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그대 쓰러지지 말아 - 삶의 굴곡에서 인생은 더욱 밝게 빛난다
김재식 지음, 이순화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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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느날 갑자기 찾아 온 불행, 그 불행을 불행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자신의 곁에 살아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이 책 속에 있다.

결혼 20주년이 되던 날, 그의 아내는 희귀 난치병인 '다발성 경화증'이라는 진단을 받게 된다. 온 몸의 기능이 정지되고, 폐 한쪽과 눈 한 쪽을 잃게 되어 죽은 것도 아니고 산 것도 아닌 것 같게 된 아내.

그 6 년간의 이야기가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내의 발병을 알게 되고 처음에는 약국에서 병원, 마취클리닉, 정형외과, 한의원, 척추 클리닉, 도립병원, 중환자실을 거치면서 알게 된 병명.

우리나라 보험공단의 병원수가제도에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에서 장기 입원이 불가능하기에 이곳 저곳의 병원을 돌아다녀야 하니 가족들의 생활은 말이 아니다.

아내의 몸이 마비되면서 가정의 미래도 마비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꿋꿋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두 아들과 딸이 있기에 저자는 아내의 간병을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절망의 끝에는 희망이 기다리고 있었다." (p. 25)

아내는 재활치료와 항암주사 때문에 환청과 환각에 시달리게 되니 착란증세로 아이들에게 험한 말까지 내뱉게 되니 그것이 더 가족들을 아프게 한다.

6년이란 긴 세월 동안 저자는 아내의 곁을 지켜야 하기에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니 막대한 병원비때문에 집까지 정리해야 했다. 그렇지만 꾸준히 일면식도 없는 천사들의 도움을 주려는 손길들이 전해지고 있다.  이 부부의 이야기는 <사랑의 리퀘스트>를 비롯한 방송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는데, 방송 출연당시  '만약에 몸이 나으면 무엇을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그의 아내는 '집에 돌아가서 가족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해주고 싶어요'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가슴이 뭉클해진다.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그 날이 그녀에게 빨리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의 아내가 하루 아침에 사지마비가 되었을 때는 손목, 아니 손가락 조차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온 몸의 기능이 마비된 상태였지만 지금은 꾸준한 재활치료를 통해 조금 낫아진 상태이다.

저자에게 간병 6 년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때를 이야기하라면,

아내가 귤 한 알을 까서 남편의 입에 넣어준 그 순간인데, 그녀가 깐 귤은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거칠게 까졌지만 그것이 가장 큰 기쁨이었다.

" 살다보면 때로는 마음먹은 대로 일이 풀리지 않고, 참아도 해결할 수 없는 구체적인 고통에 빠지는 순간이 온다. 그럴 때는 누군가, 그저 고스란히 소나기에 온 몸을 적시며 도망가지 않고 곁에 지켜주는 사람만이 힘이 된다. " (p. 55)

이 책 속에는 발병후에 남편에게 보낸 편지가 몇 장 수록되어 있다. 처음의 편지는 어떤 글을 썼는지 겨우 알아 볼 수 있는 편지였지만, 이제는 제법 편지다운 편지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아내의 편지 중에는,

" 하루하루 살아가려고 한다. 그러다가 뒤돌아 보면 감사하게 되더라. 지금은 그것이 내가 살아가는 방법이다. 항상 기뻐하고 감사하길 바라는 하나님의 뜻이기도 하고" (p. 230)

많은 것을 거머쥐고도 뭔가 부족한 듯하여 여기 저기 기웃거리는 우리들에 비하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마음인가....

" 어느 시인이 지나간 것은 다 아름답다고 했다.

오늘을 거치지 않고 지나간 것은 있을 수 없는데,

왜 오늘은 항상 힘이 드는 것일까" (p. 171)

이 책 속의 그림은 화가 이순화의 작품들이다. 그녀는 활발한 작품활동을 한 화가로 그림의 특색은 강렬한 색채와 굵은 선의 숲 풍경을 많이 그렸다. 

그런데 요즘은 전체적으로 차분한 파스텔 통의 숲 풍경을 주로 그린다.

