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rrowing 바로잉 - 세상을 바꾼 창조는 모방에서 시작되었다
데이비드 코드 머레이 지음, 이경식 옮김 / 흐름출판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유레카 ! 의 순간을 기다리지 마라 !
 일단 빌려라, 그러면 창조는 쉬워진다." (책날개 글 중에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는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그런데, <Borrowing>의 저자는 이 책에서 공개적으로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빌려오라고 한다.
요즘처럼 표절시비가 많은 때에 황당하기 그지 없는 발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책을 읽어 본다.
" Borrowing "의 의미는 단순한 모방을 생각하기 쉬우나 기존의 것을 빌리거나 모방해 전혀 낯설지만 한층 더 나은 것을 창조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책을 읽어 나가다 보니,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무조건적인 모방인 아닌,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빌려와서 거기에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의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의미임을 알게 된다.
미켈란젤로가 기존의 성경을 바탕으로 성화를 그렸듯이,
스티븐 킹이 그의 저서인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밝혔듯이, 그가 초등학교 1학년 시절에 만화 <컴벳 케이시>에 나오는 대사와 묘사를 그대로 따라서 적다가 자신이 보기에 어색한 부분을 자신 나름대로 수정하여 자신의 첫 번째 소설이라고 했다는 것처럼,
소설가들이 자신의 소설의 주인공의 캐릭터를 자기 주변의 실존인물이나 또는 실존 인물의 합성으로 만들어 내고, 이야기의 내용도 때에 따라서는 실제로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듯이.
조지 루카스가 <스타워즈>을 신화에서 소재를 얻었듯이....
이처럼 가까운 예로는 이런 점들도  Borrowing 의 의미가 되는 것이다.
저자의 주장을 좀더 들여다 보면,
"어떤 아이디어든 다른 사람들이 가진 아이디어세서 나온다. 몇 몇 아이디어만 그런게 아니다. 모든 게 다 그렇다 (...) 창의적 생각이란 어느 순간 머릿속에 어떤 것이 퍼뜩 떠오를 때까지 아이디어를 찾는 탐색 행위 (...) 아이디어는 기존의 아이디어들 속에서 태어나기  때문에 아이디어의 세계에서는 독창성과 도둑질이 종이 한 장 차이다. " (p31)
물론, 독창성과 도둑질이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것은 과장된 표현일테이지만, 뛰어난 아이디어가 없다면, 기존의 아이디를 재료로 활용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초중고등학생을 둔 부모들의 방학과제 중에 골머리가 아픈 과제가 아마도 <탐구대회> 또는 <발명품 경진대회> 작품 만들기 일 것이다.
이 경우에도 기존의 상품에 약간의 변형을 가져오게 되면 멋진 발명품이 되는 것을 실감하기도 했을 것이다.
물론, 이 책의 내용은 이런 사소한 내용이 아닌 경제관련 아이디어이기는 하지만....
저자는 무언가를 창조하려면 다른 사람 또는 다른 조직의 훌륭한 요소를 복사하거나 빌리고 베껴서 창의적인 것을 만들어 내기 위한 <아이디어 빌리기 6단계>를 이야기한다.

    
 

★ 창의적 아이디어의 기원
1 단계 : 정의하라.
2 단계 : 빌려라
3 단계 : 결합하라
★ 창의적 아이디어의 진화
4 단계 : 숙성시켜라
5 단계 : 판단하라
6단계 : 끌어 올려라
저자인 '데이비드 코드 머레이'는 원래 항공우주 산업에 종사하다가 금융 서비스업으로 전환하여 성공가도를 걷다가 사업이 실패를 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재기를 하게 되는데, 그런 자신의 이야기와 함께 "빌 게이츠',' 조지 루카스', '스티브 잡스', '스티븐 킹'등 사회적으로 여러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사례를 함께 소개해 주는 것이다.
개념 설명이 아닌 풍부한 사례를 중심으로 저자의 주장이 설명되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한때 "~~ 따라하기"가 유행했었듯이 창의성이 부족한 사람들이라면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자신이 취할 수 있는 것은 빌려오는 것도  지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여기에서 분명하게 말할 것은 누군가의 것을 똑같이 하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필요한 것은 모방을 하더라도, 거기에 자신만의 새롭고 독특한 방법이 가미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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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기록된 20세기 전쟁사 - 1914년부터 오늘날까지
던컨 힐 지음, 박수철 옮김 / 시그마북스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지구상에서 전쟁이 끊이는 날이 없다고 할 정도로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위정자들에 의해서 일어나는 전쟁이지만 그 전쟁의 피해자는 지구상의 그 누군가인 것이다.
전쟁에 관한 사진이라고 하면 2차세계대전의 참호 속에서 한 병사가 뛰어 나가다가 머리에 총을 맞고 쓰러지는 <병사의 죽음>이 떠오른다.
전쟁 속의 순간을 담은 그의 사진들은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원제는 Sightly Out of Focus, 1947)"에 담겨져 있기도 하다.
이렇게 전쟁 속의 기록을 담은 사진들은 종군기자들의 활약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들은 이처럼 단편적인 전쟁의 기록을 접하여 왔는데, 이번에 출간된 <사진으로 기록된 20세기 전쟁사>는 전쟁과 관련된 많은 사진들을 담고 있다.

