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 대하여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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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은 분량이 적기에 아무 때나 생각날 때에 즐겨 읽는다. 그녀의 작품을 비교적 빼놓지 않고 읽은 편인데, '키친' '아르헨티나 할머니' '데이지의 인생'등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그녀는 죽음과 관련지어서 사람들이 겪게 되는 상실과 거기에서 파생되는 상처를 치유해 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었다.
그 과정이 결국에는 작중 인물들이 성숙하게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렇기에 그녀의 작품은 책표지만을 보았을 때는 예쁜 이야기들처럼 생각되지만, 막상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면 밝은 분위기보다는 죽음과 연관된 우울함이 담겨 있었다.
이번에 읽게 된 '그녀에 대하여'는 첫 장면부터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쌍둥이 자매의 각각의 아이들인 '유미코'와 '쇼이치'.
이종사촌간의 마지막 만남으로 화자인 '유미코'가 기억하는 초등학교 들어가기 직전의 정원에서의 소꼽장난. 그런데, 유미코는 이것이 서로의 인생을 전혀 다른 삶으로 이끌어갈 것임을 감지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과연, 7~8살 정도의 아이가 그런 느낌을 느낄 수 있을까?
또한, 아이들의 엄마인 쌍둥이 자매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엄마와 이모는 종교 비슷한 특수단체 교주의 딸들이었기에 않은 환경에서 마술학교를 다니고 주술을 불러오고....
아니, 동화 속의 이야기도 아닌, 판타지 소설도 아닌....
이런 설정이?

[책의 내용 간추리기]
화자의 엄마와 이모는 유미코의 추억 속에서도 쌍둥이이지만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서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방향의 삶을 살아 가는 것이다.
유미코의 기억 속의 엄마는 많은 것에 집착하고 어떤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는 일까지 주술의 힘을 빌려서 승승장구하던 사업체를 가진 욕망의 인물로.
그리고 이모는 어떤 것에 집착하기 보다는 모든 것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런 평범한 생활의 끝은 자신의 엄마처럼 사회의 물의를 일으키는 일을 하지도 않고 조용히 살다가 평범하게 죽음을 맞았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그러나, 유미코의 삶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엄마가 저지른 살인의 추억이다.
어느날, 엄마는 자신의 집에서 강령회를 열다가 아버지를 살해하게 되는 것이고, 그 소리를 들고도 불안함에 떨면서 자신의 일에 열중했던 그 순간의 기억에 사로잡혀 살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찾아온 이종사촌 '쇼이치'
이모가 죽기 전에 유미코를 '엄마의 저주에서 풀어주고 싶다'는 유언을  따라 그들은 오래전 기억을 쫒아 사건이후에 엄마가 치료를 받던 클리닉, 그녀의 옛 집을
찾아다닌다. 쇼이치와 자신의 과거를 찾아 나선 여행에서 그녀는 자신이 알지 못했던 엄마와 이모의 이야기, 그리고 그것보다도 더 큰 현실에 부딪히게 된다.

그렇다. 내가 이상하게 생각했던 이 소설의 내용은
다리오 아르젠토의 영화 '트라우마'를 모티브로 쓴 판타지 소설이었던 것이다.
판타지 소설?
난, 이 책을 유미코가 자신의 추억 속의 트라우마를 딛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이거나, 아니면 이루어질 수 없는 '이종사촌'간의 사랑이야기쯤으로 간단하게 생각했기에.... 이 책을 읽는 중간 중간 석연치 않은 장면들에 맞닿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책의 뒷부분으로 갈수록 그런 의구심은 커졌는데, 반전의 내용에 그 모든 것들은 풀릴 수 있었던 것이다.
왜 그런 문장들이 있었던 것인가를...
떠나온 곳에서의 일은 생각하면 언제나 그리움으로 빛난다. (p47)

