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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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는 일본의 추리소설 작가로 그의 이름을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을 해 보면 많은 책들이 출간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중에서도 많은 추리소설 독자들이 읽은 책으로는 <백야행1~3 / 히가시노 게이고 ㅣ 태동출판 ㅣ2000>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많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중에서 <탐정클럽>과 <교통경찰의 밤>만을 읽었다.

<교통경찰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ㅣ 바움 ㅣ 2010>은 '교통경찰'을 소재로 한 6편의 연작소설인데, 교통사고 현장에서 일어난 이야기들을 처리하는 교통 경찰의 모습과 함께 사고 뒷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런데 그 이야기들 속에는 다양한 인간의 모습이 있다.

추리소설의 특징인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예측 불가능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한 편, 한 편을 읽을 때마다 소름이 끼칠 정도이다. 추리소설의 묘미인 독자들의 섣부른 결말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탐정클럽/ 히가시노 게이고 ㅣ 노블마인 ㅣ 2010>의 경우에는 VIP 고객들에 의해서 고용된 탐정들이 자신에게 맡겨진 사건을 조사하고 해결하는 이야기인데, 이 소설 역시 5권의 단편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아무리 완벽한 범행이라고 할지라도 반드시 헛점이 있기 마련이라는 것인데, 반전, 또 반전이 이 책을 읽는 재미일 것이다.

그러나, <탐정클럽>의 특색은 범인을 아는 상황에서 탐정들이 이 사건을 추적하여 사건의 결말을 전달하는 과정으로 끝맺음을 하기에 추리소설의 묘미인 독자들이 범인을 찾는 즐거움을 빼앗아 버린다.

이 두 권의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아가사 크리스티', '코난 도일, '존 그리샴', '가스통 루르'와 같은 서양의 추리소설과는 또다른 특색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이번에 읽게 된 <용의자 X의 헌신>은 그동안 쭉 읽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책인데, 한국영화로 만들어지게 되면서 관심이 가게 된 것이다.

'천재 수학자의 완벽한 알리바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 오기도 했다.

'완벽한 알리바이', 그러나 헛점이 있을텐데....

이야기는 살인사건으로 시작되는데, 다소 평이한 이야기처럼 생각된다.

한때는 클럽의 호스티스였던 야스코가 찾아 온 이혼한 남편을 순간적으로 살해하게 되고, 그 살인 사건을 옆 방에 사는 수학교사인 이시가미가 완벽하게 처리해 준다는 것이다.

" 나를 믿어 주세요. 나의 논리적 사고를 믿고 그냥 맡게 주세요." (p.57)

그러기 위해서 이시가미는 야스코와 그녀의 딸에게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들어 준다.

그러나, 소설을 읽으면서 의문점으로 남는 것은 천재 수학자의 머리로 완벽하게 처리한다면, 왜 사체의 신원을 감추기 위한 장치는 했으면서 왜 근처에 지문이 묻은 자전거를 방치했을까?

물론, 그것도 하나의 장치이기는 하지만, 사체의 신원이 너무도 빨리 파악되고, 용의선상에 오르게 되는 인물이 야스코가 된다는 것이다.

이 사건을 담당한 형사가 찾아 가게 되는 대학 동창인 유가와.

그는 이 사건에 20 여년 전에 자신과 라이벌이었던 수학 천재 이시가미가 관련이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추리를 해나가게 된다.

수식과 수학문제 풀이의 대가인 수학천재 이시가미와 실험과 관찰을 주로 하는 물리학 천재 유가와의 심리 대결과 두뇌 싸움은 이 책을 읽는 재미 중의 재미인 것이다.

책을 읽는내내 이시가미의 행동이 수학천재라기에는 어눌한 부분들이 눈에 띄게 되는데, 그것 역시 이 소설의 결말을 돕기 위한 장치였던 것이다.

이시가미와 야스코 모녀의 첫 만남.

그것은 이시가마에게 새로운 삶을 살도록 해 주었던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대학원에서도 그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천재 수학자가 고등학교의 수학 교사로 근무하게 되고....

초라하게 변모해 가는 자신의 삶을 마무리하려는 순간에 그는 사랑을 느끼게 된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그렇기에 이시가미는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그녀의 행복을 지켜주고 싶었던 것이다.

