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여행 - 내가 꿈꾸는 강인함
정여울 글.사진, 이승원 사진 / 추수밭(청림출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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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의 책을 처음 접한 건 여행 에세이이다. 워낙 여행 관련책을 즐겨 읽었는데, 어느날 우연히 읽게 된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과 <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10>

여행 에세이지만 책 속에는 저자의 인문학적 소양과 정서적인 감각이 듬뿍 담겨 있었다. 여행작가인 줄만 알았던 정여울은 문학평론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또한 글쓰기 강의도 하고 있다.

정여울의 책을 읽으면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흔히 에세이는 사소한 일상의 기록이기도 한데, 그녀의 글 속에는 문학과 여행, 독서와 예술 등 마음의 소양을 갖출 수 있는 깊이가 있다.

그래서 정여울의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던 것들>을 읽은 후에 3권의 책을 또 구입하게 됐다.

<그림자 여행>, <공부할 권리> 그리고 <헤세로 가는 길>

천천히 책 속에 담긴 좋은 글들을 음미하면서 읽으려고 한다. 

그 중에 먼저 읽게 된 <그림자 여행>의 작가의 글을 살펴본다.

" 이 책은 50편의 이야기, 50장의 사진, 그리고 50개의 그림자로 이루어진 마음의 트리오다. 50편의 글을 쓰고, 50장의 사진을 고르고, 그 사진이 드리운 50개의 그림자에 대한 글을 쓰면서 예전엔 잘 몰랐던 내 성향을 알게 되었다. 예컨대, 나는 모든 존재가 드리우는 그림자에 매혹된다. (p. 6)

저자가 찾고자 하는 그림자는 반드시 빛에 의해서 생기는 물체의 그림자가 아닌 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살아온 삶의 그림자, 마음 속에 드리운 그림자. 내면의 그림자를 포함하여 눈에 보이는 또는 보이지 않는 그림자까지....'살아 온 발자취가 아름다운 사람들은 더욱 아름다운 삶의 그림자를 남긴다. ' ( 책 속의 글 중에서)

'그림자란 본래 이런 것인가 보다. 꾸밀 수도 없고, 숨을 수도 없고, 지울 수도 없는 나의 또다른 분신, 그것이 우리의 그림자 다 ' (p. 13)

저자가 문학평론가라는 점은 독자들에게 어떤 소설에 대한 평론까지를 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함께 읽으면 좋을 책들이 책의 마지막 부분인 부록에도 실려 있지만 책을 읽으면서 그 책들의 많은 부분이 거론된다.

그 중에서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몇 번인가를 읽으려는 마음만을 갖고 있던 소설인데, 그 이야기가 소개된다.

주인공 그레고리우스가 생의 마지막이라는 관점으로 자기 삶을 바라보는 마음의 눈을 뜨고 떠난 여행. 오직 이해할 수 없는 자신의 열망을 따라서, 알 수 없는 대상을 행한 막연한 그림움을 따라 떠난 여행.

그 여행은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타고 시작된다. 그 이야기가 정말 궁금해진다. 이 책을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을 하면서, 거기에서 느낀 이야기들, 거기에서 다시 책 이야기, 책에 대한 저자의 생각들.

학창시절에 읽었던 책 중에서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 책은 <주홍글자>이다. 저자 역시 이 책을 통해서 어린 시절의 독서와 현재의 독서에서 느낀 생각들이 많이 달라던 것 같다.

"어린 시절의 독서와 현재의 독서가 다른 점은, 이제는 내가 끊임없이 '조금 다른 각도에서' 인물의 행동을 바라보게 된다는 것이다." (책 속의 글 중에서)

간통의 A (Adultery)의 낙인이 능력을 의미하는 A (Able)로, 그리고 주인공인 헤스터의 마음을 알아 본 사람들이 그녀를 천사 A (Angel)로 마음을 바꾸는 과정을 뜻하는 A.

내가 <주홍글자>를 읽으며서 이런 생각을 했던가 반문해 보게 된다. 그래서 이 책도 다시 읽어볼 생각이다.

정여울은 책, 여행, 영화 그리고 글쓰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책 속에 담아 놓았다. 특히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과 융의 분석 심리학에 관한 책들에 대한 생각들도 이 책을 읽으면서 정여울의 깊이있는 책읽기에 감탄하게 되는 부분이다.

