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의 출간 소식을 듣자마자 책을 구입했다.
그리고 얼마 동안 그대로 책꽂이에 꽂아 두었다.
선뜻 읽기 보다는 읽던 책들을 끝내고 여유있는 마음으로 읽고 싶었기 때문이다.



최인호 작가의 에세이인 <인연>을 읽은 후에 투병 소식이 전해졌고, 그이후에 <산중일기>, <천국에서 온 편지>등을 읽으면서 이제는 그의 새로운 작품을 읽을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랫동안 써 오면 <샘터 > 연재를 중단하는 것으로 더 이상 글을 쓰지 않을 것임을 알려 왔기때문이었다.

  
 

최인호 작가는 추억 속의 작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의 젊은 날에는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던 작가였다.
그가 발표하는 작품들은 언제나 인기리에 독자들의 손에 들어갔고, 그 중의 다수는 영화화되어서 장안의 화제가 되었던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영화가 "별들의 고향"이었고, 그후에 작가는 시나리오까지 쓰면서 " 바보들의 행진","병태와 영자", " 깊고 푸른 밤", "고래사냥" 등의 영화를 만들게도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상업주의 작가', '퇴폐주의 작가'등으로  구설수에도 많이 올랐었던 것이다.
사실상 그의 작품들에는 유독 성적 표현들이 많이 나왔기에 읽기에 거북스러운 점도 많이 있었다.
나는 작가의 작품을 모두 읽어 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상당히 많은 책들을 읽어 보았다.
그가 말하는 최인호 '제 1기의 문학' 인 현대소설, 소위 말하는 연애 소설류의 작품들도 많이 읽었고, '제2기의 문학'인 역사, 종교 소설도 읽어 보았다.
그중에서 가장 좋았던 작품으로는 "잃어버린 왕국"과 "왕도의 비밀"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그 작품들에는 작가의 열정이 많이 담긴 작품들이었고, 독자들에게 왜곡된 역사의식을 바로 잡아 주려는 강한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작가는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의 '작가의 말'을 통해서


"하느님깨서 남은 인생을 허락해 주신다면, 나는 '제3기의 문학'으로 이 작품을 시작으로 다시 출발하려한다. 하느님께서는 나를 나의 십자가인 원고지 위에 못박고 스러지게 할 것임을 나는 굳게 믿는다. "

라는 말을 쓰고 있다.
이외에 '작가의 말'을 읽는 것만으로도 숙연한 마음이 든다.
항상, 원고 청탁을 거절해 가면서 까칠하게 글을 쓰던 작가가 이번에는 자신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글을 쓰기를 바라는 마음이 분출해서 쓴 자발적인 최초의 전작 소설이기에 글을 쓰고 싶은 작가의 마음이 전해오는 것이다.
또한 그는 독자를 의식하지 않고 작가 혼자만의 독자를 위해서 썼다는 말까지 덧붙이는 것이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는 최인호 작가의 글임을 느끼면서도 작가의 글이라기에는 좀 낯설게 느껴지는 점들이 많다.
그동안 현대소설을 쓰지 않고, 역사소설을 써 왔기에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지만 그것만은 아닌 것이다.
이 작품에는 새로운 작가의 작품 세계가 또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탄과 같은 작품이다.
내가 이 책을 구입하고도 읽지 못하고 책꽂이에 꽂아 두었듯이, 읽은 후에도 어떻게 이 작품을 읽은 느낌을 글로 써야 할 지 갈피를 잡지 못할 정도로 '멍'하면서도 혼돈스럽고,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발문'에서 김연수 작가가 이야기했듯이 " 이 소설이 너무나 무겁게 읽히고 ,그럼에도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책을 읽는 속도는 너무도 빠를 정도로 거침없이 책장을 넘길 수 있는 것이다.







K 라는 주인공이 토요일 아침 7시에 익숙한 자명종 시계 소리에 일어나면서부터 자신이 평소에 생활하던 집임에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낯설게만 느껴지는 이야기가 월요일 8시 14분 지하철을 타기 직전의 지진이 일어나는 때까지의 3일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K는 자신의 생활에 충실한 평범한 직장인인데, 그에게 갑자기 다가온 세상은 현실 속의 실재의 공간인지 아니면 환상 속의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들인지 모를 정도로 혼돈스럽게 돌아간다.

