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스 텝스(TEPS) 최신기출유형 실전모의고사 문제집 - 텝스 모의고사 6회분 : TEPS 최신 시험 출제경향 반영 / 실제 시험과 동일한 성우 음성 MP3 / 최다 모의고사 6회분+정답+스크립트+해석 해커스 텝스 최신기출유형 실전모의고사
해커스어학연구소 지음 / 해커스어학연구소(Hackers)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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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텝스는 여전히 까다로운 포맷이며, 토익과는 달리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 문답 구조가 아닙니다. 남김 없이 문장이 다 들렸다 해도 4개 선지 중 가장 논리적인 답을 골라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기초 실력을 탄탄히 다졌다 해도 실전 감각을 따로 기르기 위해 이처럼 모의고사 형태로 된 교재로 연습을 해야 합니다. 영어 좀 한다고 자부하는 분들도 최고난도의 이 교재로 진짜 자신의 실력은 어느 정도일지 점검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이 책은 청해, 어휘, 문법, 독해 네 영역을 모두 다루는 종합 문제집입니다. 아무리 영어 실력에 자신이 있어도,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기본서를 적어도 한 번은 읽고 시험에 임해야 할 줄 압니다. 토익이든 텝스든 자주 출제되는 표현과 어휘가 따로 있으니 이에 익숙지 않으면 일단 듣기 음원이 뭐라고 하는지 말이 안 들립니다. 괜히 좌절할 게 아니라 본인이 기초 표현을 과연 열심히 익힌 후인지 먼저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교재 연관하여 듣기 파일, 단어장 등이 공홈에 게시되어 있으므로 회원 가입 후 꼭 다운 받아야 합니다. 청해 문제 풀이를 위한 MP3 다운은 말할 것도 없고, 단어장(pdf) 등도 폰에 넣고 다니며 수시로 익혀야만 합니다.

테스트는 총 6회분인데 봉투형이 아니라 책자형이고 해설집과 문제집이 완전히 분권되어 따로 나와 있습니다. 따라서 이 문제집만 사서 보면 비능률적입니다. 공홈에 해설 pdf가 따로 없으므로(토익 실전 1000제는 이 시리즈와 달리 무료 pdf가 게시되어서 어느 정도는 커버 되더군요) 해설집도 따로 사야만 하겠습니다.

테스트 1의 1번에서 답지 중 (c) Sure, my flight isn't until eleven.이란 문장은, 얼핏 들으면 isn't인지 is인지 헷갈립니다. 어제 트럼프도 would 하고 wouldn't를 헷갈렸다고 변명하던데 사실 원어민들도 이 미약한, 약간 성대만 떨면서 내는 t를 못 들을 때가 있습니다. 단 이 문제에서는 뒤의 until이 모음으로 시작하므로 그 앞에 살짝 얹히는 게 분명히 느껴집니다(마치 "턴틸"처럼). 이건 오답이니까 신경 안 쓰고 넘어가야지 뭐 이러지 마시고, 이런 문항이 정답으로 떡하니 등장할 경우를 대비해서 보다 체계적인 대비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2번에서 여인이 book이라고 하는지, cook이라고 하는지 똑똑히 들어야 하겠습니다(즉 예약을 할 시간이 없었다는 건지, 요리를 못했다는 건지). (a)가 당연히 답이지만, eat out이 빠르게 바름되어 "이라~"처럼 들리므로 뭔 말인지도 모르고 지나가는 수가 있습니다. (b)도, 여성이 뭔가 미안해하는 듯한 말 끝에 이어지므로 "I don't care." 로 시작하는 게 꽤 매력적입니다만 바로 그런 심리를 노리고 판 함정입니다. 뒤의 "I'm starving."이 전혀 어울리지 않아서 오답입니다. (d)는 마치 비꼬는 소리처럼 들립니다.

16번을 보면 여성이 자기 딸을 그라운드시켰다고 먼저 말합니다. 보통 (자녀, 피보호자 입장에서) 외출 금지를 당했다고 하면 be grounded라고 수동태로는 아주 많이 쓰며 교재들에도 자주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처럼 부모 입장에서 능동으로는 조금 드물게 듣죠(적어도 어학 시험에서는). (a)는 지금 하는 게 좀 유감이라는 것이므로 오답이며, (b)는 앞뒤가 안 맞고(가혹하다고 했다가, 겨우 몇 주 외출 금지라고 평가함), (c)에서 부모 노릇(parenting)이라는 말을 잘 알아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d)에서 저는 앞의 fair enough라는 말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보기에 따라서 (d)도 앞뒤가 안맞다고 볼 수 있거든요(아이 편 드는 듯하다가 애한테 어떤 선이 필요하다고 하니) 그런데 이 fair enough는,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현실의 제약 때문에 타협하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른바 "태세 전환(ㅋ)"을 할 때 아주 그럴듯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25번은 두 남녀의 대화입니다. "지금 그거 새 옷 입은 거야?"라고 남자가 말을 시작하죠. "충동 구매"라고 여성이 (스스로) 말했으니, 아마 옷이 비싸지 않았겠나 하고 우리 응시자(리스너)들은 추측할 수 있고, 실제로 상대 남성도 그렇게 대화를 끌고 갑니다. 근데 이런 대목에서 텝스는 방향을 확 틀어 버립니다. 여자가 가격이 "슬래시"되었다고 하죠. 그러자 남자도 "(여성이) got a steal" 했다며 맞장구를 칩니다. 이런 상황 관련 숙어 표현을 평소에 잘 알아 두어야 이런 대화가 무리없이 귀에 들어올 겁니다. 처음에 비싼 옷 샀다는 회제인 줄 알았는데, 듣다 보면 전혀 반대 방향으로 진상이 드러나는 이런 패턴도 텝스만의 개성이죠. 최고의 전문가들이 과연 멋지게 문제화를  한 내공이 증명되는 듯합니다. 그러니, 문제를 다 듣지도 않고 몇 가지 요령에 기대어 고득점하는 게 텝스에서는 어렵다는 겁니다.

