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용도 2 (반양장) - 중앙아시아.이란, 떨어지고 또 떨어지는 모든 물 그것은 내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라 세상의 용도 2
니콜라 부비에 지음, 이재형 옮김 / 소동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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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아름다운 체험이며 각성일 뿐 아니라, 그 여행에 몸담는 이들까지 아름답게 보이게 돕는 묘한 수정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활동하던 트렌드 그룹 버즈(요즘도 그 리더만은 예능에 자주 나오지만)의 노래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의 가사 한 구절은, 여행이란 게 얼마나 설레고 부푼 꿈을 주입하는 "미지와의 조우"인지 잘 가르쳐 줍니다("낡은 하모니카 손에 익은 기타♫유아 멜로디, 어린 왕자 유아 멜로디♬"). 비록 그 여행이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이라고 해도 그러하며, 또 세상의 모든 여행이란 결국 "몰랐던" 나 자신과의 만남을 위한 발버둥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1년쯤 전에 단권으로 된 포맷으로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물론 지금도 소장하고 있고요). 사실 제목만 보고서도 아 그때 그책이었군 하고 기억이 났었으나, 워낙 인상과 느낌이 좋았고 이처럼 세 권으로 분책된 꼴로 다시 만나는 텍스트(와 그림)이 또 어떤 감상일지 무척 궁금했었기 때문입니다.

19세기 말~ 20세기 초 유럽에서는 이른바 오리엔트 특급 열차라는 게 개통되어, 여태 오랜 시간에 걸친 계획과 단단한 각오를 품어야만 가능했던 남동 유럽, 소아시아로의 여행이 비교적 저렴한 비용과 가벼운 마음가짐만으로도 가능해졌습니다. 이 책, 니콜라 부비에 등의 동양 탐사기는 시기적으로도 그보다 훨씬 뒤의 체험 기록이며, 지역적으로도 엄청나게 동진을 해 온 결과물이지만, 저는 왠지 "오리엔트 특급의 연장"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첫째 이런 식의 여행(자동차 횡단)은 앞으로는 불가능하겠으며, 둘째 서양인들을 이런 식으로 현지에서 맞고 반겨주는 분위기 자체가 역시 앞으로는 형성되기 어렵겠다는 전망 때문입니다.

이 기행문의 한 스테이지를 이루기도 하는 터키의 경우, 오늘 이 시각에도 서방에 대해 적대적인 기류가 (인위적이든 아니든 간에) 짙게 형성되었기 때문이며, 이란의 경우 미국 현 행정부와의 확고한 적대를 표명했고, 파키스탄이니 아프가니스탄이니 하는 거대한 늪과도 같은 나라들이야 그 사정을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모든 과거는 한 번 발을 담근 강물처럼, 다시 회귀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닙니다만, 특히나 이 책에서 다뤄지는 체험과 기억은 결코, 누구에게도, 다시 맞아질 수 없습니다.

