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출간된 김사과의 첫 번째 에세이 <설탕의 맛>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궁금해진 작가의 소설들을 알아 본다.

 

 

  <미나 / 김사과 ㅣ 창비 ㅣ 2008>

 

 

 

 

 

 

 

 

 

 

 

 

 

 

<풀이 눕는다/  김사과 ㅣ 문학동네 ㅣ 2009>

 

 

 

 

 

 

 

 

 

 

 

 

 

   <영이 02 / 김사과 ㅣ 자음과모음 ㅣ 2010>

 

 

 

 

 

 

 

 

 

 

 

 

 

   <테러의 시 / 김사과 ㅣ 민음사 ㅣ 2012>

 

 

 

 

 

 

 

 

 

 

 

 

 

 

 

  <천국에서 / 김사과 ㅣ 창비 ㅣ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설탕의 맛
김사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설탕의 맛>은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에도, 책을 읽는 도중에도, 책을 다 읽은 후에도, 여러가지 의문이 남는 책이다.

이 책의 장르는 여행 에세이, 책 소개글에서는 구태여 '여행'이란 단어를 빼고 '소설가 김사과 작가의 첫 번째 에세이'라고 적혀 있다.

그 이유는 이 책은 세계적인 몇 몇 도시인 뉴욕, 포르투, 베를린 그리도 또다시 뉴욕이란 도시가 배경이 되기 때문에 여행 에세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여행이란 단어를 빼고 책을 읽는 편이 훨씬 작가의 속내를 더 잘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설탕의 맛'이라고 하면 달착지근한 그런 맛을 생각했다. 그런데 작가는 서문에서,

" (...) 머리가 멍해지는 설탕의 맛이다. 이 책은 그 맛에 대한 이야기다. " 라고 말한다.

'머리가 멍해지는 설탕의 맛', 그런 맛을 나는 알지 못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맛을 찾고자 했지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그 맛이 내가 찾은 맛인지 아닌지는 이 책을 덮으면서도 알 수가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뚜렷하게 남는 것은 내가 아직 알지 못했던 '김사과'라는 소설가에 대해서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래서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이런 문장을 보게 되었다.

'문제적 작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소설가 김사과'  라는 글이 보이는데, 이 책 속에는 작가가 글을 쓰기 위해서 이런 도시들을 찾았음을 이야기한다.

작가의 아버지는 1960년에서 1980년, 약 20년간 해외에 체류한다. 그래서 집안은 해외 분위기에 익숙해져 있었다.

작가는 1984년생으로 젊은 작가인데, 2005년 단편소설 '영이'로 창비 신인소설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한다.

2007년 한국 문화예술 위원회에서 젊은 작가를 대상으로 해외에서 집필을 하는 목적으로 경비를 지원해 주게 되는데, 그녀는 뉴욕에 가서 소설을 쓰기로 한다. 그래서 돌아올 때는 한 권의 장편소설을 들고 오게 된다.

이 책은 2007년 소설 리서치를 위해서 뉴욕에 가기 전에 체코의 프라하에 들리게 되는데, 사회주의의 그림자가 짙게 깔린 중부 유럽 체코의 프라하에서 두 달을, 자본주의의 최전선인 미국의 뉴욕으로 세 달을 머물면서 그녀의 두 번째 장편소설을 쓰게 된다.

" 도시와의 헤어짐은 사람과의 헤어짐에 비하면 슬픈 것이 없다. 그것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으니까 돌아가면 되니까. 어 그러면 되니까." (p. 72)

그리고 잠깐 샌프란시스코...

" 화장실 세면대 타월의 다양함. 그게 어쩌면 내가 이번 여행을 통해 경험한 모든 것이다. (...) 그리고 지금 나는 내 모험 속에 들어 있다. 내가 선택한, 내가 만들어 낸, 여러 가지 종류의 세면대 타월로 이루어진. 시시하고 멋대가리 없는, 나의 모험." (p. 82)

김사과는 2007년에는 뉴욕에서 두 번째 장편소설을 쓰게 되고, 2009년에는 통영을 꼭 닮은 포르투갈의 포르투에서 세 번째 장편소설을 쓰고, 베를린에서는 네 번째 장편소설을 완성한다.

