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영혼에 꽃을 주게 만드는 100가지 이야기
임창석 지음 / 아시아북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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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고 흔히 애용되면서도 볼 때마다 새삼스럽게 감탄이 나오는 구도가 바로 상하(혹은 좌우) 대칭입니다. 이 책의 표지도 그런 사진이 장식하는 모습인데, 바람 때문이었건 우연한 파랑이 근저를 지나갔건 일시 일렁였던 수면 때문에 높은 기둥이 마치 용수철의 굴곡처럼 일그러진 모습으로 되비치는 게 인상적입니다. 세상 만물은 그저 곧고 티 없으나, 이를 반영, 수용하는 우리의 마음과 안목이 뒤틀려 있어 온갖 불안과 잡념이 당사자의 영혼을 괴롭히는 건 아닌지, 모두가 진지하게 되새겨 볼 일입니다.

저자께서는 현역 정형외과 전문의이며 등단 문인이기도 한 분입니다. 이 책에는 모두 백 편의, 잠언 같기도 하고 짧은 시 같기도 한 성찰의 결실이 실려 있는데, 하나같이 이를 읽는 독자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뭔가 초심의 경지, 혹은 엄마 뱃속의 태아처럼 평온한 영혼으로 돌아가게 돕는 그윽한 메시지들을 담았습니다. 저자는 일관되게, 자연, 우주의 품으로 돌아가 단단히 안기는 길 외에 우리 인간이 궁극의 안식을 찾을 길은 딱히 없다는 쪽으로 차분히 말을 건네시는데, 이 역시 어떤 언어 메시지로 다가온다기보다는 마음이 푸근해지는 스냅 샷이 독자의 망막 위에 살포시 앉히는 뭐 그런 느낌입니다. 아마도 저자께서 직접 찍으신 선명하고 청아한 사진이 텍스트 옆에 나란히 실린 덕분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인간이란 우주에 플러스 효과를 일으키는 존재입니다. 1+1=2가 아닌, 오히려 1+1=3 같은 것이 사람들의 본성에 맞는 연산법이란 뜻입니다." 과연 그렇습니다. 사실 인간이란 연약한 생명체가 현 시점에서 진화의 최종 단계(현 시점에서 말입니다)인 여기까지 이르렀다는 자체가 기적입니다. 인간은 험한 자연 환경의 도전을 딛고 건사하기에는 너무나 거추장스러운 큰 육신을 짊어지고 있으며(곤충이나 미생물에 비해), 그 육신을 온전히 유지할 만큼 강력한 방어, 공격 수단을 갖고 있지도 못합니다. 그런데도 이 지경까지 살아남아 찬연한 문명을 이루고, 여타의 미물들과는 달리 모종의 의식(consciousness)을 발동하여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가?"를 자문(自問)하는 어엿함이 또 얼마나 대단합니까? 이 모든 건 그저 기계론적인 1+1=2 식의 사고 방식으로는 도무지 설명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자연의 물리 법칙만 건조하게 작동하는 세상이라면 이런 놀라운 존재가 지상에 발을 딛고 번성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과연 우리 인간들은 이런 태생시의 축복 받은 존재 그 본분을 과연 부끄럽지 않게 이어가는 중일까요? 전혀 아닙니다. 인간은 뛰어난 지능과 상황 파악 능력을,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고 자신을 괴롭히는 데에 잘못 전용하고 있습니다. 자연은 물론 우리에게 모진 시련도 안깁니다만, 그보다는 따뜻한 온기를 우리의 약한 살결에 불어 넣어 주고, 상쾌한 호흡을 여린 허파에 전파하며, 마주칠 때마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쾌락을 부여하는 각종의 체험을 제공합니다. 인간은 교미 과정을 유독 짜릿하게 즐기는 유일하다시피한 종(種)입니다. 이런 존재의 축복을 우리는 가장 비생산적인 방향으로 낭비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말씀에 따르자면, "인간은 이미 탄생시부터 무한한 존재입니다." 발버둥쳐 봐야 백 년도 못 사는 인생이라며 한탄을 일삼지만,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서로 반대되는 어떤 성질들이 영역 안에 갇혀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질량과 인력이 탄생되며, 그에 따른 부수적인 힘들이 나뉘어져, 빛과 함께, 자연계의 모든 현상들이 나타납니다." 과연 그렇습니다. 우리들이 엄마 뱃속에서 웅크리고 있다 세상에 나오는 그 순간도, 우리들의 부모님뿐 아니라 전 우주가 숨죽이고 관찰하다 마침내 온갖 축복을 퍼붓는 대환희의 결정체인 것입니다. 이런 아름다운 존재 하나가 세상에 나왔다는 자체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무한의 족적을 남겼음인데, 하물며 기적 같은 생명체가 누리 안에서 백 년을 부대꼈다면 그 파장은 대체 얼마나 길고 깊게 미치겠습니까? 우리는 이미 무한한 존재입니다. 이런 생각 깊은 생명체로 빚어졌다는 자체가 축복이며 경이이니, 생명과 의식 자체가 이미 무한이란 본질을 품고 있음입니다.

