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그늘 - 신경숙 산문집, 개정판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제나 변함없는 모습으로 우리곁에 있는 작가, 신경숙.

<모르는 여인들>이 출간되고, 인터뷰 장면을 동영상이나 TV 화면을 통해서 여러 번 보게 되었는데, 단아한 그 모습에, 조근조근 말을 이어가는 모습이 언제나 그 자리에 앉아 있었던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익숙하게 다가온다.

22살에 등단하여 지금까지 많은 작품들을 썼다. 내가 가장 먼저 읽은 신경숙의 책이 <풍금이 있던 자리>인지 <깊은 슬픔>인지, 아니면 <외딴방>인지는 잘 생각나지 않는다.

그중의 어떤 책을 읽고 그 다음부터 신경숙이 책을 펴낼 때마다 따라읽기 시작하여 <모르는 여인들>에 이르렀으니까.

그만큼 나에게는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믿음이 가고, 그녀의 작품은 꼭 읽게 된다.

 

 

그런데, <아름다운 그늘>?

이 책을 살 때만해도 신간 산문집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오래전에 나온 책의 개정판이다.

그것도 이번에 출간된 책이 3판이다.

1판 1쇄가 1995년에, 2판 1쇄가 2004년에, 그리고 3판1쇄가 2011년 11월.

그렇다면 나는 이 책을 읽었던 것일까? 아니면 지금 처음 접하는 것일까?

신경숙의 소설을 따라 읽기 하다 보니, 이미 그녀의 가족사나 사적인 이야기들은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최근작의 경우만 해도 <엄마를 부탁해>,<모르는 여인들>의 바탕에는 작가의 가족사나, 사적인 이야기들이 깔려 있기때문이다.

그래서 이미 작가가 걸어온 발자취를 알기에 <아름다운 그늘>과 같은 산문집에서 드러나는  작가의 삶의 자취들이 생소하거나 새롭지는 않다.

그래서 더욱 이 책을 읽은 적이 있는지, 아니면 처음 읽는 책인지 모르겠는 것이다.

아무려면 어떻겠는가?

작가의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니....

 

 

3판 서문에 작가가 쓴 글처럼,

''이 책 속에 세상과 문학을 향한 나의 첫 마음들이 고스란히 들어 있어서 (...)" (p. 5)

작가의 산문집이란 작가의 지나온 날들의 기록과도 같아서 작가와 친근해지고 익숙해지는 과정이지만, 이미 신경숙은 나에겐 너무도 친숙한 작가이기에, 책 속의 글들이 낯설지가 않다.

<잊혀진 샛길> 속의 7살 꼬마가 그를 알게 되어가는 과정에서 아이들의 놀림을 받게 되고, 그들이 벽에 그려 놓은 낙서를 지우다가 지우다가, 결국에는 그가 기찻길옆의 노란 국화를 벽앞에 나란히 심어 놓는 이야기는 작가의 어릴 적 추억이지만, 국화꽃 노랗게 핀 가을날의 나의 추억들도 생각나게 한다.

세 명의 오빠는 신경숙에게는 그 누구보다도 마음의 편안함을 가져다 주는 존재들이기에 그만큼 그녀의 작품 속에 많이 등장했다보다.

" 오빠들과 함께 살았던 정읍에서의 그 한때는 나의 역사이기도 했다." (p. 167)

표제작인 <아름다운 그늘>은 불교 신도도 아니면서 성철 스님의 다비식을 찾는 이야기.

그리고 <사람들>, <실컷 흠모할 분이 계시니>,<사로잡혀 생의 바닥까지 내려가기>등 에는 그녀의 인생에, 문학에 영향을 끼쳤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책을 읽던 중에 <모르는 여인들>에서 오랜만에 온 언니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녀가 오랫만에 왔기에 며칠 묵고 갔으면 하는 마음에 신고 온 부츠를 눈 속에 숨겨 버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이야기는 <완순이 언니의 부츠>라는 글로 이미 이 책 속에 수록된 이야기이다.

그러니, <아름다운 그늘>은 신경숙의 작품 속에 들어가기 위해서 고이고이 보관해 둔 보물 상자와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 이제는 조금 아주 조금 알 것 같다. 시간은 되풀이되지 않지만 지나가는 일도 그냥 지나가지 않는다. 사소한 일이라도 그들은 지나가며 생김새와 됨됨이를 새로 갖는다. 나에게 소설은 재생된 새 꼴들을 담아놓을 수 있는 공간이고 시간이다. 내가 어느 지점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았었건 간에 그 지나간 것들은 오늘 여기까지로 오는 길이었으며, 여기 내 앞에 놓여 있는 이 시간  또한 십 년이나 이십 년 뒤 짐작도 못 하겠느 그 시간들로 가는 길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나는 이제야 내 것으로 받아들인다. " (p. 176)

신경숙의 글에서 항상 느낄 수 있는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들. 개성이 넘치는 신경숙만의 문체, 서정적인 아름다움, 이 모든 것들이 고스란히 이 한 권의 책에 모두 담겨져 있다.

