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건축 - 꽤 인간적인 그래서 예술적인 건축 이야기
최준석 지음 / 바다출판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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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타워브리지를 가노라면 만나게 되는 시청건물은 참 특이하게 생겼다. 반구를 좀 다른쪽보다 크게 잘라놓은 것같은 건물이 기울듯이 비스듬하게 누우려고 하는 듯하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는 영국의 건축가인 '노만 포스퍼'가 건축한 푸른색과 그보다 좀 옅은 색의 하늘을 향해 쏘아 올라가는 듯한 총알모양의 '메리액스 빌딩'이 자리 잡고 있다. 시청건물은 그 자체가 태양열을 받아 들이는  green bulding 인 것이다. 그런 건축물을 보고 떠오르는 예술적 단상들. 그런데, 나는 폭넓은 예술적 지식이 없기에 그저 경이로움과 새롭다는 느낌밖에 더 이상의 말을  꺼낼 수 없다. 그런데, '어떤 건축'의 최준석 건축가는 이런 건축물을 보면 영화속 한 장면이, 소설속의 장면이, 미술 작품이 머리에 떠오르고, 건축물과 그러한 이야기가 매치되어서 술술 글로 써지는 것이다.  

 

가우디 건축의 비잔티움 색채 파편들을 보면서 '클림트'의 '키스가 떠오르는 것이다.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을 보면 우아한 곡선과 순백의 살결과 같은 조선의 백자 달항아리가 생각이 난다.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은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너무도 많이 닮았음을 금새 알아 본다. 계동의 '공간' 사옥에서는 '르네마그리트'의 '전사술'이. 삼성동의 아이파크 타워에서는 '칸단스키'의 '무제'를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런 연관성을 가지고 보면 너무도 이미지나 느낌이 닮아 있어서, 혹은 정말 그렇구나 하는 탄식을 자아낼 정도로 건축물을 바라보는 혜안이 느껴진다. 
 
 
10여년이 넘게 다양한 실무 건축가로 활동한 저자는

글로 짓는 건축이 콘크리트로 짓는 건축이상의 의미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작가소개글 중에서)
'배움으로서의 건축은 건축 그 자체의 아름다움보다는 역사와 철학, 정치와 사회현상과 밀접한 종합적인 학문이었다. ' (p5)
이책은 건축이라는 근엄한 성곽주변에 흩어진 소소한 이야기를 주워 담은 것이다. (5~6)

그가 그동안에 '건축'을 하면서 느꼈던 것이상의 건축물에 담겨진 이야기를 너무도 박학다식하게 펼쳐 보여준다. 그 이야기들은 건축과 공간에 대한 이야기들로, 영화이야기로, 미술작품 이야기로, 소설처럼 들려준다. 그렇다고해서 건축에 대한 이야기가 없는 것도 아니다. 이야기속에 건축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이 또한 담겨 있기에 건축을 모르는 일반 독자들도 생소한 느낌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새롭고 재미있으며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것이다. 건축물을 보면서 다른 분야의 예술가들의 작품과 인물들의 이야기가지 이렇게 쓸 수 있다는 것은 그가 다양한 분야에 심취되어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건축당시에는 많은 비난과 가십거리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건축으로는 가우디의 작품들이 그런 것이다. 평생을  건축에 모든 것을 걸었던 그는 구엘공원과 성가족 성당이라는 불멸의 작품을 남긴 것이다. 가우디에 의해서 깨어져서 붙여진 색색의 타일들에 의한 모자이크. 이것에서 바로 '클림트'의 '키스'를 연상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저자는 가우디와 클림트의 작품세계뿐만이 아니라 살아온 발자취까지 더듬어 주는 것이다.
  선유도 공원을 통해서는 골동을 존중하는 마음과 과거의 흔색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모습을. 그리고 겸재 정선의 그림속 '선유봉'이 바로 과거의 이곳이었음을 찾아내 주는 것이다.  프랑스 '롱샹 성당'의 전형적 성당의 모습을 뒤엎은 건축물을 보면서 그 지역 특성까지 꿰뚫어 본다. 그 유명한 에펠탑의 일화처럼 건축당시에는 이해할 수 없다던 건축물이 지금은 건축사의 한 장을 장식하고 있는 사례들은 한 둘이 아닐 것이다. 건축가들의 기발한 발상들. 그리고 건축가들은 건축물을 통해서 후세대에까지 자신의 이름을 남겨 주는 것이다. 국내와 해외의 유명 건축물들, 특히 좀 특이한 건축물들이 이 책에는 많이 소개된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이제 거리속의 건축물들이 온갖 이야기들이 담겨져서 눈에 들어오게 될지도 모르겠다. 소설속의. 詩속의. 사진속의. 미술작품속의. 아니면 자신들의 추억속의 한 부분이. 지나간 어떤 날들의 모습이.  건축물들과 함께 떠오르지는 않을까?
우리들이 그동안 무심하게 스쳐가던 건축물들, 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의 대상이 되고 있는 건축물까지 그 건축물에 얽힌 이야기들을 자세하게 들려준다
국내 건축과 해외 건축물을 넘나들면서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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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에 얼굴을 묻는다 - 개정판
원태연 지음 / 은행나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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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태연 시인은 스무 살에 첫 시집을 낸 이후에 시인, 소설가, 작사가, 영화감독 등 폭넓은 활동을 하는 사람이다.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가 그의 첫 소설책인데, 이 책을 영화로 만들면서 영화 감독으로도 데뷔를 했다. 비슷한 장르같기는 하지만 각기 다른 장르를 넘나든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인데....
 