그리고 다시 2012년에는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에서 새로운 소설을 쓴다.

작가의 글을 인용하면,

" 행군같은 여행이 아니라, 머무른 것인지 떠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길고 임시적인 이동" 을 통한 여행이 아닌 그렇다고 해서 생활인도 아닌, 이방인의 시각으로 그 도시의 일원이 되어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의 인연을 맺고, 작품활동을 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소설가 김사과를 처음 알게 되었기에 작가의 소설을 아직 접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평이한 소설들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 제대로 읽으려면 일정량의 각오와 결단과 열량공급이 필요한 김사과 작가의 소설들과 달리, 이 에세이는 작가의 다른 면모를 보여주어 신선하다. 여러 칼럼과 인터뷰 등에서 느낄 수 있듯이, 김사과 작가의 신중하고 논리정연하며 똑똑한 글은 아프고 부끄러운 곳마저도 주저 없이 한 방에 찌르는 과단성이 있다." (인터넷 책 소개 글 중에서)

<설탕의 맛>을 읽으면서 이 책은 분명 에세이라는 장르이지만, 어떻게 읽으면 한 편의 소설로 읽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이런 글까지 읽게 되니 한 번쯤은 김사과의 소설들을 읽어 보아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기존의 여행 에세이를 읽는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스타일의 에세이를 읽는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접한다면 '머리가 멍해지는 설탕의 맛'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들이 바로 그런 설탕의 맛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느리게 읽기 - 삶의 속도를 늦추는 독서의 기술
데이비드 미킥스 지음, 이영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오랜 독서생활에서 얻은 결론은 책읽기의 방법에 정석은 없다고 본다. 독서하는 사람의 독서수준과 독서량, 읽는 책의 난이도, 책의 장르 등에 따라서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읽는 것이 좋은 독서법이라고 생각된다.

내가 구입하는 책 보다 서평단을 통해서 받게 되는 책이 많아짐에 따라서 책을 읽는 유형도 달라지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또한 예전처럼 동네 서점이나 대형서점에 들러서 이 책, 저 책을 살펴보다가 마음이 가는 책을 골라 구입 방법이 아닌, 인터넷 서점에서 인기있는 책들이나 대대적으로 광고를 하는 책들에 관심이 가게 되어 그런 책들을 구입하다 보니 내 생각과 전혀 다른 책을 읽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한 번 책을 잡으면 웬만해서는 도중에 포기하지 않고 꾸역꾸역 읽게 되니 이것이 올바른 독서법일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경우도 있다.

이런 즈음에 읽게 된 <느리게 읽기>는 책 읽기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 번 하는 기회가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느리게 읽기'는 책을 좀 더 진지하고 적극적으로 읽는 방법이기는 하지만, 모든 책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이 책의 방법들을 적용하여 독서를 하는 것은 아직 독서법을 습득하지 못한 어린 독자들에게 책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독서에 몰두할 수 있는 방법을 조언해 준다는 의미로 받아 들이면 좋겠다. 그러나 그 점에도 문제는 있다. 자칫 하면 이와같은 방법이 아직 책에 흥미를 갖지 못한 독자들에게는 책 읽기를 회피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느리게 읽기는 난해한 문학작품을 읽을  때에 활용하면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느리게 읽기'란 '더 잘 읽는다는 것, 즉 '더 천천히 읽는다'는 뜻이다. 한 권의 책을 좀 더 진지하게, 적극적으로 천천히 경험할 수 있는 독서법이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이 들 때까지 우리의 신경은 온통 인터넷에 가 있다. 디지털 시대의 큰 장점이자 단점인 내가 필요한 정보를 아주 빨리 받을 수 있고, 그것도 여러 정보 중에 제목 정도만 슬쩍 보다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그것만을 클릭하면 된다. 그 정보 역시 조금 읽다가 아니다 싶으며 닫아 버리고, 새로운 정보를 찾아 인터넷의 바다를 헤맨다.

