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하는 지도 - 12개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
제리 브로턴 지음, 이창신 옮김, 김기봉 해제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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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 박물관에 가면 지도의 방이 있다. 화려한 금빛 천정에 긴 복도를 따라 지도들이 벽을 장식하고 있다. 그 지도들은 교황이 지배하던 성당들을 중심으로 그린 지도로 지도를 제작할 당시의 역사와 투영법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해진다. 그 이외에도 대부분의 유명 박물관에 가면 지도들을 어떤 방법으로든 전시하고 있다. 그런 지도를 보면 인간은 오래전부터 어떤 목적을 가지고 그들이 살고 있는 지역 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습을 그려보고자 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오래전에 제작된 지도를 보면서 지도를 만들게 된 경위, 누구를 위해서 만들었는지, 그 지도에는 어떤 의도가 담겨져 있었는가를 살펴 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 지도를 만들려는 욕구는 인간의 기초적이고 지속적인 본능이다. " (p. 27)

<욕망하는 지도>는 그런 의문들을 풀어주는 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은 756쪽에 이르는 꽤 두꺼운 책이다. 지리학이나 역사에 관심이 없는 독자들이라면 거들떠 보지도 않을 책이다. 책을 보는 순간 부담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나 역시 이 책을 처음 본 순간,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어야지!'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이 책은 12개의 주제로 나뉘어져 있기 때문에 읽으면서 쉬어 갈 수도 있고, 프롤로그를 읽은 후에 주제 중에 관심이 가는 부분만 골라서 먼저 읽고 재미가 있으면 모두 읽어도 좋은 책이다.

<욕망하는 지도>는 12개의 욕망코드 (과학, 교류, 신앙, 제국, 발견, 경제, 관용, 돈, 국가, 지정학, 평등, 정보)로 지도의 역사와 지도에 담긴 세계관을 풀어 나간다. 그렇기 때문에 지도의 학술적인 의미 뿐만 아니라 지도 속에 담긴 철학적, 문화적 의미를 찾아 그 세상을 어떻게 지도에 옮겨 놓았는가를 살펴본다.

즉, " 지도란 실체가 아닌 개념" 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12개의 욕망코드를 설명하기 위애서 이 책에는 12개의 지도가 소개된다. 그 지도들은 세계사에서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순간에 제작된 지도들이고, 이 12개의 지도 제작은 지도를 어떻게, 무엇을 표현할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대담한 결단이 필요했던 지도들이다. 이런 지도 제작에는 새로운 세계관의 창조가 있었고, 지도 제작을 촉발하는 특정한 사상과 쟁점이 담겨 있기도 했다.

그렇기에 12개의 지도는 완성 당시에는 혹독한 비난을 받은 경우도 있고, 세인들에게 무시당하기도 한 지도들도 있다.

그러나 이런 지도들이 오늘날에 와서 주목을 받는 것은 어떻게든 세계안에 있는 공간을 지도에 옮겨 보려는 탐색 과정이  높게 평가되는 것이다.

지도의 기원을 찾자면 기원전 700년에 바빌로니아 점토판에서 찾을 수 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세계지도이며 쐐기문자로 쓰여져 있다. 이 점토판에는 지구 표면 뿐만 아니라 바빌로니아 우주론까지 표현된 포괄적 도해와 바빌로니아 신화까지 들어 있다.

" 바빌로니아 세계지도는 지구를 먼 우주에서 바라보는 꿈이 실현되기 약 3000년 전에 마치 신이 지상의 창조물을 바라보듯 세계를 위에서 내려다 보는 시선을 보여준다. " (p.26)

그러나 바빌로니아 점토판은 지도의 기원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고, 이 책의 12 지도는 아래와 같다.

1 과학_ 프톨레마이오스의 《지리학》, 서기 150년경
2 교류_ 알이드리시, 서기 1154년
3 신앙_ [헤리퍼드 마파문디], 1300년경
4 제국_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1402년
5 발견_ 마르틴 발트제뮐러의 세계지도, 1507년
6 경계_ 디오구 히베이루의 세계지도, 1529년
7 관용_ 헤르하르뒤스 메르카토르의 세계지도, 1569년
8 돈_ 요안 블라외의 《대아틀라스》, 1662년
9 국가_ 카시니 가문의 프랑스 지도, 1793년
10 지정학_ 해퍼드 매킨더의 [역사의 지리적 중추], 1904년
11 평등_ 페터스 도법, 1973년
12 정보_ 구글어스, 2012년

 

 

기원전 150년 제작된 프톨레마이오스의 지도에서 현재의 구글어스에 이르기까지 세계사의 중요한 국면에 등장한 세계지도이고, 이 지도들에는 그 지도 제작 당시의 세계관이 담겨 있고, 지도를 통해서 역사를  이야기할 수도 있다.

첫 번째 지도인 프톨레마이오스의 <지리학>을 통해서 살펴본 지도는 프톨레마이오스가 직접 제작한 지도인지는 확신할 수가 없다.

A.D. 150 년 천문학자인 클라우디오스 프톨레마이오스는 <지리학입문 = 지리학>이란 논문을 통해 지구는 둥글다는 생각과 구형지구를 평면에 투영하는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경위선을 소개한다.

이 책은 없어졌다가 13세기에 필경사에 의해서 쓰여진 사본이 발견되는데, 여기에 지도가 등장한다.

그러나 프톨레마이오스는 투영법은 소개했지만 그가 지도를 만들었다는 점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지리학>의 내용만으로도 지도제작에는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다.

" (...) <지리학>은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8,000 여 곳의 위도와 경도를 싣고, 지리학에서 천문학의 역할을 설명하고, 지구와 여러 지역의 지도를 만드는데 필요한 수학을 상세히 안내하고, 서양 지리학 전통에 오랫동안 자리잡을 지리학의 정의를 규정했다. <지리학>은 한마디로 고대 세계가 고안한 지도 제작 도구 일체였다. " (p. 50)

<지리학>의 8권에는 오이쿠메네를 26개 지역지도로 나누는 법을 소개하는데, 유럽은 10개, 아프리카는 4개, 아시아는 12개로 나눈다.