그런 이야기들과 함께 공감이 가는 글들은 <그림자 여행>을 통해서 내가 몰랐던 내 모습. 오후가 지난 후에 나를 따라오는 그림자, 그 그림자는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의식이 아닌 무의식의 나, 진정한 나를 그림자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 내가 볼 수 없는 그 모습이 바로 내 모습.....

" 길을 걷는 사람들의 그림자를 물끄러미 바라볼 때가 있다. 사람들의 실제 모습보다 그림자가 조금씩 길어지는 오후 시간대. 자기 보다 훨씬 커다랗고 긴 그림자를 드레스 자락처럼 주렁주렁 드리우며 앞으로 앞으로만 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내가 직접 볼 수 없는 내 뒷모습의 그림자를 생각한다. 우리 인생의 그림자는 나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타인의 마음속에 드리우는 것이 아닐까. 내가 지나간 발자취를 바라보며 내 삶의 그림자를 읽어줄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오늘도 반짝 힘을 내야겠다. " (p. 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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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엄마 콤플렉스 - 잘못된 보호가 실패를 두려워하는 아이로 만든다
김지영 지음 / 책들의정원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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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엄마에게 자식은 아이처럼 보인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엄마들은 자식들에게 사랑을 쏟는 것이 자신의 생각을 주입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아이는 자신의 생각이 있고, 그걸 표현하고 싶어한다.

<착한 엄마 콤플렉스>의 저자인 김지영은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자녀교육, 감정코칭, 대화법, 생각독서법에 대한 강의와 상담을 통해 전국의 부모들을 만나 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저자 자신도 이런 활동을 하는 교육자이지만 가정에서는 엄마이기에 삶 속에서 느낀 이론과 실제가 다르게 나타났던 사례들을 많이 접해 봤다.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사례로 들면서 어떻게 하면 자녀들을 행복한 아이로 키울 수 있는가에 대한 내용을 책 속에 담아 놓았다.

책을 읽다보면 상당자의 이야기들도 공감이 가지만 교육전문가이자 상담활동을 하는 저자 자신의 이야기에 더욱 공감이 간다.

저자는 아이를 키우면서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서 자책을 한다. 자신이 일반 엄마와 다른 점은 "조금 더" 노력한다는 차이뿐이라고 말한다. 그건 그만큼 아이의 언행을 이해하고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엄마의 마음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리라.

책의 내용을 간단히 간추리자면,

1장~3장은 작은 말 한 마디로 아이의 마음을 강하게 키우는 방법

4장~6장은 비싼 사교육 없이 일상에서 부모와 쉽게 생각을 자라게 하는 내용이다.

 

 

 

대부분의 엄마들은 엄마 마음대로 아이의 행동을 좌지우지 한다. 마치 아이는 마음이 없는 것처럼.

아이를 로봇으로 만드는 잔소리는 아침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엄마는 아이에게도 마음이 있음을 인지하고 아이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아이의 마음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아이를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한다는 의미이다. 책의 내용에서 독자들이 배울 점은 상황에 따른 대화법을 소개하는데, 그를 통해서 자신의 언행과 비교해 보면 어떤 점이 잘못된지를 알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 아이가 이런 언행을 했을 때에 엄마들이 주로 하는 말들.

읽어보면 바로 내 이야기이다. 그런데, 그건 잘못된 대화법이고, 이럴 때는 이렇게 하면 어떨까 하는 대화법은 독자들이 배워야 할 대화법이다.

엄마들은 항상 아이들은 미숙하다 생각해서 훈계(교훈)의 말을 주로 하는데, 이런 대화법 보다는 아이 스스로 선택하도록 기회를 열어 줄 수 있는 대화법을 선택해야 한다. 아이의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하고 아이에게 자신의 속 마음을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아이는 부모와의 대화에서 부모의 사고방식을 터득하고 상대방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기른다.

질문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는 유대인의 부모에게서 배워야 한다. 질문하고 토론하는 방식을 하브루타라고 하는데, 하브루타는 유대인에게는 생활방식인데, 우리에게는 교육방식이다.

그러니까 생활 속에서 질문하고 토론하는 방식에 익숙한 유대인의 아이들에 비하여 우리의 아이들은 질문하고 토론하는 방식을 학습의 형태로 배우는 것이다.

유대인의 부모가 질문을 던지는 것은 대화를 시작하자는 뜻이라면, 한국인의 부모가 질문을 던지는 것은 훈계와 질책이 시작된다는 의미이다.

질문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질문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잃어가고 있는 질문을 찾아 주어야 한다.

