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다이스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임희근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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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 그의 대표작인 '개미'는 120여 회에 걸쳐서 개작을 했다고 한다. '개미'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그 어떤 작품에서도 볼 수없는특이함을 이미 느꼈을 것이다. 집단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회성이 뛰어난 개미와 인간을 병렬형 스토리로 이끌어 가는데, 거기에는 과학적 관찰에 기반을 둔 창의성이 뛰어나다는 것을. 그리고, 과학적 소재를 다루는 기법들을 보고 경탄을 자아냈을 것이다.
 

그만큼 베르나르는 자신의 작품 거의 대부분에서 과학적 소재를 다루고 있으며, 그것은 보통 사람들의 사고로는 생각할 수 없는,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것들을 작가 나름의 기법으로 언제나 독특하게 펼쳐나간다. 그래서 그의 소설을 읽으면 기발한 상상력으로, 그리고 과학적 사고가 뛰어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얼마전 '신'을 통해서 그의 소설의 재미를 만끽했기에 이번에 '파라다이스'는 또 베르나르가 어떤 내용의 글로 찾아올까 궁금했다. 그런데, 역시나 '베르나르 베르베르'였다. 그에게서, 과학과 상상력은 떨어질 수 없는 소설의 소재이자, 주제가 되는 것이다.
'파라다이스1'에는 8편의 단편소설이 들어 있다. 베르나르의 상상력속에 탄생한 '있을 법한 미래'의 이야기와 '있을 법한 과거' 이야기, 그리고 1편의 정말 짧고 그냥 웃고 지나갈 '막간의 짧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베르나르는 '파라다이스'에 실린 이야기들을 '만약 ~ 라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에서 쓰게 된 글들이고, 이 글들은 나중에 장편소설을 쓰기 위한 작업일 수도 있다고 한다. '있을 법한 미래'의 이야기들에는 좀 '붕'뜨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아무리 미래에 있을 수도 있는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좀 너무 과장이 심한 것이 아닐까 하는, 그리고 '있을 법한 과거'은 그럴 수도 있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좀 아니지 하는 생각이 드는 이야기들이다. 환상소설, 우화, 신화, 단편소설..... 등등의 색깔을 가진 이야기들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데, 8편의 이야기들을 잘 살펴보면 그 이야기속에는 과학적 사고에서 나온 아이템들이 들어가 있다. 우리들이 염려하는 지구의 미래. 환경오염문제, 전쟁, 방사능유출, 인간의 종말, 그리고 새로운 인간의 탄생.....
그리고, 그의 작품속에는 잔인하고 괴기스러운 이야기들이 살짝 살짝 들어가 있는데, 왠지는 모르겠으나, 다른 작품속의 내용이라면 끔찍하게 느껴질텐데, 베르나르의 작품속에서는 그냥 읽고 지나가 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만큼 베르나르르의 작품은 실제의 상황이 아닌 상상력의 세계, 환상적 세계의 이야기이기 때문인 것은 아닐까 한다.  

지구의 오존층이 점점 커다랗게 뚫린다면 이것을 막아야 되겠지.... 미래의 세계에서는 담배를 피거나 고기를 먹거나, 석유와 전기를 사용한다면.... 환경오염이 갈때까지 간 그 때에 환경을 파괴하는 사람은 많은 사람들앞에서 교수형에 처한다. 지구를 살리기 위해 비행기, 지하철 등의 교통수단은 페달을 밟아서 움직여야 한다. 그보다 더 새로운 교통수단은 투석기.  공을 하늘에 날리듯이 사람을 쏘아 올린다. 붕~~ 하늘로 올라간 사람은 안전하게 먼 곳을 지나서 디딤판에 안착하게 된다.  이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환경 파괴범은 교수형'의 사브리나는 사형대위에서 죽음의 순간에 '사람들은 계속 어리석은 짓거리, 탐욕. 의식의 결핍때문에 세상을 오염시킬 거라고' (p60) 생각한다.  
'꽃섹스'와 '내일여자들은'을 읽어보면 작가의 상상력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궁금해진다. 두 작품 모두 미래의 인간의 종족 보존을 주제로 삼은 작품이다. '꽃섹스'는
인류가 어떤 이유인가로 - 아마도 방사능유출, 환경오염, 유전자 형질변경 등의 이유일 것이다. - 종족을 보존할 수 없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작가의 상상력은 여기에서 인간과 자연이 펼치는 기상천외한 수정 방법을 소개한다.
어느날 한 남자의 정자가 꽃가루처럼 퍼지는 것에서 새로운 수정의 방법이 발견된다. 꽃가루처럼 정자는 날려서 넥타인 난자와 결합. 수정을 해 주는 것은 나비. 그야말로 꽃과 나비의 수정이 인간에게도.... 나비의 역할로 아기가 탄생한다면 그것은 '꽃아이'. 이렇다면 가족의 의미는 무의미해 질 수밖에 ....
  

