제타를 영어(뿐 아니라 다른 언어에서도 역시 같습니다)로 쓸 때에는 zetta-를 쓰는데, 여러 모로 재미있는 접두어입니다.

우선 헬라어 자모로 숫자를 표기할 때 7을 나타내던 게 바로 ζ, 즉 제타입니다(물론 이때에는 t를 한 번만 쓰는 게 표준표기입니다만). 7이 각별한 의미를 지니는 건, 이 제타가 1000의 7제곱(즉 10의 21제곱)이기 때문이죠. 헬라어에서 7은 "헵타", 라틴어에서는 "셉툼"으로 불렸고 어원도 같습니다. 그래서 본디는 "엡타" 정도로 불려야 옳았겠으나, 일단 "페타" 등과 운을 맞추고(단, 페타에서는 t가 하나입니다), 앞에 선명하게 자음을 달아서 더 음가 분별을 높이려 한 의도로 보입니다. 이 "제타" 다음에는 "요타"인데, 역시 t는 두 개이고, 앞으로 단위가 올라갈수록 z, y, x 등으로 거꾸로 알파벳을 달아가겠다는 뜻입니다.

데이터는 물론 디지털 형태로만 생성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현재 추세대로라면, 분석의 대상이 되는 유의미한 정보의 94%는 디지털 포맷이며, 이 비율은 앞으로 점점 늘어가리라는 게 저자의 추측입니다. 구글은 일찍부터 가장 효과적인 데이터 추출 방법 고안에 정력을 쏟았으며, 벌써 10년 전에도 회사의 정보 담당 관리자들은 "구글에서 언제 이런 것까지 다 뽑아갔대?"라며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감탄이 아니고 불쾌, 경계의 반응이 우선이지만 말입니다. 당시만 해도 데이터의 가치를 낮게 평가했고, 그저 흘러가거나 버리는 쓰레기를 용케도 잘 활용한다거나, 미디어를 비롯 세간의 칭찬을 받아 마땅한 대견한 스타트업 정도로 여겼겠죠.

스크린 스크래핑이라는 말을 보통 쓰는데 화면에 보이는 것만 일단 대상으로 삼아서이며, 그저 우리 직관대로 "웹 스크래핑"이라 해도 무방합니다. 우리가 "봇(bot)"이라 보통 부르는 건 크롤러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사람이 일일이 검색어를 설정하고 가치를 정제하는 게 아니라, 프로그램이 스스로 알아서 다음 단계의 검색을 상정하고 자체 Db를 갱신하기까지 합니다. 이 단계가 중요한데, 많은 이들은 BI, 즉 비즈니스 인텔리전스를 두고, 이미 스스로 가치 판단이나 의미의 추출을 알아서 행하는 단계, 능력까지를 요구합니다.

정보화 시대에 그저 사람의 지성과 판단의 보조 도구로 쓰인 게 컴퓨터였다면, 이제 이들은 "주인"이 뭘 요구하기 전 한 발 앞서서 "주인이 요구할 만한" 정보를 미리 정리, 정제하고 가치를 창출한 후 기다린다는 뜻입니다. 웹에서 정보를 추출하는 작업도 어느새 사람의 손을 떠난지 꽤 되었다고 생각하니 새삼 긴장이 되기도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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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컴 외 지음 / 살림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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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컴"은 이 저자분들(혹은 집필 커뮤니티)의 필명(pseudonym)인데 더 자세한 정보는 책에 안 나옵니다. 통신사와 스타트업에서 요금 설계를 담당했다는 분, 현재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연구교수 재직 중인 분, 삼성전자에서 소프트웨어 품질관리 및 개발프로세스 업무를 담당하는 분 등 다양한 구성입니다. 저도 재작년(2016)에 이분들이 쓰신 <스타트업 코리아>를 읽고 제 블로그에 서평을 남긴 적 있습니다.

"수확 체감(遞減)의 법칙"은 150여년 전 초창기 고전파 경제학의 토대를 이룬 도그마 중 하나이며, 20세기 중반에도 제레미 리프킨의 <엔트로피>에도 언급되었을 만큼(물론 그는 경제학자이긴 하나 일차로 저널리스트였으니 이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잘 알려져 있습니다. 수확 체감의 법칙이 처음으로 그 타당성에 도전받기 시작한 건 정보화 혁명이 본격 전개되고부터인데, 요즘은 더군다나 4차 산업혁명 때문에 더욱 회의적인 시선으로 관측됩니다.

