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 - 성석제 장편소설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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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풍당당>의 작가인 '성석제'는 너무도 낯익은 작가이지만, 작가의 책을 한 권의 책으로 읽은 것은 <왕을 찾아서/ 성석제 ㅣ 문학동네 ㅣ2011>가 처음이었다.

그 책을 손에 들고 작가소개를 보면서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분명 나는 작가의 글을 참 많이도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작가의 책이 나에게는 한 권도 없었던 것이다.

이상한 생각에 1990년대에서 2000년대에 많이 읽었던 문학상 수상 작품집을 뒤적여 보니, 그 책들 속에 성석제의 작품들이 또렷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에세이나 여러 작가들의 글을 모아 놓은 책에서 그의 글들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성석제의 장편소설을 읽는 것은 <위풍당당>이 두 번째 책이 되는 것이다.

 

위풍당당~~ 제목에서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이 떠오르는 것은 많은 독자들도 그러 하리라 생각된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책 속의 누구의 모습에서 위풍당당을 찾을 수 있을까?

작가가 '입담계의 아트', '재담계의 클래식' ( 책띠의 글 중에서) 이라 불리는 탁월한 이야기꾼이니, '위풍당당'이란 단어 속에는 진한 해학적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 아닐까~~

 

각종 스포츠 시상식이나, 행사에서 자주 울려 퍼지는 귀에 익은 <위풍당당 행진곡>을 뒷 배경음악으로 깔고 보무당당하게 걸어 들어 왔다가 똥통에 빠지거나, 똥물을 뒤집어 쓰고 초죽음이 되어서 줄행랑을 치는 봉래산 자락의 조폭들의 모습을 그대로 비웃고 있는 것이기도 하겠고.

아니면, 세상의 아픔을 한 자락씩 가슴에 안고 사는 강마을 사람들이 조폭들의 싸움에 대항하여 보여준 그 위풍당당함을 말하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물론, 해석은 독자 각자의 몫이지만...

혹자는 작가의 입담이 2000 년대에 들어서면서 도드라지지 못하다고도 하지만, <위풍당당>을 통해서 그의 입담은 아직도 존재하고 있음을 입증하기라도 하듯이, 걸쭉한 입담을 펼쳐 보여주고 있다.

이 소설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읽는다면, 그저 그런 어느 소읍에서 일어난 에피소드 정도로 웃고 넘어 갈 수도 있겠지만, 소설 속에 담긴 의미들을 읽어 낼 수 있다면, 요즘의 세태를 많이 반영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장소적 배경부터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된다. 금강산의 여름 이름인 봉래산. 이 소설의 작은 강마을의 얕은 산의 이름이다. 금강산도 아닌 것이 봉래산인 것이다.

소설 속의 마을은 10 여년 전에 사극 촬영장이었던 곳이었고, 사극이 끝난 후에도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곳이었지만, 이제는 관광객을 찾아 볼 수 없는 세상에서 내팽겨쳐진 듯한 그런 마을이다.

한때는 영화(榮華)도 누렸겠지만, 이제는 잊혀져 버린 곳이 된 마을.

그곳에 모여든 몇 명의 사람들. 그들은 모두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았고, 그래서 그들의 마음에는 아픔이 한가득 담겨 있는 그런 사람들이다.

마을의 아버지격인 영필 노인 만석꾼 집안의 적장자였지만, 조부와 부모가 죽게 되자 친인척들이 재산을 가로채 가고, 끝내는 정신병원과 감옥을 드나들었던 사람이다,

마을의 어머니격인 소희는 남편이 죽은 후에 그의 유언장에는 자신에 대한 언급이 단 한 줄도 없음을 알게 되는 순간, " 남편 인생의 조화에 지나지 않았다" (p. 54) 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이 마을로 스며들어서 각종 야채와 꽃을 가꾸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밖의 여산, 이령도 나름대로의 사연을 간직한 사람들이다.

이 소설의 사건 발단이 되는 인물인 새미와 준호.

그의 이야기는 더욱 마음을 울려준다.

20살 꽃다운 나이의 새미에게 일어났던 의붓 아버지의 상습적인 성폭행. 그리고 그것을 알게 된 남동생 준호.

준호의 나이는 18살이지만, 정신연령은 한 자릿수이다. 그러나, 자신이 의붓 아버지로부터 누나를 지켜야 겠다고 생각했던 것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누나를 지키겠다는 생각만을 가지고 있는 소년이다.

이들 등장 인물들의 아픔을 통해서 우린 무엇을 생각할 수 있을까?

 

사회는 왜? 이들을 인적도 없는, 그 흔한 핸드폰도 터지지 않는 이곳에 정착하게 만들었을까?

그들에게 이 강마을은 토마스 모어가 말하던 그런 유토피아일까?

아니면, 도연명이 말하던 무릉도원일까?

그들은 그렇게 가족은 아니었으나, 가족보다 더 끈끈한 그 무엇으로 맺어지게 된다. 선택에 의해서 맺어진 가족. 서로 사연은 다르지만, 가슴에 안고 사는 아픔으로 맺어진 가족인 것이다.

"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다 자기 가족한테 버림받고 무시당하고 상처입은 사람들이야. 상처를 줬을 수도 있지. 어쨌든 옛날 가족과는 다들 남남이 되었어. 그리고 여기 이 마을에 어찌 어찌 와서 다시 한식구가 되어 살아가고 있다. 피는 섞이지 않았어도 우리는 서로를 가족으로 선택했다. 너희도 이제는 우리 식구가 되었어. " (p. 164)

혈연관계에서 상처를 받았고, 그 상처로 인하여 사회로 부터 내쳐진 사람들이 강마을에 흘러 들어와서 서로가 가족처럼 살아가게 된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던져주는 사회문제들이 이 소설 속에서 질문과 해답으로 공존하는 것이다.

이들의 보금자리에 나타난 전국구 조폭들.