사람은 개, 돼지와는 달리 현상에 만족하지 않고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추구합니다. 그저 등 따숩고 배부르면 그만이라는 생각, 그래서 제 본질이 한없이 미천해도 인근의 배설물에게나 고작 우월감을 느끼며 너절한 천품을 합리화하는, 빈약한 사고 능력을 가리려 쉴새없이 무의미한 잡음으로 더러운 입을 메우는, 마당에서 키우는 지저분한 늙은 암탉이 아닌 이상, 사람은 결코 그 자리에 머물지 않고 무엇인가를 추구합니다. 혹여 이 역시, 안분지족을 모르는 욕심이 아닐까요? 저자는 이 역시 "우주가 당신에게 부여한, 인간적 가치를 유지하는 원동력"이라며 우리를 다독입니다. 물고기 등 해양 생물에게는 자동으로 수중의 위상을 조절할 수 있는 부레라는 기관이 있음을 우리는 초등학교에서 널리, 익히 배웠습니다. 부레는 이런 평형 감각 외에 청각에도 관여하는데, 이는 우리 인간의 귀가 한 구조 안에서 수행하는 기능과도 매우 유사합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인생의 높낮이를 스스로 조절하는 안정된 삶을 살게 해 주는 부레와도 같은 것을 우리들은 갖출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우선 끊임없이 남의 말을 듣고, 이런 좋은 책을 읽으며 외부로부터 좋은 자극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의 귀가 평형감각과 청각을 동시에 수행하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과학과 합리적 지식 체계에 언제나 몰두하고 직업 수행의 핵심 요소로 가까이 두는 분들일수록 "영적(靈的)"인 세계에 큰 관심을 둡니다. 이는 이미 현대과학이 지적인 갈증을 충족시켜 주는 데 어느 정도 한계 지점에 도달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중고등학교 수준의 과학도 모르는 사이비 괴수일수록 자신이 채 이해도 못 한 몇 가지 명제를 주문 외우듯 복창하며 본인이 무슨 감별사라도 되는 양 침을 튀기며 무언가를 열심히 저주하기 일쑤입니다. 병든 저능이 자신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과학"에 의지함을 자칭하는 해프닝처럼 우습고 비참한 몰골도 또 없습니다. 저자는 인간의 몸에서 발산되는 생체광자, 즉 biophoton이란 실체에 주목하자며, 과학자들이 혹시 이 미지의 단위로부터 뭔가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지 기대를 걸고 있다는 소개를 합니다. 물론 이 역시 기존 프레임으로 환원 가능할지도 모르며, 더 나아가 무엇인가를 손에 쥐고 구명해 보려는 열망이 낳은 착각, 착시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세계가 그저 1+1=2와 같은 건조하고 따분한 법칙에 의해서만 지배되는 게 아닌, 무엇인가 제3의 정신적 팩터가 크게 좌우하는 부분이 있고, 그 정체가 다름 아닌 우리 인간들의 마음, 정신에 자리한 그 무엇이라면, 그 생각만으로도 우리 존재 자체가 따스히 밝혀지고 힘이 나는 구석이 분명 있습니다. 모든 것이 태초에 경로와 종착점이 결정되어 있고 그 한심한 쳇바퀴만을 열심히 돌리는 중이라면, 우리네의 생(生)이란 얼마나 구차하고 무의미한 컨베이어 벨트 오퍼레이션에 불과하겠습니까?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은 "유일하게 인간에 부여된 자유는 자살의 가능성"이라고까지 극언(極言)했는데, 해당 책을 읽어 보면 그의 논지는 의외로 치밀한 논변에 기초하고는 있습니다. 그러나 백여년 전의 그가 알지 못했을 이 바이오포톤의 실증을 보여 준다면, 아마 그 고전의 결론은 크게 바뀌었을지도 모릅니다.