바로 " 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에 진정성있는 답을 해 줘야 한다. 그렇게 되면 스스로 생각하고 깨닫는 아이로 성장하며 아이는 질문을 통해서 변화하게 된다.

또한 우리나라 아이들에게 부족한 것이 토론문화인데, 토론은 수다토론, 일상토론, 시사토론, 독서토론, 찬반토론, 교과서 토론 등이 있다. 이런 토론은 자기 의견을 논리적 근거와 증거를 들어서 관철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 마음이 작아진다. 타인이 아닌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하면서 성장하는 부모의 길을 선택하기 바란다. 시작하기 가장 적합한 때는 바로 지금이다. 아이의 마음과 생각을 살리는 부모가 되겠다는 다짐을 뜨겁게 응원한다. " (p. 340)

이 책에 소개되는 사례들은 저자 자신 또는 상담자들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독자들은 바로 내 이야기, 우리 집 이야기, 우리 아이 이야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들은 오랜 노력과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쌓인 노하우이다.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자신에 대한 반성과 함께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해야 할 교육은 아이가 자유롭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행동할 수 있게 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엄마 마음이 아닌 아이 마음을 존중해 주는 엄마들이 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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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의 공유 경제 - 고용의 종말과 대중 자본주의의 부상
아룬 순다라라잔 지음, 이은주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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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이미 우리곁에 왔는데, 정보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해서인지 그리 쉽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오히려 복잡하고 어려운 숙제를 풀어야 하는 것같은 부담이 있기도 하다.

아마도 18세기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사회기반에서부터 많은 변혁을 겪어야한 했던 그 시대의 사람들도 이런 기분이 아니었을까....

우리에게 다가온 4차 산업혁명은 이런 저런 많은 변화를 예견하고 있다. 특히 미래에는 경제의 모습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관심이 간다.

이미 우리는 공유경제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있다. 공유경제는 선물 경제의 속성을 지닌 교환이 아니라 화폐를 매개로 하는 상업적 교환 활동을 말한다. 상업적 가치의 중심이 대기업에서 디지털 장터를 기반으로 한 소기업으로 나아가서는 개인으로 옮겨지게 된다. 이런 새로운 경제의 모습을 대중 자본주의. 공유경제의 또다른 이름이라고 뉴욕대 스턴 경영대학원의 아룬 순다라라잔 교수는 말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공유 경제>는 대중 자본주의의 변화를 이해하고 이런 변화가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

저자는 책 속에서  공유 경제에 관한 이론과 사례를 다양하게 소개해 준다. 지금 우리 앞에 펼쳐진 금세기를 주도할 새로운 경제활동의 방식을 공유 경제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공유경제의 패러다임은 P2P 교환이 점차 보편화되고 대중이 기업을 대신해 자본주의의 중심이 되는 미래의 경제 활동이다.

공유경제와 관련되 사례를 알아야 공유경제의 의미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공유경제의 대표적인 사례로 우버, 에어비앤비, 리프트 등을 소개한다.

에어비앤비는 자유여행을 해 본 사람이라면 쉽게 접할 수 있는 숙박형태이다. 전 세계 수십만 명의 호스트를 네트워크로 형성한 거대 플랫폼이다. 에어비앤비 홈페이지에 한 번 들어가 보면 세계 각국의 숙박시설을 한 눈에 접할 수 있다.

리프트는 운송 서비스로, 개인 기사가 딸린 주문형 차량 서비스 제공업체이다. 미국 전역 60개 도시에서 영업을 하며 또다른 공유경제의 사례인 우버와 치열한 시장 점유율 경쟁를 하고 있다.

다양한 플랫폼을 통한 주문형 일자리도 있는데, 효율적인 반면에 고정수입이 보장되지 않는 단점도 있다.

신뢰를 기반으로 한 블라블라카는 웹사이트 모바일, 앱을 이용해 빈좌석에 동승자를 태워준다.

이런 경제형태가 나타나게 된 배경에는 구매를 하는 것보다는 소유를 넘어선 접근인 공유가 훨씬 자연스러운 경제활동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지금까지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재화나 용역의 품질에 과도한 투자를 해왔다. 그러나 P2P 사업으로 경제활동이 변화하면 새로운 경제 개념이 생기게 되고 많은 변화가 뒤따르게 된다.