위풍당당한 전국구 조폭들의 침입이 마을 사람들을 끈끈하게 단결시켜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한때는 드라마에서 조폭을 멋있게 포장하는 때도 있었지만, 조폭들도 이제는 '의리로 살고 죽는 시대는 갔다'고 한다. 20명 가량의 조폭들이 이 마을 근처에 들어오게 되면서 마을사람들과 조폭의 싸움이 시작되는 것이다.

새미를 노리던 조폭을 보기 좋게 애꾸눈을 만들어 버리고 계곡밑으로 떨어 뜨려서 부상을 입힌 준호를 잡기 위한 조폭들의 반격.

조폭 무리들에게는 촌뜨기 마을 사람들이 우습겠지? 까짓 것? ...

과연 그럴까?

똥! 똥! 똥의 위력이 이렇게도 크다니....

무방비 상태의 조직원 3명을 유인하여 똥통에 빠뜨리기도 하고, 조폭 보스에게 똥물을 뒤집어 쓰게도 하고.

이 마을에서 자연 비료로 쓰이기 위해서 모아지던 똥들은 이들에게는 보물처럼 귀한 것일 수도 있는 것이고, 조폭들을 몰아 낼 수 있는 도구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나, 조폭들에게는 똥은 그들이 이 마을을 접수할 수 없도록 하는 장애물이고, 그들의 모습을 추하게 만들어 버리는 더러운 똥물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같은 물질에 대한 다른 반응. 그것 역시 오늘날 세태에서 가질 수 있는 '같은 것에 대한 다른 생각'이 아닐까 한다.

가족관계, 권력, 재물, 정치상황...

그런 것들은 같은 것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이렇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저렇게 다른 시각으로 다가오는 것일테니까...

나는 이렇게 <위풍당당>을 내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책을 읽었다. 그것 역시 같은 책에 대한 독자마다의 또다른 시각이 될 것이다.

<위풍당당>은 오늘날, 붕괴되어 가는 가족관계 속에서 참다운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해준다.

이 책에서는 참매, 물총새, 장어, 딱따구리 등의 습성을 통해서 생태계의 섭리를 이야기해 주는데, 이런 것들을 통해서 자연을 닮은 인간들의 모습도 생각해 보게 된다.

특히 소제목들이 가곡이나 오페라, 팝송 등의 가사로 이루어 졌다는 것이 특이한 점이기도 하다. 소제목의 출처는 책의 끝부분에 실려 있는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몰랐는데, 책을 덮으려는 순간에 눈에 들어왔다. 음악에 조예가 깊다면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었을텐데, 음악에 관한 상식이 부족하기에 그저 그렇구나 하는 정도로 넘길 수 밖에 없는 나의 무지함을 느끼게 된다.

 
 
 
 

<왕을 찾아서>에 이어서 성석제의 장편소설로는 두번째 읽게 된 <위풍당당>.

처음엔 등장인물들의 사회적 지위에 걸맞는 책 속의 대사 부분들이 너무 거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 소설에 몰입하는데 지장을 주기도 했지만, 등장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책을 읽는 속도가 붙게 되었다.

책 표지 뒷글에는 "쉴새없이 터지는 유쾌한 웃음 끝에 달리는 눈물 한 방울"이란 표현으로 이 책을 소개하지만, 내 생각에는 유쾌하다기 보다는 통쾌하다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그리고 웃음보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고 표현하고 싶다.

" 통쾌함 속에 우리 사회를 생각해 보게 하는 책" 이라고 해두고 싶다.

내 책장 속에서 읽혀질 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칼과 황홀/ 성석제 ㅣ 문학동네 ㅣ2011>도 빠른 시일내에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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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은 눈꽃처럼 핀다
추산산 지음, 허유영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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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땐 그땠지'.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학교 시험이 끝나는 날은 단체 영화관람을 하는 날이었다. 아마도 중학교 1학년때였을 것이다. 단체관람으로 가게된 영화가 펄벅의 <대지>를 원작으로 한 영화였다.

지금도 기억이 나는 장면이 오란이 왕룽의 아내가 되어서 그의 집으로 가는 길에 복숭아를 먹게 되는데, 그 씨앗을 고이 간직했다가 심게 되고, 먼훗날, 그녀가 죽을 때에 그 복숭아 나무가 클로즈 업되던 장면, 그리고 메뚜기 떼가 새까맣게 하늘을 덮으면서 순식간에 몰려드는 모습.

혁명이 일어나서 오란이 부잣집에서 금은보화를 손에 넣던 모습.

그이외에도 많은 장면이 떠오를 정도로 인상깊었던 영화이다.

미국 여류작가인 펄벅이 쓴 중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지만, 그 시대의 생활상이나, 중국인의 생각들이 잘 표현된 훌륭한 작품이다.

그래서 읽게 되었던 펄벅의 대지 3부작이라고 부르는 작품들.

그리고 <허삼관 매혈기>를 비롯한 위화의 소설 몇 편.

이것이 내가 읽은 중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들이 아닐까 한다.

그 소설들은 문학적 위상을 떠나서, 참 칙칙한 느낌을 가져다 주는 소설들이다.

그런 생각을 하던 나에게 <내 사랑은 눈꽃처럼 핀다>는 소설의 배경인 티베트만큼이나 맑고 아름다운 소설이라는 생각을 가져다 주었다.

 

 

티베트라고 하면 멀게만 느껴지는 곳인데, 한때는 티베트에 홀릭되다시피하여 그곳에 관련된 책들을 많이도 읽었었다.

그 발단은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쓴 <오래된 미래- 라디크로부터 배우다>를 읽은 후부터였다.

1992년에 쓴 책이니, 지금은 저자가 안타깝게 여겼던 점인 라디크의 변화가 훨씬 많이 진행되었을 것이다. 저자가 라디크에 들어가 그곳 사람들과 함께 머물던 때의 자연 그대로의 모습, 순박한 주민들의 모습, 문화적 혜택을 받지 못하고 살던 그들의 모습은 아마도 찾아 보기 힘들게 되었을 것이다.