영어에서 ripple은 먼 사건이 끼치는 예측지 못한 파장을 일컫습니다. 불어의 ondulation도 대체로는 같은데, 그는 다음과 같은 몽환적인 문장으로 여행의 감흥을 표현합니다. "... 세계는 잔물결를 일으키며 당신을 통과하고, 당신은 잠시 물 색깔을 띠게 된다." 색은 곧 공이며, 입자는 곧 파장일지 모르겠으나, 이 심오한 이치를 몸으로 체감하기에는 우리 필멸의 인간들에게 너무 어려운 과제일지 모릅니다. 언제나 한없이 낯선 타향인 나 자신을, 이처럼이나 먼 동방의 땅까지 찾아와서 발견하게 되는 두 젊은이의 사연이란, 하나의 구도기와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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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용도 1 (반양장) - 발칸반도.그리스.터키, 봄꽃들이여, 무얼 기다리니 세상의 용도 1
니콜라 부비에 지음, 이재형 옮김 / 소동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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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아름다운 체험이며 각성일 뿐 아니라, 그 여행에 몸담는 이들까지 아름답게 보이게 돕는 묘한 수정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활동하던 트렌드 그룹 버즈(요즘도 그 리더만은 예능에 자주 나오지만)의 노래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의 가사 한 구절은, 여행이란 게 얼마나 설레고 부푼 꿈을 주입하는 "미지와의 조우"인지 잘 가르쳐 줍니다("낡은 하모니카 손에 익은 기타♫유아 멜로디, 어린 왕자 유아 멜로디♬"). 비록 그 여행이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이라고 해도 그러하며, 또 세상의 모든 여행이란 결국 "몰랐던" 나 자신과의 만남을 위한 발버둥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1년쯤 전에 단권으로 된 포맷으로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물론 지금도 소장하고 있고요). 사실 제목만 보고서도 아 그때 그책이었군 하고 기억이 났었으나, 워낙 인상과 느낌이 좋았고 이처럼 세 권으로 분책된 꼴로 다시 만나는 텍스트(와 그림)이 또 어떤 감상일지 무척 궁금했었기 때문입니다.

19세기 말~ 20세기 초 유럽에서는 이른바 오리엔트 특급 열차라는 게 개통되어, 여태 오랜 시간에 걸친 계획과 단단한 각오를 품어야만 가능했던 남동 유럽, 소아시아로의 여행이 비교적 저렴한 비용과 가벼운 마음가짐만으로도 가능해졌습니다. 이 책, 니콜라 부비에 등의 동양 탐사기는 시기적으로도 그보다 훨씬 뒤의 체험 기록이며, 지역적으로도 엄청나게 동진을 해 온 결과물이지만, 저는 왠지 "오리엔트 특급의 연장"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첫째 이런 식의 여행(자동차 횡단)은 앞으로는 불가능하겠으며, 둘째 서양인들을 이런 식으로 현지에서 맞고 반겨주는 분위기 자체가 역시 앞으로는 형성되기 어렵겠다는 전망 때문입니다.

이 기행문의 한 스테이지를 이루기도 하는 터키의 경우, 오늘 이 시각에도 서방에 대해 적대적인 기류가 (인위적이든 아니든 간에) 짙게 형성되었기 때문이며, 이란의 경우 미국 현 행정부와의 확고한 적대를 표명했고, 파키스탄이니 아프가니스탄이니 하는 거대한 늪과도 같은 나라들이야 그 사정을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모든 과거는 한 번 발을 담근 강물처럼, 다시 회귀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닙니다만, 특히나 이 책에서 다뤄지는 체험과 기억은 결코, 누구에게도, 다시 맞아질 수 없습니다.

