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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임희근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그의 대표작인 '개미'는 120여 회에 걸쳐서 개작을 했다고 한다. '개미'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그 어떤 작품에서도 볼 수없는특이함을 이미 느꼈을 것이다. 집단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회성이 뛰어난 개미와 인간을 병렬형 스토리로 이끌어 가는데, 거기에는 과학적 관찰에 기반을 둔 창의성이 뛰어나다는 것을. 그리고, 과학적 소재를 다루는 기법들을 보고 경탄을 자아냈을 것이다.

그만큼 베르나르는 자신의 작품 거의 대부분에서 과학적 소재를 다루고 있으며, 그것은 보통 사람들의 사고로는 생각할 수 없는,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것들을 작가 나름의 기법으로 언제나 독특하게 펼쳐나간다. 그래서 그의 소설을 읽으면 기발한 상상력으로, 그리고 과학적 사고가 뛰어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얼마전 '신'을 통해서 그의 소설의 재미를 만끽했기에 이번에 '파라다이스'는 또 베르나르가 어떤 내용의 글로 찾아올까 궁금했다. 그런데, 역시나 '베르나르 베르베르'였다. 그에게서, 과학과 상상력은 떨어질 수 없는 소설의 소재이자, 주제가 되는 것이다.
'파라다이스1'에는 8편의 단편소설이 들어 있다. 베르나르의 상상력속에 탄생한 '있을 법한 미래'의 이야기와 '있을 법한 과거' 이야기, 그리고 1편의 정말 짧고 그냥 웃고 지나갈 '막간의 짧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베르나르는 '파라다이스'에 실린 이야기들을 '만약 ~ 라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에서 쓰게 된 글들이고, 이 글들은 나중에 장편소설을 쓰기 위한 작업일 수도 있다고 한다. '있을 법한 미래'의 이야기들에는 좀 '붕'뜨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아무리 미래에 있을 수도 있는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좀 너무 과장이 심한 것이 아닐까 하는, 그리고 '있을 법한 과거'은 그럴 수도 있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좀 아니지 하는 생각이 드는 이야기들이다. 환상소설, 우화, 신화, 단편소설..... 등등의 색깔을 가진 이야기들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데, 8편의 이야기들을 잘 살펴보면 그 이야기속에는 과학적 사고에서 나온 아이템들이 들어가 있다. 우리들이 염려하는 지구의 미래. 환경오염문제, 전쟁, 방사능유출, 인간의 종말, 그리고 새로운 인간의 탄생.....
그리고, 그의 작품속에는 잔인하고 괴기스러운 이야기들이 살짝 살짝 들어가 있는데, 왠지는 모르겠으나, 다른 작품속의 내용이라면 끔찍하게 느껴질텐데, 베르나르의 작품속에서는 그냥 읽고 지나가 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만큼 베르나르르의 작품은 실제의 상황이 아닌 상상력의 세계, 환상적 세계의 이야기이기 때문인 것은 아닐까 한다.
지구의 오존층이 점점 커다랗게 뚫린다면 이것을 막아야 되겠지.... 미래의 세계에서는 담배를 피거나 고기를 먹거나, 석유와 전기를 사용한다면.... 환경오염이 갈때까지 간 그 때에 환경을 파괴하는 사람은 많은 사람들앞에서 교수형에 처한다. 지구를 살리기 위해 비행기, 지하철 등의 교통수단은 페달을 밟아서 움직여야 한다. 그보다 더 새로운 교통수단은 투석기. 공을 하늘에 날리듯이 사람을 쏘아 올린다. 붕~~ 하늘로 올라간 사람은 안전하게 먼 곳을 지나서 디딤판에 안착하게 된다. 이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환경 파괴범은 교수형'의 사브리나는 사형대위에서 죽음의 순간에 '사람들은 계속 어리석은 짓거리, 탐욕. 의식의 결핍때문에 세상을 오염시킬 거라고' (p60) 생각한다.
'꽃섹스'와 '내일여자들은'을 읽어보면 작가의 상상력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궁금해진다. 두 작품 모두 미래의 인간의 종족 보존을 주제로 삼은 작품이다. '꽃섹스'는
인류가 어떤 이유인가로 - 아마도 방사능유출, 환경오염, 유전자 형질변경 등의 이유일 것이다. - 종족을 보존할 수 없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작가의 상상력은 여기에서 인간과 자연이 펼치는 기상천외한 수정 방법을 소개한다.