'작은 티베트'라고 불리는 라디크의 이야기가 감명깊었기에 티베트 관련 책들은 내 눈에 그리도 잘 들어왔고, 그래서 찾아 읽다보니, 티베트의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었다.

그런데 <내 사랑은 눈꽃처럼 핀다>는 바로 내가 한 때는 그리 몰입했었던 티베트가 배경이 되는 소설인 것이다.

마니차, 다르촉, 오체투지를 하는 사람들, 조장(鳥葬), 조캉사원, 포탈라궁.

이런 것들이 주를 이루던 티베트 관련 책들과는 또다른 티베트의 매력을 소설 속의 공간적 배경으로 짙게 깔고 있는 소설이다.

아마도 이 책의 소설 줄거리를 모두 빼 버리고 썼다고 하더라도 한 권의 훌륭한 티베트 여행서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소설의 작가인 추산산은 항저우 출신의 중국인으로 루쉰 문학상, 쓰촨 성 문학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티베트를 12번이나 다녀왔다고 하니, 그 여행들이 소설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티베트는 작가의 마음 속, 눈(眼) 속에서 때묻지 않은 순결한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티베트처럼 순결하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언젠가는 쓰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고, 그래서 쓰게 된 소설이 1년여 동안 묻혀 있다가, 그 원고를 다시 다듬어서 이 소설을 내놓게 된 것이다.

소설은 사랑을 찾아서 티베트를 여행하게 되는 남녀들의 사랑이야기이다.

이 여행의 리더인 위훙은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공부에 별 흥미가 없어서 대학 진학이 어렵게 되자 뒷문으로 대학을 들어가고 졸업을 하게 된다.

직장 역시 아버지의 지인이 경영하는 회사에 들어가게 되고, 회사에서 하는 일은 인터넷 검색이 고작인 꿈도, 비전도 없는 평범한 여자, 좋게 말하면 순수하고, 나쁘게 말하면 아무 생각도 없고 개념도 없는 한심한 청춘.

그의 직장 동료이자 언니뻘인 톈란은 미모와 지성을 갖추었으며, 직장에서도 유능한 회사원.이다.

그녀는 매너좋고, 능력있는 천샹이라는 직장 사장과 대학시절에 만났으나 군인으로 근무하기에 만날 수 없는 연인 사이에서 어떤 사랑을 선택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된다.

양화이와는 4년이란 세월을 연애를 했고, 약혼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청두와 티베트는 너무 멀어서 그들의 만남은 그리 쉽지 않다. 핸드폰 문자조차 힘든 멀고 먼 티베트에 있는 양화이와의 관계는 티베트만큼이나 멀고 힘겨운 관계로 변해간다.

연애다운 연애도 해 보지 못한 양화이와의 사랑, 새롭게 다가오는 천샹의 또다른 사랑에 대한 갈등으로 톈란은 마음의 안정을 잃어가게 된다.

" 한 사람은 조건이 더 없이 좋아, 대도시에서 일하고 있고, 경제력도 탄탄한데다가 매일 만날 수 있어. 하지만, 다른 한 사람은 첫 눈에 반한 사람이야. 생각만 해도 애틋한 첫사랑이라 차마 헤어질 수가 없어. " (p. 124)

 

 

어느날, 위훙은 인터넷 검색 중에 낙타가시의 블로그에 접속을 하게 되고, 낙타가시가 올린 사진들과 글들에 빠져들면서 댓글을 달게 되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낙타가시를 사랑하게 된다.

낙타가시의 글 중에 " 티베트에 오면 기적을 믿게 될거" (p.57) 라고.

인터넷 검색에서는 달인이라고 할 수 있는 위훙은 자신의 일생일대 첫 결단으로 티베트를 여행하면서 자신의 사랑이라고 믿는 낙타가시를 만나기로 한다.

인터넷을 통해 티베트 여행을 함께 할 사람들을 모집하는데, 티베트에 가면 기적이 일어난다고 했던가!

동료인 톈란이 여기에 동참하게 되고, 백일홍이란 닉네임을 가진 또 한 소녀와 함께 티베트 여행을 가게 된다.

티베트 여행의 시작에서 만나게 되는 사진 기자 깜보.

" 사진가가 되는 게 큰 꿈이기 때문이죠.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사진기자들처럼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바다와 산, 빙하, 폭포,일출, 일몰을 사진 찍고 싶어요. 티베트에 가 본 사람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 티베트가 사진가의 천국이라는 겁니다. 특히 가을에 가야 한다고 했죠, 그래서 천국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티베트로 가는 겁니다. " (p, 244)

깜보는 자신이 티베트에 가는 이유를 이렇게 말하지만, 깜보에게는 티베트에서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서 떠나가 버린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다.

그녀를 찾아갈까? 말까? 그런 망설임.

사랑은 망설임이 아니라, 부딪혀 보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티베트에서 군인으로 근무하는 바이산, 전직 군인이었던 라오황 노인도 동행을 하게 되는데...

이들에겐 모두 티베트 여행을 하게 되는 색다른 이야기들이 있는 것이다.

티베트 여행의 특별한 체험이 될 수 있는 칭짱철도를 타고 가는 이틀간의 기차여행.

차창 밖의 모습은 설산, 초원, 호수, 모래사막, 자갈사막, 습지, 빙하 등의 티베트 모습 중의 여러 모습을 구경할 수 있는 것이다.

무리지어 초원을 달리는 티베트 영양의 모습도 기차 여행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인 것이다.

해발 고도 4000 미터 이상을 달린다는 칭짱 철도.

5000 미터에서 6000 미터에 달하는 탕구라산을 지나가는 때의 장관의 모습이 소설 속에 그대로 담겨져 있으니....

기차 안에서는 산소가 부족하여 고산병에 시달리기도 하고, 그래서 기차 안에는 산소 공급을 하는 시설까지 있다고 한다.

