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위 미친 여자
쑤퉁 지음, 문현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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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벅의 <대지>를 비롯한 소설, 위화의 소설 몇 편, 그리고 얼마전에 읽은 추산산의 <내 사랑은 눈꽃처럼 핀다> 외에는 중국 소설을 읽은 기억이 별로 없다.

한때 중국과는 정치적 이념이 달랐기에 중국의 소설을 접한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번에 읽게 된 소설은 쑤퉁의 <다리 위 미친 여자>이다.

작가인 쑤퉁은 1963년생이고 1983년에 단편 <여덟 번째 동상>으로 등단하였으며, 그의 소설인 <처첩성군>은 20세기 중국문학 베스트 100 에 선정되었다.

<다리 위 미친 여자>는 14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된 단편소설집이다.

단편소설을 읽는 재미는 한 권의 책에서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며 단편이 지니는 글의 짧은 호흡 속에서 처음 읽을 때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반전에 놀라움의 마음을 갖게 된다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 책에 실린 14편의 단편들은 다양하면서도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된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그것은 단편소설집 속의 이야기들이 중국의 변화하는 시기에 초점이 맞추어 졌기때문일 것이다.

작품 속에서는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폐허가 되어 가는 모습을 그려내기도 하고, 어떤 시점에 있어서 추억 속의 한 장면으로 되돌아가서 그 시절을 회상하는 이야기들을 그려내기도 한다.

또한, 주인공들의 모습도 과거에 어떤 이유로든 일그러진 모습으로 살아갔던 사람들이거나, 현재에도 부유하듯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인 것이다.

표제작인 <다리 위 미친 여자>는 작가가 주인공을 11월의 국화에 비유했듯이,

막 피어 고운 듯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시들시들한 11월의 국화.

다리 위에 매일 나타나는 미친 여자는 언뜻 보면 눈에 띄는 미모이지만, 찬찬히 보면 시들시들한 모습의 여인이다.

미모의 여자이기는 하지만 무슨 이유에선가 미쳐서 시들거리는 것이다.

미친 여자는 매일 다리 위에 곱게 차려 입고 나타난다. 하얀 벨벳 치파오를 입고 손에는 단향나무 부채를 들고.... 또는 꽃무늬 치파오를 입고 다리 위에 나와서 자신의 딸인 쑤쑤를 기다리기도 한다.

멀리서 보면 그 단아한 모습이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정신은 어디론가 달아났다.

아무도 미친 여자를 상대해 주지 않지만, 슬그머니 나타나서 말벗이 되어 주는 할머니가 있다.

친절한 듯한 할머니는 몇 마디 말을 붙이고는 미친 여자의 치파오에 달린 매듭 단추옆의 나비 브로치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녀가 가졌던 보석들은 이렇게 할머니의 손으로 들어간다.

미친여자에게 다가오는 또 한 사람은 여의사 추이원친이다.

미친여자가 입은 옷이 탐이 나서 접근하여 그녀와 똑같은 옷을 만들기 위한 수작을 부린다.

똑같은 옷을 만들기 위해서 그녀의 매듭단추까지 떼어내는 일을 저지르지만....

옥신각신하던 끝에 다리위의 미친여자는 참죽나무거리에서 이십 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다리 아래의 정신병원으로 실려가게 된다.

간단한 줄거리 요약으로는 이 단편소설의 진가를 알 수 없을 것이다.

나 역시 처음 접하는 작가의 단편소설들이기에 처음 얼마 동안은 읽는 속도가 느렸지만, 그이후에는 읽는 재미에 빠지게 되었던 그런 소설들이다.

<다리 위 미친여자>에서 과연 미친여자는 하얀 벨벳 치파오의 주인공만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이야기는 뭔가에 미친 두 여자의 이야기인 것이다. 아름다움에 푹 빠져서 원래 미친여자, 그리고 미친 여자와 똑같은 치파오를 입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멋에 미친 여자가 나오는 것이다.