 

1914년 1차 세계대전(1914~1918)이 발발하기 직전의 사진부터 시작하여 러시아의 그루지아 침공 (2008)까지의 사진을 모두 모아 놓았다.
약 1세기에 걸친 전쟁 기록 사진인 것이다.  


 

  
 

먼저 차례를 보니, 지금으로부터 약 100 년동안 이처럼 많은 전쟁이 지구상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1차 세계대전, 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

 
 
 

그리고, 크고 작은 전쟁들.
"1차 세계대전은 '모든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이라는 이름이 따라 다녔다.
그 이유는 그 규모와 인명피해가 사상 유례없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 8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 역사적인 지각 변동은 불과 한 세대 뒤에 다가올 대재앙의 전주곡에 불과했다." (들어가는 글 중에서)
1차 세계대전은 전쟁의 종식을 알리는 전쟁이었다기 보다 그동안 일어난 전쟁들보다 더 치열한 전쟁을 알리기라도 했던 것처럼 이 책의 시작이 되는 것이다.













약 100년의 세월이 지난 빛바랜 흑백 사진의 기록에서부터 처음의 천연색의 사진까지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은 ,데일리 메일>의 사진 데이터 베이스에 수록된 것들이다.
기록 영화 속에서 접했던 1차 세계대전의 발발 직전의 사진이 눈길을 끈다.





그리고 각 전쟁의 발발, 전쟁의 전개과정, 전선의 모습, 전쟁을 좌우하였던 주요 전투에 관한 사진, 전쟁 후의 조약 체결에 관한 사진까지 기록적인 의미를 가지는 사진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한국전쟁에 관한 사진들로 몇 장이 담겨 있다.







최근의 전쟁들은 여러 해가 지났음에도 아직 전쟁은 진행중에 있기도 하다.
20세기의 주요 전쟁사를 알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전쟁의 기록이 담긴 사진들과 함께 그 전쟁에 대한 모든 사항들이 적혀 있기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다.
그리고,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들에게는 전쟁의 아픔을 느끼게 해 줄 수 있는 역할도 하게 될 것이다.
지구상에서 전쟁이 종식되는 날을 기대하며 이 책 속의 사진을 보고, 전쟁의 이야기를 읽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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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1. 김점선을 그리다. : 김점선 그림은 참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들의 에세이에서 접하게 된 그림이었는데, 감성적인 그림들이었지요. 

그녀가 세상을  떠난지도 2년이 되었답니다. 

그래서 그를 아는 지인들이 그를 추모하며 책을 출간하였네요. 

 

2. 길위에 내가 있었다. 

 하얀 거탑의 이기원 작가의 여행 에세이입니다. 

작가의 일탈을 가져다 준 여행. 

그 속에서 작가가 느꼈을 많은 이야기들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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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싸라비아] 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앗싸라비아 - 힘을 복돋아주는 주문
박광수 글.사진 / 예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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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만화가 박광수가 만화가 아닌 사진으로 독자들을 찾아 왔다.



