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솔로 1 노희경 드라마 대본집 4
노희경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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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다 !!
사전적 의미는 (형용사) 1. 서로 알지 못하여 어색하고 서먹서먹하다.
                                 2. 사물이 눈에 익지 못하다.
드라마 작가로 각광을 받고 있는 노희경은 <그들이 사는 세상>,<거짓말>,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등이 드라마 대본을 이미 세상에 내 놓았다.
그리고 <굿바이 솔로>가 네 번째 드라마 대본집이다.



그런데, 참 낯설다.
내가 드라마를 즐겨 보지 않기때문에, 노희경이 쓴 드라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만을 기억하고 있다.
1996년 MBC 창사 특집극  4부작 드라마였는데, 시어머니는 치매, 남편과 자식들은 자신의 일에 바쁘고, 어느날 알게 된 암에 걸린 사실을 알고, 자신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과, 그때에야 엄마를 영원히 보내야 한다는 사실에 접하게 된 가족들의 이야기가 너무도 짠~~ 하게 가슴 속에 다가오던 작품이다.
지금 영화로도 상영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오랜 세월이 흘렀건만 이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안 흘린 사람들이 없을 정도로 감성적인 작품이다.



그후에 <지금 사랑하지 않는자, 모두 유죄>라는 그녀의 산문집을 만났다. 작가는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좀처럼 듣기 어려운 이야기들과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까지를 들여 주었고, 이 책의 인세의 일부도 북한 어린이 돕기에 성금으로 보냈다.
그것이 아마도 노희경식의 사랑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책의 내용은 기대가 컸던 만큼 2%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드라마 작가 노희경을


인간의 진정성을 들여다보고 사랑의 가치를 어루만지는, 사람 냄새 나는 작가. 감각적인 대사, 깊은 공감을 형성하는 인물과 설정으로 우리 삶의 애환과 감동을 드라마 속에 담아내는 TV 드라마 작가다. (작가 소개글 중에서)

라고 말한다.
내가 작가의 드라마를 거의 접하지 않았으니, 그건 잘 모르겠지만, 노희경 마니아들이 많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접하게 된 <굿바이 솔로>.
소설이 아닌 드라마 대본집이라는 것도 마음이  끌리는 이유 중의 하나였다.





책 내용의 앞 부분에는 <등장인물>소개와 <용어정리>가 실려 있다.
드라마에서 배역을 맡았던 연기자들.
김민호(천정명), 정수희 (윤소이),강호철(이재룡), 오영숙(배종옥),미영할머니(나문희),유지안(김남길)...
첫 장을 읽는 순간, 너무도 낯설음에 책장이 넘겨지지가 않는다.
학창시절 시나리오라는 장르로 배웠던 작품들과는 또다른 느낌이다.
그것은 노희경 작가의 집필 형식을 그대로 따랐고, 대사의 호흡도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방식에 따라 말줄임표들이 쓰여졌고, 쉽표, 말줄임표도 작가의 표현 형식에 따라 찍혀 있다.





시나리오에서 볼 수 있는 배경이나 심리표현도 묘사되어 있지 않다.
한참을 버벅거리면서 책을 넘기다 보니, 읽는 속도감은 형편없이 떨어진다.
이것이 바로 익숙하지 않은 것을 대하는 우리들의 어색함인가보다.
내가 작가의 스타일을 모르고, 더군다나 드라마 대본을 처음 접하기에 겪게 되는 독서의 모습인 것이다.
<굿바이 솔로1>의 반 이상을 이렇게 어렵게 읽어가게 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대본 속의 대화들이 아주 절제된 대화들이라는 것이다.
속깊은 내용을 주저리 주저리 뱉어내는 드라마 작가 김수현식 대화가 아닌 것이다.
그리고 작품 속의 인물들의 성격, 자라온 배경 등이 너무 많이 엉켜 있다. 각 인물들은 아주 많은 비밀들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는 모든 인물들, 그리고 그 상처를 말 못하고 가슴 속에 안고 사는 사람들, 가족간의 소통이 단절된 가족들, 누구 하나 먼저 그 단절된 소통을 풀려고 하지 않고 살아 온 사람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이 얼키고 설킨 이야기들은 윤곽을 드러낸다.
그러나, 이 드라마를 보지 않았기에 김민호역에 천정명이 어울릴까 하는 생각,
착한 이미지의 이재룡이 깡패 건달인 강호철이 어울릴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
오영숙과 미영할머니는 제법 어울리는 캐스팅인데..... 하는 생각도 하고,
작가가 말하고자하는 이야기는 <굿바이 솔로 2>에서 적고 여기에서는 책을 접할 당시의 단상들을 중심으로 서평을 대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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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디를 이기는 한마디
장원철 지음 / 카르페디엠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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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무심코 던지는 한 마디의 말에 상처를 받았던 기억들,
그리고, 내가 아무 생각없이 던진 한 마디의 말이 상대방을 가슴에 꽂혀서 마음 아파했었다는 것을 들었던 기억들.
이런 기억들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것이리라~~
내가 던진 한 마디의 말에 상처를 받았음을 뒤늦게 알고 그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던 기억은 나에게도 있다.
우리는 일상에서 많은 대화를 나누는데, 가까운 사람이면 가까운 사람일수록 툭 내뺃는 말들이 많은 것이다. 그것은 배려나 우회의 통로를 거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날아오는 비판들이기에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더욱 날카롭게 날아오는 것이다.



