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 불어넣기 아시아 문학선 8
메도루마 슌 지음, 유은경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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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메도루마 슌'은 오키나와 출신으로 '오키나와'를 소재로 한 작품들을 쓴다. 그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키나와'의 역사를 대충이라도 알아야 한다. 오키나와는 '낯선 일본'이라고 할 정도로 같은 일본이면서도 본토와는 다른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일본이 2차세계대전에서 패전국이 되면서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1951)에 의해 군사요충지였던 오키나와는 27년간 미군정통치하에 들어간다.오키나와에서는 미국달러를 사용하였으며, 1972년에 일본에 반환되는 과정에서 이곳의 주민들은 일본의 엔화를 처음 접하게 되면서 달러에 비해서 엔화가 조잡하다는 생각들을 가지는 이야기가 이 책의 작품에서도 소개되고 있다. 더군다나 일본이면서도 오키나와에서는 인명, 지명을 읽을 때에 같은 한자임에도 다르게 읽는다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중에 미군의 폭격 등으로 인해 전쟁 희생자가 15만명이나 되었으며, 그당시 같은 일본인인 일본군이 오키나와에 들어오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 사람들이 일본군에 의해서 비참하게 희생당하기도 하고, 식량 등을 약탈당하기도 한 아픈 상처를 가진 곳이다. 또한, 풍광도 태평양상의 아열대지역의 바다를 연상할 정도로 예쁜 물고기들이 있는 산호초 바다가 아름답다고 한다.
'메도루마 슌'은 이런 전쟁의 아픈 상처를 가진, 그리고 미군기지를 둘러싼 이야기들을 작품속에 담고 있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은 6 작품으로 작품마다 특색있게 이야기가 펼쳐진다.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상과 기야마 쇼헤이 문학상을 수상한 '혼불어넣기'는 전쟁 고아인 고타와의 혼이 빠져나가서 그를 아들처럼 돌보던 우타 할머니가 초혼의식을 하여 혼을 불어넣으려고 하는 이야기와 혼이 빠진 고타와의 입안에 소라게가 기생하면서 들락날락하는 그로테스크한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전쟁중의 이야기인 고타와의 부모에 대한 회상, 소라게와 바다거북에 대한 연관성까지 이어진다.
이와같은 '혼' 신을 모시는 여자인 '신녀'에 대한 이야기는 '이승의 상처를 이끌고'에서도 나타난다. 할머니와 함께 살다가 혼자된 아이가 성인이 되어가면서 누군가에게 의지하며 사랑을 느끼다가 결국에는 비참하게 세상을 떠나는 이야기.
죽는 순간의 묘사에서 죽음후의 춥고, 어둡고, 넓고,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곳에서 아는 사람들을 그리워하고 보고싶어하는 이야기로 끝맺음하는 것이 더 가슴이 아려오게 만든다. 