한라산이 해발고도 1950 미터요, 백두산이 해발고도 2744 미터이니, 백두산의 2배에 달하는 곳에 놓여 있는 칭짱 철도.

그것은 "하늘에 걸린 철도" 라 해야 하지 않을까.

그들의 여행은 칭짱 철도를 내려서도 계속된다. 라싸에서 또다른 여행의이 기다리고 있고, 거기에서 그들은 자신의 여행 목적에 따라 흩어지게 된다.

위훙은 이 여행을 통해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던 청춘에서 자심감과 책임감이 투철한 청춘으로 바뀌어가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한다.

그런데, 위훙이 찾아 나선 블로그의 주인장인 낙타가시와의 사랑은 이루어 질 수 있을까?

요즘 많은 사람들이 하는 블로그. 사진과 글은 있지만, 그것만으로 주인장의 실체를 파악한다는 것이 쉬울 수도 있지만, 아니, 어쩌면 가장 어려운 실체을 대하는 것일 수도 있는데....

낙타가시는 과연 어떤 사람이며, 위훙과의 사랑은?

그보다 이 소설에서 더 찡한 장면을 가져다 주는 것은 톈란 언니의 사랑이야기.

양화이의 우유부단한듯한 언행들. 그 속에 감추어져 있는 진실.

톈란의 티베트 여행의 끝자락에서는 양화이와 어떤 해후를 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사랑이란, 상대방을 배려해 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전할 수 있고, 자신의 처지를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문득 신경숙의 <모르는 여인들 / 신경숙 ㅣ 문학동네 ㅣ2011> 이 떠올랐다.

우리는 항상 삶 속에서 내 마음과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래서 내 생각이 상대방의 생각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상대방이 차마 하지 못하는 그 마음이나 아픔을 외면해 버리게 되기도 한다.

<모르는 여인들>에 담겨 있는 단편 소설들을 읽으면서 상대방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 얼마나 필요한 것인가를 느꼈던 것처럼, 양화이가 보내는 문자 메시지의 짤막한 글들이 톈란에게는 그의 마음을 알 수 없게 했던 요인들 이었을 것이다.

내 상황이 이렇다고, 나는 지금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솔직 담백하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 마음을 전할 수 없는 양화이의 마음도 이해는 할 수 있지만, 그것은 결국에는 상대방을 헤어지는 이유도 모르고 떠나가게 만드는 슬픈 사랑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 양화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내가 왜 좋아하냐고? 끝없이 탁트인 광활함이 좋고 달빛 같은 고요함이 좋아. 바람이 떠다니는 소리, 눈 쌓이는 소리, 풀잎 속닥이는 소리, 햇빛 부서지는 소리, 달빛 내려 앉는 소리가 다 들리는 것 같아. 내가 나무가 되어 태초부터 지금까지 여기 이대로 서 있었던 것 같아' 같은 곳을 보고도 그와 내가 느끼는 감정이 어쩜 이렇게 다를까? 내 마음이 그만큼 강대하지 않기 때문일까?" (p.p. 174~175)

깜보의 사랑도, 위훙의 사랑도, 톈란의 사랑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이 필요한 것이었고, 그 사랑들은 티베트 여행을 통해서 기적처럼 찾아 올 수 있는 사랑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참 어려운 사랑이 될 수도 있고, 이해할 수 하면 이해할수록 가장 쉬운 사랑이 될 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

이 소설 속의 닉네임들도 티베트에서 따온 것들이다. 낙타가시가 티베트고원의 키 작은 풀, 보랏빛 꽃이 앙증맞게 피는 고산식물이고, 위훙의 닉네임인 홍경천은 고산병에 특효약으로 쓰이는 티베트 식물.

톈란의 푸른하늘은 티베트의 티없이 맑은 하늘을, 바이산은 티베트의 설산을.

처음 이 책을 읽으려고 했을 때에 중국 작가의 소설이라는 점이 선입견으로 작용했다. 내가 읽었던 중국 소설들에서 느꼈던 그 느낌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러나, 이 소설은 중국의 개방 정책 이후의 소설이기에 이제는 우리나라의 청춘들과 별다를 것이 없는 중국의 청춘들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비슷한 생각, 비슷한 생활을 하는 청춘들의 이야기.

그리고, 티베트의 맑은 하늘만큼이나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이다.

책은 500 페이지에 이르는 소설이지만, 읽는 재미는 기존에 읽었던 티베트 여행서보다도 더 티베트를 잘 알 수 있게 해 준다는 것과 그 배경 속에 청춘들의 사랑이야기가 있고, 그 사랑이야기는 우리들에게 사랑이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하게 해 준다는 것이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

그런 사랑을 원한다면 ~~

티베트를 여행해야 할까?

이 책을 읽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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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맛있는 파리 - 프렌치 셰프 진경수와 함께하는 파리 미식 기행
진경수 지음 / 북하우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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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맛있는 파리>의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 파리에서 제대로 된 프랑스 요리를 먹지 않았다면, 파리의 반쪽만 경험한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정작 프랑스의 중심 파리에서 프랑스 요리를 제대로 즐기고 오는 사람은 드물다." ( 책 속의 글 중에서) 라는 말을 한다.

 

 

그렇다. 우리에게 파리를 여행한다는 것이 쉽게 할 수 있는 여행도 아니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서유럽을 여행하는 길에 며칠 들리게 되는 경우가 많으니, 어떻게 가는 도시마다 그 도시의 요리를 먹어 볼 수 있겠는가.

특히 물가가 비싼 파리에서 한 끼 식사를 위해서 유명한 레스토랑을 찾는다는 것도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여행자에게는 생각하기 힘든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여행은 볼거리, 먹거리, 쇼핑이 함께 어우러지는 것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나에게 여행은 볼거리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다. 책에서만 보던 관광지를 찾아 다니는것, 그 중에서도 박물관과 미술관를 찾는 일이 가장 즐거운 일이기도 하다.

