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장화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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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생활에 있어서의 일상은 왜 그리도 남편과 아내가 다른 사고방식으로 인식의 차이를 느끼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연애시절에는 느끼지 못했던 자잘한 마찰들이 결혼한 부부들의 삶에서는 항상 공존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별 탈없이 그럭저럭 잘 넘아가면서 결혼 생활을 이어진다.
그 바탕에는 자녀가 큰 역할을 하기도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냉정과 열정 사이'의 rosso편을 쓴 '에쿠니 가오리'
그녀가 묘사하는 결혼 10년차가 지난 부부. 그리고, 자녀까지 없는 가정의 풍경은 어떨까?
평범한 가정이라면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오죽하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이 나왔겠는가.
사랑하고 이해하는 마음에서 백년해로를 약속하는 결혼을 했겠지만, 이 소설의 아내 '히아코'는 왠지 남편 '쇼조'와의 만남과 결혼에 즈음했던 이야기는 별로 떠오르지 않는다.
그녀는 일상의 무료함에 계약직 일을 하기도 하지만, 그의 일상은 대체로 무료하고 그저 그런 나날들이다.
남편 '쇼조'가 집에 오면 아내 혼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 보지만 남편한테서 돌아오는 대답은 짧은 한 마디. "어", " 응" 뿐이다.
남편의 행동에 이것 저것 잔소리를 해도 듣는 둥, 마는 둥.
아~~ 아내는 외롭다. 그리고 답답하다.

- 어째서 당신하곤 말이 통하지 않는거야?
공원을 걷는내내 히와코는 화가 나 있었다. 여름날이었고, 하늘은 덧없으리만치 푸르게 개어 있었다.
- 당신은 여기 있는데도 마치 없는 것 같아.
말은 연이어 입을 타고 나왔다.
- 그런 건 외롭다고. 나, 당신이랑 있으면 자꾸 외로워져. 외로운 건 그만하고 싶다구.
쇼조는 "응". 혹은 "어." 하고 대답했다.
(...)
'진실'은 계기가 무엇이든 마지막에는 반드시 거기에 다다른다. 그렇기 때문에 '진실'이 위험한 것이다. 결론은 늘 명백하다. 우리, 함께 있지 않는 편이 나을거야.
2초만 늦었어도, 히와코는 그 말을 입에 담을 뻔했다. (p109~110)

그러나, 그래도 직장에서 끝나면 총알처럼 집으로 향해서 남편을 기다리고, 친구를 만나도, 취미활동을 해도, 남편 생각에 오래 집 밖에서 시간을 보내지 못한다.
의사 소통이 되지 않는 부부, 어찌보면 곁에 있어도 혼자 있는 것과 같은 부부.
그래도 10년 넘게 결혼 생활의 일상은 거듭된다.
그런데, 이런 가정이 '빨간 장화'에 나오는 이 가정뿐이랴~~~
우리네 가정들을 들여다 보는 듯하다.


이렇게 살거면 왜 결혼을 했느냐고....
아마도 그래서 요즘은 결혼을 기피하는 젊은이들이 많을지도 모른다.
결혼은 환상도 아니고, 무지개를 잡는 것도 아니고, 백마탄 왕자님과의 동행도 아니기에.
결혼은 현실이고, 그 현실은 이미 결혼전에 서로 다른 환경과 인식 속에서 굳어질대로 굳어졌으니까.

히와코는 빨간 장화 과자가 자신과 쇼조의 결혼생활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서로 어긋나는 상징처럼.
그러다 보니 히와코 스스로도 설명 못할 어떤 이유때문에, 선뜻 그것을 버리지 못했던 것이다. 빨간, 고전적인 모양새의, 새 것 같고, 반들반들한 쾌활함이 더해진 장화. 내버리기에는 너무나 티 없는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 것을 정색하고 미워하는 건 어른답지 못할뿐더러 몰인정한 행도이 아닐까. 장화는 쇼조의 선의자체이자 자신의 어리석음 자체 같다고 히와코는 느낀다. (p162)
'에쿠니 가오리'는 이런 내용의 이야기를 '히와코'와 '쇼조'의 결혼 10년차가 넘은 부부의 일상 속을 들여다 보듯이 평범한 문장으로 그려나간다.
금방이라도 파탄이 날 것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계속되는 일상을.
그리고 이런 이야기들을 단편 형식의 구성으로 펼쳐 보여준다.
얼마전에 읽은 '에쿠니 가오리'의 '달콤한 작은 거짓말'이 '빨간 장화'의 후편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두 이야기는 앞서거니 뒷서거니 많은 점이 닮아 있다.