고대 그리스의 지도제작이 우주 생성론과 기하학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헬레니즘 시대에는 좀더 과학적 방법을 접목한다.

위의 12개의 지도 중에 한국인의 눈에 들어오는 지도가 있다. 1402년에 조선에서 만들어진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강리도>이다.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란  통합된 땅 그리고 역대 국가와 도시를 표시한 지도란 뜻인데, 이 지도는 동아시아에서 제작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세계지도이며, 아시아에서 최초로 유럽을 표시한 지도이고, 조선을 표현한 최초의 지도이다.

이 지도는 15세기말 조선왕조의 불안함이 담겨 있다. 지도에 실린 지명은 이 시기에 조선이 실행한 몇 가지 민생과 행정 정책을 반영하고 있다. 당시의 전라도 해군기지인 수영(水營)이 조선의 남서쪽 해안에 선명하게 표시되어 있다. 그런데 이 지도가 제작될 당시에는 이 지도에 나타난 세계의 지도 보다 더 최신의 지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14세기초 원나라 지도에 등장한 세계지도를 그대로 반영하였다.

그 이유를 이 지도에서 12개 코드 중의 제국이란 코드로 찾아 본다.

 "오늘날 서양인의 눈에 <강리도>는 모순적이다. <강리도>는 언뜻 보기에 <과학의 진기함>에 실린 여러 지도나 <헤리퍼드 마파문드>에 견줄 만한 세계지도 같다. (...) 서로 다른 세계관의 지도를 만들고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대단히 일관되고 기능적이다. <강리도>는 세계 최강의 고대 제국에 지도제작으로 대응한 것이며, 조선이 자국의 자연 지형과 정치 지형을 동시에 인식해 만든 지도다, 중국과 조선은 경험을 활용해 지도를 만들었고, 그렇게 탄생한 지도는 단지 지리적 정확성이 전부가 아니었다. " (p. 218)

<강리도>를 보면서 우리가 느꼈던 부정확성은 그리 큰 문제가 안된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 이 지도가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졌고, 그당시의 중국과 조선의 관계에서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20세기 후반 미국항공우주국에서 지구를 최초로 우주에서 보라면 모습은 또 하나의 획기적인 지도의 역사 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지도인 구글어스 12번째 코드인 정보로 풀어본다. 지구 표면에서 1만 1000 km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는 지구, 구글은 방대한 지리정보를 인터넷에 무료로 풀어 놓았다. 개인이나 기업이나 원하기만 한다면 컴퓨터가 만든 가상공간 안에서 자기만의 가상 지도를 만들고 구글의 지리자료를 자신의 용도에 맞게 꾸밀 수 있다.

 

<욕망하는 지도>에 소개된 12개의 지도는 모두 세계를 바라보는 편협한 시각을 극복하려는 노력에서 출발했다. 지도는 사람들이 정보를 공간적으로 처리하면서 자신을 더 넓은 세상과의 관계로 생각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제작되었음을 상기시켜 준다.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을 적어 본다.

" 한마디로 정확한 세계지도 따위는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지도 없이는 절대 세계를 이해할 수 없고 하나의 지도로 세계를 분명하게 표현할 수도 없다. " (p. 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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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슈 100배 즐기기 - 대한민국 1등 여행 가이드북, 14'~15' 최신판 100배 즐기기
알에이치코리아(RHK) 편집부 엮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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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에이치코리아의 <100배 즐기기>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은 새로운 정보가 담겨 있다는 점이다. 다른 여행 정보책들에 비하여 개정판이 빠르게 나온다.

이번에 출간된 <규슈 100배 즐기기>도 역시 2013년 12월까지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새롭게 펴낸 책이다. 여행지에 가서 여행 정보책만 믿고 찾아간 맛집이 없어진 경우나 배를 비롯한 교통기관의 운항정보를 보고 시간에 맞춰 갔는데, 이미 배가 떠나 버렸다면 그 날의 일정은 엉망이 될 수도 있으니 새로운 정보의 업데이트는 여행정보책의 필수조건이라고 생각된다.

지금까지 우리가 여행길에 즐겨 들고 다니던 <100배 즐기기>가 일본의 규슈편, 오사카편을 시작으로 책표지가 새 단장을 했다. 낯익었던 노란색 표지가 주황색으로 바뀌었고, 비닐 커버가 없어졌다. 그런데 비닐커버가 없어진 것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길에 며칠간 들고 다니다 보면 책표지가 너덜너덜해지는 것을 방지해 주던 비닐커버가 좋았는데...

규슈는 일본의 영토를 구성하는 대표적인 4개의 섬인 규슈, 혼슈, 시코큐, 홋카이도 중에서 가장 우리나라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섬이다.

그래서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는 1시간 20분이면 후쿠오카공항에, 부산에서 배로는 약 2시간 55분이면  하카타항 국제여객터미널에 도착할 수 있다. 후쿠오카 공항이나 하카타 국제여객터미널이 도심에 위치하여 있어서 다른 도시보다 도심에 들어가기도 편리하다. 그러니까 제주도를 다녀온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갔다 와서 좋을 곳이다.

그러나 규슈는 도쿄나 오사카와 달리 후쿠오카만을 여행하기 보다는 인접 도시를 함께 여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유후인, 구로카와 온천, 하우스텐보스 아소산 등 북큐슈의 주요 명소를 여행하기에 좋다.

후쿠오카와 가장 가고 싶은 한, 두 지역을 추가하면 4~5일 일정, 북규슈일주는 5일정도, 규슈 일주는 최소한 7일의 여행기간을 잡으면 좋다.

 

그러기 위해서는 후쿠오카를 비롯한 규슈의 도시들의 여행정보가 필요한데, 이 책에는 각 도시별로 여행을 하기에 좋은 곳과 교통시설, 맛집, 숙박시설 등이 자세하게 담겨 있다.