 

 

그래서 신경숙의 글은 언제나 같은 느낌이지만, 또 새로운 이야기로 우리들을 행복하게 해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첫 출근하는 아들에게 - 누구나 꿈꾸며 시작하지만 사회는 현실이다
이장석 지음 / 한빛비즈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시중에는 자기계발서가 넘쳐나고 넘쳐난다. 그런 책 중에는 아예 자기계발서만 전문으로 쓰는 사람들에 의해서 쓰여지는 책들도 있다.

그런 책에는 여러 서적들에서 군데 군데 발췌하고 자신의 생각을 담아서 자신의 글인양 내세우는 글들도 있다.

 

 

<첫 출근하는 아들에게>는 그런 전문 자기계발서를 쓰는 사람의 글이 아니고, 책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서 쓴 글들도 아니다.

저자는 2006년경에 자신의 아들이 대학생활을 하게 될 것을, 그리고 성인이 되어 언젠가는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딜 때에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적어서 2007년 봄 아들의 대학 입학 선물로 주고자 썼던 글들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바쁜 와중에 글을 완성하지는 못하고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 놓은 것을 출판사에서 책으로 내놓기를 권하게 되어 이처럼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자신의 아들이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 가장 해주고 싶은 이야기들.

그것은 아버지의 마음으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일 것이며, 사회의 선배로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아버지가 사회생활을 할 때에 느꼈던 자신의 체험이 바탕에 깔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저자는 직장인의 신화를 이루었다고 평가를 받는 직장생활 27년의 IBM 부사장인 것이다.

그를 주변 사람들은 어떻게 평가할까?

'같이 일하기 쉽지 않은 깐깐한 상사', 그러나 한 번 같이 일하고 나면 '함께 또 일해 보고 싶은 상사'라는 평을 듣는다.

과연 <첫 출근하는 아들에게>를 읽어보니, 저자가 어떻게 직장생활을 하였을까 를 알 수 있을 것같다.

열정적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여, 가족보다는 직장을 우선시하는 생활이었으리라.

저자가 아들과 같은 또래의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온화하고 부드럽고 달콤한 이야기가 아닐 것이라는 것은 짐작이 될 것이다.

그는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이야기, 냉정해 보이는 이야기를 주로 들려준다.

그러나, 그 속에는 첫 출발하는 사회인에게는 그 어떤 격려와 위로보다 더 필요한 것들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그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도 전하다.

 

    

 

   

 

 

저자가 말하는 것 중에 요즘 젊은이들이 명심해야 할 것은 아마도 스펙쌓기보다는 먼저 사람이 되라는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현실은 스펙은 기본이고, 그 위에 인간관계가 정립되어야 하지 않을까.

"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네가 듣는 평가 중에서도 가장 최고의 칭찬은 " 믿을만 하다" 는 것이어야 한다. (...) 모든이들로부터 진정한 신뢰를 얻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너 자신만의 주관을 일관성있게 지켜 나가는 것이다. " (p. 52)

직장생활에서 멀리해야 할 사람들- 까마귀무리, 사내 로비스트, 욕쟁이 등 - 을 가려낼 수 있는 것도 인간관계를 쌓아가는데 중요한 것이다.

사람과의 만남, 사람과의 대화의 중요성, 왜곡되고 잘못된 이야기를 전달하는 전달자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

알고는 있지만, 사회생활에서 놓치기 쉬운 것들일 수도 있다.

" 네가 지금으로부터 3년후, 5년후, 10년후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는 직원이 되고 싶다면 프로의식으로 무장하고 프로가 되기 위한 실천전략들을 고민하며 착실히 실행해 나가야 한다. " (p.95)

직장생활에 관한 노하우를 전하는 책들에 빠짐없이 나오는 '기록하는 습관', '프레젠테이션'에 관한 이야기도 귀기울여 들여야 할 내용이다.

' 프레젠테이션은 화룡점정과 같다'저자는 말한다. 그것은 실무적인 역량이고, 마지막 한 점을 찍어 자신의 역량을 완성하는 것이기에....