백마디를 이기는 한마디.
그 한마디의말은 무엇일까? 또 그런 말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까?
그것에 대한 대답은 <백마디를 이기는 한마디>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가슴을 움직이는 50가지의 대화의 법칙을 통해서 그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말 한 마디를 할 때에도 사려깊은 생각이 뒤따라야 하겠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머리보다 가슴을 움직이는 한 마디.
결정적 순간에 힘이 되는 한 마디.
단호하면서도 상처 주지 않는 한 마디.
상대와 나, 모두가 득이 되는 한 마디.
이렇게 네 개의 주제로 나누어서 50가지 대화의 법칙을 우리 일상 속에서의 사례를 들어 이야기해 준다.
그런데, 이런 말 한마디는 말주변이나 언변이 뛰어난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말은 일상생활에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훌륭한 인간관계, 즉 어떻게 좋은 인간관계를 맺느냐는 것이 중요하고, 적재적소에 필요한 말을 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말을 잘 듣고 상대에 대한 배려를 하는 차원에서 들려주는 말이 중요한 것이다.
이 책이 재미있고 읽기 쉬운 것은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들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직장 동료, 상사, 가족, 친구, 연인 등에서 흔히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을 제시하고 그 상황에서 필요한 대화를 고쳐주고, 그럴 경우에 대처방안을 이야기해 준다.





흔히, 부모들은 자녀가 가장 만만한 대화 상대이기에 거침없이 말의 화살을 쏘아대기도 한다.
"너는 누굴 닮았니?", 다른 사람과의 비교를 해 가면서 누군 이런데, "누구는 ~~ 라고 하던데, 너는 왜 그러니?" , "우리가 너만 할때는 ~~" , " 여태 그것도 모르니~~" 등등....
자녀들의 경우에는 같은 칭찬이라도 지능에 대한 칭찬보다는 노력에 대한 칭찬이 더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받아 들일 수 있는 한 마디라고 한다.
"너는 머리가 좋아서~~"보다는 "너는 참 노력을 많이 하는구나"가 훨씬 좋은 한 마디의 말이 되는 것이다.
또한 다른 사람과의 비교를 우리의 삶의 잣대로 삼기보다는 스스로의 삶을 최선으로 삼아야 하는 것이다.


삶이 특별해지고 나서야 자신이 특별해지는 것은 아닏. 자신이 특벼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삶도 함께 특별해진다. (p43)


부부나 연인간에도 소통의 단절이 많이 나타나기도 한다. 오죽하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이 나왔겠는가?
잠깐 살펴보아도
남자는 결과 중심, 합리적, 목표 지향적인데 반하여 여자는 과정 중심, 감성적, 관계지향적인 것이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에서 존 그레이는 남과 여의 차이를 이렇게 표현했다. "화성인은 혼자 동굴에 들어가 해결책을 찾아 나서야 기분이 좋아지지만, 금성인은 누군가에게 자신의 기분을 솔직히 터놓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p91)

이런 큰 차이를 보이는 남자와 여자이니,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대화가 단절될 수 밖에 없고, 그것이 한 마디의 상처로 가슴에 꽂히는 말을 서로 하게 되는 것이다.
남자에게는 언어가 도구적이지만, 여자에게는 언어가 정서적이라고 한다.
또한, 대화의 기술 중에 흥분은 의사소통의 적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옳은 말이라도 반복하여 듣게 되면 지겨워지기 마련이다.
이 책에 적힌 사례들을 따라서 대화를 해 본다면, 마음을 아프게 하는 말은 하지 않게 될 것이다.
같은 의미의 말이라도 이 책의 저자가 살짝 바꾸어 놓은 한 마디의 말은 그대로 푸근한 말 한 마디가 되는 것이다.
단어선택의 중요성, 표현의 중요성이 새삼 돋보인다.