그의 시 제목이기도 하고, 그의 다른 많은 시에서 마치 후렴구처럼 반복적으로 나오는 '눈물에 얼굴을 묻는다.' 가 바로 이 책의 제목인 것이다.
'눈물에 얼굴을 묻는다.' 그의 시의 소재들이 사랑을 이야기하기에, 특히 가슴아픈 사랑. 헤어진 사랑의 詩들이니 가슴 아픈 시의 구절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아닐까?
그의 시들은 미사여구로 꾸며진 그런 시들은 아니다. 생활속에서 느껴지는 마음들이 꾸밈없이, 다듬어지지 않은 채로 시로 표현되는 것이다. 그렇기때문에 어쩌면 더욱 친숙하게 마음에 다가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랑후에 느끼는 감정들이, 아픈 사랑을 끝낸 후에 정리되지 않은 마음 그대로의 표현으로 시에 담아내고 있다.
이 시집은 '원태연' 시인이 새로 쓴 시들을 모은 시집이 아니라. 2000년에 출간하였던 책을 새롭게 단장하여 출간한 것이다. 처음 출간 당시에는 시낭송 시집으로 CD가 포함되어서 '유지태'의 음성으로 들려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CD를 제외시키고 시집만을 선보이고 있다.



아마도 '눈물에 얼굴을 묻는다'를 좋아하던 사람들은 아쉬운 마음도 있는듯하지만, 항상 곁에 두고 생각날 때마다 곱씹어 가면서 읽는 것이 시집이니 마음이 공허해 질때마다 읽고 또 읽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시집은 아무래도 시를 읽어보아야 하는 것이니, 짧막한 시 세 편을 함께 실어 본다.


달팽이의 사랑
그래도 거기다
그랬어도 거기다
그래봤자 거기다
그래도 거기다
(P66)

비  

저녁내내 끊임없는 비
덧문을 닫고 스탠드를 켠다.
조용한 것이 무거워 틀어 놓은 음악과
덧물에 부딪히는 빗방울 소리가
가슴을 휘젓고 다닌다.

 
저녁내내 끊임없는 비
아직도 나는
사랑을 하고 있는 것 같다
. (82)




사람의 가슴에서 지워지지 않은 시가 바로 '원태연'시인의 시일 것이다. 그의 시는 감성적인 언어들로 쓰여졌다. 그리고 새롭게 바뀐 따뜻하고 정서적인 일러스트까지 읽으면서 보는 아름다움까지.....