실무적 지침으로는 '육하원칙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기', '시간의 부스러기 담아내기', '기회는 땀', '멀티태스킹 능력' 등에 관한 내용을 담아내고 있다.

글로벌 인재로서 세계적인 의식과 소양을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하기에 영어의 중요성, 대화의 중요성,

" 글로벌 비즈니스 세계에서 세계인들과 함께 교류하기 위해서는 과거에 사로잡힌 우리들의 지나친 예 의식을 버려야 한다. 이 시대는 지나친 예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동방예의지국의 예는 버리고 대신 정직과투명성, 배려하는 자세를 갖추도록 노력해라"  (p. 267)

이런 내용으로 사회 초년생들에게 그 누구도 다 말해줄 수 없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런데, 이 책의 끝부분에서 재미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배우자 선택에 관한 이야기이다. 2가지를 기억하여 신중히 배우자를 선택하라는 것이다.

이 책과 다른 맥락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사회에 나오게 되는 젊은이들이라면 곧 결혼을 하여야 하니, 아버지의 마음이 그 속에 담겨진 것이다.

" 첫째, 살면서 함께 풀어나갈 수 있는 문제는 배우자를 결정하는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지마라. " (p.310)

" 둘째, 충분한 시간을 갖고 네가 확실히 잘 아는 사람을 배우자로 맞아라." (p. 312)

 

 

지금까지 부모의 울타리, 학교의 울타리 속에서 보호받던 젊은이들이 사회로 나간다.

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이처럼 진심어린 충고와 조언들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 보면 따뜻한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ow to English - 세계영어대회 챔피언 김현수의 영어 공부법
김현수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나라의 엄마들이 자녀 교육에 있어서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가 영어교육이 아닐까 한다.

글로벌 시대에 걸맞는 인재로 키우기 위해서 영어는 필수가 되었고, 어떻게 하면 원어민들과 같은 발음으로 그들과 같은 언어를 구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자녀의 영어 교육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라면 이것 저것 서슴치 않고, 자녀들에게 적용시켜 보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많은 학부모들이 < How to English>를 읽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이 영어 공부를 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이 책의 앞부분인 part 3 까지는 영어 공부를 하는데 현수와 같이 하면 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것 역시 많은 영어공부 관련 책자에 나와 있는 내용들이다.

단어를 익혀가는 과정에서 모국어를 습득할 때처럼 하라는 것.

처음 말을 배우는 아이들이 어른들이 하는 말을 다 알아 듣는 것이 아니고, 그 중에 아는 말을 가지고 짜맞추다 보면 직감으로 문맥을 통해서 알게 되는 단어들이 있고, 그것이 말을 알아 듣고, 말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또한 영어를 어려서 부터 독서를 통해서 습득하고, 원어민의 발음으로 영어를 많이 듣고 무조건 입으로 따라해보고, 말해보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영어를 잘 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것도 모든 부모들이 알고 있는 사항이지만, 여건이 그렇지 못한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김현수는 1996년생이다. 나이에 비해서 영어관련 경력이 화려하다.

4살에 MBC "뽀뽀뽀"에서 3년간 영어 MC, 7살에 EBS "딩동댕 유치원" 영어 MC, 현수가 쓴 영어 일기가 저서로 출간, 영화 "영어완전정복"에 출연, 초등학교때 원어민과 공동 MC.

거기에 영어관련 모든 시험에서 만점 내지는 최고 등급 획득, 각종 국내외 영어관련 스피치 콘테스트에서 대상.

 

 

그런데, 14살이전까지는 영어권 나라에 가 본 적도 없는 국내에서만 영어를 습득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의 현수의 프로필에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아이들도 현수처럼 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책을 읽어 내려가겠지만....

천만에.... 절대로 현수처럼 될 수가 없는 것이다. 극소수의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절대 따라 한다고 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현수는 태어나기 전부터 태교로 영어 학습을 하였다. 영어, 노래, 비디오, 책 등을 통해서.

그리고 태어나자 마자 한국어와 영어를 함께 들었다. 그녀의 어머니가 영어전공자로 선교사가 되기 위해서 히브리어를 배울 정도로 언어에 뛰어났으며, 가정에서 영어를 모국어처럼 들을 수 있도록 교육이 되었던 것이다.

해리포터와 어린이 영어 성경을 어린 나이에 읽었으며, 영어로 일기를 쓰고 그 일기에서 어색하거나 틀린 부분들을 수정받으면서 어린 시절을 지나왔던 것이다.

 

 

 

 

 

 

그리고 인사동과 이태원에 가서 외국인을 만나고, 원어민들과의 교류로 영어를 접하여 왔던 것이다.

