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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주가족 미끄럼대에 오르다
기노시타 한타 지음, 송태욱 옮김 / 바다출판사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폭주가족 미끄럼대에 오르다』를 읽고
역시 소설만이 누릴 수 있는 주제였다. 보통 일반 사람으로서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태양계 최강의 엽기 가족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나 같은 보통 사람으로서는, 전통적인 사고에 바탕을 둔 많은 사람들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이야기이지만 소설이기 때문에 아주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가 있었다. 붕괴 직전의 가족을 태운 자동차가 고속도로를 질주한다. 그러나 이 가족 여행은 그 누구도 납득하기 힘든 취지의 가족여행이었다. 왜냐하면 바람치우다 차인 아버지를 위로하기 위해 일본 이바라키 현에 있는 일본에서 제일 긴 미끄럼대를 타러 가는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차 안에는 운전석에 어머니인 치사토, 조수석에는 술과 여자에 빠져 정신이 없는 아버지 젠키, 스물한 살의 나이에 이혼 경력 세 번을 자랑하는 누나 유비코와 섹시한 가정교사 한나, 그리고 한나 선생님을 너무도 사랑하는 고교생 아유무가 그 구성원이다. 소설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처음은 붕괴 직전의 오노다 가족들이 가족여행을 가던 중 탄 차가 사고 나는 순간까지의 이야기고, 다음은 그 후 그 가족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보여주는 것을 짜여있다. 이런 내용 전개에 있어서는 우리는 흔히 알고 있는 일상적인 가족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 황당한 설정으로 인하여 마치 포르노 소설과도 같은 설정 같아서 당황도 하였지만 소설 끝까지 밀고 나가는 작가의 용기 있는 모습이 대단하다. 바로 작가들의 이런 모습들이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고, 많은 독자들이 이런 소설들에 대해서 관심과 함께 고정 독자들이 생기는 것 같다. 폭주가족, 막장가족의 설정을 통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황당함을 넘어선 웃음과 흥미를 주는 작가의 재치가 더 돋보이는 이유가 되는 것 같다. 난봉꾼이면서 가족에게 위로를 받고자 하는 젠키, 남편을 한없이 증오하지만 그가 물려받을 재산 탓에 여행길 교통사고에서도 목숨을 걸고 남편을 구해내는 치사토, 엄마 치사토와 함께 21세면서 이혼경력 3번에 보통 아닌 딸 유비코, 모든 것이 설레고 흥분되기만 했던 열일곱의 아유무, 동행 중 가족이 아닌 단 한 명인 한나 등이 벌이는 이야기를 통해서 많은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가족의 소중함과 함께 각 구성원으로서 할 역할의 충실함이다. 최근에 가정의 파괴와 이혼율이 늘어나면서 인간성의 상실 같은 위기감이 나타난다고 한다. 우리들이 이런 막 가는 가정의 이야기를 통해서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면 이 책을 읽는 나름대로의 보람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일본 작가의 소설을 통해서 불행과 행복을 번갈아 가면서도 나름대로 밝은 가족들의 모습을 찾아가는 마무리 부분이 매우 좋아보였다. 시간 보내기에는 참으로 읽기 좋은 책이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