소설의 끝부분에서 유가와가 밝혀내는 진실.

그 진실을 알게 되는 순간, 이시가미의 멍청할 정도로 순수한 사랑에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끼게 된다.

세상에~ 이처럼 순수한 사랑이 있을까.

자신보다 그녀를 더 사랑하였음을.

이야기의 처음은 우발적인 살인사건이었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세밀하게 깔린 장치들이 돋보이는 추리소설이다.

책제목을 보는 순간 '헌신'이란 단어가 눈에 들어 왔는데, 이런 소설의 경우가 바로 '헌신'이 아닐까 한다.

그동안 '히가시노 게이고'의 두 권의 책을 읽으면서 <교통경찰의 밤>을 읽고는 작가의 추리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탐정클럽>을 읽고는 뭔가 미진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용의자 X의 헌신>을 읽고는 작가의 추리소설들이 궁금해진다.

어떤 작품에 매료된다는 것은 그 글을 쓴 작가에게 관심이 간다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또 그 작가의 책들을 골라 읽게 되니, 은근히 부담스럽기도 한 일이고, 즐겁기도 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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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1 - 미천왕, 도망자 을불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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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작가 김진명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될 것같은 생각이 든다.
내가 소장하고 있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는 3권이 한 세트로 된 책인데, 책표지를 넘기면 누렇게 변색이 되었다.
이 소설의 초판 간행은 1993년 8월 10일인데,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1994년 6월 30일 초판 88 쇄라고 기록되어 있다.

( 이책은 1993년판인데, 2011년 개정판이 나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 김진명, 새움,2011)

벌써 근 20 여년이 지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는 그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던 소설이다.
그러니, 김진명은 이 소설로 인하여 일약 소설가로 데뷔하게 되는 것이다.

(1993년판,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의 작가 소개 사진)

핵물리학자 이휘소 박사의 의문의 교통사고를 연상시키는 이 소설은 우리나라에서 자체적인 핵무기가 개발된다는 설정과 박정희대통령이라는 그당시로는 소설에 등장하기 힘든 인물의 이야기가 어우러지게 되면서 미스터리한 설정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리고 소설의 전개과정이 속도감이 있고, 박진감이 넘치면서도 김진명 특유의 문체가 돋보였기때문이기도 한 것이다.
그이후의 김진명의 소설들도 출간될 때마다 베스트셀러의 위치에 우뚝 솟았던 것이다.
그의 대부분의 소설이 역사성을 가지고 있는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픽션인지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할 정도로 흥미로운 작품들이 많았던 것이다.
특히 <황태자비 납치사건>는 명성황후 시해사건을 다루었는데, 경악을 금치 못하는 작품이었다.
또한 <하늘이여 땅이여>는 한국 주식시장을 노리는 미국의 핫머니 침투에 관한 소재를 담았는데, 이 소설이 발표된 때에 적절한 이야기여서 흥미진진했었던 기억이 난다.

(<고구려>의 작가 소개 사진 )

그런데, 이번에 작가는 <고구려>를 소설에 담아내기 시작했다.


작가가 책표지글을 통해서 밝혔듯이
"우리 젊은이들이 <삼국지>를 읽기 전에 <고구려>를 먼저 알기 바란다"라는 글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삼국지>의 주요 인물, 주요 장면 장면, 이야기의 전개과정은 소상하게 알고 있으면서 고구려의 안국군, 창조리, 을불, 상부 등의 인물은 그 이름조차 들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허다할 것이다.
솔직히, 나도 이 소설을 읽기 전에는 '고구려' 하면 소수림왕, 광개토대왕, 장수왕, 연개소문 정도 알고 있었을까....
이런 현실은 지금까지 역사는 승자를 중심으로 펼쳐지기에, 고구려는 한반도를 넘어 산둥이북과 요서에 이르는 거대한 영토를 가졌었음에도 삼국을 통일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또한, 고구려의 영토가 분단에 의해서 북한의 땅임에 고구려의 역사를 소홀하게 다루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그리고 중국의 동북공정에 의해 우리의역사가 왜곡당하고 있는 시점에서 고구려의 역사를 되짚어 본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김진명의 소설 <고구려>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고구려>가 인터넷을 통해서 연재될 때에 나는 거의 1권 정도의 이야기는 매일 매일 관심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고구려 1>, 부제 '도망자 을불'은 낯익은 이야기인 것이다.
작가는 이미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쓴 후에 17년간에 걸쳐서 <고구려>를 집필하기 위한 자료 검토와 해석을 하였다고 하니 그 노력과 열정이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고구려1~3>권은 고구려의 미천왕의 일대기를 담은 소설이고, 여기에서 이야기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다섯 왕의 이야기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