사랑
사랑이란 멀리 있는 것
멀리 있어 안 보이는 것
그렇게 바라만 보다 고개 숙이면
그제야 눈물 너머로 어렴풋이 보이는 것
그래서 사랑은
더 사랑하는 사람의 것
상처 속에서만 살고 있는 것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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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의 동행
미치 앨봄 지음, 이수경 옮김 / 살림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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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 앨봄' 나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작가이다. 어느해던가 오래전 제자로부터 한 권의 책이 보내졌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었다. 루게릭병으로 죽음을 앞둔 모리선생님과 앨봄이 화요일마다 만나서 나누는 이야기인데, 그 속에는 인생의 깊은 성찰을 깨달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그 책을 읽으면서 그 제자와 나에 대한 생각을 해 보았다. 오래전의 스승에게 보내는 책 한 권.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란 책을 나에게 보내주기 위해서는 그가 책을 읽고 받았을 감동과 그 책을 나에게 보내주고 싶었던 마음이 어떤 것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 학생에게 나란 스승은 과연 '모리'와 같은 존재처럼 느껴졌던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니 한없이 내가 작아 보였던 기억이 난다. 그러한 인연으로 만난 작가가 '미치 앨봄'이었고, 그이후에 그의 작품들이 출간되면 읽기 시작했다.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그리고 '단 하루만 더' . 모든 작품들이 잔잔한 감동을 주면서 고난과 역경속에서 인생에 대한, 삶에 대한, 죽음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해 보게 해 주었다. 그런데, '미치 앨봄'이 어릴적 다니던 유대교회의 랍비인 '렙'과의 8년간에 걸친 만남을 가지면서 나누었던 긴 대화를 소재로 한 이야기가 '8년의 동행'이라는 책으로 출간된 것이다. 

  나는 어쩌면 '8년의 동행'은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연장선상에 놓인 책이라는 생각과 함께 '미치 앨봄'의 글들이 궁금해졌다. 책장을 넘기자 '미치 앨봄'의 인쇄 싸인본과 함께 '한국독자에게' 보내는 글이 있다.  
 
 누군가 당신에게 "내 추도사를 써 주겠나?" 하는 질문을 받는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앨봄'은 부모님대에서부터 다니던 유대교의 랍비로부터 이런 제안을 받게 된다. 누군가를 위해서 추도사를 쓰고, 장례식을 집전하던 랍비의 추도사. '앨봄'은 자신에게 이런 제안을 한 이유조차 이해할 수가 없다. 랍비인 '앨버트 루이스'(렙)의 추도사를 쓰기 위해서는 그와의 만남을 가지면서 그에 대해서 잘 알아야 되지 않을까? 그래서 시간이 될때마다 '렙'을 찾아와서 그와의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모리'선생님에게서 인생 수업을 들었던 것처럼. 그런 가운데 또 만나는 사람이 '헨리 코빙턴 목사이다. '앨버트 루이스'와 '헨리 코빙턴'. 이 두 사람의 삶이 교차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그리고 '미치 앨봄'의 이야기까지.
'앨버트 루이스'와 '헨리 코빙턴' 두 사람은 '미치 앨봄'의 인생스승으로 교회목사들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인생역정은 너무도 판이하다. '앨버트 루이스'는 유대교 랍비로서 자신의 신도들에게 신앙심을 강요하는 것도 아닌 자연스럽게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사람이다. 권위적이고 성서적인 설교보다는 기쁨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설교를 한다 그래서 그의 설교는 노래로 불러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의 삶자체는 즐거움이고 평화로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헨리 코빙턴'은 어릴적 생쥐와의 동거를 할 정도로 빈곤한 가정에서 자랐으며, 아버지는 마약상이었다. 그렇지만 '헨리'는 하나님, 예수님, 아니 그 어떤 초월적인 존재보다도 아버지를 존경했다. 그에게 유일한 영웅이던 아버지의 죽음으로부터 오는 상실감에 그는 원하는 것은 모두 손에 넣겠다는 생각에 마약, 술, 총격, 감옥에 수감되는 모든 세상의 낮고 어두운 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경험하게 된다. 어느날 마약 탈취사건후에 그들의 보복이 두려워서 쓰레기통 옆에서 떨면서 밤을 지새우는 과정에서 자신이 살 수만 있다면.... 하나님을 따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것이 그가 목사가 되는 이유이다. 노숙자를 위한 쉼터가 바로 그의 교회인 것이다. 지붕에서는 물이 줄줄 새는, 가스조차 끊어져서 추위에 떠는....



