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의 간주곡
J.M.G. 르 클레지오 지음, 윤미연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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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클레지오'는 200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데, 그가 노벨상을 받을 즈음해서 발표한 작품이 <허기의 간주곡>이다.
작가의 또다른 작품인 <아프리카인>이 아버지의 이야기라면, <허기의 간주곡>은 어머니의 이야기라고 한다.
또한, 작가의 특색은 거의 비슷한 등장인물과 배경, 줄거리와 주제와 삽화, 묘사들이 그의 후기 작품들에 계속 되풀이 되어진다고 한다.
그런 '반복은(...) 그가 의도한 기억을 위한, 기억하기 위한 , 기억하게 만들기 위한' (p320) 도구라고 한다.
그런데, 나는 '르 클레지오'의 작품은 <허기의 간주곡>이외에는 읽어 보지를 않았기에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도 이야기들의 내용이 명쾌하게 들어 오기보다는 낯선 그의 문체에 상당 부분 혼란스러움을 견디어야 했기에 그 어떤 평을 곁들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책의 제목이 나타내는 "허기"에 대한 생각도 이 책의 첫 부분에서는

나는 허기를 잘 알고 있다. 그걸 겪어보았기 때문이다. 전쟁이 끝낙ㄹ 무렵, 어리아이였던 나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미군 트럭을 쫒아 도로를 달려가면서, 군인들이 기세좋게 던져주는 추잉껌, 초콜릿, 빵 꾸럭미를 잡으려고 두 손을 내밀었다. (p11)

그러나, 그것은 "허기"를 나타내는 일부분일  뿐인 것이다.
'르 클레지오'가 말하고자 하는 "허기"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허기, 그것은 과거를 잊지 않을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그런 허기를 겪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그 시절, 모든 것이 부족했던 그 기나긴 세월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지 못 했을 것이다. (p 312)

<허기의 간주곡>의 시대적배경은 1930년대에서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는 시기이다.
그것은 이 책의 주인공인 에텔 브링이 열살 정도에서 성인으로 결혼하게 되는 때의 이야기이기도 한다.


이렇게 시대적 배경을 두 부분으로 나누어서 이야기하는 것은 이 책의 이야기가 전쟁에 의해서 세상이 추락하는 것과 맞물려서 에텔 브룅의 가족들도 파산과 몰락을 겪게 되는 것이다.
역사와 함께 몰락해 가는 가정, 그리고 그 가정의 몰락을 막기 위한 노력을 하는 딸의 역할이 그 축을 이루기 때문이다.
부모보다도 더 사랑을 베풀어 주었던 에텔의 종조부 솔리망.
그는 죽으면서 자신의 재산을 에텔에게 상속해 주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어린 딸을 교묘하게 속여서 그 돈을 가지고 새로운 사업들을 하려고 하지만, 사기꾼들에 의해서 모두 날려 버리고 파산을 하게 된다.
종조부 솔리망과  함께 어린날의 추억이자, 앞날의 아름다운 집을  꿈꾸었던 연보라색 집과 아르 모리크 가의 정원은 물거품이 되어 버린다.
에텔은 부모의 불화 속에서 어린날을 보내게 되는데, 아버지의 여자였던 가수 모드도 에텔의 집의 몰락과 함께 무너지게 된다.
심지어 모드는 시장의 쓰레기통을 뒤져야 하는 신세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에 에텔의 학창시절 친구인 제니아와의 우정, 그러나 먼훗날 만난 친구의 모습은 어린 시절의 모습이 아닌...
여기에 로망펠드와의 사랑. 그리고 헤어짐, 전쟁이 일어난 후에 만남에서 결혼까지의 이야기.
그러나, 제니아와의 우정과 로랑 펠드와의 사랑은 이야기속에서는 작은 한 부분들이고, 그리움의 대상이었다가 훗날 만남을 갖게 되는 것이다.


'르 클레지오'의 소설은 처음 읽어 보기에 좀 낯선 모습으로 다가오지만, 역시 그의 문체는 섬세하면서도 서정적이다.