부처님이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은 궁극의 진리는 바로 "제행무상, 제법무아" 였습니다. 어리석은 우리 인간들은 위대한 스승이 이처럼이나 명징한 말로 깨우쳐 주고 눈 앞에 들이밀어도(무려 이천육백년 전의 일이죠) 그것의 참다운 의미를 모릅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만약 자신이 지금 괴로움을 겪고 있다면, 바로 자신이 갖고 있는 마음의 경계를 없애도록 하세요. 만물의 영혼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주 전체를 놓고 보면, 나란 존재는 없는 것입니다. 동시에 너란 존재 역시 없습니다." 생각해 보면, 모든 평지풍파나 시련이나 고통은 나의 영역을 벗어난, 저 아득한 곳에서 연유했을 수 있습니다. 그런 시련이 나를 덮치는데, 나라는 협소한 영역 안에서만 해결책을 찾으려 드니 어찌 답이 나오겠습니까? 허나 자신이, 광막히 뻗은 우주의 일부분이라는 데 인식이 도달하면, 자신이 겪은 고통 역시도 막막한 우주에 작은 파장으로 흡수될 뿐입니다. 대양에 잉크 한 방울을 떨어뜨린들 무슨 흔적이나 남겠습니까? 즐거움도 괴로움도 우주의 관점에서 보면 티끌과도 같을 뿐입니다. "내"가 이미 우주와 합일되어 무한한데, "괴롭고 고통스러운 나 자신"이 이미 어디에 있단 말이겠습니까?

텍스트도 좋지만 마주보게 배치(juxtaposition)된 사진의 풍취가 참으로 그윽합니다. 정직한 예술혼으로 담은 풍광은 이처럼 글귀의 깨달음과 깊이로도 직결되는 것 같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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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권력 지도 - 세계 경제패권의 미래를 포착하다 비즈니스 지도 시리즈
김재현 지음 / 어바웃어북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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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는 그동안 공산당의 탁월한 영도 하에 고속 성장을 했으며...."
"내려가."
"네?"
"내려가라니까."

대개 무지몽매한 기층민중은 그저 먹고사는 문제만 해결되면 정권에서 폭압을 휘두르건 자유를 박탈하건 비굴하게 입을 다무는 수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미 서유럽 제국(諸國)에 생활 수준이 근접해 가는 중국의 중산층, 혹은 교육 받은 엘리트 계층은 정치 현실에 대해 매우 비판적입니다. 저자는 책 중(p185 이하)에서 분명히 태도를 밝히는데, 중국의 중산층이 정권에 대한 지지를 유지하는 건 어디까지나 "경제성장이 지속된다"는 전제를 깔고서라는 겁니다. 그래서 저자는 중국의 현실을 두고 "넘어지지 않기 위해 계속 달려야 하는 자전거"에 비유합니다. 그러나 이미 당국에서는 "신상태(新常態. 간체자로는 新常态)"를 운위하며 예전과 같은 초고속 성장 패턴을 다시 보기 힘들 것이라는 듯 기대치를 낮추는 제스처인데, 과연 앞으로 중국의 정치 지형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지켜볼 일입니다. 최근 시진핑이 1인 독재 체제를 강화하는 것도 자신감의 표현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의 급한 사정이 숨었을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맨 위 문단의 대화는 이 책 중에서 저자가 실제 목도한, 어느 한국 유학생과 중국 북경대(이게 중요합니다) 교수 사이의 대화입니다. "공산당의 위대한 영도" 운운은, 전부는 아니라도 상당수 엘리트층의 입맛에 대단히 맞지 않는, 일각의 분위기를 선명히 반영하는 에피소드라고 할 수 있죠. 2년 전쯤에 도올이 새 책을 내었었는데, 거기 보면 중국 공산당의 영도 체제를 놓고 "세계사에 일찍이 없던 기적"이라든가, 몰락한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를 두고 "인덕이 부족"하다든가, 시진핑을 두고 온갖 역경을 헤치고 인민 대중의 신망을 한몸에 모으게 된 큰 인물이라는 식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저 북경대 교수가 행여 그 책을 읽기라도 하면 뭐라고 평가를 내릴지 몹시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때로는 중국관변학자들보다 한국의 몇몇 지식인이 몇 발짝을 더 내디디는 국면을 보는군요. 반미 감정은 386세대들의 공통정서라서 뭐 그러려니 하는데 그렇다고 이게 맹목적인 친중으로 치닫는다면 그건 현지 중국인들마저 비웃을 일 아닌가 해서요.