  그렇다면 '미치 앨봄'은 부모로부터 받은 신앙심, 그러나 성장하면서 유대교를 알게 되고, 냉담과 무관심, 그리고 자신의 성공으로 종교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면서 행복하게 살았다. 이 세사람의 삶. 그 속에 인생의 모든 질문과 대답이 들어 있는 것이다. '미치 앨봄'이 추도사를 쓰기 위해서는 '렙'을 주기적으로 만나고, 그의 설교를 듣고, 그 이전의 설교집들을 보기도 하면서, 어린 시절의 유대교회와의 추억들도 되새겨 보면서, '앨버트 루이스'의 삶을 조명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믿음으로 인해 기쁨이 넘치는 평온한 삶을 살고 있는 모습'.


 

그래. 인생은 아름답다. 그 어떤 것보다도 아름답다.
그래서 미치 앨봄은 '렙'과의 만남을 거듭하는 것이고, 그런 가운데에 자연스럽게 '믿음'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꼭 기독교의 하나님이 아니라도 좋다. 이슬람교의 알라여도 좋고, 불교의 부처라고 좋고, 힌두교의 신이라도 좋다. 그동안 지구상에서 종교로 인한 갈등과 분쟁, 전쟁이 얼마나 많이 일어났던가? '우리들'과 '그들'로 양분되는 종교가 아닌, 각 개인 개인이 믿고 의지하는 '믿음'이 필요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미치 앨봄'과 '헨리 코빙턴'의 만남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앨봄'이 노숙자 쉼터 자원봉사를 하게 되면서 지원금 기탁 문제로 알게 된 목사이다. 낡아서 지붕에서 비가 오면 물이 뚝~~ 뚝~~ 떨어지는 교회의 목사. 노숙자들이 기거하고 있는 교회. 그곳의 목사는 자신이 마약, 총기, 강도, 교도소 복역등의 과거가 있음을 너무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당신은 그런 목사를 믿고 노숙자들을 지원금을 기탁할 수 있을까? 설교를 들어본다. 군더더기가 붙지 않은 간단한 설교. 그러나 목사의 목소리는 우렁차고 몇 안되는 신도들은 그를 믿고 따른다. 노숙자들이 그곳에 머물든지, 떠나든지 상관을 하지 않는다. 기독교를 믿을 것도 강요하지 않는다. 차츰 '헨리 코빙턴'과 그의 교회가 마음에 와닿는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들도....
'헨리'교회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온 '카스' 역시, 진실된 마음과 믿음이 엿보인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무엇일까?

사람이 죽음을 앞에 두고 제일 두려워하는 게 뭘까요? 내가 물었다. / "두려워하는 거?" 그는 잠시 생가하더니 입을 열었다. / " 음, 이런 거겠지. 죽음 다음엔 뭐가 있을까? 나는 어디로 가게 될까? 그곳은 내가 상상하던 그런 곳일까?" / 맞아요, 그럴거예요. "그래, 하지만 또 다른게 있지."/ "뭐요?" 렙은 의자 뒤로 몸을 기댔다. 그리고 나지막이 말했다. "사람들에게 잊히는 것." (p174)
자신의 이별을 철저하게 준비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믿음으로 장식하는 '렙'. 그는 자신의 장례식에서 자신의 마지막 목소리까지 녹음해서 들려준다.
'하나님의 존재를 믿느냐?' '사후의 삶이 존재하느냐?' 이런 질문을 스스로 던지면서 '네'. '그렇다.' 라는 대답을 스스로에게,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준다.
그의 이별은 '아름다운 이별'이다. '미치 앨봄'이 두 성직자인 인생스승을 통해서 얻었던 그 귀중한 인생의 진리를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깨닫게 되는 것이다.
'사랑' '결혼' '행복' '종교(신앙)' '삶' '죽음'  - 이 모든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우리에게 이토록 소중한 삶, 하루 하루가 특별할 것없는 그저 그런 날들이라고 투덜거리던 자신들이 너무도 철없는 투정을 부리고 있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허황된 욕망들이 한없이 부끄럽게 여겨지는 것이다.
어쩌면 너무도 판이하게 다른 인생의 길을 걸어온  두 성직자의 모습속에서 내가 힘들때에 나를 잡아줄 믿음이 없는 것보다는 "왜 이렇게 나를 힘들게 하느냐?" 고 물어볼 신앙이 있는 것이 얼마나 든든한 인생의 동행자인지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앨버트 루이스'가 자신의 삶을 마무리하면서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고 죽음을 향하여 가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헨리 코빙턴'은 악의 추억인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나는 기쁨과 함께 일 마일을 걸었네
그녀는 내내 이야기를 재잘댔네
하지만 나는 조금도 더 지혜로워지지 않았네
그 모든 말을 다 듣고 나서도.
나는 슬픔과  일 마일을 걸었네
그녀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네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네
슬픔이 나와 동행했을 때.
   -로버트 브라우닝 해밀턴-
  (p 244)
오랜만에 만난 '미치 앨봄'의 작품을 읽으면서 오래전에 읽었던 작품들이 새삼스레 떠오른다. 그때의 그 감동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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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들 플라워
김선우 지음 / 예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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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이 쓴 두번 째 장편소설. '촛불집회'를 배경으로 한 첫번 째 소설. 촛불광장에 꽃처럼 피어나는 불꽃들. 촛불 하나 하나는 화려하지도 않고 그리 밝지도 않지만, 이들이 수백, 수천, 수만, 수십만,수백만 개가 모이면 화려한 꽃처럼 세상을 환하게 밝혀주고, 위선에 가려졌던 거짓들이 밝혀지고, 나뿐만 아니라 내곁의 사람들의 마음의 문을 열어주고, 세상 사람들에게 무언의 이야기로 우리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 줄 수 있는 소박하지만 힘있는 빛이 되는 것이다.
   