"자명종은 낯이 익지만 어제까지의 자명종이 아니다. 아내 역시 낯이 익지만 어제까지의 아내가 아니다.
딸아이도 낯이 익지만 어제까지의 딸아이가 아니다. 강아지도 낯이 익지만 어제까지의 강아지가 아니다. 스킨도, 휴대폰도 어디론가 발이 달린 것처럼 제 스스로 사라져 버렸다. 이 돌연변이의 기이한 현상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기인된 것일까.
섀도박스
같은 종이를 여러 겹 오려 필요한 조각을 만든 후 실제 상황에 맞춰 입체감있게 재배치해서 만든 전위적 예술공간. 종이를 여러 겹 쌓았기 때문에 옆에서 보면 그림가 지고 그로 인해 입체감이 느껴지는 3차원의 공간. 그 상자 속에 K가 갇혀 있는 것이 아닐까." (P54~55)


어느날 갑자기 낯익은 세상이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다.
만나는 사람들도 낯익은 사람들인 것같으나, 낯선 사람들이고,
그들은 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K가 움직이는 공간 속에서 이 사람, 저 사람으로 바뀌어가면서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혼돈스러운 일들에 의심을 품고 그 원인을 추적하여 가는 과정에서 그는 자신이 아닌 또 다른 자신의 행세를 하는 또다른 K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참'나인 K1은 지금의 나인 K2보다 감성이 풍부하고 다소 감상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P299)
"도플갱어
 독일어로, 이중으로 돌아다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분열된 또 다른 자기 자신의 생렬을 보는 심령 현상을 말한다. 타인은 볼 수 없고 자신만이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나' , 그렇다면 K2 는 지금 또 하나의 자기 자신과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영혼(靈魂)이 영(靈)과 혼(魂)으로 나누어져 있다면, 레이저의 분신 복제이자 영인 K2는 지금 자신의 정신을 지배하는 원형질의 혼인 레인저를 정면으로 직시하고 잇는 것이다."
(P 327~328)
"나는 자네고, 자네는 곧 나니까 . 우리는 한 몸이고 또한 일심동체지 " (P331)


K는 자신에게 익숙했던 현실 세계에서 어딘가로 떠나가야만 한다.
일상 속에서 아주 작은 부분이었던 스킨의 냄새, 자명종 소리, 아내의 일거수 일투족까지 모두 낯설게 느껴지는 그 어딘가로 떠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K가 살고 있던 현실세계는 없어지고 그는 또다른 어떤 세계로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비 문신을 한 여인, 세일러문 복장의 여인들에게서 풍기던 그 낯선 냄새.
아내에게서 느껴지는 차가운 몸의 촉감.
그리고, 이 소설이 딱 3일간의 이야기라는 것.
월요일 지하철을 타려는 순간에 일어나는 지진.
그것들의 연관성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현실이란 곧 일상의 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별하는가?
일상적인 것에서 멀어지면서.
(...) 이별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 것이다. 연인의 손을 더 이상 잡지 못하는게 이별이다. 연인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그런 이별을 경험한다. 우리가 알던 현실이 붕괴될때다. 이 현실이 붕괴되면 우리는 비일상의 공간으로 들어간다. 이 공간은 신비의 공간이다. (P388. 김연수 작가의 발문 중에서)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작가의 말'을 꼼꼼하게 읽었고, 그리고 책을 다 읽은 후에 김연수 작가의 '발문'을 또 꼼꼼하게 읽어 보았다.
실체를 알 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읽은 후에 자꾸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기때문이었다.
이 책을 읽은 후의 다른 독자들의 서평도 꼼꼼히 읽어 보았다. (사실 나는 다른 사람의 서평을 잘 읽지를 않는다)
머리를 떠나지 않는 '비일상의 공간', '신비의 공간' 을 찾기 위해서....
작가가 투병생활 중에 힘들었던 때마다 생각하곤 했던 그 무언가가 이렇게 현실세계에서 멀어지는 세계를 그리지는 않았을까.
항상 일상 속에 있어서 낯익은 공간들이지만, 그 끈이 풀어질 때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타인의 도시로 가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그 공간은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가 되는 것이 아닐까.
1970~1980년대의 힘들었던 청춘들에게 시원한 바람처럼 생명력을 불어 넣어주셨던 최인호 작가님의 완쾌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다.
그리고, 시간이 나는대로 다시 한 번 꼼꼼하게 이 책을 읽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읽은 후의 여운이 길게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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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완성 - 하버드대학교 ‘인생성장 보고서’ 그 두 번째 이야기
조지 베일런트 지음, 김한영 옮김 / 흐름출판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행복 ♬   행복 ♪   행복~~
책 속에서 찾을 수 있는 "행복"이란 단어는 이젠 질릴만큼 많이 접하게 되는 단어이다.
또한, 행복을 논하는 책들도 시중에는 너무도 많이 나와 있는 것이다.
그만큼 사람들은 "파랑새"를 쫓듯이 "행복"을 갈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요즘에  읽은 책들 중에도 "행복"을 이야기하는 책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또 한 권의 책이 행복을 말하고 있다.
이번에는 <행복의 완성>이다.