나에게 있어서의 프랑스는 많은 사람들이 실망했다는 몽마르뜨 언덕의 예술가들의 모습과 뤽상부르공원의 이른 아침의 산책이 가장 좋았던 것이다.

 

( 사진 : 파리에서)

 

( 사진: 니스에서)

 

그리고, 니스 해변의 실망스러운 모습을 뒤로 하고 갔던 모나코가 파리보다 더 인상적이었다. 물론, 모나코는 프랑스가 아닌 아주 작은 국가이다. 그곳은 예전 은막의 스타 그레이스 켈리가 왕비로 있었던 나라이기도 하다. 모나코 왕자인 레니에의 눈에 들어 결혼을 하게 되는 신데렐라였지만, 행복이 아닌 불행한 생활을 하였던 그녀는 비오는 어느날, 몬테카를로로 가는 굽이굽이 올라가는 비탈진 길에서 교통사고로 생을 마치게 된다. 물론, 이 교통사고에 대한 석연치 않은 이야기들도 있지만, 루머인지 진실인지는 모르겠다.

 

    

( 사진출처 : Daum 검색 : 그레이스 켈리)

 

( 사진 : 모나코에서 - 그레이스 켈리가 결혼식을 올린 곳이자, 장례식을 했던 곳, 지하에는 그레이스 켈리의묘가 있는 성당)

 

이런 여행길에 먹게 되는 한 끼의 식사. 럭셔리하게 먹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토록 맛있는 파리>는 나처럼 초보 파리 여행자가 아닌 두 번째 파리에 가는 여행자라면 맛볼 수 있는 그런 요리들을 소개한다.

" 두 번째로 떠나는 파리에서 정통 프랑스 요리의 황홀한 맛을 제대로 즐기고 싶은 여행자에게 " (책 속의 글 중에서)라는 글을 책에 담은 것을 보면, 역시 파리에 처음 가는 여행자에게는 맛보다는 더 많은 볼거리가 있기에 이런 여유로움을 갖기는 힘들지 않을까 한다.

저자에게 파리, 파리 요리는 ' 기회는 우연히, 뜻하지 않은 곳에서 찾아 오는 것'( 책 속의 글 중에서)이라는 글처럼 그렇게 찾아 왔다.

그는 미국 호텔 매지니먼트 과정을 마치고 호텔에 입사하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아메리칸 스타일의 프랑스 요리를 하는 스승을 만나게 되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파리 레스토랑에 취직을 하고, 그것이 기회가 되어 프랑스 요리 학교인 '코르동 블루 파리' 에 들어가게 되었으며, 그곳을 수석으로 졸업하게 된다.

그리고, 지금은 서래마을에서 라 싸브어 (La Saveur)라는 정통 프렌치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그에게 파리는,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넘어서는 미각적인 즐거움으로 기억되는 곳" , " 수천가지 맛의 도시" (프롤로그 중에서) 인 것이다.

이 책은 1부: 떠나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프랑스 요리에 대한 필수 정보와 가벼운 지식.

2부: 파리에서 가볼 만한 식당 소개.

3부" 집에서 만들어 보는 프랑스 요리들 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식당을 분류할 수 있듯이 파리에서도 그 수준에 따라서 음식을 파는 곳을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레스토랑들은 상제리제나 에펠탑근처의 관광객이 많이 모여드는 곳의 음식점처럼 각국 언어로 요리설명이 되어 있거나, 요리 그림이 씌여진 메뉴판이 있는 곳이 아니기에 메뉴판을 읽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요즘은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검색할 수 있어서 다행이기는 하지만...

파리에서의 레스토랑을 찾았을 때에 그들과 우리의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테이블 에티켓, 계산 방법 등도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그러나 여행자에게 테이블 에티켓이란 기본적인 '예의'만을 지키면 무난하다고 한다.

파리의 요리를 알기 위해서는 치즈, 와인, 바게트 등을 먼저 알아야 한다.

 

 

 

빵의 경우에도 바게트, 크루아상, 팽 오 쇼콜라는 불랑주리에서, 디저트 위주의 빵, 마카롱, 타르트는 파티스리에서 사야하는 것이다.

 

 

 

프랑스 요리의 코스에 대한 이야기도 참고로 알아 두면 좋은 상식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패스트푸드하면 햄버거, 햄버거하면 맥도날드인데, 프랑스에서는 퀵 이란 브랜드의 햄버거가 있다. 이정도야 가볍게 사 먹을 수 있지만...

 

 

책의 2부에서 소개되는 <파리지앵이 찾는 파리의 진짜 맛집들>에서는 맛집들과 함께 그 곳에서 맛 볼 수 있는 요리들이 소개된다.

 

 

 

 

 

서울의 맛집도 찾아 다니기 힘든 나에겐 역시 파리의 맛집은 '그림의 떡'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그러면 어떻겠는가?

 

 

 

군침도는 음식들을 사진으로나마 볼 수 있는 것으로 대리만족을 해야지~~

 

 

 

<집에서 만들어 보는 프랑스 요리>도 과연 만들어 볼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레시피까지 담겨 있으니, 가장 쉬운 '니스식 샐러드'를 해볼까 했더니, '앤초비 5필레'가 들어간다.

앤초비? 듣기는 들어 봤는데.... 이 무지함.

곧장 검색으로 들어가니, 앤초비는 지중해산 멸치, 또느 멸치젓 같은 것으로, 식욕촉진제로 사용되는 작은 생선, 몸은 길고 원통형이며 등은 암청색이고 배는 은백색을 띠는 물고기.

한 마디로 이런 생선 뼈 없는 조각 5 개를 넣으라는 말씀....

거기에 블랙 올리브 5개도 들어간다.

귀찮다. 아니, 식재료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고, 그냥 해 먹던대로 내 방식의 샐러드로 만족해야 겠다.

샐러드야 있는 야채, 과일 먹으면 그만이지....

또 하나의 요리가 눈에 들어온다. '마르세유식 오징어 샐러드'.