이 그림의 화가 역시 두 번의 암투병을 이기고 2013년 5월에 <희망의 빛>이란 개인전을 열었다. 아나운서 한석준의 어머니이기도 한 화가의 그림은 이 책을 읽으면서 희망의 빛을 느끼게 해 준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아내가 그저 살아서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다고 말한다. 책 속의 글들이 아내의 간병을 하면서 느낀 점들을 꾸미지 않고, 아름답게 쓰려고 하지도 않고 있는 그래도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해서 더 감동적으로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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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기욤 뮈소'의 소설을 읽게 되면 빠른 전개와 섬세하고 치밀한 구성, 그리고 책장을 덮을 때까지 한순간도 방심해서는 안되는 반전에 매료당하게 된다.

<내일>은 한국에서 출간된 기욤뮈소의 열 번째 소설인데, 나는 2010년에 출간된 <종이여자>를 시작으로 <천사의 부름>, <7년후>를 읽었으니 <내일>은 기욤 뮈소의 소설 중에는 4 번째로 읽게 되는 소설이다.

4권의 소설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소설이라기 보다는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처럼, 소설의 소재가 드라마틱하고 전개과정이 박진감이 넘친다. 

<종이여자>에서는 베스트 셀러 작가가 끝맺지 못한 <천사 3부작>에 등장하는 인물이 현실 속에 등장한다. '종이여자' 빌리는 과연 허구의 인물인지, 현실 속의 인물인지...  소설 속에서 상상의 세계와 현실 속의 세계를 넘나들게 만들어 준다.

<천사의 부름>에서는 뉴욕의  JFK 공항에서 조나단과 매들린이 부딪히면서 휴대폰이 바뀌게 설정에서 소설이 시작된다.  

기욤 뮈소의  소설에는 사랑, 진실한 사랑이 그 바탕에 깔려 있다. 그런데, 거기에 판타지 요소가 가미된 소설이 <종이여자>라면, <천사의 부름>은 사랑 이야기에 스릴러가 환상적인 호흡을 맞추어 한 편의 소설로 만들어졌다. 

<7년 후>는 이혼한 부부인 세바스찬과 니키의 아들 실종사건으로 이야기는 시작되기에 스릴러 소설로 생각하면서 읽게 되는데, 결국에는 로맨틱 코미디 소설임을 알게 된다.

이렇게 기욤 뮈소는 새로운 소설을 쓸 때마다 장르에 있어서도 새로운 변신을 하는 작가이니 독자들은 그의 소설에 흥미를 갖고 읽게 된다. 

<내일>의 소설 아이디어는 작가가 '미래로 메시지를 배달하는 웹사이트'를 취재한 신문기사를 읽고 얻게 되었다고 한다.

즉, 타임슬립(Time slip) 소설이다. 타임슬립이란 1994년 일본의 '무라카미 류'의 소설 <5분 후의 세계>에서 처음 등장한 신조어인데, 타임머신과는 그 의미가 다른다. 타임머신이 기계적인 시간여행이라면, 타임슬립은 자연스럽게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고가는 시간여행을 의미하는데, 마치 시간이 미끄러진다는 그런 뜻에서 생긴 용어이다.

요즘은 이런 소설들이 많이 출간되니 생소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일>은 어떤 내용의 이야기일까... 이 소설은 스릴러적 요소가 담겨 있기에 그 줄거리는 아주 간략하게 쓰려고 한다. 

하버드대 철학교수인 매튜 샤피로는 거의 1년전인 2010년 12월 24일 불의의 사고로 아내를 잃고 4살 반 된 딸과 함께 살고 있다. 모든 사람이 들뜬 크리스마스 이브에 가장 불행한 일을 당했으니, 그 슬픔은 아직도 그의 가슴에 남아 있다.

그는 벼룩시장에서 중고 노트북 컴퓨터를 구입하게 되는데, 노트북에 여러 장의 사진들이 삭제되지 않은 상태로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 노트북의 주인에게 이메일을 보낸다.

노트북의 주인은 뉴욕에 사는 와인 감정사인데, 그들은 몇 차례의 이메일을 보내는 것을 시작으로 뉴욕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한다. 그런데 두 사람은 만나기로 한 식당에 갔는데도 서로 만나지를 못한다.

이유는 그들은 서로 다른 시간대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매튜는 2011년 12월에, 엠마는 2010년 12월에 살고 있으니 만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두 사람에게는 1년의 시간차가 있었다.