책의 첫 페이지에 나온 랭보의 <허기의 축제>라는 시가 '르 클레지오'의 <허기의 간주곡>이라는 서사시로 풀어 냈다고 하는데, 이 역시 문학적 소양이 짧은 나에게는 힘든 해석일 뿐이다.
<허기의 간주곡>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르 클레지오'를 먼저 자세히 알고 책을 읽는 것이 이 책을 이해하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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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조한 도시 - 사진으로 읽는 도시의 인문학 초조한 도시 1
이영준 지음 / 안그라픽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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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펼치는 순간 '서문'의 내용이 너무도 가슴이 와닿아서 그 부분부터 소개할까 한다.
저자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난 '반가사유상'.
나도 그동안 '반가사유상'을 여러번 만났지만, 처음엔 그저 교과서에 실린 사진의 실물을 본다는 생각에, 그리고 어느 정도 세월이 흐른 후에는 저자와 같은 느낌이 있었고, 지금도 그 아름다움이 머리 속에 담겨 잇다.

실제의 중량이나 표현에서 무거운 느낌을 주는 다른 불상과는 달리, 반가사유상은 날씬한 팔다리에다 가볍게 앉아있는 모습이 결코 둔중하지 않다.
그러나 거기에서 조금씩 베어 나오는 사유의 혼은 방을 가득 채우고 나의 눈과 머리와 가습으로 소리없이 스며든다.
전혀 강렬한 것이 없는데 사람을 사로잡는 힘이 있는 불상이다. (p7)

'반가사유상'을 대했을 때의 최초의 충격. 그 최초의 충격을 우리의 후손들이 오늘날 우리가 살고, 보고 있는 이 도시를 천 년후에 본다면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그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도시의 모습은 그대로 남아 있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새삼 느끼게 된다.


저자가 이 책에 수록한 사진들 속의 모습들도 6개월이 멀다하고 사라져 버리는 것이 우리 도시들의 오늘날의 모습인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급변하는 도시의 모습을 기억으로 보존하기 위햇는 "사진찍기"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초조한 도시>는 사진을 통하여 시간을 멈추게 하여 먼훗날 누군가가 오늘날 도시의 모습을 기억하고 성찰하게 하려는 시도이다. (p13)

여기까지의 서문의 글을 읽으면서
유럽의 도시들이 중세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에 비하면, 우리의 도시들이 정말 얼마나 빠르게 변모하고 있는가를 느끼게 된다.
그러니, 지금 여기에 존재하고 있는 도시의 현상을 건축물들을 기록해 둔다는 것은 얼마나 귀중한 기록이 되겠는가....
그런데, 우리는 도시를 찍을 때에 아름다운 모습, 사람들로 번잡한 도시의 생동감 넘치는 모습을 흔히 찍는다.
그런데, <초조한 도시>의 저자 이영준이 찍은 사진들은 삭막하기 그지 없는 그런 도시의 모습을 담고 있다.
도시의 간판, 고층빌딩의 모습, 콘크리트 구조물인 다리의 모습.
그러나 그 사진들은 얼핏 보기에는 도시의 삭막함을 나타내는 것같으나 그 속에서 우리들은 자연스럽게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된느 것이다.
그것은 도시를 삭막하게 느끼게 만드는 '기호와 속도', ' 밀도와 고도', '콘크리트'를 통해서 도시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폭포수 같은 기호, 숨 막히는 밀도, 완고한 콘크리트
그 속에서 발견한 삭막한 아름다움의 역설
 
  

(1) 기호의 제국
 

흔히 사람들은 도시의 모습을 '정서'라는 필터를 통해서 찍는다. 그래서 아름다운 도시의 모습이 직접적으로 표현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후지사키 야스오'는 이미 오래전에 <한국의 도시>를 통해서 기호의 중첩만이 있는 그런 사진을 찍었다.
저자 역시 도시의 건물들을 점령하고 있는 간판들을 통해서 '추지사키 야스오'와 같은 기호의 제국의 모습을 담아낸다.


또한, 광화문 네거리의 랜드마크인 이순신 장군의 뒷 모습을 중심으로 이곳에 설치된 전광판인 미디어보드의 모습에서 새로운 컷의 사진을 소개해 준다.
마치 미디어 아트의 전시장같은 생각이 들지 않는가?
이순신 장군의 머리 위로, 옆으로, 밑으로 마구 마구 정보들이 날라 다니고 있는 모습이.
부천에 있는 '아인스 월드'는 전세계의 유명한 건축물들을 미니어처로 꾸민 곳인데, 주변의 도시의 모습과 중첩된 모습은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는가?


