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젊은 날의 숲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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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젊은 날의 숲'의 작가인 '김훈'과 나와의 책 속에서의 만남은 지속적으로 이어진다. 가장 첫 만남은 '책책책 책을 말하다'라는 TV 프로그램을 통해서 처음 시작되었다. 그때 읽은 책이 '칼의 노래' 그리고 이어서 '남한산성' '자전거 여행' '풍경과 상처' '공무도하'.
그런데, 이런 작품들을 읽으면서 첫 만남은 너무도 많은 낯가림을 했다는 것이다.
그의 작품을 읽을 때에는 항상 내가 작가가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그리고 독자들에게 남기는... 사회를 향해서 외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를 물어보곤 했다.
워낙 역사소설을 좋아하기에 '칼의 노래'와 '남한산성'을 읽을 때에는 정통 역사 소설을 기대했기에 더욱 낯설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그는 항상 우리들이 흔히 기대하는 영웅적이고, 애국적이고, 구국적인 주제에서 벗어나 새로운 주제를 선 보였다.
역사가 가진 무게보다는, 영웅적인 모습보다는 한 인간으로서 가지게 되는 인간적 고뇌와 번민을 다루고 있었다.
'공무도하'에서도 고전적 주제를 가지고 한 기자의 시각으로 전혀 새롭게 느껴지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김훈의 소설들은 흔히 접할 수 있는 내용들의 이야기들인 것 같으나 소설 속의 주제나 메시지는 제목에서 떠오를 수 있는 단상들과는 전혀 다른 색다른 이야기들은 써 나갔다.
그의 에세이인 '풍경과 상처'는 에세이라기에는 좀 어려운 문체들이 결코 한 문장, 한 문장을 쉽지 않게 받아 들여야 하였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그래서 나의 빈약한 문학적 소양과 언어 및 문장 실력으로는 쉽게 받아 들이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이런 김훈 작가의 작품들은 어느새 나에게는 조금씩 조금씩 낯익은 모습으로 다가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공무도하'이후 약 1년만에 출간된 '내 젊은 날의 숲'을 읽으면서는 완전히 작가의 문장들이 자연과의 합일을 이룰 정도로 세밀하고도 날카롭게 관찰되어야만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과 한 문장, 한 문장의 아름다움과 그 문장들이 모여서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청정지역과 같은 소설로 탄생한 것에 경이로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어찌보면 한 권의 에세이집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문장들.
그리고 어찌보면 한 권의 깨끗한... 담고 싶지만 담지 않고 남겨두는 여운이 남는 그런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그런 책이다.
문장의 향연이라고 해야 할까.

멀리, 눈 쌓인 자등령에 아침햇살이 닿으면 잇달린 봉우리들은 솟아오르는 태양의 각도에 따라서 자줏빛에서 분홍빛으로, 분홍빛에서 선홍빛으로 바뀌었다. 바람이 는성을 훓을 때, 솟구치는 눈의 회오리 속에서도 분홍빛과 자줏빛의 눈가루들이 들끓었다. 들끓는 빛의 가루들을 몰아가는 회오리가 능선을 따라서 북방한계선을 건너갔다. 자등령이란 이름의 붉은 자는 겨울 아침에 지어졌을 것이다. (...) 겨울이 가야 봄이 오는 것이 아니고, 겨울의 숲이 봄을 기다라는 것도 아니었다. 숲은 겨울을 기다리지 않았고, 겨울의 한복판에 봄이 이미 와서 뿌옇게 서려 있었다.(P85~86)
숲에 눈이 쌓이면 자작나무의 흰 껍질은 흰색의 깊이를 회색으로 드러내면서 윤기가 돌았다. 자작나무 사이에서 복수초와 얼레지가 피었다. 키가 작은 그 꽃들은 눈 위에 떨어진 별처럼 보였다. 눈 속에서 꽃이 필 때 열이 나는지, 꽃 주변의 눈이 녹아 있었다. (P1150)
진달래꽃의 색깔은 구겨져서 바래었고 작약의 색깔은 기름졌다. 늪가의 물안개 속에서 핀 도라지꽃의 보라색은 젖어서 축축했고, 한낮의 패랭이꽃의 자주색은 팽팽했다.  (P120)
이렇게 아름다운 문장의 소설을  또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생기기도 했다.