이 책의 저자인 '조지 베일런트'는 정신과 전문의이자,인생 성장 연구의 권위자이다.



그가 쓴 책 중에 내가 읽어 본 책은 <행복의 조건>이다.
<행복의 조건>은
1930년대 말에 하버드에 입학한 2학년생 268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삶을 72년 동안에 걸쳐서 주기적으로 방문, 설문조사와 건강진단, 동행한 정신과 의사와 교수들의 상담을 통한 진단을 토대로 하여 연구한 내용들이다. 이 연구는 1938년 '하버드대 공중 보건학부 '알리복 '박사가 시작한 '그랜트 연구'를 1967년에 이 책의 저자인 '조지 베일런트'가 연구를 이어 받았다.

그후에 40여년간에 연구는 진행되게 되는데, 이때는 3개 집단으로 분류되어 연구가 진행된다.
이 연구는 정신적, 신체적으로 다른 양상을 보이던 10대들로 선별되어서 그들의 전생애에 걸쳐서 면밀하게 진행되게 된 것이다. 즉, 어린시절부터 죽을때까지의 전과정이 연구되고 기록되고, 분석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중점적으로 다룬 것은 만족스러운 삶과 그렇지 못한 삶에 이르는 원인을 분석하고 그에 대한 구체적 실증 자료를 제시한다. 이 책에서는 주제별로 많은 사례들을 소개해 주는데, 이것은 연구 결과를 입체적으로 알려주기 위한 것이다.   


 
 

그러니까 <행복의 조건>은 행복한 사람들의 긍정적 정서에 대한 연구 보고서인 것이다.
그런데, 비하여 <행복의 완성>은 사람들이 겪는 고통이 얼마나 많고 적은가 보다는 그 고통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서 인간의 행복에 대한 폭넓은 통찰을 하는 것이다.
핵심적인 내용은 긍정적인 정서의 유전학적, 문화적, 개인적 진화와 발달의 근원을 뇌 생리학적 근거를 가지고 파헤치는 책인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상당히 어려운 수준의 책이라는 생각이 들 것같은데, 정말로 그리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저자가 많은 사례들을 통해서 긍정적 정서(믿음, 사랑, 희망, 기쁨, 용서, 연민, 존경)를 이야기하기에 그래도 천천히 시간을 가지고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책의 구성은
1부 : 행복은 긍정적 감정에서 비롯된다. 
 