(2) 밀도와 고도
도시의 밀도와 고도, 그밖의 사물들의 밀도와 고도.
심지어 삶과 죽음의 밀도까지.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은 객관적이고 차가운 이미지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런 컷은 망원렌즈를 통해서 찍기 때문에 빛이 맑고 투명해야 한다고 한다.
우린 쉽게 저자가 찍은 사진들을 접하지만, 이런 사진을 남기기 위해서는 저자의 나름대로의 숨막히는 밀도라는 정서를 담아내는 능력이 엿보이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나에겐 그저 휙 ~~ 휙~~ 지나치는 도시의 한 모습이었지만, 이렇게 사진으로 기억할 수 있게 해주니, 그 느낌이 새롭다.
(3) 콘크리트의 격
도시를 삭막하게 보이도록 하는 주범은 무엇일까, 아마도 콘크리트가 아닐까 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 콘크리트를 감성적인 물질이자 구조물이라고 말한다.
그는 콘크리트의 굳건함, 무게감, 부피감, 표면의 질감 등을 통해서 콘크리트가 구조물을 만들었을 때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다.

 

그의 사진 속에서는 이 콘크리트가 대리석 못지 않은 아름다움을 발하고 있으니, 이런 사진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는 감동을 더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만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콘크리트도 연기한다.
그것은 질감과 양감, 나아가 세월의 흔적을 통해 시간감까지 보여주는 매우 풍부한 연기이다.
나는 그 연기의 관객일 뿐이다.  (p216)


중세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유럽, 아니면 자연풍광을 함께 품고 있는 도시들.
그런 도시들이 아닐 경우에는 우리들은 도시를 이야기할 때에 '숨막히는 도시', '삭막한 도시'와 같은 표현을 많이 사용했던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도시처럼 이렇게 빠르게 변모하는 도시들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해 두려는 생각은 미처 해 보지도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초조한 도시>를 읽고, 책 속의 사진들을 접한 독자들이라면 지금까지 자신들의 머리 속에 간직하던 도시의 모습과는 또 다른 도시의 모습에 새로움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이것은 오로지 이 책을 쓴 저자의 노력에 의해서 우리의 도시가 다른 모습으로 바뀔 수 있었던 것이며, 도시에 대한 인식도 새로워 질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된다.

<초조한 도시>는 사람들이 도시슬 초조하게 느끼게 만드는 밀도와 고도, 기호와 콘크리트들을 사진으로 재구성해 봄으로써 우리가 일상의 시각에서 보던 도시와는 다른 공간들이 감춰져 있음을 보여주려 한다. (p262)

마지막으로, 책을 읽는 중간 중간에 느낌이 오는 사진들을 찍어서 리뷰 속에 담았지만, 저자의 사진 컷의 느낌이 그대로 살려서 올리지 못한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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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왕제색도 - 빛으로 그리는
이갑수 지음, 도진호 사진 / 궁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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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진 작가의 사진에세이를 읽은 적이 있는데, 그때에 사진작가는 같은 피사체를 정해놓고, 똑같은 앵글로 사진을 찍어 보라는 이야기를 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눈이 오는 날, 비가 오는 날, 햇살이 따스한 날, 안개가 낀 날.... 아니, 그 보다도 사진을  찍는 사람의 마음 상태에 따라서도 다른 빛깔의 사진이 나오다는 이야기를 했다.
나도, 가끔은 작은 디카를 들고 다니면서 사진을 찍기도 하지만, 그 사진 속의 모습은 같은 장소인데도 다른 느낌으로 나타나곤 하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궁리출판사는 인왕산이 바로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있는데, 건물의 2층이지만 건물에 유리창이 많아서 항상 인왕산을 마주 보고 있다고 한다.


어느날, 농담처럼 시작된 말 " 사무실에서 보이는 인왕산의 매일 매일의 모습으 사진으로 남기면 어떨까?"
그래서 이리 저리 사진을 찍기 위한 앵그를 잡다 보니 앵글이 가장 좋은 곳이 우연인지, 필연인지 겸재의 집터였다고 한다.
겸재 정선은 인왕산 자락의 유란동에서 태어나 인왕산을 항상 보면서 자랐는데, 그의 평생의 벗이 세상을 뜨자 그를 그리워하면서 단숨에 그린 그림이 <인왕제색도>이다.