<고구려 1>의 내용은
고구려의 서천왕은 국상 상루에게 후계 절차를 주관하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 천마성이 뜨면 임금은 대가 끊기고. 나라는 망하기 마련. 이제 고구려의 영웅들이 줄줄이 죽어갈 것이로다. 하늘이 뜻을 어찌 인간의 힘으로 거스를꼬" (p15)

서천왕의 의중에는 그의 동생인 안국군이 국왕의 재목이라는 생각을 가지기도 했었지만, 자신의 아들인 상부를 태자로 삼아 둔 상황이었다.
상부의 측근인 상루는 서둘러 상부를 왕위에 올리게 되는데, 어진 왕이었던 서천왕과는 달리 상부는 포악한 인물인 것이다.
그런 상부가 작은 아버지인 안국군을 비롯한 왕손과 종친들을 그냥 두지는 않는 것이다.
그과정에서 안국군은 역모로 죽게 되고, 상부의 아우인 돌고는 글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인데, 자신의 아들인 을불을 지키기 위해서 상부에게 납작 엎드리는 시늉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아들을 지키려던 돌고가 위험을 감지하고 을불을 도망시키게 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도망자가 된 을불이 낙랑에서 소금장수 다루로 변신을 하는데, 이곳에서 낙랑의 무예가 양운거를 만나게 되고, 주대부의 도움을 받게 되기도 하고...
" 낙랑의 부(富)와 모용외의 무(武)를 생각하면 언제 그런 날이 올지 아득하기만 합니다. 그들은 날로 힘을 키워 가는데 나는 내 나라 안에서조차 행적을 숨기고 다녀야 하는 형편이니....." (p286)
그이외에도 모용외, 최비, 주아영 등의 걸출한 인물들과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왕손이지만 고구려를 떠나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 고구려 백성들의 어려움을 몸소 체험하게 되고, 고구려를 상부의 손에서 되찾고자 하는 마음을 다지는 시기에 해당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김진명의 소설들이 박진감이 넘치듯이 이 소설도 첫 페이지를 여는 순간부터 이야기 속으로 푹 빠지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잠깐 나의 어릴적 기억이 떠오르는데, 초등학교다닐 때에 사회시간이었다.
고구려를 배우는데, 미천왕이 나왔었다.
그런데, 옆의 짝이 미천왕을 미친왕이라고 잘못 이야기해서 한바탕 웃었던 기억이 나는 것이다.
그때 배웠던 미천왕.
그가 바로 고구려의 기틀을 마련하게 되는 을불인 것이다.

" 남을 통솔하려는 자는 힘보다 지혜가 있어야 한다. " (p8)

김진명의 <고구려> 소설을 읽지 않았다면 결코 미천왕의 이야기를 깊이있게 알지 못했을텐데, 이번 기회에 미천왕에서부터 시작하여 고국원왕, 소수림왕, 고국양왕, 광개토대왕, 장수왕까지의 이야기를 통해서 고구려를 제대로 알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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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쿵스레덴을 걷다 - '왕의 길'에서 띄우는 대자연의 메시지
김효선 지음 / 한길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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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우리의 삶에 활력소를 준다. 직접 떠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여행 관련 책을 읽으면 마음이 확 트이는 느낌이 든다.

여행 서적을 통해서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곳에 대한 또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고, 그곳에서의 추억을 되새길 수도 있을 것이며, 가 보지 못한 곳이라면 새로운 곳에 대한 풍경과 함께 저자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를 읽는 것도 꽤 괜찮은 것이다.

그래서 자주 접하게 되는 여행 관련 서적들.

<스웨덴의 쿵스레덴을 걷다>는 책 제목을 보는 순간, 아주 낯선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쿵스레덴'이 어디일까?