4차 산업혁명은 "아직은 만들어진 개념"이라 규정하는 태도가 흥미롭습니다. 완전히 이뤄지지도 않은, 그저 전망에 불과한 여러 미래상을 두고 지나친 호들갑을 떠는 분위기라는 시각도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저자들이 반드시 지적하는 건, 여태 인류가 겪어 보지 못한 속도로 빠르게 혁신이 일어나는 중이며, 심지어 딥 러닝을 설계한 엔지니어마저 대체할 수 있는(변호사나 회계사는 물론이고) 인공지능이 머지 않은 장래에 반드시 등장하리라는 징후가 도처에서 감지되기 때문입니다.

"교통사고가 끊이지 않아도 일반 자동차나 대중교통이 꾸준히 도로를 달리듯이…", 자율주행차도 가까운 미래에 반드시 도입되고 말리라는 게 저자들의 전망입니다. 책이 신간이라서 몇 달 전에 벌어진 우버, 테슬라의 교통사고도 언급이 되는데, 책에 보면 " ... 우리는 이제 정신 무장과 윤리적 알고리즘도 잘 갖추어 인공지능의 무방비 공격과 법률적 책임 소재에 잘 대비해야만 한다." 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문장의 함의(물론 저자분들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때문에라도, 자율주행이 그리 순탄하게 현실에 도입되지는 않을 듯합니다.

마차에서 자동차로 교통이 이행할 때는 분명한 유인과 동력이 작용했습니다. 속도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고, 사고시 책임 소재 규명과 배상 문제도 오히려 마차 시절보다 더 명확해진 면이 있었습니다(해상 사고 등에 쓰이던 보험 제도가 도로교통 이슈에도 도입되는 등). 허나 자율주행으로 이행하는 과정이 과연 모든 이들에게 강렬한 유인(誘因)을 제공할까요?

어떤 이들은 "운전대는 내 손으로 안 잡으면 안 된다"고 고집할 수도 있습니다. 사적인 공간에서 자율 모드와 수동 모드로 전환할 때, 과연 누구의 과실로 사고가 난 건지 뚜렷이 책임을 따지기 어려운 경우도 발생합니다. 물론 번잡한 출퇴근 시간대에 운전은 차에 맡겨 두고 책을 읽는다든가 업무 준비를 하는 등 짜투리 시간을 선용할 수도 있습니다. 허나 사적 시공간이 충분히 확보된 만큼 대중 교통 수요가 줄어들어, 교통 체증은 (자율 주행 덕에 훨씬 효율적으로 바뀔 교통 분배에도 불구하고) 더 심해질 수도 있습니다.

수확체감이란 사실 아득한 예전 농경 혁명 시절부터 인류의 의식을 영원히 가로막을 것만 같았던 뿌리 깊은 생산의 장벽이었습니다. 이러던 것이 디지털 혁명으로 그 이론적, 실제적 기반이 와해되고, 한정된 경지에 농경 인력을 아무리 투입한들 오히려 한계생산량, 노동의 한계 생산성이 줄어든다는 법칙(의 현실)이 처음으로 극복되기 시작한 건 대단히 고무적입니다. 반면, 여태 인간의 전유 영역으로만 여겨진 다양한 사무와 기능에 대해, 인공지능이 압도적인 능률을 보이며 대체한다는 전망은, 우수한 두뇌에 대한 긍지(이는 3차 정보화 혁명 당시에도 결코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프로그램을 만드는 명석한 정신이 영구적으로 이들 전산장치를 장악한다는 자부심이 더 높아졌죠)를 뿌리에서부터 흔들어 놓을 만합니다.