" 난 당신과 내가 겪고 있는 시간의 뒤틀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아요. (...) 굳이 아인슈타인의 말을 빌리자면, '시간 속에서 발을 헛디딘' 것이죠" (p. 178)

그렇다면 시간을 되돌릴 수 있지 않을까... 매튜는 2010년 12월 24일로 되돌아가 자신의 아내인 케이트의 사고를 막고 싶은데....

우린 이런 생각을 많이 해 보았을 것이다. '만약에, ○○○ 때로 되돌아 갈 수 있다면, 그런 선택을 하지는 않았을텐데....' 일종의 후회이기도 하고, 지나온 날들이기에 지금 생각하면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더 잘 할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내일>은 그렇게  되돌아간 시간에서 알게 되는 엄청난 음모를 찾아내게 된다.

" 사랑의 이름으로, 사랑을 위해서라면 사람들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멀리. 아주 멀리. 그렇지만 분명 경계가 있고, 그 경계를 넘어서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 (p. p. 381~382)

광적인 사랑, 그로 인하여 자신의 삶의 목표를 바꾸고,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오랫동안 치밀하게 계획하여 온 끔찍한 사건을  알게 되고 그를 해결하는 과정이 흡입력 강하게 전개된다.

이 소설의 첫부분의 이야기와 끝부분의 이야기는 같은 이야기로 씌여져 있다. 그런데 이 책의 내용을 알기 이전에 읽었던 내용과 이 책의 내용을 모두 알고 소설을 마무리 짓는 단계에서 읽게 되는 같은 내용의 글은 그 느낌이 완연하게 다르게 다가온다.

이런 느낌은 아주 작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어떤 내용을 알기 이전과 알게 된 이후의 그 느낌은 같은 글에서도 이렇게 완벽하게 다른 느낌과 생각을 할 수 있다니...

인간에 대한 신뢰는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일까... 아니 이렇게 처참하게 배신을 당할 수도 있을까...

"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시간들이 속임수에 불과했다는 걸 받아들일 수 있을까? 참혹한 배신을 당한 후 어떻게 인간에 대한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까?" (p.p. 427~428) 

기욤뮈소의 <내일>도 사랑이야기이지만 그 어떤 작품 보다 스릴러가 강하게 나타난 작품이다. 어떻게 보면 <종이여자>와 같이 판타지 소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고, <천사의 부름>처럼 스릴러 소설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은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넘나들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과거와 현재가 상존한다.

그래서 이 소설에서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내일'이란 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빅토르 위고'는

 "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날들은 우리가 아직 살지 않은 날들이다. " 라는 글을 남겼는데,  바로 '내일'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날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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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 - 이윤기가 말하는 쓰고 옮긴다는 것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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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신화>를 읽지 않았다면 작가이자 번역가인 이윤기의 탁월한 글쓰기를 알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서양문화의 근간이 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서양인들에게는 낯익은 이야기이지만, 그당시까지만 해도 우리들에게는 좀 낯설게 느껴지는 신화였다.

우리의 전설이나 신화에 나오는 신과는 달리 그리스 로마 신화 속의 신들은 신적인 존재이지만 인간과 마찬가지로 희노애락의 감정을 가지고 있을 뿐만아니라 복수와 배신 등을 거침없이 하는 신들이다.

제우스 신을 비롯한 신들을 부르는 명칭도 그리스어와 로마어가 다르고, 신화의 버전도 여럿이기에 신화를 제대로 알기가 그리 쉽지는 않은 일이었다.

그런데, 이윤기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기존의 서양의 시각에서 벗어나 우리의 정서에 맞게, 그리고 신화가 우리의 생활 속에서는 어떤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가에 이르기까지 재미있게 5권의 책으로 구성하여 펴냈다. 1권부터 5권까지는 몇 년간에 걸쳐서 출간되었는데, 한 권 한 권 사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이 책이 출간되면서 이윤기의 이름 앞에는 작가, 번역가와 함께 신화학자(신화전문가)라는 수식어가 붙게 되었다.

그렇게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신화>를 재미있게 읽던 중에 우연히 TV에서 조영남이 인터뷰어가 되어 이윤기를 인터뷰하는 내용의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두 사람 중의 누군가의 집에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이었는데, 이를 통해서 이윤기의 작품과 그가 번역한 작품들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읽게 된 책이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그리고 도서관에서 이윤기의 책들을 대출 받아 읽기 시작하다가  그후에는 한 권씩 사서 읽었다.   

