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책읽기, 다독술이 답이다
마쓰오카 세이고 지음, 김경균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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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에게 있어서 독서는 어떤 의미일까? 저자의 글처럼 '독서는 패션이다.' '독서는 누군가와의 인연이다.' '독서는 독이기도 하다.' 등등.... 이처럼 독서란 한 마디로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이야기한다면 '나에게 있어서 독서는 습관인 것이다.' 어릴적부터의 습관.
습관처럼 읽는 책들. 그래서 내곁에는 항상 읽을 책들이 최소한 10권정도는 있다. 그 책들을 읽을 순서를 정해서 책장에 쌓아 놓고, 한 권씩, 한 권씩 정독을 하는 것이 나의 독서습관이다. 어떤 사람들은 몇 권의 책을 한꺼번에 같이 읽는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나에게는 잘 맞지 않는 독서 방법인 것 같았다. 그런데, 얼마전부터는 가끔씩 2 권 정도는 함께 읽기도 한다. 내용이 좀 난해하고 어려운 책일 경우에는 아주 쉽고 재미있는 책과 함께 읽으면, 머리도 맑아지고 집중력도 생긴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독서의 달인들, 고수들은 책을 어떻게 읽을까 하는 궁금증을 풀어 줄 수 있는 책은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던 중에 읽게 된 책이 '창조적 책읽기, 다독술이 답이다.'이다. 그런데, 제목부터 너무도 딱딱한 느낌이 들고, 이 책의 저자인 '마쓰오 세이고'에 대해서 아는 지식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책을 보는 순간부터 부담스러운 생각을 갖게 하는 책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책의 내용들은 저자인 '마쓰오카 세이고'와 이 책을 옮긴이인 '김경균'님과 인터뷰 형식의 글로, 그리고 마지막에는 부록처럼 '특별대담'이 실려 있어서 창조적 책읽기에 대한 이해를 쉽게 해주는 책이었다. 저자의 삶에서의 책과의 만남 등을 예시를 통해서 풀어주기 때문에 딱딱한 건조체의 나열일 것이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인터뷰 형식의 글의 한 꼭지의 글이 끝날 때마다 요점정리를 해주어서 읽으면서 장마다 나온 내용을 정리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저자인 '마쓰오가 세이고'는 우리나라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지만, 일본에서는 출판, 저술활동, 책읽기 등에 있어서 꽤 잘 알려진 사람이다. 지금은 온라인 ISIS (아시스)의 편집학교를 운영하고 '비추얼 북시티'를 구축하고 있으며, 독특한 오프라인 서점도 기획하고 있는 사람이다. 한마디로 장르와 미디어를 넘나드는 다양한 작업을 전개한다. 한마디로 책을 읽고, 편집하고, 기획하는 일을 한다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책을 통한 지식의 방대함, 그리고 독서에 대한 열정.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책 속에서 삶의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다.
'세이고식 책읽기' 이 책을 통해서 책을 읽는 방법이 얼마나 다양한지를 깨닫게 되었다. '때와 장소에 따른 다양한 느낌의 독서들'이라면서 나열된 독서 방법들.
感讀, 耽讀, 惜讀, 愛讀,감독(敢讀), 范讀, 食讀, 錄讀, 味讀, 雜讀, 挾讀, 亂讀, 吟讀, 攻讀, 系讀, 引讀, 廣讀, 精讀, 閑讀, 蠻讀, 散讀, 組讀, 筋讀, 熟讀, 逆讀, 雜讀....
아찔하신가요? 그런데, 이 책에서는 이런 독서의 방법이 있다는 것만을 알려 줄 뿐이지, 그에 대한 자세한 요령은 이야기하지 않는다.
세이고는