모든 생활이 영어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같은 생활에서 우린 꼭 이 책을 따라해야 할 것인지 의문이 든다.

거기에 현수가 자랑하듯이 책 속에 상장과 함께 나열하는 각종 영어 관련 시험.

TOFEL. TOEIC, SSAT, TEPS, PELT, TESL, TOSEL

이런 시험에서 모두 만점, 아니면 최고등급을 자랑하는 상장들.

 

 
 

그리고 IEL 부터 디베이트 대회까지 각종 영어 관련 대회에서 받은 상장들.

 

 

이 책에는 각 시험에 따른 특색과 영역별 공략법이 간략하게 소개되기는 하지만, 그것이 어떤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다.

현수는 과연 각종 영어 관련 시험이 자신에게 필요해서 본 것일까?

아니면, 모든 시험에서 만점을 받을 수 있는 것을 내세우기 위해서 시험을 본 것일까?

스펙쌓기이자, 자신의 영어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은 아닐까?

'한국을 빛낸 세계영어대회 출전기'에 관련된 내용들이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 어떤 의미가 잇을까?

 

 

갈수록 자녀들을 괴롭히는 영어교육.

글로벌 시대에 걸맞는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영어는 반드시 넘어야할 장벽이지만, 무턱대고 영어 천재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는 것은 올바른 영어 교육은 아닌 것같다.

어떤 영어책에는 영어공부를 절대로 하지마라는 책도 있고, 단어를 외우지 말라는 책도 있고....

이처럼 난무하는 영어공부에 관련된 책들 속에서 학부모들도 많은 혼동이 일어나겠지만, 무조건 누군가의 말에 귀기울이기 보다는 자녀들의 환경과 수준에 맞는 영어 공부를 찾아 보아야 할 것이다.

< How to English>는 보편적인 학생들을 위한 영어공부 책이라기 보다는 영어에 최상위 단계에 있는 학생들이 각종 시험과 대회에 참가하는데 도움이 될 책이다.

그리고, 영어를 누구보다도 잘 하게 된 학생의 영어 대회출전기이자 영어 공부 성공기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예술가의 작업실 - 물질과 연장 그리고 작가의 영혼이 뒹구는 창조의 방
박영택 지음 / 휴먼아트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예술가의 작업실>을 쓴 '박영택'은 미술평론가이자 전시 기획자이다. 그는 큐레이터가 된 후로 작가들의 작업실을 찾아 다니면서 그곳에서 작가들의 삶과 작품의 흔적들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저자의 책 중에서 <가족을 그리다/ 박영택, 바다출판사ㅣ2009>를 읽었는데, 그 책에서는 '가족'이란 주제를 가진 그림이나 사진들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저자는 가족을 주제로 한 작품들에 대하여 전제적인 설명, 부분적인 설명, 시대사조에 따른 가족의 의미의 변화, 그리고 그림의 기법, 색채, 붓질에 이르는 화법 설명까지 상세하게 해 주어서 한국 근현대 미술사의 흐름 속에서 가족의 의미를 한국 미술인을 통해서 그 내면세계를 엿 볼 수 있는 인상적인 책이었다.

<가족을 그리다>를 통해서 '박영택'의 글쓰는 스타일을 알고 있기에 <예술가의 작업실>도 기대가 컸던 책인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예술가들의 작업실은 그들의 작업 현장이기에 그 속을 들여다 본다는 것은 일반인으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저자는 작품 전시회 등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오랜 친분으로 그런 작업실을 찾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한 번이 아닌 여러 번에 걸쳐서, 그리고 작업실을 옮기거나, 해외로 나가서 활동을 하게 된 경우에도 찾아 가본 작업실들이 있다.

이렇게 한 작가의 작업실을 일정한 시간을 두고 반복해서 방문하게 되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작가들의 작품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에 따라잡을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곧 한 작가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기도 하는 것이다.

작업실이란 작가들의 일상이 전개되는 곳이자, 작업이 이루어 지는 곳이기에 작가의 안목과 미의식까지 엿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책 속에는 12명의 작가의 작업실이 공개된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그 작가들이 작품 활동을 위해서 다루는 미술 재료들이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민경숙은 파스텔로 풍경과 사물을, 초기 작품들은 자화상을 주로 그렸지만, 지금은 일상 속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실험적인 면을 거쳐서 화폭에 담겨지는 작업을 하고 있다.

 

 

 

안창홍은 아크릴 물감으로 강렬하고 충격적인 그림들을 그리는데, 이미 <가족을 그리다> 책에서 보았던 작품인 <가족사진>과 <봄날을 간다 3> 이 또 소개된다.