이  책에서는 대중자본주의와 관련된 가까운 미래의 경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미 대중자본주의의 혁신적인 변화는 숙박, 운송, 인력 서비스에서 시작하여 상용 부동산, 보건 의료, 에너지 생산, 유통 부문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런 대중자본주의는 과도기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필연적이 과정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직도 공유경제에 대한 통일된 견해는 없다. 용어 자체도 다양한 용어를 실험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그것은 공유경제라는 개념이 정립된 것이 2010년 경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구성은 1부와 2부로 나누어진다. 1부는 인 (인). 즉 자본주의가 변화하는 원인을 찾아본다.

1장 : 상업 경제와 선물 경제 요소가 혼재하는 상황에 초점을 맞추고 경제적 요소와 사회적 요소가 혼합된 공유 경제 패러다임의 독특한 특성을 조명한다.

2장 : 기술에 초점을 맞춘 탐구'렌즈'를 통해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이를 통한 신뢰 구축 요소를 토대로 자본주의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를 보여 주려 한다.

3장 :거래 비용 그리고 시장과 위계 조직이라는 렌즈를 통해 '보이는 손'과 '보이지 않는 손'의 경제가 모호해지는 현상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살펴본다.

4장 : 새로운 디지털 인자와 이와 관련한 역사적 선례 들을 간략하게 검토한다.

2부는 과(果) : 1부의 因, 자본주의가 변화하는 1장~4장의 원인과 그로 인해 찾아오는 경제적 변화의 결과를 살펴본다.

5장 : 이러한 변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또는 경제적 효과 및 이를 측정하는 방법에 대한 분석적 토의에 초점을 맞춘다.

6장 : 새로운 환경의 규제와 집행에 관해 설명한다.

7장 : 오프쇼링과 자동화와 관련한 변화의 물결을 상세하게 들여다 본다.

8장 : 정책적 차원에서 이렇게 변화된 환경이 유발하게 될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책의 구성에 관한 내용은 책의 p.p. 400~401에서 발췌)

지금 대중자본주의는 시작단계이다. 공유경제의 단어가 가지는 의미부터 시작하여 이런 경제가 이루어질 수 있는 원인들, 그 원인들이 가져올 결과들....

저자는 공유경제와 관련된 다양한 사례들, 학자들의 이론 등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앞으로 공유경제라는 새로운 경제 모델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를 이 책을 통해서 잘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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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때때로 맑음 2 - 이재룡 비평에세이 소설, 때때로 맑음 2
이재룡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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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때때로 맑음>은 2015년 2월에 1권이 출간됐다. 이 책은 2013년 2월부터 약 2년 간에 걸쳐서 <현대문학>에 연재되었던 비평 에세이 18권을 묶어서 독자들에게 선보였던 책이다.

그리고 이번에 <소설, 때때로 맑음 2>가 나왔다. 저자는 그동안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정체성> 잘 필립 뚜생의 <욕조>, <사랑하기> <도망치기> 로랑 모비니에의 <이별연습>, 프레데릭 파작의 <거대한 고독>, 로맹 가리의 <인간의 문제> 등 다수의 프랑스 문학을 번역했다.

저서로는 <꿀벌의 언어> 그리고 <소설, 때때로 맑음1> , <소설, 때때로 맑음 2>가 있다.

저자는 그동안 꾸준히 프랑스 문학을 번역했기에 그만큼 프랑스 문학을 깊이있게 알고 있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이번에 저자의 책을 처음 읽게 됐는데, 문학평론가다운 날카로운 분석, 그리고 문학 번역가다운 폭넓은 프랑스 문학의 연구에 의해서 씌여진 책임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이 책의 에필로그에서,

" 남들에게 마음 놓고 권할 수 있는 책은 시간의 검증을 거친 고전에 속한다. 고전은 불멸의 생명을 얻었지만 저자의 육신은 대부분 지상을 떠난 지 오래되었다. 그리고 마차, 고작해야 증기 기관차가 달리는 고전의 세계는 시대 감각에는 어긋나기 일쑤이다. " (p. 440)

그래서 저자가 <소설, 때때로 맑음>에 소개하는 책들은 동시대 문학 중에서 읽고 그에 따른 비평까지를 겉들인 내용을 책 속에 담아냈다.

솔직히 이 책에 담겨진 책들은 대부분 저자 마저도 낯설다. 고작 로맹가리, 밀란 쿤데라, 르 클레지오, 파스칼 밖에 알지 못하고, 소개된 책들 중에 읽은 책은 3권에 불과하다.

