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어른을 위한 동화 17
이희정 글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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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주 예쁜 책이다.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잠깐 읽을 수 있는 책, 그런데 그 내용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책의 저자인 '이희정'은 나비하고 참 친하다. '한국미술협회' 회원이기도 하고 연고지는 아니지만 어느날부터 제주도에서 '풍경이 있는 화실'을 운영하고 갤러리 '나비'의 관장이기도 하다. 화실의 창문을 통해 나비들이 들어와서 놀다가기도 한다고 하니 이처럼 행복한 삶이 어디있을까?
내가 부러워하는 것 중의 세가지는 글을 잘 쓰는 사람,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 그리고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이다. 그런데, 저자는 그중에 두 가지를 잘한다. 거기에 노래솜씨도 좋을지 모르니 부럽고 부러운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
'나비'는 어른을 위한 동화이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읽고 나면 감동이 오는 그런 짧은 이야기이다.
상수리나무와 졸참나무가 모여사는 숲의 초여름에 나뭇잎에 붙어 있는 알에서 깨어난 분홍 애벌레, 그 분홍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과정의 아픔과 꿈을 쓴 글이다.
초여름의 숲에는 분홍 애벌레가 갉아 먹을 잎새들이 많다. 그런데 구름사이로 날아가는 별왕나비의 이동을 보고는 나비가 되기를 꿈꾼다. 바다넘어 먼 캘리포니아까지 먼 길을 떠나는 나비는 가는 도중에 죽을 수도 있고,너무 멀어서 나비의 날갯짓이 아닌 바람을 타고 날라가야 하기때문이다.
 
'일하고 또 일하고 쉬지 않고 일하는 것이 나의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개미는 분홍 애벌레에게 '너는 그냥 나뭇잎맘 갉아 먹으면서 빈둥거리는 애벌레로 태어난거야' 그러니 그냥 애벌레로 살아가'고 한다. 그런데 분홍애벌레는 별왕나비떼를 본 후에 자신의 안정적 생활이 행복하지 않다. '나비가 되어 먼 곳으로 가보고 싶어요' 이 말을 들은 상수리 할아버지와 졸참나무 할머니는 분홍애벌레에게 희망을 준다.
"나비가 되려면 먼저 꿈을 가져라. 꿈을 꾸는 것은 너이지만 그 꿈이 너를 이끌어 줄거야. 일을 결정할 때는 신중해야돼. 그리고 네 행동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해." 라고 일깨워준다.
별도 반짝이면서 이야기한다. "내가 빛나는 건 뽐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빛을 밝혀주기 위해서야, 그게 나의 소명이야." 라고.
분홍 애벌레는 깨닫는다. 더 나아진 나를 위해서,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사랑할 줄 아는 나비가 되기로 한다.
나비가 되어 '바다 건너편에 닿지 못할 수도 있고, 가다가 죽을 수도 있지만 꿈도 없이 오로지 나뭇잎만 먹고 사는 현실에 만족할 수 없다.'
상수리나무 할아버지와 졸참나무 할머니는 분홍애벌레에게 희망을 심어준다. '간절히 원한다면~~' "꿈꾸는 애벌레만이 나비가 될 수 있다."
  어느날 발견한 갈색 덩어리속의 흉칙한 모습의 번데기... 번데기는 '나비가 되려면 잠시 어둠속에 있어야 해' 번데기에서 나비가 탄생한다. 아름다운 날개, 연약하고 비늘가루로 덮인 날개.... 쭈글거리던 날개로 날갯짓을 하니 멋진 모습의 나비가 된다.
분홍 애벌레는 번데기를 통해 사랑을 알아 간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는 것을....
분홍 애벌레도 나무숲에서 번데기가 되고, 잠시 어둠속에서 두려움과 아픔을 느끼지만 아름다운 한 마리 나비가 되어 훨훨 날라간다. 이제 분홍나비가 된 애벌레는 목숨을 걸고 바다를 건너 갈 것이다.
나비가 되려면 기다림이 있어야 하고, 그 기다림은 고통을 수반하며, 그 기다림의 과정, 그 자체가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우리는 자연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분홍 애벌레가 꿈을 가졌듯이 우리도 꿈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간절히 원한다면 희망은 우리앞에 다가올 것이다.
지금의 풍족하고, 안락함에 안주하지 않고 꿈을 가지고 살아가라고 우리들에게 가르쳐 준다.
나비가 되기 위해서 분홍 애벌레가 기다렸듯이, 우리도 꿈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하는 과정에서 외롭고 힘들고, 두려운 일들과 마주치더라도 그 아픔을 견디고 이겨내야 하는 것이다.
밤하늘의 반짝이는 보석과 같은 별들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빛을 밝혀주기 위한 것처럼.....
분홍나비가 어떤 힘겨운 일들이 생기더라도 바다를 건너 훨~ 훨~ 날아가듯이....
분홍 애벌레에서 분홍 나비가 되는 과정이 우리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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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방으로 들어간다
니콜 크라우스 지음, 최준영 옮김 / 민음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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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콜 크라우스(1974년 1월 1일생)는 스탠퍼드대를 졸업하고 옥스퍼드대학을 거쳐서 영국 코톨드 미술학교에서 공부를 하기도 했다. 뉴욕 문단에서는 '분더킨트(문학신동)으로 통하기도 하며 2002년 그녀의 처녀작인 '남자, 방으로 들어간다'로 'LA타임즈'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면서 촉망받는 작가로 주목을 받게 되고, 두번째 작품인 '사랑의 역사'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흔히들 작가의 처녀작은 그 작가가 앞으로 작품에서 보여줄 소설의 크기와 상상력을 가늠해 볼 수 있다고 하는데, 바로 '남자, 방으로 들어간다'가 그런 경우일지도 모른다. 작가는 너무도 많은 이야기를 이 작품에서 하려고 한 듯한 인상이 든다. 그것은 소설의 독특한 설정들이 돋보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다소 산만한 느낌이 들기도 하기때문이다.