그리고 항상, 유미코는 쇼이치의 생활을 부러워했다.
자신은 부초처럼 떠다니면서 살았지만, 쇼이치는 제 발로 설 수 있도록 이모는 키웠다고 회상하기도 한다.
그 이유는 이 소설의 끝부분의 반전이 그 모든 것을 이야기해 준다.
쇼이치와의 여행 도중, 유미코는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과 함께 이 모든 것이 쇼이치의 꿈 속의 이야기가 아닐까 의심해 본다.
왜 유미코는 쇼이치의 꿈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것이며,
왜 이모는 그토록 도움을 주고 싶어하던 유미코를 그동안 나몰라라 하면서 죽었으며, 왜 유언으로 아들에게 유미코를 그녀의 엄마의 주저로부터 풀어주라고 이야기했을까.
바로 유미코는 엄마가 강령회에서 살인을 저지를 때에 엄마에 의해서 살해당한 것이다. 1층에서 살인을 저지른 엄마는 저벅 저벅 발소리를 내면서 2층의 유미코의 방으로 들어와 딸을 살해한 것이다.
지금까지 유미코가 기억하는 살인사건 후의 이야기는 모두 그녀가 황천을 떠돌면서 보고 들은 것들이다.
어느 순간, 죽음의 준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황망하게 죽은 영혼들. 그들은 유미코처럼 구천을 떠돌면서 부초처럼 살아가는 것이다.
유미코의 넋을 이모는 보듬어 주고 싶었지만, 살아있기에 해 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모는 죽으면서 아들의 꿈을 통해서 그녀에게 안식을 주고 싶었던 것이다.
타인도 아닌 엄마 손에 살해당한 유미코의 넋. 황망하게 죽어버린 그 넋을 위로해주고 안식을 찾을 수 있도록 해 주고 싶은 이모의 마음과 쇼이치의 마음.
이제 유미코는 모든 진실을 확인하고 그녀의 영원한 안식을 찾았을 것이다.
역시, '요시모토 바나나'는 '키친'이후에 줄곧 소설 속에 담아 왔던 죽음에 대한 상실과 그로 인한 상처의 치유과정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번에는 황천을 떠도는 황망한 죽음에 대한 치유까지로 그 폭을 넓혀 간 것이다.
이 소설의 내용은 이렇게 추리소설의 구성인 마지막 부분의 기막힌 반전의 묘미를 제대로 살린 그 이전의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과는 다른 기법의 판타지 소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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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장화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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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생활에 있어서의 일상은 왜 그리도 남편과 아내가 다른 사고방식으로 인식의 차이를 느끼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연애시절에는 느끼지 못했던 자잘한 마찰들이 결혼한 부부들의 삶에서는 항상 공존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별 탈없이 그럭저럭 잘 넘아가면서 결혼 생활을 이어진다.
그 바탕에는 자녀가 큰 역할을 하기도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냉정과 열정 사이'의 rosso편을 쓴 '에쿠니 가오리'
그녀가 묘사하는 결혼 10년차가 지난 부부. 그리고, 자녀까지 없는 가정의 풍경은 어떨까?
평범한 가정이라면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오죽하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이 나왔겠는가.
사랑하고 이해하는 마음에서 백년해로를 약속하는 결혼을 했겠지만, 이 소설의 아내 '히아코'는 왠지 남편 '쇼조'와의 만남과 결혼에 즈음했던 이야기는 별로 떠오르지 않는다.
그녀는 일상의 무료함에 계약직 일을 하기도 하지만, 그의 일상은 대체로 무료하고 그저 그런 나날들이다.
남편 '쇼조'가 집에 오면 아내 혼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 보지만 남편한테서 돌아오는 대답은 짧은 한 마디. "어", " 응" 뿐이다.
남편의 행동에 이것 저것 잔소리를 해도 듣는 둥, 마는 둥.
아~~ 아내는 외롭다. 그리고 답답하다.

- 어째서 당신하곤 말이 통하지 않는거야?
공원을 걷는내내 히와코는 화가 나 있었다. 여름날이었고, 하늘은 덧없으리만치 푸르게 개어 있었다.
- 당신은 여기 있는데도 마치 없는 것 같아.
말은 연이어 입을 타고 나왔다.
- 그런 건 외롭다고. 나, 당신이랑 있으면 자꾸 외로워져. 외로운 건 그만하고 싶다구.
쇼조는 "응". 혹은 "어." 하고 대답했다.
(...)
'진실'은 계기가 무엇이든 마지막에는 반드시 거기에 다다른다. 그렇기 때문에 '진실'이 위험한 것이다. 결론은 늘 명백하다. 우리, 함께 있지 않는 편이 나을거야.
2초만 늦었어도, 히와코는 그 말을 입에 담을 뻔했다. (p109~110)