세밀화가인 조연주,
그리고 비리 공무원으로 가족들에게 별로 다가가지도 못하고, 또한 아내 역시 '그 인간..'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위치에 있는 아버지.
아버지를 미워하지만, 아니 싫어하지만 그 연을 끊지 못하고 끌려가는 듯하면서도,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어머니. 그러나, 딸에게 밤마다 전화를 해야만하는...
또 두 사람, 김중위와 안요한.
조연주가 다가갈 것같으면서도 다가가기를 스스로 자제하는...
이처럼 인간의 삶의 테두리에는 가족관계로 얽혀 있어서 끊을 수 없는 인연도 있고, 새롭게 어떤 계기로 연결되는 관계도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조연주와 안요한은 낯가림이 심한 닮은꼴인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서로 다가갈 수 없는...
민통선 안쪽의 자등령 숲의 수목원.
조연주가 세밀화가이기에 자연을 보는 눈은 그 누구의 눈보다 더 날카롭고 섬세하다. 자연의 아름다움이 문장들로 '쟁쟁쟁~~' 울려 퍼지고....
그 문장을 읽는 독자들은 자연의 모습을 이렇게도 바라볼 수 있고, 표현할 수 있음에 작가에게 찬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진다.
그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한국전쟁의 참상이 빚어졌던 자등령 기슭에 흙먼지를 겨우 뒤짚어 쓴 책 잠든 수많은 백골들.
그 백골을 꽃을 세밀하게 바라보던 눈으로 그려야 하는 일.
역사의 추악한 모습인 전쟁이 너무도 담담하게 쓰여져서 백골의 이미지에서 느낄 수 있는 섬뜩함마저 느낄 수 없게 해준다.

산맥에 흩어진 백골들 중에서 한 점 백골의 단면을 그리는 일과 억만 년은 피고 지는 무수한 꽃들 중에서, 한 떨기 꽃의 개별적 생명의 현재성을 그리는 일과, 젖니빠진 신우의 그림을 지도하는 일은 결국 같거나, 그다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거리에서 한 줄로 엮여 있는 것과 같았다. 마음의 일은 결국 몽매하다 (P207)
'내 젊은 날의 숲'의 문장들은 만연체와 화려체들이지만...
그 어떤 문장 하나 군더더기없이 쓰여져야 할 내용에 적확하게 쓰여진 것을 느끼게 해준다.
이 소설 속의 인물들은 허세에 찬 할아버지에서 안요한에 이르기까지 모두 가을, 아니 겨울을 닮은 것처럼 쓸쓸하고 외로워 보인다.
잘못 얽힌 관계이며, 서로가 서로에게 무관한 것처럼....
그 흔한 사랑이야기 한 문장없이....
그러나, 그 외로움의 색깔은 각각 다른 느낌을 주기도 하고, 그 외로움을 나타내는 방법도 다른 것이다. 아니, 인간은 모두 어떤 의미에서는 외로운 존재들이기에 이렇게 자연의 묘사가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마지막 김중위가 내민 명함 한 장. 그것은 또다른 관계로 발전할 수도 있고, 아니면, 그대로 가방 속에 오래도록 담겨 있다가 정리되는 한낱 종이일 수도 있는....
작가는
여생의 시간들이, 사랑과 희망이 말하여지는 날들이기를 나는 갈구한다.(P343)
화자인 연주는 일상에서의, 아니, 할아버지의 잔상과 아버지, 그리고 엄마의 관계로 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새로운 인연을 위해 자등령 숲의 세밀화가의 계약직으로 1 년간의 자연을 관찰하면서 살았을 것이다.
그녀에게 '젊은 날의 숲'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 것이며, 숲의 자연 속에서, 그리고 또다른 인연들과의 관계에서 꽃처럼 아름다운 그 무엇을 얻었을 것인지, 아니면, 그 이전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인지 독자들은 나름대로 판단할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이 소설의 주인공인 연주의 ' 내 젊은 날의 숲'이라기 보다는 약 1년 여의 시간을 전국 방방곡곡의 숲을 벗삼아 다닌 김훈 자신의 '내 젊은 날의 숲'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



