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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금 100만 달러
너새네이얼 웨스트 지음, 장호연 옮김 / 마음산책 / 2010년 3월
평점 :
낯익은 작가들의 작품은 그의 작품 스타일이나 문체를 가늠할 수 있기에 처음부터 쉽게 읽을 수 있지만, 처음 접하는 작가들의 작품은 어느 정도의 책읽기가 이루어져야 적응이 되는 경우가 있다. 바로 '거금 100만 달러'의 작가인 '너새네이얼 웨스트'가 그런 경우가 아닌가 한다. 생판 들어보지도 못한 작가이기에, 그리고 그의 작품세계가 남다르고 작가 특유의 문체와 그로테스크함. 그리고, 풍자의 은유까기 겹쳐지기 때문이었다. 또한, 신화, 종교, 문학,예술을 망라한 인용은 어느정도의 식견을 동반하여야 책읽기가 수월해질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줄거리야 모르겠냐만은 작품속에 숨겨진 작가의 의도와 풍자적 은유를 찾기위해서는 작가의 프로필이나 작품세계, 옮긴이의 말을 꼼꼼하게 챙겨보는 것이 '너새이얼 웨스트'의 작품을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너새이얼 웨스트'는 살아있을 때는 그의 작품들이 별로 각광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그가 37살의 젊은 나이에 교통사고로 죽었기때문에 남긴 작품도 -'발소 스넬의 몽상' '미스 론리하트' '거금 100만 달러' '메뚜기의 하루' - 4작품뿐이다. 그는 미국인이지만 대학 졸업후에 프랑스에 머물면서 미국의 사실주의가 아닌 프랑스의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 영향을 받아서 첫작품인 '발소 스넬의 몽상'(1931)을 썼고, 그가 죽은후에 프랑스에서 '미스 론리하트'가 출간되면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그것을 계기로 해서 그의 작품이 빛을 보게 되었던 것이다. 미국 문학평론가는 '너새네이멀 웨스트'를 '피츠제럴드' '헤밍웨이'와 함께 20C 미국문학의 3대 봉우리라고 했다고 하니 작가의 천재적 작품세계를 1930년대에는 이해하기란 너무 난해하였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는 '너새이멀 웨스트'의 작품 '거금 100만 달러'와 '발소 스넾의 몽상'이 실려 있다.

'거금 100만 달러'의 작품도 사전 지식을 가지고 읽으면 그 작품의 풍자적 요소들을 쉽게 찾아내면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1930년대의 미국 사회의 병폐를 17살의 레뮤얼(렘)을 통해서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낡고 오래되었지만 그 무엇보다 소중한 렘의 집이 그 집을 탐내는 인테리어 업자에 의해서 의도적으로 채무관계가 이루어지게 되고, 대출금을 내지 못하자 그들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 미망인인 엄마를 대신해 이 집을 찾기 위해 마을 은행에 들린 렘은 그 은행의 소유자인 전직 대통령의 권유로 돈을 벌기 위해서 꿈의 도시 뉴욕으로 향한다. 그런데, 과연 뉴욕은 그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곳일까?
렘의 시련은 뉴욕행 기차에 타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엉뚱한 사건에 얽혀서 감옥에 가고, 감옥에서는 느닷없이 치아를 모두 뽑아버린다. 그리고, 계속되는 악운에, 불운에. 모든 나쁜 단어는 총집합해도 좋을 정도로 깨지고, 터지고~~~
작가는 꿈을 찾아 가는 17살의 어린 소년에게서 얼마나 많은 것을 빼앗아야 할까? 어디까지 망가뜨려야 되는 것일까? 치아, 눈, 다리..... 그밖에 더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끔찍한 시련이 소년을 힘겹게 만든다. 그런데, 독자들이 느끼는 것과는 다르게 소년의 태도는 자신의 운명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전직 대통령이라는 '셰크포크'의 행동은 마치 '돈키호테'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변호사 '슬렘프'의 행동은 지식인의 모습과는 딴판의 모습이고, 불을 끄는 소방대원은 나태하고 화재난 집의 값진 물건에 손을 대고, 그 집의 소녀를 성폭행하기도 하고. 수시로 나오는 경찰은 폭력을 일삼고. 그야말로 요지경 세계.
'앨저'가 말하는 '아메리카드림'과는 대조적인 세상이니, 작가는 이런 미국사회와 미국인의 사고방식을 신랄하게 비판하기 위햐여 '앨저'의 작품의 모든 장치들을 의도적으로 차용하기로 하였나보다. 그런데, 이 정도의 불우한 '렘'의 삶이 그려진다면 끔찍하다 못해, 나중에는 황당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그로테스크한 풍자적 미'(옮긴이의 말 중에서)가 그대로 엿보이게 되는 것이다
'발소 스넬의 몽상' 은 그야말로 '몽상' 그자체이다. 처음 이 작품을 대한 느낌은 '도대체 뭔소리야?' 할 정도로 그로테스크하다. 생소하고 황당한 이야기들이라고나 할까? '그로테스크' - 이 작품에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일 것이다.
작가가 프랑스에 머물면서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 영향을 받아서 쓴 작품이다. 시인인 '발소 스넬'은 트로이목마의 안으로 들어간다. 말하자면 목마의 내장속이라고 할 수 있는 곳으로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이 내미는 작품이나 편지들을 읽으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내용이다. 즉, 꿈(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 작품의 특징은 신화, 종교, 문학, 예술가, 문학가, 작품 등 문학적 인용이 거침없이 작품속에 나온다는 것이다. 그 인용이 왜 그 문장속에, 내용속에 필요한지를 알려면 어느 정도의 식견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러면 '발소'가 목마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안내인인 '말로니'는 성푸기의 전기를 쓰는 사람, 10대 소년인 '존길슨'은 도스토엢스키 양식의 범죄일지를 적어 나가는 아이, '맥기니'는 새뮤얼 퍼킨스의 전기 작가. 그녀를 배신한 남편을 죽여달라는 곱사등이 여인 '제이니'. 그녀는 남편이 보낸 편지를 발소에게 보여준다. 이들은 아무런 연관성도 없을 것같은 인물들이고, 그들의 이야기 역시 어떤 연관성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그들은 청중을 애타게 찾는 작가들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하는 예술가의 고뇌를 가진 사람들. 현실과 소통하지 못하는 예술가의 고민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작가인 '너새네이얼 웨스트'가 세상에 외치고 싶은 이야기들이 이 작품에 고스란히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와같이 '너새네이얼 웨스트'의 두 작품은 모두 풍자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어떤 풍자소설보다도 더 풍자속의 의미를 깊게 각인시켜 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어떤 소설가보다도 더 독특한 문체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1930년대의 독자들에게는 아무래도 '너새네이얼 웨스트'의 작품을 이해하기엔 역부족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당시와는 많이 달라지고 새로워진 문학사조속의 21C 에도 실험적 정신이 엿보이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된다.
쉴새없이 쏟아져 나오는 신간들 사이에서 낯익은 작가들의 작품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는 하지만, 때론 '너새네이얼 웨스트'처럼 모르고 있었던 작가의 작품을 통해서 그 작가를 알게 되고, 그의 작품세계에 들어가 볼 수 있다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나머지 두 작품은 어떤 작품들이었는지 인터넷 검색을 해보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