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 도노휴 지음, 유소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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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하고 충격적인 사건들.
그러한 사건을 파헤치고 폭로하는 기사들은 관심있게 읽곤 하지만, 사건의 피해자들이 겪어야 하는 힘겨운 날들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 아닌가 한다. 때로는 한낱 가십거리로 생각하기도 하고....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던 나영이 사건이나 그와 유사한 사건들도 피해자들이 언론을 피해 다녀야 하는 고충을 겪기도 했다.
이런 문제점들은 한 번쯤은 짚고 넘어 가야할 일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언론에 의한 피해도 피해이지만, 피해자들이 가지게 되는 트라우마에 대한 생각들을.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부딪혀 보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이 책의 마지막 장면을 통해서 깨닫게 되기도 했다.

 
 '룸'의 이야기는 2008년 세상을 놀라게 만들었던 오스트리아에서 일어났던  납치, 밀실 감금에 의한 장기 성폭력 사건에서 모티프를 얻은 소설이다.
그런데, 의외로 오스트리아에서는 이런 사건이 알려진 것만해도 3건이나 있으며, 유사한 사건이 이탈리아에서도 일어났다.
올드 닉이란 성폭력범은 학교앞에서 19살 대학생을 납치하여 7년간이나 지하 밀실에 가두어 둔다. 이 소녀는 납치범의 첫아이는 사산을 하고, 두번째 아이인 잭을 낳게 된다. 그리고, 창문 하나 없는 습하고 탁한 작은 밀실에서 아이와 함께 생활을 한다. 어김없이 밤 9시에는 올드 닉이 찾아오고, 그 시간이 되면 잭은 방안의 가구에 들어가서 잠을 청하게 된다. 이런 비참한 생활 속에서 엄마는 잭에게 이런 저런 교육을 시키게 된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것은 5권의 책과 TV , 그리고 작은 세면실과 조리를 할 수 있는 곳. 그리고 닉이 가져다 주는 최소한의 먹을거리와 남루한 옷.
태어날 때부터 좁은 공간의 밀실, 그리고 머리위의 작은 천창뿐.
잭은 5살 생일이 될 때까지 이 세상은 그 좁은 밀실과 TV 속의 세상만을 보고 자란다.
영리한 엄마는 아이에게 끊임없이 무언가를 가르쳐 준다. 아이가 세상을 알 수 있도록....

바깥 세계는 모든 것이 다른 것 같았다. (P130)
"예전에 텔레비전 안에서 산 적이 있었어?"
"말했잖아. 텔레비젼이 아니야. 진짜 세상 얼마나 넓은지 넌 상상도 못할 거야." (P145)
모자는 무섭지만 용감하게 탈출을 시도한다. 잭이 알고 있는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탈출처럼 잭이 죽은 걸로 위장하여....
모든 탈출 계획은 잭이 알고 있는 동화나 이야기를 통해서 모든 것을 설명해주고 이해시켜야 한다. 영리한 엄마, 그러나 불안한 엄마.