34번은 같은 내용을 두 번씩 들려 주는(여성/남성), 내용 이해를 테스트하는 문제입니다. 일단 have yet to 같은 표현의 뜻을 알아둬야 (지문의 요지, 결론을) 정반대로 짚지 않게 되죠. augment가 동사로서 "증가(강)시키다"란 뜻을 갖는 것도 청해 영역에서는 좀 드물게 만납니다(병역을 카투사로 이행하신 분들은 잘 알겠네요). ceilings as facilely as floors 같은 어구, facile을 그저 어휘문제용으로만 대비한 수험생은 이 말이 귀에 잘 안 들어올 겁니다. ceiling과 floor가 서로 대비되는 말이니 여기서 전체 상황이 어떠한지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이 모두가 gecko("게코"라고 성우분이 또렷이 읽어 주네요)의 생리를 이해하게끔 그림을 그려 주는 설명입니다. 이런 문항에서는 괜한 함정을 파거나 논리를 요구하진 않고, 기술(description) 사항만을 정확히 이해하면 충분하죠.

테스트 2 어휘 11번에서, 후반부에 sulfric acid란 말이 나오므로 그것만 보고서도 답이 (b) corrosive임을 알 수 있습니다. 28번은 답이 누가 봐도 (a) promulgate 밖에 될 게 없지만, 해커스의 진가는 해설집에 있죠. 잠시 해설집(별권 별도 구매해야 합니다. 이 문제집책 뒤에도 스크립트와 해석이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을 보면, 오답인 protract와 protrude 같은 단어는 어떤 단어(목적어)와 잘 어우리는지 (이른바 collocation) 한 가지씩 예를 들고 있습니다. 단어만 고립적으로 외워서는 실력이 늘지 않으므로 이런 예도 같이 공부해야 합니다.

테스트 3 문법의 9번을 보면 답은 (d)인데, 문맥상 그녀가 돈(밀린 보수)를 받은 게 있다는 소리이므로 owe 동사가 능동이 아니라 수동이 되어야 합니다(능동이면 거꾸로 그녀가 타인에게 돈 줄 게 있다는 뜻이죠). 이런 간단한 것도, 동사 owe의 용법에 대해 정리가 분명히 안 되어 있으면 두 눈 버젓이 뜨고 틀립니다.

문법 25번은 (a)가 답인데 permission이 불가산명사(uncountable)인 줄은 누구나 알지만 정작 이런 문제를 만나면 "아, 허가가 일회라기보다 여러 번 받아야 할 성격이지?"라며 a permission 혹은 permissions를 고르기 일쑤입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그게 어디 사안에 따라 다 다르지 딱 정해진 답이 있겠습니까? 고로, 가산명사로 취급하면 저 둘 다 정답이 되거나 다 오답이 되거나이겠으므로, permission이 불가산으로 취급되는 (a)밖에 답이 남지 않음을 쉬이 짐작할 수 있습니다. (d)는 안 될 건 없는데 끝에 복수 접미사 -s가 붙어서 오답입니다. 여기서 문제 풀이와는 무관하게 conciliar means라는 게 좀 어려운 표현인데, 행정 기관에도 장(長) 1인이 결재하는 사항이 있고 협의체(자문기관)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게 있죠. 그 중 후자를 말합니다.

독해 22번은 우리가 중학교만 들어가도 배우는, cook은 명사일 때 요리사이며 cooker는 요리 기구를 뜻한다는 그 사항이 그대로 나오는 지문입니다. cooker와 같은 말로 cooking device가 본문 중에 등장하기도 합니다. malign과 unfair reputation도 서로 뜻이 통하는, 이른바 rephrasing이죠. 헤설에서는 단칼에 잘라, (d) 같은 건, 본문에서 분명 압력 조리기구가 안전하다고 했는데 부상 운운했으니 오답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많은 수험생들은 본문 중에 "안전 면에서의 혁신"을 언급하는 대목이 있으므로, 이 (d)도 근거가 있는 것 아닐까 착각하곤 합니다. 그렇다 쳐도 (d)는 논리적 비약인데, 해커스 시리즈는 이런 매력적인 오답지를 절묘하게 잘 고안해서 독자에게 수험 적응력을 효과적으로 키워 준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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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dals0310 2018-08-01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 혹시 테스트 3의 리스닝 답지 가능한가요?
 
해커스 토익 실전 1000제 1 LC Listening 해설집 (리스닝) - 최신 토익 리스닝 실전 기출 유형ㅣ오답분석까지 포함한 상세세 해설 수록 해커스 신토익
해커스어학연구소 지음 / 해커스어학연구소(Hackers)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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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스는 문제도 잘 만들지만 해설을 알차게 꾸미는 게 또 두드러진 장점입니다. 문제를 틀리면 일단 기분이 상해서 해설을 심드렁하게 보고 넘어가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면 같은 실수를 계속 반복하게 됩니다. 내가 잘하는 건 이미 잘하니까 계속 무슨 페티시 보듯 몰두할 필요가 없고, 못하는 영역으로 빨리 넘어가서 보완을 해야 합니다. 그럴 때 해커스 교재는 틀리는 이유를 다양히 분석해서 여러 대안을 제시하는데, 응시자 입장에서는 이런 자상하고 예리하며 포괄적이기까지 한 설명, 포맷이 큰 도움이 됩니다. 


문제가 거의 다 들리고 답도 맞혔지만, 해설지의 스크립트를 보면 "어 이런 게 있었나?"하고 새로운 사항이 눈에 띌 때도 있습니다. 이때 "에이 어차피 맞힌 문제인데"하고 가벼이 넘어가면 안 됩니다. 다음 시험에서 발목이 잡힐 수도 있고, 어차피 스펙을 넘어서서 진짜 외국인과 막힘 없이 대화를 해야 하는데 흘려 듣는 구석이 가능하면 안 남아야 그게 진짜 실력입니다. 따라서 정답 적중 여부와 무관하게 스크립트는 꼭 챙겨야 하며, 교재의 해설도 꼼꼼히 읽어야 실력이 최종적으로 잘 다져집니다. 