미안해, 이렇게 긴 이야기를 늘어놓아서, 너같이 어린 여자 애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줘서 말이야. 하지만 너는 나처럼 되면 안돼. 절대로. 아, 작은 물고기 떼가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구나, 반짝 반짝 빛나면서. 그 사람도 어디선가 이 빛을 보고 있을까.... (P204)
그런데, 아무래도 이 책에서 가장 많은 느낌이 남는 작품은 표제작인 '브라질 할아버지의 술'일 것이다. 어떤 이유에선가 (가난때문이리라) 어릴적 브라질에 가서 살다가 온 할아버징와 그 지역의 개구장이 소년과의 풋풋한 이야기로 시작되면서 할아버지의 무용담, 할아버지에 대한 소문 들이 소개된다. 할아버지와 함께 산호초바닷가에서의 새우잡이. 그러나, 아름다웠던 이야기들은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그리고, 어린시절에, 할아버지의 아버지가 브라질로 떠나는 할아버지에게 술을 담가서 묻어둔 장소를 가르쳐 주면서 먼훗날 꺼내 보라고 했던 할아버지의 아버지의 이야기. '잊지마라'하는 그 한마디를 죽을 때까지 간직했을 할아버지. 그러나 너무도 할아버지의 죽음을 하챦게 여기는 사람들과 할아버지가 아끼던 술이 무용지물이 되어서 깨져버리는 이야기는 너무도 아프게 다가온다.
그러나, 더 오싹한 것은 '투계'가 아닐까 한다. 아버지가 선물로 준 다우치(오키나와 투계)를 애지중지 기르던 중에 조폭들에 의해서 빼앗기고, 그들이 투계를 이용하여 돈을 벌고 마지막에는 비참하게 희생당하는 이야기인데, 투계인 '아카'의 투계장면이나 비참한 죽음이 너무도 전율을 느낄 정도로 소름이 끼친다고나 할까. 마지막 복수의 장면이 통쾌하면서도, 착한 소년의 마음속에 숨겨져 있던 분노의 폭발의 묘사가 인간의 속성을 생각하게 해주기도 한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을 보면 '메도루마 슌'의 문학성을 알 수 있는데, 그가 쓴 작품들의 소재가 오키나와의 아픔을 그려내면서도 문장의 유려함때문에 너무 어둡게 그려지지가 않는다는 것이다. 문체에서도 색채감이 느껴질 정도로 묘사력이 대단하다. 그리고, 작품속의 내용을 보면서 그가 오키나와의 생물들의 종류나 생태 특징까지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제주직박구리, 틸라피아, 소라게, 바다거북, 바다 반딧불이,백로, 물떼새, 상사수, 흰독말풀꽃 등등등....
그리고, 미군부대근처의 실태나, 오키나와에 건설된 제당공장과 양돈장에 얽힌 폐수, 오염, 기형물고기들의 소재까지도 함께 다루고 있다.  
또한, 오키나와의 세속과 풍물, 신화까지 너무 잘 알고 있고, 그것들이 작품속에 녹아 있는 것이다. 작품을 읽다보면, 신화같기도하고, 전설같기도 한 내용들도 엿보인다.
이 책을 통해서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던 오키나와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던 것이다. 탁월한 저자의 문체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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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 씨앗
왕자오자오 지음, 황선영 옮김, 황리 그림 / 하늘파란상상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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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 탄신일인 4월 초파일이 되면, TV에서는 절의 풍경들과 함께 산사의 이야기들을 담아 낸다. 그중에 빠지지 않는 것이 아직 철없는 동자승들의 이야기이다. 절에서 생활하는 동자승들의 모습은 천방지축이다가도 부처님을 공양하고 불경을 공부할 때는 의젓한 어린 스님의 모습으로 돌아가곤 한다. 이런 모습은 그동안은 무관심하여 생각지도 않고 있다가 석가탄신일에 즈음하여 한 번씩 동자승의 생활을 엿보게 되는 것이다. '안의 씨앗'은 어린이들에게는 좀 낯설게 느껴지는 동자승의 이야기를 통해서 삶의 지혜를 가르쳐 주는 그림책이라고 할 수 있다.
산사의 노스님께서는 동자승 본, 정, 안에게 '수천 년 된 아주 귀한 연꽃' 씨앗을 나누어 주면서 '이 씨앗을 심어서 싹을 틔워라' 하신다.
    
'천 년의 씨앗'을 누가 싹을 틔울 수 있을까? 연꽃 씨앗을 틔우기 위한 동자승의 행동은 3인 3색이다.
'내가 가장 먼저 꽃을 피울거야' 하는 마음에 본은 눈덮인 땅 속에 씨앗을 묻고, '어떻게 하면 빨리 꽃을 피울 수 있을까'하는 마음에 정은 연꽃에 관한 책들을 찾아 공부하면서 좋은 화분을 마련한다.
본의 마음이 성급한 마음이라면, 정은 학구적이지만 이론만을 앞세웠다고 할 수 있를 것이다. 그런데, 안은 자신의 주머니에 씨앗을 넣어 두고, 자신의 일을 충실하게 한다. 안은 봄이 되어서야 연못 한쪽에 씨앗을 심고, 때가 되자 씨앗은 싹을 틔워서 수려한 연꽃을 피우게 된다.
 
