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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가지다
주연화 지음 / 학고재 / 2022년 11월
평점 :
주연화 저의 『예술, 가지다』 를 읽고
얼마 전 국립중앙박물관 이건희 기증품 첫 지역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가 국립광주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도자, 회화품 등 총 271점이 전시되기에 감상할 기회를 가졌다.
삼성가의 이병철 이건희 홍라희 수집가의 취향과 함께 귀하게 수집한 예술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특히 책으로만 듣고 본 혜원 신윤복, 단원 김홍도 화백 등의 진품 그림은 물론이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애장품인 각종 청자와 이건희 회장의 애장품인 분청사기와 백자를 나란히 전시하여 비교할 수 있도록 하였고, 백자 달항아리도 멋진 모습을 뽐내고 있었다.
이상좌의 ‘이상좌불화첩’(보물) ‘궁중숭불도’, 최북의 ‘한강조어도’, 홍세섭의 ‘10폭 화조도’등 조선조의 진품을 직접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시간은 역시 좋은 미술품을 수집하여 국민들에게 기꺼이 공개해준 덕분이라 생각한다. 문화강국이란 말을 좋아한다.
물론 문화는 정치, 사회가 안정이 되고, 경제적으로 국민의 삶의 질이 어느 정도 평균 이상의 선진화를 추구할 때 가장 활발한 요구와 함께 다양한 여러 각 분야에서 전개가 이루어진다.
특히 문화 분야는 한 국가를 떠나 세계를 넘나드는 경계가 없어지면서 교류를 활발하게 한다.
특히 각종 국제 대회가 열리면서 국가 간, 대륙 간 교류가 중 예술 분야도 이동이 이루어진다.
이 책에서는 예술 중 미술 분야에 대해서 감상과 투자, 가치와 욕망의 미술 시장에 대한 모든 것을 짚어두고 두둑한 상식을 갖게 만든다.
다빈치, 워홀, 이우환과 김환기 그리고 AI 초상화와 NFT까지 화가와 그림에 대한 모든 공과를 알아보면서 어떤 가치를 가장 중요시하면서 그 중 ‘무엇을 가장 가치 있고 가질 것인가?’를 현명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글로벌 아트 마켓의 키 플레이어, 아티스트·갤러리·옥션·컬렉터 등의 개념과 기능등에 공부할 수 있었다.
글로벌 미술 시장이 대륙을 건너 아시아로 이동하고 블루칩 아티스트의 세대교체가 일어난 20년 동안, 지금까지의 미술사적 지식과 컬렉션 데이터는 그 자체로 박물관의 박제가 될 만큼 미술계가 요동쳤다.
미술관이라는 물리 공간 속 작품들은 가상공간으로 이동했고, 아티스트를 지원하고 작품을 골라 선보이던 갤러리와 블록버스터 급 거래를 이끌던 옥션 대신 아티스트와 컬렉터가 바로 만나는 온라인 플랫폼이 등장했다.
한국의 국가적 위상과 경쟁력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2022년 9월에는 서울에서 세계 3대 아트 페어인 ‘프리즈 서울’이 개최되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각계의 관심 속에 열린 ‘프리즈 서울’은 기록적인 성황으로 한국 시장의 구매력을 드러내 보였다.
이렇게 시공간의 축이 달라지는 미술 시장의 복판에서 20년간 파도를 타온 인물이 있다.
아라리오갤러리와 갤러리현대의 디렉터로 세계 미술 시장을 누벼온 주연화 교수(홍익대)다.
수백 년 미술사부터 실시간 가상화폐의 흐름까지, 글로벌 시장 상황을 관통하는 통찰력을 지닌 저자가 전망하는 우리나라 미술 시장의 흐름은 전문가 아니어도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진다.
구매자와 판매자 양쪽의 경험을 모두 해본 전문가답게 누구보다 먼저 아티스트의 작품을 보고 세상에 내놓는 갤러리스트였고, 또 한편으로는 미술관과 기업의 관점에서 컬렉션의 방향성과 타당성을 수립하고, 연간 100억 원 규모의 작품 구매를 운영하는 디렉터였기 때문이다.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영국, 독일, 미국 등 세계 각지에서 작가를 만나고, 이들과 컬렉터를 연결하며, 그 촘촘한 네트워크의 매듭을 만드는 것이 그의 일이었다.