인류라는 종의 생존은 그냥 한 곤충이 아니라, 한 식물에 생존을 걸고 있는 한 곤충에 달려 있었다. (p99)

결국에 오랜 세월이 지난후에 인간은 환경에 적응하게 되고, 걸어다닐 이유가 없어지고 나비를 맞아들이기 위해 키만 커져서 꽃나무가 되어 빽빽히 우거진 술에 우뚝 서있는 존재가 된다. 태초의 동물(인간)이 아닌 그 기억만을 간직한 나무들로....
그런데, '베르나르'는 인간의 종족 보전이 아무래도 걱정이 되는가보다. 또 다른 작품인 '내일 여자들은'에서 이런 이야기를 다른 방향으로 들려준다. 생물학자 마들렌은 핵전쟁, 방사능 유출 등의 지구 최악의 경우가 닥쳐올 경우에도 살아 남을 수 있는 유전자를 찾는 연구를 한다. 방사능 내성을 가진 유전자를 얻기 위한 연구끝에  신인류의 원형인 '이브 001'을 찾아 내지만 실패를 거듭한다. '이브' 는 상자안에 모셔져서 냉동실에서 깨어나기를 기다리는 타조앙 크기만한 알. 그러니까 인류의 모태가 알로 바뀌는 것이다. 연구를 거듭하여 '이브 103'이 최초의 인간알이 되려고 한다. 품은지 18개월만에. 그러니 임신 기간이 18개월로 늘어나는 것이디. 그리고 알들은 암컷만이 생존한다. 그것은 무슨 의미일까? 먼미래에는 방사능 유출의 공포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인류의 원형은 '이브 103'이 원형이고, 여자만이 존재하는 세상. 과거의 '아마조네스'가 존재하는 것이다. 기발하냐고? 너무 앞서가지 않았나..... 소설이니까..... 베르나르의 소설이니까......


그의 과학적 사고와 기발한 상상력. 거기에는 미래의 재앙의 원인들을 분석하고 생각한 흔적들이 묻어 있다. 오염된 물, 방사능 오염공기, 전자파, 유전자 변형, 잠복성 바아러스, 핵, 지구의 존속, 인류의 멸망, 새로운 인류탄생,  테러, 전쟁. 전쟁 역시 인류는 2차 세계대전이후에 끔찍하고 잔인한 파괴행위로 몸서리를 쳤지만, 과연 전쟁은 지구상에서 사라질까? 그렇지 않다는 것은 확실한 사실일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미래에 있을 법한 '영화의 거장'에서처럼 지구의 존속을 위하여  종교, 국가, 역사가 폐지되는 그런 세상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국가, 역사, 종교가 없어진 세상에서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영화. 그래서 더욱 발전하게 되는 영화산업, 그런데, 이 이야기 역시 평범하지는 않다. DIK스튜디어의 비밀을 찾아 나선 평론가 빅토리아 필과 스튜디오의 비밀을 지닌 감독 데이비드 큐브릭의 이야기. 과거로 갈 수 있는 가속장치, 그리고 영화제작 카메라의 눈과 입이 되는 로봇 파리. 로봇 파리가 찍은 영화는 시간을 거꾸로 간 상황을  담은 실제의 이야기가 영화화 된 것이라니....  작품마다 독자들은 생각하지도 못한 기발한 이야기들이 눈길을 끈다. 그리고, 독자들은 생각하게 된다. '너무 과장이 심하시군요.' '아무리 소설의 세계이지만 말도 안돼'  그런데, 자세히 작품속을 들여다 보면, 우리들이 생각하고, 걱정하는 지구의 미래, 인류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 항상, 염려하는 환경오염과 방사능유출, 전자파, 유전자 변형, 바이러스의 변형, 이들속에서 과연 인류는 어떻게 존속되어야 할 것인가가 소설속에 들어 있는 것이다. 먼미래의 이야기처럼 그리고, 과거의 이야기처럼 들리기는 하지만, 지구가. 그리고 인류의 당면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은 '베르나르'만의 과학적 지식과 사고가 독특한 기법을 가지고 소설로 선보여진 것이다. 아마도 이 단편들은 작가의 손에서 다시 다듬어져서 새로운 장편소설로 변하여 독자들에게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된다.
프랑스에서 보다 한국 독자들에게 더 잘 알려지고, 더 좋아하는 베르나르의 한국 방문이 가까워오고 있는 것같은데, '신'에서의 은비의 모습처럼 좋은 이미지의 한국의 모습이 그의 소설에서 선보여지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언젠가 베르나르는  제주를 좋아한다고 했는데....