이 책의 저자인 김효선은 여행작가이다. 저자가 말하기를 '인생의제 3막'을 산다는 표현을 쓰듯이 중년의 나이에 접어 들었다.

두 딸은 유학중이다가 결혼을 했거나, 그곳에 머물고 있으니, 엄마로서의 시간적 여유는 꽤 있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여행을 즐기고, 여행 후에 책을 출간하곤 했다.

특히 걷기 여행을 즐겨서 산티아고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쓰기도 했다.

"누군가 좇아가는 메가트렌드 여행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여행을 새로운 트렌드로 만든다." (저자 소개 글 중에서)

가장 자기다운 모습을 찾는 여행, 저자의 여행 스타일은 느리게 걷는 여행, 녹색여행을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이제는 산티아고 순례길이 잘 알려졌고, 우리 나라의 몇 몇 곳에는 올레길, 둘레길 등이 생기면서 걷기 여행이 열풍을 가져 오기도 했다.

'빠르게'가 아닌 '천천히' 그 길들을 걸으면서 여행자는 자신의 인생을 되짚어 볼 수 있는 그런 여행을 선호하는 것이다.

나는 쿵스레덴에 대해서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쿵스레덴은 스웨덴에 있는 트레일 코스이다. 스웨덴의 북부인 아비스코에서 출발하여 남쪽으로 내려가는 헤마반에 이르는 길로, 유럽이들이 꿈꾸는 도보 여행길이다.

유럽에 남아 있는 마지막 황무지. 야생코스인 것이다.

산티아고 가는 길은 노란 화살표(또는 노란 조가비)를 따라서 걷게 된다면, 쿵스레덴 길은 빨간 X 표를 따라서 걷는 길이다.

(사진 설명 : 산티아고 순례길을 표시한 노란 화살표)

산티아고 가는 길이 순례길이라면, 쿵스레덴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야생길인 것이다.

습한 길이나 덤불 숲, 험한 돌길 위에는 자작나무 널빤지로 길을 만들어서 멀리서 보면 마치 철길을 걷는 것처럼 보이는 그런 길이다.

그 길의 곳곳에는 긴 장대 끝에 빨간 X 표가 보이는데 겨울에도 그 정도까지 눈이 쌓이기 때문에 높다랗게 빨간 X 자가 길을 안내해 준다.

눈이 많은 지역이기에 여름길과 겨울길이 나누어지기도 한다.

저자는 쿵스레덴을 4명이 함께 걷기로 하지만, 일행 중의 이지송 감독은 새 작품을 하기 위해서 못가고, K와 함교수와 같이 걷는다.

그러나, 그들과도 중간에 헤어져서 홀로 그 길을 걷는다.

이제는 인생을 되돌아 볼 나이가 되었기에 그녀는 멋지게 나이들고 싶고,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아 보고 싶기도 하다.

느리게 걷는 도보 여행에서 삶의 여유와 희망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아비스코에서 헤마반까지 총 구간 430km중에 260km는 도보 여행을 하였고, 그 길위에서 19일 동안 머물렀던 것이다.

이 길위의 풍광은 정말 멋지다.

책에서나 볼 수 있었던 U자 계곡을 만날 수 있기도 하다.

" 산책을 즐기려고 텐트를 열고 밖으로 나왔다. 황금빛으로 물든 앞산이 떡 버티고 서 있었다. 자정이 넘은 시간에 이런 장면을 보게 된다는 것이 놀라웠다.

백야 !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선물에 감사를 표한다. " (p. 198)

쿵스레덴 가는 길 위에서 만나는 낯선 사람들과는 짧은 인연.

그러나 아무리 짧은 인연이라고 해도 헤어짐은 언제나 슬픈 것이다.

" 언제나 그렇듯 긴 도보 여행의 끝에는 채워지기 보단 이상하게 비워지는 마음과 진한 아쉬움으로 잠 못 드는 밤을 보내게 된다. " (p. 279)

이 한 권의 책 속에는 쿵스레덴에 관한 모든 여행 정보가 담겨 있다. 그리고 아름다운 사진과 그 길 위에서의 느꼈던 생각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산티아고 순례길에 관한 책은 수도 없이 많이 출간되었지만, 쿵스레덴에 관한 책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지구상의 새로운 곳을 만난다는 것은 또다른 경이로움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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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엔 형만 있고 나는 없다 푸른숲 새싹 도서관 1
김향이 글, 이덕화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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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외동이들이 많은 가정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이야기이다.