우리의 오징어 순대를 너무도 많이 닮은 요리. 그런데, 샐러드?

 

 

마르세유는 프랑스 남부도시이니까 지중해성 기후로 토마토가 많이 나온다. 그래서 토마토, 당근, 대파, 셀러리, 마늘을 잘게 다져서 올리브 오일에 볶고 이 재료들은 손질한 오징어에 채워서 오븐에 익히고, 거기에 드레싱을 뿌리는 요리이다.

비교적 간단하지만 손이 많이 가는 요리이다. 특히 프랑스를 비롯한 지중해성 기후에서 많이 나는 올리브를 이용한 올리브 오일이 프랑스 요리에 많이 사용된다.

내가 맛있는 파리를 언제 만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이토록 맛있는 파리>를 통해서 프랑스 요리에 대한 정보와 지식, 그리고 파리의 맛집들, 언제 만들어 볼 것인지 알 수 없는 집에서 만들어 볼 수 있는 프랑스 요리들을 만나게 된 것이다.
사실 '그림의 떡'같은 책이지만, 읽으면서, 보면서 눈이 즐겁기는 한 책이다.
입이 즐거워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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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침 一針 - 달아난 마음을 되돌리는 고전의 바늘 끝
정민 지음 / 김영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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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침>의 저자인 정민은 어린이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MBC TV의 <느낌표>를 통해서 선정되었던 <정민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정민 ㅣ 보림 ㅣ2002>를 통해서 어린이들부터 어른들까지 대중들이 쉽게 한시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었기 때문이다.

한시를 읽으면서 느낄 수 있는 풍경, 시가 쓰여지게 된 배경, 시를 쓴 사람에 대한 이야기 등을 아버지같은 선생님의 모습으로 옆에 앉아서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책이어서 많은 독자들이 한시는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님을 알게 해 주었었다.

그후에 읽게 된 책은 <미쳐야 미친다/ 정민 ㅣ 푸른역사 ㅣ 2004> 였는데, 책제목의 뜻이기도 한, ' 불광불급( 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 것을 역사 속의 인물들을 통해서 풀어나가는 내용으로 재미있게 읽었었다.

두 권의 책으로 친근감을 느끼게 된 저자인 정민의 새로운 책인 <일침>도 그래서 관심이 가는 책인 것이다.

 

 

이번에는 어떤 내용으로 독자들에게 유익함을 선사할까?

<일침>에 실린 글들은 그동안 저자가 아껴 만지고 다듬었던 글들이며, 글을 쓸 때는 구분이 없이 썼지만, 책을 엮는 과정에서 4부로 나누게 되었다.

1부: 마음의 표정

2부: 공부의 칼끝

3부: 진창의 탄식

4부: 통치의 묘방

 

 

이렇게 4부로 나누어지고 그 속에 담긴 글제목은 사자성어로 씌여져 있다. 사자성어라고 하니까 벌써부터 겁먹고 달아나고 싶은 마음이 드는 독자들도 많을 것이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렇게 쉬운 사자성어가 나와도 버벅거리면서 말도 안 되는 사자성어를 이야기하는 예능인들을 보면서 도대체 우리의 지식 수준이 이정도 밖에 안될까 하는 생각을 하곤했기에, 사자성어가 사자처럼 무서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비하면 초등학생, 중고등학생들이 한문을 공부하다 보니, 무식한 어른들보다 훨씬 사자성어를 잘 알고 있기도 하다.

책의 목차를 보는 순간, 나 역시 아찔하다. 듣도 보도 못한 사자성어가 줄줄이 빼곡하게 목차를 메우고 있다.

 

 

그러나, 글제목에 따라 사자성어를 한자로 써 놓고, 뜻 풀이를 해 놓았으니, 그것만으로도 사자성어가 가진 의미를 깨달을 수 있는 것이다.

거기에 덧붙여 이런 사자성어가 어디에서 유래되었는가, 사자성어가 쓰여 있는 책이나 그 말을 사용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주는 것이다.

사자성어. 단 4 글자에 담긴 뜻은 그리도 넓고, 그리도 깊은 것이다.

한 제목, 한 제목을 읽어 내려가다 보니, 그 속에 담긴 심오한 뜻을 마음에 새기게 되는 것이다.

 

 

지지지지 (知止止止)

발음만으로는 노래 가사처럼 느껴지는 이 사자성어의 뜻은 '그칠 데를 알아서 그쳐야 할 때 그쳐라'

그침을 아는 지지(知止)도 중요하지만, 이를 즉각 실행에 옮기는 지지(止止)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니, 분간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한다.

있어야 할 자리, 나만의 자리는 어디인가? 지금 선 자리가 내자리인가?

이런 생각으로까지 발전시킬 수 있는 사자성어이다.

이명비한(耳鳴鼻澣) 귀울림과 코골기, 어느 것이 문제일까? 귀에서 소리가 들리는 것은 남은 듣지 못하고 나만이 들을 수 있은 것이고, 코골기는 남은 듣지만 자신은 듣지 못하는 소리이다.

내게 있는 것을 남들이 알아 주지 않거나, 남들은 다 아는데, 저만 모르는 것에 빗대어 하는 말로, 이 말이 뜻하는 것은 "좋은 글을 쓰고, 본이 되는 삶을 살려면 어찌해야 하나? 제 이명에 현혹되지 않고, 내 코고는 습관을 인정하면 된다. " (p. 71)

찬승달초(讚勝撻楚 ) 칭찬이 매질보다 훨씬 더 낫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지 않은가? 사자성어로 이에 해당하는 말인데, 부모의 칭찬, 신뢰, 그리고 환한 낯빛은 아이를 춤추게 (?) 하는 것이다.