많은 이들이 오늘 아침도 그렇게 시작했을 것이다. 이렇게 인터넷에 익숙해지다 보니 속도에 집착하게 되고, 다중작업에 길들여져서 집중력이 저하된다.

이런 수박 겉핥기식의 속독, 바로 10대를 비롯한 아직 독서법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들이 책을 기피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아마도 저자가 '느리게 읽기'를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한 권의 책을 읽더라도 그 책을 진지하게 읽을 수 있는 방법을 일깨워주고 싶음이라고 본다.

진지한 독서는 개인적이고 사색적인 즐거움을 가져다 주고, 좋은 책은 천천히 정성 들여 읽으면 그 보답이 온다.

이렇게 느릿하게 즐거운 마음으로 하는 독서, 이것이 바로 양질의 독서를 하는 방법이다.

나는 해를 거듭하면서 더 많은 독서를 하다보니 책을 비교적 빨리 읽는 편이다. 그렇다고 대충 대충 읽는 스타일은 아니기에 꼼꼼하게 읽기는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알고 있는 사실들의 나열에 해당하는 부분들은 건너뛰어 읽기도 한다.

그러나 마음에 새겨 두고 싶은 부분들에 대해서는 천천히 읽는다. 천천히 읽는 방법 중에 하나는 조그맣게 소리내어 읽는 방법이다. 소리내어 읽으면 눈으로 읽을 때 보다 훨씬 그 글이 주는 의미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책에 따라서 여러 방법을 활용하는 것도 독서 경험에서 나온다 고 할 수 있다.

'느리게 읽기'를 강조하는 저자는 독서를 하려면 시간을 들여야 하고 다시 읽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새로운 책은 완전히 새로운 세상. 독자는 처음에는 관광객, 그 다음에는 잠재적인 거주자가 되며,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여행자가 되기로 마음 먹는다면 훨씬 보람된 시간을 보낼 수 있음을 책과 여행에 빗대어 설명해 준다.

요즘 독서의 새로운 스타일로 전자책이 많이 읽히지만 아직도 책은 종이책이라는 독자들. 분명 종이책과 전자책은 독자에 따라 선호도가 다르다.

그런데, 전자책은 신중하게 읽기 보다는 쭉쭉 읽어 나가는 경우가 많고, 통계적으로 보았을 때에 전자책은 종이책 보다 끝까지 읽는 사람이 적다고 한다.

이 책의 핵심적인 내용은 책을 깊이있게 읽을 수 있는 방법인, '느리게 읽기의 규칙'이다.

1 인내심을 가져라
2 핵심적인 질문을 던져라
3 목소리를 파악하라
4 문체를 감지하라
5 처음과 끝에 주목하라
6 이정표를 찾아라
7 사전을 적극 활용하라
8 핵심 단어를 추적하라
9 작가의 기본 사상을 발견하라
10 의심의 기술을 길러라
11 작품을 분해하라
12 메모하는 습관을 길러라
13 다른 길을 탐험하라
14 또 다른 책을 찾아라

14개의 규칙은 솔직히 '이렇게까지 책을 읽어야 할까 ?" 하는 생각을 들 정도로 평범한 독자들이 따라하기에는 쉽지 않은 규칙들이다.  자칫하면 책읽는다는 것이 행복하기 보다는 힘겨운 미션을 수행하는 기분이 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독서하기 싫어하는 대중들에게는 책을 회피하는 방법이 되기도 할 것 같다.

저자는 14개 규칙을  작품들의 예를 들어서 설명해 준다. 그리고 14개 규칙을 습득했으면 이 규칙을 단편소설, 장편소설, 시, 희곡, 에세이 읽기를 통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준다.

독자들은 '느리게 읽기 위한 14개 규칙 중에 몇 개의 규칙은 알게 모르게 책을 읽으면서 하고 있는 방법일 것이다.

'인내심을 가져라', ' 처음과 끝에 주목하라', ' 핵심 단어를 추적하라', '작가의 기본 사상을 발견하라', '메모하는 습관을 길러라', ' 또 다른 책을 찾아라' 등...