이따금씩. 진실이 영화보다 믿기 어려울 때도 있죠. 바로 그게 역설이라오. (P282)
최고의 시나리오 작가는 내가 아니라..... 신이지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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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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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80년대, 정치적,사회적으로 암울했던 시절. 하고 싶은 말은 있으나 하지 못하고, 쓰고 싶은 글은 있으나 마음대로 쓸 수 없던 시절에 대중들의 사랑을 한껏 받았던 작가들이 있다.  박범신, 한수산, 최인호. 김홍신.... 그분들의 소설은 출간되기가 무섭게 인기리에 읽혀졌다. 젊은 날, 나의 독서의 한부분을 차지했던 책들이기에 지금도 그분들의 이름만으로도 아름다운 추억의 한 장면이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연애소설의 대가이기도 했던 '은교'의 작가 '박범신'님은 그당시 '죽음보다 깊은 잠' '풀잎처럼 눕다' 등으로 소설을 통해 나와의 첫 대면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후, 1993년 작가는 돌연 절필을 선언했다. 그후 '나마스떼'를 통해 네팔 이주노동자 '카밀'과 '신우'의 사랑이야기를 읽게 되었는데, 가보지도 않은 '마르파'마을에 대한 묘사가 너무도 아름다워서 하얀꽃이 핀 그 마을이 한참동안 내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아마도 '은교'는 연애소설을 쓰지 않겠다고 한 작가가 17년만에 쓴 본격적인 연애소설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어보게 되면 '은교'는 단순히 연애소설만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은교'를 쓰게 된 이야기부터가 흥미롭다. 작가는 자신의 개인블로그에 '살인 당나귀'라는 제목으로 연재를 시작했다. 개인블로그의 글이니 쓰고 싶으면 쓰고, 올리는 글의 분량에도 제한을 느끼지 않으면서 글이 써질때마다 밤에만 썼다고 한다. 그런데, 그 소설은 탄력을 받아서 1달 반만에 완성을 하게 된다. 어느새 소설의 제목도 '은교'로 바뀌어서..... 종이에 펜으로 글을 쓰기를 고집하던 작가는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면서 그렇게 완성된 글이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촐라체' '고산자' '은교'는 '갈망의 3부작'이라고 말한다.
갈망(渴望).......  사전적 의미는 '간절히 바람'
 
 
모두 읽어본 작품이기에 작가의 말을 들어보니, 그 작품들의 의미를 알 것같다.
나는 '촐라체'를 통해 설산을 오르는 인간의 욕망과 그 욕망의 한계를 느꼈지만, '고산자'에서는 약간 실망스러움을 가졌었던 기억이 있다. 이것은 나자신의 선입견에서 시작된 오류이기는 하지만.... '김정호'라는 인물에 친근감을 가질 수 있는 지리학을 전공했고 역사소설을 좋아하기에 제목만으로 '고산자'의 일대기쯤을 예측했던 것이 이 소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우를 범했던 것이다. 읽고 난 후에야 깨닫게 되었으니 다행인지는 모르겠으나.....
'촐라체' '고산자'를 거쳐 '은교'에 이르러서 작가는 현실로 돌아와 존재의 내밀한 욕망과 그 근원을 감히 탐험하고 기록했(p406)노라고 말한다.
'은교'는 연애소설이라는 범주에서 생각한다면, 명망있는 70을 바라보는 노시인 '이적요' 와 17살 푸르른 젊음의 '은교' 의 사랑, 그리고 이적요를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서지우'라는 베스트셀러 작가와 '은교'의 사랑....
그리고, 이 두 사랑을 둘러싼 끊임없는 서로의 탐색(이적요와 서지우)과 불신, 배신,그리고 마음속 깊숙히 서로를 너무도 사랑하기에, 은교로 인하여 서로를 잃어버리는 것이 두렵고 힘겨운 이적요와 서지우의 삶의 종말, 즉, 죽음에 이르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변호사에게 전달된 유서와 시인의 노트, 그리고 은교에게 맡겨진 지우의 노트....
노트속에 적혀진 서로를 의식하는 행동들과 글들은 씨줄과 날줄처럼, 아니 커다랗지만 정교하지 않아서 금방이라도 맞출 수 있는 퍼즐처럼 맞추어진다. 얼핏 결말이 내려지고, 과정이 보이는 듯하지만, 정교하지 못한 퍼즐의 몇 조각은 의외의 변수처럼, 뜻하지 않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서지우와 이적요의 질투와 불신이 사실은 서로를 잃는 것이 서로의 파멸을 가져오는 것이며, 그 누구도 먼저 그 사실을 알릴 수 없음을..... 그리고, 그들이 두려워 한 것은 서로를 잃게 되는 것임음.....
이적요가 느끼는 서지우에 대한 경계와 질투심은 늙었다는 이유만으로 지우에게 뒤질 수 없는 것이며, 은교를 빼앗길(?) 수 없다는 것을..... 육체적 노화로 인하여 은교를 탐할 수는 없지만. '멍청한 놈'인 서지우에게 질 수는 없다는 마음.
그리고, 나이에 상관없이 은교에 대한 마음은 갈망이며, 사랑임을.....
은교를 처음 본 순간 느꼈던 그 갈망은 은교의 손에서 비롯되었던 것이다.