영어에서 ripple은 먼 사건이 끼치는 예측지 못한 파장을 일컫습니다. 불어의 ondulation도 대체로는 같은데, 그는 다음과 같은 몽환적인 문장으로 여행의 감흥을 표현합니다. "... 세계는 잔물결를 일으키며 당신을 통과하고, 당신은 잠시 물 색깔을 띠게 된다." 색은 곧 공이며, 입자는 곧 파장일지 모르겠으나, 이 심오한 이치를 몸으로 체감하기에는 우리 필멸의 인간들에게 너무 어려운 과제일지 모릅니다. 언제나 한없이 낯선 타향인 나 자신을, 이처럼이나 먼 동방의 땅까지 찾아와서 발견하게 되는 두 젊은이의 사연이란, 하나의 구도기와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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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경영 - 사상과 기법
김승일 지음 / 무역경영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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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위대한 경영사상가들의 업적과 이론은 학문적 영역에서만 제 기능을 발휘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비즈니스맨들에게 경영 지침을 제공해 줍니다. 흔히 경영인이라면 "탁월한 감"으로 기업을 이끌어간다고도 하지만, 또 그런 직감적 요소를 특정 국면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지만, 막연한 감만으로 큰 조직체(작은 사업체라도 마찬가지입니다)를 경영할 수는 없습니다. 관리와 시장 개척에는 체계적인 준비와 실행 과정, 그리고 피드백이 마련되어야 하며, 이 모든 과정을 즉흥적으로 밀어붙일 수는 없습니다. 하다못해 룸살롱 사장도 낮에는 도서관에서 필요한 학문적 정보를 검토한다며 자랑하던데, 얼마나 그 정수를 새로 깨닫고 자기것으로 소화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론 없는 실천이 엄청난 맹목임은 두 번 강조할 필요가 없습니다. CEO 선까지 갈 것도 없이, 일반인이 자신의 인생을 "경영"할 때에도 어떤 비전과 철학에 기반해야만, 실패와 좌절을 가능한 한 적게 겪을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마이클 포터의 정립된 이론 그 핵심 중, 경영인은 물론 일반인들도 요긴하게 참고할 수 있는 유익한 명제만 모아 쉽게 설명한 책입니다. 제가 삼 주 전쯤 피터 코틀러의 이론 중 중요한 부분을 풀어 주거나, 동아시아의 현실에 맞게 잘 개량해서 학계와 일반에 제시한 어느 일본인의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필립 코틀러나 마이클 포터나 사실 일반 독자가 읽고 바로 무리 없이 소화할 수준은 아닙니다. 그래서 이론에 정통한 다른 학자가 이 큰 간극을 요령 있게, 솜씨 좋게 메워 줄 필요가 있습니다. 한 권으로 읽는 피터 드러커도 누구를 위해서건 필요하듯, 마이클 포터도 시간에 쫓기는 여러 수요층을 위해 이제는 나올 때가 되었지요. 요약본이 나와도 되도록이면 학문적 권위를 충분히 담보할 수 있는 분의 솜씨면 더 좋겠죠.

저자 조언 마그레타는 현재 하버드 경영대 소속의 Senior Associate이며, 역시 현직으로 HBR의 편집자 위치입니다. 저자는 특이하게도 서문에서 "왜 (이런 성격의 책에, 그리고 마이클 포터 같은 세계적 권위자의 업적을 요약하는 작업에) 내가 집필자로 나서야 하는가?"를 두어 단락 정도 분량으로 따로 설명합니다. 그녀는 HBR의 핵심 필진 중 (당연히, 그리고 여전히) 한 명인 마이클 포터와 오랜 시간 동안 필자와 에디터 사이의 관계로 교감했으며, 본인 자신이 이 분야 이론에 정통한, 전미 범위에서 손에 꼽을 만큼 빼어난 전문가이기도 합니다. 특히 그녀는 마이클 포터의 독보적 업적이 구축된 영역인 "경쟁"과 "전략"이라는 주제에 대해, 포터의 본령에 충실하면서도 실천적 의의가 훼손되지 않게, 최대한 쉽고 최대한 실제 적용에 도움이 되게끔, 평이한 언어와 풍부한 실례를 들어 서술합니다. 학문적 자격과 독자의 이해 편의, 두 가지 토끼를 모두 잡을 만한 역량을 갖춘 저자가 확실히 많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어떤 이론이건 개념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잡지 않고서는 출발조차 할 수 없습니다. 조언 마그레타, 그리고 마이클 포터는 이 점에서 실용적인 태도를 취하며, "전략"에 대해 매우 간명한 정의를 내립니다. "전략은 곧 탁월한 성과를 내는 방법이다." 실제로 이 정의는 마그레타 편집장만의 의견이 아니라, 그 세련되고 주도면밀한 이론 전개가 정신의 특질을 이루는 포터 교수 본인이 직접 마련한 문장입니다. 다시 말해, 성과를 내지 못하는 전략은 이미 전략도 아니라는 뜻이죠.