1751 년에 겸재가 비가 개고 난 맑은 모습의 인왕산을 수묵담채화로 나타냈다고 한다면, 그로부터 260년이 지난 지금에는 인왕산의 모습을 매주 3번씩 같은 장소에서 같은 앵글에 빛으로 담아내기로 한 것이다.

 

참 쌀쌀한
겨울 날씨
나 죽고 난 뒤에 나보다 오래 사는 이가 있어, 호 그가 나르 추억하면서, 야 인왕산 자락에 살던 그 양반 성질이 얼마나 쌀쌀맞았노. 그 성질머리가 꼭 최근 이 겨울 날씨 같지 않았겠나, 그쟈. 해주신다면 참 고맙겠네, 참으로 고맙겠네. 내 무덤에 돋는 순한 풀들, 그들 있는 쪽으로 힘껏 밀어주겠네. 그네들 엉덩이 팍팍  찔러주겠네. 2010.1.15   (p106)
2009년 10월 1일부터 2010년 9월 30일까지 매주 2~3번에 걸쳐서 인왕산의 사진과 함께 인왕산과 관련이 있는 사람사는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인왕산에 오르내리면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아직도 사람냄새가 물씬 풍기는 통인동 사람들, 이발소, 청국장집 그리고 이제는 사라져 가는 통인동 골목길이야기. 효자동이야기, 통인시장 사람들 이야기.
그러나, 가끔은 인왕산의 이야기가 아닌 다른 곳의 이야기도 함께 들려준다.
이 책의 저자는 인왕산에 자신의 나무라고 생각하고 눈여겨 보던 나무가 있는데, 그 나무가 어느날은 산길을 가는 사람에 의해서 툭 꺾어지기도 하고, 그 꺾어진 나뭇가지를 들고 사무실에 오기도 하지만 결국에 서울성곽 복원 사업때문에 아예 없어져 버리기도 한다.

덤비는 오래된 기억을 일깨우며 골목을 빗소리로 채우며 종일을 내렸다. 성북동 골짜기에 있는 길상사에서도 덤비는 내렸다. 그 덤비 소리를 자장가 삼으며 스님 한 분이 영원한 잠에 드셨다. 무소유를 실천하던 스님이 가는 덤비 사이로 종적을 감춘 것이다. 스님은 "금새에 저지른 허물은 생사를 넘어 참회할 것이다. 이제 시간과 공간을 버려야겠다." 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겼다고 한다. 스님이 빠진 공간이 너무 커 보인다. 무(無)에 덤 하나 남기지 않고 원전으로 회귀하신 스님의 명복을 빈다. 2010.3.10    (p156)

인왕산의 해골바위는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하다면 책 속에 그 모습이 나오기도 한다.
근래에는 시인의 언덕 조성으로 윤동주 시인의 언덕도 생기고, 시비도 건립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저자의 감성적 표현은 내리는 비에서도 찾아 볼 수가 있으니...
나무비, 잎비 란 단어를 들어 보셨나요?

나무비 : "미세한 안개가 나뭇잎과 가지물방울로 맺혀 땅에 떨어지는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를 나무비 (TREE RAIN)라고 부른다."(P111~112)
잎비 : "이 비처럼 많이 휘날리는 것을 지칭하는 단어였다."(P156)
덤비 : 그냥 '덤으로 내리는 비'라는 뜻이다. (p156)

그런데, 빛으로 표현된 <신인왕제색도>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할텐데,
이 책이 한 장의 인왕산 사진과 그와 함께 간단한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사진은 책 속의 사진이어서 그런지 거기에서 거기인 사진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가끔 안개가 낀 모습이거나, 흐른 날의 모습, 파란 하늘에 구름이 둥실 떠 있는 모습의 인왕산.
그리고, 밤 풍경과 해질녘의 모습이 몇 장.
 