모든 책을 읽을 때에 '느리게 읽기'를 실천하기 보다는 책에 따라서 이와같은 방법을 활용해 보면 좀 더 깊이있는 책읽기가 되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영 이별 영이별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단종, 그의 애닯은 삶의 이야기는 많은 책들에 잘 나타나 있다. 언젠가 영월의 청령포에 갔을 때에 고즈넉한 천혜의 유배지에서 외롭고 두려운 5개월을 보냈을 단종을 생각했다.

선착장에서 멀리 떨어진 청령포, 그곳은 3면이 깊고 푸른 강으로 둘어져 있고, 뒤로는 험준한 산이 가로막혀 있다. 단종이 벗 삼아 오르내렸다는 노송은 모진 풍파 속에서도 꿋꿋하게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옥좌가 그리도 좋았단 말인가 !!  조카를 죽이면서 까지 그리도 권력이 탐났단 말인가 !!

태어난지 3일만에 모후를 잃고 서조모 혜빈의 손에 자라 12살에 조선의 6 번째 왕이 되었고, 그후 3 년만에 상왕으로 물러난 것도 모자라 2 년후에는 영월로 유배를 떠나야 했으니....

그도 모자라 유배 온 지 5달만에 싸늘한 죽음이 되었으니....

조선의 역사 속, 불운의 왕이었기에 여기까지는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이다. 그런데, 단종비인 정순왕후 송씨의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오래 살다가 정업원에서 죽었다는 이야기 밖에는.

<영영이별 영이별>은 단종비인 정순왕후 송씨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의 작가인 '김별아'는 <미실>로  잘 알려진 작가이다. 그가 쓴 몇 권의 역사 관련 소설은 역사 속의 여인들을 다루고 있다.

작가가 쓴 <미실>은 TV 드라마로 '미실'이란 인물이 알려지기 전에 읽은 책인데, 그후 개정판이 나와서 다시 읽은 책이다. 그러나 그리 큰 감동을 주지는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영영이별 영이별>도 2005년에 출간되었던 책의 개정판이다. 이 책의 내용은 여든두 살의 정순왕후 송씨가 세상을 떠나고 칠칠제(49제)를 기다리면서 꽃다운 열다섯 살에 혼인을 하고, 열여덟 살에 단종과 이별을 하게 된 후에 예순 다섯 해를 홀로 오욕의 세월을 살아 온 것을 회상하는 이야기이다.

그녀는 왕비의 자리에서 하루 아침에 쫒겨나서 염색일, 걸인,비구니의 삶을 살게 된다. 예순다섯 해를 넘기면서 조선의 왕은 단종의 숙부인 세조, 예종, 성종, 연산군, 중종에 이르게 된다.

세조가 죽기 직전에  송씨에게 경혜공주의 아들 정미수를 반역자에서 빼고 등용을 할 수 있도록 해주었기에 양자인 정미수와 지낸 삼십 여 년은 그래도 행복한 시절이었다.

그러나 정미수의 죽음 이후에 송씨는 응봉 자락에 있는 정업원에 들어가 비구니로 세상을 뜨는 날 까지 지내게 된다.

정순왕후 송씨는 긴 세월 동안에 궁 안팎에서 일어난 일들을 회상한다.

계유정난, 무오사화, 갑자사화, 중종 반정 등의 큰 사건의 뒷 이야기에는 송씨와 같은 중종의 비 신씨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도 있고, 장녹수와 같은 그릇된 사랑 이야기도 있다.

착하고 나약하게 모든 것을 잃고 산 삶, 악하고 강하게 살다가 죽어간 살, 그녀가 살아 온 시대에 궁에서 일어난 사건들 때문에 여인들의 일생도 여러 유형으로 나뉘어진다.

<영영이별 영이별>은 구구절절 정순왕후의 혼백이 은밀하고 간절하게 나직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그녀가 이 소설을 모두 그녀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 그러다 문득 생각하였습니다. 세상에는 이해할 수 있는 것과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는게 아니라, 이해하고 싶은 것과 이해하고 싶지 않은 것이 있는건 아닌지. 사람이 사랑을 이해한다는 애당초 어리석은 일도, 결국 그 이치로부터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는 게 아닐는지요. " (p. 130)

그래서 책을 펼치면 책 속의 장은 49에서 시작하여 끝맺을 때에 0 이 된다. 50장이 거꾸로 씌여져 있다. 소설이 첫 부분이 정순왕후가 칠칠제를 마치고 저승으로 떠나기 직전의 이야기이고, 마지막 부분이 열다섯 살 혼인을 하기 직전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단종을 만나러 가는 그 마음이 담겨 있다.