부모의 관심을 모두 혼자 독차지하기 때문에 '엄마는 형만 좋아해'. '나는 언제나 형때문에 미움만 받아' .

이런 생각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형제자매가 많았던 시절에는 어느 집에서나, 이런 풍경을 접할 수 있었다.

우리집은 딸만 일곱이었다. 아버지, 어머니에게도, 자매들에게도 항상 큰 언니는 공주와 같은 존재였다.

부모가 원하는 모든 것을 갖춘 언니였기에 우린 큰 언니에 대해서는 어떤 경쟁심(?)도 가지지 않았었다.

그러나 다른 자매들에 대해서는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듯 부러운 점들이 많기도 했다.

예쁜 옷을 누가 입느냐에 대해서, 누가 더 공부를 잘 하느냐에 대해서...

나는 7 명의 딸 중의 넷 째였으니 위로도, 아래로도 중간적인 위치에 있었기에 성장하면서 열등감을 가졌던 시기도 있었지만, 독립심이 강해질 수 있는 위치였던 것같기도 하다.

언니와 동생들과 의논하기 보다는 내 일은 내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곤 했기 때문이다.

<우리 집엔 형만 있고 나는 없다>를 읽게 되니, 어릴 적의 생각들이 떠오른다.

'언니만 잘 해주고..' , '동생만 잘 해 주고...' 그런 생각을 가졌던 어릴 적의 기억이 새삼스럽다.

이 그림책은 형에 대한 열등감을 가진 아우의 이야기이다.

흔히 가정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이야기이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 쉽지만, 아우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어린이들에게는 심각한 이야기이다.

형인 선재는 공부는 잘하지만, 몸이 약하고, 동생인 민재는 몸은 튼튼하지만 공부를 못한다.

그래서 엄마는 항상 몸이 약한 형을 먼저 생각한다.

동생 입장에서 보면 맛있는 음식도 형을 위해서 만드는 것 같고, 새 옷도 언제나 형이 입고.

동생은 형이 입던 헌 옷을 물려 입게 되고 엄마의 관심은 형에게만 쏠리는 것같다.

어느날, 동생 민재는 이가 아파서 " 엄마, 나 이 아파"하고 말하지만, 엄마는 형에게 줄 닭튀김만 열심히 만드신다.

그러니, "우리 집엔 형만 있고 나는 없어요"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엄마와 할머니의 전화 통화 내용을 듣고서 엄마가 형만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민재도 사랑하고 계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가정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이야기인데, 부모와 자식 관계, 그리고 형제 자매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된다.

흔히 속담에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실상은 열 손가락 중에 더 아픈 손가락이 있고, 덜 아픈 손가락이 있기 마련인 것이다.

부모가 자식에게 가지는 생각도 더 생각하게 되는 자식과 덜 생각하게 되는 자식.

더 정이 가고, 덜 정이 가는 자식이 있게 마련이다. 물론 그 정도의 차이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렇지만 부모의 입장에서 그런 생각들을 자식들이 눈치 채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자식을 향한 기본적인 부모의 마음은 같은 것이기에 자식을 대하는 태도는 어떤 자식에게나 똑같이 나타내야 할 것이다.

어릴적에 자녀들이 부모의 행동으로 생기는 마음의 상처는 성인이 되어서도 잊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래서 이 그림책은 부모와 자녀가 같이 읽으면서 부모의 마음은 모든 자식들에게 똑같음을 일깨워 준다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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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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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의 소설은 소설이라기 보다는 지적 성찰의 집합체라는 생각이든다.

작가의 책들중에 에세이로 분류되는 책들인 <여행의 기술>, <불안>, <행복의 건축>, <공항에서의 일주일을>, <일의 기쁨과 슬픔> 등을 읽어 보아도 서정적인 에세이가 아닌 어떤 사물이나 상황에 대해서 정치, 사상, 철학, 심리학 등의 지적 능력을 동원하여 관찰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알랭 드 보통의 이런 책들을 읽던 중에 그가 쓴 사랑에 관한 소설이라고 해서 읽게 된 책이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이다.