그러나, 그래도 직장에서 끝나면 총알처럼 집으로 향해서 남편을 기다리고, 친구를 만나도, 취미활동을 해도, 남편 생각에 오래 집 밖에서 시간을 보내지 못한다.
의사 소통이 되지 않는 부부, 어찌보면 곁에 있어도 혼자 있는 것과 같은 부부.
그래도 10년 넘게 결혼 생활의 일상은 거듭된다.
그런데, 이런 가정이 '빨간 장화'에 나오는 이 가정뿐이랴~~~
우리네 가정들을 들여다 보는 듯하다.


이렇게 살거면 왜 결혼을 했느냐고....
아마도 그래서 요즘은 결혼을 기피하는 젊은이들이 많을지도 모른다.
결혼은 환상도 아니고, 무지개를 잡는 것도 아니고, 백마탄 왕자님과의 동행도 아니기에.
결혼은 현실이고, 그 현실은 이미 결혼전에 서로 다른 환경과 인식 속에서 굳어질대로 굳어졌으니까.

히와코는 빨간 장화 과자가 자신과 쇼조의 결혼생활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서로 어긋나는 상징처럼.
그러다 보니 히와코 스스로도 설명 못할 어떤 이유때문에, 선뜻 그것을 버리지 못했던 것이다. 빨간, 고전적인 모양새의, 새 것 같고, 반들반들한 쾌활함이 더해진 장화. 내버리기에는 너무나 티 없는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 것을 정색하고 미워하는 건 어른답지 못할뿐더러 몰인정한 행도이 아닐까. 장화는 쇼조의 선의자체이자 자신의 어리석음 자체 같다고 히와코는 느낀다. (p162)
'에쿠니 가오리'는 이런 내용의 이야기를 '히와코'와 '쇼조'의 결혼 10년차가 넘은 부부의 일상 속을 들여다 보듯이 평범한 문장으로 그려나간다.
금방이라도 파탄이 날 것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계속되는 일상을.
그리고 이런 이야기들을 단편 형식의 구성으로 펼쳐 보여준다.
얼마전에 읽은 '에쿠니 가오리'의 '달콤한 작은 거짓말'이 '빨간 장화'의 후편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두 이야기는 앞서거니 뒷서거니 많은 점이 닮아 있다.

'빨간 장화'의 단조로운  일상의 불협화음이 결국에는 '달콤한 작은 거짓말'에 이르게 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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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너 웅진 세계그림책 132
앤서니 브라운 글.그림, 서애경 옮김 / 웅진주니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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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을 위한 그림 동화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간결하고 깔끔하다. 그러나 그 속에 담겨진 이야기들은 어른들도 곰곰히 생각해 보아야 할 정도로 우리들의 가정과 사회에 대한 폭넓고 깊은 사회의식이 담겨져 있다.
아마도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금발머리와 곰 세마리'이야기는 모두들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아빠곰, 엄마곰, 새끼곰. 어느날 세 마리의 곰이 저녁식사로 죽을 끓였는데, 죽이 너무 뜨거워서 잠깐 나갔다가 오니, 금발머리 소녀가 그 죽을 먹고 침대에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는~~~~
바로 이 동화를 앤서니 브라운을 '나와 너'의 모티브로 차용한 것이다.

앤서니 브라운이 누구이던가?
세계 최고의 그림책 작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가인데, 독자들이 그의 그림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강렬하지 않고 포근한 색채의 그림과 함께, 그림책의 내용이 간단하면서도 그 내용 속에는 날카롭고 예리하게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문제점들을 그림책의 내용으로 표현할 때에 튀지않고 간결하면서도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강하게 독자들에게 전달된다는 것이다.
'나와 너'의 이야기는 영국의 전통적 옛이야기을 잘 살리면서도 새로운 또 하나의 사람들의 가정을 보여줌으로써 가정의 중요성, 그리고 부모와 자녀, 부부간의 의사 소통의 단절, 그리고 어린이들의 소외감에 관한 내용을 첨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와 너'는 아주 짧은 이야기이지만, 그 이야기가 전하는 내용은 그 어떤 책의 내용보다도 많은 것을 전달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잠깐 책 속으로 들어가 보면

그림책의 왼쪽 페이지와 오른쪽 페이지는 그 느낌부터가 확 다르다.
왼쪽은 무채색에 가까운 색감. 그러나 머리색은 금발이 뚜렷한 그림이다.
그리고 왼쪽 페이지에는 단 한 단어의 글도 쓰여져 있지 않다.
 