치파오를 둘러싼 미친 두 여자의 이야기에 남의 것을 탐하는 할머니가 감초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이야기처럼 우리 사회에도 멋에, 아름다움에 정신줄을 놓은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연예인의 결혼식 후일담은 언제나 씁쓸함을 남겨준다. 웨딩 드레스가 외국에서 공수해 온 몇 억짜리, 티아라는 몇 억. '장난하냐?' 왜 이런 것이 이슈가 되는 것일까?

자신의 결혼식을 빛내기 위한 웨딩 드레스와 티아라가 몇 억인들 어떻겠는가.

과시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가 있으니 그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인터넷에 띄우는 자들이 더 정신줄을 놓은 사람들이라고 생각된다.

이 책 속의 이야기들 중에는 마치 전설의 고향처럼 귀신에 얽힌 듯한 이야기들도 있다.

<수양버들골>에서의 트럭 운전사가 겪게 되는 사고와 그 사고를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서 듣게 되는 이야기.

<의식의 완성>에서 나 라는 주인공이 들려주는 민속학자 이야기. 바꿔쑹 촌에 온 민속학자가 기이한 항아리를 발견하고, 그 항아리에 얽힌 귀신잡기 풍속을 재현한다. 그 과정에서 60년전의 풍속을 그대로 재현하는데, 기이한 일이 일어나게 된다. 마치 독자들도 귀신에 홀린 것같은 환상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 이야기의 재미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가 계속된다는 특징이 있다.

" 나는 그 민속학자를 알았다. 그의 죽음은 신비한 요소로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의 추도회장에서 나는 다른 민속학자들이 혼잣말하듯 중얼대는 모습을 보았다.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이거야말로 의식의 완성이로군. " (p. 154)

<물귀신>이야기도 하루종일 다리 위에 서 있는 계집아이 덩씨네 바보 이야기인데, 물귀신이 그녀에게 준 한 송이 붉은 커다란 연꽃. 믿거나 말거나, 그리고 약한 전설의 고향이라고 해야할까.

그런가 하면, <수양버들골>, <토요일>, <신녀봉>, < 하트퀸>은 각종 교통기관인 기차, 유람선 등에서 만나게 되는 인연과 관련된 이야기들이다.

그중의 <토요일>이 묘한 느낌을 가져다 주는데, 기차에서 만난 두 남자가 친구가 되는 이야기이다.

짐을 들어준 인사치레로 집에 놀러 오라고 하니까 정말 놀러 온 라오치.

그는 샤오밍의 집에 토요일마다 찾아 오게되고, 그때마다 무엇인가 샤오밍에게 도움을 주게되어 고맙기는 한데, 샤오밍과 아내에겐 토요일이 없어진 것이다.

그래서 꾀를 내서 그의 방문을 막게 되는데....

만남보다 더 힘든 헤어짐. 헤어짐 후의 어색한 만남.

추억과 얽힌 이야기로는 <좀도둑>, <술자리>, < 8월의 일기>, <대기압력>, < 집으로 가는 5월> 등이 있다.

<술자리>는 얼핏 성석제의 소설 <왕을 찾아서>가 연상되기도 한다. 물론, 소재도 주제는 다르지만, 자신의 고향을 찾아가서 성장기의 친구를 만나게 되는 것이 그런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대기압력>은 오래 전에 떠난 고향에서 삐끼가 된 물리 선생님을 만나게 되고, 자신이 제자임을 말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 그를 따라 허름한 초대소에서 들어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하룻밤을 묶게 되면서, 그 선생님의 행동에서 과거의 선생님의 모습을 기억하게 되는 이야기인데, 상당히 흥미롭다.

책 속의 단편소설들은 시대가 명확하게 담겨 있지는 않지만, 1960년에서 1970 년대에 이르는 즈음의 이야기들로 생각된다.

