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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 어떻게 일할 것인가 - 기하급수 기업을 만드는 비즈니스 혁신 전략
전성철 외 지음 / 리더스북 / 2018년 7월
평점 :
"기하급수 기업". 이 책을 읽으면서 단연 첫눈에 들어왔던 키워드입니다. 영어에는 exponential(ly)라는 형용사(혹은 부사)를 일상어처럼 말하는 경향이 있는데, 혹 "그게 원래 어디서 무슨 의미로 쓰던 말인지 아느냐?"고 물으면 대답들을 못합니다. 그도 그럴 만한 게 미국의 중고등학생 수학 수준은 한국의 그것보다 훨씬 떨어지기 때문이죠. 여튼 완만한 직선형 상승 추세를 보여도 그게 무서운 징조인데, 하물며 추세를 재는(측정하는) 매 단계마다 폭발적인 상승세라면 나중에는 어느 지경까지 갈지를 모릅니다.
어느 현자가 인도의 왕(페르시아의 샤라고 하기도 하고, 아랍의 술탄이라는 버전도 있습니다)에게 포상을 요구하며, "오늘은 1전, 내일은 2전(혹은 곡식 두 알이라는 설명도 있습니다), 모레는 4전,... 하는 식으로 매일 두 배씩 불려 주십시오."라고 하자, 아무것도 아닌 줄 알았던 왕은 흔쾌히 수락합니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나자 왕국의 전 예산을 동원해도 갚지 못할 지경이 되었다는... (물론 현실에서 진짜 전제군주를 상대로 이런 수작을 벌였다간 무슨 죄목을 뒤집어쓰고 죽을지 모르죠)
사람들은 처음에 전산 장치가 등장했을 때, 혹 연산 능력은 뛰어날지 몰라도 "사람만이 갖는 고유한 판단 능력"의 면에서는 결코 기계가 인간을 능가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책 p28에서는, "바로 그 판단 능력이야말로 인공지능이 인간을 앞서게 될" 진정으로 무서운 장점이 될 것으로 예견합니다. 근거는, 이세돌 9단을 이겨 유명세를 탄 구글의 상품(?) 알파고가, 이제는 기보학습 없이도 스스로의 학습만으로 실력을 발전시켜 바둑 고수를 연전연파할 수 있게 된 사실을 듭니다. 그래서 앞으로 아이들은 기계가 좀처럼 따라하기 힘든 "감수성의 영역, 창의력이 중시되는 영역(p32)이야말로 미래의 직업을 선택하는 데 가장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허나 저자들의 의견이 따르면, 이 역시 언제 기계에 추월당할지 모르는 형편입니다. 그 예로는 구글이 개발한 딥드림, 또 MS와 네덜란드 전문가들이 합작으로 밀고 있는 "넥스트 렘브란트(인공지능의 이름입니다)", <현인강림"이란 소설을 쓴 일본의 어느 인공지능 소설가 등을 듭니다. 이제 "아 그래도 인공지능이 인간 따라오려면 아직 멀었어" 같은 생각은 어설픈 자위에 지나지 않는다고 저자들은 말합니다(p33).
그럼 인간들은 속수무책으로 이들 인공지능에 자신의 자리를 내어 주어야 할까요? 첫째로 저자들은 "집단 지성의 힘"을 강조합니다. 무려 지금으로부터 140년 전, 유전학자 프랜시스 골턴은 "황소의 몸무게 알아맞히기 대회"에서 800명의 비전문가 집단이 제출한 수치를 어림해 보니 거의 정답에 근접한 걸 보고 큰 충격을 받은 사례가 있다고 합니다(p50). 자동차 제조업에서 디자인의 수월성은, 회사 전체의 명운을 가를 만한 중요 요소입니다. 현기차도 우수한 디자이너를 초빙해 오고서야 비로소 메이저 브랜드로 발돋움할 수 있었습니다. 불과 77인의 직원만을 고용한 미국의 "로컬 모터스"는, 처음에 전문가 그룹의 자문을 받아 대략의 아웃라인만 마련한 후, 자사를 좋아하는 커뮤니티 회원들에게 공모를 받아 최종안을 완성합니다. 이렇게 하니 개발 비용도 덜 들 뿐 아니라, 바로 그 커뮤니티 회원들에게 직판로(누구보다 길게 로열할)를 개척할 수도 있으니 일석이조입니다.
거래비용, 판촉비용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게 바로 현대 기업의 일차 생존 과제입니다. 스테어리 보드의 창업자 젱차오(曾超. 증초)의 경우, 본인 자신이 전동스케이트보드의 마니아였는데, 보드 아래에 모터와 배터리가 붙어 있는 모습이 너무 싫고 무겁기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직접 해커 온라인 모임에 가입하여 보드 안에 더 얇아진 배터리와 모터를 집어넣는 아이디어를 연구, 발전시키고 이를 상용화하기에 이르렀죠. 현재 그는 중국에서 손 꼽는, 성공한 스타트업 경영자 중 한 명입니다(p56).
비전 그 자체만으로는 아무 수익이 안 납니다. 비전을 실제 사업 모델로 바꿀 수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두고 저자들은 회사의 전 직원들이 신이 나서 참여하여 조직의 실제 생리, 작동 원칙으로 바꿔 나가는 "참여의 법칙"이라고 칭합니다. "참여"의 원동력과 인센티브는 실로 엄청난 것이어서, 고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도 이런 참여의 아잰다가 아예 정부의 모토로까지 승격된 적 있습니다. 1970년대 혁신에 성공했고, 이후 엔고의 시련까지 다 극복해 내며 북미 시장에서 큰 셰어를 점하는 일본 자동차 메이커 도요타 역시, 공장 직원들의 "참여"를 통해 오늘날의 지위를 이뤄낸 것입니다.