'빨간 장화'의 단조로운  일상의 불협화음이 결국에는 '달콤한 작은 거짓말'에 이르게 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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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너 웅진 세계그림책 132
앤서니 브라운 글.그림, 서애경 옮김 / 웅진주니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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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을 위한 그림 동화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간결하고 깔끔하다. 그러나 그 속에 담겨진 이야기들은 어른들도 곰곰히 생각해 보아야 할 정도로 우리들의 가정과 사회에 대한 폭넓고 깊은 사회의식이 담겨져 있다.
아마도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금발머리와 곰 세마리'이야기는 모두들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아빠곰, 엄마곰, 새끼곰. 어느날 세 마리의 곰이 저녁식사로 죽을 끓였는데, 죽이 너무 뜨거워서 잠깐 나갔다가 오니, 금발머리 소녀가 그 죽을 먹고 침대에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는~~~~
바로 이 동화를 앤서니 브라운을 '나와 너'의 모티브로 차용한 것이다.

앤서니 브라운이 누구이던가?
세계 최고의 그림책 작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가인데, 독자들이 그의 그림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강렬하지 않고 포근한 색채의 그림과 함께, 그림책의 내용이 간단하면서도 그 내용 속에는 날카롭고 예리하게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문제점들을 그림책의 내용으로 표현할 때에 튀지않고 간결하면서도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강하게 독자들에게 전달된다는 것이다.
'나와 너'의 이야기는 영국의 전통적 옛이야기을 잘 살리면서도 새로운 또 하나의 사람들의 가정을 보여줌으로써 가정의 중요성, 그리고 부모와 자녀, 부부간의 의사 소통의 단절, 그리고 어린이들의 소외감에 관한 내용을 첨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와 너'는 아주 짧은 이야기이지만, 그 이야기가 전하는 내용은 그 어떤 책의 내용보다도 많은 것을 전달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잠깐 책 속으로 들어가 보면

그림책의 왼쪽 페이지와 오른쪽 페이지는 그 느낌부터가 확 다르다.
왼쪽은 무채색에 가까운 색감. 그러나 머리색은 금발이 뚜렷한 그림이다.
그리고 왼쪽 페이지에는 단 한 단어의 글도 쓰여져 있지 않다.
 
한 가정의 엄마와 딸임을 그냥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의사소통이 전혀 없는.... 그리고 배가 고픈. 아이는 풍선을 가지고 놀다가 날려버리고 헤매던 중에 곰의 집에 들어가고, 그 이후는 '금발머리와 곰 세마리'의 이야기와 같은.
 