책과 분리하여 갖고 다닐 수 있는 KYUSHU MAP BOOK 에는 후쿠오카, 나가사키, 사가, 구마모토, 벳푸, 유후인, 가고시마, 미야자키의 지도가 있다.

쿠슈는 절경을 찾아 다니는 코스도 좋고, 일본의 유명 온천인 체험할 수 있는 히가에리 온천 (당일치기 온천)을 다녀오는 것도 좋다. 다양한 온천시설을 갖추고 있어 여유롭게 온천을 즐길 수 있다.

일본 음식은 우리에게 그리 낯설지 않다. 이제는 일본음식인지, 한국음식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익숙해진 것이 일본음식이지만 현지에서 맛보는 라멘, 우동, 샤브샤브, 교자, 초밥, 회 등은 또다른 맛이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여행자가 많이 찾는 일본 속의 유럽인 하우스텐보스는 일본에서 보는 유럽의 모습이다.

일본의 자연미와 전통미를 즐길 수 있는 유후인, 일본의 대표적인 온천마을인 벳푸도 규슈에 왔으면 찾아갈 볼만한 곳이다.

 

<규슈 100배 즐기기>는 각도시별로 자세하게 소개해주면서 여행일정짜기를 도와준다.

 

 

그밖에도 일본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 간단한 일본어 회화까지 담겨 있어서 즐거운 여행의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는 책이 <규슈 100배 즐기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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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들 미술관 - 예술의 규범과 질서를 파괴한 70점의 작품 시그마북스 미술관 시리즈
엘레아 보슈롱 외 지음, 박선영 옮김 / 시그마북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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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셀 뒤샹'의 <샘>, '만초니'의 <예술가의 똥>, '데미안 허스트의 <신의 사랑을 위하여> 등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예술작품들이기도 하지만, 이 작품들로 인하여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예술작품을 둘러싼 스캔들은 스캔들만으로도 하루 아침에 작가의 이름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고, 그 작품은 높은 평가를 받아서 고가로 팔려나가기도 한다.  그래서 간혹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서 스캔들을 불러 일으키는 예술작품을 탄생시키기도 한다.

<스캔들 미술관>에서는 15세기부터 현재까지  스캔들의 주인공이 되었던 70점의 예술작품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논쟁의 대상이 되었고, 풍파를 일으켰으며 작품에 따라서는 혐오감을 주거나 불쾌한 감정이 생기게 하는 작품들. 이런 작품들을 논쟁의 관점에서 살펴 본다는 것은 그 작품이 탄생한 시대의  금기사항, 신성모독, 성(性), 정치적 성향, 예술적 혁명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예술작품이 세상에 선보일 당시에는 논란을 불러 일으켰거나 지탄을 받았던 예술작품들이 오늘날에는 높이 평가되는 작품들도 있다.

그러나 어떤 작품의 경우에는 오늘날의 시각으로 보아도 '이건 예술이 아닌데...'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 작품들도 다수 있다.

이 책에서는 스캔들 예술작품을 '신성모독, 정지적으로 온당하지 못한 것. 성 (性)추문, 선을 넘다'라는  주제로 나누어서 살펴본다.

(1) 신성모독 : 서양미술은 로마 카톨릭 교회의 세계를 묘사하는 도구로 많이 사용되었다. 성서를 전하기 위하여 종교적 형상과 장면 이미지를 통한 신앙의 이해와 신앙심을 고취시킨다는 의미로 예술작품 속에 종교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시대에 따라서는 신성을 모독하는 예술작품을 용납하지 않았다. 세속적이거나 불경스럽고 종교에 반하는 주제의 예술작품은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그런 작품 중에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은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이 아닐까 생각된다.

오늘날에는 이 작품을 보는 순간 입을 다물수 없을 정도로 경이로움에 감탄사를 연발하지만, 미켈란젤로가 처음 그린 그대로의 작품이 아님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최후의 심판의 날에 아비규환의 모습은 벌거벗은 인물들이었지만,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트리엔트 공의회의 지시에 따라 미켈란젤로의 사후에 그의 제자가 최소한의 옷을 입히는 작업을 해야만 했다. <최후의 심판>은 자세히 살펴보면 고통스러운 사람들의 모습에 지옥 고문의 폭력성과 잔인함에 불쾌감을 느끼게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이 작품을 통해서 미켈란젤로의 천재성에 감탄을 하기도 하니 이 작품은 세기적인 스캔들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베르네세'의 <레위가의 향연>은 원래는 최후의 만찬을 그린 작품인데, 호화롭고 세속적인 만찬의 분위기와 사람들의 북적거림, 중앙에 개를 그렸다는 이유로 <레위가의 향연>가 됐다.

'안드레 세라노'의 <침례(오줌예수)>Immersions (Piss christ)는 정부의 지원금을 받아 미국 전국을 순회 전시에 포함된 작품인데, 사진을 찍은 작가 자신의 소변에 담근 십자가상을 작품 속에 담았다.

이 작품은 이런 이유로 세계 곳곳에서 수모를 당했지만, 작가는 무례를 범하거나 모욕을 줄 의도는 없었다고 말하니, 그의 의도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2) 정치적으로 온당하지 못한 것

국가가 권력층의 목적에 맞지 않는 작품을 검열하고 예술적 자유를 탄압하는 경우가 있다. 아직도 권위적인 정권이 이런 행동을 하기도 하는데, 정부의 협박에 의해서 권력층을 과장되게 표현한 초상화로 업적을 돋보이게 하거나, 반대로 권력에 반하는 예술작품을 탄압하는 유형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오토딕스'의 <참호>는 제1차세계대전에 지원병으로 나간 작가가 전쟁의 충격적인 경험을 그린 작품인데, 히틀러의 취향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의 작품 다수가 몰수되고 작품전시가 금지된 사례의 작품이다.