이 책은 대화법을 가르쳐 주는 책이기도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처세술을 가르쳐 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대화가 곧 세상을 살아가는 과정의 일부이기에.
웅변술이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그 한 마디를 가르쳐 주는 것이다.
저자는 "표현이 멋진 말보다는 상대가 듣고 싶은 말을 하라" (p10)고 한다.
<백마디를 이기는 한마디>는 참 반성을 많이 하게 하는 책이기도 한다.
50가지의 법칙의 나쁜 사례들 중에는 우리들이 흔히 쓰고 있는 그런 말들이 너무도 많이 있기에, 그 글들을 통해서 알고 있기는 했지만, 고치지 못하던 습관적인 말들을 했던 나자신을 반성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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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인문학 - 현장의 인문학, 생활 속의 인문학 캠페인
구효서 외 지음 / 경향미디어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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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인문학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마음은 인문학 책은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문학 책을 접할 때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꼼꼼히 검색을 해 본 후에 읽는 습관이 있다.
흔히, '인문학'이 무너지고 있다는 이야기들도 많이 하고 있다.
그런 현상은 대학생들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입학할 때는 합격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 선택했던 인문학 관련 학과들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소위 말하는 취업이 잘 되는 학과의 수업을 들으면서 제 2 전공이라는 명목하에 학과 세탁(?) 하는 경우가 많이들 있다.
인문학은 모든 학문의 기초가 되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사회로부터 소외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에 관한 책들도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되는 것이고, 책 내용들 역시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에는 어려워서 수월하게 읽히지 않기에 자연 책상머리에서 멀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길 위의 인문학>은 인문학을 일반인들이 좀더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고, 쉽게 이해하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 진 책이 아닌가 한다.


"2010년 3월부터 인문학을 '일상생활 속에 심고, 대중과 인문학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취지로 시작된 '길 위의 인문학'은 인문학의 학문적 뼈대인 역사, 문학, 철학을 전공한 학자와 문인, 대중이 함께 매월 두 차례 우리 역사 속의 주요 인물들의 삶의 현장을 답사하고 서로 체험을 교감하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인문학 대중하 사업이었다. 이 책은 그동안 진행된 강의와 답사의 결과물이다. (p4)

'길 위의 인문학'은 바쁘게 무심코 지나쳐 가는 길이 아닌, 무관심과 무감동의 길이 아닌, 인간과 인간, 자연과 인간, 과거와 현재의 교감을 길 위를 스쳐 지나가는사람들과 소통시키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그동안 인문학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것은 우리의 생활과의 괴리감때문이었을 것이다.
거기에 중고등학교에서의 교육이 너무 피상적이고 암기위주의 교육이었던 것도 한 몫을 하리라 본다.
일례로 이황과 이이의 사상의 비교에 있어서 학습자들과는 무관한 듯한 "이"와 "기"를 논하니, 어려울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책처럼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학습이 이루어졌다면, 그렇게 어려운 이론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 책의 구성은



 

1부:사람의 자취를 따라 떠나는 길 위의 인문학 으로
퇴계, 남명, 추사, 다산, 김이재, 허균 등을 만나러 그들의 삶의 모습이 어려있는 곳으로 길을 떠난다.
지금부터 100 여년전 중국의 최고 지도자와 사상가였던 양계초와 려원홍의 칭송을 받았던 퇴계.
그의 인품과 사상적 깊이는 어떤 유학자보다 뛰어났었음을 그가 살았던 곳에서 삶의 모습을 엿보면서,그리고 그가 남긴 <자성록>을 통해서 살펴본다.


