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크 - 노르웨이에서 만난 절규의 화가 클래식 클라우드 8
유성혜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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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의 클래식 클라우드 8번째 책은 <뭉크 ×유성혜>이다. 클라우드 클래식 시리즈는 국내 최대 인문기행 프로젝트로 세계적인 거장 100인을 선정하여 그를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되는 전문가가 거장의 인생과 활동의 발자취를 찾아 떠난다.

시리즈 중 8번째 만나게 되는 거장은 뭉크이다. '뭉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림은 <절규>이다. <절규>는 2012년 소더미 경매에서 1,400억 원으로 사상 최고가로 판매된 작품이다.

그런데 뭉크의 작품들은 같은 제목의 작품이 딱 한 작품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버전으로 남겨 놓았다.

<절규>도 마찬가지로 4개의 버전과 판화본이 남아 있다. 

대부분의 화가들이 그렇기는 하지만 뭉크의 예술도 그의 인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의 작품 세계 그리고 그 바탕이 된 인생 이야기를 찾아 떠난 작가는 유성혜다.

유성혜는 예술학과 미술사학, 박물관학을 전공했으며 뭉크의 고향인 노르웨이에 정착하여 살고 있다. 뭉크미술관에 대한 담론 분석을 다룬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뭉크의 <절규>는 누구나 기억하는 작품이지만 뭉크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알지 못하는 독자들이 많은데, 뭉크는 노르웨이인들에게는 국민 화가로 사랑을 받는 인물이다.

노르웨이의 수도인 오슬로 시청에는 '뭉크의 방'이란 공간이 있다.

뭉크의 키워드는 '절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절규>는 뭉크의 드라마칙한 삶과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또한 뭉크에게 고독은 그가 그림을 그리게 된 이유이자 원동력이기도 하다.

뭉크가 유소년기를 보내며 방황하던 칼 요한 거리. 절규를 그린 에케베르그 언덕, 사랑했던 여인과의 추억이 있는 오스고쉬트란드.

오스고쉬트란드는 첫사랑의 추억이 있는 장소이기도 하고 마지막 사랑의 극적 이별의 아픔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뭉크에게 큰 행운을 가져다 준 베를린, 뭉크의 유학지이자 세계 화단의 중심지인 파리.

뭉크가 떠돌았던 노르웨이의 이곳 저곳, 뭉크가 마지막 30년을 보낸 에켈리

그리고 마지막으로 뭉크가 죽은 이후의 이야기는 뭉크 미술관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지은이는 이런 곳들을 찾아서 뭉크의 발자취를 더듬어 본다. 그곳의 뭉크의 인생 이야기, 예술 이야기가 펼쳐진다.

뭉크는 어린시절부터 죽음을 접하게 된다. 5살에는 어머니가 폐결핵으로 죽고, 13살에는 누이 소피에가 죽는다. 어머니를 잃은 뭉크는 아버지에 의해서 엄격한 종교 생활을 강요 당한다.

신체적으로 병약했던 뭉크에게는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힘겨울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여기에 유부녀와의 첫사랑은 몇 개월만에 끝나게 되고, 이후에도 그의 사랑은 이별로 끝나게 되니 평생을 독신으로 살게 된다. 딱 한 번 약혼을 한 적은 있다.

뭉크는 20,30대에 이미 고독과 괴로움으로 방황을 하게 되고 공포, 불한, 현기증, 환영에 시달리게 되면서 강렬한 심리적 고통을 경험하게 된다.

그런 상황들이 뭉크의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오스고쉬트란트에서의 단조롭고 외로운 생활은 예술적 영감과 모티브를 얻는 계기가 된다.

우리가 뭉크의 삶과 예술세계에 대해서 잘 알 수 있는 것은 뭉크는 그림 그리기도 좋아했지만 글쓰기를 좋아했다. 그래서 당시의 이야기들이 뭉크의 노트로 남겨져 있다.