중국경제의 현실을 분석한 책은 대개 "꽌시" 타령을 하고 뭘 인맥을 잘 다져 놓으라는 둥 평소에 떡밥을 두둑이 먹여놓으라는 둥 천편일률적인 충고가 실려 있습니다. 그러나 대개 구체성이 부족한 데다, 이걸 (잘못)읽은(혹은, 풍설로 주워 들은) 한국인 사업가들은 한국식으로 "접대"를 시도하며 더 큰 무리수를 두다 돈은 돈대로 날리고 성과는 전혀 못 얻고 망신, 경멸은 그것대로 당하는 등 탈탈 털리고 건강은 건강대로 망치고 한때의 잘나갔던 영화를 뒤로 한채 거덜이 나 귀국하는 비참한 신세를 겪는 일도 흔히 봅니다. 이럴 때일수록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불태"라는 고대 중국 병법가 손자의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죠. 책 제목이 "중국 경제 권력 지도"입니다. 대개 중국의 정치 권력과 경제 권력이 유사한 지형 상에 분포한다고 여기지만, 디테일로 들어가면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데, 그간 우리가 중국에 대해 잘못 알던 상식도 화끈히 교정해 주고, 불리한 건 불리한 대로 팩트를 제시받는 등 유익한 점이 매우 많았습니다.

저자는 중국의 반부패 사정(司正)에 대해 매우 회의적인 눈길로 봅니다. 몇 년 전 민중들도 "우리 시 주석 눈에 잘못 걸리기만 하면 제아무리 고관 대작이나 부호들도 하루아침에 목이 달아난다"며 통쾌해들 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무지몽매한 군중심리의 발로에 지나지 않으며,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정적(政敵)의 제거, 숙청" 수단 이상이 아니라는 겁니다(서양 언론의 보도 등에도 근거). 경쟁 상대의 부정부패에는 단호히 칼을 빼어 들고, 자측의 비리에는 관대히 눈을 감는다면 이런 사정 조치에 다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저자는 신 왕조가 구 왕조를 대체하며 들어서고 번영하다 몰락하는 3단계 이론이 지식인들 사이에 큰 지지를 얻는 중이라며 이를 소개합니다. 신왕조 역시 구왕조를 복제한 시스템에 불과한데, 다만 그 과정에서 기득권이 대폭 해체되므로 사회의 숨통이 트이고 생산력이 크게 증대한다는 겁니다. 이때 벌어지는 경제 활성화는 기층 민중으로부터까지 큰 지지를 이끌어냅니다. 이건 중국뿐 아니라 한반도 역사사의 고려-조선 교체기를 상기해도 됩니다. 정도전이 그렇게 큰 신망을 모았던 건 권문세족 지배체제를 해체하고 농민에게 토지를 돌려줬기 때문인데, 1948년 당시 삼칠제 정도의 미미한 유상몰수 유상분배도 당시 농민들에게 "그게 어디냐"며 큰 환영을 받았었죠. 역사 교과서나 한길사 간(刊) <해방전후사의 인식>에도 다 나오는 사항들입니다. 그러던 게 역시 적폐가 쌓이고 쌓이면 결국 구 왕조와 다를 바가 하나도 없게 되고, 모순과 부패가 시스템 감당 수준을 넘어서면 붕괴하며, 이런 패턴이 전 역사를 통해 지겹게 반복된다는 거죠.

저자는 당송 팔대가 중 한 사람인 유종원의 <봉건론(封建论, 封建論)>을 인용하며, 왕실은 민(民)을 조종하여 대호(大戶)를 견제할 수 있지만 군중심리의 변덕스러운 불똥이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날카로운 지적을 덧붙입니다. 이게 성공적이었던 사례로는 마오의 문화대혁명 중 홍위병을 악랄하게 충동질했던 경우가 있었죠.