아름다운 문장들이 아직도 '쟁쟁쟁'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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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 가치에 대한 탐구
로버트 메이너드 피어시그 지음, 장경렬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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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서이지만 자전적 소설이 가미되어서 읽기 편한 책. 작가의 노력이 엿보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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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사는 행복한 경제 더불어 시리즈 2
배성호 지음, 김보미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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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란 무엇일까?" 이런 이야기는 자칫하면 너무 딱딱하고 어려운 이야기가 되기 쉽다. 그런데,'더불어 사는 행복한 경제'는 경제원리를 비롯하여 다양한 경제에 관한 이야기를 우리들이 잘 알고 있는 동화에서부터 우화, 스포츠, 인물, 광고 등을 인용하여 쉽고도 재미있게 풀이해 준다.


경제는 우리의 삶 곳곳에서 발견되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부터 잠잘 때까지 일상생활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 경제인 것이다. 밥을 먹고, 학교를 가고, 지하철을 타고, 백화점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은행에 가서 저축을 하고.....
흔히, 경제하면 돈을 많이 벌어서 재테크를 하고 부자가 되는 것을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의 일상생활 그 자체가 경제활동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스쿠르지 할아버지처럼 자신만 많은 돈을 가지고 있다고 경제가 윤택해 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더불어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 때에 행복한 삶이 되는 것이고, 그래서 경제가 필요한 것이다. '경제'라는 단어가 '경세제민'의 줄임말로 세상을 다스리고 사람들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라는 뜻이니, 이 책의 제목이 의미하는 바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결혼을 하지 않고, 결혼을 해도 자녀들을 1명 정도만 낳는데, 이것 역시 앞으로의 경제에 먹구름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아이 한 명이 탄생하면 12억 2천만원의 경제효과를 가져온다고 한다. 그런데, 출생률이 차츰 낮아진다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될 것인가?



또 한가지 실례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는 가장 부유한 나라일까?
물론, 아니다. 세계 178개 나라 중에 우리나라는 102위라고 한다. 경제력은 세게 13위인데, 이 자료가 말해주는 것은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는 것은 돈만을 가지고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행복의 조건에는 건강, 환경, 교육, 생활수준과 여유로움, 공동체 등의 부수적인 조건들이 따르는 것이다. 그래서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국민들이 느끼는 나라가 오세아니아의 작은 섬 나라 '바누아투'라고 한다.
축구공에 얽힌 사례는 이미 여러 책들에 소개되어서 많은 어린이들이 알고 있는 이야기이지만, 축구 경기가 열릴 때에 입장하는 선수들이 어린이들과 함께 입장하는 이유를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냥 무심히 지나쳤을테니까....

 
그것은 월드컵을 비롯한 국제 경기에서 사용되는 축구공은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데 축구공 한 개를 만들기 위해서는 1500번의 꼼꼼한 바느질이 필요하다. 이런 최고급 축구공을 만드는 사람이 인도와 파키스탄의 약 15000명의 어린이들이며, 이렇게 만들어진 축구공은 15만 원가량 하지만, 어린이들이 받는 임금은 일당 300 원이란다. 그래서 세계적인 축구 스타 베컴도 이렇게 만들어진 축구화나 축구공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이런 어린이들을 보호하자는 차원에서 축구 경기장에 입장할 때에 축구선수들은 어린이들의 손을 잡고 입장하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과 함께 경제에 관한 이야기들 중에서도 깊이 있는 노동조건, 노동조합, 비정규직, 근로기준법, 기업윤리, 최저 임금제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내용들이 소개된다.

 
 
세계적인 부자들이 기부천사로 사회의 공익을 위해서 자신의 재산을 내놓는 '빌 게이츠', '워런 버핏', '데이브드 록펠러' 의 아름다운 마음씨도 함께 만나 볼 수 있다. 특히, '워런 버핏'은 전 재산의 85 %인 32조를 이미 '빌 게이츠' 자선 단체에 기부했다고 하니 얼마나 훌륭하고 우리들이 본받을만한 사람인가.