명백한 건 모든 게 그날 네 손들에서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p95)
죽어가던 이적요 시인의 본능을  일깨워 광포한 파멸의 문 안에 들게 하는데 단초가 됐던 그녀의 흰 손가락 (p217)
그렇다면 서지우가 존경하는 스승 이적요에 대해 가지게 되는 감정은 어디에서부터 온 것일까?
그것은 결코 '은교'에게서 부터 온 것은 아니다. '심장'작업시부터 이적요의 경멸에 찬 표정과 '멍청한 놈'이란 말 한마디에서부터.... 서지우에게 이것은 '지옥에 가더라도 잊을 수 없는 표현. 비수가 되어 가슴에 꽂힌 말 한마디. 그래서 서지우는 의도적으로 이적요의 '은교를 향한 에로스적인 욕망'에 불을 붙이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명망있는 시인을 쓰러뜨리기 위해서, 젊은 자신의 욕망을 따라오지 못할 것을 알기에....
두 사람이 남긴 노트의 내용을 보게 되면, 그들은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받고 있는 것이다. 노시인은 육체적 한계에 대한 갈망을.....  서지우는 작품활동에 다가갈 수 없는 한계에 대한 갈망에.....
이런 이야기들이 심리적 분석을 하듯이 정교하게 그려져 있다. 마치 한 편의 '심리소설'처럼 잘 쓰여져 있다. 더군다나 '박범신'작가의 문장은 다른 작품들에서도 느꼈던 것처럼 신예작가들은 흉내도 내지 못할 정도롤 표현들이 적확하며, 문장이 감수성이 돋보이고, 탐미적이고 섬세하고 예리하다. 수식어를 많이 쓰고 있음에도 쓸데없이 붙여진듯한 군더더기가 없는 깔끔한 문장들이다. 문학에 일생을 바친 작가만이 쓸 수 있는  무르익은 글들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문장들에 적확한 시(詩)는 소설속의 시를 읽는 맛을 느끼게 해준다.
흔히, 시집을 읽게 되면 한 편의 시를 읽은 후에 그 시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다른 한 편의 시로 옮겨가게 되는데, 소설속의 시는 소설의 느낌과 함께 시의 여운이 오래도록  소설속의 문장에 남아 있게 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그 시들이 그 상황이나 심리묘사에 너무도 딱 맞아 떨어지는 시들이기에 그 느낌이 더 강하게 남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사랑'에 대한 갈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소설은 이처럼 간단하게 읽히지 않는다. 그 속에 시인과 대리(?)작가의 자신의 작가 생활에 대한 강한 자기 부정의 이야기가 있는 것이다.
이바라기 노리코'의 시가 인용되는데, 이 시는 '공선옥'의 동명의 소설에서도 그 주제와 시가 인용되기도 했다. 바로 이 시가 가지는 의미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은교가 푸르른 젊음을 가져서 제일 예쁜 열일곱 살. 노시인의 열일곱 살은?
내가 제일 예뻤을 때/ 나의 머리는 텅 비고/ 나의 마음은 무디었고/ 손발만이 밤 색으로 빛났다. / 내가 제일 예뻣을 때/ 나의 나라는 전쟁에서 졌다. / 그런 엉터리같은 일이 어디 있느냐고/ 블라우스 팔을 걷어올리고 비굴한 거리로 쏘다녔다 (이바라기 노리코)
'나의 머리는 텅비고, (...)나의 마음은 무디었고 (...)  비굴한 거리를 쏘다녔던....' (위의 詩 중에서 필요한 부분 축약)
흥청망청 즐기는 젊은이를 향해서도 소리친다.
너희가 지금 누리는 달콤한 인생을 누가 주었느냐고.어디로 부터 온 것이냐고, 마음대로 너희들만 누릴 권리는..... 없다고(...) 저들의 누가 늙은 애비, 늙은 시인의 과거를 알겠는가 (p135)
이적요는 거친 시대를 거쳐 왔다. 시인은 독자들에게 '그의 시는 우주적 고요에 닿아있고, 세속적 욕망을 단호히 절제하고 있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만을 쓰는 시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완전히 노시인의 전략에 의한 것이다. 철저하게 계획된 전략..... 그것이 오늘날의 노시인을 명망있는 시인의 자리에 올려 놓은 것이다.
내가 세상이라고, 시대라고, 역사라고 불렀던 것이 사실은 직관의 감옥에 불과했다는 것을, 시의 감옥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나의 시는 대부분 가짜였다. (p394)
서지우는 이적요가 써준 글로 베스트셀러작가가 되지만, 이적요의 작품이 없다면 작가로서의 활동을 할 수 없다. 작품을 쓸 능력이 되지 않기에... 이적요의 껍데기속의 한 부분이라고나 할까....
처음엔 순수한 스승과 제자로 만났지만, 한없이 존경하는 스승이었지만, 욕망의 눈이 어두워 자신을 살해하려는 의도를 깨달았을  때의 마음, 비록 비극적인 관계로 끝날 운명이지만 그 두 남자는 서로를 깊이 사랑했었다.
죽음의 새벽, 시인의 고통에 찬 눈길, '여보게' 불러 세우는 한 마디에 죽음을 예견했고,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는 스승으로 부터 완전히 버림받는 서지우의 마음은 '빗물 흐르는 허공에서 짧게 만났다. (p374)
노시인이 마지막 순간에 깨닫게 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내 마음속 영원한 젊은 신부'인 은교를 사랑했다는 것.
그리고 시인은 자신의 욕망이 만들어 놓았던 허울을 보게 되는 것이다. 또, 은교를 만난 후에 비로소 자신이 누구인지를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자신의 인생과 작품활동을 철저한  전략에 의해서, 독자들의 구미에 맞추어서 살아오고, 시를 썼기에.  그 자신의 인생은 '가짜 인생'이고, 그는 가짜 시인' 이었다. 그리고 그의 시는 모두 '가짜'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깨달음이 진정한 깨달음이었다면 좋으련만....