테스트 7의 53~55를 보면, 간만에 미국인 여성과 캐나다 남성, 즉 두 북미인이 대화하는 내용입니다. 보통 미국인들이 발음을 잘 뭉개고 영국식이 또렷하게 읽어준다고들 하지만 개인차가 더 크고요. 이 문제에서 확인할 수 있듯 우리 한국인들 귀에는 실제 접촉 빈도도 그렇고 영화 같은 걸 많이 봐서인지 북미인들 발음이 훨씬 친숙합니다. 내용은 여성 고객이 은행에 다시 들어와 폰을 놓고 간 듯하다고 하자, 남성 직원이 일단 "분실물 보관함"을 확인해 주고 그 결과를 알린 후, 여성 고객에게 책임자로서 자신이 어떤 조치를 할지 말하며 안심시키는 이야기입니다(친절도 하셔라). 대체로 무난하고 속도도 좀 느린 편이나, found box 같은 말 뜻을 모르면 내용 파악에 있어 다소 멈칫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다 쳐도 문제 자체의 난이도가 낮은 편이라 응시자들이 답은 대부분 맞힐 듯합니다.


74번은 미국인 화자가 혼자서 말하는 형식입니다. 화제가 심각해서인지 여성분 어조가 격앙된 듯도 하고 성우분이 연기를 잘하는(?) 것도 같습니다. 마지막에 "부담 없이 ~하십시오"라고 할 때 Feel free to~라고 하는 말투를 잘 알아둬야겠죠. 토익뿐 아니라 어느 어학 시험 LC에도 자주 나오니까요. 


특히 이 파트에서 토익 LC는 문제 형식이 꽤 정형화한 편이라, "이 대화, 메시지의 의도가 무엇인가" 같은 건 반드시 묻고 넘어가는 편입니다. 딱히 함정 같은 것도 없고요. 그래서 혹 몇 단어가 안 들린다 해도 일단 시험에서 고득점하는 게 목적이니까 현장에서 막 자책할 게 아니라 구차하게라도 자기 귀에 들리는 단어를 잘 메모해 놓고 최대한 점수를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해커스 교재, 특히 해설집을 보면 "이런이런 요령만 알아도 답이 눈에 빨리 들어오겠다" 싶은 좋은 인스트럭팅이 많습니다. 초반은 전 지문(메시지)의 목적이 다 담겼으므로 특히 주의해서 듣는다. 인명이 나오면 신분과 직책 설명을 반드시 메모해야 한다 등등, 이른바 "질문의 핵심어구(listner must do)" 유형을 잘 정리해 줍니다. 시험뿐 아니라 세상사 모두가 요령에 달린 것 아니겠습니까.


테스트 10의 65~67은 대화도 들어야 하고, 문제지(이 책 말고 별도 문제집. 물론 이 해설집에도 또 중복해서 실어 놓았습니다. 그 정도 편의를 제공 안 할 이 동네 센스가 아니죠)에 보면 쿠폰 내용의 텍스트도 같이 읽어야 합니다. 발음은 영어 강사들이 누차 지적하듯 "큐폰"이라 발음해야 합니다. 호주 남성과 미국 여성이 번갈아 말을 하는데(대화하는데), 앞에서도 말했듯 어디까지가 일반 명사이며 고유명사인지 구분을 해야 맥락을 빨리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 문제 같은 경우 앞에서 여성이 "선호하시는 브랜드가 있나요?"라고 물어 보기 때문에, 아 뒤의 남성 대답 중에 어떤 고유명사가 나오겠구나 하고 (그 짧은 시간에) 심리적 대비를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시험이 그러하지만, 특히 어학 공부에는 환상이 없습니다. 자택으로 날아오는 성적표에 찍힌 점수가 가장 정직한 자신의 진짜 실력입니다. 스펙으로 안 나타나는 나만의 장점 같은 건 사회에서 아무도 안 알아 줍니다. 남들 하는 스펙은 그것대로 다 쌓고, 그 위에 자신만의 장점을 추가해야죠. 이 해커스 교재만 봐도 알 수 있지만, 요즘은 진짜 실력 따로 있고 스펙용 실력 따로 있고 이런 시대가 아닙니다. 해설집에 나온 설명을 보면 집필자의 내공과 정성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책을 100% 활용해서, 보여주기용이 아닌 진짜 영어 실력을 쌓게 도와주는 책, 그것도 따로 독자가 활용법을 개척해야 하는 게 아니라 책 편제를 따라가다 보면 알아서 실력이 느는 책은 정말 드뭅니다. 다들 열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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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스 토익 실전 1000제 1 LC Listening 문제집 (리스닝) - 최신 토익 리스닝 실전 기출 유형ㅣ무료 해석 PDFㅣ온라인 실전 모의고사 제공 해커스 신토익
해커스어학연구소 지음 / 해커스어학연구소(Hackers)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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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토익이 신유형으로 바뀌고 난 후 리스닝 영역도 제법 큰 폭으로 변화를 맞이했습니다. 공인어학 시험이 대개 그렇지만, 주고받는 대화의 구조도 뻔한 패턴이 아닌, 다소 입체적이고 여러 레이어가 깔린 편이거니와, 그에 대한 답 역시 치밀하게 논리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꼭 오답을 내기 좋게끔 여러 함정이 놓여지곤 했습니다.