한 가정의 엄마와 딸임을 그냥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의사소통이 전혀 없는.... 그리고 배가 고픈. 아이는 풍선을 가지고 놀다가 날려버리고 헤매던 중에 곰의 집에 들어가고, 그 이후는 '금발머리와 곰 세마리'의 이야기와 같은.
 

 
 오른쪽 페이지는 곰 세마리의 가정. 옛 이야기와 같다. 그러나, 곰 세마리는 가족이기는 하지만 다정함은 없는.그래서 서로 무감각한. 그리고 의사 소통의 단절을 겪는. 이 페이지는 강렬하지 않은 은은한 톤의 채색화이다.그리고, 글의 내용도 나와 있는...
  이 짧은 이야기 속에는 서로 다른 환경에 살고 있는 소녀와 곰의 가정이 대비되는데, 그 두 가정은 서로 다른 듯 하지만 서로 닮아 있는 가정이다.
소녀의 가정이 가난하고, 곰의 가정은 부유할지 몰라도, 두 가정은 가족간의 의사 소통이 단절된 현대 사회의 전형적인 가정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드는 닮음꼴을 가지고 있다. 그 가정에서 가난한 아이든, 부유한 아이든, 모두 소외감을 느끼며 외톨이처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앤서니 브라운이 '나와 너'를 통해서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그것은 가정내에서의 소통, 서로에 대한 호기심이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바로 작가가 전달하려는 것은 '호기심'이라고 한다.
소녀가 풍선을 따라 가다가 호기심에 자신의 가정이 아닌 가정을 엿보게 되면서 느끼는 느낌이나, 곰이 자신의 집에 들어온 소녀가 불쾌하기는 하지만 호기심이 생기는 것이나. 그 호기심이 결국에는 서로의 소통을 가져 올 수 있음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우리 어린이들은 가정의 화초처럼 자라기는 하지만, 가정에서 의사소통이 단절된 상태로 생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행복한 가정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가족간의 소통이 단절되어 있는 가정들이 많은 것이다. 이런 생활을 바꾸어 줄 수 있는 것은 서로에 대한 호기심이 아닐까 한다.
'나와 너' 이 그림책은 절제된 표현으로 더 많은 것을 스스로 깨달아 가도록 하는 것이기에 어린이들의 상상력에 따라 얼마든지 새로운 이야기로 발전할 수도 있는 것이다.
내 생각에는 처음에는 전체적으로 그림책을 읽고, 다음에는 왼쪽 페이지만 보면서 어린이들이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고, 다음에는 오른쪽 페이지를 읽으면서 생각을 하도록 하고, 다시 전체적으로 그림책을 본다면 어떤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림책은 어린이 스스로 얼마든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한 것 이상의 더 많은 메시지를 전달받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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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위로할 것 - 180 Days in Snow Lands
김동영 지음 / 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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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병률의 '끌림'에 끌려서 읽게 된 책이 '너도 떠나보면 알게 될거야'였고, 이어서 김영하의 'stay', 그리고 여행자 시리즈. 또다시 개정판 '끌림' 그리고 다시 김동영의 '나만 위로할 것'.
이런 류의 책들은 그 흔한 여행서에 비해서 특별한 관광지를 둘러보는 그런 이야기들이 아니라서 좋고, 일생에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곳이기는 하지만 쉽게 떠나기에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이런 작가들처럼 그냥 그저 그렇게 그곳에 푹 빠져서 잠시나마 생활인으로 머물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을 가지게 해 준다.
'나만 위로할 것'은 그의 전작인 '너도 떠나보면 알게 될거야'와 거의 같은 톤의 이야기이다. '너도 떠나보면 알게 될거야'가 출간된 후에 조금씩 팔리다가 어느날 한 연예인이  그 책을 들고 TV에 나오게 되자 선풍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고 하지만, 그 책에서 느꼈던 느낌들은 나에게는 아주 오랫동안 남아 있었던 그런 좋은 느낌의 책이었다.