 
 오른쪽 페이지는 곰 세마리의 가정. 옛 이야기와 같다. 그러나, 곰 세마리는 가족이기는 하지만 다정함은 없는.그래서 서로 무감각한. 그리고 의사 소통의 단절을 겪는. 이 페이지는 강렬하지 않은 은은한 톤의 채색화이다.그리고, 글의 내용도 나와 있는...
  이 짧은 이야기 속에는 서로 다른 환경에 살고 있는 소녀와 곰의 가정이 대비되는데, 그 두 가정은 서로 다른 듯 하지만 서로 닮아 있는 가정이다.
소녀의 가정이 가난하고, 곰의 가정은 부유할지 몰라도, 두 가정은 가족간의 의사 소통이 단절된 현대 사회의 전형적인 가정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드는 닮음꼴을 가지고 있다. 그 가정에서 가난한 아이든, 부유한 아이든, 모두 소외감을 느끼며 외톨이처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앤서니 브라운이 '나와 너'를 통해서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그것은 가정내에서의 소통, 서로에 대한 호기심이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바로 작가가 전달하려는 것은 '호기심'이라고 한다.
소녀가 풍선을 따라 가다가 호기심에 자신의 가정이 아닌 가정을 엿보게 되면서 느끼는 느낌이나, 곰이 자신의 집에 들어온 소녀가 불쾌하기는 하지만 호기심이 생기는 것이나. 그 호기심이 결국에는 서로의 소통을 가져 올 수 있음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우리 어린이들은 가정의 화초처럼 자라기는 하지만, 가정에서 의사소통이 단절된 상태로 생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행복한 가정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가족간의 소통이 단절되어 있는 가정들이 많은 것이다. 이런 생활을 바꾸어 줄 수 있는 것은 서로에 대한 호기심이 아닐까 한다.
'나와 너' 이 그림책은 절제된 표현으로 더 많은 것을 스스로 깨달아 가도록 하는 것이기에 어린이들의 상상력에 따라 얼마든지 새로운 이야기로 발전할 수도 있는 것이다.
내 생각에는 처음에는 전체적으로 그림책을 읽고, 다음에는 왼쪽 페이지만 보면서 어린이들이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고, 다음에는 오른쪽 페이지를 읽으면서 생각을 하도록 하고, 다시 전체적으로 그림책을 본다면 어떤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림책은 어린이 스스로 얼마든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한 것 이상의 더 많은 메시지를 전달받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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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위로할 것 - 180 Days in Snow Lands
김동영 지음 / 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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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병률의 '끌림'에 끌려서 읽게 된 책이 '너도 떠나보면 알게 될거야'였고, 이어서 김영하의 'stay', 그리고 여행자 시리즈. 또다시 개정판 '끌림' 그리고 다시 김동영의 '나만 위로할 것'.
이런 류의 책들은 그 흔한 여행서에 비해서 특별한 관광지를 둘러보는 그런 이야기들이 아니라서 좋고, 일생에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곳이기는 하지만 쉽게 떠나기에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이런 작가들처럼 그냥 그저 그렇게 그곳에 푹 빠져서 잠시나마 생활인으로 머물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을 가지게 해 준다.
'나만 위로할 것'은 그의 전작인 '너도 떠나보면 알게 될거야'와 거의 같은 톤의 이야기이다. '너도 떠나보면 알게 될거야'가 출간된 후에 조금씩 팔리다가 어느날 한 연예인이  그 책을 들고 TV에 나오게 되자 선풍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고 하지만, 그 책에서 느꼈던 느낌들은 나에게는 아주 오랫동안 남아 있었던 그런 좋은 느낌의 책이었다.

 
 
그렇기에 당연히 '나만 위로할 것'도 나에게는 전작의 느낌을 이어 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가 보다.
혹자는 이런 생각을 할 지도 모른다. 저자가 새로운 책을 내기 위해서 떠난 여행은 아니었을까 하는....
누구나 똑같이 아침에 일어나고, 직장에 다니고 휴일에는 쉬고, 나이가 들면 결혼을 하고, 그리고 2세를 낳고....
사람들에게는 이런 생활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론,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며 훌쩍 떠날 수도 있는 것이고, 낯선 곳에서 여행자도 아닌, 생활인도 아닌, 그렇다고 도피자도 아닌, 그 누군가로도 살아 갈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와같은 마음 속의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것이기도 하고.

 
 
그러나, 그의 아일슬란드로의 떠남은 필연적인 것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 속에는 그만의 외로움과 아픔이 고스란히 묻어있기에.
그는 아무도 안 가는 길, 그가 처음 발견한 길을 걷기도 한다.

"거기 가면 아무 것도 없어."
그래도, 그는 여행자가 아니기에 그 길을 간다.
그가 찍은 사진들은 아이슬란드의 눈 속의 아름다운 풍경이지만 왠지 외로움이 묻어있다.
아이슬란드는 아주 조용한 나라야. 특히 백야의 새벽에는 모든 게 새파랗게 물들곤 하지 (P36)

그러나, 길위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은 너무도 환하고 아름답다.