발칙한 노시인은 자신의 인생에서 용의 주도하게 설계되어 얻어진 '가짜'위에 또다른 '가짜'..... '죽음뒤에 살아 남는 자'가 되기 위해 죽음후의 전략까지 꾸며 놓고 죽었던 것이다.
갈망.....
그 끝은 어디일까.....
'친구여, 모든 해답은 나부끼는 바람 속에 있다. ' (p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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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조건 - 하버드대학교. 인간성장보고서, 그들은 어떻게 오래도록 행복했을까?
조지 E. 베일런트 지음, 이덕남 옮김, 이시형 감수 / 프런티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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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어떤 사람들은 행복의 색깔을 무지개색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알록달록 서로 다른 색이 조화를 이루면서 아름답게 펼쳐지기에. 그 색깔들에는 사랑, 아름다움, 부, 명예,건강, 안락함.... 사람들이 갈망하는 것들이 담겨져 있다고 생각하면서.  그래서 행복에는 어떤 조건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들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행복에는 어떤 조건이 뒤따르게 되는 것일까?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행복의 실체를 밝히려는 노력을 하였으며,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파랑새'를 찾아 나서듯이 자신과는 멀리 떨어진 곳에 '행복한 삶'이 존재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들을 하기도 하는 것이다.
나 역시 가까운 사람들의 삶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분명히 많을 것을 누리고 있는데도 그것을 알지 못하고, 우울하고 힘겹게 살아 가는 모습을 보게 될 때에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게 된 경우도 있다.
'행복의 조건'
행복에는 어떤 조건이 뒤따르는 것일까? 난 결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같은 조건에 처해 있으면서도 그것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반하여, 그것이 너무도 불행하여 견딜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것을 보면, 행복에 조건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조건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조지 베일런트'가 쓴 '행복의 조건'은 제목만 볼 때는 시중에 범람하는 자기계발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이 책은 행복한 삶에 대한 공식을 찾아 내려는 생각에서 시도된 연구에 관한 인생보고서라고 해야 될 것이다.
1930년대 말에 하버드에 입학한 2학년생 268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삶을 72년 동안에 걸쳐서 주기적으로 방문, 설문조사와 건강진단, 동행한 정신과 의사와 교수들의 상담을 통한 진단을 토대로 하여 연구한 내용들이다. 이 연구는 1938년 '하버드대 공중 보건학부 '알리복 '박사가 시작한 '그랜트 연구'를 1967년에 이 책의 저자인 '조지 베일런트'가 연구를 이어 받았다.

'성공적 삶의 심리학'에서 그는 연구대상자들의 삶에 대해 "과학적으로 판단하기에는 너무나도 인간적이고, 숫자로 말하기에는 너무나도 아름답고, 진단을 내리기에는 너무나도 애잔하고, 학술지에만 실리기에는 영구불멸의 존재다. (p25)
그후에 40여년간에 연구는 진행되게 되는데, 이때는 3개 집단으로 분류되어 연구가 진행된다.

첫번째 연구대상: 하버드 법대 졸업생 집단 268명
두번째 연구대상 : 천재아 연구에서 찾아낸 여성들 90여명
세번째 연구대상: 이너시티 출신 고등학교 중퇴자로 사회에 첫 발은 내디뎠지만 삶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한 남성 집단 456명
이 연구는 정신적, 신체적으로 다른 양상을 보이던 10대들로 선별되어서 그들의 전생애에 걸쳐서 면밀하게 진행되게 된 것이다. 즉, 어린시절부터 죽을때까지의 전과정이 연구되고 기록되고, 분석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중점적으로 다룬 것은 만족스러운 삶과 그렇지 못한 삶에 이르는 원인을 분석하고 그에 대한 구체적 실증 자료를 제시한다. 이 책에서는 주제별로 많은 사례들을 소개해 주는데, 이것은 연구 결과를 입체적으로 알려주기 위한 것이다.

요즈음에 많이 출간되는 책들이 젊은이들, 즉 청춘들에게 전하는 내용의 책들이 많았던 것에 비한다면, 이 책은 노년들에게 어떻게 하면 아름답고 행복한 노년을 즐길 수 있는가를 이야기해주는 책인 셈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 그것은 어떻게 보면 서글프고 아쉽고, 쓸쓸한 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나이가들어간다는 것은 기쁨과 사랑, 그리고 어제까지 알지 못했던 것을 배우는 것이다.


어릴적의 기억들이 그당시에는, 또 그로부터 얼마 멀지 않았던 시기에는 힘겹고 원망스러운 일이었더라도, 어느 순간을 지나서 먼훗날이 되면 그때에는 그 고통들이 새로운 생각으로 바뀌기도 한다. 이런 경우로는 이너시티 출신의 불우한 어린 시절을 가졌던 '피렐리'의 경우에서 볼 수 있다.
분명히 아버지에 대한 원망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건만, 어느 사이에 그것은 감사의 마음으로 변한 것이다. 우린 흔히 어릴 적의 아픈 기억들이, 아니면 과거의 삶을 통해서 미래를 예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거의 단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결코 어린 시절의 생활이 그들의 노년을 결정지을 수는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다. 불우했던 과거가 있었지만 노년이 더 행복해 진 경우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런 결과가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보통의 경우에는 다음과 같이 유년기와 노년기의 관계를 이야기 할 수 있다.
유년기는 두 가지 방식으로 노년에 영향을 끼친다.  첫째 유년기에 아이는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믿음, 자율성, 독창성을 키워나간다. 그 사건들은 아이들이 지닌 희망과 자아의식을 폭넓은 인간 관걔와 사회적 유대로 확장시키며 그것이 결국 풍요로운 노년의 밑받침이 된다. (...) 미래를 예견할 때 긍정적 유년기가 부정적 유년기보다는 한 사람의 미래를 훨씬 더 강력하게 예견할 수 있다.  (p136)