사랑, 희망, 기쁨, 용서, 연민, 믿음을 각각 이론적으로 분석해주는데, 이 부분이 이 책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2부: 인간의 감정은 진화하면서 완성된다.
3부: 감정의 3가지 진화

 

 '용서'의 덕목에 관한 내용을 보면
'용서할 때 우리는 더 행복해진다'고 한다. 용서는 인지적이기보다 감정적이며, 용서는 용기있는 자의 장신구라는 말이 마음에 와닿는다.
20세기 식민주의자들에게 학대를 받은 3명의 위인들.
마하트마 간디, 마틴루터 킹, 넬슨 만델라의 용서는 우리들에게 귀감이 되는 사롕기도 한다.
또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고개숙여 용서를 받기를 원했던 것도 큰 의미로 다가온다.
교황은 교회가 노예제를 지지하였기에 고통을 받은 아프리카인들에게
          1500년 동안 박해를 당한 유대인들에게
          십자군 전쟁을 일으킨 것에 대해서는 이슬람 세계에 용서를 빌었다.
용서는 또한 용기와도 일맥상통한다는 생각이 든다.
교황의이 그들에게 용서를 바라던 그 마음은 용기있는 행동이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 가장 훌륭한 사람은 시간의 변덕을 견디는 사람이다. "(p55)
" 사랑처럼 기쁨은 애착과 진정한 관계에서 나오는 위안이다." (p99)
" 기쁨보다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기가 훨씬 더 쉽다. 기쁨은 전적으로 타인과 관계된 문제이고, 행복은 전적으로 자아의 충동을 감소시키는 문제다
행복은 고통을 잊게하는 반면, 기쁨은 윌리엄 블레이크가 충고했듯이 고통을 인정하게 한다." (p100)


저자는 "긍정을 믿는 한 성공적으로 삶을 완주하게 될 것이다."라는 말과 함께 이 책이 행복 완결편이라고 하지만, 과연 완결판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행복의 완성>의 집필기간이 12년이나 걸렸고, 아직도 그는'하버드 대학 성인발달 연구'를 진행중에 있기에 또 몇 년후에는 그의 새로운 행복에 관한 저서가 나올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인간은 행복한 삶을 원하기에 이렇게 행복에 관한 책에 매달리는 것인지도 모르겠으나, 곧 망각해 버리기에 항상 행복에 목말라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러니, 행복에 관한 책들을 읽는 것에 그치지 말고 항상 긍정적인 모습으로 책 속의 내용들을 실천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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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심오 지음 / 자음과모음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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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마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연상시킬 정도로 지독한 직장에서 살아남기 프로젝트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꼭 이렇게 사람의 뒤통수를 치고, 착한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 상사나 동료들이 있기마련이다.
그것도 두뇌싸움을 해야하는 광고 회사에서 일하는 카피라이터라면 업무만으로도 과중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되는데, 여기에 사사건건 괴롭히는 상사가 있다면 얼마나 힘든 날들이 되겠는가.
차라리 직장을 그만둘까?
그러나, 실직의 위기에서 끝까지 해보자는 한 여성의 직장에서의 살아남기 이야기가  '심오'의 <비하인드>인 것이다.

  


이 소설의 작가인 '심오'는 너무도 생소한 작가일 것이다.
"단편영화를 만드는 문예창작학과 학생, 소설을 쓰고 싶어하는 영하 연출부, 몰래 시나리오를 쓰는 카피라이터, 싱어송 라이타가 되고 싶은 소설가. " (작가 소개글 중에서 발췌)
이렇게 다재다능하기도 하고, 꿈도 많은 1981년생의 젊은 작가는 결국에는 이야기꾼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꿈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는 것이다.