이 책은 실전 1000제(題)라고 타이틀이 달려 있습니다. 그래서 해커스 다른 레벨 교재들보다, 아무래도 난이도는 더 높은 편이라고 봐야 맞겠습니다(공홈의 분류로는 최고난도라고 되어 있더군요). 해커스 홈피에서 MP3 문제파일을 다운 받으신 분들은 알겠지만 속도도 실전에 맞춰 적절한 만큼 빠릅니다.

테스트 1, 파트 1의 4번에서 다소 억양이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성우가 호주 발음으로 읽어서 그렇습니다. 억양에 적응이 늦을 수는 있어도, 핵심 단어만큼은 또렷이 들리므로 사실 파트 1에서 응시자들이 그리 큰 어려움을 겪진 않습니다.

15번 같은 경우 호주식 발음으로 묻는 걸 들은 후, 영국식 발음으로 답하는 유형입니다. 문제에서 charge라고 하는 건 분명히 들리는데, 이 charge가 "요금의 책정"인지, 아니면 "충전"인지를 두고 갈등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혹 전자로 오판했다고 쳐도, 이어서 들리는 (a), (b), (c) 중 어느 선지에도 그것 관련 답은 없으므로 너무 당황할 필요 없이 올바른 답(아마 b이겠으나, 해설집을 봐야 하겠죠)을 고를 수 있습니다.

16번 같은 경우 "간만에" 깨끗한 미국식 억양(우리에게 익숙해서 더 안심이 되는)으로 질문하는데, 답은 호주식 발음으로들 읽어 주는 그런 문제입니다. 마지막에 "called back yet?"으로 빠르게 연이어 읽을 때 약간 영국식처럼 들리기도 하는데(제 주변에 어떤 분은 "코배캬"가 뭐야?"라고 묻기도 하더군요 ㅋㅋ), 무튼 LC에 어지간히 훈련 적응된 응시자라면 그리 크게 당황하지는 않을 겁니다. rear(뒤편)도, 이게 호주식이라는 걸 감안 안 하면 아마 real로 잘못 캐치할 수도 있겠습니다. 교재에서 일일이 안 짚어 주더라도, 내가 어느 부분을 잘못 듣거나 흘리는지,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 정직하게 점검을 해야 실력이 늡니다. 해커스 교재는 수험생들이 착각하거나 취약한 대목을 용케도 문제화해서, 연습 단계에서 막 틀려가며 자기 단점을 보완하게 (적나라하게) 들추는 면이 참 좋습니다. 연습 때 많이 틀리고 자기 단점을 찾아 놓아야 실전에서 잘할 것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내 약점을 들추는(?) 책이 고마운 책입니다.

32번부터는 파트 3이 시작되는데, 이 역시 두 사람이 약간 긴 대화를 주고받지만 둘의 억양이 각각 다른 나라(미영호캐)의 개성을 대표하게 구성했죠. 35~37을 들어 보면 먼저 말을 꺼내는 여성분은 영국분, 말을 받는 남성분은 호주사람입니다. 영국 여성분은 비교적 속도가 느리고 우아하게 말씀을 하는데, 호주 남성분은 말도 빠를 뿐 아니라 그 특유의 호주 억양 때문에 약간은 우습기도 하고 당혹스럽기도 합니다(실제 저 정도는 아닌데). 여튼 이 정도 고난도에 평소에 적응해야 고사장 가서 당황 않고 문제를 잘 풀 수 있겠습니다. "폰 넘버"도 (문맥상 폰 넘버인 줄이야 알고 예측도 가능하지만) 무슨 "포인 넘버"처럼 들리는 듯합니다 ㅎㅎ

35, 36은 대부분의 응시자들이 정답을 쉽게 고를 수 있겠고, 37 역시 대화에 집중만 했다면 어렵지 않게 맞힐 수 있습니다. 문제에서, 남성 성우가 문항을 읽어 주면서도, 대화 당사자 여성의 한 마디를 인용할때는 다시 그 여성 성우가 등장하여 읽어 주는 패턴입니다. 여러 번 응시한 베테랑들은 잘 알겠으나, 행여 초보자라면 이걸 두고 "새로운 대화의 시작인가?" 처럼 오해할 수도 있겠으니 평소부터 이런 실전 교재에서 적응을 해야 하겠네요. 여튼 답 고르기는 어렵지 않으나, 텝스 등과 달리 한 번만 들려주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83번 같은 경우, 문제를 진행, 안내하는 분은 너무도 천천히 읽어 주셔서, 아마 많은 수험셍들은 "정작 본문을 좀 이 정도 속도로.." 같은 원망이 생길 만도 합니다. 그러나 실전에서 써야 하는 어학 실력이라면 그런 사정 봐주기는 안 통하며, 또 어학 시험에서 그래서야 어디 변별력이 생기겠습니까. 지문은 여성 한 분이 미국식 발음으로 다소 흥분된 듯(?) 빠르게 읽어가는데, 이 와중에서도 sixth 같은 단어를 읽을 때, [s]와 [th]를 분명히 구분하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자음 둘이 연달아 오면 하나를 뭉갠다는 이상한 원칙을 가르치는 이들도 있으나, 네이티브들이 이처럼 정석대로 발음을 하는데 다른 더 유력한 증거가 어디 필요하겠습니까.

테스트 5의 56번에서, 아직 서투른 응시생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대목은 어디서부터가 고유명사이며 어디서부터가 상황 설명에 동원되는 일반 명사 등의 나열인지 구분하는 요령입니다. 예를 들어 "아워 랜드로드 브렌다 프로스트"라고 읽을 때, 어떤 이들은 미세한 pause 후 읽혀지는 사람 이름과 직함(신분)이 구분 안 되어 애를 먹기도 합니다. 제 생각에는 왜 landlady라고 하지 않았는지 살짝 고개가 갸웃해지기도 하더군요. 내년부터 한 달에 300달러가 오른다고 했을 때, "이얼"하고 굴리지 않는(r을 조음 안하는) 영국식 발음이 두드러집니다.