뭉크는 오슬로 대학 강당을 장식하는 벽화를 그리기도 했는데 이 벽화는 노르웨이 대형 공공미술의 백미로 꼽힌다.

뭉크는 자신의 자화상을 비롯하여 다른 사람의 자화상를 많이 남겼다. 

" 생애의 마지막 10년 동안 그린 자화상에는 잠재적으로 죽음과 직면한 노인의 모습이 등장한다. " (p. 282)

 마지막으로 지은이는 뭉크 예술의 키워드를 제시한다.

1. 죽음 :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 누이 동생, 아버지, 가까운 가족의 죽음

2. 사랑 : 첫사랑의 실패 - 슬픔과 외로움

3. 불안 : 평생을 신경 쇠약과 불안증에 시달림

4. 절규 : 뭉크의 아이콘과 같은 작품, 강렬한 시각적 자극을 청각적으로 느끼게 된다.

5. 여자 : 첫사랑을 비롯한 사랑했던 여인들과의 이별

6. 외로움 : 뭉크의 인색은 외로움의 연속

7. 오스고쉬트란드 : 이곳에서 자연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그것을 작품으로 남김

8. 초상화와 자화상 : 수많은 초상화와 자화상을 남김

9. 생의 프리즈 : 그림 하나 하나를 개별적으로 보는 것보다 이들을 함께 묶어서 본다. 자신이 표현하고자 한 예술을 더욱 효과적으로 표현

10. 오슬로 대학 강당 벽화 : 노르웨이 공공미술의 대표작

" 뭉크의 그림은 수용의 수준에서만 의미 있는 게 아니다. 서양 미술사에서 뭉크가 이룬 가장 획기적인 발전은 미술의 대상을 자신의 경험에서 찾고, 또 그것을 시각적인 방법으로 표현해냈다는 것이다. 이것은 자각에 대한 이야기이다. 화가란 눈과 손으로만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고 가슴으로 표현하는 사람이다. 이렇게 뭉크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새로운 조형언어와 재료, 기법, 매체로 표현했고, 이를 통해 20세기 현대 미술이 꽃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 (p. 308)

뭉크의 예술은 그의 인생을 알게 되면 훨씬 이해하기가 쉽다. 평생을 외롭고 고독하고 신경쇠약에 시달렸던 뭉크는 그의 작품 속에 이런 심경을 그대로 표현하게 된다.

<절규>, < 마돈나>, < 아픈 아이>, <이별>,<키스>....

이 책은 뭉크의 작품 속에서 고독했던 뭉크의 삶과 예술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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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록콜록 - 누군가 조금은, 혹은 아주 많이 아파하는 소리 월간 정여울
정여울 지음 / 천년의상상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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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출판사 '천년의상상'은 정여울과 2명으로 이루어진 출판사이다. 2018년 '천년의상상'에서는 12개월 프로젝트를 내놓는다. 월마다 나오는 작은 한 권의 책은 각 달마다 우리말 의성어, 의태어로 책제목이 만들어졌다.

 

1월 : 똑똑 - 수줍은 마음이 당신의 삶에 노크하는 소리

2월 : 콜록콜록 - 누군가 조금은, 혹은 아주 많이 아파하는 소리

3월 : 까르륵까르륵 - 가장 순수한 것들의 찬란한 웃음소리

4월 : 와르르 - 간절한 기대와 희망이 무너지는 소리

5월 : 달그락달그락 - 삶이 굴러가는 소리, 일상이 출렁거리는 소리

6월 : 옥신각신 - 아프지만, 싸워야 모든 것이 나아져요

7월 : 어슬렁어슬렁 - 산책자의 꿈, 맘껏 두리번거릴 자유

8월 : 팔딱팔딱 - 저기요, 나 아직 여기 살아 있어요

9월 : 와락 - 꽉 안아주고 싶은, 온 몸이 부서지도록

10월 : 후드득후드륵 - 빗방울 혹은 눈물의 전주곡

11월 : 덩실덩실 - 최고의 몸치조차도 맘껏 춤출 수 있도록

12월 : 으라차차 - 마침내 당신과 내가 함께 만들어낼 눈부신 세상

얼마 전에 '까르륵까르륵'을 읽은 후에 2번째로 <콜록콜록>을 읽었다. 제목에 붙은 설명처럼 '콜록콜록'은 누군가 조금은, 혹은 아주 많이 아파하는 소리를 일컫는다.