<웨스트월드>나 <터미네이터> 등을 보고 아 앞으로는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겠구나 같은 생각은 SF를 지극히 피상적으로 즐기는, 나쁜 머리에 대한 콤플렉스만 가득한 이들이나 품는 변태적 기대로 치부했었습니다. 어디 앞으로 현실이 어떻게 펼쳐질지, 저자들 말대로 "정신 무장과 윤리적 알고리즘도 잘 갖출" 필요도 있다고 여겨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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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인재를 말하다
김성준 지음 / 인더비즈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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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직 빅데이터의 랜덤 워크 향연이 빚어내는 성과가 어느 정도에 이를지는 아무도 쉬운 예단을 할 수 없습니다. 특히 저자는 소셜 빅데이터가 과연 어느 정도나 효용을 발휘할지 꽤나 미심쩍어하는 입장입니다. 흔히 정보화 3세대는 구조화한 프레임에 의존하고, 4세대는 비구조화한 언어, 데이터를 마음껏 활용한다고 하지만, 이는 AI가 고도의 발전 단계에 이르러야 낙관할 수 있는 전망이요 단계입니다. 향후 이 분야에 대해 과감하고 개척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함은 물론이겠으나, 다만 아직 손에 쥐어지지 않은 인프라에 기반하여 섣불리 무엇을 기대하기도 그리 신중한 태도는 아닙니다.

저자 김성준 선생은 "소셜 데이터보다 구조화되어 있어서 목적 지향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적자원 빅데이터를 인재경영이라는 화두 아래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이 책 주제로 삼았다고 말합니다. 선생의 이력을 보면 다소 독특한 부분이 있는데, "소싯적 방황으로 실업계 고교를 나와 불루칼라 노동자의 삶을 살았다."는 대목입니다. 이후 전북대를 졸업한 그는, (현재는) 명문대 졸업생들도 입사하기 힘들다는 롯데 그룹에 입사하여 인재 육성이라는 중책을 맡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런 분들을 보면 LG전자에서 최고 엔지니어로 평가받으며 현재는 대표이사 부회장직까지 오른 조성진 같은 분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조 부회장이야 물론 불미스러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으나 사실 관계가 아주 확실한 건 아니니 말입니다.

어려운 수능을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하고 명문대에서 가장 뛰어난 스승들에게 학문을 이수해도 예컨대 통계학 같은 건 어느 두뇌에게나 쉽사리 문을 열어 주는 난이도가 결코 아닙니다. 저자는 과감하게도 "상관관계는 이제 잊고 원인파악과 결과 예측으로만 주의를 기울이라"고 충고합니다. 이론상의 중요도나 이론적 발전 단계를 떠나 실무에서 가장 중요한 게 바로 인과관계의 바른 추론과 예측 작업이라는 뜻입니다. 초급 통계에서 매우 중요히 다뤄지는 게 공분산입니다. 두 자료의 분포가 얼마나 서로 밀접한 관계를 이루느냐인데, 같은 방향으로 가면 (+)이며 반대방향이면 (-)이죠. 제 기억으로 여기까지는 중2 교과서에서도 배웠더랬는데(요즘 애들이 어쩌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너무 상식적인 내용이라서 당시에는 미처 그 중요성을 알아채지 못했더랬습니다.

회귀분석 역시 학부 4학년 정도에서 다들 다룹니다. 저자는 이를 "인재의 우수성과 조직 적응 성공도에 적용하는 쓰임"에까지 확장합니다. 물론 모형화 과정에서 숱한 인위적, 주관적 지표가 끼어들겠으나 여튼 채용과 승진, 퇴출, 성과 사이에 어떤 인과관계가 있는지 추적해 보는 건 실로 흥미롭고도 (조직에) 유익한 과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John Boudreau와 Wayne Cascio, 또 John W. Boudreau 등이 이론화한 LAMP 모델에 대해서는 아래 그림을 참조하십시오. (출처: http://futurehrtrends.eiu.com/report-2016/putting-workforce-analytics-into-practice/) 물론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면서 각 단계의 머릿글자를 딴 약어입니다.



요즘 Business Anaytics가 대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종래 비즈니스 인텔리전스가 그저 CEO의 의사결정을 도와 주는 방대한 자료의 더미에 불과했다면, BA는 알아서 "당신이 무슨 의문을 떠올려야 마땅하고, 그에 대한 답은 무엇인지 미리 추려주기까지 하는" CEO를 대신, 아니 능가할 만한 존재입니다. 저는 이 책에서 인재를 고르고 육성할 때 언제나 유념해야 할 사항을 세심히 지적하는 저자의 태도에서, "성과도 좋고 효율도 중요하지만 언제나 사람이 우선임"을 잊지않는 "인간 중심적인 사고 방식"이 꽤 마음에 크게 와 닿았습니다. AI에 대한 지나친 환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깊이 새길 만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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