근대화의 작업에 의해서 주인공들이 살던 도시가 폐허가 되고, 그 폐허 속에서 잃어버리고 살았던 날들을 기억해 나가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 여기는 그가 예전에 살았던 곳이다. 이 폐허가 된 땅에 아직도 그의 발자국이 남아 있을까? 그것이 이 낡고 지친 도시만이 대답할 수 있는 물음이다. 어제의 마음은 어제에 남겨두자 ." (p. 298)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현재 속에서 과거를 생각하면서 그들이 잃었던 것이 무엇인가를 독자들과 함께 생각하게 해 주는 것이다.


14편의 소설이 각각 특색이 있으면서도 추억이 깃든 이야기여서 추억 속 여행을 하는 듯하기도 한다.

처음 접해본 중국 작가 쑤퉁의 단편소설은 퇴색한 빛깔의 무늬들처럼 다소 칙칙한 배경을 깔고 있기는 하지만, 과거 속의 여행처럼 많은 느낌으로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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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에 반하다 반하다 시리즈
박정아 지음 / 혜지원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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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가이드북은 꼭 여행을 떠날 목적으로 읽는 경우도 있겠지만, 어떤 나라나 어떤 도시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읽게 되기도 한다.

특히 여행관련 서적은 나라별로, 도시별로 각각의 저자에 의해서 시리즈로 나와 있는 책이 많다.

혜지원에서 나온 <~~에 반하다> 시리즈는 타이뻬이, 홍콩, LA, 라스베가스, 밴쿠버, 상하이에 관한 책들이 나와 있다.

LA 와 라스베가스는 유강호, 홍콩과 밴쿠버는 박정아, 타이뻬이는 양소희, 상하이는 임은지가 썼다.

그중에 가장 먼저 읽게 된 도시가 라스베가스 그리고 홍콩이었다.

 

 

그 도시 모두 여행을 갔다 온 후에 읽은 책들이기에 책의 내용이 어떤지를 쉽게 이야기할 수 있다.

<~ ~ 에 반하다> 시리즈는 처음 그 도시를 가게 되는 초보 여행자들에게는 몇 %가 부족한 책이 아닐까 한다.

 

 

 

책들은 대부분 공항 정보에서부터 시작하기는 하지만, 잘 짜여진 여행 계획서까지 보여주는 여행 가이드 북에 비한다면 아무래도 어설픈 부분들이 많이 눈에 띄게 된다.

그것은 이 책의 저자들이 고정관념의 틀에서 벗어난 시각에 초점을 맞추어 책을 쓰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다른 여행서에 있는 내용들이 빠지고, 이 책에서만 읽을 수 있는 내용들이 들어가게 된다.

이 책의 저자도 역시 다른 여행서에서 프레임 밖으로 밀려났던 모습들을 많이 담았다고 책의 서두에서 말하고 있다.

그래도 독자들이 이 책을 들고 여행을 떠날 것이 아니라, 세계 속의 한 도시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읽는다면 그런대로 흥미로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밴쿠버는 우리나라와는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있는 캐나다의 대표적인 도시로, 미국의 시애틀이 지척에 있다.

직항으로 10시간이 걸리는 도시. 그러나 아무래도 도시 이름만 들어 왔지, 시애틀의 이모 저모를 책 속에서 접한 적은 없는 것이다.

캐나다 국기 속의 빠알간 단풍잎을 볼 때 마다 느끼던 아름다움이 이 책 속에서는 밴쿠버의 자연의 모습으로 다시 살아난다.

캐나다는 다민족 국가이며, 밴쿠버에는 전체 인구의 60% 가 유색인종이라고 한다.

그래도 매년 살기좋은 도시로 선정되는 것을 보면 천해의 자연환경의 덕분이 아닐까 한다.

밴쿠버에는 흔들다리가 두 개 있다고 한다. 하나는 유료인 카필라노 현수교이고, 또 하나는 무료인 린 캐년 현수교라고 한다.

카필라노 현수교는 길이가 137 m , 높이가 70 m 인데 걸을 때마다 흔들거려서 스릴 만점이라고 하는데, 영화 인디애나 존스의 촬영지이고, 린 캐년 현수교는 협곡 사이을 이어주는 흔들다리이다.