작가가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하기도 했고, 그것들을 꿈꾸어 왔기때문인지, 이 작품은 한 편의 드라마나 영화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꽤 흥미롭고, 재미있다.
어떻게 보면 너무도 흔하고 뻔한 이야기이지만 아주 재미있게 이야기를 펼쳐 나가기 때문에 책을 잡은 순간부터 책을 놓는 순간까지 단숨에 읽어 내려갈 수 있을 정도이다.
고아원 출신인 김준희는 본부장을 따라 새로운 광고 회사로 스카웃된 직장 생활 5년차 대리이다.
승진을 바라보면서 밤샘작업을 일상처럼 하는 유능한 광고 카피라이터이다. 남부럽지 않을 정도로 명품 가방과 옷, 액세서리에도 신경을  쓸 수 있을 정도이고, 대학시절에 좋아하던 사람을 새로운 직장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얼마 전에 여자 친구와 헤어졌으니, 사랑을 성취할 수도 있을 것같은 예감이 든다.
그런데, 이 무슨 날벼락인가~~
자신의 라인인 본부장은 회사를 그만두고, 그 자리에 온 새로운 본부장.
그녀는 로열 패밀리, 자신감 넘치고 당당하고...
" 어차피 나와 경쟁을 할  군번의 사람도 아니고 하늘같은 상사로 부임해 오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그녀의 눈부신 백그라운드 앞에서 설명하기 힘든 씁슬함과 패배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P52)
" 뼛 속까지 부유한 그녀에게서는 굳이 드러내려 하지 않아도 그 부유함이 사소한 동작과 표정, 목소리에서 묻어났다. (...) 자신감이 넘쳐 흘렀지만 모든 것을 포용하는, 아랫 사람에게서 존경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인덕같은 것은 엿보이지 않았다. " (p59)
새로운 본부장과의 마찰.
여기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살기.
작가가 카피라이터로 일을 한 경험이 있기에, 작품 속에는 광고 회사의 이야기가 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잘 표현되어 있다.
광고 카피들도 상당수 등장하기에 그런 카피와 콘티들을 읽는 재미도 있다.
여기에 김준희의 사랑이야기도 함께 풀어나간다.
진정한 사랑의 의미도 깨닫게 해 주는 것이다.



젊은 작가의 감각으로 자신이 다녔던 직장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풀어나가는 <비하인드>는 경쾌하면서도 통쾌하기도 한데, 그 속에 젊은 직장인들의 애환까지 담겨 있어서 큰 재미를 가져다 주는 소설이다.
작가는 " <호밀밭의 파수꾼>에 나오는 말처럼 누군가 내 소설을 읽고 나에게 전화하고 싶어 했으면 좋겠어요"(작가 소개글 중에서 발췌)라고 말하는데, 그것은 모든 작가들이 생각하고 있는 바람이 아닐까 한다.



그것은 자신의 작품과의 소통을 바라는 작가의 작은 마음의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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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주는 위안
피에르 슐츠 지음, 허봉금 옮김 / 초록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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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반려견과 함께 하는 사람들.
그들에게 개라는 존재는 동물이라기 보다는 한 가족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에게서 못 느끼는 충직함과 변하지 않는 신뢰감, 그리고 애교스러움까지 있기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이 힘들고 외로울 때도 말없이 곁을 지켜주는 개가 있다면 사람들은 큰 위안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런 개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책이 <개가 주는 위안>이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책제목만으로 이 책이 개와의 교감을 다룬 에세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될 것이다.
아니면, 요즘 치료견으로 활약을 하는 개들의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렇게 쉬운 이야기를 다룬 책은 아니다.



"개가 주는 위로와 치유의 근본 원인을 조명한 최초의 인문서" ( 책 뒷표지 글 중에서)라는 문장이 알려주는 것처럼 개를 돌보는 방법과 개를 행복하게 해 주는 방법을 설명하거나 개가 얼마나 좋은 동물인가를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어떤 연유에서 도시인들이 반려동물과 함게 살고 있는지 그 이유를 분석" (책머리글 중에서)하는 책인 것이다.
그러니, 아름다운 개와 인간의 교감을 다룬 책이라는 생각으로 읽게 되면 좀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 책이다.
이 책에는 개의 계통 발생과 유전에 관한 자료, 야생동물인 개를 가축으로 길들이는 과정, 문학 작품 속에 등장하는 개에 관한 글, 유명인들의 말에서 찾아 본 개에 관한 내용 등이 담겨져 있다.