이 연구가 연구대상자의 전생애에 걸쳐서 이루어진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연구대상자가 나이가 들어가는 것과 함께 연구원도 나이가 들어간다. 세월이 흐르면서 처음의 보고서 내용을 뒤집는 경우도 많이 나타난다. 마치 '쇳조각으로 금을 만드는 삶의 연금술' (p113) 처럼. 이것이 바로 행복한 삶의 유형일 것이다. 인생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이런 변화를 가져 왔을 것이다.  
84세 연구 대상자가 들려주던 말
긍정적 노화란, 사랑하고 일하며 어제까지 알지 못했던 사실을 배우고,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남은 시간을 소중하게 보내는 것이라는 말이다. (p53)

인생의 후반기에 이루어야 할 과업중 하나는 인생 전반에 사랑했던 모든 이들을 다시 찾아 내어 그 사랑을 회복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잃어버린 사랑을 회복하는 것은 곧 과거가 현재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방식이 된다. (160)
늙어가면서 이와같이 생각할 수 있고, 생활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행복한 삶인 것이다. 나자신에게 물어본다. 나도 이렇게 늙어갈 수 있느냐고.....
추하지 않게, 욕심스럽지 않게, 이처럼 행복하게 살아가자고....
우리들이 흔히 생각하듯이 인생에 있어서 성공의 문을 열어주는 열쇠가 돈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돈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평생을 김밥을 팔아서, 생선을 팔아서 쌈지돈을 모아서 마련한 거금을 선뜻 기부하는 사람들을 보았을 것이다. 그들이 바로 행복한 노년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나보다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기부하고 봉사하는 사람들....
이같은 행동에서 삶은 행복해지고 그들이 보낸 사랑은 메아리가 되어서 다시 그들에게 되돌아가는 것이다.
내나름대로 이 책에서 제시한 행복의 조건을 간추려 본다면
☆ 행복의 조건 
* 신의 섭리를 받아들인다.   
* 가장 중요한 일부터 먼저하라.      
* 소박하게 살라.
* 현재를 즐겨라 (건강의 중요성)
* 인생을 즐겨라 - 과거와 미래를 잊고 현재에 집중하라.
 * 전화를 이용해라 - 마음의 평정과 만족감, 인간관계
  결론적으로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이다.
지금 이순간 불행하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행복하다고 생각하는가?
행복에는 조건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행복에는 어떤 조건이 따르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삶이 행복하게 느껴지고, 늙어가면서도 늙는다는 것이 외롭지 않고, 활기차게 느껴질 수 있는 것은 삶에 대한 우리 마음속의 평화로움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 평화로움은 결국에는 행복이고 그것이 바로 사랑이 아닐까 생각된다.





겨울정원처럼 사람들에게 변함없는 사랑을 받을 수만 있다면, 우리는 죽은 뒤에도 계속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이다. 한스 진서 교수, 오이디푸스왕, 소포클레스에게 죽음은 마치 겨울 정원과도 같이 끝이 아니라 하나의 새로운 시작이었다. (p258)
이 책의 글을 인용하여 나 자신에게 묻고 싶다. 나는 생의 마지막 나날들에 어떤 생각을 할 것인가?
(1) '젊음은 아름답지만, 노년은 찬란하다. 젊은이는 불을 보지만, 나이든 사람은 그 불길 속에서 빛을 본다. ' - 빅토르 위고
(2) '노년은 망각일뿐이며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 - 셰익스피어
나의 선택이 곧 나의 마음이고, 그것이 바로 나의 삶을 행복하게도, 불행하게도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이다.
나의 현명한 선택이 나의 삶의 모습을 결정짓게 되는 것이다.
아름답게 죽음을 맞이 하는 순간, 아직도 내가 받은 것보다 더 많은 사랑을 세상을 향해 아낌없이 베풀 수 있다면 나의 삶은 이세상에서 가장 행복했던 삶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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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몽
황석영 지음 / 창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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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에 친구와 선릉에 간 적이 있다. 그 근처는 뻥뚫린 대로에 잠시 쉬었다가 갈 곳도 찾기 힘들 정도로 개발이 덜 될 상태였다. 겨우 찾은 곳이 그당시 유명한 뉴욕제과였던 것이다. 그때는 주택지도 조성단계였기에 밤에는 돌아다니지도 않을 정도로 휑한 모습이었다. 그때 그곳은 강남도 아닌, 영동이었던 것이다. 그당시에는 어찌 지금과 같은 금싸라기 땅을 생각조차 했겠는가. '강남몽'에도 이곳의 땅값이 몇십원. 그리고, 올라서 몇 백원, 또 눈 깜짝할 사이에 올라서 몇 천원이라고 묘사를 하고 있다. 이런 강남이 짧은 기간내에 눈부신 변화를 할 수 있었던, 그리고, 지금의 강남이 만들어지게 된 '강남 변천사'를.... 그리고, 그 변천과정에서 나름대로의 욕망을 챙겨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야기가 '강남몽'이 아닐까 한다.
 