전시 기획, 한국 작가의 국내외 시장 개척, 작품 판매와 프로모션까지, 지금 이 순간에도 그가 발 내딛는 궤적이 곧 우리 미술 현장의 기록이 된다.
저자가 세계 현장에 직접 본 미술과 관련된 과거와 현재, 미래의 이야기들이 다 들어있어 흥미롭다.
세밀한 안목으로 미술 시장의 흐름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사람들은 “무엇을 살까요”, “어디에 투자할까요”를 묻는다.
‘뜨는 작가’, ‘돈 될 작품’이라는 말에 흔히들 착오를 저지르지만, 예술과 투자의 공통점은 원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중심으로 자기의 성향과 취향을 알아나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데 있다.
수많은 컬렉터들이 ‘경험으로 배운다.’고 말하는 이유다.
다행히 정보가 풍성해면서 새롭게 진입하는 컬렉터들은 의지와 노력으로 시행착오를 크게 줄여나가고 있다.
다만 너무 많은 정보, 오염된 정보를 가리지 못해 길을 잃을 수 있으니, 이런 이들을 위하여 저자는 여러 기관을 대표해 장기적 비전과 철학을 가지고 작품을 구매해온 경험을 토대로 작품을 소장하는 의미와 구매의 기준을 조언한다.
한국, 아시아 미술 시장의 중심이 될 것인가?
최근 우리 미술 시장은 신진 작가와 블루칩 원로 작가, 그리고 해외 유명 작가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새로운 자산가들의 드높은 관심으로 미술품 수요가 증가하는 긍정적인 상황임에도, 한국의 중견 작가들은 여전히 부진하다.
해외 갤러리와 딜러들이 적극적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하는 시기, 현장에서 목격해온 맥락을 바탕으로 주연화 교수는 한국 갤러리와 작가가 도약하지 못하는 이유를 꼬집는다.
국제 미술 시장의 새로운 스타로 부상하다 지역 시장으로 후퇴하고 만 싱가포르의 전례를 교훈 삼아 한국 미술계가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살아남을 수 있을지, 그는 내부의 핵심 주역으로서 누구보다 깊은 애정을 가지고 ‘아시아 미술의 거점 서울’이 나아갈 방향을 가리켜 보인다.
작품 판매와 구매 관련 일을 하는 미술계 종사자라면 스스로 품격과 권위를 갖추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귀 기울여야 할 지점이다.
균형과 분별, 안목과 애정으로 중심 잡기를 강조한다.
저자의 은근한 저력은 여기서 다시 성큼 나아가는 역사적·사회적 인식에 있다.
창작 주체인 예술가의 극단적인 유명세와 불균형한 위상, 예술 창작의 동인으로 작동하는 뿌리 깊은 차별과 소외의 역설 등 그의 시선은 작품의 이면도 무심히 지나치지 않는다.
시장 논리에 밀려 뒤늦게 제 목소리를 드러내는 아티스트들의 오랜 기다림이 조명받기를 바라는 진심과 묵직한 책임 의식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최근 아시아로 미술중심지가 이동되면서 주목되는 변화로 코로나팬데믹 시기에 한국 국립현대미술관은 전 세계 미술관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온라인으로 전환을 이룩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문화분야 투자와 규모 성장으로 국제적 인지도 상승으로 이어졌다.
부의 세대 이동 현상으로 젊은 컬렉터가 다수 등장하여 문화 소비 투자에 늘어나면서 한국의 미술 시장규모는 급격히 커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2007년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한국에서 열렸던‘키아프’였지만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나버렸기에 그 후 15 년 여 를 한국 미술계는 글로벌 미술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었다는 진단이다.
2022년 9월 서울에서 “프리즈 서울”개최로 인하여 한국 미술계가 국제 미술 중심지로 도약할 가능성을 시험받을 것으로 본다.
그러기 위해서 미술 시장의 세 주체인 창작자인 작가, 매개자인 갤러리와 미술관과 언론, 그리고 구매자인 컬렉터가 모두 다가오는 다양성과 경쟁을 즐기고, 그 속에서 예술에 대한 각각의 비전을 실천하고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책 말미에 미술 작품 구매 체크리스트 13가지의 귀한 팁을 제공하고 있어 너무너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