<자성록>은 (...) '사람은 사람답기 위해서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가?', '어떻게 자신을 돌아봐야 하는가?'등 공부를 향한 반성과 열정이 오롯이 담겨  있다. <자성록>은 인간의 내면적 '성찰의 기준>이 무엇인지 잘 알려주는데, 특히 정밀하면서도 심오한 철학적 사색, 열렬한 구도자의 자세로 일관하는 퇴계 스스로의 수양과정은 보는 사람의 심금을 울린다. (p26)
또한 그의시 <도산에 품은 뜻>에서도 퇴계의 마음이 담겨 있는 것이다.
서당이 반이나 지어져 기쁘기 그지없는데
산속에 살며 몸소 밭 일구는 일이 편하다네.
서책을 점차 옮기니 옛 책 상자 다 비었고
대나무 심어 바라보니 죽순이 새로 돋는구나.윱
샘물 소리 고요한 밤 방해함도 못 깨닫고
산 빛 좋은 맑은 아침 더욱 사랑하네.
예부터 산림 선비 만사를 온통 잊고
이름 숨긴 그 뜻을 이제야 알겠네. (도산에 품은 뜻, p43)

유,불, 선이 공존하던 곳, 다양한 지식인들이 깃들어 살던 곳, 지리산.
여기에서 남명 조식을 만난다.
남명은 백이나 엄광처럼 현실을 떠나 지리산 속으로 들어가는 길을 택했다. 그러나 공자처럼 끝까지 현실에 남는 길을 택하기도 했던 사람이다.
그러나, 남명은 권력을 지향하는 사람들 속에 있으면서도 소신있게 자신의 향기를 내는 선비였던 것이다. 남명이 유람을 다니면서 남긴 여덟 자.


그는 유람을 하면서 "산을 보고 물을 보고, 그리고 역사 속의 고인을 보고 그들이 살던 세상을 보라. (看水看山看人看世)"고 했다. (p75)
산수를 보면서 고인을 생각하고 고인이 살던 세상을 생각하는 것은 남명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길 위의 인문학>팀은 이런 일을 매월 두 차례씩에 걸쳐서 실행했던 것이다.
<추사 김정희 선생과의 대담>은 글의 구성부터 특색이 있다.
<추사>를 쓰기도 했던 작가 한승원은 꿈인지 생시인지 추사 김정희를 만나, 그와의 대담을 적고 있다.
추사에 대한 집착이 얼마나 컸으면 꿈에까지 나타날까?
추사의 대표작은 <세한도>이기도 하지만, 또한<불이선란도>역시 그의 대표작이다.
 


"신명이 난 난초를 쳤지만 그것은 난초가 아니고, 난초가 아닌 것도 아니다. (...) 이것이 '불이선란'이네" (p102)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명필 추사. 그러나, 추사는 명필가를  뛰어 넘는 권력의 역사 속에 있었던 것이다.


"추사와 그의 시대를 읽어보면, 아주 슬프고 절망적인 현실과 광기어린 삶을 만나게 됩니다. 청나라로부터 근대문명을 받아들여 개혁하려는 북학파인 추사를, 지긋지긋하게 탄핵하고 공격해 죽이려 하는 세력이 있습니다. 그들은 오늘날 이 땅의 어떤 거대한 보수집단하고 같습니다. 역사는 반복됩니다. 저는 '추사와 그의 시대 이야기를 통해 그 반복되는 슬픈 일을 나 스스로 각성하고 경계하고 싶었습니다. " (p104)

이외에도 다산 정약용과 김이재의 만남, 다산에게 다산초당이 단순한 유배지의 의미가 아닌, 다산의 학문을 꽃피웠던 곳이고 이 세상에 나온 보람을 가져다 주었던 곳임을 알기 위해서는 강진을 찾아야 할 것이다.
최초의 국문소설을 쓴 허균을 우린 어떻게 기억하고 있었던가?
그가 유불선을 두루 통달하고, 현실 정치를 뜯어 고치기 위해서 <홍길동>을 썼고, 벽서 사건에 연루되었던 개혁 사상가임을  알고 있었던가?
이런 이야기들이 역사 속에서 들어나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도 한 이야기들이기도 하지만, 역사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서 이루어졌기에 많은 진실이 가려져 있거나, 각색되어서 알고 있지는 않았었던가.
이 책의 2부·:역사의 흔적을 따라 떠나는 길 위의 인문학 이다.