  동자승들의 이야기라는 좀 멀게 느껴지는 대상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이야기속에는 귀중한 말씀이 숨어 있는 것이다.
노스님이 주신 '천 년의 씨앗'. 그것은 가장 소중하고 귀중한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들은 본처럼 귀한 것을 얻기 위해서'빨리 빨리 ' 서두르지는 않았는가? 아니면, 우리의 목표를 향해서 눈앞에 닥친 일에만 열중하지는 않았는가? 너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귀하게 여기다가 낭패를 보지는 않았는가?
안은 귀한 연꽃 씨앗이지만, 그것이 쓰일 때가 아님을 알고, 주머니에 넣어둔채 봄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바로 씨앗이 심어져야 할 시기를 알았고, 씨앗을 어디에 심어야 되는 줄도 알았던 것이다. 연꽃 씨앗은 좋은 화분에서 자라는 것이 아니라, 연못에서 자랄 수 있음을 알았던 것이다. 안은 그런 자연의 섭리를 생각할 줄 알았으며, 봄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자신의 일에 충실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여유를 가지고 때가 오기를 기다릴 줄 알았던 것이다.

 
  우리 어린이들도 이 책을 읽으면서 안의 행동을 통해서 '기다림의 지혜' 를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서두르지 않고 기다려서 얻을 수 있는 것. 기다림끝에 얻는 것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는 것이다.

봄이 오자, 안은 연못 한쪽에 연꽃 씨앗을 심었습니다.
며칠 뒤, 안의 씨앗에서 싹이 텄어요. 안은 파릇파릇하게 돋아난 연잎을 보고 몹시 기뻤습니다.
어느 여름날 아침,
천 년의 연꽃이 따스한 햇살 아래 살포시 피어났어요. (그림책 내용중에서)
아름다운 연꽃처럼, 아름답게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기다림의 지혜'를 배울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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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가 최고야 킨더랜드 픽처북스 9
앤서니 브라운 글.그림, 최윤정 옮김 / 킨더랜드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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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가정에서 '아빠'라는 존재는 아주 작고 힘없는 존재로 낮아졌지만, 어린이들에게 아빠란 이 세상에서 가장 힘도 세고, 무슨 일이든지 척척척 다 할 수 있는 '천하무적'처럼 크고도 큰 모습으로 비쳐 질 것이다.
'앤소니 브라운'의 그림책인 '우리 아빠가 최고야'는 그런 아빠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어린이의 눈에는 아빠가 이 세상에서 최고이다.
그런데, 그 표현이 잘 재미있다.
마치, 친구들과 우리 아빠는 너네 아빠보다 이걸 더 잘해 하는 식으로 자랑을 늘어 놓는다. 어린이의 눈에 비친 그대로.... 그러다보니,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동물과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물과 비교를 한다.
'말만큼 많이 먹고 물고기만큼 헤엄을 잘친다.'
'고릴라보다 힘세고 하마만큼 늘 기분이 좋다.'
'집채만큼 몸이 크면서도 곰 인형처럼 부드럽다.'
'부엉이처럼 똑똑하기도 하고, 빗자루처럼 바보같기도 하다.'
이런 우리 아빠는 못하는 것이 없다. 심지어 그 큰 둥치로 빨랫줄 위로 걸어 다닐 수 있다고 생각을 한다.
유아적 발상이 너무도  재미있다. 그러나, 솔직하게 표현을 하고 있다.
아빠가 빗자루처럼 바보처럼 보인 적도 있는가 보다.
그런 아빠를 어린이는 사랑한다. 영원히~~~
 
 
 