'강남몽'의 저자인 '황석영'은 굵직 굵직한 대하소설과  한 권에 담아지는 소설이지만 읽은후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소설을 써왔다고 생각된다.
그가 우여곡절끝에 북한에 갔었고, 망명생활과 영어의 생활을 한 후에 출간한 '개밥바라기별'이나 '바리데기'도 참 많은 독자들에게 읽혔던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젊은 시절에 남다른 많은 체험을 했기에 그런 이야기들이 녹아있는 성장소설 '개발바라기별'. 그리고, 어쩌면 자신의 또다른 체험에서 우러나온듯한 '바리데기'도 참 특색있는 작품인 것이다. 특히, '바리데기'에서 전통설화의 '바리'와 특이한 능력을 가진 탈북소녀 '바리'의 연관과 그녀의 질곡많은 삶의 묘사는 '황석영'작가이기에 가능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한 작가가 선보이는 '강남몽'은 출간을 앞두고 인터넷 서점을 통해서 소설을 접했던 사람들의 입을 통해 많은 이슈가 되기도 했던 것이다.
'강남몽'은 작가가 한 번은 꼭 쓰고 싶었던 이야기였다고 한다. 개발독재시대의 산물이 하루 아침에 폭싹 주저앉는 그 광경....
'성수대교'이 무너지고, 하루 아침에 '삼풍백화점'이 잿더미가 되다니.....
바로 '삼풍백화점'의 붕괴사고가 이 소설의 모티브가 되는 것이다. 도덕적인 사고와는 무관하게 달콤한 곳을 찾아다니며, 돈을 쉽게 벌고, 쉽게 번 돈을 펑펑 쓰는 삶. 그들의 삶은 겉치레.... 겉만 뻔지르르하면 그만인 그런 생활인 것이다. 마치 건물속에는 고가품들이 즐비하고, 건물은 최첨단을 자랑하는 그런 백화점의 모습과 닮음꼴이 아닐까.... 하루 아침에 주저앉을 수 밖에 없는 그런 허망한 허상들.
삼풍백화점의 붕괴가 한여름밤의 꿈이듯 묘사되는 가운데, 이 소설은 우리의 근현대사의 자유롭지 못한, 치욕적인 치부들을 들추어 준다. 일제 강점기에서부터 전두환정권까지의 이야기를 함께 다루고 있다.
누가 가난하기에, 배운 것이 없기에 민족을 괴롭히는 일제 순사의 끄나풀이 되었다고 말하던가? 해방후에 이런 끄나풀들이 경찰이 된 과정을 당연하다고 했던가? 그 들이 다시 이승만 정권에서 박정희 정권으로... 다시 전두환 정권의 선봉에 서게 된 것을 보고만 있었던가? 그것은 모두 핑계이자 자기 합리화가 아닐까 한다.
너무도 질곡많았던 근현대사의 장면 장면들, 그 과정에서 자본주의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 우리들을 부끄럽게 만들어 준다.
그런데, 나는 '강남몽'을 읽으면서 잠시 혼돈이 왔다. 이야기의 연결이 자연스럽지가 않고, 각 장이 서로 겉도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4장 '개와 늑대의 시간'에 이르러서는 이 이야기의 삽입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마치 얼마전에 읽은 '칼럼 매캔'의 '거대한 지구를 돌려라'를 읽을 때 느꼈던 '이 소설이 분명 장편소설인데, 단편소설처럼 느껴졌던~~~' 그런 느낌이 들었다.  '거대한 지구를 돌려라'에서는 한 사건을 둘러싸고 연관성이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조각 조각 떨어졌다가 함께 모이는 것과 같은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나처럼 어린시절에나마 강남의 변천을 어렴풋이 듣고 알아왔던 세대이기에 이 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근현대사의 흐름을 책과 생활을 통해서 알고 있기에 수월하게 읽을 수 있지만, 젊은 세대들에게는 그런 '근현대사의 다큐멘터리'식의 이야기가 이해가 되지 않고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도 들었다. '오히려, 한 권의 장편소설이 아닌 대하소설이라면.....'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런데, 끝부분의 '작가의 말'을 통해서 모든 의문점이 풀렸다.
작가는 강남 형성사를 '광복 반세기'식의 대하소설로 쓸 수는 없고, 그런 접근은 낡은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p376) 또한, 그는 '강남몽'을 통해서 소설 구성상에 있어 새로운 시도를 했던 것이다. '꼭두각시 놀음'(p376)을 했던 것이다.

저 삼십여년에 걸친 남한 자본주의 근대화의 숨가쁜 여정과 엄청난 에피쏘드들을 단순화하고, 이를테면 꼭두각시, 덜머리집, 홍동지, 이심이 등등처럼 캐릭터화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인형 같은 캐릭터들은 남한 사회의 욕망과 운명이라는 그물망 속에서 서로 얽혀서 돌아가고 그러면서 모르는 사이에 역사가 드러나게 하면 어떨까 (p376~377)
그렇다. 작가는 '강남몽'을 통해서 새로운 구성방법을 시도했던 것이다. 각각 다른 캐릭터를 가졌지만,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각자가 역사속의 그들이 처한 상황에서 눈부신 개발의 상징처럼 꿈꾸듯이 삶을 살아 왔던 것이다. 한 순간에 허물어질 줄을 모르고.....