서울의 발자취를 따라서 서울 성곽을 걷기도 하고, 오욕의 현장인 남한산성을 오르기도 하고,
강화와 대관령 토박이를 따라 그 길을 걸으면서 어릴 적 이야기도 들어본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가끔 대관령 말랑을 찾아간다. 그곳에는 내 어린 날의 꿈이 아직도 숨 쉬고 있고, 지금도 나의 상처를 달래주는 곳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대관령을 그린 단원의 그림 앞에서 마음이 울컥했던 것은 바로 그 이유에서였다.(p231)


 

마치 대학시절 답사를 떠나기 전에 사전조사를 하고, 현지에 도착하여 이곳 저곳을 살펴보고, 돌아와서 답사 보고서를 쓰던 그 시절이 생각나다.
깊고 넓은 인문학의 세계가 그리 어렵지도 않고, 그리 낯설지도 않고, 나의 삶 속에 항상 함께 하였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친근함을 느끼게 해준다.
아니, 내가 역사, 지리, 인물 등에 관심이 많고, 그런 인문 서적들에 심취하곤 했기에 그런 것일까 하는 생각도 잠깐 해 보았지만, 그 누군가가 읽어도 재미있고 쉽게 접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것은 우리의 삶에서 만날 수 있는 인문학이기에,
또한, 우리가 길 위에서 만날 수 있었던 인문학이기에 그런 것은 아닐까....
앞으로도 <길 위의 인문학> 행사가  꾸준히 열리고, 그 보고서격인 <길 위의 인문학>이 출간되어 독자들 속으로 파고 들어 간다면, 위기의 인문학은 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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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의 사랑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31
막스 뮐러 지음, 장혜경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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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뮐러의 <독일인의 사랑>을 다시 읽어 본다.
내가 가지고 있는 <독일인의 사랑>은 소담출파사, 1991년판이고, 이번에 새로 읽게 된 <독일인의 사랑>은 푸른숲 주니어, 2011년판이다.



세월은 많이 흘렀어도, 그 내용이야 어디 달라졌겠는가~~
<독일인의 사랑>은 내가 너무 너무 좋아하는 작품이기에, 가끔씩 꺼내서 읽어 보곤한다.
책도 얇아서 120~150페이지 (출판사에 따라 )정도되니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어느핸가는 책장 정리를 하다가 손에 잡히길래, 몇 페이지 넘겨 보다 보니, 그 자리에서 다시 한 번 읽고 일어서기도 했다.
나는 왜 이렇게 <독일인의 사랑>에 깊은 감명을 받는 것일까.
이번에 출간된 <독일인의 사랑>은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시리즈 중의 한 권이어서 작품 뒤에는 현직 국어 교사들이 직접 쓴 해설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해설부터 읽어 보기로 했다. 책 속에 나오는 독일 문학, 작가, 음악, 독일신학들에 대한 설명과 함께 이 책을 다각적으로 잘 설명해 주고 있었다.
이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부분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책 속의 이런 모든 부분을 이번에는 놓치지 않으리라.
이 책의 저자인 막스뮐러는 소설가는 아니다. 동양학과 비교 종교학, 비교 언어학의 세계적인 권위자이고, 1866년에 발표한 <독일인의 사랑>은 그의 유일한 소설인 것이다.
그런데, 이토록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작품이 된  것은
"시처럼 음악처럼 아름다운 언어로 사랑의 본질을 말하기 때문인 것이다."


사랑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 담긴 이야기인 만큼, 이 작품을 읽다 보면 우리는 인간이 어떻게 성장하여 다른 이를 만나고 사랑을 키워 가는지, 남녀 간의 사랑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우리의 사랑은 결국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야 하는지를 깨닫게 된다.  (p160. 독일인의 사랑 제대로 읽기 중에서 )



 
  

이 작품은 8개의 회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의 나와 마리아. 아름다운 영혼을 지닌 두 사람의 맑고 고귀한 사랑을 다루고 있다.
구성도 아주 간단하고, 등장인물도 두 주인공을 제외하곤 소수의 인물들이 잠깐 등장할 뿐이다.
사랑의 이야기라고 하니, <로미오와 줄리엣>를 비롯한 이야기들 처럼 갈등 요소가 있으리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그 역시 거의 없다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마리아의 주치의가 나에게 마리아의 건강을 위해서 곁을 떠나 주기를 말하는 정도와 두 사람의 만남에 대해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다는 정도의 이야기가 전부인 것이다.
"어제 밤새도록 그녀 옆을 지켰네, 그건 자네 탓이야. 마리아가 오래 살길 바란다면 다시 찾아가지 말게나. 가능한 빨리 시골로 보낼 생각이네, 자네도 잠시 여행이라도 다녀오는 게 좋겠지." (p81)