 


우작경탄(牛嚼鯨呑 ) 소가 되새김질 하고, 고래가 한입에 삼키듯이

이 사자성어는 비교해야할 많은 것들에 쓰일 수 있는데, 독서에 대해서 생각한다면 정독과 다독에 대한 비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소가 되새김질하듯 책을 음미하며 천천히 읽을 것인가? 아니면 고래가 한 입에 삼키듯이 많은 책을 읽을 것인가?

답은 책에는 다독할 것도 있고, 정독할 것도 있다는 것이다.

 

 

<일침>은 정독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자화자찬(自畵自讚) 제 입으로 하는 칭찬

초등학생들도 다 아는 사자성어이지만,

" 예전에 자화자찬은 지금처럼 단순히 제 자랑의 의미로만 쓰는 말은 아니었다. 스스로에 대한 자부와 긍지를 담았다. 살아 있는 정신의 표정이 있었다. " (p. 265)

이렇게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자성어마저 그 속에 담긴 뜻을 미처 몰랐거나 잘못 알고 있었던 것들도 있는 것이다.

 

 

 

요즘의 세태는 팍팍하다. 이분법적으로 나누어져서 싸우기 일쑤이다. 내 생각과 다르면 틀린 것으로 간주해 버린다.

나 이외에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않는 이기주의로 변해가고 있다.

"현실이 답답하면 옛 글에 비추어 오늘을 읽었다"라고 말한다." (p.4 , 서언 중에서)

 

 

 

저자는 인문학자로서 그동안 한문학을 통해서 얻은 지식들로 생각의 폭을 넓혀가는 과정에서 넓은 줄 모르고 벌어지기만 하는 사회갈등, 그 갈등 속에서 잃어버려 가고 있는 것들을 찾기 위해서 책 속의 글인 100개의 글로 우리 사회에, 우리들에게 일침을 놓고 있는 것이다.

날카로운 일침을 놓고 있는 것이다.

그 일침은 차고술금 (借古述今), 즉 옛 것을 빌어 지금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다.

 

 

이 책은 한 번 읽고 책장 속에 꽂아 놓을 책이 아니다. 가끔씩 생각날 때마다 꺼내서 읽고, 또 꽂아 놓고, 또 생각나면 다시 꺼내서 읽어야 할 그런 책이다.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에 함께 해야 할 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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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이 어깨동무 합니다 -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꾸며
김제동 지음 / 위즈덤경향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김제동 !!

많은 사람들은 '김제동'이라는 이름보다는 '제동이'라는 이름만을 부르기를 좋아한다.

그만큼 김제동은 사람들과 격의없이 소통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많은 연예인들이 제 멋에 잘 났다고 공주처럼, 왕자처럼 포장되어 있는 이 시대에 경상도 사투리가 섞여서 금방 알아 듣기 힘든 말투와 당당하고 자신만만하기보다는 어딘지 모르게 위축된 듯한 모습이 김제동에게서 느껴지는 이미지이다.

멋진 외모로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것도 아니고, 화려한 말솜씨로 마음을 사로 잡는 것은 아니지만, 김제동은 그만의 철학을 가지고, 어눌한 듯한 말투로 한 마디 내뿜는 그 말이 사람들의 가슴에 와닿게 만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TV 프로그램 중에 <힐링캠프>라는 프로가 있다. 박근혜 편과 문재인 편만을 시청했는데, 거기에서도 김제동의 존재감은 그리 크지 않았다.

 

 

 

 

3인 MC 체제로 진행되는데, 거기에서 그가 보여주는 역할은 이경규나 한혜진보다 작게만(?) 느껴졌다.

2번의 시청으로 김제동의 역할을 말한다는 것이 좀 그렇기는 하지만...

내가 김제동을 새롭게 인식하게 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 사회를 보는 모습에서였다.

자신의 편안함을 먼저 생각했다면 그곳에 서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노제의 진행과정에서 가신 분에 대한 예의를 지켜드리면서,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가신 분의 마음을 담아 주고 있었다.

아마도 그때까지 김제동은 어떤 정치 색깔도 가지지 않은 순수한 마음에서 노제의 사회를 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바로 김제동의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 사회를 보기도 했으니까.

단지 그는 사회자의 역할만을 충실하게 해 내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는 생각을 가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당이고, 야당이고를 떠나서.... 좌파, 우파를 떠나서....
그후의 김제동의 말이 재미있다. 자신은 " 좌파도 우파도 아닌 기분파"라는....
그렇지만, 지금은 그동안 그에게 일어났던 사건들로 인하여 확실한 정치적 성향을 가지고 있음을 그 누구나 감지할 수 있는 것이다.

김제동은 2010년 2월부터 경향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김제동의 똑똑똑>의 내용을 바탕으로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 김제동 ㅣ 위즈덤 경향 ㅣ 2011>라는 책을 세상에 내 놓았다.

그 책 속에는 김제동이 만난 사람 25명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된다.

 

 

 

 

우리들이 한 번쯤은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 그들은 김제동과 인터뷰어와 인터뷰이라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누나와 동생처럼, 형과 동생처럼, 아저씨와 조카처럼 스스럼없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나누는 것이다.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에서 이미 그 후편을 예고했듯이, 이번에 그는 또 다시 <김제동이 어깨동무 합니다>를 독자들에게 선보이게 된 것이다.

 

 

 

 

첫 인터뷰이는 한홍구교수와 서해성 작가이다. 책을 많이 읽는다는 제동이도 '먹물들'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데, 한홍구 교수는 명문가에서 나고 자란 대표적인 역사학자이며, 서해성 작가는 지주 집안 출신이지만 대한민국 운동권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 인물이다.

이 인터뷰는 두 사람이 함께 인터뷰이가 되는데, 전세가 역전된 것처럼 누가 인터뷰어고, 누가 인터뷰이인지 김제동은 질문보다는 답변을 하기 바쁘다.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제동이의 '먹물들'에 대한 편견은 다소 사라진다.