여기서 우리는 책의 편제를 다시 주의깊게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책은 두 파트로 나뉘었는데, 1부의 주제가 "경쟁", 2부는 "전략"입니다. 그런데 위 문단에 소개한 "전략"의 정의는, 2부가 아닌 이 1부에 벌써부터 등장합니다. 왜일까요? 책의 목적도 실용에 있고 경영이론을 공부하는 것도 현실에서 성과를 내기 위함인데, 책의 내용을 전개할 때 구태여 형식에 얽매일 건 없죠. 이처럼이나 실용적으로 "전략의 정의를 경쟁 논의에서 벌써 내세우는" 이유는, 경쟁에 대한 논의부터가 전략을 전제로 하지 않고서는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전략 없는 경쟁은 토대 없는 건축이며, 이런 이유에서 저자(들)은 전략이 무엇인지부터 독자에게 제시하는 겁니다.

여기서 중요한 명제가 또 하나 등장합니다. 경쟁은 반드시, 라이벌들을 제압하고 경쟁력을 상실시켜야 승자, 최고가 될 수 있는 걸까요? 마이클 포터는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경쟁은 결국 성과를 내기 위한 과정이지, 라이벌의 제압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가 대뜸 "성과"를 전면에 내세운 "전략의 실용적이고 간단한 정의"를 이처럼 책의 앞부분부터 가르치는 것도 다 이런 고려가 작용해서입니다.

자 그러면, 포터 교수와 마그레타 여사가 대안으로 제시하는 "보다 현명한, 그리고 실용적인 경쟁"은 무엇으로 내용이 채워져야 한다는 걸까요? 이건 문제 제기 단계에서 암시된 바와는 달리 그리 달달한 컬러는 아니고, 오히려 더 살벌한 제안입니다. 혹 실망할 분들이 있을까봐 미리 밝히는 건데요, 이분들이 제시하는 "성과를 내는 경쟁"은 결국 객관적, 절대적(다른 업체와 비교할 게 아닌)인 경쟁력 강화에 중점이 놓여 있네요. 고객, 소비자가 주도하는 시장에서 기업은 백날 "경쟁"을 해 봐야 손해이며, 설령 시장에서 선두 주자라 한들 허울뿐인 점유율만 높을 뿐, 수익, 성과가 안 납니다.

여기서 저자들은 (좀 진부한 감이 없지 않으나) 애플의 예를 들며, (전통적 경제학 용어를 빌리면) "독점적 경쟁 시장에서 대체되기 어려운 상품, 서비스를 생산하라"고 합니다. 이 역시 제가 저 위에 잠시 언급한 어느 일본분의 책에서 주장하는 바와 상통합니다. 라이벌을 제압하기보다, 라이벌이 아예 존재하지 않을 만큼 경쟁력을 키우라는 뜻입니다. 가격을 올려도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충성을 바치는 탑 독이 되라는, 더 독한 충고라고 하겠습니다. 사실 이 역시, 라이벌에 대한 (소모적 구태를 통하지 않은, 진정한 선제적, 본원적) 제압임도 우리는 다 눈치챌 수 있죠. "도전의 불씨"마저 근절해 버리겠다는 단호한 의지와 지혜가 요구됩니다.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무조건 생산 단계에서 후려치기만 하면(내부 공정이건 외부 하청이건) 다 되는 걸까요? 이번 갤럭시노트 7 사태에서도 새삼 이 점이 주목 대상이 된 적 있죠. 마이클 포터는 이런 비용 절감 문제에 대해 근시안적으로 보지 말고, 오히려 어떤 과정에서 소모되는 비용이, 최종 생산되는 상품에 어떤 가치를 추가하는지를 잘 살피라고 합니다. 책에 나오지는 않으나, 이 점은 경영학보다 순수(협의의) 회계학에서도 중요한 논의의 대상이 되는 이슈입니다. 특정 이벤트를 비용으로 계상(計上)할 것인가, 아니면 거꾸로 자산(의 일부)에의 평가를 할 것인가는 매우 까다로운 논의를 거치는 딜레마입니다. 물론 가치 평가를 허술히하면 기본적으로 보수성이 지배하는 회계 원칙이 훼손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마이클 포터는 좀스럽게 "절약"에만 매달리는 기업가가 혁신을 이뤄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합니다. 제4장이 제2부("전략" 논의의 본격 전개) 처음에 자리하면서 "가치는 모든 전략의 시발점"으로 부각되는 건 마그리타 여사의 탁월한 센스입니다.