두 번째 회상은 어릴적(6살 쯤)의 회상 속에서 교회보다 더 큰 웅장한 성을 방문하게 되어 후작부인에게 아버지가 가르쳐 준 입맞춤 대신 어머니를 대하듯 입맞춤을 하여 야단을 맞게 되면서 나는 스스럼없이 사랑을 표현했지만, 그것은 웃음거리와 야단을 맞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이것은 "타인이라는 존재를 알게 되는 과정" 인 것이다. 그것이 바로 성장이기도 하고....
"아이는 '낯선 타인'의 존재를 배우는 순간부터 더 이상 아이일 수 없다. " (p24)
세 번째 회상은 성에 살고 있는 마리아를 알게 되면서, 그가 어릴적부터 병약하여 자신과의 놀이에는 끼어 들지 못하지만 관심을 가지고 구경을 한다. 그리고 그녀가 자신의 반지를 나누어 주는 과정에서 마리아가 죽을 때에 가지고 가려고 했던 반지를 나에게 주는 것이다.
나는 그 반지를 돌려 주면서 "네 것은 곧 내 것"이라고 말하게 된다. 여기에서 마리아의 고통까지도 함께 할 수 있는 사랑의 마음을 자각하게 되는 "내 것과 남의 것에 대한 아리송한 자각"을 알아가게 되는 것이다.
" 이 반지를 나한테 주고 싶다면 그냥 네가 간직하는게 좋겠어, 네 것은 곧 내것이니까." (p36)
이렇게 나의 여덟 개의 회상은 '나'가 마리아를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과정을 통해서 느끼게 되는 사랑의 단계들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각 장의 내용은 인간이 경험하는 사랑의 여러 빛깔을 나타내기에 그에 걸맞은 각각의 제목을 붙여 볼 수 있다. 여러 빛깔의 무지개가 어우러져 더할 나위없이 아름다운 형상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이야기들은 각각의 의미를 가지는 동시에 신비로운 그림 하나로 완성된다. (p160. 독일인의 사랑 제대로 읽기 중에서)

이 작품이 더욱 마음에 감동을 주는 것은 마리아는 어려서부터 병을 가지고 있었기에 항상 죽음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려는 마음이 있다. 그래서 그의 마음이 그렇게 맑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이 소설이 1인칭 주인공 시점이기에 나의 생각과 마음상태를 세밀하게 표현해 주는 것이다.
그것은 사랑에 대한 성찰이라고 할 수 있는 철학적 사유들이 담긴 내용들이다.
소설이면서도 시처럼 아름답고 함축적인 표현들이며, 음악을 듣는 것과 같은 운율감을 가지고 있으며, 철학적 사유를 내포하고 있기에 한 문장 한 문장이 영롱한 구슬처럼 가슴에 와닿아 박히는 것이다.
그래서 마음이 시리도록 아프기도 하고, 마음이 환하게 밝아 오기도 하는 것이다.

 
또한 소설 속에 매슈 아널드의 <파묻힌 생명>과 윌리암 워즈워스의 <고지의 소녀> 전편을 그대로 담아 놓기도 한다.
"저 램프를 좀 더 가까이 당겨 놓고 네가 다시 한 번 그 시를 읽어 주면 좋겠어, 그 시를 들으면 기운이 솟는 것 같거든, 그 시에는 눈덮인 산의 순결한 가슴을 살아과 축복의 팔로 껴안는, 저 무한하고 고요한 저녁노을 같은 정신이 깃들여 있어. " (p104)
일곱 번째 회상에서 나는 마리아에게 진심을 담아 사랑을 고백한다. 