가정 경제에서 국가 경제, 그리고 세계 경제까지 폭넓은 주제를 가지고 경제 전반에 관한 모든 내용을 다루어 주고 있어서 이 한 권의 책을 읽는 것으로 경제의 모든 것을 마스터한 기분이 든다. 그것도 어려운 내용을 쉽고도 재미있게 풀이해주니, 얼마나 유익한 책인가.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이 책의 구성이 경제에 관한 어떤 주제를 설명해 준 후에, '이야기 정리'라는 코너를 통해 지금까지 읽은 내용을 정리해 보고, '생각이 깊어지는 자리'라는 코너를 통해서는 어떤 지문에 대한 내용을 읽고 자신의 의견을 말해 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해 두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어린이들 혼자 읽기보다는 부모님의 지도하에 함께 읽고, 함께 생각하고, 어린이들의 생각에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는지를 알아 보면서 서로의 의견을 나눌 수 있게 되어 있다.

 
이 세상을 행복하게 살아 갈 수 있는 삶의 지혜가 이 책 속에 담겨 있다. 어린이들이 흥미로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예로 들어서 경제의 모든 분야를 알아가게 될 수 있는 것이다.
나 혼자만 경제적으로 윤택한 것이 행복한 삶이 아니라, 더불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 줄 것이다.
이 책과 함께 '더불어 사는 행복한 정치'를 읽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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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눈에서 희망을 본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너의 눈에서 희망을 본다 - '굶는 아이가 없는 세상'을 꿈꾸는 월드비전 희망의 기록
최민석 지음, 유별남 사진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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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저자인 최민석은 한비야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가 오지 여행기인 줄 알고 샀다가 인생이 급회전하여 결국에는 월드비젼 홍보담당 역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월드비전은 이제 60주년을 맞이하였고, 한국전쟁을 계기로 만들어진 단체이기는 하지만 한비야가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와 '그건 사랑이었네'를 출간하기 전까지는 많은 사람들에게 별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구호 단체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은 월드비전이 어떤 곳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 정도는 다 잘 알고 있다.
월드비전에서 하는 일 중에 세계 각지의 굶주린 아이들에게 구호의 손길을 주고 있다는 것과 물부족 지역에 우물이나 펌프시설을 해주고 있으며, 학교 등도 지어 주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더 많은 사람들에게 월드 비전에서 하는 일을 홍보하기 위해서 펴낸 책이 바로 '너의 눈에서 희망을 본다'라고 할 수 있다. 좀 더 생생하게 어려운 상황에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유별남 사진작가는 사진을 찍고, 최민석 작가는 글을 쓴 것이다.
  

본래의 의도는 이런 목적이었는지 모르겠으나, 이 책을 읽게 되면 너무도 가슴아픈 사연들이 많아서 눈시울이 뜨거워지게 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의 많은 아이들이 헐벗고 굶주리면서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숫자상으로만 보아도 전세계의 약 10억 명의 아이들이 굶주리고, 20억 명이상이 하루 평균 1달러 이하의 생활비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난에 굶주리고 헐벗은 아이들은 눈망울은 너무도 초롱초롱하고 그 아이들은 너무도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다.
 

   
길 위에서 만난 아이들.
볼리비아에서 만난 15살 광부 아밧은 학교 수업을 마치면 새벽 2시까지 광산에 들어가서 아침에 광부들이 작업을 하기 좋게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한다.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하고 3분 안에  빠져 나와야 살아 남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의 꿈은 변호사. 힘없고 약한 사람을 돕기 위해서 변호사가 되고 싶단다.
보스니아에서 만난 지야드 엄마. 당신의 직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녀는 아이들이 알아 듣지 못하게 영어로 I am beggar (나는 거지입니다)라고 말한다. 지야드는 자신의 돈을 모두 털어서 이들은 찾은 일행에게 쥬스를 대접한다.
사진 속의 엄마는 울고 있지만 아이들의 표정은 이렇게도 밝고 맑은 것이다.


네팔의 15살 엄마 싼티는 전에는 교사가 꿈이었지만 지금은 희망이 없단다.
굶주리는 아이들이 기거한 곳의 문제점은 한 둘이 아니다. 깨끗한 물이 없어서 누런 흙탕물을 받아 두었다가 먹지만 그 물 역시 오염된 물이다.
학교가 없어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도 상당수이고, 병원이 없어서 간단한 질병에도 목숨을 잃게 된다.
더 가슴이 아픈 사연은 에이즈 고아 압둘의 이야기이다. 인터뷰 내내 아무런 말이 없던 아이는 떠나려는 일행들에게 단 한마디의 말을 한다.