 

 

 

밴쿠버는 태평양 연안의 도시이기에 도심에서 도보로 갈 수 있는 해변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다운타운에서 가장 가까운 잉글리시 베이, 그리고 제리코 비치를 시작으로 해변이 이어지는 것이다.

항상 철썩거리는 파도 소리를 듣고 살 수 있다니 그것도 행복이 아닐까....

 

 

밴쿠버를 360 도로 조망할 수 있는 최상의 전망대 역할을 하는 클라우드 나인은 한 시간에 360도를 회전하는 레스토랑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밴쿠버의 모습, 상상만으로도 멋지다.

 

 

밴쿠버는 도시의 역사가 짧으니, 이렇다 할 관광지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고,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도시의 곳곳에 개성만점의 동네들이 있고, 그곳에는 특색이 있는 집들, 대저택들이 있어서 그곳을 찾아 보는 것이 여행의 즐거움이 될 듯하다.

유럽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퀸 앤, 빅토리아, 에드워드 건축양식의 집들이 그 대표적인 볼거리가 된다고 한다.

 

 

 

 

 

그리고, 각종 볼거리, 먹거리 등에 관한 정보는 여행중에 좋은 자료들이 될 것이다.

 

 

 

 

 

꼭 여행을 떠날 목적이 아니라도, 밴쿠버의 이곳 저곳을 둘러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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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그들처럼 떠나라! - 작가와 함께 떠나는 감성 에세이
조정래.박범신 외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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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선 풍경 속을 흘러가며, 떠나 왔음을 실감한다.

이 실감을 더해 줄 길벗을 만나러 가는 길.

나는 여행 중이다. " (p, 338. 하일지 편에서)

 

 

<여행, 그들처럼 떠나라!>에는 문인 15 명의 길떠남이 담겨 있다.

책 속의 작가들은 이미 나와는 몇 십년 전부터 책으로 만나왔던 분들이다.

한때는 절필을 선언했었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은교>로 다시 만날 수 있었던 박범신,밤을 하얗게 지새우면서 대하소설 <태백산맥>, <한강>, <아리랑>을 읽었던 그 시절의 조정래, 비록 이야기는 짧지만 그 속에 담긴 마음이 아름다워서, 애절해서 가슴이 짠하였던 동화와 시로 만났던 정호승...

책읽기의 즐거움을 안겨 주었던 우리 문단의 중견 작가들이 어린 날의 추억이 담겨 있는 곳, 오랜 그리움이 밀려 오는 곳, 자신의 첫 소설의 첫 장면의 무대가 되었던 곳, 자신의 작품을 취재하기 위해서 넘나들곤 하던 곳, 문인들의 문학관이 있는 곳 등을 여행한다.

그것도 길벗과 함께.

 

 

 

첫 여행자는 <은교>의 박범신이다. 소설이 영화로 상영되면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데, 그는 영화감독 정지우와 재즈 피아니스트 진보라와 함께 청산도를 찾는다.

" 여행이 좋은 건, 눈으로 보고 머리로 생각해야 하는 일상과 달리, 그저 가슴으로 느끼면 되는 '일탈'의 편안함 때문아닐까. 느리게 걸으면서 풍경을 사랑하다 보니, 시간이 천천히 흘렀으면 했던 내 연애시절이 생각난다. " (p. 23, 박범신 )

섬진강 시인 김용택은 감미로운 목소리의 가수 유열과 자신의 일상의 반경인 관람헌을 찾는다. 물결을 바라보는 마루라는 뜻을 가진 관란헌.

 

 

그리고 그들은 부안의 채석강, 모항에서의 갯벌 체험, 격포 해수욕장을 거쳐 곰소, 그리고 내소사까지 동행을 한다.

조정래 작가는 <아리랑>의 무대가 되었던 김제의 만경 평야에서 소리꾼 장사익과 함께 자신의 문학관이 있는 곳, 그리고 다른 작품의 배경이 된 곳까지 추억여행을 떠난다.