진정한 독서는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이 아닌 다양한 방법으로 책을 즐기는 것 (옮긴이 서문)
독자 스스로 독서를 통해 지식을 편집하느 방법론을 터득해야 한다. (P6)
 아무리 많은 독서 방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에 많는 방법이 있을 것이며, 책을 읽는 것을 즐긴다는 생각이라면, 2권 이상의 책을 조합하여 번갈아 읽는 조독은 한 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방법일수도 있을 것이다.
그가 권장하는 방법중에 '세 권의 나열'은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에도 선택의 기준이 되는데, 근처에 전시된 세 권의 책을 연결하여  구입하여 읽는 방법이다.
그보다 더 관심있게 생각되는 방법은 관련이 있는 책을 함께 읽는 것이다. 장르를 무시하고.... 소설을 읽는다면, 그 소설과 관련된 민속학책이나, 역사책을 함께.
그리고 그가 즐기는 독서 방법중의 대각선으로 책을 읽는 방법은 전혀 다른 분야의 책인 민속학 책과 물리학 책을 함께 읽는 방법이다.
  이 책에서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내용은 '센야센사쓰'인데, 이것은 저자 '마쓰오가 세이고'가 온라인에 매일 밤, 한 권의 독서 감상문을 올리고 있는 프로젝트인데, 그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책의 서평이나, 비평을 쓰는 것이 아니라 여행감상문을 쓰듯이 독서감상문을 쓰는 것이다. 그는 공감체험을 안내하는 기록이라고 칭한다.
독서란, 일상생활에서 다른 행동들처럼 그냥 가볍게 받아들이는 것이지, 특별한 행동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책은 그동안 다독술에 대한 궁금증을 많이 풀어주었다. 그러나, 각자 독자들에게는 자신에 맞는 독서 방법이 있으니,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방법으로 읽으면서, 가능하다면, 새로운 독서방법도 시도해 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든다.
나처럼 정독이 독서하기에 수월한 사람도 때론, 소설책과 그 당시의 역사책을 함께 읽는다면, 소설의 이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에게는 저마다 책읽는 법이 있으며, 각자 좋아하는 방법으로 읽으면 됩니다. (P178)
웅덩이라니요? 웅덩이나 작은 연못입니다. 웅덩이나 연못을 들여다 보면 크고 푸른 하늘과 주변의 건물들이 투영되어 있습니다. 작은 연못이지만 들여다 보면 각도에 따라 큰 하늘도 들어갈 수 있지요. 더 바짝 들여다 보면 자신의 얼굴이 투영됩니다. 이것은 '눈쌍 구름을 타다' 입니다. 저는 이 한 권으로부터 저의 독서 인생을 자각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P191)

 


독서에 몰두하여 책에 빠져 살다보면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든다. 책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들은 세상 사람들과 멀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책들이 모두 흥미롭고, 관심이 가는데,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도.... 그리고, 독서를 하는데 드는 시간도 만만하지가 않으니, 독서를 제외한 세상의 일에 관심을 갖기에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고, 세상의 일에 관심을 가지다 보면 책을 읽을 시간이 부족해지게 된다.
이럴 때에 복선적이고 복합적 방법인 '창조적 책읽기'가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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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
김인숙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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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라는 아름다운 말은, 그러나 더욱 잔혹한 피를 불렀다. 누구나 황제가 될 수 있으니 누구나 죽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황제가 되기 전에도 황제가 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피바람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65쪽

배반하지 말라, 무엇도 배반하지 말라. 그리고 의심하지 말라! 내가 다만 조선의 앞날을 우려하고 있음이니!-75쪽

그러나 같은 시간, 세자는 결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이긴 자와 진 자의 자리가 다르다는 것을. 완전히 굴복해 보지 않은 자는 더 알지 못하는 것이다.진 자의 자리는 바닥이 아니라 바닥 아래보다 더 낮은 곳이었다. 더는 내려갈 곳이 없으므로 그 자리가 바로 죽음이었다. 벌판에 세워져 있던 또 하나의 막차 안에서 패국의 세자는 언젠가 그들의 자리가 바뀌게 될 날만을 기다렸던 것이다. 자신의 생이 다하는 날까지 기다려도 안 된다면 그 다음 생에. 또 그다음 생이 있을 것이다. 조선이 살아남는다면 결구 그리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세자의 염원이었다. -314쪽