'샤갈'도 나치스가 퇴폐미술로 규정지은 작가인데, 그 이유는 표현력이 강한 색채와 비현실적인 인물 등장에 있다.

(3) 성 추문

중세 서양에서는 성적인 이미지는 이교도적이고 악마의 소행이라고 규정지었다. 그러나 신화나 성경의 내용을 묘사할 때에 우의적인 표현 속에서 이상적으로 표현되었다면 적합한 것으로 인정되었다.

19세기에는 성의 표현이 개방적이 되었으며, 20세기 후반에는 정점에 이르게 된다.

어떤 유형이든 성은 예술작품 속에서 반복되는 주제로 나타나지만 통제의 손길를 피해가는 방법들도 여러 가지이다.

행위예술을 빙자한 '오토 무엘'의 <1970년 크리스마스>, '올러크 클리크'의  <광견> 등은 예술이라기 보다는 예술을 빙자한 인간의 존엄성을 모독한 작품으로 지탄받아도 마땅하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이런 유형의 예술작품때문에 "예술이냐, 외설이냐"하는 논란이 이는 것이라고 본다.

(4) 선을 넘다.

예술가들의 의도적인 도발, 스캔들을 일으키는 것이 그만큼 큰 파장을 일으키고 그 효과도 크기 때문에 예술작품에 충격적이고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기이한 방법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스캔들 예술가들은 도발과 자극이 모든 창작이 따라야 하는 새로운 최우선의 규범이고, 유일한 목표가 되었다.

시중에 판매하는 양변기에 자신의 싸인을 하여 전시한 '마르셀 뒤샹'의 <샘>, 자신의 똥을 담은 통을 전시한 '만초니'의 <예술가의 똥>,

아기돼지의 몸에 명품 로고를 문신하여 박제한 작품인 '빔 델보이'의 <몸에 문신을 한 박제된 돼지> ,

인간의 두개골에 총 1100캐럿이 넘는 다이아몬드를 촘촘하게 박은 작품으로 제작비용만 1500만 유로가 든 '데미안 허스트'의 <신의 사랑을 위하여>가 현대에 스캔들을 일으킨 대표적인 예술작품이다.

이 책에 소개되는 격렬한 논쟁을 불러 일으킨 스캔들 작품들은 다른 책을 통해서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도 다수 있다. 그건 그만큼 이 작품들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작품임을 입증하기 때문일 것이다.

 

  ('마르코 에바리스티의 <헬레네>: 전시장에 온 관람객이 믹서의 노란 버튼을 누르는 순간 살아있던 물고기는 1초도 안되는 순간에 죽게된다. - 많은 관객이 버튼을 눌렀다고 한다.)

예술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사전적 정의는 "아름다움 표현하고 창조하는 목적 두고 작품 제작하는 모든 인간 활동 산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예술작품을 제작하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 기발한 아이디어가 생기게 마련이고, 이것이 창작활동이기는 하겠으나, 도덕적으로 비난을 받을 만한 행동이나 그 과정이나 결과물에서 충격적이고 불쾌감을 유발하는 행동은 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에 소개된 작품들이 15세기에서 오늘날에 이르는 스캔들 예술작품이기에 작품 설명을 통해서 시대에 따라서 어떤 작품들이 스캔들의 대상이 되었고, 그 작품들에서 어떤 논쟁이 일어났는가를 살펴보는 것은 그 시대를 이해하는 또다른 방법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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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거리에서 / 오쿠다 히데오 ㅣ 민음사 ㅣ 2014>

 

 

 

 

 

 

 

 

 

 

 

 

이야기의 천재라고 불리는 일본의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을 처음 읽은 것은 <공중그네>를 통해서이다. <공중그네>는 정신과 병원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엉뚱하고 기발한 이야기를 시니컬한 유머감각으로 풀어낸 소설이었다. 권위의식을 벗어던진 독특한 캐릭터의 이라부라는 의사와 엽기스러운 간호사 마유미가 펼치는 이야기가 코믹하게 그려졌다. '이라부' 2탄이 <인 더 풀>인데, 이 책은 함께 읽으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오쿠다 히데오'하면 떠오르는 이 책들 보다는 <올림픽의 몸값>을 더 인상깊게 읽었다. <올림픽의 몸값>은 1권과 2권 각각 470여 페이지에 달하는 긴 장편이다. 시대적 배경이 1964년 10월 10일에 개최된 '도쿄 올림픽'이다. 이미 역사 속으로 흘러간 도쿄 올림픽 직전의 이야기를 꽤나 깊이있게 다루고 있다.

 
'오쿠다 히데오'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서 오랜 기간에 걸쳐서 도쿄 올림픽에 관한 문헌, 영상, 관련자 인터뷰 등을 조사하였다. 그렇기에 이 소설을 읽으면 당시의 사회상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다.

또한 이 소설은 '오쿠다 히데오'가 쓴 첫 번째 서스펜스 작품인데, 이 소설을 통해 올림픽을 둘러싼 당시의 일본 사회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있다.

그리고, 작가는 이 소설에서  새로운 기법을 선보이는데, 그것은 소설의 주요 인물인 세사람의 이야기를 쓰는 시점이 각각 다르다는 것이다. 1964년의 도쿄 올림픽이라는 세계적 행사를 바라보는 소설 속의 세사람의 시각을 두 가지 시점에서 쓴다는 것이 특이하다. 

☆ 한가지 사건: 1964년 '도쿄 올림픽'

♡ 두가지 시제: 시마자키 구니오(과거시점)

                스가 다다시 와 마사오 형사(현재시점)

♧세가지 시각 : 구니오, 스가 다다시, 마사오

만약, '오쿠다 히데오'의 단편이나 비교적 짧은 장편소설을 읽은 독자들이라면, <올림픽의 몸값>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번에 '오쿠다 히데오'는 <침묵의 거리에서>를 출간하였다. 