흥미로운 것은 그들과 동행을 하는 사람들이다. 김탁환과 남희석.

그들은 형, 아우 하는 사이인데, 그것은 자녀들이 같은 유치원을 다녔고, 근처에 살다보니, 해외여행까지 함께 하는 여행의 동반자가 되었던 것이다.

김탁환의 글솜씨가 빛을 발하기 시작한 때는 군복무 시절의 해군사관학교 국어 교관시절로 거슬러 올라가게 되는데, 그는 16년 전의 자신의 소설의 첫 페이지의 그 장소를 찾아 간다.

<불멸의 이순신> 8권이 탄생한 곳으로.

 

 

이 책에 소개되는 문인들의 글쓰기의 산실인 작업실도 공개된다.

좀처럼 구경할 수 없는 작가의 작업실.

 

 

 

그리고, 그들이 떠나는 여행지는 단 한 곳이 아닌, 그곳을 기점으로 1박 2일, 2박 3일을 함께 해도 좋을 곳들을 여행하는 것이다. 그 코스가 책 속에 담겨져 있으니, 이 곳을 찾을 여행자들에게는 좋은 여행 가이드 북 역할도 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문인들이 직접 자신의 여행 이야기를 썼기에, 문인들의 글솜씨 만으로도 한 편의 짧은 산문을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들이 찾은 곳들은 많은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곳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그 곳에서 찍은 몇 장의 사진은 그 자체가 예술 사진이 되는 것이다.

 

 

 

성석제가 찾은 여행지에서 살짝 들어가 본 시골 이발소.

" 때로는 낡고 오래된 곳일수록 더 아름다워 보인다. 손대지않고, 꾸미지 않고, 그대로 같은 자리를 지켜 온 한결같음에 괜스레 가슴 한 켠이 짠해지니, 이제 나도 나이를 먹은건가." (p. 428)

정호승이 간 강진의 다산 초당으로 가는 길에는 땅 위로 드러난 소나무 뿌리가 계단이 된 곳이 있다.

내가 자주 산책을 가는 길에도 이런 길이 있어서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고마움을 느끼기도 했고, 마치 남루한 옷이 너덜너덜 찢겨진 것같아서 가슴이 아프기도 했던 소나무 뿌리들을 이 책 속에서도 만나게 된다.

 

(산책길에 찍은 사진 중에서)

 

" (...)지하에 있는 뿌리가 더러는 슬픔 가운데 눈물을 달고

지상으로 힘껏 뿌리를 뻗는다는 것을 (...)" (p. 455)

 

 

마지막으로 여행의 백미는 별미라고 했던가.

그들은 각자의 여행지에서 맛난 시골 밥상을 받기도 하고, 그 지방의 특별한 음식을 맛보기도 한다.

 

 

 

이렇게 문인 15명은 그들 나름대로의 그들이 가장 사랑하는 곳을 길벗과 함께 여행하면서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문학 이야기를 들려준다.

" 이 겨울의 추억이 또 하나 내 안에 새겨진다. 언젠가 메마르고 척박해진 내 가슴에 이 추억이 뜷고 나와 소설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 ( 구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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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해도 괜찮아 - 나와 세상을 바꾸는 유쾌한 탈선 프로젝트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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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해도 괜찮아>의 저자인 김두식은 그동안 <불멸의 신성가족/ 김두식 ㅣ 창비 ㅣ 2009>,<불편해도 괜찮아/ 김두식 ㅣ 창비 ㅣ2010>로 많은 독자들에게 잘 알려진 대학교수이다.

그의 저서로는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 < 헌법의 풍경>과 같은 책들이 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그의 저서를 단 한 권도 읽지를 못했다.

 

 

저자의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는 것은 어쩌면 이 책을 읽고서 그의 저서들을 골라 가면서 읽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책을 몇 페이지 읽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솔직하게 써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저자의 글솜씨는 누군가의 이목을 의식하지 않는 거침없는 이야기들이기도 하고, 자신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내는 이야기들이기도 했다.

