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 정유정 장편소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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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기대 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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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리카 풀키넨 지음, 정회성 옮김 / 밝은세상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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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핀란드 작가의 소설은 처음 읽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북유럽 작가로는 노르웨이의 '요 네스뵈'의 <스노우 맨>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스릴러 소설로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박진감 넘치는 소설이다. 그래서인지 북유럽 작가의 소설이라는 점이 솔깃하여 <진실>을 읽게 되었다.

이 소설은 특이한 점이 많다. 소설의 화자는 '나' (안나)이지만 장에 따라서는 다른 인물들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또한 과거와 현재가 뒤섞여 있다. 사건의 진행과정이나 등장인물들을 제대로 따라 잡아야 읽기가 편하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이야기의 경계가 모호하다고 할 수 있는 소설이다.

소설의 시작은 저명한 심리학자인 엘사가 췌장암으로 얼마 남지 않은 생을 마감하려고 한다. 그에게는 화가인 남편 마르티와 의사인 딸 엘레오누라가 있다. 그리고 손녀인 안나와 마리아도 있다.

할머니를 간병하러 온 안나는 할머니의 옷장에서 드레스를 발견한다. 할머니 자신도 그 드레스가 있는 줄 조차 몰랐던 드레스에 얽힌 이야기, 즉 에바라는 여인을 추적하는 것이다.

" 내 인생에 대해 말하고 싶었어요.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그대로 묻혀 버릴 테니까요. " (p. 82)

바쁜 할머니를 도와주기 위해서 엘레오누라의 보모 역할을 했던 가정부이자, 할아버지의 숨겨진 여인이었던 에바의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그 흔하고 흔한 출생의 비밀이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 보게 된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가 아닌 안나와 에바의 이야기가 과거와 현재를 왔다 갔다 하면서 전개된다.

1964년에서 1968년에 걸친 과거의 이야기는 여러 장에 걸쳐서 전개되는데, 여러 명의 인물들이 같은 사건에 대해서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는냐 하는 것이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것 들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할머니에서 엄마, 그리고 손녀에 이르기까지 삼대에 걸친 사랑 이야기와 삶의 이야기는 할머니의 사랑과 삶이 그의 딸에게는, 또 그 손녀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생각하게 해주기도 한다.

핀란드 하면 생각나는 것이 사우나일텐데, 소설 속에서도 사우나를 하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 장면을 통해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사우나를 같이 함으로써 서로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도 있으며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아픔도 날려 버릴 수 있는 공간이 된다.

등장 인물 각각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진실. 같은 사건, 같은 공간에 있었다고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짧은 인생을 살았던 에바, 그녀에게 사랑은 어떤 것이었을까....    한평생을 마르티의 곁에 있었지만, 인생의 어떤 순간에는 남편의 사랑을 빼앗겼던 엘사는 어떤 마음으로 삶을 살아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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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인 서울
방현희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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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인  서울>의 작가인 방현희는 몇 개월 전에 <오늘의 슬픔을 가볍게, 나는 춤추러 간다>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댄스 스포츠를 배우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작가와 춤'이라는 조합이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데,  '춤추는 소설가의 춤 에세이'인 <오늘의 슬픔을 가볍게, 나는 춤추러 간다>에는 각종 춤에 대한 이야기와 함게 춤이 사람들에게 무엇을 가르쳐 주는가를 말해 주고 있다.

춤의 역사, 춤의 종류, 자신의 삶 속에서 춤이 차지하는 부분까지를 모두 담고 있어서 춤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알게 해 주었다. 그녀는 '춤은 인생을 닮았다'고 말한다.

 

이렇게 에세이로 먼저 만났던 소설가의 소설이기에 <로스트 인 서울>은 좀 쉽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이 책은 생각을 많이 하면서 읽어야 하는 책이다. 줄거리 보다는 그 속에 담긴 은유의 의를 찾아 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책 속에는 7편의 단편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 (...) 방현희는 7편의 소설을 통해 서울에 사는 우리가 꿈을, 기억을, 자유를 가족을, 사랑을, 자신을, 삶을 상실하고 있음을 섬세하게 적시한다. " ( 문학 평론가 '허희'의 해설 중에서, p. 266)

표제작이기도 한 '로스트 인 서울'의 제목만으로 서울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는데, 여기에서 '서울'이란 "(탈) 근대 도시의 보편성을 함의한 장소'를 대유"  ( 문학 평론가 '허희'의 해설 중에서, p. 266)한다.