그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방황(?)을 하였는지 스웨덴 예리보리에서 런던을 가기 위한 출입국 심사대의 여인은

내가 지금까지 여기서 일하면서 본 여권 중에서 가장 낡고 꼬깃꼬깃하지만, 그 안은 화려해서 마치 작은 세계 지도 같네요 (P124)



레이카비크의 카페 '바바루'에서 제일 싼 300크로나 차를 마시면서 하루 5시간씩 일주일에 6일을 자신의 지정 자리에 앉아 그는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찾고, 무엇을 썼을까?
때마침 닥쳐온 재앙인 아이슬란드 남부 산악지대에서 폭발한 2번의 화산 폭발.
뿌연 화산재가 날리는 아이슬란드. 도로가 붕괴되고 공항을 폐쇄되고, 유럽 전체에 항공기 운항마저 끊어져 버린 그곳의 풍경은 작가의 힘겨운 삶의 모습과 너무도 일치되는 것은 아니었을까.
훌쩍 떠나와 머물고 있는 도시의 재앙은 그의 불운을 이야기하기라도 하는 듯하다.
여행이란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여행에서 만난 마리에게 여행은?


이 책의 저자인 생선에게 여행은?


이 책을 읽으면서 여행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된다.
그가 들려주는 음악 이야기.
음악을 사랑하고, 여행을 사랑하며,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그의 모습이 음악과 함께 흐른다.  
그러나, 두 번에 걸친 180일의 아이슬란드의 여행에서도 그는 그의 인생의 답을 찾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멀지않아 또 지구촌 어딘가에 틀어박혀서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풍경에 취하고, 음악을 사랑하면서, 자신의 삶을 반추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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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고준
고종석 지음 / 새움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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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훈 작가의 '광장'을 모르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특히, 고등학생들은 이 작품을 전체적으로 다 읽지는 못했더라도, 일부분은 독서가 아닌 학교 성적을 올리기 위한, 또는 수능을 대비한 공부로 읽었을 것이다.
그리고, 작가가 우리나라의 현대 역사 속에서 이데올로기에 대한 자신의 생각들과 인간의 내면성에 대한 탐구를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독고준이란 주인공을 '회색인'을 통해서 어린시절부터 대학까지의 모습으로, '서유기'를 통해서는 단 몇 분간의 이야기를 환상적으로 그려내면서 독고준에 대한 3부작을 쓰려고 했지만 마지막 3부는 쓰지를 않았다.
그런데, 우리 시대의 예리하고 날카로운 필치로 평가를 받는 저널리스트인 고종석이 독고준 3부를 펼쳐 보여주는 것이다.
고종석은 이 책의 자서에서
독고준의 미래가 궁금했다고 말하면서 '이 소설은 독고준이 살 수도 있었을 한 삶의 스케치 (이 책의 자서 중에서)
라고 말한다.
소설의 제목부터 타 소설가의 작품 속 주인공의 이름을 빌려 왔다는 것과 기존의 소설의 3부작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을 썼다는 것도 특이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의 이야기는 화자인 독고원의 아버지인 독고준이 자살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독고준은 소설가이며 대학교수인데, 74 살의 나이에 14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투신 자살을 한다.
아버지가 스스로 삶을 마감한 것은 더 이상 삶에서 아무런 의미도 찾을 수 없다는 판단때문이었을 것이다. (p17)
그런데 그 날이 바로 전임 대통령이 자신의 집 뒷산 바위에서 투신 한 날이다.
전임 대통령의 자살은 자신의 명예를 건져내고 패밀리를 보위할 최선의 (어쩌면 유일한) 방책 (p18) 이었을 것이다.
한국 문학의 우듬지 역할을 했던 독고준의 자살은 사회적 이슈를 일으켰을 사건이지만, 전임 대통령의 자살로 큰 반응은 일으키지를 못한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흔히 접할 수 있는 소설의 이야기들이지만, 2부, 3부의 내용은 소설이란 장르로 보기에는 그 누구도 이런 형식을 보여주지 못했던 특색있는 구성의 내용들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 내용들은 각각 한 편의 칼럼이라고 해도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잘 짜여진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독고준의 자살이후 그의 아내는 남편이 그동안 썼던 일기장을 딸에게 넘긴다.
단기 4293년 4월 28일 목요일부터 2007년 대통령 선거일까지 47년에 걸친 일기장을.
그리고 그 일기는 4월, 5월..... 3월의 순으로 소개된다.
그런데, 독고준의 일기 내용은 사소한 일상의 기록보다는 세계사적인 사건들, 우리나라의 역사적 사실,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책을 읽은 후의 감상과 작가들에 대한 평에 이르기까지 47년의 한 인간의 일생이 아닌,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준다.
4.19혁명, 부정선거, 킹목사 살해, 만델라의 남아공 대통령 당선, 존 F 케네디의 암살, 김일성의 사망, 워터케이트, 닐 암스트롱의 달착륙, 피카소와 여인들, 오승은, 신동엽 등의 문인들.....
외계인
며칠 전 미국 우주 비행사 닐 암스트롱이 달을 밟았다. 우주 공간을 향한 도전에선 소련이 앞섰으나, 달에 제 나라 국기를 꽂는 덴 미국이 앞섰다. 암스트롱과 가가린, 어느 쪽이 더 큰 상징이 될까? 1969. 7.22 화
(P174)
이 모든 내용은 고종석 작가의 일기장이 아니면 나올 수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굵직굵직한 사건과 함께 독서일기, 문학평론 등까지....
읽는내내 작가의 열의없이는 탄생할 수 없었을 작품이라는 생각이 떠나지를 않는다.