내가 조선의 세자, 임금의 아들이다. 미천함과 부족함을 논할 자리에 있지 않으니, 나의 유일함을 세상에 떨칠 날이 있으리라. 그러한 날이 오리라. 그 때에 네가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니 나의 한 몸인 형제여. 어디에 있거나, 어느 자리에 있거나, 어질고 강건하거라.-328쪽

강물이 거슬러 흘러 그의 발목을 적시게 되더라도 다만 그에게 변하지 않는 것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그가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세자와 나란히 서서 같은 곳을 바라보던 기억들.... 그때 고요히 흘러 넘치던 세자의 고독을.... 드러낼 수 없어 더욱 깊은 외로움이 자신의 몸으로 전해지던 것을 그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거슬러 흘러 그의 발목을 적신 강물이 그를 마침내 진실로 고독하게 만들 것이므로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때에는 자신의 곁에 누구도 없으리라는 사실을 봉림이 알지 못했다. -3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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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 바쁜 일상에 치여 놓치고 있었던, 그러나 참으로 소중한 것들 46
정희재 지음 / 걷는나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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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살아가면서 만나는 사람들. 그들속에서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과의 만남은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이 책과의 만남은 그런 느낌을 주는 아주 아름다운 만남이다. 소란스럽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고, 떠벌리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아름답고 분위기있는 사진들과 함께 들려주기때문이다. 도시속에서 살아가는 도시인의 평범한 일상들을, 그리고 여행지에서의 일탈들을 아주 작은 소리로 조근 조근 이야기해준다. 그녀 자신이 살아오면서 깨달은 삶의 지혜와 사람과의 만남를 이야기해 준다. 그런데, 이 책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그 글들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이해하고 감싸주는 그녀의 삶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인 '정희재'는 어려서는 전라도에서, 학창시절은 경상도에서, 커서는 서울에서 살아오면서 나름대로 서울말씨와 억양을 고루 익혔다고 3개의 국어를 익혔다고 자부하지만, 우리들이 외국어를 원어민처럼 할 수 없는 것처럼 언제나 말씨에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면서 여기에서부터 정체성의 혼란을 빚게 된다. 그러니, 그녀가 도시생활에서 느꼈을 이야기들이 이 책속에 들어 있을 것이라는 것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그동안 여러 권의 책을 내고, 티베트 승려의 자서전을 번역할 정도로, 그리고, 중국의 탄압에 저항하는 티베트에 도움을 주는 일과 인도, 제3세계 어린이, 북한 어린이 돕기에도 동참할 정도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 일들이 모두 가슴 따뜻한 일들이라는 것이다. 내가 작품으로 기억하는 저자는 '칫솔맨, 도와줘요!'의 그림책이다.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까지...
작자는 책표지글에서

이 책은 한 도시인이 자신의 정체성과 존재의미를 묻고 답하는 길에서 주운 작은 열매라고 할 수 있다. (...) 사람의 마음과 마음이 부딪쳐 일으키는 불꽃이 한 영혼의 키를 얼마나 키워 주었는지도 찬찬히 살펴보고 있다. (...) 사랑과 행복, 교감, 고통, 상실의 순간을 정리화면처럼 붙잡아 보고 싶은 한 도시인의 내면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작가의 말 중에서)