그녀가 왕비로 간택된 것 조차 수양대군의 치밀하게 계획된 정략혼사였음을 알게 되니 그녀는 2년의 결혼생활마저도 불안과 공포의 나날이었다.

" 그래서였을까요? 그 불안과 공포의 나날이 당신과 내가 함께한 결혼 생활의 전부였지만, 나는 짧고 덧없고 두려웠기에 더욱 선연한 사랑의 기억을 지금까지도 가슴에 품어 두고 있답니다. " (p. 201)

단종과의 짧은 사랑, 그리고 긴 이별....

이제 정순왕후는 단종을 만나러 간다. 살아서는 만날 수 없었기에 죽어서 만나러 간다.

이 소설은 시대를 역순으로 거슬러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것과 단 한 사람 정순왕후의 속삭임만으로 내용이 구성되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소설이라기 보다는 어떤 역사적 사실들의 열거와 같은 느낌도 든다. 그렇지만 조선에서 그 당시에 일어났던 사건들에 끼워진 정순왕후의 애닯은 속삭임이 혼백의 속삭임이기에 읽는내내 애처롭게 느껴진다.

소설적인 큰 감흥은 없지만 비운의 왕비의 애처러운 일대기를 조선의 역사를 더듬어 본다는 그런 의미가 더 크게 느껴진다. 그래서 소설로서는 큰 평점을 주기는 힘들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길 위의 철학자 - 떠돌이 철학자의 삶에 관한 에피소드
에릭 호퍼 지음, 방대수 옮김 / 이다미디어 / 201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길 위의 철학자>는 2005년에 '이다미디어'에서 출간한 <에릭 호퍼, 길 위의 철학자>의 개정판이다.

나는 아직 '에릭 호퍼'가 누구인지, 어떤 책을 썼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이번에 '이다미디어'에서 '에릭 호퍼'의 아포리즘 모음집인 <영혼의 연금술>,<인간의 조건>을 펴내면서 <길 위의 철학자>도 새롭게 양장본으로 펴냈기에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저자에 대한 지식이 없기에 3권의 책 중에서 '에릭 호퍼'의 자서전에 해당하는 <길 위의 철학자>를 읽기로 했다.

에릭 호퍼의 저서들은 대부분이 아포리즘 형식으로 되어 있다. 여기에서 아포리즘 (aphorism) 이란 신조, 원리, 진리 등을 간결하고 압축적인 형식으로 나타내는 짧은 글을 말하는데, 금언, 격언, 경구, 잠언 등을 일컫는 말인데, 이런 형식은 거대 담론에 대한 불신에서 나온 형식이다.

그래서 에릭 호퍼의 글들은 에피소드 하나 하나에 사유와 진리가 담겨 있다. 

에릭 호퍼(1902~1983)는 미국의 브롱크스에서 독일계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부유하지 못한 가정에서 태어났는데, 5살 때에 엄마와 함께 계단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하게 되고, 이 후유증으로 7살에는 시력과 어린 시절의 기억의 대부분을 잃게 된다. 어머니는 그 사고로 에릭 호퍼가 7살 되던 해에 세상을 떠나고, 아버지 마저 그가 18살 되던 해에 죽게 된다. 그때에 그에게 남은 돈은 300달러였는데, 그 돈을 가지고 로스앤젤레스로 간다.

이때부터 에릭 호퍼의 떠돌이 생활을 시작된다. 그런데, 그에게는 기적적인 일도 일어나는데, 7살 때에 잃었던 시력이 15살에 회복된다.

한 번 시력을 잃었기에 언제 또다시 시력을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생각에서 그는 독서광이 되는데,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도 근처의 도서관에서 수학, 화학, 물리학, 지리학 등의 대학교재로 독학을 하면서 사색에 잠기게 된다.