 
이 작품은 기억상실에 관한 이야기이다. 아주 많은 이야깃거리로 등장하는 설정이지만, 니콜 크라우스는 특이한 방법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것이 이 작품의 묘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보통의 작가들은 이러한 설정이라면 단순한 기억찾기 아니면 기억속의 사랑이야기로 전락해 버렸을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뉴욕에 살고있는 문학 교수인 샘슨은 어느날, 사막지대인 머큐리 골짜기에서 발견된다. 그를 발견한 경찰은 운전 면허증과 너무도 다른 몰골때문에 그가 과연 샘슨그린일까 의아해 할 정도로.... 그것은 컬럼비아대에서 브로드웨이로 향하는 모습이 발견된지 여드레만의 일이다. 왜 샘슨이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네바다주의 이름 모르는 곳에 가게 되었는지 모른다. 의사의 진료결과, 그의 뇌에는 버찌만한 종양이 있어서 수술을 해야 한단다. 수술결과 샘슨에게 나타나는 증상은 13살이전의 유년기 기억들만이 남아 있으며, 수술후의 모든 기억들은 기억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샘슨은 13살이 아닌, 36살의 남자이다. 텅비어 버린 24년의 기억은 송두리째 없어진 것이다. 만약에 종양이 조금만 위치가 달라졌어도 샘슨은 자신의 이름까지도 상실해 버렸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샘슨이 불행중 다행인지, 아니면 그것이 불행인지는 알 수 없는 것일 것이다. 샘슨이 기억하는 것은 3살때 자신과 어머니를 놔두고 어디론가 떠나던 아버지의 모습, 그리고, 어머니와의 유년시절의 기억만이 존재한다. 아내인 애나 역시 기억할 수가 없다. 샘슨에게 자신이 처해 있는 지금의 상황과 자신이 느끼는 것은 과연 샘슨의 실체일까? 많은 혼돈에 휩싸인다.
샘슨이 24년이라는 시간을 잃어버렸다기 보다는 시간이 샘슨을 잃어버렸다는 느낌이 든다. 분명 자신은 아내를 사랑했기에 결혼을 했을 것이지만, 그런 기억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기억속의 어머니는 암으로 5년전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런데,그때의 샘슨은 어떤 심정이었는지 알 수가 없다. 어머니의 죽음은 "마치 자신이 어머니를 내버리고 낯선 사람이 어머니를 기억하도록 한 것처럼 죄책감을 불러 일으켰다. " (p55)
아내와는 샘슨이 26살이던 시절에 만났다고 한다. 그러니까 그들에게는 10년이라는 세월을 함께 했지만 그들에게는 아무런 추억조차 없다. 처음에 아내는 남편의 기억을 되살리려는 노력을 하지만,샘슨은 어떤 기억을 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그래서 이 소설의 설정이 '기억의 일부 상실'이라는 소재이기는 하지만 타 소설과의 차별화가 느껴진다.
샘슨이 구태여 찾으려 하지 않는 24년의 상실의 기간은 그에겐 어떤 의미일까?
'그는 꽤 시간이 흘러, 잊는다는 것이 어떤 일이지 다시 배웠을 때 이것은 애나에게 설명하려고 했다.(..) 기억과 그 반향 모두의 제거였고, 그것을. 그러니까 후회의 결핍을 애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 사람이 마음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할 수 있겠는가? '상실'조차도 정확하지 않은 묘사였다. 잃어버렸음을 모르는 상실이 무슨 상실이겠는가? (p27)
잃어버린 줄 모르는 상실이 무슨 상실이겠는가.... 샘슨에게 텅비어 버린 24년의 세월이 그에게 무슨 의미이겠는가?
그런데, 찾지 않은 과거때문에 샘슨은 외롭고, 고독하고, 세상으로부터 멀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사랑은 영원한 것'이라고 믿어 왔던 아내로부터도 멀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샘슨이 잃어버린 그 세월속에 공산주의는 붕괴되었고, 주지사였던 레이건은 대통령이 되었고, 존 레넌은 사망했으며, 양의 복제가 이루어 졌다. 그리고, 과학은 날로 발전되었다. 문학 전공이었던 샘슨은 왠지 과학에 관심이 생긴다. 우주비행,핵폭발과 같은 것에도.... 
작가의 상상력은 훅 뛰어 넘어서, 과학을 이야기한다. 여기에서 '기억상실'에 대한 또다른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남자, 방으로 들어간다.'는 또다른 세계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어느날 걸려온 전화 한 통에 샘슨은 로스앤젤레스의 레이 말콤를 찾아 간다. 의사이지만 신경과학을 연구하여, 과학의 경계를 넓혀간다는 그의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사막 한가운데의 클리어 워터라는 곳에서의 샘슨의 뇌를 이용한 실험....
레이가 샘슨을 연구대상으로 삼게된 이유는 잃어버린 기억을 찾으려는 노력이 없는 그의 뇌를 가지고 마음대로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것. 샘슨을 극단적인 과학 실험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기억의 전이' 아주 강한 기억을 주입시키는 것이다. 44년전에 일어났던 역사속의 한 순간을, 다른 사람이 겪었던 기억과 충격을 전이시키는 것이다.
엄청난 사실을 깨달았을 때, 레이는 떠나고 없었다.
지금까지 샘슨이 뉴욕에서 거리를 방황한 것도, 무엇인지 모르는 실마리를 쫓아서 사막까지 와서 프로젝트의 대상이 된 것도, 샘슨이 다시 어디론가 가기 위한 여정이었을 것이다. 과거를 잃어버렸지만, 태연하게 자신인 것처럼 살아가는 것이 부담스러웠기에 떠나야만 했지만, 지금은 다시 돌아가야 한다.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 것일까? 자신의 존재를 찾아 가야 할 것이다.
그곳은 유년기의 기억이 그대로 살아있는 어머니의 품일 것이다. 그런데,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기억이 없다. 아내가 아닌 사람중에 어머니의 묘를 아는 사람을 찾아가야 한다. 겨우 찾은 어머니는 유년기를 함께 지냈던 자신의 집 나무밑에 한 줌의 재로 뿌려져 있는 것이다. 샘슨이 그곳을 찾은 것은 '자아를 찾아' 먼 길을 돌아 온 것이다. 그리고, 또 만날 사람은.... 아내. 애나. 바로 애나.
그녀에게 말하리라 '그는 그녀를 너무나 사랑했기에 그녀가 충분히 가까이 오도록 할 수 없다고 느꼈고, 그녀를 알기 위해 그는 상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자취를 감추었다, 그녀에 대한 사랑에 영원히 다다를 수 없다는 불가능에 좌절했다는 것을...
"그녀에게 묻지 않은 것이 너무나 많았고, 그의 마음에 무언가를 소리쳐서 그녀를 다시 붙들고 싶어 했다. 그러나 그 순간은 그에게서 이미 달아나 버렸고 그는 그것에 사랑할 힘이 없었다. (p376)
'그는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었고, 비를 막기 위해 얼굴을 구스린 채 여는 사람들처럼 과거를 가진 사람이 되어 걸어갔다. " (p376)