그 아픔의 소리는 '콜록콜록'으로 내뱉어지겠지만 그 원천은 신체적인 아픔일 수도 있지만 정신적이 아픔일 수도 있다.

정여울이 말하는 '상처 입은 치유자'가 되고 싶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180 페이지가 안 되는 얇으면서도 작은 사이즈의 책이지만 거의 1달에 걸쳐서 읽었다.

책을 펼치고 얼마 안 있어서 사랑하는 반려견이 세상을 떠났다. 17년이란 세월 중에 15년 9개월을 함께 한 강아지.

그래서 책을 덮은 후에 한 달이란 시간이 흘러갔다. 며칠에 걸쳐서 천천히 책장을 넘기면서 이 책의 주제 중의 하나인 '아파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작가 자신이 그랬듯이, 아픔을 극복하고 성장할 수 있었던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가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주제 중 하나는 ‘아파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작가 자신이 그랬듯이, 트라우마를 겪고 난 이후 어떻게 극복해낼 수 있는지, 어떻게 다른 삶을 살 수 있는지를 모색한다. 그에게는 아픔을 통해서만 우리가 제대로 연결될 수 있다는 느낌, 아픔을 통해서만 우리가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인생을 살다 보면 기쁠 때보다 고통스러운 순간이 더 많지만, 그 고통을 장애물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변신의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이 세상엔 상처받기 이전의 삶보다 훨씬 더 나은 삶, 훨씬 더 찬란한 삶을 사는 사람이 많다고. 그러니 우리 함께 아프고, 함께 극복하고, 함께 아름다워지자고.   (출판사 책소개글 중에서 )

월간 정여울에서 출간되는 12개월 프로젝트의 책은 정여울의 글과 화가의 그림이 함께 한다.

이번 '콜롤콜록'에는 남경민 화가의 그림이 담겨있다. 화가는 꿈과 현실을 잇는 '나비떼'와 '예술가의 작업실'로 유명하다.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읽게 된 '이청준'의 <선생님의 밥그릇>은 작가의 잔잔하면서도 마음을 울리는 많은 글들과 함께 가슴이 짠해진다.

그런데, 얼마 전에 읽게 된 정여울의 칼럼은 지금까지 작가의 글들에서 느꼈던 것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가지게 됐다.

사람들에게 내재된 생각들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이해하기 보다는 자신의 생각으로 밀어내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우리는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나와 생각이 다르면 틀리다고 하는 것인가 보다. 요즘은 이런 생각들 때문에 책읽기가 두려워진다. 책 속의 생각들을 어디까지 받아 들여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깊어진다.

"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나 자신의 한계를 뛰어 넘는 멋진 일이고, 동시에 우리 자신의 익숙한 편견을 깨부수는 아픔이기도 하다. " (p.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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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

관람일 : 2019년 10월 19일 오후 2시

공연장 : 디큐브아트센터

☆  출연 배우 : 마리 앙투아네드 (김소현), 마르리드 아르노 (김연지), 악셀 페르젠 (박강현),

                     오를레앙 (민영기), 루이 16세 (이한밀)

 

 ♤  1782년 프랑스 파리~ 1789년 프랑스 혁명으로 마리앙투아네트 처형, 그리고 그 이후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일본의 소설가 엔도 슈사코의 <왕비 마리앙투아네트>를 바탕으로 각색되었다. 일본에서는 2006년에 초연을 했고,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에 초연을 한 후 5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이다.