앞에서 말했듯, 해커스 교재는 수험생의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책이 아니라, 수험생이 당장 실전에서 보완, 개선해야 할 부분을 좀 신기할 만큼 잘 짚어내어서 이를 문제화하고, 연습에서 많이 깨진 후 실전에서 잘 해내게 돕는, "입에 쓰고 몸에는 좋은" 그런 참고서입니다. 많은 수험생들에게 신뢰를 받는 비결이 여기 있는 듯합니다. 욕심 많은 수험생(욕심이 많은 게 옳은 겁니다)들은 타 교재들도 찾아가며 자기 주도 단권화를 하는 게 보통인데, 영어 과목에서 해커스 책은 그럴 필요가 없고 책의 커리에만 몸을 맡겨도 되는 게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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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경영 - 4차 산업혁명과 파괴적 혁신 대우휴먼사이언스 22
홍대순 지음 / 아카넷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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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적 혁신"이란 말은 하버드의 크리스텐슨 교수가 체계적으로 개념화한 이래,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 과제로 여겨져 왔습니다. 기존의 성과에 집착하지 말고 모든 것을 원점에서 시작하듯 혁신하라는 뜻인데, 이는 종전의 금욕적 장인정신이나 성(誠), 경(敬)의 미덕과도 배치되는 면이 있어 더욱 당혹스럽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역시 선택의 여지가 없는 강력한 시대정신이라면 이리 재고 저리 잴 것 없이 한 길로 내처 나아가야만 합니다. 마음에 끌리지 않는 구석이 있다면 그건 자신을 둘러싼 시대가 잘못된 게 아니라, 내면의 타성이 발목을 잡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든든한 자본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이를 상품화할 수가 없었습니다. 카를 마르크스가 "생산 수단 소유의 독점화" 운운하며 자본가 계급을 맹비난하고 나선 건 이 때문이었는데, 그러나 이제는 3D 프린터의 발명(앞으로 갈 길이 아직 멉니다만)으로 만인 생산자의 시대가 성큼 다가왔으니 그의 이론은 중요한 기반 하나를 결정적으로 다시 상실한 셈입니다. 이제 시장에서 실패하는 건 본인의 창의성과 아이디어가 부실한 탓이지 다른 누구의 잘못이나 구조적 비리 따위 구실을 둘러댈 수 없게 되었으므로, 껍데기는 가고 알곡만 남는 진정한 경쟁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전부터 기업은 고객들에게 기획과 아이디어 참여, 개진의 기회를 열어 왔습니다. 이는 관심을 끌어 제품(아직 태동 단계도 아니지만) 홍보를 꾀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그보다는 기업/소비자의 경계 자체가 허물어지는 시대 대세의 반영이라고 봐야 더 정확할 듯합니다. 소비자는 기업의 상품을 팔아주기만 하는 타깃 집단, 배출구가 아니라, 그 일부가 이미 기업에 참여하여 함께 작업하고 이익 일부를 분여 받는 일종의 파트너십 집단이 되어 버렸습니다. 따라서 기업이 소비자를 그저 전략적 공략 대상으로 삼는다든가, 소비자가 기업을 반사회적이라며 적대시하기만 하는 태도는 이미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폐습입니다. 소비자와 소통 못 하는 기업은 결국 도태될 뿐이며, 이런저런 기업에 한 발짝씩 거치며 이익도 챙기고 자아실현도 하는 영리한 시민이야말로 미래의 바람직한 경제 참여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걸 못 하면 본인이 무능한 탓일 뿐입니다. 맹목적인 반기업 정서 외에 아무 대안을 못 내놓는 어리석음이야말로 구시대의 프레임에 눈이 먼 낙오자의 우스운 몸부림입니다.

한편으로, 기존의 지식인 양성 시스템이란 주로 합리적이고 알고리즘 지향적인 좌뇌 우선형 인간의 현창에 그 초점이 놓였습니다(좌뇌/우뇌의 구분이 딱히 근거가 없다는 최근의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만 일단 통념에 기반하여 논의를 시작하는 게 편하죠. 이 책 p65에는 19세기부터 학계가 컨센서스를 이룬 좌우뇌 구분론을 잠시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간 오래 억압되었던 우뇌의 창의력, 예술 감각이 다시 해방구를 맞아, 이를 잘 발휘하는 인간형이 대중과 시장에서 환영받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이는 또한, 기존 좌뇌의 기능을 기계에 대폭 이양할 수밖에 없는 기술 진보가 누구 눈에도 뚜렷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아무리 계산 능력이 뛰어나도 컴퓨터의 연산 능력을 능가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독특한 관점으로 사물과 대상의 개성을 포착하고, 타인의 감성에 독창적으로 호소하는 방식은 기계가 도무지 흉내낼 수 없는 재주입니다. 기계가 (아직은) 죽어도 못하는 걸 잘해내는 인간이 높은 대우를 받는 건 당연합니다. 소통 능력 공감 능력을 요즘 부쩍 거론들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종래, 시장에서 환영 받는 상품은 기능이 뛰어난 부류가 가장 앞줄에 놓이는 편이었습니다. 비싼 돈 주고 사서 쓰는 건데 내게 해 주는 일이 많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지금은 기능도 기능이지만 나를 감성적으로 만족시키고, 나의 심미안을 일깨우는 "예술적 효용"을 갖춘 상품이라야 히트작의 반열에 오릅니다. "와우, 이거 예술인데!(p32)"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한 건 애니콜 시리즈의 성공, 보르도 TV의 유럽 내 대히트 등이 그 계기가 되었습니다. 전자나 후자나, 노키아나 소니 등 기존의 강자와는 달리 고객의 심미안까지 만족시키는 신의 한 수를 제품에 투영했기에 이런 쾌거가 가능했죠.