이 짧막한 자신의 책을 소개하는 글에서도 느껴지듯이 여성 작가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상황을 분석하는 예리한 통찰력과 섬세한 필치로 글이 깔끔하면서도 정감이 느껴지는 것이다. 그리고, 책 속의 사진들에서 시각적이고 감각적인 면까지 함께 갖춘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한 독서를 지나 정서적으로 순화되는 마음까지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인생이란 어는 한 순간에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다림이며, 가장 나다운 나와 만나는 먼 여정 (p37)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어떤 삶을 살고 싶었는가? (p38)
우리네 삶도 잠깐 머물다 가는 여행객 신세이건만 공항밖에서는 왜 그리 자주 고생은 고생일뿐이고, 답답함은 그저 답답함 뿐인지 (p118)
아주 평범한 도시의 일상들은 때론 따뜻한 마음으로, 때론 긍정적인 마음으로 차분하게 써 내려가는 글들에는 한 번 읽고 책장에 꽂아두기에는 아까운 좋은 구절들이 읽은 후에도 계속 마음속에 남아 있게 된다.  저자는 아마도 삭막한 도시에서 혼자 밥먹기 등을 통해 외로움을 체험한 후에 새로운 인연들을 만나 배려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배우고, 거기에서 진정한 삶의 모습과 행복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읽는내내 젊은 작가인듯한데, 그 나이에 벌써 이렇게 세상을 잘 알고, 잘 살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아심도 생겼다. 역시나 이런 아름다운 마음은 세상밖으로 나가서 히말라야 오지를, 인도를 돌아다니게 만들었고, 그 결과 세계의 어린이들과 나라밖의 도움이 필요한 곳에까지 희망을 안겨주려고 동분서주하는 것이다.
봉천동, 신림동의 지하방의 도시생활에서 시작하여 이제는 나라밖으로 까지.....
정희재는 촌사람, 도시인, 여행자, 일상인.... 이런 다각적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이 다양하게 펼쳐지는 것이다.

 

사랑하되 집착하지 않고 끝끝내 어느 곳에도 당도하지 못한다해도 괜찮은 평화가 그녀의 마음속에 있다. (p310)


이 책에는 '바쁜 일상에 치여 놓치고 있었던 그러나 참으로 소중한 것들 46'가지가 소개되는데, 그중에 '정리하기- 묘비명'이 있다.
일본의 소설가인 '무라카이 하루키'는 '무라카미 하루키. 작자겸 리더,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라고 한다. 그가 마라토너로도 유명하기에....
프랑스의 작가 '미셸 투르니에'는 '내 그대를 찬양했더니 그대는 그보다 백배나 많은 것을 내게 갚아 주었도다, 고맙다 나의 인생이여'라고 했다 한다. (p312~313 중에서 발췌)
그렇다면 그녀는
'이제 안 일어나도 되는 건가?' 한 줄 더 허락된다면 덧붙이고 싶은 말은 '언제까지?" 지금껏 의문형으로 끝나는 묘비명은 본 적이 없다. 만약 내 것이 최초라면 나는 삶의 최후에 이르러서야 최초의 흔적을 지닌 존재가 된다. 아무려면 어떤가. 설사 아니라고 해도 이것으로 만족하고, 소인은, 아니 거북이는 물러가련다. (p314)
이 묘비명의 글에서 나는 작가의 삶의 모습을 그대로 알 수 있었다. 아마, 다른 독자들도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될 것이다. 언제나 긍정적인 그녀의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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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스무 살 - 깜찍한 20대, 세상에 딴지를 걸다
김수현 글.그림 / 마음의숲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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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ti- Cool 카툰 에세이. 'Cool' 이 아닌 'Anti- Cool'이란다. 그것은 스무살의 피는 뜨겁기에 절대 쿨해질 수 없기때문이란다. '인생의 가장 뜨거운 날인 지금. 스무살 감성을 스타일링하라.(책 뒷표지글 중에서)고 이 책의 저자는 이야기한다. 또한, 20대 감성 크리에이터인 김수현은 자신의 삶을 '내 마음 가는대로 사는 삶'이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그녀의 목표는 '쿵쾅거리며 스릴있게 사는 것'이란다.
물론, 젊기에. 20대이기에. 스무살만이 가능한 목표이기는 하지만, 처음에 이 부분을 읽었을 때 나는 상당히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젊다고 너무 세상을 얕잡아 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섞인 시선으로 책을 읽어 내려갔다. 이 책은 저자가 책에서 밝혔듯이 잘 쓴 글은 아니고 생각을 기록한 것이라고 했듯이, 보통의 에세이와는 좀 다른 면이 있다. '카툰 에세이'이기에 글과 함께 그림이 차지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몇 년전에 나왔던 '파페포포'시리즈처럼. 