혹시, 거침없는 글이라고 해서 '막말'을 떠 올릴 수도 있는데, 그렇지는 않다.

자신의 내면, 그리고 사회적 현상들을 분석하는데 있어서 자신의 생각을 모두 까발리듯이(?) 털어 놓는다.

'까발린다'는 표현이 좀 거칠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의 책을 읽으면 그런 느낌이 든다.

<욕망해도 괜찮아>는 2011년 10월부터 6개월에 걸쳐서<색, 계>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연재되었던 글들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제목 그리고 부제인 "나와 세상을 바꾸는유쾌한 탈선 프로젝트'라는 글에서부터 의문이 들게 된다.

'욕망', '탈선' 이란 단어는 긍정적 의미 보다는 부정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욕망'이란 사전적 의미는 ' 무엇을 가지거나 하고자 간절하게 바람, 가지거나 누리고자 간절하게 바라다' 이지만, 언제부턴가 부정적인 의미로 다가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멘토가 아닌 여전히 자라는 과정에 있는 40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 책 속의 글 중에서) 고 말한다.

우리들의 내면에는 남들에게 보이고 싶은 과시 욕구가 존재하고 있기도 하고, 지금까지 가정에서, 학교에서 배운 상식들로는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 욕구가 존재하기도 한다.

사람들의 마음 한 구석에는 이런 저런 욕구들이 담겨 있고, 그런 욕구는 옳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되기에 자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남들을 의식하는 상황 속에서만 숨겨져 있는 것이지, 호시탐탐 남들이 보지 않는 이면에서는 탈선으로 이어져 오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들을 저자는 이 책에서 9 개의 주제로 나누어서 솔직하고 명쾌하게 분석한다.

계(戒) 와 색(色)의 세계에서, 즉 규범과 욕망 사이에서 계의 테무리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색을 훔쳐 보거나 살짝 그 속으로 들어 갔다가 나오는 사람들의 심리분석이나 사회적 배경 분석을 저자는 자신의 생각과 일상, 체험을 바탕으로 흥미롭게 분석해 나간다.

" 인간은 강렬하게 욕망하면서도, 무엇을 욕망하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존재" (p.22)라는 르네 지라르의 말을 인용한다.

계 속에 갇혀 있는 욕망에 대한 분석은 마치 개콘의 <용감한 녀석들>처럼 용감하고 통쾌하기도 하다.

" 자신이 욕망의 덩어리임을 인정하고 나면, 남을 바라보는 우리의 눈길은 한결 따뜻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 (p. 42)

특히, 이 책의 2장 - 욕망을 통해 스캔들이 왔다 : 학벌문제와 희생양 사냥

3장 -사랑에 빠진 아저씨 : 제 때 불태우지 못한 소년의 열정 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신정아와 변양균'의 이야기에서 그 핵심을 찾고 있다.

신정아의 책< 4001>의 내용을 인용하면서, 그 책을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학벌문제와 엘리뜨 (책에 나온 창비의 표기법을 따른 것임) 계층의 탈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 우리 내면의 욕망을 조금만 솔직하게 인정한다면, 변실장은 그저 우리 주변에 있는 흔한 중년의 초상일 뿐입니다. 겉은 어른이지만, 속은 여전히 충분히 불태우지 못한 '소년'의 열정이 남아 있는 사람이죠. 바로 저처럼 말입니다. " (p. 71)

 

 

계 (戒)에 갇혀서 공부만 하고, 출세를 하기 위해서 인생의 대부분을 지내왔던 엘리뜨 계층의 탈선이었던 <4001> 속의 '똥아저씨'는 변실장이 아닌 현실의 인물이 아닌 중년 남성들의 욕망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하이 스캔들', 최영미 시인의 시 <돼지들에게>의 일탈하는 아저씨들을 '계'와 '색'이란 관점에서 분석하여 본다.