그런데, 과연 백화점의 붕괴와 함께 그들은 이런 꿈(夢)들에서 깨어났을까....
차라리 한여름밤의 꿈처럼.... 한낱 꿈이라면 좋으련만....
아직도 강남불패는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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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 - 왜 어떤 기업은 위대한 기업으로 건재한 반면, 다른 기업은 시장에서 사라지거나 몰락하는가
짐 콜린스 지음, 김명철 옮김 / 김영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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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콜린스'는 스탠퍼드 대학 경영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HP, 매킨즈에서 근무하였으며, 그의 대표적인 저서로는 '위대함의 법칙',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이 있다. 그런데, 그가 위대한 기업이라고 믿었던 기업들이 채 10년도 되지 않아서 몰락하거나 합병되는 현실을 보면서 '위대한 기업'에 맞추어졌던 그의 연구과제를 '몰락하는 기업'으로 바꾸어서 연구를 하게 되었다.
'위대한 기업이라고 믿었던 기업이 왜 몰락하게 되는 것일까? ' , '이런 위대한 기업들의 몰락을 예견할 수는 없을까?', '위대한 기업의 몰락을 막을 수는 없는 것일까?'
 
이런 연구과제를 가지고 저자는 '연구팀과 함께 6000 년에 해당하는 기업 역사를 5 년에 걸쳐 철저히 조사 분석하여 오늘날 기업에 꼭 필요한 가이드라인과 해법을 밝혀냈다.' (저자 소개글 중에서)  
그의 연구결과는 '위대한 기업도 몰락할 수 있다. 어떤 기업도 몰락할 수 있으며, 결국엔 그렇게 된다'는 것을 밝혀내게 되고, 위대한 기업의 몰락과정을 '몰락의 5단계'로 설명해 주고 있다.
그 한 예로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100 여개 나라에 걸쳐 1100 여개의 지점과 총자산 약 1000 억달러에 육박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은행이었다. 그런데,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몰락하게 되는 것이다. 어떤 위대한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변하지 않으면 몰락'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위대한 기업의 몰락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몰락에서 다시 재기하는 기업들과 그대로 몰락해버리는 기업들은 비교 연구하여야 하는 것이다.
'성공과 실패 사이의 비교 연구를 통해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것이기에, 기업들의 비교 분석이 몰락의 원인을 찾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에임스 할인점'과 '월마트'는 어느 시점까지는 비슷한 상승을 보이던 기업인데, 어느 순간부터 '월마트'는 급격한 상승을... '에임스 할인점은 몰락의 나락으로 빠지게 되는 것이다.
 


뱀처럼 소리없이 다가와서는, 마치 어느날 갑자기 모든 일이 벌어진 듯 큰 난관에 빠뜨리기 때문이다.  (p36)
또한, 이 책에서 인용한 소설 '안나카레리나'의 첫 줄

행복한 가정은 다 똑같아. 반면 그렇지 못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원인으로 불행하다. (p37)

소설의 한 구절처럼 위대한 기업들에 대한 연구결과는 기업이 위대해지는 것보다 몰락하는 길이 더 다양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만들어지게 된 것이 '몰락의 5단계'이다.

[몰락의 5단계]는  ♠1단계: 성공으로부터 자만심이 생겨나는 단계
                          ☆2단계: 원칙없이 더 많은 욕심을 내는 단계  

                          ♥3단계: 위험과 위기가능성을 부정하는 단계
                          ♡4단계: 구원을 찾아 헤매는 단계
                          ♣5단계: 유명무실해지거나 생명이 끝나는 단계
그러나, P&G, 3M. 존슨& 존슨 처럼 100~150 년의 역사를 자랑하면서 위대한 기업으로 남아있는 기업들도 있고, 하루 아침에 사라지는 기업들도 있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몰락의 5단계를 통해서 배울 수 있겠지만, 기업의 창업자의 겸양과 배움의 자세가 차지하는 부분이 상당히 크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저자인 '짐 콜린스'는 이와같이 어떻게 보면 딱딱하고 재미없을 수 있는 내용의 글들을 역사적 사실 등을 비롯한 사례들을 통해서 쉽게 풀이해 주고 있다.
[몰락의 4단계]의 이야기중에 HP의 새로운 CEO였던 '피오리나'와 IBM의 새로운 CEO였던 '거스너'의 대조적인 행보는 기업의 재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스스로 곤경에 처했거나 정점을 지나 하락세로 돌아섰음을 발견했을 때, 생존 본능(그리고 두려움)이 우리가 살 수 있는 길과 정반대로 가게 만들 수 있다. 차분하게 생각하고 주의깊게 행동해야 할 바로 그 순간에 우리는 정반대로 움직여 가장 두려워하는 결과를 빚어낸다. (P131)
[몰락의 5단계]를 걷게 되는 기업들에도 희망은 있다. 몰락했다가 다시 살아난 기업들의 사례들도 찾아 볼 수 있기때문이다.
어둠에서 벗어나는 길은 포기할 줄 모르는 끈질김과 함께 시작된다. (...)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은 있는 법이지만, 그렇다고 끝은 아니다. 언제든 다시 올라갈 수 있다. (P166)
우리들이 매스컴을 통해서 접하게 되는 위대한 기업들의 몰락 소식은 단순히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리고, 그 기업들도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재생할 수 있는 것이다. 경영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는 좋은 지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며, 비단 경영과 관련이 없는 독자들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이야기를 자신의 인생에 대응시켜도 전혀 손색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엔 우리들의 삶도 경영의 한부분으로 생각할 수 있기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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