 
아주 시각적이고 감각적인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글과 함께 일러스트까지 직접했다. 몇 페이지를 읽다보니 'Anti- Cool '이라고 했건만, 상당히 'Cool'하다. 20대의 생각이라기에는 너무도 밝고 맑은 마음을 가졌고, 건전한 정신을 가지고 있는 글들이다. '삶의 아름다움이 삶의 도처에 널려 있'음을 알고 있는 것이다.  청춘이기에 가능한 생각들. 청춘이기에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들에 대한 생각을 적었으리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삶의 깊은 의미를 알고 있는 듯이 느껴질 정도로 아름답고,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스무 살들에게 이야기 해주고 있는 것이다. 삶에 대해서, 사랑에 대해서, 이별에 대해서, 친구에 대해서, 목표에 대해서..... 주제별로 떠오르는 단상들의 모음이라기에는 너무도 무르익은 삶의 모습을 볼 수 있게 해주는 글들이다.

 

* 필요한 만큼의 공간과, 필요한 만큼의 돈, 필요한 만큼의 욕심. 우리는 필요   이상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고 있는가.
* 20대의 가장 큰 특권은 바로 실패할 수 있는 자유다.

 
해 보지도 않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해보라고.....
인생은 하고 싶은 일만하고 살기에도 너무 짧음을 일깨워준다.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읽어도 무리없이 다 읽고 내릴 수 있을 정도의 짧은 글들이지만, 그 속에는 깊은 삶의 깨달음이 있는 그런 책이다.
참으로 젊다는 것은 감사할 일이며, 비록 그 나이를 지났더라도 그 나이대로의 감사하게 생각할 일들은 얼마든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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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여행자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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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요시다 슈이치'는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을 10년간에 걸쳐서 10개의 도시를 둘러싼 10편의 단편소설로 엮었다. 물론, 단편소설을 묶어서 출간할 경우에 어느 정도의 시간차가 있기는 하지만, 10년에 걸쳐서 써 내려온 작품이기에 그 작품들에서 느낄 수 있는 느낌들이 많이 다를 수가 있다. 다시 말하면, 10편의 단편들은 발표시기, 수록했던 지면, 작품의 분량, 주제, 등장인물, 분위기가 다른 각양각색의 글들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다만,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늘 '요시다 슈이치'가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공간, 그리고 사람들이 넘나드는 '거리'에서 일어나는 삶의 모습을 썼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여기까지는 옮긴이의 글을 거의 인용한 것인데, 실제로 이 책의 글들을 읽어보면 '10개의 도시'라는 표현은 좀 과장된 표현이 아닐까 한다. 8편의 작품이 일본의 도시들이 배경이고, '영하5도'가 서울을, 그리고 상하이는 '24pieces'에서 잠깐 언급될 뿐, '10개 도시를 둘러싼'이라는 글이 뜻하는 바를 나는 찾지를 못했다. 이 책에서 도시가 꼭 어떤 것을 은유하거나 '여행자'라는 단어에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여행'을 생각하여 '여행에세이'적인 단편소설들을 생각했다면 이 책에 담겨진 작품과는 많은 거리감이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먼저, 책을 받아든 순간, 먼 나라에서 온 한 통의 편지를 연상하게 하는 스탬프와 표제옆의 뚫린 공간으로 보이는 도시의 지도. 호기심에 책표지를 벗기니, 어느 도시의 지도이다. 그 지동에 쓰여진 지명은 이 책의 단편소설들의 제목들이었다. 지도는 나와 너무도 가까웠던 것이기에. 대학생때부터 접했던 그 지도. 그리고, 사회에서도. 그리고, 낯선 여행길의 나의 동반자가 되어 주었던 지도. 그래서 나는 이 책이 낯설기보다는 더욱 친근감이 있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작품중의 '24pieces'의 경우에는 짧막한 단 7쪽의 글(그것도 띄워쓰기가 많은) 이었다. 작가인 '요시다 슈이치' 는 삭막한 도시속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여러 모습으로 표현했다. 각 작품들은 모두 다른 모습의 느낌으로 표현되었다.