 
 샘슨이 되찾으려고 하지 않았던 과거의 기억들, 그것은 지금의 샘슨이 있게 해 주었던 모든 소중한 부분들이었다. 그런데, 왜 샘슨은 기억을 찾기를 거부했을까?어쩌면 기억의 파편들이 두려웠을 지도 모르겠다. 우리들이 때론 과거을 잊고 앞으로만 나가고 싶어하고, 미래지향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에 대한 경고일지도 모르겠다.
과거의 나의 모습과 과거에 상실했던 모든 것들도 결국에는 내 존재의 일부인 것이다. 그런데, 그 과거를 망각해 버린다면 온전한 내가 될 수 없을 것이다.
뒤늦게라도 샘슨이 자아 정체성을 찾으려는 노력으로 어머니를 찾아가는 것이나, 아내를 만나게 되는 것이 샘슨에게는 좀더 희망적인 미래를 말해 주는 것이 될 것이다. 샘슨에게는 아내라는 존재가 이제는 좀더 크게 부각될 수 있을 것이며, 결말이 명쾌하게 끝맺음을 하지는 않았지만, 여운을 남겨 둠으로써, 샘슨이 고독함에서 벗어나 아내와의 함께함에서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세상이라는 큰 문으로 빨리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해 보는 마음도 갖게 되는 것이다. 작가가 젊은 여자임에도 과학적인 소재를 이야기속에 끼워 넣어 새로운 감각의 작품을 만들려고 한 것이 '기억상실'이라는 소재를 좀더 폭넓게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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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 숙녀 여러분, 가스실로 - 폴란드 창비세계문학 단편선
타데우쉬 보로프스키 외 지음, 정병권.최성은 엮고 옮김 / 창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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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풍경 속에서 무언가가 변했음을 알았다. 이제 더이상 무관심할 수만은 없었다. 풍경 속에서 슬픔과 기쁨이 엇갈리는 게 느껴졌다. 스타시는 자신의 환상에 웃었다. 그러자 문득 놀랍게도 환희가 몰려 왔다. 아직도 살아갈 날이 며칠이나 더 남았다는 사실이 기뻤다. 남아 있는 나날들이 끝없는 영역으로 뻗어갈 것만 같았고, 저녁 무렵까지 불과 몇 시간 안 남은 그 시간이 영원을 향해 길게 연장되는 듯 느껴졌다. 자기에게 주어진 매 순간이 마치 그에게 허락된 귀한 선물처럼 소중하기만 했다.