'김선우'는 1996년 '창작과 비평'을 통해서 '대관련 옛길'등의 시를 발표하면서 시인으로 등단한다. 그동안, 시집과 산문집, 어른을 위한 동화 등을 펴내기도 했고, 첫번째 소설인 '나는 춤이다'에서는 무용가 '최승희'의 삶을 써서 독자들의 신선을 받기도 했는데, '캔들 플라워'역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촛불집회'를 소재로 삼아서 신선한 느낌과 함께 작가의 소설적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소설의 내용도 평범한 이야기일듯하면서도 '촛불 집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기보다는 새로운 소재와 독특한 캐릭터들을 등장시키고 있다.
이야기의 촛점이 되는 '지오'가 그런 인물중의 하나이다. 15살 캐나다 소녀이지만 그의 핏속에는 엄연히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 캐나다의 오지마을인 레인보우 달계곡에서 학교 교육을 받지 않고 가정교육만을 받은 아이. 7살이전의 기억을 송두리채 잃어버렸지만 희미하게 꿈속에서 알게 된 자신의 분신. 꿈속의 그애, Vayu.  운명을 같이하고자 함께 태어난 이란성 쌍둥이. 엄마의 오래된 콘솔서랍에 고이 간직된 사진과 똑같은 아이.  홀로 떠나는 성장 여행. 소녀는 운명처럼 한국을 여행지로 정한다. 여행지이자 아버지의 나라인 한국에서 만난 '촛불광장'. 그 광장에 꽃피워진 '캔들 플라워' 는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2008년 5월 17일 한국 도착에서부터 6월 21일 레인보우 달계곡으로 출국할 때까지 소녀의 눈에 비치는 '촛불집회'의 모습이 지오의 입을 통해서 진실되게 표현되는 것이다.
  지오가 한국에서 만난 10대~20대의 학생 그리고 사회인들이 참여하는 '촛불집회'의 모습도....  그리고 '숙자씨'라는 할머니의 이야기도 그려진다.
지오가 만난 10대들은 '시험지옥'과 '미친교육'에 시달리면서 학교에서, 가정에서 상처받은 아픔을 가진 학생들이었지만, 지오와의 만남과 '촛불집회'를 통해 치유받고 있는 것이다. 20대 사회인인 희영이도, 연우도 모두 아픔을 간직한채 살아가지만 그들 역시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존재들이 되는 것이다.
누렁소를 가지고 광화문 네거리에 나타났던 할머니. 숙자씨의 죽음을 둘러싼 정부의 대응책과 보수언론의 기자의 언론플레이. 그동안 독재정권에서 행했던 모습을 민주화가 이루어진 대한민국의 세종로 한복판에서 버젓이 재현되는 모습.
촛불, 손팻말, 종이학, 비폭력 집회에 맞서는 닭장차, 물대포, 언론 통제용 조명등. 사진도, 동영상도 찍어봐야 온통 백색으로 밖에 나오지 않는 강렬한 조명등이 있다니.... 국민의 작은 소리도 아닌 큰 소리를 들은 척도 하지 않는, 아니 들리지 조차 않는 것으로 치부해 버리는.... 그래도 '촛불 집회'의 모습이 동영상으로 떠돌아다니는 것을 막으려고 하는 언론통제 조명등. 나로써는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5만 명이 15만 명이 되고, 결국에는