'캔슬된 거리의 안내'처럼 매우 관념적인 문학 풍미가 흘러 넘치는 작품'(...)
'나날의 봄' '영하 5도'처럼 도시적이면서도 달콤한 연애 분위기가 드러난 작품(...) '젖니' '녀석들'처럼 모순적이고도 모호한 인간 심리에 초첨을 맞춘 작품도 있다.
(p261) - 옮긴이의 말 중에서 -

그런데, 나는 이 책을 읽기전부터 과연 일본인 작가인 '요시다 슈이치'는 우리의 서울을 어떤 모습으로 어떤 이야기로 그렸을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는데, '영하 5도'라는 작품을 통해서 비쳐지는 서울을 배경으로 한 일상은 거의 어색한 느낌이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것이다. 그의 작품의 대부분이 너무도 사소하고 평범한 일상들을, 그리고 작품의 전체적인 구성이나 대사처리도 평범하기에 그의 작품을 읽으면, 그냥 우리의 일상인듯한 느낌들이 든다.  그저 어제가 오늘인듯. 오늘이 내일이 될 것같은 그런 일상이 그의 작품속에 그대로 담겨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어찌보면 무미건조한 느낌이 든다. 단편소설의 묘미라고 할 수 있는 반전 또한 그의 작품에서는 찾아 볼 수가 없다.
그러나, 자세히 들어야 보면, 그의 작품속에는 사람의 심리를 섬세하게 꿰뚫어보는 시선이 있고, 그것은 우리들 인생의 모습이고, 삶의 단면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중에 가장 긴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는 '캔슬된 거리의 안내'는 작품속에 액자구성이 되어 있는 소설로, 한심한 형을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과 일상, 그리고 지금은 페허의 섬이지만, 전에는 광부들이 살았던 군함도에서 가짜(?) 가이드를 하던 과거의 생각, 그리고 자신이 쓰는 소설속의 이야기가 함께 어우러진 작품이다. 소설속의 그가 쓰는 소설은 헤어진 여자친구의 가족과 계속 관계가 이루어지는 특이한 관계를 소설로 쓰는 것이다. 그런데, 어울릴 것같지도 않은 이 3개의 이야기가 하나의 이야기로 쓰여졌는데, 이 작품은 작가의  문학, 소설가로서의 길찾기 역할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한다. 작품속의 인물들이 자신의 삶에 소극적이지만, 자신을 얽매고 있는 현실에도 어떤 빈틈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며,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원래의 이 책의 제목(원제)이 바로 수록된 단편소설중의 제목인 '캔슬된 거리의 안내'하는데, 역시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10년의 세월에 걸쳐 발표한 단편 10편을 묶어낸 이 작품은 데뷔작 『최후의 아들』부터 그의 대표작 『악인』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긴 창작의 궤적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제목(원제 : 캔슬된 거리의 안내)에서 말하는 ‘거리의 안내’란 작가가 작품들을 통해 독자에게 제시하는 길 안내라는 표면적인 의미를 넘어 작가 자신의 길 찾기, 즉 문학의 길 찾기와 소설가로서의 길 찾기를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추천평중에서)
'캔슬된 거리의 안내'에 나오는 글중에
석연치 않은 것은 그때부터였다. 어쩌면 도둑인데 알아채지 못하게 하려고 일부러 당당하게 행동한 게 아닐까? 도둑이 도둑답게 행동할 리는 없다. 가짜는 진짜인척하기 때문에 가짜인 것이다. (p 197)
어쩌면 우리들의 삶도 이런 것이 아닐까?
살아가는 모습에서 '가짜'이면서 '가짜'가 아닌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 '진짜'처럼 행동하면서 살아온 날은 없는가?
삶의 '가짜'와 '진짜'를 생각해 보게 되는 '도시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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