마윈의 알리바바가 성공한 이유도, 이미 구미에서는 일찌감치 해결된 "트러스트"의 문제에 대해, 간신히 중국 소비자들에게 솔류션을 제공한 그 이상이 절대 아니라고 저자는 단정합니다. 세계를 향해 발돋움하려는 그의 야심이 과연 잘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퀘스천마크가 달려 있는데, 앞에서도 지적했듯 이미 유럽이나 미국 등 구매력 높은 시장은 그런 팩터에 신경쓰지 않기 때문이죠. 며칠 전 마윈이 한국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을 적극 돕겠다고 약속했으나 그런 허울 좋은 감언이설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지도 극히 의문입니다.

중국은 전 경제 섹터에 대해 강력한 규제를 실시하지만 유독 인터넷 기업들에 대해서는 대단히 완화된 입장인데, 그래서인지 향후 엔터테인먼트의 미래를 쥐고 있다 할 게임 시장에서의 중국 기업 약진이 매우 놀랍습니다. FT는 최근 "이제는 미국이 중국을 카피하는가?"란 제하의 기사에서 왓츠챕이 중국의 위챗을 모방한 계정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분석을 했다고 저자는 소개합니다. 물론 의미 있는 현상이겠으나 이만큼 경제 규모가 커진 중국이 아직도 남의 기업 전략이나 기술을 훔쳐 오고 베끼는 수준에서 못 벗어났다는 사실이 더 심각하다고 봅니다. 반면 저 위챗 사례는 극히 일면의 반영 아니겠습니까. 또 저자도 지적하듯이, 전근대적인 게임 규제나 선입견은 이제 한국 정부가 과감히 떨쳐 버려야 할 시점이라고 봅니다. 정권도 바뀌었는데 왜 이런 건 바보같이 유지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게임과 VR, AR에 가장 머리 좋은 젊은 인력이 대거 투입되어야 한국처럼 놀기 좋아하는 사회가 그 체질과 잠재력을 산업화, 현금화(?)시킬 수 있습니다. 시진핑도 "왜 중국은 태후(태양의 후예) 같은 드라마를 못 만드냐"고 한탄도 하지 않았습니까.

책을 보니 <인민의 이름으로>라는 드라마가 얼마 전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고도 합니다. 불과 며칠 전 의식불명이란 충격적 루머(현재는 그저 산후 조리중이라고 다시 발표가 났습니다만)로 다시 국내 네티즌의 관심을 모았던 추자현의 <회가적 유혹(번역은 "아내의 유혹"인데 다분히 의역이죠)>의 기록을 근 6년만에 깨뜨렸다고 하네요. 이 드라마의 놀라운 점은 그간 소재로 금기시되어 온 "정치인의 부정부패, 정경 유착" 등을 정면 조명했다는 사실입니다. 저자는 덧붙입니다. "만약 공직자 재산 공개 제도 등이 시행되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나라를 파멸 직전까지 몰고간 어느 무능한 대통령이 한국에 있었으나, 이 자가 그래도 하나 잘 한 일이 바로 "공직자 재산 공개, 금융 실명제" 같은 업적이었습니다. 과연 중국은 이런 신랄하고 엄혹한 시험에 마주친다면 감당을 해 낼 수 있을까요? 이게 정말 되면 G2가 아니라 그를 넘어 아예 세계 패권국이 될 자격이 있습니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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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수출입회계와 세무실무 - 개정 18판
김겸순.정재완 지음 / 조세통람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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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기업의 회계는 타 기업의 경우와 적용 원칙 면에서 차이가 상당히 납니다. 우선 수익의 인식 기준 시점 문제가 있는데, 신용장이란 신용이 탄탄한 수입자 측의 거래 은행이 수입 대금의 지급이 문면대고 이행 될 것임을 약속하는 증서입니다. 그러나 이 신용장이 수출자(판매자) 측의 거래 은행을 거쳐 수출 기업 측에 도달했다고 쳐도, 그것만으로는 분개 사항이 발생하는 건 아닙니다.

신용장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 일람출급 신용장이 있고, 기한부 신용장이 있습니다. 전자는 "일람출급"이란 말 그대로, 선하 증권 등의 제반 서류를 제시하는 시점에 바로 대금 지급이 되는 조건입니다. 수표나 어음 등 유가증권도 이런 일람 지급 방식이 있죠. 후자는 쉽게 이해할 수 있듯, 제시 시점으로부터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대금을 지불하는 방식입니다.