 

공연장에 들어서면 무대에 MA라는 글자가 커다랗게 씌여져 있는데, 이건 극 중 인물인 프랑스의 왕비 마리앙투아네트와 거지 여인 마르리드 아르노를 의미한다.

역사에는 마르리드 아르노란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데 이는 소설가가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이다.

프랑스 루이 16세의 왕비로 사치의 상징이기도 했고, 프랑스 패션를 이끌었던 인물이기도 한 마리 앙투아네트.

그녀는 오스트리아 함스부르크 왕가의 마리아 테레지아의 공주로 프랑스로 건너와 루이 16세의 아내가 된다. 그녀는 철부지 왕비, 사치로 인하여 프랑스 국고를 축낸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왕비에 대한 평가가 언론에 의해서 조작되었다는 평가도 있다. 이 부분이 뮤지컬에도 부각된다.

뮤지컬의 주인공인 두 여인. 마리 앙투아네트와 마그리드 아르노.

부와 권력을 가진 마리 앙투아네트의 화려한 생활, 어린 시절에는 교육을 받았지만 아버지의 존재도 모르고,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하여 거리의 여인으로 빵을 구걸해야 했던 마그리드 아르노.

마그리드 아르노는 사회의 부조리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가난한 이들을 위해서 빵을 훔치고 그들과 함께 하는데, 권력을 쥐려는 사람들에 의해서 거리의 사람들을 선동하는 혁명을 주도하는 선봉에 서게 된다. 그리고 그 칼날은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향하는데....

마리 앙투아네트와 가상의 인물 마그리드 아르노의 대립과 프랑스 혁명에서의 그들의 운명.

서로 다른 삶을 산 두 여인의 이야기가 가슴에 아프게 다가온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자신의 아들을 혁명군에게 빼앗기는 장면, 루이 16세의 처형을 접해야 하는 심정.

하루 아침에 마리 앙투아네트의 금발이 백발이 되는 순간....

마지막 형장에 실려가서 바닥에 내쳐진 상태에서 마그리드 아르노가 정중하게 예의를 갖추는 모습...

마음이 짠해진다. 공연장 어디에선가는 훌쩍이는 소리가 들린다.

 

 

 

1부에서의 화려한 파티 모습, 마리 앙투아네트의 여러 벌의 로코코 의상 ( 제9회 디뮤지컬어워즈 의상상) , 베르사이유 궁정의 모습은 볼거리를 제공해 준다.

2부에서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무너지는 모습들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거기에 두 여인의 앙상블, 마리와 그녀의 숨겨진 연인인 악셀 페르젠과의 앙상블은 분위기를 압도한다.

특히, 이 작품은 <엘리자벳>, < 레베카>, < 모차르트> 등으로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뮤지컬 콤비인 미하일 쿤체(대본 및 작사), 실베스터 르베이글 (작곡)을 비롯한 국내외 최고의 스태프진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뮤지컬에 중심에는 프랑스 대혁명이 있다. 이 과정에서의 언론을 이용한 정치적 선전, 군중 심리, 가짜 뉴스 등...

<마리 앙투아네트>에서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 진정성 (integrity), 진실 (truth), 정의 (justice)란 무엇인가" 이다.

 

** 사진의 일부는 <마리 앙투아네트> 홈페이지에서 가져 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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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스위니 토드 >☆

★ 샤롯데 씨어터, 2019년 10월 4일 ~ 2020년 1월 27일

♥ 관람일 : 2019년 10월 2일 오후 8시 프리뷰 공연

♣ 스위니 토드 : 조승우, 러빗 부인 : 옥주현

 

영국 런던, 빅토리아 여왕시대는 영국에서 귀족 문화가 정점을 이루었다. 산업혁명으로 인하여 상인들은 부를 축적하게 되었으며 권력층은 무소불위였다.

이발사 벤자민 바커는 아름다운 아내 루스와 어린 딸 조안나와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그런데 벤자민 바커에게 뜻하지 않은 불행이 닥쳐온다.