셀 폰 시장은 그후 애플이 프레임 자체를 통째 바꿔 놓았기에 다시 삼성은 추격자 레벨로 전락했지만, 정말로 다시 한번 도약을 이루려면 (애플을 제대로 "모방"하여) 현재 직사각형 구조에 머문 스마트폰 포맷을 근본에서부터 엎어버리는 혁신이 있어야 합니다. 이 때문에 해당 회사 안에서도 폴더블, 플렉서블 모델 고안에 골몰했다고 하는데 아직 뚜렷한 진전은 없죠.

이번 2018 FIFA 월드컵에서도 중국가전 기업인 하이신(海信. 영어로는 특이하게 Hisense라고 표기합니다. 의도는 짐작 가능하죠)이 경기 내내 피치를 두른 광고판에서 "激光電視 中國領先, (激光電視: 앞 구절 반복) 換代首選"이란 구호를 게시하며 관중과 시청자 들의 주목을 끌었습니다(솔직히 중국인 말고 누가 그 카피의 뜻과 형태에 주목할까 싶었지만). "격광전시"는 디지털 TV 라는 뜻이며(지금 누가 아날로그 TV를 쓰나요), "중국영선"은 "중국이 앞장선다", "환대수선"은 "세대교체를 이루며 먼저 (시장에서) 선택받는다"란 뜻인데, 삼성이나 LG가 십여 년 전 정말로 해외 시장에서 영선, 수선, 환대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을 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말만 요란히 앞세운다고 현실이 그대로 바뀌는 건 아니죠.

"복잡함은 그저 과잉일 뿐이며 결코 명품이 아니고 조직의 성과를 지향하는 기업에서는 엄청난 걸림돌이 된다(p57)" 그래서 대략 십 년 전 인도에서는 불필요한 기능을 다 빼버리고 정말 필요한 피처만 넣은 이른바 "역 혁신(리버스 이노베이션)"을 구현한 제품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는 또한, 최근의 이른바 "가성비 트렌드"와도 직결되어 있습니다) 뭐 영리한 소비자라면 사실 숨어 있는 다양한 기능을 매뉴얼 찾아가며 남들 안 쓰는 효용을 찾아먹는 게 똑똑한 짓인데, 다들 그렇게 따라할 수는 없겠으니 말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스마트폰 역시 PC에의 리버스 이노베이션이 성공한 예라고 생각합니다. PC를 정말 100% 활용하며 경제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이라면 스마트폰을 놓고 답답하게 생각하겠지만, 대부분의 평범한 소비자들은 그렇지 않겠지요.

기계적 합리성의 시대는 바로 좌뇌를 우대하던 시대입니다. 시골에서 농사 짓고 소를 팔아 대학에 자녀를 보내던 어르신들은, 인문이나 예술 등 추상적이고 모호한 전공을 매우 경원시했고, 반면 자녀의 공대 진학은 이런 이들의 로망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공부를 잘하기나 하면 모르겠는데 그렇지도 않고 그저 입으로 다 때우며 정작 문제를 풀어보라고 하면 손도 못 대는 가짜, 사이비가 너무 많아서 문제죠. 여튼 이런 사람들은 좌뇌형도 우뇌형도 뭣도 아닌, 입으로 다 때우는 밑바닥 사기꾼에 지나지 않습니다. 내용을 이해도 못하면서 IT 전문가니 보험 설계니 뭐니 사기를 치고 다니는데, 아마 태중에서 사이비의 지독한 태교 테러를 받아서 용모도 흉해지고 지능도 떨어지는 광대짓을 하게 된 것 아닐까 싶습니다. IT 전문가라면서 정작 초등학생들이나 배우는 함수 기초 개념을 읊고 앉았으니, 어느 천년에 진짜 IT 전문가가 될 수 있을까요? 이런 쓸데없는 짓을 하는 이유는, 사이비한테 태교를 잘못 받아서(태교가 아니라 테러 ㅋ) 인정 욕구만 강해지고 열등감이 하늘을 찌르게 된 게 다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인류사의 현인들은 "일과 놀이"를 범주적으로 구분해 왔습니다. "호모 루덴스"라는 인문적 학명이 말해 주듯 인간은 태생부터 놀기를 즐기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프리드리히 대왕 등 전제 (계몽) 군주들은 (체신 없게도) 벌판의 농민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왜 일을 안 하고 놀고 있니? 왕인 나도 이처럼 돌아다니고 있는데!" 하고 매를 치며 꾸짖었다고 하지만(본시 호언촐러른 가의 군주들이 촐싹대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 중 어떤 분은 전쟁놀이하다 나라를 다 말아먹고 가문의 문을 닫기까지 ㅋ), 진짜 혁신과 창의성은 "노는 중에 불현듯" 찾아오기도 한다는 사실을 잊은 처사이죠. 책에서도 네덜란드의 사상가 호이징가(하위징아)를 인용하며, "놀이를 하는 정신이야말로 가장 높은 수준의 문화 활동을 하게 돕는 원천"이라고 주장합니다. 물론 태네에서 테러를 당한 늙은 열등 종자는 그저 말도 안 되는 거짓말로 (아무도 안 믿는) 사기나 치고 불륜(아무도 호응 안 하는) 상대나 쫓고 조회수(아무도 안 보는)나 걱정 하고 다니며 큰 웃음을 줄 뿐입니다만.