수출 대금 지급 방식도 두 가지가 있는데 역시 상식으로 널리 알려진 것입니다. FOB는 Free On Board의 준말인데, 계약에서 원격지 간의 거래는 반드시 물건의 인도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때 물건에 탈이라도 생기면 누가 손해를 떠안느냐를 놓고 분쟁이 생기기 일쑤이므로, 이런 건 계약 체결 시점에서 미리 정해 두어야 합니다. 매수인이 지정한 선박에 화물을 싣는(적재하는), 딱 그 시점까지가 매도인(수출자)이 책임지는 거고, 그 이후에는 매수인의 책임입니다(선박에 불이 나건 침몰하건 도난을 당하건 간에). free on board란 매도인 입장에서 하는 말이죠.

반면 CIF라는 것도 있습니다. cost, insurance, freight의 약자입니다. 수출물품의 보험료 등 비용을 수입항까지 수출자가 부담하는 건데, 저 중 freight나 cost의 차이가 각각 뭔지 궁금해하는 분도 있습니다(많은 이들이 그게 그게 아니냐고 합니다). cost는 송장(invoice )입니다. freight는 이른바 B/L, 즉 선하증권입니다. insurance는말할 것도 없이 보험 증권(~ policy)을 표현하는 거죠. 슈수입항에서의 운임 등 제반 비용까지도 수출자가 부담하고, 운송 도중의 멸실을 헷징하는 보험료까지도 수출자의 부담입니다.

예전부터 수출 기업의 사업 의욕을 장려하고 이중과세 방지 취지에서 수출품에 대한 부가가치세 정책은 영(零. zero)세율로 유지합니다. 영세율과 면세는 차이가 있는데, 후자는 농산물 등에 적용하는 거죠. 면세의 경우 매입세액 공제를 받지 못하므로 영세율이 보다 유리하다고 불 수 있습니다만 업종 자체가 서로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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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를 통해 배우는 중소기업 회계기준 해설 - 회계기초부터 세무조정까지, 최신판
엄윤 지음 / 삼일인포마인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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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이론적으로 정통한 인력이라고 해도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절차를 통해 일이 돌아가는지를 감 못 잡으면 현장에서 고전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2013년에 새로 제정된 중소기업회계기준에 대해 보다 정확한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서, 이처럼 실제 사례를 제시하고 규정이 각 단계마다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정확히 이해하게 돕는 책이 누구에게나 필요합니다.

이 책은 2016년판입니다. 그간 새로 추가되거나 개정된 것도 있고 이 중에는 회계 기준 성격 전반에 미치는 중요한 사항도 있습니다. 그래도 특정 시점에서 대상에 대해 꼼꼼한 분석이 이뤄진 책은 이후 시점에서 읽어도 큰 도움이 되더라구요(물론 이 책 자체가 개정판이 나오면 더욱 좋지만). 대개, 법은 자주 개정이 이뤄지고 개정 이후 시점에 나온 주석서나 해설서는 쓸모없다며 버리는 이들도 있는데 그거 잘못 생각하는 겁니다. 규정은 어느 시점에 하늘에서 뚝 떨어진 건 없습니다. 과거에 이러이러한 규정이 있었고 현재는 그를 바탕으로 하여 개정, (설령 폐지, 삭제라고 해도) 제정이 이뤄진 겁니다.

따라서 과거 규정에 대해 이해가 밝은, 정통한 분들은, 현재의 규정 의의에 대해서도 보다 선명한 파악을 하고 있습니다. 뿐 아니라, 규정이 개정되어도 이전 법규의 적용을 받는 예도 실무에서 허다합니다. 그럼 몇년도부터 몇년도 사이에는 법규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일일이 추적을 해야 하는데, 어설프게 아는 사람들(전문가 타이틀을 달고 잇는데도)에게선 이런 이슈에 대해 우리가 전혀 도움을 못 받습니다. 대상의 통시적 파악이란 그래서 공시적 이해의 차라리 전제 조건입니다.

역시 삼일인포마인 책이라서 편집이나 그래픽 쪽에는 단연 독보적입니다. 요즘은 어디 책이 텍스트만 알차다고 환영을 독자들에게 받던가요? 이처럼 비주얼에서도 강점을 지녀야 좋아들 하죠.

중소기업회계기준이라고 해서 일반 IFRS 반영 기업 회계 기준과 내용이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곳을 보십시오.

11조 1항
‘유형자산’이란 재화를 생산하거나 용역을 제공하기 위하여, 또는 타인에게 임대하거나 직접 사용하기 위하여 보유한 물리적 형체가 있는 자산으로 1년을 초과하여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산을 말한다.