연속성은 장기 전략에 생명을 불어넣는 중요한 미덕이라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흔히 전략의 유연성을 강조하며, 최초의 프레임을 너무 고집하면 이미 전략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고도 하죠. 저자는 이에 대해 반대합니다. 디테일에 변화를 주되 그 뼈대마저 교체되는 전략은, 이 전략을 접하는 외부(고객 혹은 라이벌)에 혼란을 주며, 끝내는 전략의 설계와 집행의 주체인 조직에게마저 타격을 입힌다고 합니다. 책에서는 시어즈(미국의 유명한 백화점)의 예를 들며, 실제로 저는 삼전의 최근 15년을 보면 마케팅 부문에서 뭔가 큰 혼란이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습니다.

특히 전략의 연속성은, 지금 그 조직이 무엇을 내세우고자 하는지, 그 "핵심 가치"의 설정에서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 회사, 조직의) 핵심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분명한 합의가 유지되는 한, 가치의 전달 방법은 보다 유연한 모습을 띨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게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고, 단기 목표에 지나치게 집중하다 대세를 그르치기가 참 쉽습니다. "방법 이슈"가 아니라 온존해야 할 핵심 가치의 침훼(侵毁)에 이르는 실패가, 어느 기업에서건 비일비재한 게 현실입니다.

이렇게 전략의 얼개를, 그리고 특징들을 제시하면 "아 이건 마케팅에 관한 논의구나"하고 받아들이는 이들이(특히 현장에서 치열하게 뛰면 뛸수록)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런 오해를 막기 위해, 포터 교수는 "전략은 마케팅보다 (개념상, 그리고 실제 적용상) 고차원의 개념"임을 강조합니다. 이런 차별점을 분명히 부각하기 위해, "전략"을 논의하는 파트에서 "(핵심)가치"의 중요성을 그렇게나 강조한 것입니다. 조직이 생산하고 창조하는 가치가 과연 무엇이어야 하는지는, 기업의 생존 전략에서 중핵에 놓여야만 하며, 마케팅 섹터란 이에 비하면 그저 지엽말단의 비중이고, 위에 쓰인 용어를 다시 끌어들이자면 "전달 방법"의 variation에 지나지 않습니다.

책은 말미에 포터 교수와의 인터뷰를 싣습니다. 특히 일반 독자에게 난해했던 개념과 이론 구조에 대해 본인의 명료한 육성으로, 다소나마 친절하게 "전달, 소통"이 이뤄져서 그를 존경해 온 독자들에게 특히 도움이 됩니다. 권말부록으로는 용어 해설, 그리고 (에디터다운 꼼꼼한 마무리가 돋보이는) 참고 문헌 목록이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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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이론과 100% 성공적 인생경영 - 류제창 박사의
류제창 지음 / 인생올림픽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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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명의 탄생은 기적입니다. 어떤 인생이라도 태어날 때는 부모님 포함 주변 모든 이들로부터 축복을 받고 태어납니다. 그러던 이들이, 왜 자라서는 질시와 모함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스스로의 존엄을 포기한 채 목숨을 끊고, 혹은 무모한 위험에 자신을 방치하여 불구가 되거나 공적 장부에 치욕스런 이름이 등록된(예:전과자) 꼴로 남는 걸까요? 또 어떤 사람은 소속한 회사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고 밀려나 거리를 헤매는 초라한 실업자 꼴이 되는 걸지요?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 1위도 이론적으로 한 해에 52권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그리 값진 기록이 아닐 수 있지만, 이 책은 제법 수위권에 오래 머무른, 많은 미국인들로부터 꽤 진지한 주목을 받은 내용을 담았던 책입니다. 그 이유는 읽어 보고 나니 더 분명해졌는데요. 저자가 생사의 기로에서 "6분 동안 죽었다가" 다시 깨어난 체험을 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죽을 고비를 간신히 넘기고(꼭 코마 상태에 진입했다가 깨어난 게 아니라도) 살아난 것도 관심을 집중시키기 충분하지만(그래서 사후 체험이니 뭐니 하며 알고 보면 몽롱한 꿈에 가까운 "브로큰 메모리"를 상품화하는 경우도 있죠), 그렇게 한번 "물건너 갔던" 생을 다시 이어가는 "두번째 기회"를 얻고 정신적으로나 체질적으로나 다시 태어난 사람의 간곡한 증언을 듣는 건 누구의 관심도 끌 만합니다. 위기에 몰렸다가 다시 태어나고 싶은 사람은 없지만(의식을 되찾는다는 보장이 설사 있다 해도), 권태와 환멸에 찌든 영혼을 가뿐하게 리프레시하고 싶은 욕구와 필요는 누구나 갖고 있을 테니까요.