요즘은 책에서 읽는 지식이 아니라 밖에서 몸소 발로 뛰고 겪는 "경험의 가치와 각성"이 그 무엇보다도 중시되는 시대입니다. 어느 백화점에서는 연극의 형태를 도입해서(p190), 직원들이 왜 고객이 불편함을 느끼는지 고객의 입장이 되어 직접 느끼고 자각하게 하는 방식도 도입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사례는 직원보다, 이런 방식까지 고안하여 직원 자질을 높여야 하는 CEO나 관리직, 기획진의 고충이 더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책에서는 우뇌 중심 예술 경영의 좋은 예로 디자인 씽킹을 듭니다. 디자인 씽킹이란 1) 발상하는 이 자신도 창의적인 산물을 내어 놓기 유리하며, 2) 이를 이해하는 이들도 딱딱한 문자 안에 갇혀 수동적이고 기계적인 이해에 그치는 게 아니라 발화자, 창안자의 의도를 직접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몇 걸음 더 나아가 진전된 새 단계의 발상도 빚어낼 수 있습니다.

p204에서는 "알레아토릭"이란 미학 개념이 소개됩니다. "알레아"는 라틴어로서 본디 주사위를 뜻하는데, 시저에게 수에토니우스가 "주사위는 던져졌다"고 했을 때의 바로 그 단어이기도 합니다. 세렌디피티란 말도 있는데 "우연히 발견한 행복의 기쁨"이란 뜻입니다. 진짜 가치 있고 아름답고 절묘한 창의는 그저 "우연"에 의해 빚어질 수 있다는 뜻인데, 사실 영감이야 뜬금없이 찾아와도 그 이면에는 지독한 노력과 모색과 땀이 스며있는 것입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자신이 애써 죽을 고생을 해서 얻어내었다고 여기기보다, 나는 운이 좋아서 이런 게 하늘에서 떨어졌다고 자랑하기를 오히려 즐깁니다. 책의 결론은, 구시대적인 기계적 합리성을 추구할 게 아니라 자유롭고 창의적인 감각을 길러야 4차 산업혁명 트렌드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며, 역시 이를 위해선 초기 방향(종래의 좌뇌 지향 강박이 사라진 채)이 올바로 잡힌 출발에서 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쪽이겠습니다. 노력은 안 하고 쓸데없는 인정 욕구만 X차 안에 채워 넣는 동물에게 무슨 캐스팅의 요행이 찾아들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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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강민호 지음 / 턴어라운드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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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잘 팔리는 것은 분명 어떤 이유가 있습니다. 반면, 안 팔리는 아이템에 대해서는, 성능이나 효과가 뛰어나도 마케팅이 부진해서 시장에서 큰 빛을 못 보고 사장되는 경우도 있겠거니, 동정 섞인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자 강민호 대표는, "여러분의 상품과 서비스가 잘 안 팔린다면, 그것은 그만큼의 가치가 없기 때문"이라고 아주 잘라서 말합니다. 사실 요즘은 회사원이든 자영업자든 어떤 에고로 자신을 보호하려 들지 않고, 잘되면 잘되는 대로,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냉정하게 "주제 파악"을 하는 습관이 다들 들어가는 추세입니다. 그래서 예컨대 강대표 같은 분이 이런 직설적 충고를 해도 "맞는 말씀"이라며 대체로는 수긍을 하는 분위기가 대세입니다. 나쁜 점 안 고치고 계속 자기 합리화만 하려 들면 그 사업체는 평생 그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바뀌어야 할 건 (세상이 아니라) 결국 나 자신뿐이었다." 미국 영화배우 캐서린 헵번의 유명한 말이죠.

"마케팅의 본질은 진정성에 있다." 아주 나쁜 습관이 든 사람들은 실제보다 부풀려 과장하고, 없는 장점도 앞에 걸고 내세우며, 듣기 좋은 번지르르한 말로 치장하는 작업이 제대로 된 마케팅인 줄 착각합니다. "진정성은 하층민의 속성"이라고 말하는, 단단히 잘못된 어느 하층민의 말도 들은 적 있습니다. 기가 찰 뿐이죠. 영국의 어느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일약 스타로 부상한 폴 포츠라는 이는, 그 특유의 성량과 가창력뿐 아니라, 보잘것없이 살아온 라이프스토리 덕분에 더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반면 한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배경을 내세운 이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출중한 실력을 뽐내었으나, 그의 이력이 다소 과장된("불우한 환경" 운운) 사실이 드러나고부터 대중의 관심은 급격히 식었습니다. 저자는 여기서, "진정성"이란 요소의 중요도가 얼마나 큰지 잘 드러난다고 주장합니다. 인간 못된 놈일수록, 잘해주는 사람한테 더 기어오르고 속보이는 잔머리를 굴리기 마련이죠.

<히든 싱어>애서 가수 거미보다 더 그녀의 개성을 잘 살려 노래한다는 평을 들을 만큼 뛰어난 소질을 보인 출연자가 있었습니다. 확실히 한국에는 노래 잘하시는 분들이 참 많다는 점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그런데 저자는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은 음원을 구매할 때, 거미와 (어쩌면 오리지널보다 더 뛰어날지도 모르는) 모창가수의 음원 중 무엇을 사겠습니까?" 질문의 답도, 의도도 명백하며, 오리지널의 아우라란 그만큼이나 무섭다는 걸 이 간단한 질문 하나로 누구나 납득할 수 있습니다. 한편, "과연 그렇겠구나" 하고 바로 독자의 공감을 유도하는 이런 저자의 능력에도 다시 감탄하게 됩니다.

여기서 마케팅의 핵심, 본질이 무엇일지는 어느 정도 답이 나온 셈입니다.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오리지낼리티의 중요성, 또 과장이나 허위가 없는 진정성, 이 둘은 어느 나라 어느 시대의 대중, 소비자라도 마음에 품고 구매를 원하는 가치임에 틀림 없습니다. 얼마 전 장장 7년을 끌어 온 삼성과 애플의 소송전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이 소송 초기에 애플은 삼성더러 "우리는 애플의 카피캣이었다"는 한 마디 성명만 발표하면 손해배상금 요구 없이 합의해 주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걸었습니다. 삼성 역시 그 말을 들을 만큼 바보가 아니었기에 소송을 끌어 왔고, 이제 양측은 더 이상 싸움을 계속할 실익이 없어 긴 싸움을 끝낸 것입니다. 애플 역시 그간 삼성이 2인자로서건 뭐건 그 나름의 입지를 시장 속에서 확보했다고 봤기에 현실적인 결단을 내린 셈입니다.