"들판에서, 해변에서, 숲에서, 사람과 개가 함께 있는 모습을 관찰해 보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좋다. 그들은 (나는 사람에 관해서 말하고 있다.) '개가 없는 사람'보다 더 쾌활하고, 더 활기차며, 더 즐겁고, 더 여유 있으며, 더 젊어 보인다. 그렇다. '개와 같이 있는 사람'은 '개가 없는 사람'보다 더 강하게 자신을 표현하고, 자연과도 더 친밀하게 소통한다. " (p20)







  


이 책을 읽으면서 개를 좋아하는 애견인으로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주는 내용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음을 느끼게 된다.
사람과 가장 동일시된 동물이 아마도 개가 아닐까 한다.
한 집에서 살고, 한 방에서 같이 자고, 옷도 입고, 예쁘게 치장도 하고, 좋은 음식도 먹고...
개를 위한 카페, 공원, 의료시설, 심지어는 성형수술도 하고, 개의 목에 걸린 휴대폰으로 주인이 가르쳐 준 방법에 의해서 주인과 통화(?)를 하는 장치까지도 있다고 한다.
이것은 개의 눈부신 신분 상승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개를 위한 것인지, 주인을 위한 것인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았다는 생각이 든다.
개에게는 개의 본성이 중요한 것이지, 주인들이 자신의 대리만족을 위해서 개에게 행하는 어떤 행동들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 것이다.



  


작가는 문학, 심리학, 동물 행동학 등 다양한 정보를 통해서 왜 우리가 개를 인생의 동반자로 생각하게 되었는가를 일깨워준다.
그리고 개가 인간에게 심리학적으로 위안과 치유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인문학적 방법으로 풀어 나간다.
그래서  이 책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반려견의 역할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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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바이, 블랙버드
이사카 고타로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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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 바이, 블랙 버드>의 작가 '이사카 코타로'는 일본의 젊은 세대들의 관심을 받는 작가이다.
<마왕>, <그래스 호퍼> 등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낯익은 작가이다.
그러나, 나는 작가의 작품을 이번에 처음 접하기에 큰 기대가 되기도 했다.
기대를 가지게 된 이유 중의  또 하나는 이 소편이 우편소설이었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사라져 가는 편지에 대한 향수라고나 할까.
우편소설이란 작가가 집필한 원고를 미리  뽑힌 소수의 독자들에게만 우편으로 보내 주는 것이란다.
이 책의 구성은 6화로 되어 있는데, 이 소설의 5화까지의 이야기는 각각 집필할  때마다 우편발송이 되고, 마지막 6화가 완성되면 그것을 모두 묶어서 한 권의 책으로 출간한다는 것이다.
집필 중인 소설을 1화씩 받아서 읽을 수 있는 독자들은 참 행운의 독자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 다음의 이야기가 언제 도착할 지 기다리는 마음도 오래전 누군가의 편지를 기다리던 그 마음과 같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왜 이사카 고타로의 책은 인기가 있을까. 너무나 분명한 결론이지만 요는 압도적인 가독성과 오락성을 겸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골격이 분명하고, 통쾌하며 유머러스할 뿐만 아니라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때로는 눈물짓게 만든다. 이것들을 다 갖췄는데 재미있지 않을 수 없다. 마치 엔터테인먼트 소설의 모범 같은 작품을 쓰는 작가, 그것이 이사카 고타로인 것이다.
그런 이사카가 다자이 오사무의 절필로 미완이 된 소설 《굿바이》에 감명을 받은 작품을 썼다. -
몬가 미오코 (문학평론가)의 말 중에서 발췌"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몬가 미오코'의 추천평에도 나온 것처럼 일본 문학의 거장인 '다자이 오사무'가 1988 년에 <굿바이>라는 작품을 쓰다가 절필을 하게 되어 미완성 작품으로 남게 되었는데, 출판사의 우편소설이라는 획기적인 제안에 '이사카 코타로'가 원작의 기본 설정을 그대로 두고 작가의 상상력과 유머러스한 감각을 가미하여, 그만의 탄탄한 구성력과 문장력으로 <바이 바이, 블랙 버드>를  쓰게 된 것이다.
그러니, <바이 바이, 블랙 버드>는 기획과 출간만으로도 화제작이 될 수 밖에 없는 요소를 지녔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이야기는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엉뚱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실감이 떨어지는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주인공 '호시노 가지히코'의 행동에서부터 엉뚱 그 자체이다.