 그래서 조금은 단조롭고 무덤덤한 감각이 든다.
역시, 진경산수화의 대가인 겸재 정선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이란 생각이 든다.
아니, <신인왕제색도>가 <인왕제색도>를 따라가기엔 턱없이 부족함을 느끼게 된다.
그래도, 그런 시도만으로도 색다르고, 인왕산의 모습과 거기에 얽힌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를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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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킹의 우주를 여는 비밀 열쇠 1 - 달의 비밀 호킹의 우주를 여는 비밀 열쇠 1
박종호 그림, 스티븐 호킹.루시 호킹 원작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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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어렵고 지루하다"라는 생각을 불식시키는 책이 있다.
과학적 지식을 통하여 우주의 생성과 기원, 별의 탄생과 사라짐, 그리고 천체 우주 형상의 미스터리까지 어린이들이 눈높이에서 만화를 통해서 흥미롭게 펼쳐 보여주는 책이 바로 <호킹의 우주를 여는 비밀 열쇠> 시리즈이다.


이 책은 10권으로 출간될 예정인데, 얼마전에 1권이 출간되었다.
과학을 소재로 한 만화책들 중의 상당수는 공상과학만화가 많은 편이지만, <호킹의 우주를 여는 비밀 열쇠>는 공상과학이 아닌 과학적 사실들을 기초로 하여 어린이들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우주 탐험이라는 모험의 이야기를 함께 다루고 있는 것이다.
자칫 과학을 소재로 한 이야기들이 과학도서나 과학적 이론을 전달하려는 욕심에서 어린이들이 흥미를 잃기 쉽고, 너무 딱딱한 내용이 될 수 있지만,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이 책의 내용은 과학적지식과 재미라는 두 가지를 다 갖추고 있다.


그래서 과학에 관심이 없는 어린이들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의 원작은 <조지의 우주를 여는 비밀열쇠>인데,원작자는 누구나 다 아는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슨 호킹'박사와 그의 딸인 '루시 호킹(저널리스트, 소설가)'이다.
'스티븐 호킹'은 갈릴레오, 뉴턴, 아인슈타인의 계보를 잇는 세계 쵝의 우주 물리학자인데, 퇴행성 운동 신경질환을 앓고 있으며, 21 살부터 루게릭병으로 시한부 인생 2년을 선고받았지만, 70세가 된 오늘날까지 가슴에 꽂은 파이프를 통해서 호흡을 하고 휠체어에 부착된 고성능 음성합성기를 통해서 대화를 하면서도 과학자로 많은 연구를 하고 있기에 인간 승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스티븐 & 루시 호킹'이 공동 작업을 한 책을 박종호가 작품의 성격에 맞게 다이나믹하면서도 화려하고, 생동감있게 만화로 표현한 것이다.
  

10권까지 이어지는 첫 단추에 해당하는 1권 <달의 비밀>에서는 우리들에게 가장 가깝고 친숙한 지구의 단 하나뿐인 위성 달의 신비로움에 관한 이야기들과 함께 달에 대한 미스터리한 비밀 4가지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들어준다.

1. 달은 자전 주기와 공전 주기가 동일하여 우리는 달의 뒷면을 절대로 볼 수 없다. 어떤 위성의 자전 주기와 공전 주기가 정확히 일치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 달의 공전과 자전 주기은 27.32로 정확하게 일치한다. 그게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
2. 달은 지구에서 바라보면 태양의 크기와 절묘하게도 일치한다. 그래서 일식과 월식이 생긴다.
★ 태양은 달보다 400 배 정도 크다. 그러나 태양이 달보다 400배 정도 멀리 떨어져 있기때문에 지구에서는  똑같은 크기로 보인다.
신은 지구인에게 구경거리를 제공하려고 달과 태양의 거리와 크기를 조절하신 것일까?
3. 달은 지구가 달고 다니기에는 터무니없이 크다. 인간이 발견한 우주에서 상대적으로 저렇게 큰 위성을 달고 잇는 행성은 지구뿐이다.
★ 달은 위성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크다. 태양계에서 가장 크다는 목성의 위성은 목성에 비하여 아주 작은 크기이다. 그런데, 달의 크기는 지구의 1/4이다.
4.달에 대한 기록이 대홍수 이전에는 없다. 그 이후에 등장한다. '태양'과 '별'들에 대한 수많은 신화와 기록들은 대홍수 시대 이전에도 있었다.
★ 달에 대한 기록은 노아의 홍수 이후에 존재한다. 지구에서 가장 잘 보이는 달에 대한 기록이 왜 그 이전에는 없는 것일까?