"무서운 느낌이 드는 건 당연한거야. 하지만 행동을 용감하게 해야 한단다. (P198)
"우린 무섭 용감하지? 우린 무섭- 용감한 사람들이야. 바깥에서 보자" (P230)
처음 세상에 나가는 잭이 그 낯선 세상에서 과연 탈출을 성공하고, 누군가의 도움을 얻어 엄마까지 구할 수 있을까?
'무섭-용감'하게 탈출하여 엄마까지 구하기는 하지만, 그리고 한순간에 세상의 이목이 집중되어 신문과 텔레비젼에 까지 나오게 되지만, 그것은 이들이 바깥세상에서 홀로서기 위해서는 너무도 힘든 현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정신병동에 입원하기도 하고, 엄마는 자살까지 시도하기도 하지만, 그들이 편안하게 쉴 곳은 그리 마땅치가 않다.
엄마는 밀실에 대한 기억이 끔찍하지만, 잭에게는 그 방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보통의 소설이라면 내용은 잭과 엄마의 탈출로 끝날 것이다. 그러나, 정말로 이런 현실에 처했던 사람들이라면 탈출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이후의 삶일 것이다.
특히, 잭과 엄마는 조금은 다른 입장일테니까.
엄마는 자유로운 삶을 살았기에 그 밀실이 지옥과도 같은 끔찍한 곳이지만, 잭은 그곳에서 낳고 자랐기에 그곳이 잭에게는 편안한 곳일지도 모른다.
그런 엄마와 아이의 입장차. 그리고 안에 갇혀 있다가 얻게 되는 자유에 대한 반응. 그리고 밀실에 대한 밖의 세상에 대한 적응.
이런 난제들을 '엠마 도노휴'는 5살 잭의 눈으로 그려낸다.
이들에게 밖의 세상에 적응할 수 있는 가장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그것은 이 책의 끝부분에 나오는 내용처럼 자신이 갇혔던 곳에 가보는 것이다.
엄마에게는 끔찍했던 기억을 잊을 수 있게 해주는 방법이고, 잭에게는 왠지 그리워지는 지난날에 대한 장소에 대해서 잊을 수 있게 해주는 방법이 되는 것이다.
부딪혀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를 깨트리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몇 가지를 느끼게 된다.
하나는 인간의 잔인함은 어디까지일까 하는 것.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할 수 있는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하는 것을 생각하게 해 준다.
인간은 이성을 가졌건만 그것을 망각한 듯한 행동을 일삼는 인면수심의 인간의 모습. 엄마가 잭에게 이야기했듯이 올드 닉은 가슴이 없는 사람. 감정이 없는 사람인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것은 환경에 의해서 굳어진 생각에 불과할 지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밀실에 오랜 세월 갇혀 지내다 보면, 이 생활에 순응하게 되어 타인의 말을 무조건 믿게 되는 4~5살의 인지 능력을 가진 사람이 될 수도 있다 한다.
마지막으로 사람에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는 부딪혀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사람들이 인간다운 생각과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었으면 참 좋겠다.
그리고, 마지막 잭의 말, 뇌리에 스쳐간다.

"안녕, 천정아."
엄마는 나를 쿵하고 내려놓았다.
"안녕, 방아."
나는 천창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엄마에게 말했다.
"인사해. 안녕, 방아."
엄마는 소리없이 말했다. 나는 한 번 더 돌아보았다. (P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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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먼나라 이웃나라 13 : 중국 1 근대 편 - 청나라의 멸망과 중화민국의 수립 먼나라 이웃나라 13
이원복 지음, 그림떼 그림 / 김영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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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생각나는 일 중의 하나가 선물이다.
나는 아들이 초중등학교에 다닐 때에는 생일선물, 어린이날 선물, 크리스마스 선물로 거의 책을 선물했다.
지금처럼 인터넷 서점이 발달하지 않은 때였기에 가까운 동네 서점에 가서 이 책, 저 책 뒤적거려 보다가 몇 권을 사곤 했는데, 그때마다 서점 주인은 어떻게 그렇게 좋은 책들만 골라서 사느냐고 이야기하곤 했다.
내가 책을 좋아하기에 책선물이 가장 좋은 선물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책선물을 받은 아들 역시 무뚝뚝하기에 그냥 좋다 싫다 말도 없이 묵묵히 사주는 책을 틈틈이 읽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더 좋은 선물을 기대했을지도 모를 일인데.
그런 시절에 아들에게 선물을 하기 위해서 산 책이 '먼나라 이웃나라'이다.
이 책은 원래는 1981년부터 어린이 신문에 연재되던 것을 1987년에 책으로 출간했다고 한다. 그동안 아마 개정판이 나왔을 것이다.