이 책은 알랭 드 보통의 '사랑과 인간관계 3부작'이라고 불리는 소설 중의 하나이다.

('사랑과 인간관계 3부작'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우리는 사랑일까, 너를 사랑한다는 건=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의 개정판)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이성이 만나서 사랑을 하게 되고 이별을 하는 과정의 이야기를 달콤한 사랑의 이야기가 아닌 남녀의 심리분석과 철학적 사유에 이르는 글들로 채워 나간 독특한 소설이다.

그리고 알랭드 보통의 에세이들도 흔히 볼 수 있는 신변잡기들을 모아 놓은 글들은 아니다.

그의 에세이에는 문학, 철학, 역사를 모두 담은 일상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에세이들이다.

<일의 기쁨과 슬픔>, <여행의 기술>은 직접 자신이 어떤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일상을 따라잡기 하는 식의 내용의 글들이지만, 그 속에는 알랭 드 보통 만이 쓸 수 있는 지적 성찰이 담겨 있는 것이다.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도 독특한 내용의 글들이다.

이래서 나는 알랭 드 보통의 글을 읽기를 즐긴다. 그러나 얼마전에 출간된 <사랑의 기초>는 공동작업이 아닌 단독으로 작업한 책이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말로만 공동작업이지, 정이현과 알랭 드 보통의 글의 수준은 달라도 너무 다른 것이다. 그래서 실망감이 더 컸었던 것이다.

그의 또다른 책인 <불안>은 구입한 지는 여러 달이 지났다. 이렇게 좋아한다는 작가의 책을 묵히고 묵히다가 이제야 읽게 되었다.

역시 알랭 드 보통다움이 넘쳐 흐른다. 그렇지, 이런 글을 써야 보통다운 것이지.

어떤 작가도 흉내낼 수 없는 독특함, 지적 성찰, 일상의 철학, 그리고 그외의 역사, 문학, 철학, 잡학 등이 모두 한자리에 모인 듯하다.

우리가 불안을 느끼는 것은 무엇일까?

미처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바로 나처럼 단순한 사람들의 생각일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불안의 정의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정의라고 하면 단 한 줄이면 되겠는데...

역시 그는 다각적인 시선으로 '불안'을 대하는 것이다.

" 불안은 무엇보다도 불황, 실업, 승진, 퇴직, 업계 동료와 나누는 대화, 성공을 거둔 걸출한 친구에 대한 신문기사 등으로 유발된다. " (p. 8)

그는 우리들이 겪게 되는 불안 중에서도 사회적 지위와 관련된 불안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생각해 본다.

그래서 불안의 원인으로 사랑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을 든다.

또한, 그는 이런 불안을 해소시키기 위한 해법으로 철학,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미아 등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불안의 원인은 수긍이 가지만, 불안을 해소시키는 해법에 대한 내용은 책을 읽지 않으면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가늠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은 이야기이다.

저자는 구체적인 생활 속에서 불안의 원인을 찾고 그 원인을 찾아 나가는 접근 방식을 일관성이 있고, 있는 그대로 대상을 파악하는데 주력한다.

그의 책을 몇 권만 읽어 보았다면 알랭 드 보통의 관심사는 일상적인 삶 속에서 찾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사랑도, 여행도, 건축도. 일도....

일상적인 삶 속에서 우리는 찾지 못하는 것들을 그는 철학, 예술, 문학 등의 지적 활동을 통해 찾아내고 분석하고 해석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으로 끝난다면 너무 건조한 이야기일텐데, 거기에 위트가 가미되기에 책을 읽는 재미가 있는 것이다.

<불안>뿐만 아니라 다른 책들에서도 느끼는 것은 어떻게 이런 주제나 소재를 가지고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평범한 주제도 그의 머리 속에 들어가면 신선하고 독특한 이야기로 변화시키는 마력이 작동하는 것이다.

아직도 알랭 드 보통의 책의 매력을 모른다면 그의 어떤 책이든지 한 권을 읽어 보기를 바란다.

책을 펼치는 순간 왜 알랭 드 보통의 글이 매력적인지를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의 한국 독자를 사랑하는 마음은 책에 특별히 한국 독자에게 남기는 글을 통해서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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