 
 
그렇기에 당연히 '나만 위로할 것'도 나에게는 전작의 느낌을 이어 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가 보다.
혹자는 이런 생각을 할 지도 모른다. 저자가 새로운 책을 내기 위해서 떠난 여행은 아니었을까 하는....
누구나 똑같이 아침에 일어나고, 직장에 다니고 휴일에는 쉬고, 나이가 들면 결혼을 하고, 그리고 2세를 낳고....
사람들에게는 이런 생활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론,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며 훌쩍 떠날 수도 있는 것이고, 낯선 곳에서 여행자도 아닌, 생활인도 아닌, 그렇다고 도피자도 아닌, 그 누군가로도 살아 갈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와같은 마음 속의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것이기도 하고.

 
 
그러나, 그의 아일슬란드로의 떠남은 필연적인 것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 속에는 그만의 외로움과 아픔이 고스란히 묻어있기에.
그는 아무도 안 가는 길, 그가 처음 발견한 길을 걷기도 한다.

"거기 가면 아무 것도 없어."
그래도, 그는 여행자가 아니기에 그 길을 간다.
그가 찍은 사진들은 아이슬란드의 눈 속의 아름다운 풍경이지만 왠지 외로움이 묻어있다.
아이슬란드는 아주 조용한 나라야. 특히 백야의 새벽에는 모든 게 새파랗게 물들곤 하지 (P36)

그러나, 길위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은 너무도 환하고 아름답다.



그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방황(?)을 하였는지 스웨덴 예리보리에서 런던을 가기 위한 출입국 심사대의 여인은

내가 지금까지 여기서 일하면서 본 여권 중에서 가장 낡고 꼬깃꼬깃하지만, 그 안은 화려해서 마치 작은 세계 지도 같네요 (P124)



레이카비크의 카페 '바바루'에서 제일 싼 300크로나 차를 마시면서 하루 5시간씩 일주일에 6일을 자신의 지정 자리에 앉아 그는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찾고, 무엇을 썼을까?
때마침 닥쳐온 재앙인 아이슬란드 남부 산악지대에서 폭발한 2번의 화산 폭발.
뿌연 화산재가 날리는 아이슬란드. 도로가 붕괴되고 공항을 폐쇄되고, 유럽 전체에 항공기 운항마저 끊어져 버린 그곳의 풍경은 작가의 힘겨운 삶의 모습과 너무도 일치되는 것은 아니었을까.
훌쩍 떠나와 머물고 있는 도시의 재앙은 그의 불운을 이야기하기라도 하는 듯하다.
여행이란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여행에서 만난 마리에게 여행은?


이 책의 저자인 생선에게 여행은?