우리 아빠는 거인이랑 레슬링도 할 수 있고, 운동회날 다른 아빠들이랑 달리기 시합을 해도 아빠는 문제없이 이긴다. 우리 아빠는 최고야. (...) 축구는 또 얼마나 잘 하는데! 그리고 나를 얼마나 웃겨주는지 모른다. 나도 우리 아빠가 정말 좋다. 왜 그런지 알아. 아빠가 나를 사랑하니까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몇 장 안되는 그림책이지만 그림책속에는 아빠에게 느끼는 어린이의 마음이 그대로 들어가 있어서 간결하면서도 순수하다. 더군다나, 그 표현이 너무도 재미있어서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도서관에서 '우리 아빠가 최고야'를 찾다가 보니, 이 책을 쓴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이 제법 많았다. 그의 그림책에는 월이와 함께 침팬지와 고릴라가 많이 등장한다고 한다. 어릴적의 '킹콩'에서 받았던 인상이 깊었기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우리 아빠가 최고야'의 아빠도 덩치가 큰 고릴라를 연상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 아빠의 복장이 더 흥미롭다. 우리들의 아빠가 집에서 가장 편한 파자마와 나이트 가운을 입고 있는 것처럼, 이 그림책 속의 아빠는 달리기를 할 때도, 레슬링을 할  때도, 춤을 출 때도 파자마 바람이다.
 
  어린이의 눈에는 어른의 모습이 있는 그대로 보이듯이, '앤서니 브라운'도 우리의 아빠를 보이는 그대로 표현한 것이다.
어린이가 자라면 자랄수록 아빠의 권위가 사라지고 있는데, 이제부터는 어린이 눈에 비친 우리 아빠처럼, 모든 일에 자신감있는 그런 아빠로 되돌아 왔으면 참 좋겠다. 늑대도 안 무서워하고, 달위도 뛰어 넘을 수 있고, 빨랫줄 위로 걸을 수도 있고, 힘도 세고, 헤엄도 잘 치고, 똑똑하고, 춤도 잘 출 수 있고, 그러나 때론, 빗자루처럼 바보같아도, 영원히 영원히 자식을 사랑하고, 자식이 사랑하는 아버지로 남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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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파업 중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4
김희숙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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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내곁에 있는 사람이라도 눈여겨 보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없는 거나 다름없다. 가까운 곳에 있는 아픔을 지닌 사람을 눈여겨 볼 수 있는 마음.
이것이 '엄마는 파업중'의 주제인 것이다.
우리들은 관심이 있는 사람이 있으면, 한 번 더 쳐다보게 되고, 말도 걸어 보고 싶어지고, 좋은 물건이 있으면 살며시 건네주고도 싶고,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같이 먹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가 내곁에 있을지라도 그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에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12편의 창작동화가 실려 있다. 그 주인공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는 사람들은 우리들이 눈여겨 보지 않거나, 소외시켜버리기 쉬운 사람들이다.

'형아지기'에서 형은 정신지체아이다. 동생은 형을 보호하여야 하기에 친구들과 끝까지 놀 수가 없다. 그런 형이 '왜 태어나 속을 썪일까?'하며 투덜거리지만, 어느날 형이 없어지자 빗속을 헤매면서 형을 찾는다. 형을 찾고 비로소 알게 되는 형의 존재.... 꼭 껴안은 형의 심장에서 들리는 소리. 동생은 형이 자기에게 심장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느낀다.
'붉은 해'에서는 부모가 바빠서 혼자 노는 아이가 새로 이사온 아파트 베란다 넘어 보이는 긴 의자에 앉아 있는 노인의 쓸쓸한 모습을 보게되고, 노인과의 대화를 통해 붉은해에 얽힌 어린날의 추억 이야기를 듣게 되고, 노인의 벗이 되지만 멀잖아 노인이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간다.
'아카시아 꽃내음'에서 엄마의 병으로 학습 준비를 못해 오는 요한이 싫었지만, 소년의 엄마의 등장으로 요한의 아픈 가정사를 알게 되고 살며시 그의 손을 잡아 줄 수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 그 때 풍기던 아카시아 꽃내음.
이 책을 읽는 요즈음, 산에는 아카시아 꽃이 만발하기 시작했고, 그 향기가 진하게 퍼져 나가서 마음이 산뜻해지는 것과 맞물려서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이야기들이다.
가부장제밑에서 친정에 온 딸은 잠자고 먹고 놀지만, 엄마는 아파도 힘겹게 일을 해야하는 현실. 그리고 엄마는 항상 집안 살림에 청소, 빨래, 요리에 힘겨워 하다가 드디어 파업을 선언하는 이야기. 그런데, 모두 아름답게 끝을 맺는다.
그밖에도 이 책에는 병약한 소년 소녀의 이야기가 많다. '형아지기'의 정신지체아 형, '키재기'의 곱사둥이이며 안짱다리인 은지, '날개 달린 소년'의 곱사둥이 유진, '연둣빛 꿈'의 벙어리 이슬이.