어느날 한 남자의 정자가 꽃가루처럼 퍼지는 것에서 새로운 수정의 방법이 발견된다. 꽃가루처럼 정자는 날려서 넥타인 난자와 결합. 수정을 해 주는 것은 나비. 그야말로 꽃과 나비의 수정이 인간에게도.... 나비의 역할로 아기가 탄생한다면 그것은 '꽃아이'. 이렇다면 가족의 의미는 무의미해 질 수밖에 ....
결국에 오랜 세월이 지난후에 인간은 환경에 적응하게 되고, 걸어다닐 이유가 없어지고 나비를 맞아들이기 위해 키만 커져서 꽃나무가 되어 빽빽히 우거진 술에 우뚝 서있는 존재가 된다. 태초의 동물(인간)이 아닌 그 기억만을 간직한 나무들로....
그런데, '베르나르'는 인간의 종족 보전이 아무래도 걱정이 되는가보다. 또 다른 작품인 '내일 여자들은'에서 이런 이야기를 다른 방향으로 들려준다. 생물학자 마들렌은 핵전쟁, 방사능 유출 등의 지구 최악의 경우가 닥쳐올 경우에도 살아 남을 수 있는 유전자를 찾는 연구를 한다. 방사능 내성을 가진 유전자를 얻기 위한 연구끝에 신인류의 원형인 '이브 001'을 찾아 내지만 실패를 거듭한다. '이브' 는 상자안에 모셔져서 냉동실에서 깨어나기를 기다리는 타조앙 크기만한 알. 그러니까 인류의 모태가 알로 바뀌는 것이다. 연구를 거듭하여 '이브 103'이 최초의 인간알이 되려고 한다. 품은지 18개월만에. 그러니 임신 기간이 18개월로 늘어나는 것이디. 그리고 알들은 암컷만이 생존한다. 그것은 무슨 의미일까? 먼미래에는 방사능 유출의 공포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인류의 원형은 '이브 103'이 원형이고, 여자만이 존재하는 세상. 과거의 '아마조네스'가 존재하는 것이다. 기발하냐고? 너무 앞서가지 않았나..... 소설이니까..... 베르나르의 소설이니까......
그의 과학적 사고와 기발한 상상력. 거기에는 미래의 재앙의 원인들을 분석하고 생각한 흔적들이 묻어 있다. 오염된 물, 방사능 오염공기, 전자파, 유전자 변형, 잠복성 바아러스, 핵, 지구의 존속, 인류의 멸망, 새로운 인류탄생, 테러, 전쟁. 전쟁 역시 인류는 2차 세계대전이후에 끔찍하고 잔인한 파괴행위로 몸서리를 쳤지만, 과연 전쟁은 지구상에서 사라질까? 그렇지 않다는 것은 확실한 사실일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미래에 있을 법한 '영화의 거장'에서처럼 지구의 존속을 위하여 종교, 국가, 역사가 폐지되는 그런 세상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국가, 역사, 종교가 없어진 세상에서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영화. 그래서 더욱 발전하게 되는 영화산업, 그런데, 이 이야기 역시 평범하지는 않다. DIK스튜디어의 비밀을 찾아 나선 평론가 빅토리아 필과 스튜디오의 비밀을 지닌 감독 데이비드 큐브릭의 이야기. 과거로 갈 수 있는 가속장치, 그리고 영화제작 카메라의 눈과 입이 되는 로봇 파리. 로봇 파리가 찍은 영화는 시간을 거꾸로 간 상황을 담은 실제의 이야기가 영화화 된 것이라니.... 작품마다 독자들은 생각하지도 못한 기발한 이야기들이 눈길을 끈다. 그리고, 독자들은 생각하게 된다. '너무 과장이 심하시군요.' '아무리 소설의 세계이지만 말도 안돼' 그런데, 자세히 작품속을 들여다 보면, 우리들이 생각하고, 걱정하는 지구의 미래, 인류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 항상, 염려하는 환경오염과 방사능유출, 전자파, 유전자 변형, 바이러스의 변형, 이들속에서 과연 인류는 어떻게 존속되어야 할 것인가가 소설속에 들어 있는 것이다. 먼미래의 이야기처럼 그리고, 과거의 이야기처럼 들리기는 하지만, 지구가. 그리고 인류의 당면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은 '베르나르'만의 과학적 지식과 사고가 독특한 기법을 가지고 소설로 선보여진 것이다. 아마도 이 단편들은 작가의 손에서 다시 다듬어져서 새로운 장편소설로 변하여 독자들에게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된다.
프랑스에서 보다 한국 독자들에게 더 잘 알려지고, 더 좋아하는 베르나르의 한국 방문이 가까워오고 있는 것같은데, '신'에서의 은비의 모습처럼 좋은 이미지의 한국의 모습이 그의 소설에서 선보여지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언젠가 베르나르는 제주를 좋아한다고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