(...) 하지만 아이는 대답이 없었다. 그저 감정을 삼키려는 듯 고개를 숙여서 드러난 목뼈만 흔들렸다. 그랬던 압둘이 내가 떠난다고 하자 내게 달려와서 소매 끝을 가늘게 잡고, 영러로 또렷이 말했다. " Pray for me (날 위해 기도해 주세요)" 나는 그러겠노라 했다. 그리고 그때 녀석의 힘없고 떨리는 목소리와 그렁한 눈망울은 지워지지가 않았다. 마치 눈으 감아도 사라지지 않는 형광등 잔상처럼 (p248)
이 책을 덮은 후에도 여전히 울리는 압둘의 단 한 마디.


지금도 압둘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엄마 아빠를 에이즈로 잃고 홀로 견디었을 외로움과 배고픔, 희망이 없는 미래.
  
  
  

지구상의 어떤 사람들은 한 끼의  식사 비용이 이 어린이들이 1년 살아 살 수 있는 50~60 달러의 몇 곱절이 되는 식사를 즐기고 있는데....
이들은 왜 이렇게 살아 가야 하는 것일까.
한 달에 3만원의 돈이면 굶주린 아이들을 구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도움의 손길을 주는 이들도 그리 넉넉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단다.
한 달에 3 만원의 돈, 그리 많은 돈은 아니지만, 일시적이 아닌 계속적으로 내야 하는 돈이니, 그것이 부담스러워서 못 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너의 눈에서 희망을 본다' 이 책을 구입하여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연말 선물을 하는 것은 어떨까?
이 책의 수입금의 일부는 월드비전을 통해서 '굶는 아이가 없는 세상'을 위해서 쓰여진다고 하니까.
"굶는 아이가 없는 세상" 어찌 보면 황당한 이야기이지만 꼭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전 알아요.
그것이 단지 나의 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하지만 그때까지 전 바보가 될 거예요.
그날을 기다리며 
                           ' chang the world  중에서' (p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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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어준다면
게일 포먼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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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자신이 원하지도 않았는데, 자신의 선택도 아니었는데, 어떤 불가항력적인 것에 의해 깊은 상실감에 빠질 수도 있는 것이다.
얼마전의 연평도에서의 병사의 죽음. 휴가를 가려던 길에 일어난 엄청난 폭탄세례에 의한 전사. 그것이 운명인 것일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단란한 한 가정의 행복이 눈이 살짝 내린 날의 교통사고에 의해서 송두리째 무너져 버렸다. a.m 7:09 시속 60마일로 달리던 4톤 픽업트럭이 조수석을 강타하면서. 그것은 원자폭탄과 같은 강한 파괴력을 가졌다.
단란한 가정에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 그 누군들 생각했겠는가.
사고 차량 안에서는 여전히 베토벤 첼로 소나타 3번이 흐르고 있었다는 구절은 또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래서 더 애석한 마음이 드는 것이다.
미아는 이 사고 후에 자신의 가족들의 안위를 챙겨 본다.
아버지의 끔찍한 모습, 그리고 엄마의 모습. 동생 테디는 아직은 살아 있는 듯....
그리고, 미아는 튕겨져 나와 도로 한켵에.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 그리고 자신을 헬기로 병원으로 후송하는 모습을 그대로 지켜본다.
여기까지 난 잠깐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다른 가족은 모두 죽거나 중태인데, 어떻게 가족들을 챙기며 다닐까. 그리고, 자신의 상태까지 짐작하는 것일까.
그것은 미아의 몸에서 빠져 나온 영혼(?)이 내려다 보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더 애잔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 소설의 구성은 이처럼 미아 가족이 차를 타고 도로로 나오는 a.m. 7:09 에서부터 다음날 a.m.7:16까지의 미아가 가족들의 죽음과 자신이 중환자실에서 있으면서 미아의 회복을 애타게 바라는 남자 친구 애덤과 여자친구 킴의 이야기와 행동을 몸에서 분리되어 나온 영혼이 모두 지켜보는 이야기가 한 축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한 축의 이야기는 엄마, 아빠의 결혼, 직업선택, 그리고 미아가 태어나고, 남동생 테디가 태어나게 되는 이야기. 미아가 선택한 첼로에 얽힌 이야기. 친구 킴과 애덤과의 관계 등으로 이루어 진다.
이렇게 구성된 작은 이야기들이 주는 여운은 좀 색다르다. 미아의 기억 속의 이야기들을 통해 펑크족 뮤지션이 되고자 했던 아버지가 가족이 생기게 되면서 중학교 영어 교사를 선택해야 했던 것. 엄마가 테디를 낳게 된 이야기. 자신이 애덤을 첫 남자 친구로 사귀게 되는 이야기. 그리고 첼리스트의 길을 걷기 위해서 줄리어드에 입학시험을 보게 된 이야기 등이 모두 선택을 해야 했음을 상기시키게 된다.
지금 중환자실에 주렁주렁 링거를 매달고 있는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들이 모두 떠난 이 세상에 살아 남아야 할 것인가, 아니면, 사랑하는 가족 곁으로 가야 하는가를 자신이 선택하여야 하는 것인 것처럼.
깨어나기를 원하는 것도. 그리고 이 세상에 남을 지, 말 지를 결정하는 것도 자신의 선택인 것처럼