-3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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밉스 가족의 특별한 비밀 - 2009 뉴베리 아너상 수상작 생각하는 책이 좋아 6
인그리드 로 지음, 김옥수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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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을 잘 다스리면 아주 좋은 일을 할 수 있어, 자신의 비법이. 지신만의 독특한 색깔이 다른 사람과 조화를 이루며 아주 특별하게 빛나도록 해야 해. -148쪽

하지만 사고를 당하기 전과 똑같이 살 순 없었다. 사고든 초능력이든 아니면 첫 입맞춤이든, 인생살이라는 게 어차피 한 번 일어나면 되돌릴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거기에서 교훈을 얻고 그걸 잊지 않고 앞으로 꾸준히 나아가는 것뿐이다.

-2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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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된 장난 마음이 자라는 나무 22
브리기테 블로벨 지음, 전은경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11월
절판


'창밖에 있는 창살을 보면 무척 마음이 놓인다. 창문을 열고 자도 괜찮다.(...) 사실 창살은 환자가 창문 너머로 뛰어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된 것이다. 하지만 내가 누워있는 곳은 삼층이다. 이곳에서 뛰어내린다고 정말 죽을까?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니 다 부질없는 것이다. 이런 병원이 있다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일찌감치 여기로 오는건데.... 그 누구도 못된 장난을 칠 수 없는 이곳으로.


-15쪽

우정이란 서서히 싹트는 것이다. 서로를 위해 옆에 있어 주면서 믿음과 함께 천천히 자라는 것이다. "우리 이제부터 친구야."라고 한다고 해서 친구가 되는 것이 아니다. (...) 기분이 내키면 아무 때나 나무에서 딸 수 있는 과일쯤으로 아나?"

-97쪽

'메스꺼운 문자 메시지 한 통쯤은 별 문제가 안 되지만, 지속적으로 굴욕적인 문자를 받는다면 자존감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다고 했다. 매일 조금씩 더 심하게.... 이런 식의 정신적인 폭력은 소량의 독이 담긴 음식을 매일 먹는 것과 같다, 한두 번은 몸이 정화해 낼 수 있다. 그러나 독이 오랫동안 몸속에 쌓이면 나중에는 쓰러질 수밖에 없다. '

-242쪽

'나처럼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거나 컴퓨터 켜는 것을 두려워하던 사람만이 내가 겪은 일을 이해하리라. 나는 영혼을 망가뜨리는 고문을 당하고 있었다. 그곳은 지옥이었다. 무조건 자기편을 들어주는 사람, 우는 모습을 마음 놓고 보여주어도 괜찮은 사람이 없다면 누구든 끝장이다.'

-267쪽

'언뜻 보기에 이 사진들은 전에 올라왔던 것들보다 더 끔찍하지는 않았다. 안나와 내 사진을 합성한 것보다 더 교활하지도 않았다. 사진 자체만으로는 그다지 소름끼치지 않았다. 내가 정말 끔찍했던 것은, 그 아이들이 나의 마지막 은신처를 찾아내어 파괴했다는 사실이다. 이제 그 아이들을 피해 달아날 곳은 이 세상에 한 군데도 없었다. 단 한군데도.... -2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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