  
 

'달의 비밀'은 <호킹의 우주를 여는 비밀 열쇠>의 첫 부분이기에 이 시리즈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전개를 엿보게 해준다.
우주과학자를 꿈꾸는 조지, 그리고 조지에게 우주 탐험의 기회를 열어줄 천재 과학자 에릭, 그의 딸 애니, 그리고 천재과학자의 발명품인 슈퍼 컴퓨터와 컴퓨터 속에서 튀어 나오는 우주 여행의 길라잡이 코스모스.
그리고, 에릭을 시기하는 괴짜 과학 교사 리퍼.
또한, 환경 운동가이기에 지구의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는 문명의 이기는 절대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조지의 부모님.

 
   
등장인물의 소개만으로도 이 책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지 궁금증이 생긴다.
조지가 애니와 함께 코스모스를 따라 갔던 달 나라.
그것은 시작에 불과할 것이다.
  

특히, 이 책은 과학자, 과학적 개념들을 정리하여 삽화로 표현해 주고 있다.
만화와 삽화의 만남도 읽는 재미와 함께 과학적 지식들을 쌓아가게 해 준다.
이 책은 원작자의 명성에 걸맞게 SF 소설이나 판타지 소설이 아닌 과학적 지식을 기초로 하여 흥미로운 모험이 이루어 진다는 것이 가장 어린이들에게 커다란 의미로 다가온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권을 흥미롭게 읽다보니, 벌써부터 2권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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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한 조각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8
마리아투 카마라.수전 맥클리랜드 지음, 위문숙 옮김 / 내인생의책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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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지쳤을 때에, 견디기 힘들다고 발버둥칠 때에, 마리아투 카마라의 실제 이야기인 <망고 한 조각>을 읽는다면, 자신들의 투정이 얼마나 작은 일들이었는가를 깨닫게 될 것이다.


같은 지구상에 살고 있지만 도저히 이런 이야기가 일어나리라고는 생각할 수도 없는 잔인하고 가혹한 이야기.
아프리카의 중앙 서단에 위치한 시에라리온에서는 1991년부터 2002년에 걸쳐서 내전이 일어났다.
그 내전이 시에라리온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것도 14살짜리 소녀에게 어떤 가혹한 삶을 살게 했는지를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마리아투 카미라의 체험이 담긴 이야기이지만, 글은 캐나다의 자유기고가인 '수전 맥클리랜드'가 소녀와의 수차례에 걸친 인터뷰와 나중에 시에라리온을 함께 방문하여 그당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쓴 책이다.


시에라리온의 막보로는 주민이 200 명 정도의 작은 시골 마을이다. 집은 고작 여덟 채. 내 집, 네 집이 없이 한 마을 사람들이 같이 거주하다시피하는 마을이다.
이곳에 살고 있는 아이들은 소년 소녀를 막론하고 7살 정도만 되면 밭일을 한다. 물론, 학교는 가 보지도 못하고.... 옆 마을의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는 것을 부러워 하면서....
마리아투 카미라가 13살이 되던 해에 반군들이 마을에 침입하게 되고, 주민들은 옆 마을과 숲 속으로 피신을 하지만, 그들의 대다수는 반군들에게 잡혀서 살해된다.
아주 끔찍하고 처참하게. 살아 남는다고 해도 팔, 다리를 절단하는 처벌을 받게 된다.

알라신이여, 마을 사람들을 향한 저 총아 중 하나가 빗나가서 부디 제 심장을 뚫게 해 주세요. 차리리 절 죽여주세요. (p39)

마리아투  카마라도 반군들에게 잡혀서 죽을 고비를 넘기기는 하지만, 소녀의 두 손은 반군 소년들에 의해서 절단된다.
왜? 무슨 잘못이 있어서?