이 책을 읽으면서 여행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된다.
그가 들려주는 음악 이야기.
음악을 사랑하고, 여행을 사랑하며,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그의 모습이 음악과 함께 흐른다.  
그러나, 두 번에 걸친 180일의 아이슬란드의 여행에서도 그는 그의 인생의 답을 찾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멀지않아 또 지구촌 어딘가에 틀어박혀서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풍경에 취하고, 음악을 사랑하면서, 자신의 삶을 반추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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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고준
고종석 지음 / 새움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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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훈 작가의 '광장'을 모르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특히, 고등학생들은 이 작품을 전체적으로 다 읽지는 못했더라도, 일부분은 독서가 아닌 학교 성적을 올리기 위한, 또는 수능을 대비한 공부로 읽었을 것이다.
그리고, 작가가 우리나라의 현대 역사 속에서 이데올로기에 대한 자신의 생각들과 인간의 내면성에 대한 탐구를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독고준이란 주인공을 '회색인'을 통해서 어린시절부터 대학까지의 모습으로, '서유기'를 통해서는 단 몇 분간의 이야기를 환상적으로 그려내면서 독고준에 대한 3부작을 쓰려고 했지만 마지막 3부는 쓰지를 않았다.
그런데, 우리 시대의 예리하고 날카로운 필치로 평가를 받는 저널리스트인 고종석이 독고준 3부를 펼쳐 보여주는 것이다.
고종석은 이 책의 자서에서
독고준의 미래가 궁금했다고 말하면서 '이 소설은 독고준이 살 수도 있었을 한 삶의 스케치 (이 책의 자서 중에서)
라고 말한다.
소설의 제목부터 타 소설가의 작품 속 주인공의 이름을 빌려 왔다는 것과 기존의 소설의 3부작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을 썼다는 것도 특이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의 이야기는 화자인 독고원의 아버지인 독고준이 자살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독고준은 소설가이며 대학교수인데, 74 살의 나이에 14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투신 자살을 한다.
아버지가 스스로 삶을 마감한 것은 더 이상 삶에서 아무런 의미도 찾을 수 없다는 판단때문이었을 것이다. (p17)
그런데 그 날이 바로 전임 대통령이 자신의 집 뒷산 바위에서 투신 한 날이다.
전임 대통령의 자살은 자신의 명예를 건져내고 패밀리를 보위할 최선의 (어쩌면 유일한) 방책 (p18) 이었을 것이다.
한국 문학의 우듬지 역할을 했던 독고준의 자살은 사회적 이슈를 일으켰을 사건이지만, 전임 대통령의 자살로 큰 반응은 일으키지를 못한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흔히 접할 수 있는 소설의 이야기들이지만, 2부, 3부의 내용은 소설이란 장르로 보기에는 그 누구도 이런 형식을 보여주지 못했던 특색있는 구성의 내용들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 내용들은 각각 한 편의 칼럼이라고 해도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잘 짜여진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독고준의 자살이후 그의 아내는 남편이 그동안 썼던 일기장을 딸에게 넘긴다.
단기 4293년 4월 28일 목요일부터 2007년 대통령 선거일까지 47년에 걸친 일기장을.
그리고 그 일기는 4월, 5월..... 3월의 순으로 소개된다.
그런데, 독고준의 일기 내용은 사소한 일상의 기록보다는 세계사적인 사건들, 우리나라의 역사적 사실,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책을 읽은 후의 감상과 작가들에 대한 평에 이르기까지 47년의 한 인간의 일생이 아닌,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준다.
4.19혁명, 부정선거, 킹목사 살해, 만델라의 남아공 대통령 당선, 존 F 케네디의 암살, 김일성의 사망, 워터케이트, 닐 암스트롱의 달착륙, 피카소와 여인들, 오승은, 신동엽 등의 문인들.....
외계인
며칠 전 미국 우주 비행사 닐 암스트롱이 달을 밟았다. 우주 공간을 향한 도전에선 소련이 앞섰으나, 달에 제 나라 국기를 꽂는 덴 미국이 앞섰다. 암스트롱과 가가린, 어느 쪽이 더 큰 상징이 될까? 1969. 7.22 화
(P174)
이 모든 내용은 고종석 작가의 일기장이 아니면 나올 수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굵직굵직한 사건과 함께 독서일기, 문학평론 등까지....
읽는내내 작가의 열의없이는 탄생할 수 없었을 작품이라는 생각이 떠나지를 않는다.

'독고준'은 장르가 소설이지만,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역사적 사실과 작가의 해박한 지식들이 토대가 된 독고준의 일기가 주축이 되고, 그의 딸인 독고원이 그 일기에 곁들여서 자신의 생각과 삶의 모습을 깔끔하게 펼쳐보이는 픽션이 너무도 잘 어우러졌다고 볼 수 있다.
나는 독고준의 일기만으로도 작가의 모든 역사의식과 문학비평과 독서일기를 읽는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벅차옴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
고종석 작가의 시사칼럼이나 에세이를 읽은 적은 없는 것 같다. 칼럼이야 이름을 눈여겨 보지 않았기에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어찌되었든간에 내 기억 속의 고종석이란 이름은 얼핏 얼핏 본 기억말고는 없었는데, 그의 작품 '독고준'을 읽으면서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된 것이 너무도 기뻤다고 해야 할까....
소설로 읽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독고준의 일기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두고 두고 읽어야 할 것 같은 생각에 빠지게 된다.

'독고준'을 읽은 한 줄 평을 말해 보라면
나는
"2010년의 마지막 달에, 큰 수확을 얻은 것 같은 느낌에 흐뭇함이 번져 흐른다." 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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