여튼 저자의 말은 그겁니다.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 보니, 매일 맞는 아침이 너무도 반갑더라" 여기에서 새로운 각성이 시작하여, 일상의 모든 시간을 계획성 있게 설계하고, 주어진 시간을 알차게 보내야 하겠다는 결의로 자신의 정신이 가득차게 되더라는 거죠. 솔직히 말하면, 만약 저라면 그런 큰 사고를 겪고 대략 6일 정도, 아니 6개월이라고 하죠, 여튼 그런 긴 기간 동안 무의식으로 있다가 깨어났다 쳐도, 모르죠, 직후 6주 정도는 정말 감사하고, 다시 태어난 느낌일 지 모르지만, 이후에는 예전의 타성에 젖은 모습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요.

그래서 저는, 베스트셀러 저자가 되고 전미 권역에 걸쳐 유명인사가 된 건 그저 죽었다 깨어난 희귀 체험을 해서가 아니라, 그 각성한 인격에 그만한 자격을 이분이 갖춰서가 아닐까, 그런 판단을 내렸습니다. 실제로 전세계 70억 인구 중 치명적 사고를 겪고 재기한 사람이 한둘이 겠습니까. 당장 우리만 해도 국회의장을 지낸 김 모 원로 정치인의 경우, 김영삼이나 허문도보다 훨씬 고령임에도 지금까지 생존해 있고, 이미 유신 시절(40년도 전이죠) 뇌졸중 발병 때문에 운신을 못하고 의사로부터 뇌수술을 권고 받았으나 극력 만류한 후 자가 재활 노력 끝에 살아났죠. 전 그게 더 놀랍고, 그런 스트로크가 왔음에도 지금까지 건강히 생존한 게 더욱 놀랍습니다.

이 책은 담은 내용도 참신합니다. 그 중 하나를 예로 들면 "기록이 기억보다 우선한다"는 건데요. 저 역시 겉으로 아주 사소해 보이는 하루하루의 로그(주제는 밝힐 수 없지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게 일단 남겨 두면 목표를 일정대로 이루는 데에도 도움이 되고, 체계적으로 장기적인 전략적 사항을 조망할 때도 뭔가 가시적으로 기여합니다. 절실하게 당면한 과제에 부딪히고, 필사적으로 그 해결을 도모해 본 사람이라야 이런 아이디어가 내면에서 솟아납니다. 하루하루를 떠밀리듯 사는 사람은 결국 직장에서도 밀려나는 게 필연일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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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해석학
김백진 지음 / 지오북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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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피탈의 법칙은 현행 중등(중학교+고등학교) 교과 과정에서 가르치지 않는 내용입니다. 대학교 가야 그 증명과 함께 배웁니다.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그렇지만, 실상은 대한민국 어느 고교에서도 이를 수업 시간에 다루지 않는 교사는 없을 것입니다. 첫째 너무나 적용시키기 간편하며, 둘째 거의 안 풀리는 문제가 없을 만큼 적용 범위가 넓습니다. 교과서에서 가르치는 방식대로라면 최소 1분~ 1분 30초가 소요될 만한 문제가, 이 방법의 적용을 따르면 20초도 채 걸리지 않습니다. 교사들 본인도 학창 시절 이 편법(사실은 편법도 아니며, 엄연히 프랑스의 한 이름난 수학자가 개발하고 증명까지 마친 법칙입니다)을 배우고 스스로 놀랐을 만합니다. "나중에 교편을 잡게 되면 애들한테 꼭 이걸 가르쳐 주고 잘난척해야지" 속으로 몇 번이고 다짐했을 만도 합니다.