프랑스 문학은 고전작품도 몇 작품 읽지 않았지만 동시대 문학은 더 낯설기만 하다. 그런데, 책을 읽고 있으면 책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작가의 작품을 통해서 또다른 작품을 알게 되고, 그에 대한 주요 내용과 문학적 비평까지 함께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로맹가리의 <자기앞의 생>은 2번 정도 읽은 책인데, 자살로 생을 마감한 로맹가리, 그리고 때때로 가명을 써서 자신의 작품을 발표하기도 했던 평범하지 않은 그의 삶과 작품에 눈길이 간다.

" 즉, 당연하고 오래된 가치, 새로울 것이 전혀 없는 구호를 주장해서 독자들을 무시하려 들었지만 거기에 천재성까지 곁들인 이 복잡한 작가 " (p. 32) 바로 로맹가리에 대한 저자의 평가이다.

파스칼의 팡세도 2번을 다른 출판사 책으로 읽었는데, 이 책은 원본이 없고 이본으로맘 존재하는 고전이다. 파스칼이 책을 미처 정리하지 못하고 죽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고의 순서는 영원한 비밀이고 학자들 나름대로, 출판사나름대로 순서가 정해진다. 그래서 <팡세>는 단상의 순서가 논쟁거리로 남아 있다.

널리 알려진 소설, 전설, 민담 등을 해체해서 재구성하는 장르를 트랜스픽션이라 한다. 원작의 정교한 독해가 선행되고 거기에 창조적, 상상력을 덧붙인다. 그래서 해체 비평의 유형에 속한다.

이 책에서는 그런 작품으로 <뫼르소, 살인사건>, <엠마 보바리의 죽음에 대한 재 수사>를 사례로 드는데, 이 책들은 <마담 보바리>와 <이방인>을 밑글 삼아 덧글을 쓴 작품이다.

마네가 그린 <제비꽃 여인>과 관련된 소설도 있다. 이 그림의 주인공인 베르트 모리조의 전기를 쓴 도미니크 보나는 <베르트 모리조, 검은 옷을 입은 여자의 비밀>를 썼다.

그리고 얼마 전에 인터넷 서점에서 우연히 보게 된 책 중에 <언어의 일곱 번째 기능>이란 책이 있다. 책제목부터 호기심이 갔는데, 로랑 비너는 소통 모델과 언어 기능 그리고 롤랑 바르트의 죽음을 소재로 소설을 썼다. 바르트가 도난 당한 언어의 일곱 번째 기능의 내용과 그것이 기록된 메모지의 행방을 찾는....

책을 읽다가 프랑스 문학작품에서 대동강과 한강이 나오니 이 작품 역시 관심이 간다. 장 에슈노즈의 소설 <특파원>이다. 여주인공이 센 강변에서 시작하여 대동강, 판문점 그리고 한강까지 온다.

한국을 둘러썬 동아시아의 근대사, 국제, 정치 현안을 다루고 있는데, 비무장지대, 평양거리의 모습을 비교적 상세하게 묘사했다고 한다.

이렇게 저자는 비교적 평범한 독자들은 읽지 않은 프랑스 문학을 소개해 주고, 작품과 작품을 연결하여 그에 따른 날카로운 비평과 감상까지 알려준다.

지금은 많은 독자들에게 읽히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고전으로 대접받을 수도 있는 동시대 프랑스 문학작품, 프랑스 문학에 대해서 남다른 관심이 없다면 쓸 수 없는 내용들이다.

" 프랑스 문학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는 신예부터 거장까지의 작품, 미래의 고전 40여 편을 만나다 ! " (책 뒷표지 글 중에서 )

<소설, 때때로 맑음 2>에는 아주 많은 프랑스 신간 소설에 대한 정보들이 책 속에 집약되어 있다. 작가의 삶, 소설이 쓰여지게 된 배경, 소설이 가지는 의미까지 저자의 폭넓은 프랑스 문학에 대한 지식을 접할 수 있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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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라시 한국사 - 아는 역사도 다시 보는 한국사 반전 야사
김재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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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아니 역사의 많은 부분들은 역사가들의 붓에 의해서 좌지우지될 수도 있다. 같은 사건도 어떤 관점에서 봤느냐에 따라서 다르게 씌여진다. 어떤 경우에는 의도적으로 역사를 왜곡하기도 한다.

그래서 기존의 교과서적인 역사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으로 역사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역사책을 읽고 그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역사를 볼 줄 아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

<찌라시 한국사>는 책제목부터 관심을 끈다. '찌라시'라고 하면 흔히 증권가의 찌라시를 떠올리게 되는데, 거기에는 누구 보다도 먼저 접할 수 있는 소식들이 담겨 있다. 물론, 올바른 소식들도 있지만 루머도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왜 하필 찌라시 한국사일까?' 하는 의문을 가져 본다.