그렇기에  이윤기는 내 독서의 한 부분을 형성한 작가라고 할 수 있다. 그가  2010년에 심장마비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니 그의 글을 좋았했던 많은 독자들에게는 큰 슬픔으로 다가왔으리라.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는 이윤기의 글을 잊지 못하는 독자들에게는 그의 글을 읽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이 책은 저자가 이미 생전에 다른 책에 실었던 글들 중에서 글쓰기와 번역, 신화쓰기, 우리말, 언어 등에 관한 39편의 에세이로 엮어졌다.

글쓰기에서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것이 첫 문장을 어떻게 시작하는가일텐데, 그 첫문장에 대한 생각부터 글쓰기를 마치는 순간까지의 그의 경험적 글쓰기는 아주 짧은 글을 쓰는 경우에도 그의 글쓰기에서 배울 점들이 많다.

특히 그는 창작활동도 했지만, 약 200 편이 넘는 책을 번역한 우리나라 최고의 번역가이다. 그는 번역의 중요성과 정확한 번역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들려준다. 번역가에게 있어서 가장 힘든 것이 번역후에 자신이 번역한 책에 대해서 오독과 오역이 있다는 말을 듣는 것이다.

<장미의 이름>을 읽은 독자라면 그 소설이 단순한 소설이 아닌 중세학과 철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필요한 책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는 <장미의 이름>은 그가 번역한 역서 중에 그를 가장 행복하게 만들어 준 책이기도 하지만 가장 비참하게 만들어 준 책이라고 술회한다. 그건 이 책을 읽은 독자 중에 철학을 전공한 학자가 오독과 오역을 지적하게 되는데, 그것을 받아 들여서 다시 재번역 작업을 한 이야기는 번역가의 고충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그러나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화해석에 이의를 단 사람이 있었는데, 그 경우에는 이 책은 <그리스 로마신화>의 번역서가 아닌 그의 창작서이기에 그 의견을 받아 들일 수 없음을 분명하게 말한다.

신화란 다른 전승에 의해서 책을 쓸 수 있는 것이기도 하고, 다른 의견을 가질 수도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윤기의 딸은 전범(전범)으로 스승 삼아 읽을 만한 책을 추천해 달라는 말을 한다. 그가 추천해 준 책은 '미셸 투르니에'의 <짧은 글 긴 침묵>과 <예찬>이다. 이 책 역시 나에게도 의미있는 책인데, 언젠가 신문에서 이런 기사를 보았다. 소설가 '신경숙'이 추천하는 책이 <짧은 글 긴 침묵>이었다.

'미셸 투르니에'의 산문집이라고 해서 선뜻 구입했는데, 그렇게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었다. 몇 페이지를 읽다가 책장에 꽂아 두었는데, 몇 년이 지난 후에 다시 읽어보니 과연 누군가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라고 할 수 있을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번역한 김화영의 산문을 읽어 보았다면 그 느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윤기는 '미셸 투르니에'와 그의 책을 번역한 '김화영'을 선생님, 그가 존경하는 선생님임을 밝힌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전의 중요성 그리고 우리말을 제대로 표현하고 발음하는 것의 중요성도 새삼 깨닫게 된다.

여러 개의 언어를 읽고 말하고, 우리말로 쓰고 옮길 수 있었던 언어적 재능을 가졌던 이윤기, 그는 우리 문학에 큰 업적을 남겼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윤기의 글에 매료되어 그의 작품들을 열심히 읽었던 날들이 떠오른다. 지금도 책장의 한 부분은 이윤기의 책들로 채워져 있다. 그 책들은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는데 지금은 그 책들이 어떤 내용이었는가도 가물거린다. 어떤 문장들로 채워졌는지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윤기의 글들이 참 좋았었다는 그 생각만을 또렷하게 지워지지 않고 내 머리 속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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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
알랭 드 보통.존 암스트롱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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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의 이름 앞에 '한국인이 사랑하는 작가'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작가, 한국 독자를 좋아하는 작가를 들라면 '알랭 드 보통'과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두 작가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작품이 출간될 때마다 빠뜨리지 않고 읽게 된다.

'알랭 드 보통' 앞에 붙는 수식어 중에는 '철학적 사유', '철학적 접근'도 있다. 그는 일상적인 주제를 철학적으로 접근하여 작품을 쓴다.