이처럼, 이 책에는소외되기 쉬운 사람들이나 병약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씌여져 있다.  그러나, 이 책속의 주인공들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그들에게 따뜻한 사랑을 베풀어주는 것이다. 그것은 이 글을 쓴 작가가 현직 초등학교 교사이기에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들을 따뜻하고 아름답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야기중의 '날개달린 소년'은 그중에서 가장 슬픈 이야기이다.
곱사둥이 유진이가 하늘나라로 가는.....
하늘에는 은 빛 날개를 편 백조 한 마리가 갸냘픈 날개짓을 하며 골목을 내려가는 소영이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지요. (p151)
마음의 문을 열고 우리 주위를 둘러본다면, 학교 생활에서, 사회에서, 가정에서 소외된 소년 소녀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우리가 그들은 조금만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건널 수 있다면 그들에게는 아주 큰 마음의 선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가족들에게도 관심을 가져주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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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사람과 함께 울라 - 윤판사가 보내는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
윤재윤 지음 / 좋은생각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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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울고 싶다면, 아니 지금 내가 울고 있다면 나와 함께 울어 줄 사람이 있을까?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눈물, 그 눈물을 같이 흘릴 사람이 있을까?
내 아픔을 함께 울어주는 그런 눈물과 같은 마음을 가지고 내가 우는 사람을 보듬어 줄 수는 있을까?
참회한 사형수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기 직전에 자신에 의해서 목숨을 잃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사죄를 고하고, 자신의 어머니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헬렐루야'를 부를  때에, 또 다른 사형수가 그동안에 새 사람이 되어서 아름다운 나라로 떠남을 기쁘게 생각하며 '할렐루야'를 우렁차게 외치면서 사라질 때에 그들을 지켜보았던 교도관들과 검사, 의사, 신부들이 흘렀던 눈물.....
자신의 딸을 살해한 살인범을 법정에서 용서해 주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심정을 바라보면서 흘렀던 눈물....