터핀 판사는 벤자민의 아내인 루스를 탐하게 되면서 벤자민 바커는 누명을 쓰고 런던에서 추방을 당하게 된다.

15년 후에 젊은 선원 안소니의 도움으로  런던으로 돌아오게 된 벤자민 바커는 자신의 살던 집을 찾아간다.

그가 살던 집의 1층에는 파이집이 있는데, 손님이 없어서 파리만 날리고 있다. 파이집 주인 러빗 부인의 말에 의하면 아내인 루스는 약을 먹고 죽었으며, 딸 조안나는 터핀 판사의 수양딸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벤자민 파커는 2층에 이발소를 차리고 복수의 칼을 갈게 되는데....

벤자민 파커와 러빗부인은 새로운 파이를 선보이게 되고, 파이는 맛있다고 소문이 나면서 날개 돋친 듯이 팔리게 된다.

인육을 이용한 파이, 어느새 벤자민 파커의 복수는 광기로 변하여 이발소를 찾는 사람들의 목을 베게 되니...

지킬 앤 하이드에서도 뛰어난 가창력을 보였던 조승우,

항상 조승우의 공연은 완전 매진을 기록한다. 스위니 토드에서도 조승우의 공연에는 표사기가 힘들다. 티켓 예매 5분 정도면 완전 매진이 되니, 보고 싶었던 볼 수 없는 공연이다.

다행히 조카가 10월 2일 첫 프리뷰 공연의 티켓을 예매해 줬다.

뮤지컬의 내용이 괴기스럽기에 칙칙하고 피비린내가 풍기지만 조승우와 옥주현을 비롯한 배우들의 때로는 익술스럽고 때로는 무게감있는 연기가 관객들의 흥미를 유발한다.

인터미션 시간에 잠깐 함께 간 지인과 나눈 대화.

뮤지컬에 나오는 여자 거지의 정체...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비극으로 끝날 수 밖에 없는 내용...

깊어가는 가을, 남부지방의 태풍 소식이 있어서 더욱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고조시킨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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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륵까르륵 - 가장 순수한 것들의 찬란한 웃음소리 월간 정여울
정여울 지음 / 천년의상상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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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에게 잘 알려진 출판사도 유지하기 힘든 시기에 작가 정여울과 총 3명이 운영하는 작은 출판사 '천년의 상상'이 2018년 1월부터 12월까지 새로운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 당신의 잃어버린 감각과 감수성을 일깨우는 12개월 프로젝트"

한 달에 한 번씩 우리들의 감각과 관련있는 의성어가 책제목을 가진 책이 출간됐다.

그동안 꾸준히 정여울의 책들에 관심이 있었는데, 작가의 책들을 검색하다가 알게 된 책들.

지금부터 한 권씩 읽어보기로 했다. 워낙 정여울은 여행도 좋아하고 책읽기도 좋아하고 글쓰기도 좋아하니 작가의 책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작가의 생각에 공감을 하게 된다.

사유하고 창조하는 글쓰기를 통해서 깨닫게 되는 것들이 많다.

12권의 책들은 작가의 글과 함께 그달의 화가의 그림이 함께 한다.

" 자신의 상처를 솔직하고 담담하게 드러내며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작가. 글쓰기, 듣기, 읽기, 말하기 네 가지는 글로 살아가게 하는 가장 중요한 활동이다. 세상 속 지친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글을, 한없이 넓고도 깊은 글을 쓰고자 한다. 일정한 틀에 매이기보다 스스로 주제가 되어 더욱 자유롭고 창조적인 글쓰기를 하고 싶은 목마름으로 '월간 정여울'이라는 새로운 실험을 시작한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독자와 소란하지 않게, 좀 더 천천히, 아날로그적으로 소통하기를 바란다." (작가 소개글 중에서)

'월간 정여울' 3월호는 <까르륵까르륵>이다. 우린 언제 이처럼 까르륵까르륵 웃어 봤을까?