  


그는 5명의 여자들과 교제를 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양다리 걸치기인 것이다.
그 여자들을 만나게 되는 과정도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황당하게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호시노'에게는 빚이 있고, 그 빚으로 인하여 사채업자 조직이 보낸 사람에게 끌려 갈 판이다.
끌려가기 전에 마지막 부탁이 5명의 여자들에게 이별을 고하고 싶다는 것이다.
'호시노'를 감시하는 '마유미'와 그 여자들을 한 명, 한 명 찾아가서 이별을 고하게 된다.
그후에는 어떤 버스를 타고 어디인지도 모를 곳으로 향해야만 한다.
아마도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 올 수 없는 어떤 곳으로 끌려가게 되는 것이다.


"나는 앞으로 2주일 뒤면 '그 버스'를 타야 한다. '그 버스'가 어디로 가는지, 어떤 목적을 갖고 있는지, 왜 사람을 태우는지 아무 것도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마유미와 마유미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은 바로는 평화로운 환경하고는 먼 곳으로 가는 게 분명했다. " (p100)


이런 이야기가 <바이 바이, 블랙 버드>이다.

   
 

그런데, '호시노'가 만났던 여자들은
딸기밭에서 만났던 회사원.아들이 딸린 이혼녀, 만화 마니아, 숫자 마니아, 톱 여배우까지 다양한 모습의 여자들이고, 그들을 처음 만나게 된 배경도 다양한다.
감시원인 '마유미'는 180cm의 키에 180kg의 체중을 가진 거구인데, '호시노'는 그녀와 함께 애인을 찾아가서 '마유미'와 결혼을 하게 되었으니 이별을 하자고 한다.
그때의 그녀들의 반응은 5명의 여자와 양다리를 걸쳤던 '호시노'이건만 모두 좋은 감정으로 보내주는 것이다. 그리고 '호시노'역시 그녀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서 어떤 도움까지도 주면서 떠나게 되는 것이다.
보통의 경우라면 실망감과 분노를 느낄 수도 있는 상황이건만....
<바이 바이, 블랙 버드>는 6화로 구성되어 있는데, 1화에서 5화까지는 '호시노'가 각각의 애인들과 처음 만나게 된 배경, 그리고 찾아가서 이별을 하는 이야기로 쓰여졌다.
그리고 6화는 그 다음의 이야기.


" <바이 바이 블랙 버드>라는 곡입니다. 아세요?"
사노 씨는 핸들을 쥔 채 말한다.
"고민이나 슬픔을 전부 가득 채우고 떠나요. 나를 기다려 주는 곳으로. 이곳의 누구도 나를 사랑해 주지 않고 알아주지도 않아, 이런 가사입니다."
왜 갑자기 그 노래가 튀어나왔는지 물어 보려는데 먼저 사노 씨가 말했다.
"블랙버드라는 말은 불길하다거나 불행을 뜻하는 것 같습니다. 바이 바이 블랙 버드. 너와 헤어져 이제부터행복해진다, 그런 얘기입니다.
아, 마유미가 소리치며 손뼉을 친다. 몸집도 크지만 행동도 큰 그녀의 박수 소리에 차 안에서 뭔가가 터진 것만 같았다.
"그거, 네 얘기야, 불운의 새, 호시노 짱, 바이 바이 호시노 짱" (p 324~325)



 
  

이 소설의 내용도 평범하지는 않은 이야기인데, 나오는 인물들의 캐릭터도 특이하고, 그들의 생각과 행동들도 평범하지는 않은데, 각각의 캐릭터들은 그들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이 흥미롭게 읽힐 수 있는 요소는  엉뚱하고 어처구니없는 상황들이 작가의 강한 유머 감각에 의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인 <바이 바이, 블랙 버드>는 재즈곡으로 트렘펫 연주가 일품이라고 하는데, 한 번 들어 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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