물레방아처럼 울어라
네 영혼의 뜰에 푸르른 약초가 돋아나리니
누가 너를 위해 울어 주기를 원한다면
지금 울고 있는 사람과 함께 울어라
내가 누군가에게 사랑받기 원한다면
네 옆의 약한 사람을 먼저 사랑하여라. ( 잘랄 앗 딘 알 루미)   (p4)
저자는 검사시보 시절부터 시작하여 오랜 판사 생활을 하면서 법정에서 만났던 사람들을 통해서 느꼈던 이야기들을 이 책에 담고 있다. 
  법정이 어떤 곳이던가....
사람들이 일생을 살아가면서 단 한 번도 가보고 싶지 않은 곳. 그 곳에는 항상 다툼이 있고, 분쟁이 있고, 미움이 있고, 비리가 있고, 부정이 있고, 아픔이 있는 곳이다. 그렇기에 그곳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이야기도 있는 것이다. 저자는 가장 아픈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그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낼 수도 있었던 것이고, 그들의 삶을 통해서 삶의 해답도 찾아 낼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저자는 법정 실화를 통한 아픔의 치유뿐만아니라, 문학 작품속의 작가나, 작품을 통해서 삶의 지혜를 일깨워준다.
그가 좋아하는 작품중에 '죽음의 수용소'의 내용이 여러번 인용된다. 이 작품은 나도 읽어보고 참 많은 생각들을 하게 했던 '빅터 프랭클'의 자전적 체험 수기이다.
정신과 의사였던 '빅터 프랭클'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친지들을 잃어가면서 강제노동과 추위, 굶주림 속에서 죽음의 공포를 어떻게 이겨냈으며 그 속에서 삶의 의미를 잃지 않았던 경험을 가졌던 사람인데, 그의 방에 걸린 액자의 글이 그가 겪었던 삶의 모든 것을 이야기해주는 듯하다.
아무 것도 헛된 것은 없어라, 우리가 사랑했던 것, 우리가 싸워냈던 것, 우리가 괴로움을 당했던 것, 그 아무 것도 헛됨은 없어라. (p32)
아마도 생과사가 엇갈리던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이야기가 삶을 의미를 깨닫게 해주었는지, 프리모 레버가 쓴 '이것이 인간인가'의 글중에도 그가 처음 그 곳에 가던 날, 그 죽음의 수용소에서 그에게 따뜻하게 몇 마디의 말을 건네주었던 16세 소년 '슐로메'와의 짧은 포옹이 수용소 기억중에 가장 소중하다고 쓰고 있다.
사람은 가장 극한 상황에서 '삶, 삶의 목적, 죽음. 인간의 존재'등으 느끼게 되는 것인가 보다. 이런 생각을 나타낸 글중에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 연설문이 소개된다. 나도 이미 '스티브 잡스의 프리젠테이션의 비밀'에서 읽은 내용인데, 요약하면 죽음을 생각하면 삶의 목적이 명확해진다는 것이다.
하루하루를 인생의 마지막 날처럼 산다면, 언젠가는 바른 길에 서 있을 것입니다. 또한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자신이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명심하면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죠. 외부의 기대, 여러가지 자부심과 자만심, 수치스러움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들은 죽음에 직면해서는 모두 떨어져 나가고, 오직 진실로 중요한 것들만 남기 때문입니다. (p100)
하루하루를 인생의마지막 날처럼 산다는 것은 '완벽한 하루'를 이야기하는 것일까?
'완벽한 하루'는 무엇을 얻어야 가능한 것이 아니라, 무언가 버려야 가능하다고 한다. 몸에 걸친 것이 없이 가벼워져야 마음껏 춤을 출 수 있는 것처럼.....
'마음을 비워라', '몸을 낮추어라'. '무언가 버려라'  - 이런 문장들은 여러 책들을 통해서 많이 접하는 구절들이지만 아직도 먼나라이야기처럼 우리의 실생활에서는 멀게만 느껴지고 버리기보다는 얻기 위해서 안달이 나 있는 것은 아닐까.
'욕심을 버리자' '마음을 비우자'
나를 다시 한 번 되돌아 보게 만들어 준다. 가장 낮은 곳에 있었다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부터, 사랑으로 충만한 사람들의 이야기, 남을 배려하고 관용을 베풀었던 사람들의 이야기,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보였던 사람들의 이야기......
이런 이야기들이 모여서 삶의 의미를 새롭게 일깨워주고 잔잔한 기쁨이 피어나게 만들어 준다.
저자는 법관 생활을 하면서, 정의와 공평을 법의 잣대로 결정하는데 있어서 재판이 삶의 진실에 얼마나 가까웠는지를 생각하게 해주었고, 재판의 판결이 버거웠음을 토로한다. 그 속에서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라는 답을 3가지로 정리해 준다.
'인간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약한 존재이다', '인간은 방향을 결정하여 과정을 살아가는 존재이다.'

삶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고통을 받게 되고, 이 고통의 강약이 사람들에게 느끼는 정도가 다른 것은 사실이지만, 그 고통을.... 그 아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대처하며 치유하여 나가는지에 따라서 그 사람의 삶의 모습이 결정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장 아픈 사람들 곁에서 함께 울어주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그만큼 삶의 소중함을 알고 있는 사람이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 가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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