기능이 단 1%만큼이라도 우수하면 그만큼의 대접을 시장에서 받게끔 될까? 저자는 미소한 기술우위는 본원적 우위가 결코 아님을 강조합니다. 경제학 철칙 중 하나인 "효용 체감의 법칙"이란 게 있으며, 두 배가 나아진다고 해도 소비자가 체감하는 바는 결코 두 배의 체감이 못 된다는 뜻입니다. 저자는 또한, "어디까지나 기술은 모방하기 쉬움"을 지적합니다. 벤치마킹이든 역공학이든 산업스파이의 도용을 통해서든요.

경제학에서 입문자들에게 가장 먼저 가르치는 개념 중 하나가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의 구분"입니다. 공기는 단 몇 초만 결핍되어도 사람의 생존을 위협하지만, 다이아몬드는 어떤 생리적 편익을 제공하는 바 없어도 천정부지의 가격을 시장에서 형성합니다. 저자는 이를 두고 "정서적 편익"으로 정리합니다. 가격 싸고 성능 좋은 상품을 외면하고, 그저 명품만 바라봐도 마음이 설레는 건 모두 이 정서적 편익"에 해당합니다. 애플은 영리하게도 자사 제품(기껏해야 가전제품 영역일 뿐인데도)에 이 확고한 이미지를 심어 놓았던 것입니다. 애플의 제품이야 최종소비재라 또 그렇다 치더라도, 1990년대 중반의 앤디 그루브는 일개 중간재(부품)에 불과한 CPU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직접 각인시켜, "인텔 인사이드" 로고가 붙은 PC라야 시장에서 안심하고 팔리게끔 만드는 놀라운 수완을 발휘했습니다(물론 지금은 타업체의 약진으로 그때와는 시장 상황이 크게 다릅니다. 애초에 부품은, 소비자에게 "환상"을 심어 주기 어려운 존재죠).

이처럼 편익은 다양한 방향으로 형성됩니다. 소비자는 기능-정서-경험-사회 등 여러 요소를 모두 고려하여 효용을 재므로, 성공적인 마케터는 이 모두를 전략에 반영하여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편익이 이런 4요소로 이뤄진다면, 편익을 반드시 밑돌아야 할 "비용"은 어떨까요? "경제, 시간, 신체, 심리"의 4요소를 역시 꼽을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시간과 신체 비용이란, 아무리 좋은 상품, 서비스라 해도 이를 판단, 결정하는 데 너무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면 소비자가 기피하는 경향을 말합니다(신체 비용은 그 반대로, 이케아 가구처럼 체험을 위해 일정 시간 비용은 내[소비자]가 떠맡겠다고 나서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심리적 비용은, 지출하는 편이 훨씬 이익인데도 "이것만은 못 내놓겠는걸"하고 소비자가 끝까지 미련을 갖는 영역을 뜻합니다(반대로, 알고보면 큰 지출인데도 이건 기꺼이 써야 한다며 소비자의 마음을 현혹하는 경우 역시 여기에 속하겠습니다). 마케터가 언제나 염두에 둬야 하는 건, 소비자의 "심리 비용을 낮춰 주기"입니다. 같은 현상을 두고도 말을 이처럼 그럴싸하게 표현하는 일 역시 마케팅의 자질임에 분명합니다.

현상유지 편향(status quo bias)이란 말이 있습니다. 자동차를 팔 때에는, 처음부터 모든 옵션을 포함한 가격을 기본으로 제시(디폴트 옵션)하는 방식입니다(p88). 사람은 누구나 제시된 현상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하며, 내게 필요한 것이든 그렇지 않든 변화가 생기는 걸 본능적으로 싫어한다는 거죠. 반면, 제로에서 시작하여 하나하나 포함시켜 나간다면, 고객은 자신에게 긴요하지 않은 옵션을 비교적 냉철하게 걸러낼 수 있을 것입니다. 세일즈맨의 경우, 성과급을 지불하기보다, 목표 미달시 애초에 주었던 급여를 뺏는 방식으로 운영하면 더 필사적으로 업무에 매진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는 구체적 업장의 환경에 따라 차이가 날 것이며, (세일즈맨이 자영업이라곤 하나) 근로 윤리 문제도 제기될 수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예시가 그러하다는 취지겠죠.

아무리 치밀한 마케팅 전략과 모델을 고안해도, 현대의 소비자들은 영리하기 때문에 이른바 체리피커 문제를 피해가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예전 잡지의 고가 부록 이슈에서도 드러났듯, 어떤 마케팅은 분명 배보다 배꼽이 더 큰데도 기업들이 무리하게 비용을 지출하기도 합니다. 2011년 당시 3G 무제한 요금제가 이슈가 되었을 때, 모 회사는 "이 문제는 마케팅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다른 2사가 반대할 때 요금제 존치를 주장했습니다. 저자는 이를 두고, 기업들이 고객 생애 가치, 혹은 브랜드 레버리지 효과를 노려서라고 합니다. 한번 좋은 인상이 남으면, 사람들은 다른 더 좋은 기회를 탐색하는 수고를 아낀 채 현상에 머무르려 듭니다. 이것이 바로 (앞에서 언급된) "현상 유지 편향"과도 관계 있으며, 혹은 "시간 비용" 개념으로도 설명이 가능합니다.

"모두를 위한 것은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니다."
 저자는 현대 마케팅의 요체가 STP, 즉 시장 세분화(segmentation), 타깃 선정, 고객 마음 속의 위치(positioning)으로 요약될 수 있다고 합니다. 주먹보다는 송곳, 송곳보다는 바늘이라는 원칙을 명심하며, 거래보다 "관계", 유행보다는 "기본", 현상보다는 "본질"을 중시할 줄 아는 깊은 통찰과 수양, 내공이 필요합니다. 근본 없고 겉멋만 든 얼치기일수록 이 모든 원칙과 진실에 거스르기 마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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