그의 작품인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내가 읽은 '알랭 드 보통'의 작품 중에서 2~3번째 정도가 되었을 것이다.  남녀간의 사랑을 이렇게 어렵게 풀어나간 소설책이 있을까?

파리에서 런던으로 가는 브리티시 항공 보잉기 안에서 1인칭 화자와 클로이(여)의 만남에서부터 헤어짐까지의 사랑의 과정을 그 어떤 작가도 생각해 낼 수 없는 특별한 시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두 사람의 만남이 이루어지게 되는 비행기 탑승의 확률 계산으로 부터 시작한다. 보잉기의 내부 그림까지 곁들여 가면서 계산한 확률은 5840.82분의 1이란다. 이것이 두 남녀의 '낭만적 운명'에서 정해진 필연적 사건의 만남이 될 이야기의 시작이다. 그이후의 과정별 상황 전개의 심리적 분석, 어떤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 그때의 철학적 분석 등이 계속 이어진다. 모든 상황에 의미가 부여되는 것이다. 마르크스, 자유정치, 공포정치까지 동원하여 설명이 이어진다.

이 책을 읽는 동안에 마음의 갈등을 느낄 정도로 ('이 책이 소설이 맞아?'라는 생각을 갖게 되는) 특별한 사랑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렇게 혹독한 통과의례를 거친 후에 읽게 된 ''알랭 드 보통'의 다른 작품들은 그의 독특한 글쓰기가 오히려 익숙함으로 다가왔다.<일의 기쁨과 슬픔>에서는 작가가 르포라이터가 되어 현장에 직접 뛰어 들어서 일의 과정을 모두 체험해 본다.

발트해를 가로질러 펄프를 운반하거나, 참치를 잡거나, 다양한 비스킷을 개발하거나, 들판에서 떡갈나무를 그림으로 그리거나, 전선을 놓거나, 회계처리를 하거나, 탈취제 자동판매기를 발명하거나, 항공사를 위해 강도가 높아진 코일 튜브를 만드는 등의 일을 작가가 직접 그곳에 가서 체험하여 글을 쓴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하루종일 따라 다니면서 인터뷰도 하고, 취재도 하고, 체험도 한다.

<공항에서의 일주일을>을 쓰기 위해서는 히드로 공항에 자리를 마련하고 그곳에서 일주일을 보낸다.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에서는 종교 전반과 세속적인 영역을 비교하기 위해서 기독교, 유대교, 불교를 다루고 있다.

이정도의 열정적이고 사유적인 글쓰기 스타일이라면 어떤 내용의 글을 쓰든지간에 그의 책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번에 저자는 철학자이자 미술사가인 '존 암스트롱'과 함께 '예술은 우리를 어떻게 치유하는가'라는 주제로 예술에 관한 책을 펴냈다. 이 책 속에는 회화, 건축, 디자인, 공예, 사진 등의 예술 작품 140 여 점이 담겨 있다.

 

그래서 얼핏 140 여점의 예술 작품을 설명하기 위한 책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그 보다는 책의 주제에 따라 내용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작품이 등장하게 되는데, 그 장치로 예술 작품이 소개된다고 보면 된다.

이 책의 소주제는 방법론, 사랑, 자연, 돈, 정치인데, 이들이 예술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궁금해진다. 그는 예술의 일곱 가지 기능으로 기억, 희망, 슬픔, 균형회복, 자기 이해, 성장, 감상을 든다.

" 삶이 고단할수록 우아한 꽃 그림은 우리를 더 깊이 감동시킨다. 눈물이 나온다면 이는 그 이미지가 얼마나 슬픈가에 반응해서가 아니다. 유리병 속의 소박하고 아름다운 국화를 그린 사람은 그의 자화상이 말해주듯, 인생의 비극을 뼈저리게 알고 있다. " (p. 20)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라면 관심이 가는 내용이 있는데, 그건 예술의 7가지 기능 중에 '균형회복'에 관한 내용에 한국의 백자 달 항아리가소개된다.