<광수 생각>에서 주인공은 어눌하고 어딘가 몇 %는 부족한 듯한 캐릭터이지만, 그에게서는 사람다운 정이 물씬 풍겼었다. 
만화가 박광수의 만화를 즐겨 읽은 편은 아니지만, 가끔씩 보게 되면 가슴이 와닿는 그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 <참 서툰 사람들/박광수, 갤리온, 2009>, <악마의 백과사전 - 광수의 뿔난 생각 /박광수, 홍익출판사, 2010>을 통해서 그의 만화를 접하면서 때론 낄낄거리면서 웃기도 했고, 때론 만화 컷 속에 숨겨진 의미있는 메시지를 깨닫고는 마음 속 깊은 깨달음과 긴 여운을 느끼기도 했었다.
구태여 <앗싸라비아>를 두 책과 관련짓는다면, <참 서툰 사람들>이 뽀리라는 캐릭터의 만화 주인공의
마음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았다면, <앗싸라비아>는 박광수 자신의 마음으로 사진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앗싸라비아 !!"
신이 날  때에 많이 외치는 구호인 "앗싸라비아".
살아가는 동안힘을 얻기 위해 매일 매일 외우는 주문이라고 광수는 말한다.
"앗싸라비아 !!"  "앗싸라비아 !!" 
몇 번을 반복하다 보면 정말로 기운이 샘솟는 듯한 재미있는 말.
책장을 몇 장 넘기는 순간, 잠시 숙연한 마음이 든다.
광수가 이 책을 기억이 점점 소거되는 엄니에게 바친다는 말이~~~
"(...) 네가 보는 지금의 내 사진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막 지나간 찰나의 사진이야.
그러니 부디 내 사진을 보면서 가장 아름다웠을,
사진의 바로 앞 순간을 상상해 줘.
카메라를 바로 꺼내들 수 없었던 그 수 많은 아름다운 풍경들과 나날을 말이야." (서문 중에서)
사진을 찍어 본 사람들이라면 그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놓치고, 그 다음 순간을 카메라에 담았던 사람들이라면 수긍이 가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책 속의 사진들은 찰나의 순간을 놓친 사진들이 아닌 가장 아름다운 순간들의 컷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각적이다.

 

 

서문에 실린 내용은 아마도 사진을 일컫는 말이라기 보다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놓치고 난 그 다음 순간의 마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책 속의 글들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비켜간 그 다음의 장면들의 내용이기에 그런 생각이 든다.
사랑후에, 이별 후에, 그리고, 부모님의 건강함후에.....
광수의 이런 이야기들은 마음 한 구석이 찡해질 정도로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유명인들의 명문장과 광수의 생각이 이 책 속에는 같이 존재한다.


" 인생은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다.
  균형을 잡으려면 움직여야 한다. "(알버트 아인슈타인)

" 궁금해
 나는 혹시 목적지도 없는데
 길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박광수의 글)

" 우리는 나이를 들면서 변하는 게 아니다. 보다 자기다워지는 것이다." (린 홀)

" 누군가 그랬지.
  나이가 드는 것이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단풍이 잘 물들면
  꽃보다도 아름답다고. " (박광수의 글)






 

자신은 고기를 굽고, 아들은 고기를 먹는 모습에서 자신의  부모 모습을 생각하게 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한 것이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
그 순간이 막 지난 그 다음의 순간.
그러나, 그 다음 순간에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을 기억한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의미이기도 한 것이다.  

 


이탈리아, 영국, 홍콩, 미국 필리핀, 일본, 우리나라의 이곳 저곳에서 찍은 멋진 사진과 함께 마음에 여운을 남겨주는 글들이 많은 여백과 함께 담겨 있기에 책장을 넘기는 속도는 너무도 빠르지만, 책장을 넘기면서 마음 속에 남는 여운은 아주 긴~~ 그런 박광수의 사진책이 <앗싸라비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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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일주일을 - 히드로 다이어리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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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ain de Botton
그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이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우리는 사랑일까>, <너를 사랑한다는 건>은 작가가 20대에 쓴 초기작품들로 이 작품들을 '사랑과 인간관계의 3부작'이라고 일컬어지는데, 이 작품들을 읽어 보면 소설이라기 보다는 철학적 사유가 담긴 에세이라는 생각을 들 정도로 어떤 작가의 작품에서도 볼 수 없는 '알랭 드 보통'만의 작품 세계를 엿 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그밖에 우리들에게 잘 알려진 작품들은 < 여행의 기술>, <일의 기쁨과 슬픔>, < 행복의 건축>들이 있는데, 이 작품들 역시 '알랭 드 보통' 특유의 특색있는 작품들이다.

  

그는 여행, 일, 건축 등의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접근 방법에 의해서 그만의 통찰력을 바탕으로 세밀하고도 다각적인 이야기를 끄집어 내는 것이다.
<일의 기쁨과 슬픔>에서는 화물선 관찰하기’ ‘물류’ ‘비스킷 공장’ ‘직업상담’ ‘로켓과학’ ‘그림’ ‘송전공학’ ‘회계’ ‘창업자 정신’ ‘항공’ 등 모두 10장에 걸쳐 일상의 구체적인 직업 영역부터 거대한 산업 구조에 이르기까지, '일의 세계'를 따라잡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참치를 잡는 과정에서부터 물류센터를 통해서 한 가정의 식탁에 참치 통조림으로 식탁에 올라오는 과정을 따라가는 모습은 열정적인 작가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공항에서 일주일을> 역시, 공항의 사소한 모습까지를 따라잡아 가는 일주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의미에서 <일의 기쁨과 슬픔>과 같은 맥락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이 이 작품을 쓰게 된 동기는 2009년 여름에 히드로 공항의 관계자로 부터 공항 상주 작가로 초청을 받게 되면서 부터이다.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히드로 공항에 글을 쓸 수 있는 책상을 갖춘 작업실은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곳에,  그의 숙소는 공항 옆의 호텔에 마련되는 것이다. 
그곳에서 알랭 드 보통은 그 나름의 세밀한 관찰력으로 공항의 이모 저모를 취재하고 글을 써 나가는 것이다.