1권~6권까지는 유럽편인데, 한꺼번에 출간된 것이 아니기에, 처음에는 몇 권을 한꺼번에 샀고, 그이후에 낱권으로 한 권씩 샀던 것으로 기억된다.
지금은 '먼나라 이웃나라'하면 다들 잘 알기에 그런 오해는 없지만, 처음에는 이 책을 읽으면 만화책을 보고 있다는 선입견을 갖는 사람들도 종종 있었다.
그러나, 결코 이 책은 가벼운 내용의 책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초등학생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지는 역사적 사실들이 근간이 되기에 힘들게 느껴질 수 있는 내용들이다. 그런데, 이원복 교수는 그런 어려운 역사적 사실과 그 배경, 인물들의 이야기까지 너무도 쉽게 풀이해서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고등학교 1학년이 된 조카는 우리집에 올 때마다 책꽂이에 꽂혀 있는 '먼나라 이웃나라'를 꺼내서는 읽곤 한다.
우리집에는 유럽편 6권이 있기에, 한꺼번에 다 읽기는 벅찰 것 같아서 집에 가지고 가서 읽으라고 해도,가지고 가지는 않고 꼭 우리집에 올 때마다 한 권씩 읽는다.
그래서 조카는 이 책을 열 번이상은 읽었을 것이다.
나도 심심하면 가끔씩 꺼내서 읽곤 한다. 유럽의 역사에 관한 것이 잠깐 생각이 안 날 때도 꺼내서 찾아보기도 하고, 유럽 여행을 갈 경우에도 미리 한 번 더 읽어보고 떠나기도 한다.
이렇게 몇 십년이 지나도록 필요할 때마다 꺼내 읽고, 또 읽고 하는 '먼나라 이웃나라'


얼마전에 출간된 '21세기 먼나라 이웃나라 중국 근대사편'을 읽기로 했다.
유럽편에 이어서 일본, 우리나라, 미국편이 나왔고, 중국편이 시리즈로 13권째인데, 의외로 중국의 근대사로부터 출발을 한다.
청말에서 중화민국의 성립까지가 이 책의 내용이다.
구성을 보니

1. 제국의 위기
2. 개혁을 위한 몸부림
3. 열강의 침략과 쑨원의 등장
4. 공화국의 탄생
중국은 4대 문명의 발상지 중의 하나인 중국문명을 싹틔운 후에 지금까지 유일하게 이어져 내려오는 곳이기도 하다. 진시황이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후에 지금까지 이내려오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국가이기도 하다.


 

중국인들의 자부심은 대단하여 중화사상을 주장하기도 하지 않던가.
그런 중국이 청나라 말기에 들어서면서 '종이 호랑이'가 되어 서양 열강의 침략을 받기 시작하자, 서양인들은 중국을 비롯한 동양을 그들의 제국주의 침략의 야욕을 채우는 지역으로 만들었고, 동양인들을 폄하하는 언행을 서슴치 않았다.
중국이 19세기 후반에 처했던 상황들.


 

 

아편전쟁, 태평천국의 난,염군의 난, 양무운동, 청일전쟁, 변법자강운동, 의화단 운동, 삼민주의, 청의 멸망, 신해혁명, 5.4운동, 중국의 공산화 등은 사건의 나열만으로도 벅찰 정도로 굵직한 사건들이고, 그 사건들이 중국의 근대화에 미친 영향을 지대한 것이다.
이런 역사적 내용들은 중고등학생들의 사회과목이나 세계사 과목에서 심도있게 다루는 내용들인데, 만화를 읽으면서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르겠다.
서양의 침략과  을 거치면서 한 때는 어려움도 많았던 중국이지만, 중국인들은 결코 여기에서 무너지지 않고 이제는 또다시 세계 속의 강대국으로 용이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함께 G2로 불릴 정도로 가파른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내용의 중국의 근대사를 한 권의 채색된 만화로 읽을 수 있는 '21세기 먼나라 이웃나라 중국편'은 오래전에 구입하여 읽고 또 읽고 하던 '먼나라 이웃나라와 함께 또 얼마나 여러 번 읽게 될지 모르겠다.

 
  
 
사회과목이나 역사과목을 싫어하는 자녀부터 어른들 모두까지 함께 읽을 수 있는 유익한 만화책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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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 - 약이 되는 잡초음식 농부가 세상을 바꾼다 귀농총서 25
변현단 지음, 안경자 그림 / 들녘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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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프로그램중에 맛기행과 관련된 프로그램이었는데, 방랑식객이라고 일컫는 임지호 요리사가 산과 들을 헤메면서 내가 보기에는 잡초와 같은 풀들을 씹어보고는 그 풀들을 망태에 담아서는 어느 민가에 들어가서 살짝 데치기도 하고, 그대로 사용하기도 하고 튀기기도 하면서 요리를 만드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았다.
내 눈에는 풀에 불과한 그 잡초들이 한 접시의 음식이 되는 것은 "아는만큼 먹을 수 있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봄이 되면 우리 아파트 근처의 낮은 산에도 쑥을 캐는 아줌마들이 간혹 보인다. 그들이 캐는 것은 쑥이 아닌 다른 풀들인 경우도 때때로 보게 된다.