" 진실이 진실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 그 때문에 (나의) 작은 쇼를 통해서나마 대중은 진실을 확인하고 위하받기를 원했을 것이다. " (p. 22)

 

독재정권하에서 자기 목소리를 낸 용기있는 사람인 백낙청은 말한다. 좌빨, 빨갱이....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그동안 독재정권 시대부터 국민들에게 가장 무섭게 다가오는 것이 빨갱이로 몰려서 재판다운 재판도 받지 못하고 죽은 영혼들이 얼마나 많을까....

 

국민가수이면서 자신의 이름 앞에 그런 수식어가 붙는 것을 싫어한다는 조용필.

그에게 음악을 하건 자신의 운명이자, 자신의 길이었다니 한다.

 

" 음악은 역사죠. 그래서 음악을 통해 그 시대를 생각하는 것이고요. <단발머리>를 부르면 관객들은 이 노래를 들었던 그 나이로 여행을 떠나죠, 그래서 '메시지'보다는 '공감'이 어울려요." (p. 44)

맞는 말이다. 내가 <단발머리>를 들었던 때와 또 다른 사람이 <단발머리>를 들었던 때는 엄청난 세월의 차이가 있을 수도 있으니, 그 음악에 대한 느낌이 같아도 내가 추억하는 시기와 또 다른 사람이 기억하는 시기는 다를 수 밖에... 그러나, 같은 시대에 그 음악을 들었다면 나와 또 다른 사람이 기억하는 것들은 같을 수도 있는 것이다.

 

안철수는 컴퓨터 바이러스만을 떠오르게 하던 사람인데, 어느날 갑자기 그의 행보는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게 되었다.

 

 

 

 

안철수가 생각하는 가치는 그가 죽은 후에도 삶의 흔적을 남기는 것이란다. 자신으로 인하여 사람들의 생각이 좋은 쪽으로 바뀌거나 그가 쓴 책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그는 희망하는 것이다.

 

<도가니>의 공지영 작가. 그녀는 이제 <도가니>의 작가로 불려진다.

 

 

 

 

내가 <도가니>를 읽으면서 치밀었던 그 분노....

그 이야기는 작가가 분명 사실을 바탕으로 썼다고 이야기했건만, 소설이 출간될 당시에는 그리 큰 사회적 이슈가 되지 않았었다.

신문 기사를 보고 추적하기 시작한 그 사건. 치밀하게 작가가 파헤쳐 놓은 사건.

그러나, 그 사건을 묻혀 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날 재정상황이 나빠서 상영이 연기되어서 겨우 영화관에 내걸리게 된 영화 <도가니>는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게 되었던 것이다.

나도 소설을 읽으면서 느꼈던 그 생각들. 분명 이 사건은 어디에선가 들었고, 그런 사건들이 존재할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던 그런 사건이었는데...

공지영 작가의 말처럼,

"모르던 게 아니라, 외면하고 있던 것. (...) 당장 분노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어요.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다는 것, 이제 너희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들에게는 엄청난 위협이 되는 겁니다. " (p. 150)

남부러울 것 없는 집안에서 태어나서 좋은 교육을 받다가 어느날 운동권에 발을 들여 놓고... 그동안 많은 작품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던 공지영 작가를 요즘에는 작품으로 만나 보기가 어렵다.

힘없는 사람들이 있는 곳, 부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곳에 공지영 작가는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김제동의 이상형은 송윤아인데, 그의 이상형이 손예진으로 바뀌는 것일까?

손예진 앞에서 김제동은 '이상형은 바뀌는 것'이라고 넉살을 떤다.

 

 

 

 

 

 

그래도 제동이의 이상형은 여전히 송윤아가 아닐까.

 

영화 속에서 선 굵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하정우.

그의 책 <하정우, 느낌이 있다 / 하정우 ㅣ 문학동네 ㅣ 2011>을 통해 그의 연기 열정과 그런 연기를 하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지만, 이 책 속에서 만나니 더욱 반갑게 느껴지는 하정우.

나는 그의 연기보다는 그림에 더 관심이 간다. 2번의 전시회가 있었지만, 그 기회를 놓쳐기에 다음 번 전시회를 기대하고 있기도 한데, 아무래도 하정우에게는 연기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은 사람이 궁금한 내용일 것이다.

" 영화의 성공은 물리적 기준으로만 말할 수는 없어요.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마음가짐과 인생철학 둘 다 연결돼서 최종결과로 나타나는 거라고 봐요. 영화도 사랑같아요." ( 책 속의 글 중에서)

 

 

 

 

이렇게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을 한 권의 책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와 <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인 것이다.

이번에 출간된 <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에서는 두 명의 인터뷰이를 함께 인터뷰하기도 하고, 법륜스님같은 종교인, 그리고 아르바이트 대학생 2명의 인터뷰 내용도 소개된다.

 

 

 

 

 

 

그리고 김제동을 경향신문 기자 신동호가 인터뷰한 기사와 오광수 기자의 <이 시대의 보통명사 김제동을 말한다>는 글도 함께 소개된다.

 

 

 

 

" 그 누군가가 나로 인해 웃을 수 있고, 잠시 행복할 수 있다는 건 큰 기쁨이다. 그럴 때마다 이 일을 정말 잘 시작했다는 생각이 새록새록 든다. 나 하나 망가뜨려서 여러분들이 웃을 수 있다면.... 그래, 이건 내 운명이다. " (p. 76)

 

 

 

 

 

 

 

김제동을 말할 때에 '촌철살인의 웃음 철학', '김제동 어록'

이런 말들을 많이 하지만, 나는 김제동의 웃음이 그렇게 큰 웃음을 준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다.

내가 느끼는 김제동의 매력은 그런 것보다는 겸손함과 진솔함, 그리고 소신있는 행동이라고 생각된다.

교만하기는 커녕 너무 겸손하고, 나서기 보다는 뒤에 물러서 있는 그의 모습이 김제동의 진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물러서 있다가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소신있게 자신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사람인 것이다.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의 인세는 고스란히 사회에 기부를 했지만, <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의 인세는 결혼자금으로 쓰겠다는 김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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