 


" 나의 고용주는 재대로 된 책상을 하나 놓아주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사실 이곳은 일을 하기에 이상적인 장소였다. 이런 곳에서 글을 쓰는 것이 가능하겠냐는 생각이 들겠지만, 오히려 그런 어려운 작업 환경이 글을 쓰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일하기 좋은 곳이 실제로도 좋은 곳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조용하고 시설이 잘 갖추어진 서재는 그 흠 하나 없다는 점 때문에 오히려 실패에 대한 공포를 압도적인 수준으로 높이곤 한다.
독창적인 사고는 수줍은 동물과 비슷하다. 그런 동물이 글에서 달려나오게 하려면 때로는 다른 방향, 혼잡한 거리나 터미널 같은 곳을 보고 있어야 한다." (p77) 


 

알랭 드 보통이기에 가능한 글들. 
그가 써 내려가는 이야기는 공항의 특색이 물씬 풍기는 다양한 이야기들이다.

  

 

히드로 공항에 도착하는 사람들, 떠나는 사람들, 이별하는 연인들, 공항에서 일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가 취재하게 되는 영국 항공사 ceo 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함께 공항에서만 볼 수 있는 공항 풍경들까지 작가의 특색있는 글로 쓰여진다.
나에게 히드로 공항은 네덜란드에서 영국으로 들어가는 관문이었는데, 입국 심사가 철저하다는 여행가이드북의 글때문에 잔뜩 긴장했던 기억밖에는 없는 공항이다.
그리고, 나에게 공항은 출국을 기다리면서 남는 시간을 지루하게 보내던 곳이며, 공항 검색대에 대한 불안감으로 아무런 잘못도 없이 주눅이 들 던 곳인 것이다.
그런데, 알랭 드 보통은 공항에서 맞부딪히게 되는 그 순간 순간들을 재치있게 풀어나가는 것이다.


"작가가 있다고 하니 가끔 뭔가 극적인 일이 벌어지리라는 기대들도 하는 것 같았다. 소설에서나 읽을 수 있는 일. 그래서 내가 그저 둘러볼 뿐이고, 1년 내내 공항에서 하루 걸려 벌어지느 일들로 만족하며 달리 특별한 일은 필요없다고 설명을 하면 가끔 실망을 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작가의 책상은 사실상 터미널 이용자들에게 좀더 상상력을 발휘하고 관심을 기울여 자신들의 환경을 살펴보라는, 공항에서 자극을 받았지만, 어서 게이트로 가고 싶은 마음에 차근차근 정리를 해보거나 설명을 해 볼 기회가 없는 감정들에 한 번 무게를 실어 보라는 공개적인 초대나 다름없었다.
나의 수첩은 상실, 욕망, 기대의 일화들, 하늘로 날아가는 여행자들의 영혼의 스냅 사진들로 점점 두꺼워졌다. 터미널이라는 살아 있는 혼돈의 실체에 비하면 책이란 얼마나 얌번하고 정적인 것이냐 하는 생각을 떨쳐 버리기는 힘들었지만. " (p83)  


    
 

공항은 여행객에게는 어떤 나라, 어떤 도시에 가기 위해서 그저 스쳐가는 곳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특별히 공항에 대한 기억은 오래 가지 않고 금방 잊어 버리게 된다.
그런 공항에서 일주일을 머물면서 공항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접하면서 쓴 글이기에 이 작품은 다시 한 번 우리들에게 공항의 일상을 생각하게 해주는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읽은 곳은 비행기 속에서였다.
뉴욕에서 라스베가스로 가는 5시간 30분의  항공일정 중에 비행기가 이륙을 하면서 읽기 시작하여 3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읽었는데, 방금 거쳐왔던 공항의 사소한 부분까지를 다룬 이 작품이 참 인상적인 글로 마음 속에 다가오는 것이었다.
옆 자리의 노부부의 꼭 잡은 두 손과 앞 자리에 붙은 스크린을 통해서 게임을 하는 모습도 이 책만큼이나 인상적이었다.
노부부의 사랑의 모습이 내 가슴에 깊은 감동을 주듯이, 알랭 드 보통의 작품들은 언제나 신선하면서도 그만의 특유의 글들이 신선한 감동을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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