그리고, 마지막 회상에서 나와 마리아는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가를 알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천사가 하늘나라로 떠났네"
그는 이렇게 말하고서 편지 한 통을 건네주었다.
"이것이 그녀가 자네에게 남긴 마지막 인사라네"
편지 속엔 그 옛날 그녀가 내게 주었고 내가 그녀에게도로 주었던, '신의 뜻대로'라는 말이 새겨진 반지가 들어 있었다.
반지는 아주 해묵은 종이에 싸여 있었는데, 그 종이에는 그녀가 오래전에 적어 놓은 듯한 글이 있었다.
어린 시절 내가 그녀에게 했던 말이었다.
'네 것은 곧 내 것이야, 너의 마리아. '
우리는 한참동안 말없이 앉아 있었다. 그것은 우리가 짊어지기에는 너무 엄청난 고통이 닥칠 때 하늘이 선사하는 정신의 기절 상태였다. ( p143)



해묵은 종이에 싸인 반지, 마리아가 주었던 반지, 그리고 '나'가 되돌려준 반지.
"네 것은 곧 내 것이다."
어린시절부터 마리아를 지켜보면서 마음을 키워온 아름다운 사랑.
그리고, 여기에 단 몇 줄로 이야기되는 의사 선생님의 희생적인 사랑.
사랑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아름다운 사랑이 무엇인가를 가슴 깊이 아로새기게 하는 <독일인의 사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한 때는 권총자살을 유행시켰다면, <독일인의 사랑>은 자살을 막았다고 한다.



자살을 선택하는 이기적인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다른 사람의 삶을 위해 사랑은 나누어 줄 수 있는 사랑만이 진정한 사랑임을 의사는 마지막 말로 전하기때문인 것이다.
"그러니 내가 그랬듯이 자네 역시 삶이라는 짐을 짊어지게나, 단 하루라도 쓸데없는 슬픔으로 허비해서는 안되네, 할 수 있는 한 많은 사람들을 돕고 그들을 사랑하게. 그리고 이 지상에서 그녀와 같은 마음을 가진 이를 만나 알고 사랑하게 허락하신 신께 감사드리게, 그녀를 잃어버린 것마저도" (p145~146)



어찌 이렇게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읽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는 <독일인의 사랑>
그래서 나는 생각날 때마다, 아니 가끔씩 이 책을 다시 펼쳐본다.
처음 <독일인의 사랑>을 만났던 시절을 생각하면서~~
또, 언젠가 <독일인의 사랑>을 다시 만나리라. 
그때는 지금보다 더 성숙한 마음으로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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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 이해인 산문집
이해인 지음, 황규백 그림 / 샘터사 / 2011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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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의 추천사를 쓴 작가 신경숙은 "봄빛같은 당신이 계셔서 나는 참 좋습니다>라는 말을 남겼는데, 이해인의 꽃은 봄에 읽으면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책들이다.


 
수녀님의 책들의 내용이 항상 행복한 이야기들만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희망은  깨어 있네/ 마음산책,2010>를 출간할 당시에는 저자가 2008년부터 암 투병에 있었고, 그의의 지인들이 세상을 떠남으로 하여 많은 아픔을 견디어야 해었다.
이번에 출간된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의 6장이 '그리움은 꽃이 되어 - 추모일기'로 꾸며진 것과 같이 아주 짧은 기간내에 너무도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의 곁을 떠났다.
피천득, 김수환, 김점선, 장영희,김형모, 법정, 이태석, 박완서와  몇 분의 수녀님들이.....



박완서 님의 경우에는 이 책이 출간되면 추천서를 써 주시기로 했고, 수녀님에게 남긴 마지막 편지를 읽는 순간 인간의 존재에 대한 생각과 함께 겸허해지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 내년 이맘때도 이곳 식구들과 짜장면을 (그때는 따뜻한 )같이 먹을 수 있기를, (...) 당신은 고향의 당산나무입니다. 내 생전에 당산나무가 시드는 꼴은 보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꼭 당신의 배웅을 받으며 이 세상을 따나고 싶습니다. (...) 2011.4.16  박완서