'독고준'은 장르가 소설이지만,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역사적 사실과 작가의 해박한 지식들이 토대가 된 독고준의 일기가 주축이 되고, 그의 딸인 독고원이 그 일기에 곁들여서 자신의 생각과 삶의 모습을 깔끔하게 펼쳐보이는 픽션이 너무도 잘 어우러졌다고 볼 수 있다.
나는 독고준의 일기만으로도 작가의 모든 역사의식과 문학비평과 독서일기를 읽는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벅차옴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
고종석 작가의 시사칼럼이나 에세이를 읽은 적은 없는 것 같다. 칼럼이야 이름을 눈여겨 보지 않았기에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어찌되었든간에 내 기억 속의 고종석이란 이름은 얼핏 얼핏 본 기억말고는 없었는데, 그의 작품 '독고준'을 읽으면서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된 것이 너무도 기뻤다고 해야 할까....
소설로 읽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독고준의 일기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두고 두고 읽어야 할 것 같은 생각에 빠지게 된다.

'독고준'을 읽은 한 줄 평을 말해 보라면
나는
"2010년의 마지막 달에, 큰 수확을 얻은 것 같은 느낌에 흐뭇함이 번져 흐른다." 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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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미인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0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 지음, 최세희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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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팬들에게 좋은 평을 받았던 '렛미인'의 원작 소설이다.
영화와 원작소설. 내 경우에는 영화를 즐겨 보지 않기에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소설을 먼저 읽고 보는 영화나 영화를 보고 읽는 소설이나 언제나 소설에서의 느낌이 훨씬 좋았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은 영화 '렛미인'은 보지를 못했기에 여기에서는 소설 이야기만 해야 할 것 같다.
이 책의 작가는 북유럽 작가. 그것도 스웨덴 작가이다. 작가의 이력이 다양하다. 마술사, 스탠드업 코미디언, 텔레비젼 코미디쇼와 드라마 시나리오 작가.
이런 작가가 호러물. 특히 뱀파이어 이야기를 썼다고 하니 흥미로워진다.
'욘 아이비데 린드크 비스트'가 이 소설을 쓴 것은 2002년인데, 그의 첫번째 소설이 되는 것이다. 이 소설을 가지고 여러 출판사를 돌아다녔지만 내용이 너무 괴상하다는 이유로 출판을 거절당하다가 2004년에 출간을 하게 되었는데, 이 작품이 영화화되자 '2008년 가장 인상적인 영화'라는 평을 받았다고 한다.
이 책의 앞 부분에는 작가가 한국 독자들에게 전하는 말이 있는데, 우리나라 영화 '장화 홍련'의 열렬한 팬이라고 한다. 그밖에 김지운 감독의 '거울 속으로' '여고괴담 - 여우계단'등도 좋아하는 작가라면 '욘 아이비데 린드크 비스트'가 어떤 작가인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장화 홍련'은 나도 본 영화이기에 이 책의 작가가 관심있게 생각하는 영화의 장르가 무엇인가를 알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렛미인1'을 다 읽은 지금에는 '장화 홍련'의 느낌과 '렛미인'의 느낌이 너무도 닮아 있지는 않은가 생각해 보게 되기도 한다.
작가는 이 소설이 자신의 유년시절의 이야기가 바탕인 된 자전적 소설이라는 말도 덧붙인다. 뱀파이어 이야기를 제외한....
그렇다면, 작가는 '오스카르'가 아니었을까?
이야기는 스웨덴 브라케베리에서 시작된다. 이곳은 30년 정도된 교외의 도시. 과거가 없는 도시. 과거가 없는 도시(?)
시작부터 암울하다. 뚱뚱하고 재수없는 아이라는 낙인이 찍혀서 욘니와 그의 친구들에게 '돼지새끼'라는 놀림을 받으며, 폭행을 당하는 아이 오스카르.
화장실에서 훔씬 매를 맞는 것으로 그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욘니 일파에 대한 복수심에서 그는 살인자들의 이야기를 스크랩하기 시작하고, 분노에 칼을 들고 숲으로 가서 나무를 갈갈이 찌르고 잘라 놓는다. 그것은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에게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친구들로부터 버림받은 가엾은 12살 소년 오스카르에게 밝은 빛처럼 나타나는 소녀 '엘리', 그 소녀와의 만남에서 행복을 느끼고 사랑을 느끼고 우정을 느껴 간다.
오스카르에게 엘리는 다가가기를 원하는 유일한 존재이지만, 엘리는 오스카르의 모든 것을 받아 줄 수 없는 존재. 
  