그리고 여기에 '사냥꾼이 된 아저씨들'이 마치 자신이 정의로운 사람인 것처럼 남의 행동을 감시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진다.

"표면적으로 보면 '계'의 사람들이지만, 숨겨진 '색'의 농도만큼 더 맹렬하게 돌을 던진다는 점에서 사실은 '색'의 사람들이라 할 수 있죠" (p. 94)

욕망과 규범 사이에 놓인 사람들에, 사회에 대한 분석은 예리하다.

6장 - 색의 인간, 계의 인간 : 성북동과 형 에서는 형과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경제적 계층과 사회적 계층의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이어 나간다.

형이 일탈자였다면, 자신은 도덕적 감시자였다는 것이다. 같은 환경에서 자랐지만,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당위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래도 이 책의 주제 중에 7장 - 플레이 보이 : 몸과 살이 소통 이 섣불리 이야기하기에는 껄끄러운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성과 순결 등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을 빌리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수단으로 말과 글과 살이 있다고 한다.

말과 글의 소통이 살의 소통보다 중요하고 고상하다고 믿는 분위기이지만, 실상은 인생을 뒤흔든 것은 살의 소통이란다.

우리는 그만큼 살을 중요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사랑에는 여러 유형이 있지만, 그 모든 사랑은 아름다운 것이기에 살의 소통을 즐기라 고 말한다.

세상이 많이 변했으니, 사랑과 성, 순결에 대한 이야기가 전보다는 많이 유연해 졌다고는 하지만, 자칫 이성적 판단을 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 독자들에게는 역효과를 가져다 줄 수도 있는 내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이어서 색의 선을 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색을 넘어간 사람들의 행동들에 대해서 남이 어떻게 즐기는지에 레이더를 꺼야 한다고 덧붙인다.'


그런데, 독자 입장에서 보는 저자 역시 '계' 안에서 모범생의 길을 걸어 왔고, 사회적으로도 성공한 엘리뜨 계층이라는 아닌가 하는 것이다.

기독교 집안에서, 교장인 아버지에, 교사인 어머니, 학교에서는 최상위권의 성적, 24살에 사법고시 합격, 검사출신, 대학교수, 형과 누나도 대학교수이니..

 

 

 

그래서, 저자는 그동안에 만날 수 있었고, 들을 수 있었던 계층에 한정된 이야기들을 이 책 속에 담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그리고 저자 역시도 자라면서 일탈자인 형과는 달리 도덕적 감시자 로 살아 왔기에, 계의 테두리에서 벗어나지는 못한 삶을 살아 왔고, 살고 있으며, 선의 테두리를 넘어 가고 싶은 욕망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물론, 그는 계와 색의 구분을 짓지 않으면서, 생각의 폭을 넓히려는 태도를 가지고 살고 있다는 것은 책 속의 내용들을 통해서 알 수 있는 사실들이다.

 

 

" 선, 넘을 수 없으면 넓혀라." (p. 291)고 말하니까.

저자는 '자신과 다른 세계를 접하게 되면 그들에게 돌을 던지기 보다는 경계선을 넓혀라' 그리고 '너무 규범에 갇히지 말고, 살살 놀면서 살라'고 말한다.

이 책은 남의 시선에 신경을 쓰면서 겉으로는 계에 얽매여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색에 빠져 사는 사람들을 예리하게 분석하는 거침없는 이야기가 신선하기도 하다.

그러나, 아무래도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이 '계'를 중시하였기에, '색'에는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나 역시, 이 책의 내용에 모두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 나와는 다른 생각들도 있기는 하지만, 그의 말처럼

" 선, 넘을 수 없으면 넓혀" 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욕망을 부인하고 억압하기 보다는 욕망을 분출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되도록이면, 건전한 방법으로...