" (...) 이 항아리는 쓸모 있는 도구였다는 점 외에도, 겸손의 미덕에 최상의 경의를 표하는 작품이다. 항아리는표면에 작은 흠들을 남겨둔 채로 불완전한 유약을 머금어 변형된 색을 가득 품고, 이상적인 타원형에서 벗어난 윤곽을 지님으로써 겸손의 미덕을 강조한다. 가마 속으로 뜻하지 않게 불순물이 들어가 표면 전체에 얼룩이 무작위로 퍼졌다. 이 항아리가 겸손한 이유는 그런 것들을 전혀 개의치 않는 듯 보여서다. 거기엔 자신을 과도하게 특별한 존대로 생각해 달라고 요구하지 않는 지혜가 담겨 있다. 항아리는 궁색한 것이 아니라 지금 의 존재에 만족할 뿐이다. " (p. 42)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공감되는 내용이 '예술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이다. 오늘날, 예술은 인생의 의미에 버금갈 정도로 높게 평가되어 있다. 나는 그동안 여행을 다니면서 세계적인 미술관과 박물관 등에서 명성이 자자한 작품들을 많이 볼 기회가 있었다. 간혹은 그 작품들을 보면서 '스탕달 신드롬'을 느낀 적도 있다. 그러나, 유명한 예술작품들에 모두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아니다. 현대작품으로 갈수록 작품들을 보면서 아무런 감동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때에 느끼는 인간의 심리는 자신이 그런 작품을 이해도 하지 못한다는 무능함을 느끼게 되는 경우에 처하게 된다. 

그런데, 과연 그 작품의 가치를 모르는 것이 인간의 예술적 이해부족이나 수용능력의 부족 탓일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이 곧 '예술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의 답과 같아 질 것이다.

" 이런 이미지 앞에서 초조해지는 까닭은 작품을 즐기기에 앞서 작품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야 한다고 느껴서다. " (p. 87)

이 문장에 공감을 느끼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예술을 평가하는 기준에는 기술적 해석, 정치적 해석, 역사적 해석, 충격가치 해석, 치유적 해석이 있는데, 저자는 그중에서 치유적 해석에 그 비중을 둔다. 우리가 어떤 작품을 좋다라고 하는 이유는 그 작품이 우리의 영혼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자신의 성격을 알고, 자신이 무엇을 위안하고 되찾으려 하는지를 안다는 것이 유용하다.

 

'알랭 드 보통'이 말하는 치유적 존재로서의 예술을 생각한다면,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의 궁극적 목표는 예술작품이 조금 덜 필요해져야 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예술의 가치란 '예술을 위한 예술'이 아닌 관람자를 인도하고 위로하는 치유 존재여야 한다. 그렇다면,현대미술은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점들이 많다. 우리가 예술을 즐기는 방식이나 시스템, 시장, 사회까지도 바뀌어야 한다.

 

예술작품이 비자금의 세탁 방법이나 뇌물로 이용되기도 하고, 부를 축적하는 수단으로, 자신들의 예술적 안목을 자랑하기 위한 수단으로까지 동원된다면 예술은 그 자체로 진정한 가치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은 기존의 예술을 대하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새롭고 독특한 시각으로 예술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이 책을 통해서 전해준다.

'알랭 드 보통' 의 앞서 출간된 책들을 읽으면서 느꼈던 그런 생각들이 이 책 속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그런 내용들은 기존의 예술관련 서적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내용들이기에 신선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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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들의 안식처, 에르미타를 찾아서 - 스페인에서 만난 순결한 고독과 위로
지은경 지음, 세바스티안 슈티제 사진 / 예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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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북부의 피레네 산맥 사이에 사람들의 발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흩어져 있는 '에르미타'

에르미타는 은둔지, 사람이 살지 않는 장소, 세상과 뚝 떨어진 집 이라는 의미의 건축물을 말하는데, 이 건축물은 대부분 중세시대에 초기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졌다. 지금은 온전한 에르미타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건축물 보다는 허물어진 건축물의 일부만을 볼 수 있는 곳도 많다. 

에르미타의 흔적을 찾아서 겨울이면 스페인의 북부지방을 돌아다니면서 사진으로 그 모습을 남기는 사진작가가 있다. '세바스티안 슈티제'는 벨기에인이지만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유럽 등에서 사진 작업과 전시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사진과 교수로 활동을 한다.

그는 매년 겨울, 에르미타 프로젝트를 위해 스페인 북부를 가는데, 이번 7번째 에르미타를 찾아가는 길에는 전시기획자이자 에디터인 지은경과 함께 한다.