일본 교육현장에서 벌어지는 이지메 현상, 즉 집단 따돌림이 이 소설의 이야기의 중심축이 된다. 국내외 소설 중에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소설 중에 많이 등장하는 집단 따돌림, 집단 괴롭힘. 이런 이야기는 읽으면서도, 다 읽고 난 후에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이야기이다.

비단 일본 뿐만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잊을만하면 일어나는 청소년 사건이기도 하다. 1~2년 전에 일어난 대구 왕따 중학생 자살 사건을 보면, 친구처럼 함께 어울리는 아이들이 한 친구를 폭행하고 고문하고, 게임 아이템을 높이기 위해서 협박까지 하자 그를 견디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 학생들이 바로 <침묵의 거리>에 나오는 학생들처럼 중학교 2학년, 14살 아이였다.

이 책의 뒷 표지글에는 " 첫 장의 예측이 무엇이건, 마지막 장에 배신당한다." 라는 글이 씌여있다. 그러나 1권을 다 읽을 때까지는 독자들의 예측이 그리 빗나가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 소설은 결코 어떤 예측을 하기 보다는 처음의 생각에서 그리 벗어나지 않는 범위내의 이야기로 1권을 마친다.

그런 의미에서는 볼 때에, 이 소설의 1권에서는 추리소설의 묘미라고 할 수 있는 반전의 반전은 그리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대신에 중학생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왕따 문제, 그로 인하여 일어나는 사건을 다양한 시점에서 풀어나가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말고사를 앞둔 어느 여름날 오후 7시경, 학교에는 기말고사를 출제하던 선생님들이 있었다. 아지마 선생님은 학교를 둘러 보던 중에 운동부실 지붕 또는 근처의 은행나무에서 떨어져 도랑에 머리를 박고 죽은 학생을 발견하게 된다. 운동부실 지붕 위에는 생긴지 얼마 안 되는 5쌍의 운동화 발자국이 찍혀 있다.

" 사건일까, 사고일까"

이 일을 수사하기 위한 경찰, 취재하기 위한 기자 그리고 검사가 다각적인 분석을 하게 된다.

죽은 아이는 중학교 2학년생인데, 그 지역에서 포목점을 하는 유복한 가정의 외동아들인데, 몸집이 왜소하고, 운동을 잘 하지 못하고, 유약하기 때문에 같은 테니스부 학생들에게 따돌림을 당한 것을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통해서 알게 된다. 그리고 죽은 학생인 나구라 유이치의 등에 누군가에게 꼬집힌 흔적들에 의해서 괴롭힘을 꾸준히 당해 왔음을 알게 된다.

나구라와 함께 친하게 지내던 4명의 학생이 상해죄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되고, 그 중의 2명의  만13살이기에 아동상담소로, 2명은 만 14살이기에 체포된다.

여기에서 잠깐 이와같이 집단 괴롭힘에 시달리다가 자살을 한 중학생에 관련된 소설 중에는 만 14살에 큰 의미를 둔 소설들이 여럿 있다.

일본 작가의 소설 중에서 중학생과 관련된 사건에 관한 소설을 살펴보면,

여류작가인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은 주인공인 유코 선생님의 4살 된 딸이 수영장에 추락하여 죽게 되는데, 그 사건의 가해자는 유코 선생님의 두 제자이다. 그들은 살인을 저질렀음에도 만 13살 중학생이라는 이유로 법의 심판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래서 유코 선생 자신이 제자들에게 복수를 하는 이야기이다.

이 소설이 많은 독자들에게 읽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같은 상황을 대하는 각각의 인물의 심리 묘사가 세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게마츠 기요시'의 <십자가>는 왕따를 당하던 중학생의 자살을 다룬 작품인데, 중학교 2학년생인 후지슌은  유서에서 자신을 괴롭힌 아이들에게 글을 남긴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했던 여학생과 그가 절친이라고 생각하는 학생의 이름까지 적어 놓는다. 그러나, 이 두 학생은 자신들을 후지슌이 절친으로 생각했다는 것에 큰 부담감을 짊어지고 살아간다.

"절친이었는데 아무 것도 해주지 못했네"

" 말 그대로 눈을 뻔히 뜨고 죽게 내버려뒀군" " (...) 내 말이 틀렸어? 너는 친구를 죽게 내버려 둔거야"

 "절친인데... 왜 배신했어?" 라는 말을 들으면서 마음의 십자가를 가슴에 안고 살아간다.

흔히 이런 이야기들이 자살한 왕따 소년에 초점을 맞추는데 비해, 이 소설은 그의 죽음 후에 남아 있어야 했던 가족, 친구들의 이야기를 약 20년 후까지 그려낸다. 

<고백>의 가해자, 그리고 <십자가>의 주인공도 모두 13살, 14살이다. 

이 나이가 가지는 의미가 <침묵의 거리에서>는 크게 작용을 한다. 갓 만 14살 생일을 며칠 지났다는 이유로 체포되는 학생과 더 많이 나구라를 괴롭혔지만 만 13살이기에 체포되지 않고 아동 상담소로 가는 학생. 그들의 운명은 같은 사건에 연루되었어도 명확하게 명암이 엇갈리게 된다. 

그러나 1부에서는 이들의 상해죄는 인정되지만, 나구라의 죽음과 연관지을 수 없기에 살인죄에 해당되지는 않고, 모두 가정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렇다면 집단 괴롭힘의 대상이 되는 아이들은 어떤 아이들일까? 바로 이 소설의 나구라는 그 대상이 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 지역에서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집안이기에 용돈도 많이 받고, 가지고 있는 물건들도 값비싼 물건들이고, 몸집은 작고, 운동 신경을 발달하지 않았으며,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말할 용기가 없는 아이.

처음에는 작은 괴롭힘이었을테고, 거기에 익숙해지자, 점점 그 강도는 강해졌을 것이다.

초등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던 아이는 중학생이 되어도, 고등학생이 되어도 그 굴레에서 벗어나기가 그리 쉽지가 않다.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 학생의 주변에는 그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그들도 역시 보복이 두려워서 그냥 보고만 있다. 아니면 재미삼아 같이 따돌리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에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지속적인 생활지도가 있어야 하고, 학생 개개인을 주의깊게 파악하여야 한다.