이번에는 일반기업회계기준 10.4를 보겠습니다.


‘유형자산’은 재화의 생산, 용역의 제공, 타인에 대한 임대 또는 자체적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보유하는 물리적 형체가 있는 자산으로서, 1년을 초과하여 사용할 것이 예상되는 자산을 말한다.


약간의 문구 수정이 있을 뿐 서로 아무 차이가 없습니다.


제13조(기타비유동자산)
① ‘기타비유동자산’이란 투자자산, 유형자산 및 무형자산에 속하지 않는 비유동자산을 말한다.
② 기타비유동자산에는 임차보증금, 장기매출채권, 장기선급비용과 장기미수금 등이 포함된다.



실2.38 기타비유동자산은 임차보증금, 이연법인세자산(유동자산으로 분류되는 부분 제외), 장기매출채권 및 장기미수금 등 투자자산, 유형자산,무형자산에 속하지 않는 비유동자산을 포함한다.


역시 서로 비슷하죠. 특히 이연법인세자산 등에 대해 언급이 없는 건, 지분법회계에서 복잡한 회계처리를 배제하는 태도와 연관해서 제법 중요한 함의를 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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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회계기준 해설
법무부 엮음 / 신영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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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연히 사적 영역인 회사에서 장부를 쓰는데 획일적인 기준을 왜 강요받냐고 묻는 사업가들도 있습니다. 맞는 말씀이나, 해당 기업이 공개시장에 상장되거나 한다면 이땐 또 경우가 다르죠. (지금 세무 이슈는 일단 논외로 하고라도요) 투자자나 일반 주주들은, 이 기업이 과연 믿고 투자할 만한 기업인지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세밀히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려면 사장님이나 관계자 말만 믿고 결정할 수 없고, (그 유명한 표현인)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한 회계 관행"에 따라 장부와 보고서가 작성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중소기업의 경우, 국제표준에 맞춘 기업회계기준을 너무 엄격히 적용하면 업무에 지장을 입을 우려가 있습니다. 아무리 회계 기법이 대중화해 가는 현실이라 해도, 여전히 대부분(기업인, 경영인들 포함)은 복잡한 기장 테크닉에 낯설어합니다. 회계 전문 인력이 많이 공급되는 요즘이지만 fee는 여전히 부담스럽고, 이 과정에서 혹 업무비밀 등이 노출되는 건 아닌지 걱정할 수도 있습니다(공연한 기우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이때문에, 다소 때늦은 감이 있으나, 2013년 2월 1일에 중소기업회계기준이 제정, 공표되어 중소기업만의 특례(완화된 원칙)를 인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회계기준은 그 자체로 강제력 있는 법규가 아니지만, 많은 실정법에서 이를 원용하기에 사실상 법규처럼 통용되는 게 현실입니다.

제정 당시 두드러진 특례 중 하나는, 이른바 장기 할부 매출의 경우, "1년 이상의 기간에 걸쳐 이루어지는 할부매출은 할부금 회수기일이 도래한 날에 실현되는 것으로 할 수 있게" 허용한 규정입니다. 보통 기간이 경과할 때마다 할인차금을 환입해 가며 매출원가 계정에 채워 나가는 게 원칙입니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경우, 아예 처리 원칙 자체를 이처럼 완화했다는 게 눈에 띄죠. 물론 대기업 실무에서도 일일이 할인차금을 설정하고 현가로 할인하여 기입하지는 않습니다. 이런 편법(?)이 허용되는 건, 회계상의 원칙 중에도 이른바 "중요성의 원칙"이란 게 있어서, 너무도 자질구레한 건 무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그래서, 진행기준/완성기준의 엄격한 준별은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이뤄지지 않는 편이죠.

이 중소기업 회계 기준은 그간 꾸준히 개정도 되었는데, 가장 중요한 사항은 2017년에 이뤄진 31장입니다. "보유하고 있는 지분증권 중 시장성이 없는 것에 대해서는 역사적 취득원가로 평가할 수 있다." 같은 게 대표적인데, 그간 지분법 연결회계를 도입하여 자산 은닉이나 과소평가를 막으려 했던 추세와는 크게 다르죠. 갈수록 힘들어지는 중소기업 생태계의 척박화를 고려하면 사실 당연한 정책적 배려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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