 
 
그렇다면 아버지의 인생은 할아버지의 선택이 아닌 아빠의 선택이었을까? 이전의 자신의 물음에 대한 아빠의 대답을 기억해 본다.

아빠는 아무 것도 포기하지 않아. 이건 참이 아니면 거짓인 수학 명제가 아니거든. 선생이냐, 음악이냐, 청바지냐, 정장이냐 그런게 아니야. 음악은 언제나 아빠의 인생의 일부일 거야. (...) 살다보면 때로는 내가 선택하기도 하고, 때로는 내 선택이 나를 만들기도 하지. (p208)
제발 깨어나기를 바라는 애덤의 기대. 그것은 단 일 초만이라도 자신이 여기 있음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
"딱 일 초면 돼. (...) " 왜? 일 초동안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는데?" (...) "내가 여기 왔다는 걸 보여주려고.... " " 아직 누군가 여기 있다는 걸" (p136~137)
미아는 킴과 애덤이 자신이 누워 있는 중환자실에 오기를 간절히 원하면서 하는 이야기를 육체에서 빠져 나온 영혼의 형태로 듣게 되는 것이다.
가정이 없는 이 곳에서 혼자라도 꼭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선택은?
이 소설의 마지막 시간인 다음날 a.m. 7:16 어렵게 중환자실에 들어 올 수 있게 된 애덤은 미아를 위해 음악을 듣게 해 준다.
꺼져가는 생명을 남게 하기 위해 귀에 헤드폰을 씌워주고 가슴에 아이팟을 올려 놓았다. 애덤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곡이 아니라서 미안하다며 그게 최선이었다고 말했다. 내가 아침 공기 속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애덤은 볼륨을 높였다. 그리고 내 손을 잡았다. 요요마다. '안단테 콘 포코 에 모토 루바토] 낮은 피아노 선율이 마치 경고처럼 들린다. 그리고 피 흘리는 심장 같은 첼로 소리. 내 안에서 무언가가 폭발하는 것 같다.  (p249)
이 소설은 이렇게 교통사고로 인하여 한 가정의 행복이 무너져 버리는 이야기. 그리고 중태에 빠진 딸이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서 있는 이야기로 커다란 상실감을 느끼게 하게 하기도 하지만, 중환자실의 딸의 혼이 가족들의 단란했던 추억을 더듬어 가는 과정이 섬세하게 그려지면서 가족간의 사랑, 친구와의 사랑, 자신의 미래에 대한 선택 등 삶의 의미와 사랑의 힘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작가의 친구 가족의 실제 이야기가 바탕이 된 소설인데, 작가 후기의 한 구절이 소설의 모든 이야기를 함축시켜 주고 있다.
사랑은 결코 죽지 않으며 사라지지도 희미해지지도 않는다. 당신이 사랑을 놓지만 않는다면 사랑은 불멸을 가능케 한다.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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