"난 그 어떤 것도 아니야. 아이가 아니야. 나이를 먹은 것도 아니고, 남자애도 아니야. 여자애도 아니야. 아무 것도 아니야. (p265)

"나 들어가도 되니? 들어가도 된다고 말해줘'" (p347)

그러나, '엘리'와 함께 살고 있는 '호칸 벵츠손'
부녀지간이라고 하지만 실은 '호칸'은 전직 교사인 아동성애자이자 뱀파이어인 '엘리'에게 피를 공급해주기 위해서 살인을 저지르고 다니는 살인마.
이 세 사람의 이야기가 주축을 이루며 흥미진진한 내용이 전개된다.
뱀파이어 '엘리', 소녀는 살기 위해서는 피를 마셔야만 한다. 오스카르는 엘리가 뱀파이어임을 알게 되는데, 앞으로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이젠 엘리가 무서웠고 보고 싶지 않았지만, 정말 그렇게 되길 바라는 건 아니었다. (p347) 
 

이 소설은 뱀파이어 이야기이기에 많은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참혹할 정도의 살인사건들이 등장하고 그 뒤에는 엘리와 호칸이 존재한다.
또한,피의 맛을 본 새로운 여자까지 있기에 또다른 피를 부르는 이야기는 계속될 것이다.
자신을 갖가지 방법으로 폭행을 하면서 괴롭히는 욘니 일파를 죽이고 싶은 마음에 살인의 행동을 스크랩하는 오스카르. 만약 소년에게 기회가 온다면 살인도 불사하지 않을까. 미워하는 마음에서, 복수하는 마음에서....
악랄한 욘니 일파에 대한 복수심은 이해가 가지만, 최선의 방법은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오스카르는 자신의 살인하고자 하는 마음이 잘못되었음을 엘리를 통해서 얻을 수는 없을까.
뱀파이어이기에 살기 위해서 피를 부를 수 밖에 없는 그 소녀를 통해서.
오스카르와 엘리는 상당 부분 일치하는 삶이 있었기에 그렇게 가까워 질 수 있지는 않았을까.
이 둘은 서로의 모습을 서로의 모습에 비추어 보면서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왕따 소년이 얻은 단 하나의 삶의 탈출구였던 뱀파이어 소녀와의 만남이 해피엔딩이 되기는 쉽지 않으리라.
뱀파이어는 피를 필요로 하기에. 소녀는 이 세상을 떠나야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드는 것이다.
'렛미인1'은 3부의 중간에서 끝맺었기에 '렛미인2'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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