또한 가정에서도 자녀들의 행동을 눈여겨 보아야 한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면 대화를 통해 자녀의 속 마음을 알아내야 한다.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은 작품마다 그 특색이 많이 나타난다. 유머 감각이 두드러진 작품들도 있지만, 일본의 사회문제를 다룬 작품들도 있다.

그런데, <올림픽의 몸값>에서는 반전과 스릴이 읽는 재미를 주었는데, <침묵의 거리에서>는 주제는 무겁지만 세밀한 구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한 구성이어서 처음에 읽기 시작할 때에 가졌던 생각들에서 그리 큰 변화를 엿 볼 수가 없다.

 

 

<침묵의 거리에서 2 / 오쿠다 히데오 ㅣ 민음사 ㅣ 2014>

 

  

" 인간의 군상을 따스하고 유머러스하게 조명하면서 한 편으로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치밀하게 들여다 보는 그는 순문학과 대중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대표적인 일본의 코로스오버 작가로 꼽힌다." ( 작가 소개 글 중에서)

<침묵의 거리에서>의 작가 '오쿠다 히데오'에 대한 소개글이다.

<공중그네>와 <인 더 풀>을 통해서 작가의 유머러스한 면을 보았다면, <꿈의 도시>에서는 일본 사회의 부조리한 면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나갔고, <스무살, 도쿄>에서는 일본의 스무살 청춘을 만날 수도 있었다. 내가 읽은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중에서 가장 가슴 아픈 결말을 가져다 준 것은 <올림픽의 몸값>이었다.

'오쿠다 히데오'가 쓴 몇 작품을 읽고 느낀 점은 그는 소설을 누구나 쉽고 간결하게 쓴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속에는  때론 유머가 담겨 있어서 읽으면서 내내 웃음이 번지는 작품도 있지만, 때론 사회적 문제점을 파헤치기에  읽은 후에 한참 생각을 가다듬어야 하는 작품들이 있다.

<침묵의 거리에서>는 후자에 속하는 작품이다. <침묵의 거리에서 1>은 사건 발생을 중심으로 나구라의 추락사가 사고일까, 사건일까 하는 점에 초점이 맞추어지고,  수사과정과 법적 처리에 관한 문제가 다루어진 사건을 파헤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전체적인 면에서 볼 때에 1권은 반복되는 내용들이 다소 담겨 있다.

<침묵의 거리에서 2>는 나구라의 사망에 간접적인 요인이 되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집단 따돌림의 가해자들이 풀려 나오고, 이 사건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의 심리를 각자의 입장에서 다양하게 파헤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사건이 일어나기 이전인 학년초인 4월경에서부터 7월 1일 사건 발생 당일의 이야기가 한 축이 된다. 그리고 다른 축은 나구라를 둘러싼 인물들이 사건 후에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 첫 장의 예측이 무엇이건, 마지막 장에 배신당한다." 라는 책 뒷장의 글이 말해주듯, 나구라의 추락사는 겉으로 나타난 상황이 전부가 아님을 말해 준다.

아무도 말하지 않고 있는 진실이 숨겨져 있음을 마지막 장에서 확인하게 된다.

나구라의 죽음을 둘러싼 집단 따돌림은  한 학생을 괴롭히기 위한 의도적인 것이 아니었음을 알게 해 준다.

흔히 집단 따돌림의 대상이 되는 학생들은 그 유형이 있다. 나구라가 바로 그런 유형에 속한다.

나구라는 부유한 가정의 외아들이다. 형과 동생이 있을 뻔했지만 모두 잃게 된다. 그래서 할머니를 비롯한 가족들은 그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다 사준다. 나구라는 데니스부에서 운동은 못하지만 가장 비싼 라켓과 운동복을 가지고 있다. 다른 학생들 보다 4~5 배 정도의 용돈을 받기에 테니스부에 있는 학생들에게 비싼 음료수를 항상 사줄 수 있다. 처음에는 사주는 것이었지만 나중에는 당연히 나구라가 음료수를 사 오도록 협박을 하게 된다.

나구라에게 왕따가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6월에 간 캠핑에서 학교짱에게 괴롭힘을 당하게 되는데, 그를 구해주러 온 에이스케와 겐타에게 누명을 씌우고, 학교의 전통으로 내려오는 학생들만의 야간 운동회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 사건이다.

이를 계기로 나구라는 운동부로 부터, 그리고 2학년 전체에게 따돌림을 당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나구라의 행동이다. 그는 학교짱인 이노우에에게 물건을 빼앗기고, 시비를 걸어서 물건을 빼앗아가고 매번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그를 쫄래 쫄래 따라 다니면서 참견을 하는 눈치 없는 짓을 한다.

이노우에가 레슬링이나 격투기를 가장하여 폭행을 하고, 기절놀이를 시키고, 그것을 사진을 찍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를 따라 다닌다. 그의 행동은 거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보다 힘이 약한 학생이나 여학생들에게 똑같은 행동이나 폭행을 한다는 것이 다른 왕따들과 다른 점이다.

나구라의 죽음을 계기로 작은 도시에 불어오는 후폭풍.

나구라의 엄마와 삼촌이 학교에 요구하는 조건들, 2학년생들에게 이 사건에 대한 글짓기를 시키고 그 내용을 읽겠다는 요구조건, 에이스케를 비롯한 상해죄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테니스 대회 불참할 것을 요구하는 것, 4명의 학생들이 매월 1일 나구라의 제에 참석하여 분향할 것 등.

나구라의 유족들은 나구라가 죽은 것에 대한 진실을 밝힐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나구라가 영영 잊혀지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진다.

또한 이 사건을 맡았던 검사나 경찰을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이 사건을 밝힐 수 있는 것은 학생들과의 대화에서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기자는 사건 3주후에 사건에 관한 기사를 신문에 싣지만 그 역시 이 사건의 유족,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의 부모, 학교측 등의 입장차에 부딪히게 된다.