"널 죽일 생각은 없어, 대통령에게 가서 우리가 네게 뭔 짓을 했는지 보여 줘, 뭐, 손이 없으니 앞으로 그 작자에게 투표를 못하겠지만... 그래도 정 투표를 하겠다면 대통령에게 새 손을 달라고 해" (p40)

소녀는 대통령이란 단어 조차 모른다.
문득 나는 스스로 물어 보았다. '대통령이 뭐 하는 사람이지?' (p40)

두 손이 잘린 마리아투에게 닥친 또 하나의 시련.

  
그는 임신을 한 것이다. 반군들이 몰려 오기 전에 마리아투를 자신의 부인으로 삼고 싶어하던 고모부의 친구에 의해서.
그러나, 마리아투는 그 자가 한 행동이 어떤 행동이었는지, 그것이 임신을 가능하게 하는지 조차 모른다.
임신은 자신보다 큰 여자들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을 정도로 아무 것도 모르지만, 그에게 운명을 이처럼 냉혹하고 잔인하게 찾아온다.
싫어하는 사람의 아이를 임신하고, 산 달도 채우기 전에 제왕절개를 해야 하고, 그렇게 낳은 아들 압둘은 영양실조로 죽게 된다.
마리아투는 자책을 한다. 자신이 아들을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소녀의 나날은 동냥으로 이어지고.
그래도 마리아투는 행운이 있는 소녀이다. 아버지의 말이 소녀에게 행운으로 찾아온다.

"넌 행운이 깃든 날에 태어났어" (...) "재수가 좋은 징수야. 비 오는 날에 혼인하거나 아기가 태언면 복을 받거든" (p14~15)

그의 인터뷰 기사를 본 사람들에 의해서 영국을 거쳐서 캐나다에 가게 되고, 지금은 대학에 다닌다. 또한 분쟁지역 아동보호 유니세프 특사로 활동을 한다.
이 책에는 시에라리온 소년 반군이었다가 지금은 뉴욕에 살면서 국제 인권감시기구인 ‘휴먼 라이츠 워치(Human Rights Watch)’의 어린이 인권 분과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이스마엘'과의 만남이 잠깐 소개된다.
이스마엘이 쓴 책으로는 <집으로 가는 길>이 우리나라에서도 소개되었는데, 이 책의 반군 소년병의 이야기라면, <망고 한 조각>은 소년병에게 상처를 받은 소녀의 이야기이다.
모두 시에라리온을 비롯한 내전국가의 소년 소녀들의 참상이 기록되어 있다.
그래도 마리아투, 이스마엘은 불행 속에서 행운을 잡은 소년소녀이다.
시에라리온을 비롯한 내전국가에는 이보다 더 비참하고 잔인한 이야기가 많이 남아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아직도 그 아픔 속에 잠겨 있다.
그래도, 우리들이 힘겹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이 책에서는 시에라리온의 풍습과 문화, 삶의 모습들도 엿 볼 수 있다.
분두의식 풍습, 속담 등
"별을 세지 마라. 별을 세다가 자신의 별까지 세면 죽는다."
"야자유 꿈을 꾸면 날이 저물 무렵 피를 쏟는다." 등....


이 책은 마리아투가 반군에게 두 손을 잘리고, 홀로 길을 헤매다가 만나게 된 어느 아저씨가 건네준 "망고 한 조각"처럼 독자들에게 어려움 속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는 그런 책이 될 것이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집으로 가는 길> (이스마엘 베아/ 송은주/ 북스코프/2007)


 

내가 이 책을 언제 읽었더라 <나의 리뷰>를 찾아 보았다.
없다. 그렇다면 2009년 가을 이전에 읽었으리라.
그 이전에 읽은 책들은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책제목과 함께 줄거리, 단상을 적어 두었었는데....
찾아보니 2008년 2월 13일에 읽은 후의 단상이 몇 줄 남아 있다.

 시에라리온의 내전의 참상을 너무도 소상하고 끔찍하게 보여주는 논픽션이다.
어린이들이 아무런 정치적 생각도 없이 전쟁에 내몰리는 현실이 안타깝기만하다.
너무도 비참한 현장 묘사에 그저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지금의 나의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새삼 새삼 느끼게 해주는.....
다행히 이스마엘이 유나셰프의 도움으로 미국으로 건너가서 대학을 졸업하고 국제기구에서 활약하고 있다. (나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서)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이 책을 읽을 때에 상당히 많은 생각들이 스쳐갔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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