그런데, 이처럼 나물인지 잡초인지 모르는 풀들이 우리 식탁에 올라 올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책이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이다.

  
이 책의 저자는 방랑식객처럼 산과 들에 있는 풀들을 식탁의 접시 위에 담아 내고 있는 것이다. 그는 연두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이 바로 잡초와 자연이 공존하는 자연스런 농사를 실험하는 곳이기도 하다.
연두농장에서는 한방찌꺼기를 모아서 퇴비로 쓰고 천연농약과 비료를 만들어서 농사를 짓는데 사용한다고 한다. 이런 착한 농사법을 하시는 분에 들어오는 지천에 널린 풀들. 그 풀들은 우리의 식탁위에 올라올 수 있는 방법을 이 책에서는 가르쳐 준다.
거기에 화가 '안경자'의 풀들의 세밀화는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아니, 이 풀은 내가 산책길에서 마주치는 그 풀인데...." 하는 생각들이 연방 터져 나온다.
봄이 되면 아파트 화단의 돌 틈새로 보랏빛 얼굴을 내미는 제비꽃. 아주 작은 그 제비꽃의 새 순도 나물이 될 수 있는 것이고, 노란 민들레도, 개망초도, 쇠비름도, 질경이도, 엉겅퀴도  모두 우리 밥상의 착한 반찬으로 변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집은 다른 집보다는 나물을 많이 무쳐 먹는 편이어서, 비름나물이나 유채나물, 드릅나물, 취나물을 즐겨 먹는데, 이런 나물은 너무 보편적인 나물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잡초 50가지를 선정하여 그 잡초들의 조리방법, 그리고 약재로 사용할 수 있는 잡초들은 그 효능과 약으로 먹는 방법, 그리고 차로 마시는 방법 등도 소개된다.   



 
흔히 가을날의 산국 (국화)를 말려서 차로 마시는경우는 있지만, 제비꽃의 꽃, 해바라기의 꽃 등도 좋은 차 재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음식 못 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양념을 많이 넣는 것일지도 모르겠는데, 산나물, 잡초나물은 '단순 식재, 단순 조리법, 단순 밥상'을 그 원칙으로 생각하면 좋을 듯 싶다. 그들마다의 향과 맛이 색다르니, 양념은 되도록 적게, 그래야 제 맛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여름이 되면 시립미술관을 가는 길에 주황색 원추리가 너무도 아름답게 핀다. 바람에 살랑살랑 넘실거리는 원추리, 그 원추리도 새 순이 나올 때에 나물로 먹으면 좋다고 한다.


이런 내용의 이야기도 함부로 말하기가 겁이 난다.
한때는 민들레가 몸에 좋다고하니까, 산과 들의 민들레들이 수난을 당했다고 한다.
그리고, 아주 유익한 정보 중의 하나.
여기 저기 지천으로 널려 있는 '꽃다지'
 
  (사진출처: 네이버) 
 
바로 이 '꽃다지'를 나물로 무쳐서 오래 식용하게 되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병이 저절로 낫는다는 설이 있다고 하다. 만병통치약이라고 해야할까.
그만큼, 잡초들에는 우리 몸에 좋은 약재와 같은 성분이 들어 있다는 말이겠지.
우리가 직접 산과 들을 돌아다니면서 잡초를 캐고, 새 순을 따서 나물로 먹지는 못할지라도, 가끔씩 재래시장을 둘러보다가 아주머니들이 한 바구니씩 삶아 온 나물들이 있으면 계절의 미각을 맛보기 위해서 구입해서 먹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잡초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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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 내 아이의 미래를 결정짓는 밥상머리 교육의 비밀
SBS 스페셜 제작팀 지음 / 리더스북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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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간에도 생활의 패턴이서로 다르다 보니,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서 식사를 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요즘에는 아침밥을 먹지 않고 등교를 하는 학생들도 많아졌고, 점심 식사는 가정이 아닌, 학교나 직장에서 하게 되고, 저녁도 집에 돌아오는 시간이 다르니, 많지도 않은 가족들이 따로, 또는 홀로 식사를 하게 된다.
이처럼, 우리는 예전의 큰 밥상에 둘러 앉아서 식사를 하던 모습이 사라져 가고 있는 반면에 미국과 일본에서는 가족들이 모여서 식사를 하는 것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면서 이런 가정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말하는 '밥상머리의 기적'이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궁금해지게 되는 것이다.