이렇게 하나의 사건을 둘러싼 입장차는 각기 다르다. 특히 유족과 가해자로 지목된 부모의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된다.

처음에는 자신의 아들이 가해자라는 생각에 힘들었지만,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자 정말 자신의 아들이 가해자일까 하는 생각에 분노 마저 치밀게 된다.

그렇다면,

나구라는 왜 운동부 지붕에서 떨어졌을까?

나구라의 몸과 손에 붙어 있던 나뭇잎은 무엇을 의미할까?

학생들 사이에서 운동부 지붕에서 바로 곁에 있는 은행나무로 떨어져서 매달려 내려오는 행동은 담력 테스트이기고 했으니, 나구라가 자신의 담력을 테스트 해 본 것은 아닐까?

아니며, 누군가가 나구라에게 은행나무로 뛰어내리기를 협박한 것은 아닐까?

가해자라고 지목된 4명의 학생들은 정말 가해자일까?

3학년 일진의 비호를 받는 이노우에는 평소에도 나구라를 괴롭혔는데, 이 사건과는 무관한 것일까?

이런 모든 의문점을 풀어줄 수 있는 것은 침묵 속에 잠겨 있는 학생들의 입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으리라....

아무도 말하려고 하지 않는 진실, 가려진 진실 속에 그 답이 있다.

<침묵의 거리에서1>의 리뷰에서도 잠깐 이야기했지만, '시게마츠 기요시'의 <십자가>에서도 왕따 중학생의 자살이 다루어진다. 그의 유서에 적힌 절친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주인공은 유족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절친이었다는데, 왜 아들을 죽게 내버려 두었느냐'는 것이 그 이유였는데...

그래서 주인공은 후지슌의 제사 때마다 그의 집에 가게 된다. 처음에는 미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해를 거듭하면서 후지슌의제상에 참여하는 것은 그에게 괴로움으로 자리잡게 된다. 20년후에야 그의 아들의 말을 통해서 치유를 받게 되는 꽤 감동적인 이야기인데...

<침묵의 거리에서>도 이런 생각이 든다. 가족을 잃은 슬픔은 상처로 남는다. 그것이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한 흔적이 남겨진 죽음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나 가해자인지도 확인이 되지 않은 자식의 친구들에게 행하는 유족의 행동은 지나친 점이 있다. 갓 13~14살 정도의 중학생들에게 큰 십자가를 짊어지게 하는 행동이다.

이들에게 나구라의 죽음이 자신의 행동에서 일어났건, 아니건간에 그들은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을 것인데, 매달 제사 때마다 와서 분향을 하라는 요구...

나구라의 죽음은 누구의 잘못일까?

나구라의 죽음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각자의 입장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우리의 모습이자, 우리 사회의 모습이기도 하다.

밝혀지지 않은 진실때문에 불안에 떨고, 분노하고, 상대방에게 울분을 푸는 행동. 그러나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 그 속에서 힘겨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공감있게 잘 써내려간 소설이다.

★ 청소년 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앞에서 예를 든 <고백>과 <십자가>를 함께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

 

 

 

 

 

 

 

 

 

 

 

 

 

 

◆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 중에서 같이 읽으면 좋을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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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하스뵈 2014-03-06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솔직히.. 결말 좀 허무하지 않던가요?^^;;;

라일락 2014-03-07 11:30   좋아요 0 | URL
전개과정도 좀 치밀하지 못한 점이 있지요.
결말이 어느 정도는 보이는 소설인데,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마도 이런 사건에서 찾을 수 있는 다양한 시각을 말하고자 한 것 같아요.
그리고 겉으로 나타난 것이 진실만은 아니라는 것도 말하고 싶은 것들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침묵의 거리에서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민음사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 인간의 군상을 따스하고 유머러스하게 조명하면서 한 편으로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치밀하게 들여다 보는 그는 순문학과 대중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대표적인 일본의 코로스오버 작가로 꼽힌다." ( 작가 소개 글 중에서)

<침묵의 거리에서>의 작가 '오쿠다 히데오'에 대한 소개글이다.

<공중그네>와 <인 더 풀>을 통해서 작가의 유머러스한 면을 보았다면, <꿈의 도시>에서는 일본 사회의 부조리한 면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나갔고, <스무살, 도쿄>에서는 일본의 스무살 청춘을 만날 수도 있었다. 내가 읽은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중에서 가장 가슴 아픈 결말을 가져다 준 것은 <올림픽의 몸값>이었다.

'오쿠다 히데오'가 쓴 몇 작품을 읽고 느낀 점은 그는 소설을 누구나 쉽고 간결하게 쓴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속에는  때론 유머가 담겨 있어서 읽으면서 내내 웃음이 번지는 작품도 있지만, 때론 사회적 문제점을 파헤치기에  읽은 후에 한참 생각을 가다듬어야 하는 작품들이 있다.

<침묵의 거리에서>는 후자에 속하는 작품이다. <침묵의 거리에서 1>은 사건 발생을 중심으로 나구라의 추락사가 사고일까, 사건일까 하는 점에 초점이 맞추어지고,  수사과정과 법적 처리에 관한 문제가 다루어진 사건을 파헤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전체적인 면에서 볼 때에 1권은 반복되는 내용들이 다소 담겨 있다.

<침묵의 거리에서 2>는 나구라의 사망에 간접적인 요인이 되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집단 따돌림의 가해자들이 풀려 나오고, 이 사건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의 심리를 각자의 입장에서 다양하게 파헤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사건이 일어나기 이전인 학년초인 4월경에서부터 7월 1일 사건 발생 당일의 이야기가 한 축이 된다. 그리고 다른 축은 나구라를 둘러싼 인물들이 사건 후에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 첫 장의 예측이 무엇이건, 마지막 장에 배신당한다." 라는 책 뒷장의 글이 말해주듯, 나구라의 추락사는 겉으로 나타난 상황이 전부가 아님을 말해 준다.