세종로 네거리를 흘러 넘친 인파는 서울 시청 광장과 남대문까지 이어지고, 수십만 개의 촛불이 서울 도심을 밝혔다. 서울 60만 (...) 전국 70여 개 도시에서 백만의 촛불이 한반도를 수놓았다. (p317)
이 소설의 또다른 이야기는 숙자씨 할머니의 개 보리의 눈에 비친 인간들의 모습이다. 인간이 본 인간의 모습보다 더 날카롭고 예리한 눈으로 바라본 인간들의 모습.
지오는 7년전의 사고로 이전의 기억은 잃었지만, 각나라의 언어를 습득하는 능력은 특출하며, 레인보우 달계곡에서 자라면서 동식물과의 대화가 가능하다. 그래서, 보리도 지오와의 마음의 대화가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캔들 플라워'는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대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사회적 소설의 의미도 있겠지만, 촛불집회'라는 매개체로 어떤 이유에서든간에 마음의 상처를 간직한 젊은이들의 치유과정이 그려지는 성장소설의 의미도 같이 가지고 있다.
운명은 질문하는 자를 사랑한단다. 힘들 땐 레인보우를 생각하렴. (p88)

누군가 아프면 함께 아파지는 사람이 있는 존재들이니까. 사람을 함부로 미워하면 안된다는 새삼 깨달은 순간이었어. (213)

또한 시인이 쓴 소설이기에 소설의 문체가 시어같은 감각적이 문장들이 엿보인다.
은빛 솜털날개를 단 꽃씨가 드넓은 수평 속에 스미듯이, 목적을 미리 정하지 않은, 속도감을 버린 꽃씨의 유영처럼. (p14)

푸르스름한 새벽이 멍든 얼굴로 찾아 왔다. (p232)
" Aamor Fati "(아모르 파티: 니체의 운명관) : 운명에 대한 사랑.

지오가 인천공항 출국장을 나서면서 속삭였던 말. '아모르 파티'
한 달여간의 한국에서 만난 운명,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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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숨은 고양이 찾기 -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고양이를 찾아 떠난 여행 이야기
장원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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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의 숨은 고양이를 찾아' 떠난 여행은 일탈을 꿈꾸는 마음에서, 가슴속의 한 부분을 비워버리기 위해서 떠난 여행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거기에는 '단지 고양이면 돼'라는 단서가 붙게 된 것이 아닐까?
 

고양이를 찾아가는 여행....
그래, 단지 고양이면 돼.
다른 무엇도 필요없어.
(p12)
'고양이'하면 파리보다는 일본이 더 먼저 떠오른다. 아마도 '마네키네코'때문일 것이다. 일본에서 고양이는 복을 주는 동물로 생각되고 있다. '마테키네코'는 암컷은 왼손을 들고 있는데, 손님을 불러주는 것이고, 수컷은 오른손을 들고 있는데, 재물을 불러주는 것이라고 해서 일본에서 많이 접할 수 있는 캐릭터 상품이기도 하다. 유럽에서의 고양이에 대한 단상으로는 '김영하'작가의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라는 책으로 기억되는데(90% 정도는 맞는 것 같은데, 확실하지가 않다) 작가가 버리고 비우기 위해 떠난 시칠리아에서 길고양이를 보살피던 이야기와 함께 사진이 실렸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닉네임 '레드캣' 장원선은 숨은 고양이들을 찾기 위한 목적만을 가지고 파리로 떠난 것이다.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들을 친지들에게 맡기고. 이 역시 쉬운 결단은 아니다. 나 역시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우지만 국내 여행에는 아무리 멀어도 꼭 데리고 간다. 이 경우에는 숙소잡기가 장난이 아니게 힘들다. 작은 말티즈이고 착해서 숨겨서 들어가도 되기는 하지만 양심이 허락하지를 않아서 처음부터 양해를 구하지만 거절당하는 경우가 많다. 해외에 갈때는 친지에게 맡기는데, 영리해서 가방을 챙기는 것부터 눈치채고 안절부절 못한다. 고양이를 끔찍하게 좋아하는 저자는 그런 어려움도 멀리한 채 파리로 간다. '고양이들을 찾아서~~
  파리는 고양이들의 천국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우리와는 다르다. 고양이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여기 저기에서 드러난다.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고양이의 영리함을 요물이라고 치부하거나, 불길한 기운을 가진 영물로 생각하기 때문에, 고양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부정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가 파리에서 만난 고양이 용품점. 사람들보다 더 화려한 용품들. 기본적인 용품에서 악세사리까지 완벽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Shop information'까지 소개해 준다. 파리시내에서는 쉽게, 자연스럽게 찾을 수 있는 고양이만을 위한 용품점이다.  파리의 센 강변의 고서점 '셰익스피어& 캠퍼니'에는 검은 고양이 '키티'가 있는데, 이 고양이 역시 유명인사 못지 않은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고양이. 파리에 가보았다면 꼭 거치는 장소들인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몽마르뜨언덕' ' 노트르담 대성당' '센' 강변 '미라노다리' '퐁네뜨 다리' '에펠탑' 이 모든 곳에서 고양이들과 만난다. 특히 '루브르'와 '오르세'의 미술품에 그려진 고양이까지 찾아본다. 한 마리, 한 마리 놓치지 않으려고 주의 집중을 하면서.
 