그 이야기를 담은 책이 <순례자들의 안신처, 에르미타를 찾아서>이다. 나는 지금까지 세계 각 지역에 관한 많은 책을 읽었지만 그 책들에서 '에르미타'에 관한 내용을 읽은 적은 있지만 이와같이 체계적인 프로젝트로 '에르미타'를 찾아 그 모습을 담은 책은 이번에 처음 읽게 되었다.

중세시대 스페인인들의 일부가 왜 도시로부터 철저하게 고립된 곳에 에르미타를 지었을까?

에르미타는 '세상으로부터 믿음과 삶에 대한 다른 비전을 가졌던 수도자들과 은둔자들의 거처이자 수도를 할 수 있는 곳이었다.

터키에 가면 이와 비슷한 곳을 만날 수 있다. 카파도키아에는 기암괴석으로 된 지형을 깎아서 그곳에 집을 짓고 살던 사람들이 있었다. 데린구유에는 이슬람으로부터 기독교를 지키기 위해서 모여든 사람들이 땅 속에 지하도시를 만들었는데, 미로 속에 사람들이 기거하던 주거공간, 예배당, 식당, 부엌을 비롯한 제반시설, 포도주를 만들던 곳, 곡식을 빻던 흔적까지, 심지어 묘지까지 지하 속에 건설하였었다.

에르미타도 자신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자신의 종교 생활을 위해서,  멀고 먼 길을 떠나온 사람들이 만들 건축물이다.

 

'세바스티안 슈티제'는 그동안 에르미타 사진을 575채을 찍었다. 에르미타의 모습과 어울리는 하늘은 파란 하늘이 아니다. 눈이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처럼 잔뜩 찌푸린 그런 하늘이 에르미타의 모습을 잘 표현할 수 있기에 혹독하게 추운 스페인 겨울의 황량한 산악지대를 7년째 돌아다닌다. 

 

 
 

그는 에르미타 촬영을 위해서 '핀홀 카메라(나무상자로 만들어진 카메라 중에서는 가장 원시적인 카메라, 바늘구멍 사진기)를 가지고 다닌다.

핀홀카메라로 촬영을 하면,

오랜 시간동안의 노출로 사진을 밝고 약간은 흐리게 만들어 몽환적인 느낌을 준다. 또한 주위를 왜곡시키는 효과로 고립된 세계의 건축물이 가진 느낌을 잘 표현할 수 있다.

하얀 눈이 내려서 나무가지들에 크리스털 눈꽃이 반짝거리는 모습과 인디고 블루의 하늘, 이것이 에르미타와 조합을 이룰 때에 진정한 에르미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세상과 떨어져 살고자 했던 사람들의 마음과는 이런 조합이 가장 잘 어울린다.

에르미타 중에는 예로부터 내려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곳도 있다. 세월은 흘렀지만 옛 이야기는 그곳에 함께 남아 있다. 그리고 에르미타를 찾아가는 길에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에서는 철학과 진리와 삶의 지혜까지 담겨 있다. 그리고 그 길에서 만난 소, 양, 늑대 등의 동물 이야기.

특히 세바스티안과 10년 넘게 좋은 친구로 지냈던 가스파 이야기는 작은 슬픔으로 다가온다.  스페인의 아름다운 자연 속을 뛰어 다니면 자유를 만끽했던 개. 가스파는 어느날 트럭에 치어서 죽게 되니....

스페인 여행기 중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순례자의 길인 산티아고 가는 길.

그 길 보다 더 황량한 길이 에르미타를 찾아가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

" 인생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기다림의 끝이 어디로 닿게 될지 우리는 절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그 시간 동안 수많은 꿈을 꿀 수는 있다. 어떤 이는 부자가 되기를  꿈꾸고 어떤 이는 성공을 꿈꾼다. 어떤 이들은 긴 여행을 떠나기를 꿈꾸며 또 어떤 이들은 자신을 행복하게 해줄 만남을 꿈꾼다. 에르미타 여행에서도 기다림은 가장 긴 시간을 차지했다. 이야깃거리를 담고 있으며 또 많은 절망들을 알게 해 주었다. "     (p. 60)

 

이 책은 오래전에 살았던 가난한 사람들이 자신의 믿음을 지키기 위해서 수도하던 곳이기도 했고, 은둔자들의 공간이기도 했던 에르미타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 책이 더 큰 의미로 다가오는 것은 과거 속의 그들을 만나기 위해서 그 당시의 상황과, 그들의 생활과 가장 닮은 모습을 찍으려는 한 사진작가의 긴 여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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