그래서 7편의 단편 소설의 배경은 서울, 중국, 일본, 영국의 어느 도시이다.

표제작인 <로스트 인 서울>은 병든 서울, 꿈을 잃어가는 사람, 꿈을 잃은 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렉 안나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서울로 유학 온 여자이다. 흔히 우즈베키스탄에 가면 김태희가 소를 몰고 있더라는 말을 할 정도로 미인이 많은데, 그녀 역시 빼어난 미녀이다. 유학생인 그녀가 방송에 출연하는 것을 계기로 그는 쉽게 화려한 서울 생활에 길들여지게 된다. 방송 업체를 운영하는 '강'의 내연녀로 45평의 아파트에 살게 되는데, 그 아파트의 인테리어를 맡았던 '나'와 은밀한 관계를 맺게 된다. 그들에게 주어진 작은 공간인 비밀의 방, 그곳에서 '나'는 ''그렉 안나'와 '강'의 사랑을 훔쳐 보면서, '그렉 안나'와 사랑을 나눈다. 그러나 그렇게 풍요로웠던 '그렉 안나'의 삶은 방송에서 한국인의 정서를 거스르는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그 이후에 그녀을 둘러쌌던 루모는 파도처럼 기세를 타게 되고, 그녀의 인기는 추락하게 된다. 물론, '강'도 그녀의 아파트를 빼앗고, 그녀를 버린다.  하루 아침에 얻었던 부와 안락함과 거짓 사랑은 그렇게 끝나 버린다.

<퍼펙트 블루>는 '기이한 죽음에 대한 세 가지, 혹은 한 가지 사례'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데, 슈퍼 스타 M, 그리고 M을 선망하는 K. 그리고 M과 같이 되기를 원하는 M2가 죽음에 이르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각각의 죽음은 하나로 연결된 죽음이라는 설정이 꽤나 몽환적으로 그려진다. 스타의 삶, 스타와  같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의 죽음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고, 그것은 이승에서나 지워질 수 있다는 이야기이니, 현실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그야말로 기이한 이야기라고 할 수 밖에 없다.

7편의 이야기 중에 2편 만 간단하게 소개를 했지만, 평범한 소설이라기 보다는 작가의 특성이 잘 나타나는 소설들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특히 작가는 감성적인 언어와 특이한 이야기 구성 그리고 삶의 이면을 날카롭게 분석한 글쓰기를 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으니, 이 책을 읽으면 작가의 작품 세계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의 슬픔을 가볍게, 나는 춤추러 간다>를 통해서 춤과 관련된 색다른 에세이라는 생각을 가졌었는데, <로스트 인 서울>도 평범한 이야기의 소설은 아니라는 생각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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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 박범신 장편소설
박범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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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박범신 작가가 '아침마당'에 나왔다. 작가의 최신작인 <소금>에 관한 이야기를 시청자들에게 들려 주었다. 논산으로 내려간 작가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인 <나의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 박범신 ㅣ 은행나무 ㅣ 2012>를 읽으면서 영원히 '청년 작가'로 남을 것만 같았던 작가도  세월 앞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조만간 새로운 소설로 독자들을 찾아오리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었다.

<은교>에서 보여주었던 '인간의 갈망'이 인상적이었는데,  <소금>에서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아버지들의 이야기가 가슴 아프게 그려진다. 특히 중년 이상의 아버지들 모두의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어쩌면 시어머니에게 시달림을 받고, 남편에게 무시당하고, 자식들에게 따돌림 당하던 어머니들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가정에서 소외당한 아버지들이 메우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우리의 가정을 살펴보면 어머니의 위상은 전보다 훨씬 높아졌지만, 아버지의 존재는 가정 안에서 갈 곳이 없다. 책 속의 몇 몇 문장들은 너무도 리얼하게 오늘날의 아버지들을 대변해 준다.