그 몇 달을 못 참으시고 서둘려 세상을 떠나신 것이다. 이해인 수녀님의 배웅을 받으면서....
이런 아픔 속에서 수녀님은 시와 함께 자신의 마음을 우리들에게 전하는데, 아픔 속에 영글어 맺힌 열매들을 발견하게 되기에 수녀님의 마음은 가을과 겨울을 오가지만, 우리들은 그 마음 속에서 봄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우린 정말 잎을 보았을까?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핀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들의 향연에 경이로움을 느끼면서도 꽃이 진 후의 잎에는 별 생각없이 지나치지는 않았을까?
수녀님이 꽃진 자리에서 잎을 볼 수 있었던 그 마음이 바로 우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인 것이다.
그동안 많은 지인들을 떠내 보내시고, 자신의 힘든 투병 생활 속에서도, 우리처럼 힘들고 지친 사람들에게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그 마음은 바로 꽃진 자리에서 푸르름을 보이기 위해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자라나는 잎의 마음인 것이다.
또한,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더 잘 보이듯이, 누군가 내곁을 떠나고 나면 그 사람의 빈 자리가 더 크게 다가오는 그 마음이기도 한 것이다. 
'부활'의 리더 김태원이 "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순간조차 아름다울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서 다시 배웠다"(책 뒷표지, 추천사 중에서)고 말하는 이유일 것이다.

꽃이 지고 나면/ 비로소 잎사귀가 보인다/ 잎 가장자리 모양도/ 꽃보다 아름다운 / 시가 되어 살아온다// 둥글게 길쭉하게 / 뾰족하게 넓직하게 // 내가 사귄 사람들의/ 서로 다른 얼굴이 / 나무 위에서 웃고 있다// 마주나기잎 어긋나기잎/ 돌려나기잎 무리지어나기잎// 내가 사랑한 사람들의 / 서로 다른 운며이 / 삶의 나무 위에 무성하다// (애해인 ,잎사귀 명상 전문)-p23

구름수녀님(이해인의 수도명이 클라우디아여서 지인들이 구름수녀로 부른다)에게 보낸 법정스님의 편지는 한 편의 묵화같고, 수채화같은 느낌을 주는 편지인데, 그 편지 속에서 떠난 스님이 좋아하시던 푸른 소나무와 작설차 향기를 느낀다.





또 수녀님의 곁을 떠나 분 중에는 엄마도 있다. 그 이름만으로도 눈시울이 붉어지는 엄마.
언젠가 엄마가 보내주신 말린 분꽃씨앗을 고이 간직하고, 봄이 되어 심은 씨앗이 진분홍빛, 노란 빛 분꽃으로 피면 그 꽃잎을 몇 개 따서 수첩에 넣어 말리고 꽃잎 편지를 쓰시려는 수녀님의 마음.
분꽃을 엄마를 대하듯, 그 누군가가 혹시가 분꽃을 없앨까 조마조마하시는 마음을 가지신 소녀같은 수녀님의 마음. 
이 마음은 나도 같은 분꽃과 엄마로 연결이 된다. 살아 계실 적에 엄마의 정원에서 가져온 분꽃 모종이 해를 거듭해 가면서도 여전히 남아 있으니까.
분꽃, 꽈리, 도라지꽃, 봉숭아꽃, 금낭화, 라일락, 장미, 모두 나에게도 엄마를 생각나게 하는 꽃들이다. 



"내가 아플 때 찾아온 네가 내 손에 쥐어준 색연필 한 자루... 
마음을 희망으로 물들여 꽃보다 아름다운 시를 쓰라는 거지?
너는 내게 진주 조개도 한 개 주었지긴 말 안해도 다 알아
오늘의 아픔을 잘 견디어 나도 마침내 빛나는 진주가 되라는 거지 ? (제 2장 우정편지 중에서-p100)






수녀님이 본 뮤지컬 <빨래>의 이야기는 나도 얼마 전에 보았기에 공감이 간다.

빨래가 바람에 제 몸을 맡기는 것처럼 / 인생도 바람에 맡기는거야 / 시간이 흘러흘러 빨래가 마르는 것처럼 / 슬픈 눈물도 마를거야 / 자, 힘을 내 (빨래 노랫말 중에서)


  
일상의 나날을, 어딜 가도 네가 있어서 친구에 대한 생각이 담긴 우정일기,수도원 일기, 누군가를 위한 기도인 기도일기, 1998년 1월 1일부터 1999년 12월 31일까지의 묵상일기, 그리움이 꽃이 된 추모일기 등으로 구름수녀님의 맑은 마음이 빚어낸 글들이 시와 함께 이 책 속에 담겨 있다.
새로운 느낌보다는 오랜 동반자의 글을 대하는 듯한 느낌의 글들이 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마음 속 깨달음을 가져다 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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