'루브르 박물관'의 그 수많은 예술품들을 보는 것만도 시간이 부족하던 경험에 의한다면 '명화속의 고양이 찾기'란 웬만한 고양이 마니아가 아니라면 생각도 못할 일이다. 그런데, 그것을 했다는 것. 더 놀라운 것은 '명화속의 고양이'들을 모아 놓은 화첩이 있다는 것이다. 파리에는~~ 이처럼 프랑스 사람들에게는 친근한 반려동물이 고양이 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풍속화속에도 고양이들이 많이 선보이는데 이것은 고양이는 한자로 묘(猫)이며 중국 발음은 마오(mao), 70세 노인을 나타내는 모( 耄) 의 발음도 마오이기 때문에 고양이는 70세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우리의 선인들에게 고양이는 장수를 뜻하는 吉한 동물이었덕 것같다.

  
  
저자는 이밖에도 파리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그들의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고양이 사랑을 이야기해 준다.
마지막으로 파리를 떠나 독일의 퀼른에 들리는데, 그곳에는 '장원선'이 키우는 고양이인 '노르웨이숲 고양이' 브리더들이 있기때문이다. '노르웨이숲 고양이'는 고양이 종의 명칭이며, 이 종을 전문적으로 사육하고 번식시키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장원선 역시 우리나라 '노르웨이숲 고양이'의 브리더인 것이다. 독일과 한국. 서양과 동양이라는 문화권을 달라도 '노르웨이숲 고양이'를 통해서 그들은 공감을 얻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의 끝부분에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들의 사진이 수록되어 있는데, 아주 슬픈 이야기는 3개월도 채 못 살고 간 작은 고양이 '엔프'이다. 태어날 때부터 병약했는데, 파리로 떠나기전에 회복되어 안심하고 길을 나섰고, 돌아오니 잘 먹고, 잘 놀아서 안심을 했는데, 파리에서 온 3일후에 외출에서 돌아오니 가장 먼저 나와서 반기고는 곧 그녀의 품안에서 눈을 감았다고 한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자신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아파도 참았고, 그녀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으며,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서 힘겹게 버틴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 이야기가 너무도 수긍이 간다.



반려동물을 키우다 보면 인간과 동물이지만 서로간에 느낄 수 있는 끈끈한 그 무엇인가가 있음을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눈빛과 동작에서~~~
'파리' '고양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했던 책인데, 고양이와의 교감을 통해 삶의 많은 부분들이 새롭게 느껴지기도 하는 책이다. 특히, 저자가 일러스트레이터이기에 책속의 볼거리는 너무도 풍부하다. 글, 사진, 그림... 사진과 그림이 혼합된 일러스트 하나 하나가 참신하면서도 아름답다.
고양이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는 파리의 고양이들을 보니 여기 저기 떠돌아다니면서 주린 배를 채우는 길고양이들이 더 불쌍하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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