"아버지에게도 푸르른 청춘이 있었을까"

"아버지의 소소한 일상조차 상상한 적이 없는 있어도 없는 듯한 아버지"

" '치사해 치사해' 독백하며 산 아버지."

" 껍데기만 남은 공룡의 모습"

심지어는

" 어머니는 일종의 자본가였고, 아버지는 어머니와 세 자매의 몸종이나 청지기 같은 존재에 불과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살았다." (p. 97)

"세상의 모든 아버지를 꼭 둘로 나눠야 한다면, 하나는 스스로 가출을 꿈꾸는 아버지, 다른 하나는 처자식들이 가출하기를 꿈꾸는 아버지로 나눌 수 있었다.”(p.150∼151)

작가의 말처럼 선명우는  '붙박이 유랑인'으로 밖에 살 수 없었기에 가출할 수 밖에 없었다. 막내딸의 생일날 아버지는 집에 오던 길을 되돌아 내려간 후에 어디론가 사라졌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아버지를 10년 동안 찾아 다니던 시우와 이혼을 하고 고향에 내려온 시인의 만남으로부터 이 소설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시인은 선명우의 막내딸인 시우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강경 옥녀봉 꼭대기 소금집의 김승민이 그녀의 아버지라는 것을 알게 되고....

선명우가 김승민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이유를 알게 되면서 그녀의 아버지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어린 시절의 이야기, 학창시절 이야기, 첫사랑이야기, 아내와 결혼하게 된 이야기, 그리고 아내와 세 딸을 위해서 살아왔던 날들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 소금은, 모든 맛을 다 갖고 있다네, 단만, 신맛, 쓴맛, 짠맛. 단 것, 신 것에 소금을 치면 더 고 더 시어져. 뿐인가, 염도가 적당할 때 거둔 소금은 부드러운 짬 낫이 나지만 32도가 넘으면 쓴 맛이 강해. 세상의 모든 소금은 그것 자체만으로도 맛이 달라. 소금에 포함된 미네랄이나 아미노산 같은 것이 만들어 내는 조화야. 사람들은 단맛에서 일반적으로 위로와 사랑을 느껴, 가볍지, 그에 비해 신맛은 나에게 시비를 거는 것 같고, 짠맛은 뭐라고 할까. 옹골찬 균형이 떠올라. 내 느낌이 그러하든 거야. 쓴 맛은 그럼 뭐냐. 쓴맛은,어둠이라 할 수 있겠지. 내가 왜 이 겨울에 혼자서 나와 소금밭을 까뒤집고 있다고 생각하나?" (p. 133)

그렇다. 이 소설에는 소금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맛처럼, 아버지 인생의 맛인 짠맛, 신맛, 단맛,  쓴맛, 매운맛이 모두 담겨 있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통해서 우리 시대의 어머니들의 초라한 모습을 생각했다면, 박범신의 <소금>을 통해서는 우리시대 아버지의 자화상을 읽을 수 있다.

자본주의에 길들여진 가족들에 의해서 단물만을 빼앗기고 가정에서는 '붙박이 유랑인'으로 살았가는 아버지들을 생각하게 해 준다.

그래도 아버지 선명우는 과감하게 가출하여 자신의 인생을 살아간다. 아버지의 가출 후에 붕괴되는 가정의 모습을 보면서 자본주의가 일군 가정의 최후를 보는 듯하다.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아버지가 가정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가를 생각해 보면 좋겠다. 그리고 아내들도 남편에 대한 생각을 되짚어 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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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으면 - 낮의 이별과 밤의 사랑 혹은 그림이 숨겨둔 33개의 이야기
황경신 지음 / 아트북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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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으면>의 작가인 '황경신'의 글쓰기 스타일을 전혀 모르기에 이 책의 앞 부분을 읽을 때에는 다소 어리둥절(?)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이 책의 장르가 에세이이고 미술 작품 33 작품과 연관이 있는 이야기이기에, 작품에 관한 이야기가 쓰여져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당연히 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 속의 이야기는 작가 자신의 이야기인가 하는 생각을 하고 읽다 보면 그것이 아님을 알게 되고, 작품 속의 이야기인가 하고 읽다보면 그것도 아님을 알게 된다.

상당히 독특한 스타일의 글들이라는 생각을 갖고 읽는다면, 책 속의 이야기들의 본질을 알게 될 것이다.