티없이 맑은 어린 아이의 웃음소리가 아닐까?

작가는 '까르륵까르륵'을 " 가장 순수한 것들의 찬란한 웃음소리'라고 정의한다.

나는  정여울'의 글들이 긍정적이고 소박하면서도 품위가 있고 깊이가 있는 글이라서 좋아한다. 어린시절로 되돌아간 듯한 이야기들을 읽게 되면 추억에 잠기게 된다.

" 책을 읽는다는 것, 그것은 이 세상에 있으면서도, 저 너머의 또 다른 세상을 꿈꿀 수 있는 자유다. 책을 읽는다는 것, 그것은 삶에서 어떤 폭풍우가 몰아쳐도 내면의 힘만으로 나를 지켜낼 용기를 기르는 일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 그것은 항상 매 순간 새롭게 태어날 부활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정신의 모험이다. (p. 61)

" 덴마크 사람들의 행복을 상징하는 단어 '휘게 Hygge' 또한 새로운 행복의 기준을 암시한다. 휘게는 사회가 요구하는 속도나 경쟁을 중시하는 삶이 아닌, 소박하고 느린 삶, 여백이 있는 삶의 아름다움을 상징한다. 휘게는 화려함이 아닌 단순함에서, 빠름이 아닌 느림에서, 사치스러움이 아닌 소박함에서 행복을 느끼는 마음이다.  (p. 142)

" 행복의 기준점을 '먼 훗날 성공한 나'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꾸밈없는나'로 잡으면 된다. 행복의 가치를 '더 많이, 더 빨리, 더 높이'가 아니라 '더 느리게, 더 소박하게, 더 느슨하게' 스스로를 이완시키는 것에서 찾으면 된다. 우리는 '머나먼 훗날' 행복해지고 싶은 것이 아니라 '지금 바로 이 순간'행복해지고 싶으니까. 성공했을 때 느끼는 잠깐의 짜릿함이 아니라, 365일 우리의 일상 곳곳에서 느낄 수 있는 느릿느릿한 삶의 여유, 그것이 내가 꿈꾸는 행복의 맨얼굴이다. " (p.p. 147~148)

" 사실 아이의 일거수 일투족을 '사랑의 이름으로' 분석하는 어른과 어떻게든 부모의 감시를 벗어나려는 아이의 용의주도한 두되게임 사이에는, 해결되지 않는 근원적인 갈들이 놓여 있다. 어른은 아이의 행동에서 끊임없이 '의미'를 찾아내려 애쓰지만, 아이는 언제나 바로 그 '의미'자체에 저항하려 한다. " (p. 153)

 

느리게 그리고 소박하게, 천천히 살아갈 것을 권하는 작가의 글을 읽으면 마치 정여울이 인생의 선배처럼 느껴서 그가 전하는 메시지에 공감을 하게 된다. 실은 내가 정여울 보다 훨씬 인생의 선배임에도.

3월의 화가인 최인선의 그림도 독특하다.

" 최인선 작가의 작품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이런 목소리가 들여오는 듯하다. 작가의 의도나 작품의 의미를 지나치게 파고들려하지 마. 그냥 한번 흠뻑 빠져 들어 봐.

파란색이 얼마나 새파란지, 붉은색이 얼마나 선연하게 우리의 심장을 할퀴는지, 흔색이 이 모든 빛깔들을 얼마나 거대한 품으로 끌어안고 있는지. 나는 최인선 작가의 그림을 통해 비로소 알게 되었다. 같은 파란색이라도 어느 순간에는 얼음물처럼 차게 느껴지고 어느 순간에는 방금 끓인 녹차처럼 따스하게 느껴진다는 것을 그는 무슨 색을 써야 아름답게 보일까를 주도면밀하게 연구하는 과학자의 스타일이 아니라, 본능과 직관의 몰아침을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하고 거침없이 마치 천진무구한 어린아이처럼 색채와 놀이를 벌인다. (p. 177~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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