사실 로피탈의 법칙은 애들한테 나쁜 버릇을 길들이는 게 아니라, 그와는 반대로 어떤 상상력까지 일깨우곤 합니다. 어째서, 정석대로 곧이곧대로 문제를 풀지 않고 이처럼이나 편법처럼(사실은 아니지만) 처리하는 데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가 깔끔하게 나올까? 마치 수억 광년 떨어진 거리를, 정석대로(?) 고효율 연료를 분사시키고 이를 감내할 만한 탄탄한 vehicle의 구조를 연구하고... 어쩌구 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그저 시공간의 워핑을 통해 단숨에 목적지로 이동하는 "혁신"을 꿈꾸듯 말입니다. 효과도 좋은 것이 돈과 노력까지 적게 든다면 일종의 사기이겠습니다만(그렇다고 보물선 사기처럼 저차원 저능 전용 소동은 아니고요). 확실히, 아니 엄연히 분수식과 그를 미분한 식은 성질이 다른데, 어째서 특정 극한값의 결과가 (계속) 같아지는지는 진정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달라도 한참 달라야 마땅한데 보란 듯이 값이 같으니, 이 법칙은 어떤 엄청난 함의를 지니거나, 아니면 앞으로 발견될 어떤 엄청난 법칙을 예고, 예비, 예언하는 것인지나 아닌지 말입니다.

교과과정에 없어도 우리 모두가 수업 시간에 교사의 뿌듯해하는 제스처와 함께 배웠듯이, 로피탈의 법칙은 참으로 마법과도 같은 효용을 발휘합니다. 재미있는 건, 로피탈은 차라리 한국어로 저렇게 쓰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불어 원어로 쓰면 L'Hospital이란 철자만 봐도 알 수 있듯, 그냥 "병원"이란 뜻입니다. 영어로 바꾸면 "더 호스피탈"이죠. 이 호스피탈은 사실 처음부터 병원이란 뜻이 아니라 "안식, 쉼터, 환대"라는 의미입니다(결국 그게 그거지만). 이런 간편한 공식이, 많은 이들의 계산 수고를 덜어주기까지 하니 진정한 안식과 환대가 정말 따로 없는 셈입니다. 저는 혼자 생각해 보기로, 정말 일하기 싫고 게으른 사람이 "혹시 이렇게 해 보면 어떻게 될까?" 같은 충동에 따라 마구잡이로 시도해 본 게, 마치 우연한 실수가 낳은 위대한 발명인 페니실린처럼 뜻밖의 성과가 도출된 게 아닐까, 뭐 그런 생각도 혼자 해보곤 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생전에, "어떻게 그런 많은 특허 발명을 남길 수 있었습니까?"라는 질문에, "원래 발명은 일하기 싫고 아주 귀찮아하는 사람이 잘하는 겁니다"라고 대답한 적 있습니다.

로피탈의 정리는 그 응용 범위가 실로 무궁무진합니다. 로피탈의 정리와 무관하지만, 17세기 수학자 네이피어가 일군 기적의 발명인 로그를 이용하면, 지수 파트에 있는 수식이 밑으로 내려옵니다. 여기에다가 로피탈의 정리를 적용시키면 그야말로 눈부신 마법이 펼쳐지는데, 수학의 매력은 정말 끝간데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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