하버드대학교의 연구진들이 3세 자녀를 둔 83 가정을 대상으로 2년 여에 걸쳐서 연구한 결과에 의하면 가족들이 함께 하는 식사가 많은 가정의 자녀들은 어휘 습득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이 입증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100여 개의 중고등학교의 전교 1등을 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였더니, 주중 10회 이상 가족식사를 하는 가정이 40%를 차지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와는 반대로 중고등학생들의 절반은 부모와 전혀 밥을 먹지 않는 경우도 절반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어떻게 하다가 우리나라의 현실이 가족들이 함께 모여서 식사를 하지 않는 풍토가 되었는지 안타깝기만하다.
학교에서 밤늦게까지 자율학습을 시키거나, 학생들이 학원으로 내몰리거나 이런 현상들이 이런 현상을 초래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실상은 그런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가족간의 밥상머리의 대화라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임혜지'의 '고등어를 금하노라'에 보아도 독일에서 살고 있는 그들 가족은 저녁 식사 시간이 그들 가족의 토론의 장이 되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 대화를 통해서 가족간의 화목도 증진될 수 있는 것이며, 언어 능력도 탁월하게 향상되는 것이다. 밥상머리의 하루 20분의 대화가 언어발달의 촉진제가 되기도 하고, 정서적 안정을 찾을 수 도 있는 것이라고 한다.
이것은 밥상머리에서의 대화는 다양한 주제가 나올 수 있기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밥상머리. 이것은 인생 최초의 교실이며, 인생 최고의 교실이기도 하며 가장 좋은 조기교육의 장이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독자들은 자신의 가정과 비교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가정에서 왜 밥상머리 대화가 단절되었는가를.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하면 가족간의 서로의 식사 시간을 조절하여 함께 식사를 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앞으로는 조금씩 가족간의 조절을 통해서 함께 식사를 하여야 겠다는 생각과 함께 식사 시간에 대화를 좀더 폭넓게 해야겠다는 생각도 가지게 되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자녀의 두뇌발달만이 아닌 즐거운 가정을 이루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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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 대하여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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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은 분량이 적기에 아무 때나 생각날 때에 즐겨 읽는다. 그녀의 작품을 비교적 빼놓지 않고 읽은 편인데, '키친' '아르헨티나 할머니' '데이지의 인생'등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그녀는 죽음과 관련지어서 사람들이 겪게 되는 상실과 거기에서 파생되는 상처를 치유해 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었다.
그 과정이 결국에는 작중 인물들이 성숙하게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렇기에 그녀의 작품은 책표지만을 보았을 때는 예쁜 이야기들처럼 생각되지만, 막상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면 밝은 분위기보다는 죽음과 연관된 우울함이 담겨 있었다.
이번에 읽게 된 '그녀에 대하여'는 첫 장면부터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쌍둥이 자매의 각각의 아이들인 '유미코'와 '쇼이치'.
이종사촌간의 마지막 만남으로 화자인 '유미코'가 기억하는 초등학교 들어가기 직전의 정원에서의 소꼽장난. 그런데, 유미코는 이것이 서로의 인생을 전혀 다른 삶으로 이끌어갈 것임을 감지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과연, 7~8살 정도의 아이가 그런 느낌을 느낄 수 있을까?
또한, 아이들의 엄마인 쌍둥이 자매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엄마와 이모는 종교 비슷한 특수단체 교주의 딸들이었기에 않은 환경에서 마술학교를 다니고 주술을 불러오고....
아니, 동화 속의 이야기도 아닌, 판타지 소설도 아닌....
이런 설정이?