남에게 들키기 싫은 자신의 속마음까지 훌훌 털어 놓는 저자의 글들이 신선해서 그의 다른 책들을 곧 읽게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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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사막
김영희 지음 / 알마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지금은 PD 들이 자신이 제작하는 프로그램에 출연자들과 함께 화면에 나오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PD가 <1박 2일>의 나영석 PD와 <무한도전>의 김태호 PD 일 것이다.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PD 들의 모습과 목소리, 그리고 굴욕적인 상황까지 시청자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해 주고 있다.

그런데, 이런 시도를 가장 먼저 한 PD가 김영희 이다.

 

 

개그 프로그램에서 '쌀집 아저씨'라는 캐릭터로 스튜디오 위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출연은 신선한 시도였던 것이다.

그이외에도 촬영 현장의 소리를 함께 녹음한다거나, 자막을 넣는다거나 하는 획기적인 기획을 시도한 PD이기도 하다.

그에게 2011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 사건은 그에게 다람쥐 체바퀴돌듯 돌아가는 숨막히는 세상에서 한 걸음 물러설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 주었다.

살벌한 시청율 싸움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작한다는 것은 부담감이 많은 일일 것이다.

당시 새로운 기획프로그램은 <나는 가수다>였다. 첫 방송의 첫 출연자인 이소라의 등장과 그의 노래에 대한 시청자 평가단의 반응은 성공적인 시작을 알렸 주었다.

그런데,첫 번째 탈락자가 김건모가 되었던 것이다. 이름이 불리는 순간의 싸늘한 분위기, 후배 가수들의 황당한 표정,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서 김영희 PD는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것이 그에게는 크나큰 실수로 남게 되었던 것이다.

 

 

그 일로 인하여, 떠나게 된 남미 여행.

홀로 떠난 여행, 60일간의 여행기간 동안에 29번의 비행기를 탔다고 하니, 제대로 된 여행이라기 보다는 마음을 추스리기 위한 여행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런 배경들을 생각하면서 이 책을 읽기로 했다.

그러나, 책이 배송되어 온 순간의 느낌은 싸늘하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소금사막'이라는 아름다운 경관만으로도 남미 여행의 꿈을 책으로 꿈꾸었던 것이다.

그러나, 받아 든 <소금사막>은 내용이 궁금하여 몇 장 넘기는 순간, '이건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글보다는 여백이 더 많은 책. 사진보다는 김영희 자신이 남미를 여행하면서 그린 그림들이 더 많은 책이다.

아름다운 풍경과 분위기 있는 남미의 골목 골목, 정열적인 탱고에 관한 사진과 글을 기대했었던 나에겐 좀 황당한 책이라고나 할까?

 

 

 

저자는 60일간의 여행을 스케치 북 한 권과 디지털 카메라 속에 담았고, 그것의 일부를 이 책 속에 실어 놓은 것이다.

책과의 첫 만남은 기대에 못 미쳤지만, 간결한 그림 속에 자필로 쓴 짤막한 글들은 나름대로 가슴에 와 닿는 문장들이 꽤 있었다.

그리고, 그림과 사진 사이 사이에 쓴 산문들은 그의 삶을,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었다.

진실된 마음이 엿 보이기에 그 글들은 마음 속에 와 닿는 것이다.

 

 

 

"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 ( 책 속의 글 중에서)

 

" 나를 가장 정신차리게 하는 질문.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 책 속의 글 중에서)

 

 

 

그가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는 말은,

" 지금 하세요 !

NOW or NEVER !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이 아니면 영원히 못할지도 모릅니다.

인생... 지금이 전부입니다. " ( 책 속의 글 중에서)

 

 

 

첫 느낌보다는 책 속으로 들어 갈수록 마음에 와닿는 글들이 있지만, 그렇고 하더라도, 책의 내용에 비하여 책값이 너무 비싸다.

정가 : 16,500 원. 판매가 : 14,850원

 

 

작가 지망생들이 여러 해를 고생하여 글을 쓰고, 쓰는 과정을 거듭하면서도 단 한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지 못하는 현실에 비하면, 이런 책들은 '날로 먹는 것같다' (인기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 나오는 대사 중에서)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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