김호득의 작업실은 먹과 모필이 이룬 신묘한 세계를 펼쳐보여 준다. 작품 <계곡>이 인상적인데, 그와는 또다른 멋을 풍기는작품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 최근 그는 먹을 좀 더 심화해 가고 있다. 이전에는 자연을 모티프 삼아 그것을 간추리고 직관적으로 떠내는 작업이었다면, 최근에는 기운이 뭉치거나 흩어지는 것, 또는 그것들이 몰리고, 퍼지고, 스러지면서 만들어지는 묘한 형상을 찾는다. 마치 우주 공간에 놓인 행성을 연상시키는, 다분히 추상적인 형태다. 형상이 있으면서도 다분히 비형상적이다. " (p. 79)

 

 

 

 
김호득의 작업실은 먹물이 튀긴 자리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곳곳에 오랫동안 비벼지고 긁힌 붓들이 만들어낸.... 그리고 벽에는 작가에게 다시 불리기를 기다리는 붓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도열되어 있다.

 

 

이렇게 작가의 작품 경향이 변모해가는 것은 한 번의 작업실의 방문으로는 알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런데, 이강일의 작업실은 또다른 모습이다. 어떤 작가들보다 드로잉 작품이 많은 작업실, 그리고 소나무 그림.

 

 

소나무 그림보다 더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신문지 위에 모나미 볼펜 153 과 4B 연필로만 그린 그림들.

그런 그림을 작업하게 된 배경까지 저자는 소상히 알기에 독자들에게 그 뒷이야기를 말해 줄 수 있는 것이다.

 

 

 

작가들은 참 기발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순간의 영감에서 찾기도 한다.

홍정희는 작업실 화재로 자신이 그동안 그려왔던 모든 작품을 화마에 날려 버리게 된다. 참혹한 화재 현장에서 비참한 심정이었겠지만, 불에 탄 작품들에서 기이한 질감으로 변질된 사물들이 뒤엉킨 풍경을 대하게 되고, 거기에서 이상한 질료로 도치된 사물의 생생하고도 아름다운 자취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박영택이 이 책의 첫부분에서 썼듯이, 그가 책 속에 소개하는 작가들은 각기 다른 연장으로 어떤 물질을 주무르고 다듭고 매만지는 것이다.

정종이의 작업실은 각종 한지와 옷감과 재봉틀과 바느질 도구가 있게 되고, 그것이 그림을 그리는 재료들이 되는 것이다.

 

 

최기석은 용접조각을 하기에 그의 작업실에는 철을 두드리는 받침대와 연장들, 철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박용남은 돌쪼는 작업을 하니, 마치 돌공장을 연상시키는 돌들과 돌쪼는 기구들이 있는 것이다. 그가 주로 대리석을 가지고 조각을 하는데, 세상의 모든 것은 그의 손안에서 대리석위에 형상으로 보여지는 것이다.    김밥, 족발, 배추, 케이크 조각에서부터 커다란 단추까지.

 

 

 

 

대리석이 이처럼 섬세한 디테일을 표현하게 될 줄이야.

조병왕은 사진 인화지 위를 칼로 긋는 작업을 한다. '기하학적 칼 드로잉'이다. 그러나 같은 사진 인화지와 칼 놀림이건만, 작품들은 같은 듯, 또다른 새로운 느낌을 주게 되니, 이것이 바로 예술가의 솜씨가 아닐까!!

 

 

박영택은 이런 작업실을 소개해 주면서 그들이 작품에 사용하는 재료들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까지 곁들여 준다.

파스텔, 먹, 붓, 유화물감, 수채화 물감, 고무, 철, 대리석 등을 만드는 과정의 설명이 필요하다면 그에 관한 설명을, 그리고 재료들의 특징과 느낌도 함께.

이 책은 예술가들의 작업실을 엿 본다는 흥미로움도 있지만, 12명의 작가들의 작품의 변천 과정 , 작품경향, 작품들을 접할 수 있어서 마치 전시회에 다녀온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아니, 한 전시회에서 이처럼 다양한 작품들을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12명의 작가들의 전시회를 한바퀴 돌아본 그런 느낌일 것이다.

이 책의 주제가 작가들마다 다루는 독특한 물질과 연장에 있기에 앞으로 어떤 전시회를 가게 되더라도, 작품의 분위기나 경향만을 볼 것이 아니라,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어떤 물질을 가지고 어떤 연장으로 어떻게 작업을 했을까 하는 것도 주의깊게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원더보이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대가 되네요, 장편소설로 김연수 작가를 만나 볼 수 있다는 것이 더욱 기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