일찍이 레이 커즈와일은 <특이점이 온다>라는 저서를 통해 한번 도래한 특이점은 이후 모든 산업상의 장점과 개성을 혼연일체로 엮어 대도약을 향해 질주한다는 주제를 세계 독자들에게 널리 알려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특이점이란 개념을 좀 좁게 잡으면 linear가 exponential로 변환되는 바로 그 지점을 일컫는다고도 하겠는데, 저자들은 이를 가리켜 다음의 4단계 프로세스로 요약합니다.
1) 디지털 환경 분석
2) 비즈니스 기회의 포착
3) 비즈니스 모델 설계
4) 실행 프로세스와 체제의 마련 (pp.71~72)
이를 현실화한 좋은 모범으로 책은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방크를 들고 있습니다(p84). 손 회장은 IoT가 제품 시장의 패러다임은 물론, 이를 둘러싼 소비자 대중의 라이프스타일까지 확 바꿔 놓으리라 예견했습니다. 이케아 역시 종전의 DIY 모델편향에서 벗어나(그 자체도 이미 대혁신이라며 칭송의 대상이었건만) 도시 거주자들의 취향 변화를 선도하며 도심한복판에 픽업 매장(한국만 해도 가구 중심 거리가 부심 쪽에 따로 몰린 오랜 구조가 좀처럼 안 바뀝니다)을 늘려가는 쪽으로 전략을 바꾸었습니다.
오랜 동안 불량 짝퉁 이미지를 못 벗던 중국 가전 하이얼은 어느덧 자국 내에서는 업계를 선도하는 주자로 이미지를 변신하는 중입니다. 스타벅스는 외부에서 보기로는 뭐하러 저러나 싶은, 애덤 브로트먼 같은 특수 경력을 지닌 이를 CDO(그 이름도 낯설지만 "사내 디지털 최고 책임자"라고 하는군요)로 영입하여 웹과 모바일 소통 업무를 전담시켰다고 합니다(p101). 화장품 메이커인 로레알에 무슨 디지털 부서가 필요하냐고 반문할 수 있는데, 이런 회사에 일찍부터 절실히 요구되었고 이미 자리를 굳히기도 한 R&D 부서의 확장판도 겸하여 물리학자, 생물학자, UX(user experience의 약칭입니다) 디자이너 등을 대거 포진시켰다고 합니다. 바로 이런 것이 세계 각지에서 불고 있는 혁신의 몸부림입니다.
저자들은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힘든 건 일하는 방법의 혁신"이라고 맣합니다. 아까 서평 저 위에서, 산업 현장 근로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지 않는 경영자는 결국 혁신에도 실패한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현장의 목소리에만 끌려다닌다고 장땡은 아닙니다. 대개 무능하고 무기력한 자들이나 "다수의 목소리에 따르는 게 안전하지." 같은 무사안일함에 젖게 마련이며, 이런 강단 없는 기업은 그 잘나가던 과거를 뒤로 하고 결국 다 망했습니다. 상황의 국면을 잘 분별하여, 아 여기서는 이게 아니겠다 싶을 때에는 단호해져야 합니다. 외부에서 전문가를 영입하여 신기술을 공장에 심는 건 차라리 쉽습니다. 진정으로 어려운 과제는, 노동자나 경영인이나 현장의 오래된 관행에 꽉 붙잡혀, 이게 생리고 진리라고 아주 생각이 콱 굳어버린 경우입니다. "그냥 이렇게 살다 죽을래"처럼 현장의 발전을 가로막는 무서운 폐습은 없습니다.
요즘 편의점이나 기타 프랜차이즈의 과다 출점 때문에 자영업자의 권익이 크게 위협받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는 한 가지 관점에서만 볼 게 아니라, 그 지점을 출점 않으면 결국 타 프랜차이즈에 매출이 모두 넘어갈 수 있으므로 장악을 해야 하느냐(자영업자 입장에서도 같은 CU만 야속한 게 아니라 GS 역시 경쟁자인 건 마찬가지입니다), 아니면 동일 지점의 권익을 고려해서 그냥 포기하느냐의 문제인데 개별 지점의 매출이 악화되면 본점에도 그만큼 손해이고 컴플레인 문제도 엄연히 본사의 손해입니다. 책(p192)에는 청계천에서 스타벅스를 검색하면 십여개가 넘는 매장이 나온다고 하는데, 이런 사정은 뭐 비단 청계천뿐 아니라 저 잠실이나 압구정이나 다 비슷합니다(그래서 약속 장소 잘 찾으려면 정확히 지점명을 알고 나가야). 이를 두고 저자들은 프랜차이즈의 횡포라기보다 해당 브랜드파워의 팩터로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긴 출점이 많아 타격 받는 점포라고 소문 나면 아예 가입 신청이 안 이뤄지지 않겠습니까.
저자들은 여전히 GDP 대비 비중이 높은 게 한국에서 제조업이라고 하며(자영업자 등 3차 산업은 매출액보다는 종사자의 "수"입니다), 앞으로 미래를 개척해 나가려면 스마트팩토리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4차 산업혁명을 세계 차원에서 선도해 나가는 곳은 바로 독일인데, 이 독일과 미국이 현재 스마트 팩토리 분야에서 앞서 나가는 중이며, 일본도 만만치 않다고 합니다. 저자들이 특히 강조하는 건, 지난 산업화 시대와는 달리 이 스마트팩토리 트렌드는 특히 독일도 미국도 일본식도 아닌, 한국형 패턴에 철저히 현지화해 나가야 성공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하긴 4차 산업 혁명의 정의가 애초에 뭔데 모방으로 일의 추진이 이뤄지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