에릭 호퍼는 정규 학교 수업을 받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쌓은 지식과 깊은 사색으로 자신만의 독자적인 사상을 구축하게 되는데, 그의 사상의 바탕에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통찰과 사회에 대한 현실 인식이 들어 있다.

그는 일을 하고 싶으면 일용직 노동자로 일을 하고,  책을 읽고 싶으면 광적으로 독서를 하면서 한 평생을 살게 된다. 그래서 에릭 호퍼에게 붙어 다니는 수식어는 '떠돌이 노동자', '떠돌이 방랑자', '길 위의 철학자' 이다.

그는 서른 살 즈음에 자살을 시도하는데 이를 계기로,

" 나는 자살을 감행하지는 않았지만 그 일요일에 노동자는 죽고 방랑자로 태어났다. " (p. 60)고 말한다.

그는 생전에 10권의 책을 썼고, 사후에는 한 권의 자서전이 출간된다. 그의 저술을 좌절한 이들에 대한 심리학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길 위의 철학자>는 에릭 호퍼의 자서전이다. 그래서 자신의 출생에서부터 죽을 때까지의 삶과 인생관, 철학관이 담겨 있다. 물론 그 바탕에는 떠돌이 철학자의 깨달음이 담겨 있다.

"대중운동의 맹신자는 죄의식, 실패, 자기혐오에 사로잡힌 죄절한 자로, 미래의 어떤 목표를 지향하는 동긱에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묻어 버리게 된다. 자신의 무의미한 생에 의미를 부여해 줄 것으로 여겨지는 운동에 열광적으로 투신하는 것이다. 호퍼의 저술들은 그런 좌절한 이들에 관한 심리학이다. " (p. 12)

이 책 속에는 27개의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그의 다른 저서들 처럼 이 책에 담긴 에피소드는 한 편, 한 편을 아포리즘으로 읽어도 괜찮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삶의 이야기, 깨달음이 이 책 속에 담겨 있다. 흥미로운 것은 방랑자 호퍼도 사랑을 했던 헬렌이 있었지만, 더 이상의 관계의 발전이 두려워서 슬며시 그녀의 곁을 떠난다.

그에게 가장 행복했던 때를 물으면, 그 때를 기억하지만, 헬렌과의 이별은 그에게는 불행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기억이고, 결코 완전한 회복이 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런 행복이 아닌, 그가 느꼈던 참된 행복은 그의 첫 번째 책인 <맹신자들>의 출간을 꼽는다.

그는 노동자, 방랑자였지만 그 누구보다도 지성을 갖춘 미국의 사회철학자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런 그에게 그가 일하던 농장 주인이 쿤제는 그에게 이런 말을 한다.

" 왜 자네만 한 지성인이 인생을 허비하는가? 지금은 모르겠지만 자넨 무일푼의 어찌할 수 없는 노인이 되고 말 걸세, 안정된 노후를 염두에 두지 않고 어떻게 그냥 살아갈 수 있는가?"

그는 <맹신자들>의 출간 이후 미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인물이기에 그가 노동자와 방랑자로 살아가는 것이 인생을 허비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그런 삶에서 충분히 행복을 느꼈고, 많은 사람들에게 그의 철학을 가르쳐 주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마치 작은 통 속에서 한 줄기 햇빛을 가리지 않는 것이 그의 소원이라고 알렉산더 대왕에게 당당하게 말했던 디오게네스의 진정한 행복처럼, 에릭 호퍼는 노동을 하고 방랑을 하면서 책을 읽고 사색을 하고 거기에서 느낀 것들을 책으로 쓰는 것에서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은 행복을 느꼈을 것이다.

그는 이 책 속에서 불만없는 충만한 삶을 살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 나는 행복한 사람, 인생은 아름다워" 라고 덧붙인다.

이 책의 부록으로는 '에릭 호퍼에 대하여'란 글이 있는데, 이건 72살이 된 에릭 호퍼를 인터뷰한 '셰일러 k  존슨'의 글이다.

이 책을 통해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생각해 보면 어떨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