아무도 말하지 않고 있는 진실이 숨겨져 있음을 마지막 장에서 확인하게 된다.

나구라의 죽음을 둘러싼 집단 따돌림은  한 학생을 괴롭히기 위한 의도적인 것이 아니었음을 알게 해 준다.

흔히 집단 따돌림의 대상이 되는 학생들은 그 유형이 있다. 나구라가 바로 그런 유형에 속한다.

나구라는 부유한 가정의 외아들이다. 형과 동생이 있을 뻔했지만 모두 잃게 된다. 그래서 할머니를 비롯한 가족들은 그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다 사준다. 나구라는 데니스부에서 운동은 못하지만 가장 비싼 라켓과 운동복을 가지고 있다. 다른 학생들 보다 4~5 배 정도의 용돈을 받기에 테니스부에 있는 학생들에게 비싼 음료수를 항상 사줄 수 있다. 처음에는 사주는 것이었지만 나중에는 당연히 나구라가 음료수를 사 오도록 협박을 하게 된다.

나구라에게 왕따가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6월에 간 캠핑에서 학교짱에게 괴롭힘을 당하게 되는데, 그를 구해주러 온 에이스케와 겐타에게 누명을 씌우고, 학교의 전통으로 내려오는 학생들만의 야간 운동회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 사건이다.

이를 계기로 나구라는 운동부로 부터, 그리고 2학년 전체에게 따돌림을 당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나구라의 행동이다. 그는 학교짱인 이노우에에게 물건을 빼앗기고, 시비를 걸어서 물건을 빼앗아가고 매번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그를 쫄래 쫄래 따라 다니면서 참견을 하는 눈치 없는 짓을 한다.

이노우에가 레슬링이나 격투기를 가장하여 폭행을 하고, 기절놀이를 시키고, 그것을 사진을 찍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를 따라 다닌다. 그의 행동은 거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보다 힘이 약한 학생이나 여학생들에게 똑같은 행동이나 폭행을 한다는 것이 다른 왕따들과 다른 점이다.

나구라의 죽음을 계기로 작은 도시에 불어오는 후폭풍.

나구라의 엄마와 삼촌이 학교에 요구하는 조건들, 2학년생들에게 이 사건에 대한 글짓기를 시키고 그 내용을 읽겠다는 요구조건, 에이스케를 비롯한 상해죄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테니스 대회 불참할 것을 요구하는 것, 4명의 학생들이 매월 1일 나구라의 제에 참석하여 분향할 것 등.

나구라의 유족들은 나구라가 죽은 것에 대한 진실을 밝힐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나구라가 영영 잊혀지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진다.

또한 이 사건을 맡았던 검사나 경찰을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이 사건을 밝힐 수 있는 것은 학생들과의 대화에서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기자는 사건 3주후에 사건에 관한 기사를 신문에 싣지만 그 역시 이 사건의 유족,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의 부모, 학교측 등의 입장차에 부딪히게 된다.

이렇게 하나의 사건을 둘러싼 입장차는 각기 다르다. 특히 유족과 가해자로 지목된 부모의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된다.

처음에는 자신의 아들이 가해자라는 생각에 힘들었지만,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자 정말 자신의 아들이 가해자일까 하는 생각에 분노 마저 치밀게 된다.

그렇다면,

나구라는 왜 운동부 지붕에서 떨어졌을까?

나구라의 몸과 손에 붙어 있던 나뭇잎은 무엇을 의미할까?

학생들 사이에서 운동부 지붕에서 바로 곁에 있는 은행나무로 떨어져서 매달려 내려오는 행동은 담력 테스트이기고 했으니, 나구라가 자신의 담력을 테스트 해 본 것은 아닐까?

아니며, 누군가가 나구라에게 은행나무로 뛰어내리기를 협박한 것은 아닐까?

가해자라고 지목된 4명의 학생들은 정말 가해자일까?

3학년 일진의 비호를 받는 이노우에는 평소에도 나구라를 괴롭혔는데, 이 사건과는 무관한 것일까?

이런 모든 의문점을 풀어줄 수 있는 것은 침묵 속에 잠겨 있는 학생들의 입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으리라....

아무도 말하려고 하지 않는 진실, 가려진 진실 속에 그 답이 있다.

<침묵의 거리에서1>의 리뷰에서도 잠깐 이야기했지만, '시게마츠 기요시'의 <십자가>에서도 왕따 중학생의 자살이 다루어진다. 그의 유서에 적힌 절친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주인공은 유족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절친이었다는데, 왜 아들을 죽게 내버려 두었느냐'는 것이 그 이유였는데...

그래서 주인공은 후지슌의 제사 때마다 그의 집에 가게 된다. 처음에는 미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해를 거듭하면서 후지슌의제상에 참여하는 것은 그에게 괴로움으로 자리잡게 된다. 20년후에야 그의 아들의 말을 통해서 치유를 받게 되는 꽤 감동적인 이야기인데...

<침묵의 거리에서>도 이런 생각이 든다. 가족을 잃은 슬픔은 상처로 남는다. 그것이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한 흔적이 남겨진 죽음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나 가해자인지도 확인이 되지 않은 자식의 친구들에게 행하는 유족의 행동은 지나친 점이 있다. 갓 13~14살 정도의 중학생들에게 큰 십자가를 짊어지게 하는 행동이다.

이들에게 나구라의 죽음이 자신의 행동에서 일어났건, 아니건간에 그들은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을 것인데, 매달 제사 때마다 와서 분향을 하라는 요구...

나구라의 죽음은 누구의 잘못일까?

나구라의 죽음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각자의 입장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우리의 모습이자, 우리 사회의 모습이기도 하다.

밝혀지지 않은 진실때문에 불안에 떨고, 분노하고, 상대방에게 울분을 푸는 행동. 그러나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 그 속에서 힘겨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공감있게 잘 써내려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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