찌라시의 사전적 의미는 " 주의, 주장이나 사물의 존재 가치 따위를 여러 사람에게 널리 전하거나 알리기 위해 만든 종이쪽지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 한다.

아마도 이 책의 저자는 관행적으로 내려오는 한국사의 이야기 보다는 한국사 속에 담겨지지 못했던 이야기들, 어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추측들을 통해서 기존의 한국사와는 다른 역사.

즉, 관점을 바꾸면 보이는 역사를 살펴보고 싶었기 때문에 <찌라시 한국사>를 썼을 것이다.

 

책소개글을 살펴보면,

" 남녀노소, 상하좌우, 친문반문까지 생생하게 즐길 수 있는 맛깔난 ‘진퉁’ 한국사 이야기. 승리자, 지배자, 남자 중심의 ‘그들만의 리그’에서 벗어난 비범하고 유쾌한 역사 이야기 한 마당이 펼쳐진다. 실력으로 기득권 사회를 뒤흔들었던 여성들, 패배자로 기록되었지만 정의로써 시대정신을 이끌었던 영웅들, 모두가 외면했으나 불굴의 의지로 시대를 위해 헌신한 의인들, 그리고 한낱 ‘백성’이라고 표현하지만, 오늘날의 우리를 지탱할 수 있게 만든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책 뒷표지글 중에서)

프롤로그의 글 중에서 마음에 와닿는 문장이 있다.

"정치에 무관심한 가장 큰 대가는 저질스러운 자들에게 지배받는 것이다." 이 문장은 플라톤의 말이라고 하는데, 여기에 정치 대신 역사를 대입해도 무관하다고 한다.

정치 대신 역사를 대입해서 읽어보자. 그래서 우리는 역사를 올바르게 알아야 한다. 그리고 기존의 관점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독자 스스로 새로운 관점으로 역사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책의 내용은 재미있다. 저자는 역사를 현대적 감각에 맞춰서 재조명한다. 역사책에서 볼 수 있는 그 시대를 알려주는 역사 지도, 사진 등의 자료도 함께 담아 놓았다.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과거의 역사 현장에 있지 않았다. 시대가 올라가면 올라 갈수록 어떤 사건에 대한 자료도 미비하다. 어떤 경우에는 단 한 줄의 문장을 토대로 유추하여 역사를 펴낸 경우도 있다.

단편적인 내용에 의해서 어떤 상황을 조명하기에는 역사적 사실을 유추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역사적 사실을 가지고 반드시 그렇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래서 현대에 와서 역사적 사실, 역사적 인물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지고 있다.

고구려의 을지문덕의 살수대첩의 경우에는 수나라의 30만 대군을 수장시켰다고 하지만 추축에 불과하다. 역사책에 보면 을지문덕에 관한 기록 자체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런 역사가 왜 만들어졌을까?

" 살수대첩의 신화는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전력의 대군을 이긴 데에는 자연의 힘을 이용한 신묘한 전술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싶다." (p. 39)

바로 이 책의 저자는 이런 생각을 말한다.

우리 역사에서는 별로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한 나라인 발해(698~926), 고구려 유민 대조영이 세운 나라로, 약 200여년을 한반도 북부와 만주·연해주에 걸쳐서 있었던 나라이다. 그런데 926년 거란족의 침입으로 단 3일만에 항복하고 멸망을 한다. 발해의 멸망 원인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멸망 원인도 궁금하지만 더욱 문제가 되는 건 1980년대부터 중국이 그들의 역사에 발해의 역사를 편입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외교문서에 의하면 "우리 발해는 고구려의 기상과 정신을 이어 받아 그 틀 위에 세운 나라다"라 되어 있다. 기존의 관점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으로 역사를 보면 다른 역사가 보이게 된다.

특히, 어떤 왕조가 망할 경우에 새로 등장하는 왕조는 자신들이 세운 왕조의 정당성을 위해서 역사를 왜곡해서 기록하는 경우도 있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역사가 아닌 새로운 관점의 역사를 <찌라시 한국사>를 통해 만나 볼 수 있다.

 

은근 '찌라시'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있다. 그래서 그 진위여부를 떠나서 우선 재미있게 읽게 되는데, 바로 <찌라시 한국사>도 마찬가지로 첫 장을 펼치는 순간 역사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지금까지 알고 있던 역사를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하는 것에 역사를 올바르게 볼 수 있는 안목이 생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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