[책의 내용 간추리기]
화자의 엄마와 이모는 유미코의 추억 속에서도 쌍둥이이지만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서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방향의 삶을 살아 가는 것이다.
유미코의 기억 속의 엄마는 많은 것에 집착하고 어떤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는 일까지 주술의 힘을 빌려서 승승장구하던 사업체를 가진 욕망의 인물로.
그리고 이모는 어떤 것에 집착하기 보다는 모든 것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런 평범한 생활의 끝은 자신의 엄마처럼 사회의 물의를 일으키는 일을 하지도 않고 조용히 살다가 평범하게 죽음을 맞았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그러나, 유미코의 삶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엄마가 저지른 살인의 추억이다.
어느날, 엄마는 자신의 집에서 강령회를 열다가 아버지를 살해하게 되는 것이고, 그 소리를 들고도 불안함에 떨면서 자신의 일에 열중했던 그 순간의 기억에 사로잡혀 살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찾아온 이종사촌 '쇼이치'
이모가 죽기 전에 유미코를 '엄마의 저주에서 풀어주고 싶다'는 유언을  따라 그들은 오래전 기억을 쫒아 사건이후에 엄마가 치료를 받던 클리닉, 그녀의 옛 집을
찾아다닌다. 쇼이치와 자신의 과거를 찾아 나선 여행에서 그녀는 자신이 알지 못했던 엄마와 이모의 이야기, 그리고 그것보다도 더 큰 현실에 부딪히게 된다.

그렇다. 내가 이상하게 생각했던 이 소설의 내용은
다리오 아르젠토의 영화 '트라우마'를 모티브로 쓴 판타지 소설이었던 것이다.
판타지 소설?
난, 이 책을 유미코가 자신의 추억 속의 트라우마를 딛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이거나, 아니면 이루어질 수 없는 '이종사촌'간의 사랑이야기쯤으로 간단하게 생각했기에.... 이 책을 읽는 중간 중간 석연치 않은 장면들에 맞닿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책의 뒷부분으로 갈수록 그런 의구심은 커졌는데, 반전의 내용에 그 모든 것들은 풀릴 수 있었던 것이다.
왜 그런 문장들이 있었던 것인가를...
떠나온 곳에서의 일은 생각하면 언제나 그리움으로 빛난다. (p47)

그리고 항상, 유미코는 쇼이치의 생활을 부러워했다.
자신은 부초처럼 떠다니면서 살았지만, 쇼이치는 제 발로 설 수 있도록 이모는 키웠다고 회상하기도 한다.
그 이유는 이 소설의 끝부분의 반전이 그 모든 것을 이야기해 준다.
쇼이치와의 여행 도중, 유미코는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과 함께 이 모든 것이 쇼이치의 꿈 속의 이야기가 아닐까 의심해 본다.
왜 유미코는 쇼이치의 꿈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것이며,
왜 이모는 그토록 도움을 주고 싶어하던 유미코를 그동안 나몰라라 하면서 죽었으며, 왜 유언으로 아들에게 유미코를 그녀의 엄마의 주저로부터 풀어주라고 이야기했을까.
바로 유미코는 엄마가 강령회에서 살인을 저지를 때에 엄마에 의해서 살해당한 것이다. 1층에서 살인을 저지른 엄마는 저벅 저벅 발소리를 내면서 2층의 유미코의 방으로 들어와 딸을 살해한 것이다.
지금까지 유미코가 기억하는 살인사건 후의 이야기는 모두 그녀가 황천을 떠돌면서 보고 들은 것들이다.
어느 순간, 죽음의 준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황망하게 죽은 영혼들. 그들은 유미코처럼 구천을 떠돌면서 부초처럼 살아가는 것이다.
유미코의 넋을 이모는 보듬어 주고 싶었지만, 살아있기에 해 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모는 죽으면서 아들의 꿈을 통해서 그녀에게 안식을 주고 싶었던 것이다.
타인도 아닌 엄마 손에 살해당한 유미코의 넋. 황망하게 죽어버린 그 넋을 위로해주고 안식을 찾을 수 있도록 해 주고 싶은 이모의 마음과 쇼이치의 마음.
이제 유미코는 모든 진실을 확인하고 그녀의 영원한 안식을 찾았을 것이다.
역시, '요시모토 바나나'는 '키친'이후에 줄곧 소설 속에 담아 왔던 죽음에 대한 상실과 그로 인한 상처의 치유과정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번에는 황천을 떠도는 황망한 죽음에 대한 치유까지로 그 폭을 넓혀 간 것이다.
이 소설의 내용은 이렇게 추리소설의 구성인 마지막 부분의 기막힌 반전의 묘미를 제대로 살린 그 이전의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과는 다른 기법의 판타지 소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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