작가는 <그림 같은 세상>, < 그림같은 신화>라는 그림 에세이를 이미 출간한 적이 있지만, 그 책들을 읽지 않았기에 이번에 읽게 된 <눈을 감으면>은 독자의 입장에서는 낯설어도 너무 낯설고, 독특해도 너무 독특한 그림 에세이이다.

" 눈을 감으면 보이고, 눈을 감으면 들리고, 눈을 감으면 안다. 현실을 보지 못했을지 몰라도 감은 눈으로 그녀는 언제나 더 중요한 것을 보았다. (p. 126)

바로 작가는 눈을 감으면 보이는 것을, 눈을 감으면 들리는 것을, 눈을 감으면 알 수 있는 것을 이 책 속에 담아 놓았다. 33 작품의 그림을 보고, 보는 순간에 떠오르는 것들이 아닌,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이야기를 작가의 상상력으로 작품마다 하나의 이야기씩을 만들어 내서 33 개의 이야기를 완성하였다. 흔히 그림에세이라고 하면 화가의 이야기, 작품이 탄생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그런 생각을 가진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이야기가 과연 누구의 이야기인가 감(感)을 잡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상상력이 빚어낸 이야기임을 알게 되면 책 속의 이야기와 그림이 너무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이 책의 구성은 이별, 슬픔, 성장, 사랑의 이야기로 되어 있다. 이 역시 다른 책들과는 다름을 느끼게 된다. 사랑이 먼저 오고, 그 이후에 성장과 이별과 슬픔이 오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던 독자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사람과 사랑과 희망, 그림 속에 숨겨둔 이야기' ( 책 속의 글 중에서)가 이 책 속에 담겨 있다.

프롤로그를 대신하는  '조지 프레더릭 와츠'의 <희망>은 그림만으로는 희망을 전혀 느낄 수 없다.

작가는 이 작품을 보는 순간 " 희망이란 단어에서 외로움, 상실감, 슬픔 같은 것을 보는 사람이 나 혼자는 아니구나(...)" (p.6) 하는 안도감을 느꼈다고 한다. " 그 찰나, 희망의 끝자락이 막 골목을 돌아 시야에서 사라지는 모습을 본다. 내가 본 것은 희망의 부재, 그러나 그건 희망이 그곳에 있었다는 증거. " (p. 7)

"희망은 아무 것도 보지 않는다. 현재와 현실과 미래와 구원을 직시하는 순간, 희망은 희망을 잃고 만다. 희망이 희망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희망 외의 것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리하여 희망은 스스로 눈을 가린다. 둥근 물체 위에 앉아 있다는 사실도, 현이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도 잊기 위해." (p. 11)

눈을 감지 않았다면 보이지 않았을 것들, 들을 수 없었을 것들, 알지 못했을 것들....

33작품의 그림 중에는 내가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그림들도 다수가 실려 있다. 특히 '칸딘스키'라고 하면 사실적 묘사보다는 색채와 선 그리고 면을 이용하여 순수조형만으로 작가의 감정을 표현하는 작가인데, 그의 작품인 <크리놀린을 입은 사람들>은 작가의 다른  작품세계를 엿 볼 수 있어서 상당히 인상적인 그림이기도 하다.

 

마티스의 <니스의 실내>도 처음 본 작품이고, '오딜롱 르동'의 <감은 눈> 시리즈도 이 책의 제목과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그림 속에서는 우리들이 미처 찾을 수 없었던 이야기를 작가는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가 떠오르는 이야기를 우리들에게 들려준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생각을 많이 하는 독자들에게는 쉽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나에게는 좀 낯설게 다가오고, 이야기 속에 담긴 또다른 의미를 찾아내기에도 그리 쉽지는 않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려면 그림을 보고 한 번  쯤은 눈을 감고 자신의 이야기를 생각해 본 후에 책 속의 이야기를 읽어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그림을 보고 나서,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 눈을 감고서 떠오른 것들에 관한 것이다. 그림이 직접적으로 알려주지 않는 이야기들, 어쩌면 그림이 끝끝내 숨겨놓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황경신 작가의 감은 눈을 통과하여 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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